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의 책을 보면 <제발 삼겹살 좀 뒤집어라>는 제목의 시작법 강의가 있어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단순히 그 음식의 냄새를 맡고 혀로 맛보는 것으로
음식을 제대도 다 음미했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삼겹살을 구울 때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며 젓가락만 들고 있는 사람은  
삼겹살의 맛과 냄새만 기억할 수 있을 뿐이고,
고기를 불판 위에 얹고 타지 않게 뒤집고 불꽃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은
더 많은 경험을 한 덕분에 더 많은 기억을 소유하게 된다는 것이
안도현 시인의 이론입니다. 

우리들의 인생도 시를 쓰는 작업에 비추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젓가락을 들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풍부한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지요.
한 번 살다가 가는 인생 - 저는 예수쟁이라 다음에 더 큰 생이 있다는 것을 믿지만 -을
좀 더 풍성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아이들 키우느라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여력이 없었어요.
다른 여력이 아니라 원래 제 스타일이 껌을 씹던지, 계단을 올라가던지 둘 중 하나를 해야지
껌을 씹으면서 계단을 올라가지 못하거든요.

사진공부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이제 살아가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은 하고 살자는 결심을 실천에 옮긴 거지요.
그러나 때로 발목을 잡은 것이 있습니다.
'이 나이에?' 하는... 바람부는 거리로 나가는 것보다 따뜻한 아랫목에 있고 싶다는 본능 같 
은 거...   

오학년 아줌마가 극복해야 할 숙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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