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철학사 - 하 - 근세와 현대 서양 철학사 - 상
요한네스 힐쉬베르거 지음, 강성위 옮김 / 이문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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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편 근세철학
근세는 의식과 세계관의 분열이 가속화되어 수많은 답변들이 혼란과 회의를 부추겼지만, 전체로서의 철학은 서로의 보완 속에 여전히 진리로 나아가는 의지의 표현이다.

1장 르네상스의 철학
1) 르네상스는 본질적으로 위대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간이라는 사상을 바탕으로 고대를 소환하면서 대립과 종합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해석하였다.
2) 세계의 배후에 있는 신비로움에 대한 동경은 르네상스의 또 다른 특징인데, 부분과 전체의 유기적 동일성, 합리성을 배제하고 상징과 비근거를 중시한 신지학 등이 있다.
3) 양적•기계적 자연관은 관찰과 실험의 귀납법을 정립하고, 실체를 기능으로, 형상을 법칙으로 전환하였으며, 질량 혹은 힘의 양을 기초범주로 하는 동역학을 발견하였다.
4) 마키아벨리는 사회의 역학 관계를 양적•기계적 방식으로 파악하여 이상적인 모습이 아닌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을 적극적으로 제어하는 권력의 속성을 밝혀냈다.
5) 그로티우스는 국가의 최고권력이 국민에게 있지만, 이것을 자연인이나 법인인 통치자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정부를 제거하는 식의 적극적 저항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6) 르네상스기의 '무지'는 더 이상 신의 진리에 대한 겸손이 아니라 참된 앎의 인식을 부정하는 회의주의의 표현이며, 지성보다 세계 탐구의 의지를 중시하였다(몽테뉴).
7)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을 간직하고 쿠사누스를 거쳐 칸트와 독일관념론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한 것은 16c 신스콜라철학과 17c의 학원형이상학이다.

2장 17,18세기의 여러 체계들
1) 경험론은 단순히 사실적인 것에 주목하면서 근세의 철학적 혁명을 가져왔고, 합리론은 필연적인 것에 주목하여, 제일철학의 근본문제인 영역 존재론 탐구에 매진했다.
2) 데카르트는 철학을 수학이나 기하학과 같은 명석판명한 체계로 구축하려 했고, 순수하고 단순한 근본 원리(생각하는 자아)를 (본질)직관을 이용해 파악하고자 하였다.
3) 그는 본유관념 같은 존재론적 절대 진리를 확신했다는 점에서는 고대인이지만, 객체에 앞선 주체의 강조와 의식의 회의 같은 인식론 탐구라는 점에서는 근세인이었다.
4) 불완전함은 완전함을 전제로 하고, 기본적인 속성이 우연적인 양태에 앞서듯이 원인은 결과보다 실재적이며, 관념으로 파악한 것은 실재한다는 신존재 증명을 펼친다.
5) 기하학적 기계론은 물체의 운동을 수학적인 경계선의 이동으로 설명하지만, 영혼과 신체 및 정신의 상호작용이 단독적 실체개념과 부딪히는 모순을 극복하지 못했다.
6) 스피노자에게 순수 이성의 앎이란 무시간적, 본질적이며, 존재를 직관으로 파악하는 힘으로, 정의에서 출발하여 공리를 세우고 정리하는 기하학적 방법으로 증명한다.
7) 하나와 여럿은 실체와 실체의 양상 혹은 속성이므로 기하학적 인과 질서에 묶인 필연적인 존재의 사슬 관계이며, 목적성 없이 맞물려 있는 진정한 동일성의 일원론이다.
8) 라이프니츠의 '단자'는 연장이 없고 나눌 수 없는 독립적 실체로서, 의식적인 표상을 가진 존재자에게만 쓰이는 영혼 개념을 확장하여 무의식적 표상까지 포괄한다.
9) '단자'는 스피노자의 실체와 유사하게 근원적이고 독자적이지만, 다수는 실체의 표상이 아니라 참된 실체로서, 각각의 단자들은 서로 다름의 개별성을 간직하고 있다.
10) 홉스는 형이상학을 배제하고 '물체의 작용과 현상을 합리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철학이라고 보고, 철저한 유물론과 현상과 이름의 자의적 결합인 유명론을 주장한다.
11) 로크는 인간이 백지상태로 태어나서 관념마저도 경험으로 배우는데, 복합관념은 단순관념의 결합일 뿐이고, 보편관념은 추상작용으로 구성한 이름이라고 말한다.
12) 로크에는 직관과 논증을 통한 진리 인식의 긍정성이라는 실재론과, 감각적인 인식들의 조합인 자연 법칙의 개연성이 혼재되어 인식론의 과도기적 양상을 보여준다.
13) 흄은 순수한 사실성의 세계에 정착하여 경험은 시•공간의 접촉에 바탕한 관념의 연합이며, 심리적인 중력의 법칙에 불과한 하나의 신념이라는 회의주의를 천명한다.
14) 초월적인 진리를 기반으로 하는 경이로운 신적 존재의 그늘에서 벗어나, 권력과 자연적인 욕구를 찬미하고, 집단적 공리와 이기주의를 정의(正義)로 정의(定義)한다.
15) 계몽주의는 기계적 세계관과 과학의 필연적인 합법칙성을 진보의 의지에 실어 대중에게 전파하려는 열망이자, 이성의 빛을 받은 이상적인 인간의 실현을 갈구했다.
16) 홉스나 로크의 자연상태가 분쟁지대인 것과 달리 루소의 자연상태는 이상적인 인간들이 모인 이상적인 사회를 말하며, 계몽주의의 낙관적 이성주의에 반기를 들었다.
17) 계몽주의는 절대적 상대주의를 견지하면서 이성의 무한성을 긍정했지만, 무한한 낙관주의가 뻗어나간 자리는 고전적 형이상학이 사라진, 진리가 비어있는 자리였다.

