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 조개잡이를 갔다.
온 식구 난생 처음 경험이었다.

그런데 나의 기억 한구석에 희미한 영상이 남아있었다.
“난 조개잡이는 처음이 아니다.”
기저귀 채운 내가 아기용 갈퀴를 가지고 조개를 잡는다…
조개가 뭔지, 생물인지, 모래나 돌과 같은 것인지 모르면서 말이다.
형이 옆에 있다…
엄마가 저쪽에 있다…
셋째는 엄마 등에 있다…
막내는 없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가…
…착각일까.
다른 경험과 또 다른 경험이 결합해서 아무 상관없는 영상을 자기 기억속에 그려 놓았던 건가…

그런 건 둘짜 두기로 하자.
난생 처음이나 크게 다름이 없는 건 분명하니까.


조개잡이는 사람 인격이 드러나는 일이다(과장).

선화는 내가 반드시 일등 된다고 작은것이건 큰것이건 이미 조개가 빠져 나간 껍질이건 상관없이 물통안에 집어 놓고…





명섭은 조개를 잡는 건지, 바다속의 여러가지 생물을 발견하면서 노는 건지…



아내는 언제나 완전무장.
비용 대 이익 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하여간 지불한 몫이상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굳센 “투지”…



나는 이렇게 먼 바다까지 왔는데, 멋있는 가무락조개만 잡겠다고 크기, 생김새, 색깔까지 검투해서 물통안에 놓는다…
(즐겨야죠. ^^)

결과, 일등은 선화.



이등 아내
사실은 선화는 이등이었지만, 일등을 놓치면 “내가 졌다”고 시끄러우니까 아내가 져준다.
아내는 순위 따위 전혀 관심없다.
어쨌든 지불한 값만큼 거두었느냐 어떠냐가 문제일 뿐.

삼등 나.
그러나 내가 잡은 건 다 덩치 크고 색도 좋다.
맛은… 먹어봐야 알겠다.

꼴등은 언제나 명섭이.
명섭은 맏이라서 그런지 경쟁같은 건 안하고 자기 페이스로 언제나 어디서나 천천히, 천천히…




아기처럼 내가 업어주기를 기다립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라로 2010-06-26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재밌어요~.
둘째와 첫째의 성격이 잘 드러나네요,,,ㅎㅎㅎ옆지기님의 완전무장에서 넘어갑니다,,,절 보는것 같아요,,,,ㅎㅎㅎㅎㅎ

ChinPei 2010-06-26 13:45   좋아요 0 | URL
애 엄마가 햇볕에 타는 걸 절대 싫어해요. 탔다고 별로 아무렇지도 않은데....
첫째는 겁쟁이인데도 무사태평, 둘째는 상냥하면서도 말괄량이... 복잡하네요.^^

chika 2010-06-26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화어머님의 미모는 강한 햇살아래에서의 완전무장에서 나왔던건가요? ^^

근데 애들이 진짜 많이 컸어요 ^^

ChinPei 2010-06-26 14:28   좋아요 0 | URL
미모? 미모? 미모? ......................"미묘"한 말씀.

chika 2010-06-26 22:03   좋아요 0 | URL
어라, 美貌를 모르셔서 그러는거 아니죠? ;;;;
예전에 올리신 페이퍼에 사진이 있었잖아요. 그때 다들 이쁘다고 칭찬했었는데 '미묘'한 말이라뇨~ ^^

ChinPei 2010-06-27 00:09   좋아요 0 | URL
아내랑 10년 같이 있어요. 10년 같이 있으면 좋은 면, 좋지 못하는 면 다 보게 되죠. 그래서 얼굴이 어떻다, 저렇다는 건 둘째 문제, 셋째 문제가 되었어요.
실은 내 아내는 내가 알라딘에서 이렇게 서잿질 하는 건 몰라요. ^^
아시겠죠? 내 말.

BRINY 2010-06-2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째와 첫째의 타고난 성격 차이란 정말 있는 걸까요?

ChinPei 2010-06-26 13:48   좋아요 0 | URL
있어요. 정말 신기해요.
그런데, 명섭은 나의 나쁜 성격과 아내의 좋은 성격을 닮았고, 선화는 나의 좋은 성격과 아내의 나쁜 성격을 닮았다는 그런 인상이에요. 이것 역시 신기한 일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