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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 - 개정판
크누트 함순 지음, 우종길 옮김 / 창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아마도 중학생이었을 때 고등학교 다니는 형의 국어책에서 우연히 보게된 산문이 안톤슈낙의 '우리를 슬플게하는 것들'이다...오래된 기억을 더듬더듬어 보자면 '....아침산책 길에서 발견하게 되는 비둘기의 시체,.....오랜 세월이 흐른 뒤 우연하게 발견한 아버지의 쪽지...어쩌고저쩌고...크눗트 함순의 두세구절...은 우리를 슬프게한다'는 구절이 있었던 것같다. 크눗트 함순? 크눗트 함순이 무엇일까? 무슨 책이름 같은데, 무슨 경전같은 것일까..슬픈 시집 같은 것일까 하며 궁금하게 여긴 적이 있었다.
그 뒤 크눗트 함순이 노르웨이 출신 노벨상 수상작가라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자신의 신산스런 과거 삶을 토대로 굶주림, 질병, 고독 등 슬픈 이야기거리를 소재를 <굶주림>(옛날에는 아마 기아로 번역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등의 소설을 써온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얼마전에 한길사에서 나온 <클라시커50> 고전소설편에도 르네상스이후 19세기까지의 기간동안 고전이라할만한 소설 50편을 소개하면서 크눗트 함순의 굶주림이 목록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처음 읽은 이후로 나의 도서목록에는 항상 크눗트 함순의 '굶주림'이 상재되어 있었으나 이런저런 게으른 사정으로 읽지 못하고 또는 일상의 번잡한 일들로 잠시 기억에서 잊어버리고 하다가 어느듯 근 20여년이 흘러버렸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날 알라딘을 구석구석 훑고 다니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어 다시 옛생각을 해내고는 무슨 밀린 숙제하듯이, 오래 묵은 빚을 청산하는 그런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던 것이다.
책 속에서 주인공은 시종일관 굶주리고 있다 제정신이거나 미쳤거나 굶으면 배가 고프다는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시종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지만, 별 다른 감흥은 없다.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굶주린 한 인간에게서 시선을 거둘수 없을 것이며 손가락 가득히 마음 가득히 피와 눈물이 솟구치게 될 것이다는 앙드레 지드의 말은 과장이다. 아니면 나는 앙드레 지드나 안톤슈낙만큼의 감수성을 지니지 못한 것 같다. 후기에 나오는 함순의 2차대전 기간중 나치부역사실이 이채롭다. 미당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