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집합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교집합이 생겼다는 말이다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지 않던 공간의 출몰
그곳은 인연의 해류가 만나는 지중해
한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生이 포개진다
그 안에 있으면,
生이 지구만큼 둥글다
닿을 수 없을만큼 넓다
그러나, 교집합은
본래는 없던 자리, 빙산의 일각
우리는 교집합으로가 아니라
교집합이 아닌 生에 매인 존재
한발자국 물러설 때마다
교집합은 옅어지고, 얇아지고,
지워진다
본래 존재하지 않던 그 곳
교집합은 이해로 물들었다가
오해로 물러서는 자리,
배가 가른 물살의 흔적으로 남는 자리
빠질 수 없을만큼 좁다
빙산의 나머지 부분은
사실은,
바다 그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