3장 칸트와 독일관념론
1) 비판철학 이전의 칸트는 뉴턴의 자연과학적 방법론과 라이프니츠의 계몽주의, 루소의 감성철학을 받아들여 전통적인 형이상학적 물음들에 대한 답을 시도하고 있다.
2) 흄을 만나 독단의 잠에서 깨어난 칸트는 형이상학적 물음들, 즉 필연적인 인과관계를 거부하고 인간 이성의 기초와 한계를 규정하고자 했으며 3대 비판서를 집필한다.
3) 순수이성비판은 선천적인 종합판단의 가능성을 검증하여, 학문이 신념에 불과하다는 흄의 회의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이며, 순수수학과 물리학에서 근거를 찾는다.
4) 칸트는 선험적인 인식을 형식(형상)이라고, 여기에 들어맞는 질료를 감각들로 칭하는데, 우리의 정신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감각을 선천적인 형식으로 가공, 분류한다.
5) 공간과 시간은 추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존재와 세계를 직관하기 위한 전제이며, 개별적인 관념들이고, 자체 안에 여러 공간과 시간을 내포한 선험적 형식이다.
6) (감각적인) 직관과 (추상적인) 개념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것은 판단 형식에서 이끌어낸 범주들이며, 객관 대상은 인식주체의 선험적인 주관 형식들 안에서야 종합된다.
7) 이념은 경험의 가능성을 넘어서 이해된 개념(Begriff)이자 인식 주관 속에서 최고로 가능한 통일성인 이성의 추론 활동으로, 다가서지만 도달할 수는 없는 경험 전체다.
8) 이념은 전통형이상학에서 존재자들 중의 존재자였지만 이제는 막연하게 실재 위에 떠돌면서, 일종의 발견을 해내는 의심스러운 주관적인 의식의 내용으로 격하된다.
9) 도덕법칙은 경험에 의존하지 않은 순수이성의 당위(Sollen)로서 '주어진 것'이고, 인과적인 현상 세계를 벗어나서 당위의 전제로 주어지는 선천적인 자유에 기반한다.
10) '판단력 비판'은 감성계의 자연개념과 초감성계의 자유개념을 통합하기 위해 합목적성의 이념을 제시하지만, 현상계의 인과성과 '그런 것 같음'의 분리는 여전하다.
11) 피히테는 인간의 내적 가능성을 무한 긍정하여 <나>를 세계존재 전체의 근원으로 삼고, 칸트를 얽어맨 경험론을 제거하여 '자기의식'의 절대적인 관념론을 주장한다.
12) 쉘링은 <나>와 독립해 있는 객관적인 정신, 곧 자연세계를 강조했는데, 정신과 자연, 주관과 객관, 실재와 관념은 동일하며 본질은 하나라는 동일철학을 주장한다.
13) 낭만주의자들은 신의 의지를 선과 악의 분열로 보고, 순수이성과 경험주의에 반대하는 비물질적인 앎과 믿음의 통일, 원초적 인간의 회복과 종교적 사명을 강조한다.
14) 헤겔의 로고스는 언제나 있고, 만물을 창조하면서 만물 자체이고, 스스로를 인식하는 절대적인 세계정신으로서, 신과 세계의 본질적인 차이인 초월사상이 사라진다.
15) 절대자는 본질적으로 결과이며, 마지막에 가서야 본래 있던 그대로의 것이 되는데, 이 과정은 대상들간의 대립이 전체 안의 계기라는 변증법적 통합으로 진행된다.
16) 논리학은 <자체로서 스스로를 위해>(An-und-für-sich), 자연철학은 <달리 있음>(他在, Anderssein), 정신철학은 <자신에게 있는>(Bei-sich-Sein)을 다룬다.
17) 국가는 객관적 정신이 변증법적 과정을 거쳐 자신에게 되돌아 온 법률•도덕의 체현이자 유기적인 종합체로서, 이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실현 가능한 상태이다.

