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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사 - 상 - 고대와 중세 ㅣ 서양 철학사 - 상
요한네스 힐쉬베르거 지음, 강성위 옮김 / 이문출판사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서론 : 일반적인 철학사의 본질과 가치
철학사는 개념과 사상의 원천을 추적하고 시대적 정신의 조류를 탐색하여 원전의 시대적 한계와 무전제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과학성과 역사를 통해 역사적 주관성을 극복하는 정신사적 자기 성찰의 결합물이다.
1편 고대철학
1장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
1) 세계 발생의 시원적 설명을 간직한 신화는 환상적이고 시적인 직관으로 쓰여졌고, 공동체의 무의식에서 벗어나려 했던 철학의 개념들 속에 살아남은 정신적 유산이다.
2) 자연철학은 존재자 자체의 본질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형이상학이라 할 수 있으며, 탈레스는 최초로 모든 존재의 기본적인 근거가 되는 개념을 탐구하는 자세를 보였다.
3) 아낙시만드로스는 존재의 원리를 '규정되지 않은 무한한 것(apeiron)'으로 보았는데, 이것은 모든 생성을 품는 근원적인 제일자이며, 대립들의 분리에서 多가 나온다.
4) 피타고라스 학파는 수(數)를 제시하여 존재자의 원리를 질료가 아닌 형상에 귀속시켰고, 수의 조화로운 관계인 화음을 존재 전체에 확장하여 만물의 순환을 말하였다.
5) 헤라클레이토스는 생성과 운동의 내재적 법칙인 로고스가 존재자의 모든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 생성은 새로운 것의 지나침이 아니라 대립자들의 투쟁과 조화이다.
6) 파르메니데스는 생성 및 개별자는 과정 속의 계기에 불과하므로 감각에 의존한 '의견' 혹은 '있지 않음'이고 항상 동일하고 불변하는 '있음'만이 실체이자 진리라고 본다.
7) 엠페도클레스는 불변의 원소와 운동하는 세계의 혼합과 분리를 종합했고, 데모크리토스는 단일한 원자의 양적 변화와 운동으로 세계 전체를 설명하는 유물론을 폈다.
8) 아낙사고라스는 사고와 의지를 통합한 nous(정신)을 만물의 근원으로 지목한 최초의 이원론자로서, 기계적 유물론으로 해명되지 않는 인과적 목적성에 주목하였다.
9) 소피스트들은 정치적 숙련을 목적으로 변론술을 갈고 닦았으며, 상대주의와 권력론을 펴 다중의 영혼을 '지도'하고 본질과 존재 대신에 겉보기와 확신을 심어주었다.
2장 앗티카의 철학
1) 소크라테스에게 앎은 구체적인 사례들에서 발견해 나가는 동일한 보편개념, 곧 형상으로, 진리의 재료가 무엇인가의 물음을 진리에 이르는 방법론으로 전환하였다.
2) 가치 역시 기술의 숙련처럼 앎을 거듭하여 탁월함에 이르는 과정으로서 목적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거짓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불충분한 지식과 능력의 문제가 된다.
3) 플라톤은 앎과 능력이 선을 향하도록 하는 의지의 문제를 고찰하면서, 왜 이러한 능력들의 목표가 선이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했고, 난문으로 끝난다.
4) 아름다움과 선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자 원형적인 본성-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에 속하기 때문에 선천적인 최고의 가치이며, 존재 자체의 선함을 전제로 깔고 있다.
5) 쾌락은 주관적(apeiron)•감각적•순간적(생성)이기 때문에 존재의 영역에 속하는 참된 좋음이 아니라 좋음에서 파생되는 현상이며 절제와 이성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6) 진리는 참된 존재를 가리키는 존재론적 진리이며, 감각 경험으로 얻을 수 없고, 본래부터 정신에 주어져 있는 순수한 사고를 통해 무시간•비공간적인 인식에 다다른다.
7) 변증법은 개념들을 구별짓고, 동일한(다른) 개념에 다른(동일한) 뜻을 부여하지 않으며(나눔), 모든 존재의 존재 근거를 찾아 올라간(모음) 후에 다시 내려오는 방법이다.
