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를 보면 젊은이들의 대화가 나옵니다.

서울에서 온,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하게, 나쁘게 말하면 날라리로 살아가는 여자가

맨땅에 헤딩하며 살아가는 남자에게 말합니다.

여자의 기세에 눌려 좀 주눅 든, 그래서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쩡쩡하게 있는  

남자에게 오후 세 시' 같다고 합니다.

'오후 세 시'는

하루를 종 쳐버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고,

그렇다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다는 느낌으로 사용되는 듯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간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지금 그 즈음에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나이의 문제이기는 하겠습니다만

나이보다도 자신의 마음가짐이나 사회의 분위기, 편견 같은 것도 작용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

제 주위에도 이런 시간에 있는 분들에게 무슨 일을 맡길려면 애를 먹습니다.

일할 수 있는 힘과 여력이 있는데도 "내 나이가 몇인데 ..." 하며 물러 앉습니다.

그런데 또 쿨하게 물러앉는 것도 아닙니다. 

"나를 빼고 잘하나 보자."

아직 힘과 능력이 사그라지지 않다보니 이런저런 말들은 많습니다.

몸의 말은 마음이 듣고 마음의 말은 몸이 듣습니다.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 따라서 우리 인생은 좀 더 활기차고 풍성하고 여유있는 저녁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아니면 빨리 밤을 맞게 되겠지요.

그 선택은 우리 자신이 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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