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이야기는 좀 더러운 내용이 있어서 불쾌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미리 양해하여 주시고, 그런 건 보기 싫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읽지 마십시오.
일주일전, 엉덩이에 부스럼이 생겼다.
원인은 피부암...... 이제 온몸에 번져 남은 생명은 6개월......
이건 농담이고. ^^
그저 직장에서 오랜 시간 앉은채 앞으로 구부려 컴퓨터 화면을 노려보면서 DEBUG작업을 한바람에 엉덩이에 부스럼이 생긴 거다.
(이런 부스럼을 우리말에서 어떻게 말하는지 모른다)
재작년부터 가끔 생겼다 나았다, 생겼다 나았다를 두달 사이클로 반복하면서 작년 겨울부턴 생기지 않게 되어, "이제 완전히 나았구나" 생각했던데 8개월만에 다시 나타났다.
"오랜만이에요"라고 인사는 안했지만.
40을 넘어서 체중이 늘었고 게다가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서 근육은 떨어지고.
야윈 나의 엉덩이가 나의 체중을 지탱하지 못하게 되었구나.
생긴 부위도 부위어서 병원에도 부끄러워서 쉽게 못 가고.
어깨결림, 목결림, 허리통증과 같은 직업병에다 엉덩이 부스럼.
나의 직업, 이놈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원망하는 건 이럴 때다.
어제 아침.
아내가 늦잠을 자는 나의 파자마를 벗겨 부스럼을 확인하면서,
"야, 훌륭한 암이 생겼네요. ^^ "
해서 칼칼 웃었다.
어린 딸이,
"암이 뭐에요?"
라고 묻는데, 8월에 만10살 되는 아들이 갑자기 울상이 되어,
"당장 병원에 가야 되!! 당장 병원에 가야 되!! "
외친다.
나는 희미한 의식속에서
"아, 얘가 이제 '암'이 뭔지 아는구나... 많이 컸구나... "
라고 생각하였다.
병원에 가면 금방 나아질거지만, 지금은 가려울 뿐이고 더 하루 지나면 그것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젊었을 적엔 남의 일이었던 "암"도 40을 넘어서부턴 "이웃에 있는 공포"가 되었다는 건 틀림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