8) 이데아는 보편적인 개념이자 사고의 수단이고, 참된 존재로서의 사물 자체이고, 이상 혹은 원형이고, 존재의 원인(근거)으로 관여하고, 최고 존재를 향한 목적이다.
9) 영혼은 정신적 실체이면서 운동과 생명의 원리로서 이데아와 감각적인 것 사이의 중간에 위치하여 양자를 엮어주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주체의 의지에 달려있다.
10) 인간은 자족적인 존재가 아니므로 자연법에 근거하여 공동체를 영위하는데, 국가 운용 원리로는 법치가 최우선이며, 이상적 통치자는 권력자가 아니라 책임자이다.
11) 신은 자기운동의 원천인 '부동의 원동자'이고, 전제들을 모아 무전제로 올라가는 방법을 통해 이성적인 진리로 증명되며, 지혜를 갖춘 윤리적 삶의 토대로서 요청된다.
12) 아리스토텔레스는 유와 종차로 개념을 정의하는데, 정의란 개념들을 분류하는 일이며, 두 개의 개념이 연결될 때 판단이 생기고, 판단은 속성의 유무를 인식하는 힘이다.
13) 삼단논법은 단순히 명제들의 논리적인 연관을 표현한 개념 규정이 아니라, 보편자를 통해서 개별자가 규정된다는 변증법적 관여의 사상을 증명한 형이상학의 부분이다.
14) 모든 인식은 지각에서 시작하지만 감각적 인식은 물리적인 원인(질료인)일 뿐, Nous를 움직이게 하는 작용원인(능동원인)이 아니며, 보편적 본질이 '앞서 있다.'
15) 보편 개념은 사물들 안에 있는 논리적인 것이지 존재론적인 것은 아니며, 사물 안에 없으므로 사물(의 운동)을 설명하지 못하고, 이데아들의 무한 소급이 발생한다.
16) 플라톤의 형상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세계 안으로 들어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것으로 실현되며, 시공간 안에 실재하면서 개별자에게 실질적인 보편성을 부여한다.
17) 형상과 질료의 결합은 가능태와 현실태의 관계로 유비되는데, 운동(생성)이 바로 가능태를 현실화시키는 힘이며, 양자 사이에 목적성이 개입하면 인과 원리가 된다.
18) 신은 '부동의 원동자'이자 존재 자체이며, 아무런 가능태를 포함하지 않은 현실태이고, 비물질적, 비공간적이고, 무시간속의 영원으로서 생성과 변화가 없는 완전함이다.
19) 행복은 선의 원리를 일생동안 실현하는 것으로, 순수한 지적 직관인 이론 이성과 사려와 중용에 기댄 실천 이성의 활동을 바탕으로 본성적 올바름인 덕을 활용한다.
20) 국가는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법적 정당화를 거쳐 확장한 공동체로서 윤리적으로 완성된 인격의 실현태이며, 부분과 전체의 관계는 중용의 덕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3장 헬레니즘과 로마제정시대의 철학
1) 분과학문의 발달은 철학을 논리학, 윤리학, 형이상학으로 제한하였고, 사회적 혼란은 구원과 행복을 제일원리로 격상시켰고, 기독교는 철학을 하위 학문으로 흡수한다.
2) 스토아학파는 감각론과 소박한 실재론을 펼쳤는데, 인식이란 빈 칠판에 감각이 제공하는 내용의 채움이며, 우리가 인식한 표상들은 동의를 통해 명증한 것이 된다.
3) 스토아학파는 논리학에서 말과 사물의 일치를 탐구하고, 자연학에서 유물론과 범신론을 주장하고, 윤리학에서 표상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얻으라고 말한다.
4) 인간의 보편 이성에 대한 신뢰는 자연법 사상을 잉태하고 휴머니즘에 기반한 현실적 조치들을 이끌어냈으며, 행복의 근원을 쾌락이 아니라 법칙과 이성적 절제로 본다.
5) 스토아의 이상적 인간상인 현인은 올바름과 자유를 체현한 사람인데, 그의 자유는 세계이성이 주관하는 운명의 필연성과 충돌하여 희망이 꺼진 체념과 위로에 빠진다.