2편 현대철학
1장 19세기에서 20세기로
1) 쇼펜하우어는 칸트의 주관적 현상과 '사물 그 자체'의 구분을 받아들였지만, 세계 자체와 만날 수 있는 힘이자 현상 세계의 본질인 맹목적, 무목적적인 의지를 말한다.
2) 의지는 개별화의 욕망으로 인해 전체와 대결하지만, 거기서 비롯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하고, 그것은 예술과 동정의 윤리를 통해 가능하다.
3) 포이어바흐는 헤겔의 관념론에서 감각을 구해내어 모든 실체의 본질로 자리매김하고, 기도의 자리에 노동을, 종교의 자리에 정치를 집어넣어 국가주의를 강화한다.
4) 마르크스는 선대 유물론이 세계의 완전성을 받아들여 해석하기만 하는 태도를 지적하고, 급진적이고 실천적인 혁명의 수단으로서 철학을 전유한 역사 유물론을 편다.
5) 마르크스의 사회주의는 인간의 완성과 즐거운 노동을 주장한 프랑스 계몽주의에 헤겔의 사변을 덧붙인 것이며, 구체적인 대안 없이 이상사회를 약속하는 한계가 있다.
6) 키에르케고르의 <나>는 보편자의 계기에서 벗어나 실존적인 결단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며, 세계는 비논리적이라는 불안을 안고 비약을 감행하는 자유로운 존재이다.
7) 신은 시간(생성) 속에서 역설로만 존재하고, 유화와 위안이 아니라 고통과 절망의 끝에 서 있는 타자이므로, 인간은 무한한 내적 정열로 불확실한 선택을 감행해야 한다.
8) 니체는 삶을 '(총체적인) 권력에의 의지'로 규정하면서 기존의 관념적, 행복주의적인 노예의 도덕을 뒤집어엎고(르쌍티망), 당위의 자리에 운명에 대한 사랑을 놓는다.
9) 운명과 자유는 필연적이면서, 영겁 회귀하는 세계의 의지 아래에서 창조와 파괴를 반복하는데, 새로운 가치를 실현할 초인은 신과 무(無)를 이겨내고 오고, 오지 않는다.
10) 실증주의는 인류의 정신사를 페티시즘에서 다신교와 일신교로 나아가는 신화•신학적 시기와 형이상학적 허구의 시기와 직접적인 실재를 다루는 실증 시기로 나눈다.
11) 프라그마티즘은 인간의 행위의 목적에 맞춰진, 그래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을 참된 것으로 보며, 종교와 예술은 이상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유용한 허구들이다.
12) 귀납 형이상학은 경험을 더 광범위하게 적용하여, 인식의 결정적인 근원이라고 보며, 가설적인 성격밖에 갖지 못하지만 자연과학 시대에 형이상학을 존속하게 했다.

