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철학사 - 하 - 근세와 현대 서양 철학사 - 상
요한네스 힐쉬베르거 지음, 강성위 옮김 / 이문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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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편 근세철학
근세는 의식과 세계관의 분열이 가속화되어 수많은 답변들이 혼란과 회의를 부추겼지만, 전체로서의 철학은 서로의 보완 속에 여전히 진리로 나아가는 의지의 표현이다.

1장 르네상스의 철학
1) 르네상스는 본질적으로 위대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간이라는 사상을 바탕으로 고대를 소환하면서 대립과 종합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해석하였다.
2) 세계의 배후에 있는 신비로움에 대한 동경은 르네상스의 또 다른 특징인데, 부분과 전체의 유기적 동일성, 합리성을 배제하고 상징과 비근거를 중시한 신지학 등이 있다.
3) 양적•기계적 자연관은 관찰과 실험의 귀납법을 정립하고, 실체를 기능으로, 형상을 법칙으로 전환하였으며, 질량 혹은 힘의 양을 기초범주로 하는 동역학을 발견하였다.
4) 마키아벨리는 사회의 역학 관계를 양적•기계적 방식으로 파악하여 이상적인 모습이 아닌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을 적극적으로 제어하는 권력의 속성을 밝혀냈다.
5) 그로티우스는 국가의 최고권력이 국민에게 있지만, 이것을 자연인이나 법인인 통치자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정부를 제거하는 식의 적극적 저항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6) 르네상스기의 '무지'는 더 이상 신의 진리에 대한 겸손이 아니라 참된 앎의 인식을 부정하는 회의주의의 표현이며, 지성보다 세계 탐구의 의지를 중시하였다(몽테뉴).
7)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을 간직하고 쿠사누스를 거쳐 칸트와 독일관념론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한 것은 16c 신스콜라철학과 17c의 학원형이상학이다.

2장 17,18세기의 여러 체계들
1) 경험론은 단순히 사실적인 것에 주목하면서 근세의 철학적 혁명을 가져왔고, 합리론은 필연적인 것에 주목하여, 제일철학의 근본문제인 영역 존재론 탐구에 매진했다.
2) 데카르트는 철학을 수학이나 기하학과 같은 명석판명한 체계로 구축하려 했고, 순수하고 단순한 근본 원리(생각하는 자아)를 (본질)직관을 이용해 파악하고자 하였다.
3) 그는 본유관념 같은 존재론적 절대 진리를 확신했다는 점에서는 고대인이지만, 객체에 앞선 주체의 강조와 의식의 회의 같은 인식론 탐구라는 점에서는 근세인이었다.
4) 불완전함은 완전함을 전제로 하고, 기본적인 속성이 우연적인 양태에 앞서듯이 원인은 결과보다 실재적이며, 관념으로 파악한 것은 실재한다는 신존재 증명을 펼친다.
5) 기하학적 기계론은 물체의 운동을 수학적인 경계선의 이동으로 설명하지만, 영혼과 신체 및 정신의 상호작용이 단독적 실체개념과 부딪히는 모순을 극복하지 못했다.
6) 스피노자에게 순수 이성의 앎이란 무시간적, 본질적이며, 존재를 직관으로 파악하는 힘으로, 정의에서 출발하여 공리를 세우고 정리하는 기하학적 방법으로 증명한다.
7) 하나와 여럿은 실체와 실체의 양상 혹은 속성이므로 기하학적 인과 질서에 묶인 필연적인 존재의 사슬 관계이며, 목적성 없이 맞물려 있는 진정한 동일성의 일원론이다.
8) 라이프니츠의 '단자'는 연장이 없고 나눌 수 없는 독립적 실체로서, 의식적인 표상을 가진 존재자에게만 쓰이는 영혼 개념을 확장하여 무의식적 표상까지 포괄한다.
9) '단자'는 스피노자의 실체와 유사하게 근원적이고 독자적이지만, 다수는 실체의 표상이 아니라 참된 실체로서, 각각의 단자들은 서로 다름의 개별성을 간직하고 있다.
10) 홉스는 형이상학을 배제하고 '물체의 작용과 현상을 합리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철학이라고 보고, 철저한 유물론과 현상과 이름의 자의적 결합인 유명론을 주장한다.
11) 로크는 인간이 백지상태로 태어나서 관념마저도 경험으로 배우는데, 복합관념은 단순관념의 결합일 뿐이고, 보편관념은 추상작용으로 구성한 이름이라고 말한다.
12) 로크에는 직관과 논증을 통한 진리 인식의 긍정성이라는 실재론과, 감각적인 인식들의 조합인 자연 법칙의 개연성이 혼재되어 인식론의 과도기적 양상을 보여준다.
13) 흄은 순수한 사실성의 세계에 정착하여 경험은 시•공간의 접촉에 바탕한 관념의 연합이며, 심리적인 중력의 법칙에 불과한 하나의 신념이라는 회의주의를 천명한다.
14) 초월적인 진리를 기반으로 하는 경이로운 신적 존재의 그늘에서 벗어나, 권력과 자연적인 욕구를 찬미하고, 집단적 공리와 이기주의를 정의(正義)로 정의(定義)한다.
15) 계몽주의는 기계적 세계관과 과학의 필연적인 합법칙성을 진보의 의지에 실어 대중에게 전파하려는 열망이자, 이성의 빛을 받은 이상적인 인간의 실현을 갈구했다.
16) 홉스나 로크의 자연상태가 분쟁지대인 것과 달리 루소의 자연상태는 이상적인 인간들이 모인 이상적인 사회를 말하며, 계몽주의의 낙관적 이성주의에 반기를 들었다.
17) 계몽주의는 절대적 상대주의를 견지하면서 이성의 무한성을 긍정했지만, 무한한 낙관주의가 뻗어나간 자리는 고전적 형이상학이 사라진, 진리가 비어있는 자리였다.

