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삶의 해부
테렌스 데 프레 지음, 차미례 옮김 / 서해문집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소련의 강제 노동소 굴락 등 인간이 만들어 논 생지옥을 살아서 돌아 온 사람들을 분석한 책이다.  

난 항상 왜 이런 책에만 관심을 쏟을까란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도대체 어째서 왜? 내가 수용소에 갇혔던가? 아니면 하다 못해 경찰서 유치장이라도 갇혔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난 왜 이런 책들에게 애정을 품고 읽고 또 읽는 것일까? 아무리 고심을 해도 답을 찾기가 너무나 어렵다. 

19살이란 나이에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말도 안 되는 IMF라는 직격탄 덕분에 취업도 되지 않고 미리 노숙자의 인생도 걸었고, 20살, 21살의 시절을 전철을 타고 대학을 간다는 말도 안 되는 시골 청년의 이상을 품고 재수, 삼수를 했었다. 그런 삶 속에서 처절하게 느낀 것은 뭔가에 갇혀서 산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만난 책들이 서경식의 프리모 레비에 대한 책들이었다. 공고라는 하나의 작은 수용소를 벗어나 더 큰 사회라는 수용소로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나에게 생존자들의 문학은 더할 나위 없는 큰 위안을 주는 책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왜 수용소 문학에 집착하는지에 대해 드디어 알아냈다! 

수용소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의 과제 그것은 '살아서 증언한다'였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정말 상상도 하기 힘든 처참한 지옥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의 힘은 바로 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두 눈 똑똑히 보고 반드시 기억해 그것을 증언해야 한다는 사명감이었다. 그것이 곧 자신들이 살아야 할 삶의 목적이기도 했다. 

그렇다. 살아 남아서 증언하는 것이다. 나 역시 지금의 삶들에 대해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고 혹은 내가 살아 있는 것에 대해 아무도 모를지라도 살아 남는 것이다. 그래서 증언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존자들의 모든 증언을 거부하는 거침 없는 무리들에 대해 생존자들은 실망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다. 타인에 대한 이해, 타인에 대한 생각 그런 모든 것들을 거부하는 인간들에 대해 그들에게 이해하게 만들고 싶다.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는 것이 생존자들의 공통점 이었다. 

생존자들의 체험기가 항상 나에게는 힘이 된다. 그 지옥을 어떻게 살아나왔는지에 대해 읽다 보면 지금 공장에서 일하는 것들이 모두 우습게 여겨진다. 그리고 나약하다고 생각된다. 조금만 힘들어도 지치고 삶에 맥이 빠지는 나에게 생존자들은 외치고 있다. 살아 남아라! 하고 말이다. 

수용소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그리고 그들이 왜 살아 남았는가에 대해 궁금하다면 정말 적극적으로 읽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보잘 것 없고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읽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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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마음 2010-12-15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용소문학이란 말이 낯설게 들립니다. 수용소 문학 중에서 제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입니다. 강제 수용소를 경험한 청소년의 눈에 어른들의 세상은 엄혹하고 끔찍한 것이었지만, 그곳은 또 그가 적응하고 커야하는 성장의 터가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수용소에서의 삶일랑은 잊어버리라는 주변의 권고에 주인공은 당황합니다. 그가 의지 않지 않게 그런 삶이 그에게 와버렸지만, 와버렸던 것이 과연 그냥 가주냐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그냥 멀리 가지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가지 않으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는 잊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척박한 땅에서도 잡초가 자라 듯, 유대인 강제 수용소에서 나어린 소년은 적당한 삶의 자세로 살아 남습니다. 너무 진지하지도 않게, 그렇다고, 제 생을 놓을 정도로 무기력하지도 않게, 끔찍한 그곳에서 찾아지는 너무 작은 기쁨을 크게 느끼면서 그는 버텼습니다. 그리고 그는 살아 남았습니다. 저는 살아남은 그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운명]이란 소설이 보여준 삶은 비록 수용소의 삶이었지만, 그것이 내 삶이 될 수도 있었다는 아주 직접적이고 현실적이며 적나라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이 책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루쉰P 2010-12-22 14:32   좋아요 0 | URL
<운명>이라는 소설은 저도 꼭 읽어 봐야 겠네요. 저도 수용소 문학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에요. 수용소 삶은 현실의 삶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수용소의 생존을 위협 받는 삶에 비하면 현실은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의 생존이지만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 것은 현실도 만만치 않거든요. 수용소 문학은 저에게 그런 힘을 줍니다. 나약한 제게 강한 회초리와 같은 문학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