2장 20세기의 철학
1) 베르그송은 현상주의의 도식적이고 기계적인 필연성을 거부하고, 시간의 체험은 각자에게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개념은 일회적, 직관적으로만 드러난다고 말한다.
2) 의식은 지성만이 아니라 충동을 포함한 '삶의 약동'이며, 이것이 모든 존재의 정수이고, 도덕 역시 관습적인 경험의 축적이 아니라 사랑이 발현한 초지성적 산물이다.
3) 딜타이의 정신과학은 역사 안의 인간의 삶을 다루며, 헤겔이 단독자의 지양과 절대자를 말한 것과 달리, 그는 개별자의 다양성과 상대주의적•일회적인 삶을 탐구한다.
4) 훗설은 모든 주관화에 반대하여 논리적 구성요소의 객관성을 긍정하고 경험론의 심리주의를 거부했지만,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본질직관'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이다.
5) 하르트만은 인식에 앞서고, 독립해 있는 어떤 것을 파악하려는 인식의 형이상학을 전개하는데, 그의 주제는 보편형상이 아니라 현상으로 주어져 있는 실재의 분석이다.
6) 하이데거는 '존재자'에 앞서 '존재 자체'가 있고, 존재자는 '자기를 벗어나 존재 안에 있는 것'이며, 존재가 드러나는 지점은 인간이 아닌 인간의 사고와 언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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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사 - 상 - 고대와 중세 서양 철학사 - 상
요한네스 힐쉬베르거 지음, 강성위 옮김 / 이문출판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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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 일반적인 철학사의 본질과 가치
철학사는 개념과 사상의 원천을 추적하고 시대적 정신의 조류를 탐색하여 원전의 시대적 한계와 무전제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과학성과 역사를 통해 역사적 주관성을 극복하는 정신사적 자기 성찰의 결합물이다.

1편 고대철학
1장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
1) 세계 발생의 시원적 설명을 간직한 신화는 환상적이고 시적인 직관으로 쓰여졌고, 공동체의 무의식에서 벗어나려 했던 철학의 개념들 속에 살아남은 정신적 유산이다.
2) 자연철학은 존재자 자체의 본질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형이상학이라 할 수 있으며, 탈레스는 최초로 모든 존재의 기본적인 근거가 되는 개념을 탐구하는 자세를 보였다.
3) 아낙시만드로스는 존재의 원리를 '규정되지 않은 무한한 것(apeiron)'으로 보았는데, 이것은 모든 생성을 품는 근원적인 제일자이며, 대립들의 분리에서 多가 나온다.
4) 피타고라스 학파는 수(數)를 제시하여 존재자의 원리를 질료가 아닌 형상에 귀속시켰고, 수의 조화로운 관계인 화음을 존재 전체에 확장하여 만물의 순환을 말하였다.
5) 헤라클레이토스는 생성과 운동의 내재적 법칙인 로고스가 존재자의 모든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 생성은 새로운 것의 지나침이 아니라 대립자들의 투쟁과 조화이다.
6) 파르메니데스는 생성 및 개별자는 과정 속의 계기에 불과하므로 감각에 의존한 '의견' 혹은 '있지 않음'이고 항상 동일하고 불변하는 '있음'만이 실체이자 진리라고 본다.
7) 엠페도클레스는 불변의 원소와 운동하는 세계의 혼합과 분리를 종합했고, 데모크리토스는 단일한 원자의 양적 변화와 운동으로 세계 전체를 설명하는 유물론을 폈다.
8) 아낙사고라스는 사고와 의지를 통합한 nous(정신)을 만물의 근원으로 지목한 최초의 이원론자로서, 기계적 유물론으로 해명되지 않는 인과적 목적성에 주목하였다.
9) 소피스트들은 정치적 숙련을 목적으로 변론술을 갈고 닦았으며, 상대주의와 권력론을 펴 다중의 영혼을 '지도'하고 본질과 존재 대신에 겉보기와 확신을 심어주었다.