3장 칸트와 독일관념론
1) 비판철학 이전의 칸트는 뉴턴의 자연과학적 방법론과 라이프니츠의 계몽주의, 루소의 감성철학을 받아들여 전통적인 형이상학적 물음들에 대한 답을 시도하고 있다.
2) 흄을 만나 독단의 잠에서 깨어난 칸트는 형이상학적 물음들, 즉 필연적인 인과관계를 거부하고 인간 이성의 기초와 한계를 규정하고자 했으며 3대 비판서를 집필한다.
3) 순수이성비판은 선천적인 종합판단의 가능성을 검증하여, 학문이 신념에 불과하다는 흄의 회의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이며, 순수수학과 물리학에서 근거를 찾는다.
4) 칸트는 선험적인 인식을 형식(형상)이라고, 여기에 들어맞는 질료를 감각들로 칭하는데, 우리의 정신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감각을 선천적인 형식으로 가공, 분류한다.
5) 공간과 시간은 추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존재와 세계를 직관하기 위한 전제이며, 개별적인 관념들이고, 자체 안에 여러 공간과 시간을 내포한 선험적 형식이다.
6) (감각적인) 직관과 (추상적인) 개념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것은 판단 형식에서 이끌어낸 범주들이며, 객관 대상은 인식주체의 선험적인 주관 형식들 안에서야 종합된다.
7) 이념은 경험의 가능성을 넘어서 이해된 개념(Begriff)이자 인식 주관 속에서 최고로 가능한 통일성인 이성의 추론 활동으로, 다가서지만 도달할 수는 없는 경험 전체다.
8) 이념은 전통형이상학에서 존재자들 중의 존재자였지만 이제는 막연하게 실재 위에 떠돌면서, 일종의 발견을 해내는 의심스러운 주관적인 의식의 내용으로 격하된다.
9) 도덕법칙은 경험에 의존하지 않은 순수이성의 당위(Sollen)로서 '주어진 것'이고, 인과적인 현상 세계를 벗어나서 당위의 전제로 주어지는 선천적인 자유에 기반한다.
10) '판단력 비판'은 감성계의 자연개념과 초감성계의 자유개념을 통합하기 위해 합목적성의 이념을 제시하지만, 현상계의 인과성과 '그런 것 같음'의 분리는 여전하다.
11) 피히테는 인간의 내적 가능성을 무한 긍정하여 <나>를 세계존재 전체의 근원으로 삼고, 칸트를 얽어맨 경험론을 제거하여 '자기의식'의 절대적인 관념론을 주장한다.
12) 쉘링은 <나>와 독립해 있는 객관적인 정신, 곧 자연세계를 강조했는데, 정신과 자연, 주관과 객관, 실재와 관념은 동일하며 본질은 하나라는 동일철학을 주장한다.
13) 낭만주의자들은 신의 의지를 선과 악의 분열로 보고, 순수이성과 경험주의에 반대하는 비물질적인 앎과 믿음의 통일, 원초적 인간의 회복과 종교적 사명을 강조한다.
14) 헤겔의 로고스는 언제나 있고, 만물을 창조하면서 만물 자체이고, 스스로를 인식하는 절대적인 세계정신으로서, 신과 세계의 본질적인 차이인 초월사상이 사라진다.
15) 절대자는 본질적으로 결과이며, 마지막에 가서야 본래 있던 그대로의 것이 되는데, 이 과정은 대상들간의 대립이 전체 안의 계기라는 변증법적 통합으로 진행된다.
16) 논리학은 <자체로서 스스로를 위해>(An-und-für-sich), 자연철학은 <달리 있음>(他在, Anderssein), 정신철학은 <자신에게 있는>(Bei-sich-Sein)을 다룬다.
17) 국가는 객관적 정신이 변증법적 과정을 거쳐 자신에게 되돌아 온 법률•도덕의 체현이자 유기적인 종합체로서, 이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실현 가능한 상태이다.

