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리스키 비즈니스 - 왜 보험시장은 실패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리란 아이나브.에이미 핑켈스타인.레이 피스먼 지음, 김재서 옮김 / 예미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 아주 중요한 주제를 다룬 책이다. 문제는 이번에도 번역! 읽다가 의미가 모호하거나 맥락과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 들면 어김없이 오역이다.


*** 정말 훌륭한 책이다. 아래 내용에 실망해서 구매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


일단 "선택적 시장"이라는 번역이 이상하다. 선택적(selective)이 아니라 선택(selection) 시장이다. 보험시장의 특성인 역선택(adverse selection)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가 결국 시장참여자들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전자책 26/286 부분을 보자. 

"보험사의 선택의 결과로 고객들을 불쾌하게 만들 보험상품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이건 오역이다. 저자들은 보험사의 선택에만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니다. 선택의 문제 때문에 보험사들이 이러저러한 행동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원서를 보면, Rather, selection can make insurers twist in contortions to design products with all kinds of unpleasant features—like a waiting period before you can use your new roadside towing plan, seemingly unjust limitations on what insurance pays for, or rigid limits on when you can and can’t make changes to your policy. 보험사의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선택적 시장에서 "선택"이 이런 현상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이후 나오는 번역문에서는 원문의 내용이 누락되어 있다. "seemingly unjust limitations on what insurance pays for"가 사라졌다.


전자책 27/286 부분을 보자.

"다이어트를 위해 프렌치프라이만 먹고 지낼 때"는 읽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다. 어떤 미친 인간이 (한국인이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보면 떠올리는 체중감량이라는 의미의) 다이어트를 위해 프렌치프라이를 먹을까? 원문을 보면, subsisting on a diet of French fries라고 되어 있다. (돈이 없어) 프렌치프라이로 연명한다는 뜻이다. 이건 부주의한 번역자와 더불어 실력없는 (또는 성의없는) 출판사 편집자 탓이다.


전자책 28/286 부분을 보자.

"이 웹 사이트에는 종이에서부터 진공청소기나 커피메이커까지 다양한 제품에 대해서 공급자의 리뷰가 올라와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소비자들이 상품을 리뷰하는 것은 봤어도 공급자의 리뷰를 다루는 사이트가 있다니? 아니나 다를까, 원문을 보면, We’ll let the New York Times’ Wirecutter—a provider of consumer product reviews for items ranging from sheets to vacuum cleaners to coffee makers—answer that one. 와이어커터와 소비자 상품 리뷰 제공 사이트라는 말이 버젓이 나와 있다. 웃기지도 않은 오역이다. 


여기에 오역이나 누락 문제를 더 적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페이지마다 문제가 하나씩 튀어나온다. 나는 영어 원서를 잘 읽는다. 하지만 한국인이기에 국문 번역서를 읽는 것이 몇 배는 빠르다. 그래서 번역서를 구입한다. 하지만 번역서를 읽다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원서를 찾아보는 일이 되풀이 된다면, 굳이 번역서를 왜 사야 할까.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나는 경제학 박사이자 경제학과 교수다. 경제학을 38년 동안 공부해 왔다. 하지만 경제학(재테크 관련 제외) 분야의 번역서를 볼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아니 우리나라 번역시장의 암담한 현실에 절망한다. 내가 20대였을 때보다 나아진 것이라고는 더 많은 번역서가 쏟아져 나온다는 것일 뿐, 번역의 질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이건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학생들에게 좋은 경제학 책이 나오면 적극 권한다. 그런데 오역과 누락이 페이지마다 튀어나오는 책을 어떻게 추천하고 선물할까? 가뜩이나 책 내용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학생들이 (문해력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아예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그냥 읽기를 포기하지 않을까?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차고 넘치는 듯하다. 하지만 그들이 전문적인 내용을 제대로 번역하고 있는가? 아니다. 통탄할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