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머니전략 - 친환경 테마주부터 ETF까지, 한 권으로 끝내는 그린 투자 가이드
황유식.유권일.김성우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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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조금 흐린 듯하다. 다섯시에 한번 알람이 울렸고, 두시까진 도착하겠다 싶어서, 여섯시로 알람을 다시 맞추곤 잠을 청했다.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알람이 울렸다.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했다. 그러고 나서 어제 먹다 남은 샌드위치와 비타민 영양제 한 알을 챙겨 먹었다. 어떤 영양제든 이왕 먹을 거면 꾸준히 먹어야 한다. 그래야 효과가 있다! 일곱시가 조금 넘었다. 집에다 갖다 둘 책과 안 쓰는 짐들을 새로 산 빅 트래블 백에다 집어넣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기름은 며칠 전 채워뒀기에 춘천에서 나주까지 사오백 킬로미터 정도는 충분할 듯했다. 오늘도 드라이빙 메이트는 라디오. 만종분기점을 지나 이천으로 갈 때쯤이면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를 들을 수 있겠다 싶다.

ESG가 화두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 구조(Governance)의 영문 단어 앞 글자를 따서 지은 말로, 앞으로는 기업 경영 및 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개념이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는 그린 산업에 4년간 2조 달러를 쏟아붓기로 결정했으며, 온실가스 배출의 사실상 주범이기도 한 중국마저도 2060년을 목표로 탄소 중립을 하기로 선언했다. 세계 최초로 석탄 발전을 시작한 영국도 2025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을 중단할 계획이며,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로 화력 발전의 비중을 줄이거나 중단할 예정에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는 금융기관들이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고, 관련된 채권도 인수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탈석탄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 이미 삼성과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들이 여기에 동참했고, 국민은행 등 1금융권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저자는 기존의 석탄 관련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피해 보이며, 투자금 유치의 어려움 등으로 앞으로 석탄 발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자문, 즉 ESG 투자 전략을 독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그리고 전기자동차, 2차 전지, 풍력 발전, 수소 에너지 등 ESG 관련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거나,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기업 목록을 - 산업별 밸류체인으로 분류하여 -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분야별 산업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추천 기업에 대한 근거는 책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고, 여기서는 기업 명단만 대략적으로 정리해보았다. (리뷰에는 국내 기업만 소개했지만, 책에는 해외 기업들도 많이 나오니 참고하도록 하자!)

전기자동차 및 2차 전지 : 현대기아자동차,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앨엔에프, 포스코케미칼, SKC, 일진머티리얼스, 후성, 동화기업, 신흥에스이씨, 두산솔루스 등

수소분야 : SK, SK가스, 효성중공업, 덕양, SPG, 현대자동차, 효성첨단소재, 코오롱인더, 한온시스템, 일진다이아, 상아프론테크, 포스코, 한화솔루션, 두산퓨얼셀 등

풍력발전 : 유니슨, SK디앤디, 코오롱글로벌, 두산중공업, 씨에스윈드, 씨에스베어링, LS, 케이피에프 등

태양광발전 : OCI, 한화솔루션 등 (이 분야는 중국계 기업이 거의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환경선박 : 한국조선해양(구,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국카본, 동성화인텍 등

책에서 소개된 기업들을 정리해 보면 한화솔루션, 두산중공업, 두산퓨얼셀, LG에너지솔루션,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등의 기업이 공통적으로, 또 자주 소개됨을 알 수 있다. 주식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라면 한 번씩은 들어본 기업일 터. 끝으로 만약 여유자금이 부족하거나, 종목별 리스크가 부담이 된다면 ESG 관련 ETF에 투자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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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김백상 외 지음 / 마카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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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다. 어린이가 아닌지는 꽤 되었다. 중학교 일학년 때였나. 어린이날 우리들은 왜 쉬는 거냐고 친구들끼리, 그리고 선생님께서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아니, 그랬던 것 같다. 직장인이라면 감사할 일이다. 덕분에 하루를 쉬게 되었으니. 게다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런 휴일들이 감사한 유급 휴일임을 제대로 깨닫게 되었고. 직장인이 아닌 친구들은 - 심지어 웬만한 사람보다 부유한 전문직이나 사업가분들조차 - 이걸 가지고 또 얼마나 술안주를 삼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좋게 넘어가 줬으면 한다. 열심히 세금도 내고 있고, 또 쉬는 날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족들과 함께 열심히 소비를 하고 있는 유부남들도 많으니 말이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거시 경제의 생산 부문과 소비 부문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삼대 축의 하나이므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서울로 향한다. 오늘은 운전을 하지 않고, 도시철도를 이용하기로 한다. 열차 출발 시간이 잘 맞아 2시간 안에 정동으로 갈 수 있을 듯하다. 오늘도 날은 좋다. 햇살이 좋아 테라스도 볕이 잘 들어온다. 어닝도 잘 작동되는 듯하고, 방 상태도 좋다. 혹시 몰라 잠시 환기를 시켜 두었다. 근처 파리바게뜨에서 테이크아웃한 카페라테를 한잔 마시면서 저 멀리 인왕산과 북악산 쪽을 바라보았다. 전화를 몇 통 했다. 그러고 나서, 색채감이 인상적인 화가 헤르난바스 전시전을 구경하러 가기로 한다.