6) 에피쿠로스학파는 물체와 공간의 두 요소로 모든 존재를 설명하고, 모든 생성을 원자의 짝짓기로 보는데 이것은 원자의 비스듬한 운동이라는 우연이 유발한 것이다.
7) 우연은 인과의 연쇄를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게 해주고, 좋음의 근거인 주관적인 (평정의) 쾌락을 누리게 하며, 실천적인 사려에서 빚은 우정의 교감을 중시한다.
8) 격앙된 종교적 시대정신과 맞물려 그리스 철학에 내재해 있던 경건주의가 신피타고라스주의를 거쳐 신플라톤주의로 부흥하고 필론에 이르러 유대교 전통과 결합한다.
9) 필론은 신과 세계 사이의 중개자로 로고스 개념을 쓰는데, 로고스는 언어처럼 감각과 정신의 중간자이면서 유동적이므로, 인간은 로고스를 통해 신과 합일할 수 있다.
10) 플로티노스 역시 초감각(一者)과 감각적인 것(多)의 간극을 메우려 했으며, 일자가 스스로를 '유출'하여 생성하는 정신(Nous), 영혼, 자연, 물질이 세계를 구성한다.
11) 인간의 궁극 목표는 신적인 힘을 영혼 안에 전개시켜, 정화와 조명을 거쳐 일치에 이르는 것인데, 일치 역시 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신 닮은 것, 원본의 모상일 뿐이다.
2편 중세철학
중세철학은 로고스와 신앙이 결속된 시대의 물음이지만, 고대철학의 근본 주제들을 다루면서 객관성, 엄격성, 건전성을 견지하였고 '변혁보다는 보전'에 방점을 두어 근세 이행기 역할을 모범적으로 수행하였다.
1장 교부철학
1) 교부들은 대체로 철학을 신의 섭리에 의해 주어진 선물로 인식하고, 부당하게 사용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하면서 앎과 믿음을 상호 전제로 삼았다.
2) 공통 감각은 신 존재를 증명하고, 부정 판단은 신의 본질을 드러내고, 창조는 무에서 나온 신의 의지이고, 로고스는 중간자이자 세계에 선재하고 있던 진리의 씨앗이다.
3) 아우구스티누스는 절대 진리의 가능성을 추구하면서 의식의 진리를 데카르트에 앞서 발견하였고 감각 경험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사실과 이성의 진리를 구별하였다.
4) 진리의 근원은 단지 타고난 관념이 아니라 신의 조명을 받아들이는 정신 안의 신의 정신이며, 인간은 이 능동적 이성을 발휘하여 원형을 모사한 진리 닮은 것을 인식한다.
5) 이데아들이 신의 정신 안으로 들어오면서 하나의 근거로 통합되고, 세계는 신의 실질이 반영된 신의 모상이므로, 범신론에 빠지지 않고 신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6) 유출설을 받아들이면 유한한 것과 변화하는 것이 신의 본성에 속하게 되므로, 신의 창조는 무에서 비롯하며, 세계 창조 과정의 요소는 질료, 시간, 영원한 형상이다.
7) 영혼은 자아의 실재성과, 자존성, 지속성을 통해 실체로 인정할 수 있고 공간적인 연장이 없으므로 비물질적이며, 정신이 영원한 진리와 결합한 이상 영혼은 불멸한다.
8) 윤리적 선은 신의 지혜와 의지를 따르는 심정에서 발원하며, 자의적인 감정의 발로가 아니라 올바름의 지향성이 있어서 인식과 사랑이, 정서와 이성이 함께 작동한다.
9) 보에티우스는 자유 의지를 긍정하는데, 인간의 자유로운 행위와 신의 섭리가 충돌하지 않는 것은, 신이 영원에 있어서 인간의 미래가 모두 신에게 현재이기 때문이다.
2장 스콜라 철학
중세 변증론(논리학) 수업은 강의와 토론으로 구성되어, 수많은 주해서를 낳았고 대전서(summa)와 토론문제집의 간행을 촉진하였으며, 이러한 사유 전체를 가리키는 스콜라학은 권위와 이성을 함께 고려하였다.
