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분위기 잡고,,,

군용점퍼라 하면...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당시 3학년이었던 아는 선배가 멋진 군용점퍼를 입고 있었거든요.
당시의 미국 공군이라 했던가, 해병대라 했던가 암튼 그런 사람들이 입을 짙은 청색(Navy Blue?) 점퍼였어요. 물론 리플리카.
넘 멋지다 생각해서 나도 꼭 그걸 입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당시까지 나는, 옷은 엄마가 챙겨주신 것을 아무 생각없이 그냥 입었던 뿐이어서 패션에 관해서 자기 주장을 내 세워 본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그래서 어딜 가면 그 점퍼를 살 수 있는지, 그것이 얼마 쯤 하는 건지 알지도 못한 채(그 선배한테 물어 보면 되는데 선배가 무서워서 묻지도 못했어요.), 엄마한테서 3000엔(약 40000원?)만 받아 전철 타고 그 점퍼를 사러 갔지요.

여러 가게 헤메다가 겨우 그 점퍼를 발견했어요.
그런데 그 점퍼, 3000엔은 커녕 10000엔보다 훨씬 비싼 고급 점퍼였던 거에요.
모처럼 여기까지 왔는데 어찌 할까 망설이고 있더니, 좀 떨어진 곳에 비슷한 점퍼가 있는 걸 발견했어요.
값도 3000엔 이하.
가슴과 팔에 멋진 바펜은 없었고 모양도 내 기억과는 좀 달랐지만, 색도 비슷하고 옷깃도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그걸 구입해서 돌아 왔지요.
그 날 이후 기뻐서 그 점퍼를 매일과 같이 입었어요.

그런데 며칠 후 형이 나의 점퍼를 보고 말하는 겁니다.
"너, 그 점퍼 '도카잔'이잖아. 너 정말 웃겨. ^ㅇ^"

... 그렇습니다.
내가 구입한 점퍼는 군용점퍼가 아니라 노가다 아저씨들이 겨울절의 토목 공사장에서 흔히 입는 "도카잔(= 도카타(노가다) 점퍼)"이었던 거에요.(이걸 우리말로 뭐라고 하나요?)
사실 군용점퍼라 하기에는 길이가 엉덩이를 완전히 감출 정도로 길어서 뭔가 다르다고는 생각했어요.
이렇듯 당시 나에게는 패션 센스가 영 없었던 거지요.(지금도 별로 없지만.)
그날 이후 그 점퍼는 장롱에서 기나긴 "동면"을 하기 시작했어요. T^T

이 이야기는 후일담이 있습니다. 
그 점퍼가 활약할 기회가 1년 후에 왔던 겁니다.
중학교 2한년 겨울부터 새벽에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하였던데, 약 1년간 장롱에서 잠자던 "도카잔"이, 추위를 견뎌내는데 없어서는 안될 믿음직스러운 존재로 되었던 거에요.
신문배달에 무슨 패션이 필요하겠어요?

... 벌써 32년이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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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10-30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노가다'는 거의 한국말이 되었습니다.물론 '막노동'이라고 고쳐 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방송에서 아나운서나 진행자들이나 그렇게 말하고 일상생활에선 그냥 '노가다'라고 하지요.도카잔의 우리말 번역은 글쎄요...

ChinPei 2010-10-31 23:50   좋아요 0 | URL
일제 36년 사이에 많은 일본어가 우리나라에 침투했네요.
저도 그런 일본어를 우리말로 거쳐 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일상생활에 이제 "외래어"라는 감각 없이 침투한 걸 이제 어쩔 수도 없네요.

라로 2010-10-31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 정말 웃겨."라니,,,ㅎㅎㅎㅎ
정말 웃겨요!! 남자들은 그러고보면 눈썰미가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ㅋㅋㅋ
친페이님도 외모나 그런거 별로 신경 안쓰시는 분이군요~.
그런데 1년동안 장롱에 있던 점퍼가 훌륭한 임무를 수행했다니 짝짝짝이에요~~~~.^^
신물배달을 하셨군요~~. 그거 하려면 무지 일찍 일어나야 하죠??
여긴 요즘 아줌마들이 신문배달을 하는 것 같아요..
저희가 수영가려고 나갈 때 신문배달 아주머니가 아주 빠른 속도로 다다다 돌리고 내려가시더군요...그런 분들을 보면 숙연한 마음이 들어요~~~.
저도 저희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 신문배달이라도 해서 자립심을 길렀으면 좋겠어요~~~.하지만 강요 할 수는 없는 거죠??

ChinPei 2010-10-31 23:55   좋아요 0 | URL
신문 배달 했을 적엔 아침 4시에 일어났어요.
그래도 가끔 늦잠을 잘 때도 있는데 그러 땐 아침 4시반에 전화가 왔어요. ^^;;
"야! 너 일어나지 못해!?"
아드님의 자립성을 위해... 신문배달은 권하지 않아요.
넘 힘들거든요.
새벽에 일어난다고 밤 일찍 잘 수 있는 건 아니어서요.
결국 수면 부족 상태로 됩니다.

라로 2010-11-01 13:16   좋아요 0 | URL
4시요!! 와 정말 일찍 일어나야 하는 군요~~~.
그렇지만 그 경험이 님께 분명 좋은 영향을 줬을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신문을 잘 안보는지라
그것도 쉬운 직업은 아니에요,,
저는 요즘 딸아이에게 영어 가르치는 일을 시키고 있어요..
시간당 너무 적게 주지만 아이가 독립심을 키우고 또 가르치면서 배울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해요..
아들녀석에게도 그런 좋은 기회가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11월이 되었어요!!
오늘 여기 날씨는 아주 따뜻하네요..
새로운 각오랄 것도 없지만 즐거운 일이 많이 일어나는 11월이 되시길 바랍니다.

ChinPei 2010-11-01 19:26   좋아요 0 | URL
네, 그래요.
일을 하고 그 대가로 돈을 얻게 된다는 건 돈의 가치를 깨닫는데 그 보다 좋은 일은 없지요.
오늘은 일본도 좀 따뜻하네요. 그러나 올해 겨울은 몹시 춥다 하네요.
나비님도 몸 건강 잘 챙기시고 즐거운 한달이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