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부터의 수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9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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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분은 나한테 화를 내고 고함을 지르면서 두 발을 쾅쾅 구를 것이다, 나도 잘 안다. "당신 자신의 얘기만, 당신의 비참한 지하 생활 얘기만 할 것이지, 감히 우리 모두라고 둘러대진 말라."라면서. 죄송하지만, 여러분, 이 모두란 말로 변명을 하려는 건 아니다. 나 자신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실상 여러분이 감히 절반도 밀고 나가지 못한 것을 내 삶에서 극단까지 밀고 나갔을 뿐인데, 여러분은 자신의 비겁함을 분별이라 생각하고 이로써 스스로 기만하면서까지 위안을 얻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여러분보다는 훨씬 더 '생기로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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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모두를 점령한 히끄무레한 변덕과 휘황찬란한 망상의 왈츠, 듣는 이 없는 허공에 쏟아내는 수다와 그 아래 깔리는 엄혹한 현실의 허기, 외면으로 점철된 타인의 냉소를 구멍 난 자존심에 담아 물처럼 들이키는 수치심까지,

없는 것 없는 이 사람.
내 안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찌질한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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