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은 아니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입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한티재 하늘" 총 2권.

19세기말부터 20세기 전반까지의 경상도 안동지방의 백성들의 소박하고도 한많은 삶을 엮었어요. 
등장인물마다 깊은 사연이 있어 그들의 원한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 옵니다.
내가 이 소설을 가장 사랑하는 이유는, 주인공격인 이순이 일본에 건너가게 된 사정 때문입니다. 
재일교포인 나에겐, 비록 소설중의 이야기라고는 하나, 나의 할머니가 눈물 흘리면서 일본에 가지 않으면 안되었던 그 사실을 상기하기 때문입니다.
( 이 소설은 일본에서 태어나신 권정생선생님의 실화에 근거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소설을 내가 5번 읽었던데 그 때마다 흐르는 눈물을 어쩔 수없었어요.





일본의 국민소설가라고 불리우던 요시카와 에이지(고인)의 "新平家物語(싱 헤이케 모노가타리)" 총 16권.
이 소설 한국어로 번역되었는지 알수없습니다.
12세기 무렵 일본이 귀족중심의 사회로부터 무가(武家)중심의 사회로 전환해 가는 상황을 상세하게 엮어 놓았습니다.
등장인물은, 전반은 平淸盛(타이라노 키요모리)를 중심으로 하였고 후반은 源義經(미나모토노 요시쯔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지금까지 읽은 일본어 소설중에서 가장 풍경묘사가 아름답고,전쟁풍경도 왠지 품위가 높고 아름다우며, 또한 일본어 자체가  무엇보다도 아름답습니다.
될 수있으면 일본어 원문 소설을 읽을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江戶幕府(에도 막부)의 초대 장군인 德川家康(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파란만장의 일생을 그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매우 상세하게 펼쳐 놓았습니다.
일본의 이 시기, 즉 戰國時代(전국시대) 말기의 중요인물들이 기라성과 같이 등장합니다.
오다 노브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타케다 신겐, 우에스기 켄신, 다테 마사무네 등.
이 모든 등장인물들이 "대하소설"의 주인공격인 인물들이어서 이 시대의 주요사건, 전쟁은 이 시리즈 하나만으로 파악이 가능합니다.
특히 오다 노브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와 때로는 동맹자로, 때로는 적대관계로, 그리고 군주와 신하의 관계로 되어 가는 그 과정은, 그 이후 江戶幕府(에도 막부)가 안정하고 장기 권력으로 되기 위한 모든 원인을 보여 줍니다.


다만 이 소설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일본의 앞날을 위하여 혼란스러운 전국시대를 끝장내겠다고 마음먹은 그야말로 절세의 영웅, 보살과 같은 선인으로 표현하였지만 이는 아무래도 사실에 어긋났다고 해야겠습니다. 
무력과 무력이 충돌하는 이 시대에, 자신이 천하를 다스리겠다는 야망없이 순수 나라를 구원하고자 하는 그런 사상은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RINY 2010-07-15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하소설은 점점 읽기가 힘들어지지만, 관심이 생깁니다.

ChinPei 2010-07-15 14:01   좋아요 0 | URL
읽기는 힘들겠지만 읽어난 후의 만족감은 대단해요.
그러나 만족감과 동시에 상실감도 좀 느끼지만요. ^^

비로그인 2010-07-1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정생 선생님의 역사소설이라니, 그런 책이 있는 줄 몰랐군요!

반갑습니다. ChinPei님, 안 그래도 지난 달에 교토에 다녀왔는데 진작 서로 알았으면 이것저것 여쭤보고 갈 걸 그랬네요. 일본 어디에 사시는지요?

ChinPei 2010-07-15 14:17   좋아요 0 | URL
Manchi님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나, 일본 나고야시의 근교에 살거든요. 내가 우리말이 서투러서 원하시는 걸 잘 전해 드릴 수있을지 모르지만, 여러가지 물어주시면 저도 기뻐요.