2장 앗티카의 철학
1) 소크라테스에게 앎은 구체적인 사례들에서 발견해 나가는 동일한 보편개념, 곧 형상으로, 진리의 재료가 무엇인가의 물음을 진리에 이르는 방법론으로 전환하였다.
2) 가치 역시 기술의 숙련처럼 앎을 거듭하여 탁월함에 이르는 과정으로서 목적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거짓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불충분한 지식과 능력의 문제가 된다.
3) 플라톤은 앎과 능력이 선을 향하도록 하는 의지의 문제를 고찰하면서, 왜 이러한 능력들의 목표가 선이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했고, 난문으로 끝난다.
4) 아름다움과 선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자 원형적인 본성-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에 속하기 때문에 선천적인 최고의 가치이며, 존재 자체의 선함을 전제로 깔고 있다.
5) 쾌락은 주관적(apeiron)•감각적•순간적(생성)이기 때문에 존재의 영역에 속하는 참된 좋음이 아니라 좋음에서 파생되는 현상이며 절제와 이성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6) 진리는 참된 존재를 가리키는 존재론적 진리이며, 감각 경험으로 얻을 수 없고, 본래부터 정신에 주어져 있는 순수한 사고를 통해 무시간•비공간적인 인식에 다다른다.
7) 변증법은 개념들을 구별짓고, 동일한(다른) 개념에 다른(동일한) 뜻을 부여하지 않으며(나눔), 모든 존재의 존재 근거를 찾아 올라간(모음) 후에 다시 내려오는 방법이다.
8) 이데아는 보편적인 개념이자 사고의 수단이고, 참된 존재로서의 사물 자체이고, 이상 혹은 원형이고, 존재의 원인(근거)으로 관여하고, 최고 존재를 향한 목적이다.
9) 영혼은 정신적 실체이면서 운동과 생명의 원리로서 이데아와 감각적인 것 사이의 중간에 위치하여 양자를 엮어주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주체의 의지에 달려있다.
10) 인간은 자족적인 존재가 아니므로 자연법에 근거하여 공동체를 영위하는데, 국가 운용 원리로는 법치가 최우선이며, 이상적 통치자는 권력자가 아니라 책임자이다.
11) 신은 자기운동의 원천인 '부동의 원동자'이고, 전제들을 모아 무전제로 올라가는 방법을 통해 이성적인 진리로 증명되며, 지혜를 갖춘 윤리적 삶의 토대로서 요청된다.
12) 아리스토텔레스는 유와 종차로 개념을 정의하는데, 정의란 개념들을 분류하는 일이며, 두 개의 개념이 연결될 때 판단이 생기고, 판단은 속성의 유무를 인식하는 힘이다.
13) 삼단논법은 단순히 명제들의 논리적인 연관을 표현한 개념 규정이 아니라, 보편자를 통해서 개별자가 규정된다는 변증법적 관여의 사상을 증명한 형이상학의 부분이다.
14) 모든 인식은 지각에서 시작하지만 감각적 인식은 물리적인 원인(질료인)일 뿐, Nous를 움직이게 하는 작용원인(능동원인)이 아니며, 보편적 본질이 '앞서 있다.'
15) 보편 개념은 사물들 안에 있는 논리적인 것이지 존재론적인 것은 아니며, 사물 안에 없으므로 사물(의 운동)을 설명하지 못하고, 이데아들의 무한 소급이 발생한다.
16) 플라톤의 형상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세계 안으로 들어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것으로 실현되며, 시공간 안에 실재하면서 개별자에게 실질적인 보편성을 부여한다.
17) 형상과 질료의 결합은 가능태와 현실태의 관계로 유비되는데, 운동(생성)이 바로 가능태를 현실화시키는 힘이며, 양자 사이에 목적성이 개입하면 인과 원리가 된다.
18) 신은 '부동의 원동자'이자 존재 자체이며, 아무런 가능태를 포함하지 않은 현실태이고, 비물질적, 비공간적이고, 무시간속의 영원으로서 생성과 변화가 없는 완전함이다.
19) 행복은 선의 원리를 일생동안 실현하는 것으로, 순수한 지적 직관인 이론 이성과 사려와 중용에 기댄 실천 이성의 활동을 바탕으로 본성적 올바름인 덕을 활용한다.
20) 국가는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법적 정당화를 거쳐 확장한 공동체로서 윤리적으로 완성된 인격의 실현태이며, 부분과 전체의 관계는 중용의 덕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3장 헬레니즘과 로마제정시대의 철학
1) 분과학문의 발달은 철학을 논리학, 윤리학, 형이상학으로 제한하였고, 사회적 혼란은 구원과 행복을 제일원리로 격상시켰고, 기독교는 철학을 하위 학문으로 흡수한다.
2) 스토아학파는 감각론과 소박한 실재론을 펼쳤는데, 인식이란 빈 칠판에 감각이 제공하는 내용의 채움이며, 우리가 인식한 표상들은 동의를 통해 명증한 것이 된다.
3) 스토아학파는 논리학에서 말과 사물의 일치를 탐구하고, 자연학에서 유물론과 범신론을 주장하고, 윤리학에서 표상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얻으라고 말한다.
4) 인간의 보편 이성에 대한 신뢰는 자연법 사상을 잉태하고 휴머니즘에 기반한 현실적 조치들을 이끌어냈으며, 행복의 근원을 쾌락이 아니라 법칙과 이성적 절제로 본다.
5) 스토아의 이상적 인간상인 현인은 올바름과 자유를 체현한 사람인데, 그의 자유는 세계이성이 주관하는 운명의 필연성과 충돌하여 희망이 꺼진 체념과 위로에 빠진다.
6) 에피쿠로스학파는 물체와 공간의 두 요소로 모든 존재를 설명하고, 모든 생성을 원자의 짝짓기로 보는데 이것은 원자의 비스듬한 운동이라는 우연이 유발한 것이다.
7) 우연은 인과의 연쇄를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게 해주고, 좋음의 근거인 주관적인 (평정의) 쾌락을 누리게 하며, 실천적인 사려에서 빚은 우정의 교감을 중시한다.
8) 격앙된 종교적 시대정신과 맞물려 그리스 철학에 내재해 있던 경건주의가 신피타고라스주의를 거쳐 신플라톤주의로 부흥하고 필론에 이르러 유대교 전통과 결합한다.
9) 필론은 신과 세계 사이의 중개자로 로고스 개념을 쓰는데, 로고스는 언어처럼 감각과 정신의 중간자이면서 유동적이므로, 인간은 로고스를 통해 신과 합일할 수 있다.
10) 플로티노스 역시 초감각(一者)과 감각적인 것(多)의 간극을 메우려 했으며, 일자가 스스로를 '유출'하여 생성하는 정신(Nous), 영혼, 자연, 물질이 세계를 구성한다.
11) 인간의 궁극 목표는 신적인 힘을 영혼 안에 전개시켜, 정화와 조명을 거쳐 일치에 이르는 것인데, 일치 역시 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신 닮은 것, 원본의 모상일 뿐이다.

