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인천공항 G19
 

우리 바이칼 여행팀이 모였던 곳입니다. 

인천공항 출국장 G19. 

여기에서 저는 바이칼 여행 가족들을 처음 보았습니다. 

다소 낯설게, 다소 흥분된 채... 

좋은 예감으로 다가오는 여행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전국에서 모여서, 8박9일간 함깨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헤어지면서는 로마의 트레비 분수의 전설처럼 뒤로 돌아서서 동전이라도 던져야겠습니다. 

 다시 그고에서 만나 다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이제 인천공항에 가면 이 자리를 눈여겨 볼 것 같습니다. 

그러면 겨울의 정점에서 시베리아를 찾아가던 그 여행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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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의 책을 보면 <제발 삼겹살 좀 뒤집어라>는 제목의 시작법 강의가 있어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단순히 그 음식의 냄새를 맡고 혀로 맛보는 것으로
음식을 제대도 다 음미했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삼겹살을 구울 때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며 젓가락만 들고 있는 사람은  
삼겹살의 맛과 냄새만 기억할 수 있을 뿐이고,
고기를 불판 위에 얹고 타지 않게 뒤집고 불꽃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은
더 많은 경험을 한 덕분에 더 많은 기억을 소유하게 된다는 것이
안도현 시인의 이론입니다. 

우리들의 인생도 시를 쓰는 작업에 비추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젓가락을 들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풍부한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지요.
한 번 살다가 가는 인생 - 저는 예수쟁이라 다음에 더 큰 생이 있다는 것을 믿지만 -을
좀 더 풍성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아이들 키우느라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여력이 없었어요.
다른 여력이 아니라 원래 제 스타일이 껌을 씹던지, 계단을 올라가던지 둘 중 하나를 해야지
껌을 씹으면서 계단을 올라가지 못하거든요.

사진공부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이제 살아가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은 하고 살자는 결심을 실천에 옮긴 거지요.
그러나 때로 발목을 잡은 것이 있습니다.
'이 나이에?' 하는... 바람부는 거리로 나가는 것보다 따뜻한 아랫목에 있고 싶다는 본능 같 
은 거...   

오학년 아줌마가 극복해야 할 숙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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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엄마의 빈자리   

 

 여행을 떠나면서 공지사항을 내붙였습니다. 

우리 아들의 말입니다. 

'엄마는 떠나도 잔소리는 남는다' 

가정주부가 일주일이 넘게 집을 비운다는 것은 A4 용지 한 면 분량의 잔소리가 남는군요 

냉장고 문에 붙여두고 두 남자를 불러서 몇 번이고 주입시킨 탓인지  

별 탈없이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분을 말로만 했더니 한 번도 물을 주지 않아서 

문화센터에 가서 어렵게 배워 심어놓은 초설은 기어이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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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이칼 여행의 A To Z  

 

여행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이제 사진들을 정리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을 마치며 그림일기를 정리할 때와 흡사한 기분입니다. 

이번 여행을 가능하게 한 일등공신인 우리집 돼지입니다. 

남편과 유럽 여행을 하고자 굴러다니던 동전들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시작을 하고 보니 좀 더 욕심이 생겨서 간간히 들어오는 강사료,  

열심히 걸어다녀서 아낀 자동차 기름값,  

간간히 즐기던 외식을 즐여서 남긴 얼마... 

이렇게 열심히 먹이를 주었지요. 

사진은 바이칼 여행을 다녀오고 다음 여행을 위해 다시 먹이를 주고 있어서  

다소 배고픈 모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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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운대>를 보면 젊은이들의 대화가 나옵니다.

서울에서 온,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하게, 나쁘게 말하면 날라리로 살아가는 여자가

맨땅에 헤딩하며 살아가는 남자에게 말합니다.

여자의 기세에 눌려 좀 주눅 든, 그래서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쩡쩡하게 있는  

남자에게 오후 세 시' 같다고 합니다.

'오후 세 시'는

하루를 종 쳐버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고,

그렇다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다는 느낌으로 사용되는 듯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간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지금 그 즈음에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나이의 문제이기는 하겠습니다만

나이보다도 자신의 마음가짐이나 사회의 분위기, 편견 같은 것도 작용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

제 주위에도 이런 시간에 있는 분들에게 무슨 일을 맡길려면 애를 먹습니다.

일할 수 있는 힘과 여력이 있는데도 "내 나이가 몇인데 ..." 하며 물러 앉습니다.

그런데 또 쿨하게 물러앉는 것도 아닙니다. 

"나를 빼고 잘하나 보자."

아직 힘과 능력이 사그라지지 않다보니 이런저런 말들은 많습니다.

몸의 말은 마음이 듣고 마음의 말은 몸이 듣습니다.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 따라서 우리 인생은 좀 더 활기차고 풍성하고 여유있는 저녁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아니면 빨리 밤을 맞게 되겠지요.

그 선택은 우리 자신이 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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