1) 안셀무스의 신존재 증명은 '불완전한 존재는 완전한 존재를 전제한다'에서 나오고, 아벨라르두스는 보편개념이란 속성들만을 접한 채 사물의 본질을 해석하려는 개별자들의 주관적인 의미내용이라고 주장한다.
2) 신비주의의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두스는 지성보다 겸손을 참된 철학의 요소로 꼽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consideratio), 참된 것을 파악하는 관상(contemplatio), 신 안에 녹아드는 탈아(Ekstase)를 말한다.
3) 13세기 파리는 관여 사상이 유출을 거쳐 창조사상으로 환원되는 것을 막고 신과 세계의 유비관계를 강조한 반면, 옥스포드 학파는 자연 과학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자연(빛)을 수학적, 양적인 방법으로 대했다.
4) 아우구스티누스의 전통을 이어받은 프란시스코 학파는 이성에 대한 의지의 우위와 창조되지 않은 빛의 조명, 세계창조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철학이 일종의 그리스도교 철학으로 연계된다고 말한다.
5) 토마스 아퀴나스는 앎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과 철학의 독자성을 인정하고, 참된 인식에 이르는 과정에서 물질과 감각의 역할을 긍정했으며, 보편적인 수학을 거쳐 순수 관념인 형이상학에 들어선다고 말한다.
6) 인식은 개념을 결합하거나 분리하는 '판단'에서 비롯하며, 사고와 존재가 일치된 상태로서, 감각 대상을 파악하는 것은 그 사물에 내재한 존재론적 진리를 받아들이는 일이며, 물 자체를 관조하는 상태이다.
7) 존재는 정신이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으로서 인식 주관의 자의성과는 상관이 없으며,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형상과 질료의 결합체이고, 세계와 사물에 '앞서' 있어서 '유출'의 형태로 관여하고 있다.
8) 제이실체는 단순한 보편 개념이 아니라 '본성적으로 앞선 것'이며, 규정되는 것으로서의 질료와 규정하는 것으로서의 형상의 결합은 가능태와 현실태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신은 가장 앞선 순수현실태이다.
9) 신은 스스로 움직이는 자이고, 스스로 원인이 되고, 우연적 존재자를 존재하게 하는 필연적 존재자이고, 최고의 완전함으로 정도의 증감의 전제가 되고, 세계의 질서와 합목적성을 설명하는 최고 지성의 존재다.
10) 인식은 감각적인 지각으로 감각상을 포착한 후에, 능동이성으로 보편자를 조명하고, 가능이성에 인상이 찍히듯이 진리가 새겨지면, 다시 가능이성이 인상들을 실재하는 대상들에게 지향시킴으로써 성립한다.
11) 인간은 본성적으로 다양한 힘(충동)을 갖고 있으므로 올바름으로 인도하는 법률이 필요하며, 이 법은 원리의 직관과 양심으로 파악한 윤리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연법칙, 나아가 신적 영원법을 모방한 것이다.
12) 에크하르트는 형이상학적 존재가 현실이요, 생명이며, 실존이라는 사실을 체득하여 신 안에서 살아갔으며, 단순히 실재 세계와의 대립관계 혹은 별개의 배후의 세계로 보는 관점을 탈피하여 양자를 융합했다.
13) 오컴은 감각 경험을 순수한 능동인으로 간주하고, 추상작용을 거쳐 보편 개념들을 형성하였으니, 보편자는 더 이상 존재론적 의미가 없는 기호와 의미내용으로 사물의 내적인 본성을 그대로 나타내지 못한다.
14) 쿠자누스의 '무지의 지'는 스스로의 무지를 자각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사물의 본질(진리)은 알 수 없지만 본질에 '대해서는' 알 수 있듯이 앎 속에 보류와 소유의 모순을 담고 애쓰면서 서서히 다가서는 것이다.
15) '대립의 일치'는 일자에서 모든 것이 나오고 무한함 속에서 多의 대립이 해소되며, 정신의 근원인 이성에서 모든 내용이 나온다는, 一과 多의 문제를 나눔과 모음으로 설명하는 플라톤의 변증법과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