2편 중세철학
중세철학은 로고스와 신앙이 결속된 시대의 물음이지만, 고대철학의 근본 주제들을 다루면서 객관성, 엄격성, 건전성을 견지하였고 '변혁보다는 보전'에 방점을 두어 근세 이행기 역할을 모범적으로 수행하였다.

1장 교부철학
1) 교부들은 대체로 철학을 신의 섭리에 의해 주어진 선물로 인식하고, 부당하게 사용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하면서 앎과 믿음을 상호 전제로 삼았다.
2) 공통 감각은 신 존재를 증명하고, 부정 판단은 신의 본질을 드러내고, 창조는 무에서 나온 신의 의지이고, 로고스는 중간자이자 세계에 선재하고 있던 진리의 씨앗이다.
3) 아우구스티누스는 절대 진리의 가능성을 추구하면서 의식의 진리를 데카르트에 앞서 발견하였고 감각 경험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사실과 이성의 진리를 구별하였다.
4) 진리의 근원은 단지 타고난 관념이 아니라 신의 조명을 받아들이는 정신 안의 신의 정신이며, 인간은 이 능동적 이성을 발휘하여 원형을 모사한 진리 닮은 것을 인식한다.
5) 이데아들이 신의 정신 안으로 들어오면서 하나의 근거로 통합되고, 세계는 신의 실질이 반영된 신의 모상이므로, 범신론에 빠지지 않고 신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6) 유출설을 받아들이면 유한한 것과 변화하는 것이 신의 본성에 속하게 되므로, 신의 창조는 무에서 비롯하며, 세계 창조 과정의 요소는 질료, 시간, 영원한 형상이다.
7) 영혼은 자아의 실재성과, 자존성, 지속성을 통해 실체로 인정할 수 있고 공간적인 연장이 없으므로 비물질적이며, 정신이 영원한 진리와 결합한 이상 영혼은 불멸한다.
8) 윤리적 선은 신의 지혜와 의지를 따르는 심정에서 발원하며, 자의적인 감정의 발로가 아니라 올바름의 지향성이 있어서 인식과 사랑이, 정서와 이성이 함께 작동한다.
9) 보에티우스는 자유 의지를 긍정하는데, 인간의 자유로운 행위와 신의 섭리가 충돌하지 않는 것은, 신이 영원에 있어서 인간의 미래가 모두 신에게 현재이기 때문이다.

