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쉬님이 올려주신 Ben Folds의 노래를 듣는데 가슴이 왜 이렇게 두근거리는 걸까? 그 노래, 가사며, 분위기며,,,다 좋다. 못 들어 보신 분들은 애쉬님의 서재에 가셔서 꼬옥 들어보시길..blog.aladin.co.kr/ash/4225125#C1966765
아침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사연을 들으면서 떠오른 추억의 순간들 때문일까? 아니면 음악 때문일까?
일단 생각나는 다른 노래를 먼저 올려보고.
Gustavo Santaolalla - The Wings
오늘의 사물은 [점퍼]였다.
처음 아나운서가 들려주는 점퍼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떠올린 건
사실 점퍼가 아니라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보고 읽었던 셔츠에 대한 한 장면,
셔츠가 어쩐지 묵직했다. 그때 에니스는 잭의 셔츠 안에 셔츠가 하나 더 있음을 알았다. 잭의 소매 안에 조심스레 끼워져 있던 또 다른 소매는 에니스의 체크무늬 셔츠였다. 오래전에 빌어먹을 어느 세탁소에서 잃어버렸겠거니 생각했던, 주머니는 뜯겨 나가고 단추는 떨어진 더러운 셔츠. 잭의 셔츠와 그가 몰래 가져가 여기 그 셔츠 안에 숨겨둔 에니스의 셔츠가 두 겹의 피부처럼 한 쌍으로, 한 셔츠가 다른 셔츠 속에 안긴 채 둘이 하나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옷에 얼굴을 누르고 입과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연기와 산 깨꽃과 잭의 땀 냄새를 기대했으나, 잔존하는 냄새는 더 이상 없었다. 남은 것은 오로지 그 기억, 이제 손에 들고 있는 것 말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마음속의 브로크백 산뿐이었다.
- 애니 프루, [브로크백마운틴], 조동섭 옮김, media 2.0, p. 353-
영화로 봤을 떄도 히스 레져의 연기로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안타까움이. 흐느낌이 잘 느껴졌지만, 책을 통해서 에니스가 기대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가 받은 느낌이 잘 나와 있어서 감정이입이 더 잘 되었다.
그 장면이 생각나서, 에니스의 그 고통, 흔들림, 아니 무너짐,,,,그리고 히스 레져,,,운전을 하는데 안구에 습기가 차올라 비상등을 켜고 길옆에 주차를 했다.
그러고서 청취자들의 사연을 마저 듣고 있는데,
혼자 분위기에 빠져 있느라 제대로 듣지 못하고 '군용점퍼로 어깨를 덮어주던게 기억난다.'는 부분만 기억이 나는데, 나도 에니스처럼, 아니 에니스는 손에 들고 있는 셔츠라도 있지, 나는 오로지 기억만 남아 있는 군용점퍼에 대한 추억이 되살아나 아직도 추억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 같다.
첫 사랑은 짝사랑이었어서 혼자 좋아하다 말았는데 나중에 친구가 그 오빠도 나에게 호감이 있었다는 말을 해줘서 기분은 좋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속상한 그런 마음은 없고, 지금도 그냥 첫 사랑으로 존재 할 뿐 아무런 사심이 없다.
두 번째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나보다 한 살 많았던 사람인데 오빠라고 불렀다.
원래 잘 생긴 사람에게 약한 나는 첫눈에 그 사람을 보고 반했다. 뿅 간 거지 한 마디로..
둘이 함께 잘 살고 싶었으나 우리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는지 이제는 서로 다른 짝을 찾아서 잘살고 있다. 오빠도 아들 하나를 두었다는데,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아내되는 사람이 소아마비라는 소문이 있다. 암튼 어떤 사람이든 그 오빠와 결혼한 여자는 전생에 우주를 구한 사람일 것이다.
군용점퍼,,,,오빠는 겨울이 되면, 아니 지금처럼 날씨가 조금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항상(매일,ㅎㅎ) 군용 점퍼를 입고 다녔다. 처음 오빠를 봤을 때도 군용점퍼를 입고 있었는데 나는 오빠가 가난해서 그런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귀면서 알고 보니 S대학 교수의 아들이었고 누나들도 시집을 빵빵한 집으로 가서 동생이 군용점퍼를 입고 다니게 할 그럴 사람들은 아니었다.(군용점퍼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입고 다니다 보니 목이나 손목 주변은 거뭇하니 반질반질했고 땀과 다른 냄새가 섞인 묘한 냄새도 났다.
하루는 왜 맨날 군용점퍼만 입느냐고 구박을 했더니 "멋쟁이들은 군용점퍼를 입고 다는 거야."라는 말로 얼버무렸는데 오빠가 정말 멋을 부리고 다니기 위해서 그런 차림으로 다닌 건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의 이유 때문에 겨울엔 추우나 따뜻하나 군용점퍼를 걸치고 다녔을 거다.
우리 둘이 막 가까워 지기 시작했을 어느 겨울
포장마차에 가서 소주를(오빠는 소주 말고는 다른 술은 마시지 않았다,,) 마시는데
내가 추워 보였는지, 아니면 술을 마시느라 취기가 올라서 그랬는지
군둥내나는 군용 점퍼를 내 어깨에 씌워줬던....
지금도 가끔 겨울이면 군용 점퍼를 입고 다니는 젊은이를 보면 눈길이 머문다.
오빠는 여전히 겨울이면 그 군용 점퍼를 입고 다닐까????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겠다,,,인터뷰 가야 하는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