무해한모리군 2010-07-15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티재하늘은 읽다보면 참 한숨이 절로 났습니다.
그런 시절을 살아낸 분들에 대한 존경심도 생기고, 깨끗한 우리 말이 참 좋았던 소설로 기억됩니다.

ChinPei 2010-07-15 14:45   좋아요 0 | URL
고고씽휘모리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한티재하늘을 읽으면 지금 우리에게 튼튼한 나라가 있다는 걸 정말 행복하게 느껴져요. 물론 나라안에 많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노이에자이트 2010-07-15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이케 모노가타리는 70년대에 번역되었는데 지금은 구하기 어려워요.지금도 국내에서 잘 팔리는 요시카와 에이지 소설은 역시 <미야모토 무사시>.

야마오카 소하치 소설은 분량이 너무 많지요.저도 도쿠가와 이에야스 완독은 못했어요.후지와라 세이카와 강항의 우정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는 장면이 기억납니다.역시 압권은 아케치 미쓰히데에게 당하던 오다 노부나가의 최후! 번역자인 이진희 씨는 일본의 3대 전웅에 대해서 매체에 글도 쓰고 이 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7-15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정생과 이오덕의 우정도 유명하지요.두 분은 동물사랑이 유별나기도 했습니다.

ChinPei 2010-07-15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이트님.
네,요시카와 에이지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건 "미야모토 무사시"지요.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내용은 모르지만요.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역시 그가 정권쟁취를 확정한 "세키가하라 전투"가 가장 압권이라고 나는 생각해요. "나라의 안녕을 위해서"라는 명목 아래 그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웅대한 모략도 서슴없이 하기 시작해요. 메이지시대 이전의 일본에서 "세키가하라 전투"가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이었다는 걸 잘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7-16 16:24   좋아요 0 | URL
세키가하라 전투와 그 이후의 이야기를 해석하면서 야마오카 소하치는 이시다 미쓰나리와 고니시 유키나가를 다소 가혹하게 비판하던데...물론 도쿠가와를 띄우려다 보니 어쩔 수 없긴 합니다만...chinPei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ChinPei 2010-07-17 00:39   좋아요 0 | URL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선 이에야스를 나라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구세주"적인 인물로 표현하였지요.
이에야스가 "구세주"라면 이시다,고니시 그리고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은 "나라 문제엔 상관없이 개인적인 명성에 집착한 사람"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그 당시 일본에서 "나라(즉 통일국가)"라는 개념이 확립하고 있었던지 의문스럽습니다.
물론 이에야스는 히데요시가 죽은 이후 자신이 정권을 장악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것 역시 "자신(=도쿠가와)의 명성"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볼수있는지 없는지 매우 의문스러워요.
또 이에야스에 비해 이시다는 "힘"이 아닌 "정의,질서,규칙"등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고 확신한 점이 당시 사회 상황으로선 좀 관념적이고 비현실적이었다고도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한쪽이 "착한 사람"이고 한쪽이 "나쁜 사람"이라는 구분은 현대인의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세키가하라에 관해선 시바 료타로의 소설 "세키가하라 상.중.하(3권)"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보다 현실에 가까운 이에야스, 이시다의 모습을 볼 수있을 것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7-17 15:29   좋아요 0 | URL
예.몇년 전 시바 료타로의 것이 번역되어 나왔지요.제가 추천하는 작품은 유럽에도 잘 알려진 가톨릭 작가 엔도 슈샤쿠<숙적>입니다.고니시 유키나가가 가톨릭 교도이기도 하고 해서 고니시에게 동정적이지요.여기서 숙적이라 함은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를 이릅니다.세키가하라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볼 수 있지요.혹시 안 읽으셨으면 꼭~~~읽어보세요.분량도 많지 않고 박진감 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어요.

ChinPei 2010-07-17 15:34   좋아요 0 | URL
엔도 슈사크가 역사소설을 썼다는 건 몰랐어요. 라 하기보다 엔도 슈사크의 소설은 하나도 못 읽었어요. ^^
꼭 읽겠어요. 내가 참 "세키가하라 전투"에 관심이 많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