2장 스콜라 철학
중세 변증론(논리학) 수업은 강의와 토론으로 구성되어, 수많은 주해서를 낳았고 대전서(summa)와 토론문제집의 간행을 촉진하였으며, 이러한 사유 전체를 가리키는 스콜라학은 권위와 이성을 함께 고려하였다.
1) 안셀무스의 신존재 증명은 '불완전한 존재는 완전한 존재를 전제한다'에서 나오고, 아벨라르두스는 보편개념이란 속성들만을 접한 채 사물의 본질을 해석하려는 개별자들의 주관적인 의미내용이라고 주장한다.
2) 신비주의의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두스는 지성보다 겸손을 참된 철학의 요소로 꼽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consideratio), 참된 것을 파악하는 관상(contemplatio), 신 안에 녹아드는 탈아(Ekstase)를 말한다.
3) 13세기 파리는 관여 사상이 유출을 거쳐 창조사상으로 환원되는 것을 막고 신과 세계의 유비관계를 강조한 반면, 옥스포드 학파는 자연 과학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자연(빛)을 수학적, 양적인 방법으로 대했다.
4) 아우구스티누스의 전통을 이어받은 프란시스코 학파는 이성에 대한 의지의 우위와 창조되지 않은 빛의 조명, 세계창조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철학이 일종의 그리스도교 철학으로 연계된다고 말한다.
5) 토마스 아퀴나스는 앎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과 철학의 독자성을 인정하고, 참된 인식에 이르는 과정에서 물질과 감각의 역할을 긍정했으며, 보편적인 수학을 거쳐 순수 관념인 형이상학에 들어선다고 말한다.
6) 인식은 개념을 결합하거나 분리하는 '판단'에서 비롯하며, 사고와 존재가 일치된 상태로서, 감각 대상을 파악하는 것은 그 사물에 내재한 존재론적 진리를 받아들이는 일이며, 물 자체를 관조하는 상태이다.
7) 존재는 정신이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으로서 인식 주관의 자의성과는 상관이 없으며,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형상과 질료의 결합체이고, 세계와 사물에 '앞서' 있어서 '유출'의 형태로 관여하고 있다.
8) 제이실체는 단순한 보편 개념이 아니라 '본성적으로 앞선 것'이며, 규정되는 것으로서의 질료와 규정하는 것으로서의 형상의 결합은 가능태와 현실태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신은 가장 앞선 순수현실태이다.
9) 신은 스스로 움직이는 자이고, 스스로 원인이 되고, 우연적 존재자를 존재하게 하는 필연적 존재자이고, 최고의 완전함으로 정도의 증감의 전제가 되고, 세계의 질서와 합목적성을 설명하는 최고 지성의 존재다.
10) 인식은 감각적인 지각으로 감각상을 포착한 후에, 능동이성으로 보편자를 조명하고, 가능이성에 인상이 찍히듯이 진리가 새겨지면, 다시 가능이성이 인상들을 실재하는 대상들에게 지향시킴으로써 성립한다.
11) 인간은 본성적으로 다양한 힘(충동)을 갖고 있으므로 올바름으로 인도하는 법률이 필요하며, 이 법은 원리의 직관과 양심으로 파악한 윤리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연법칙, 나아가 신적 영원법을 모방한 것이다.
12) 에크하르트는 형이상학적 존재가 현실이요, 생명이며, 실존이라는 사실을 체득하여 신 안에서 살아갔으며, 단순히 실재 세계와의 대립관계 혹은 별개의 배후의 세계로 보는 관점을 탈피하여 양자를 융합했다.
13) 오컴은 감각 경험을 순수한 능동인으로 간주하고, 추상작용을 거쳐 보편 개념들을 형성하였으니, 보편자는 더 이상 존재론적 의미가 없는 기호와 의미내용으로 사물의 내적인 본성을 그대로 나타내지 못한다.
14) 쿠자누스의 '무지의 지'는 스스로의 무지를 자각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사물의 본질(진리)은 알 수 없지만 본질에 '대해서는' 알 수 있듯이 앎 속에 보류와 소유의 모순을 담고 애쓰면서 서서히 다가서는 것이다.
15) '대립의 일치'는 일자에서 모든 것이 나오고 무한함 속에서 多의 대립이 해소되며, 정신의 근원인 이성에서 모든 내용이 나온다는, 一과 多의 문제를 나눔과 모음으로 설명하는 플라톤의 변증법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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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3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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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렴, 곧
너도 휴식을 얻을 테니.
(Warte nur, balde
Ruhest du a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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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하는 것. 하나의 진리. 하나의 사랑.
누구나 자신이 찾은 수정이 바로 그 단 하나의 '태초'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겪는 것은 그저 특수한 경우들, particular의 나열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지만 언덕 너머에는 또 다른 particular.
우리는 그저 희뿌연 답들을 써내면서 과녁에 적중하지 않는 화살을 원망할 뿐이다.