2편 현대철학
1장 19세기에서 20세기로
1) 쇼펜하우어는 칸트의 주관적 현상과 '사물 그 자체'의 구분을 받아들였지만, 세계 자체와 만날 수 있는 힘이자 현상 세계의 본질인 맹목적, 무목적적인 의지를 말한다.
2) 의지는 개별화의 욕망으로 인해 전체와 대결하지만, 거기서 비롯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하고, 그것은 예술과 동정의 윤리를 통해 가능하다.
3) 포이어바흐는 헤겔의 관념론에서 감각을 구해내어 모든 실체의 본질로 자리매김하고, 기도의 자리에 노동을, 종교의 자리에 정치를 집어넣어 국가주의를 강화한다.
4) 마르크스는 선대 유물론이 세계의 완전성을 받아들여 해석하기만 하는 태도를 지적하고, 급진적이고 실천적인 혁명의 수단으로서 철학을 전유한 역사 유물론을 편다.
5) 마르크스의 사회주의는 인간의 완성과 즐거운 노동을 주장한 프랑스 계몽주의에 헤겔의 사변을 덧붙인 것이며, 구체적인 대안 없이 이상사회를 약속하는 한계가 있다.
6) 키에르케고르의 <나>는 보편자의 계기에서 벗어나 실존적인 결단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며, 세계는 비논리적이라는 불안을 안고 비약을 감행하는 자유로운 존재이다.
7) 신은 시간(생성) 속에서 역설로만 존재하고, 유화와 위안이 아니라 고통과 절망의 끝에 서 있는 타자이므로, 인간은 무한한 내적 정열로 불확실한 선택을 감행해야 한다.
8) 니체는 삶을 '(총체적인) 권력에의 의지'로 규정하면서 기존의 관념적, 행복주의적인 노예의 도덕을 뒤집어엎고(르쌍티망), 당위의 자리에 운명에 대한 사랑을 놓는다.
9) 운명과 자유는 필연적이면서, 영겁 회귀하는 세계의 의지 아래에서 창조와 파괴를 반복하는데, 새로운 가치를 실현할 초인은 신과 무(無)를 이겨내고 오고, 오지 않는다.
10) 실증주의는 인류의 정신사를 페티시즘에서 다신교와 일신교로 나아가는 신화•신학적 시기와 형이상학적 허구의 시기와 직접적인 실재를 다루는 실증 시기로 나눈다.
11) 프라그마티즘은 인간의 행위의 목적에 맞춰진, 그래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을 참된 것으로 보며, 종교와 예술은 이상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유용한 허구들이다.
12) 귀납 형이상학은 경험을 더 광범위하게 적용하여, 인식의 결정적인 근원이라고 보며, 가설적인 성격밖에 갖지 못하지만 자연과학 시대에 형이상학을 존속하게 했다.

2장 20세기의 철학
1) 베르그송은 현상주의의 도식적이고 기계적인 필연성을 거부하고, 시간의 체험은 각자에게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개념은 일회적, 직관적으로만 드러난다고 말한다.
2) 의식은 지성만이 아니라 충동을 포함한 '삶의 약동'이며, 이것이 모든 존재의 정수이고, 도덕 역시 관습적인 경험의 축적이 아니라 사랑이 발현한 초지성적 산물이다.
3) 딜타이의 정신과학은 역사 안의 인간의 삶을 다루며, 헤겔이 단독자의 지양과 절대자를 말한 것과 달리, 그는 개별자의 다양성과 상대주의적•일회적인 삶을 탐구한다.
4) 훗설은 모든 주관화에 반대하여 논리적 구성요소의 객관성을 긍정하고 경험론의 심리주의를 거부했지만,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본질직관'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이다.
5) 하르트만은 인식에 앞서고, 독립해 있는 어떤 것을 파악하려는 인식의 형이상학을 전개하는데, 그의 주제는 보편형상이 아니라 현상으로 주어져 있는 실재의 분석이다.
6) 하이데거는 '존재자'에 앞서 '존재 자체'가 있고, 존재자는 '자기를 벗어나 존재 안에 있는 것'이며, 존재가 드러나는 지점은 인간이 아닌 인간의 사고와 언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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