진리란 형체가 없는 것. 닿을 수 없는 거리 그 자체. 그래서 불멸하는 것.
누구나 하는 게 (열정의) 사랑이지만, 아무도 품을 수 없는 게 (진리의) 사랑.
일반적(general)이면서 보편적(universal)인,
에로스의 활대에 놓인 사과 한 알.

그래서, 불멸은 필멸하는 누군가에게서 오는 편지가 아니다.
불멸은 나의 정신 안에서 떠올라,
긴 긴 걸음을 디뎌 도착한,
정신의 거대한 바다에 잠드는,

단 하나의 자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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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집합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교집합이 생겼다는 말이다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지 않던 공간의 출몰
그곳은 인연의 해류가 만나는 지중해

한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生이 포개진다

그 안에 있으면,
生이 지구만큼 둥글다

닿을 수 없을만큼 넓다

그러나, 교집합은
본래는 없던 자리, 빙산의 일각
우리는 교집합으로가 아니라
교집합이 아닌 生에 매인 존재

한발자국 물러설 때마다
교집합은 옅어지고, 얇아지고,
지워진다
본래 존재하지 않던 그 곳

교집합은 이해로 물들었다가
오해로 물러서는 자리,
배가 가른 물살의 흔적으로 남는 자리

빠질 수 없을만큼 좁다

빙산의 나머지 부분은
사실은,
바다 그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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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부터의 수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9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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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분은 나한테 화를 내고 고함을 지르면서 두 발을 쾅쾅 구를 것이다, 나도 잘 안다. "당신 자신의 얘기만, 당신의 비참한 지하 생활 얘기만 할 것이지, 감히 우리 모두라고 둘러대진 말라."라면서. 죄송하지만, 여러분, 이 모두란 말로 변명을 하려는 건 아니다. 나 자신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실상 여러분이 감히 절반도 밀고 나가지 못한 것을 내 삶에서 극단까지 밀고 나갔을 뿐인데, 여러분은 자신의 비겁함을 분별이라 생각하고 이로써 스스로 기만하면서까지 위안을 얻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여러분보다는 훨씬 더 '생기로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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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모두를 점령한 히끄무레한 변덕과 휘황찬란한 망상의 왈츠, 듣는 이 없는 허공에 쏟아내는 수다와 그 아래 깔리는 엄혹한 현실의 허기, 외면으로 점철된 타인의 냉소를 구멍 난 자존심에 담아 물처럼 들이키는 수치심까지,

없는 것 없는 이 사람.
내 안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찌질한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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