오고 가는 열차 안에서 주말에 읽던 단편 소설집을 마저 읽었다. 21년도 교보문고 공모전 수상 작품집인데, 다른 단편소설집보다 트렌디함과 감각적인 소재의 사용이 돋보이는 듯하다. 김백상 님의 <조업밀집구역>을 시작으로 총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분량과 장르가 다 달라 각각의 읽는 맛이 달랐다. 심사평의 말을 빌리면 참신한 소재와 묵직한 주제 의식, 그리고 단편의 매력을 제대로 살린 구성과 안정적인 문장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들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귀촌 가족>이 인상 깊었다. 웹툰 <이끼>와 어렸을 적 TV에서 본 농촌 배경 단막극의 느낌을 받았다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시골 마을 텃세를 배경에 깔아두었나 싶더니, 어느새 예상치 못한 반전의 결말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소녀시대 출신 배우 서현 씨가 말했다고 한 결국에는 선한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고, 드라마 빈센조에서 주인공이 말한 악마가 악마를 이긴다는 워딩이 연결되는 것 같기도 했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작품인 <조업밀집구역>도 재미난 소설이었다. 스토리의 전개와 작품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현 세태를 풍자하는 것만 같아 마냥 웃을 수만 없던 작품이었지만 말이다. 단막극 소재로도 딱이겠다 싶었고, 단편 소설을 꿈꾸는 젊은 작가들에게도 좋은 가이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심사평에서 많은 분량을 할애하며 소개한 <토막>과 짧지만 독특한 소재의 <바다에서 온 사람>도 좋았다.

끝으로 인상 깊었던 심사평 중 일부를 소개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밥벌이가 우선인 세상에서 없던 시간을 짜내고, 안 그래도 모자란 잠을 더 줄여가며 용감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써 내려갔다는 점만으로도 모든 작품이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또, 글을 쓴다는 건 공포를 이겨내는 과정이며, 이 과정 속에서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하리란 걸 알면서도 그걸 이겨내고 완성된 작품을 공모전에 제출한 것만으로도 큰 한 발짝을 내디딘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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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습관을 바꿔라 - 품위 있게 말하고 의연하게 침묵하기
로버트 제누아 지음, 강민채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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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잠자리에 든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은 6시 5분 전,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났다. 요즘 운동을 좀 많이 해서 그런지 이번 주부터는 조금 피곤함을 느꼈는데, 오늘 아침에는 그런 것도 없었다. 아메리카노를 한잔하고, 간단히 침구류를 정리했다. 유산균 한포를 입에 털어 넣고, 인공 눈물을 조심스레 눈동자에 떨구었다. 깜박깜박. 어제 읽었던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의 글 하나가 갑자기 떠올라 헛웃음이 난다. 딱 내 스타일의 글이었는데 말이다. 양말을 신고, 에어팟을 귀에 꼽고, 러닝화 끈을 단단히 묶은 다음에 갖다 버릴 박스들을 챙겼다. 어제도 나가는 길에 버렸지만, 그 사이에 몇 박스가 또 생겼다. 주말이라 거리를 좀 더 늘릴까 했지만, 그냥 평소대로 육 킬로미터만 달리기로 한다. 어제 하루를 걸러서 그런지 오늘은 몸이 가볍다. 주말이라 그럴지도. 요즘은 날이 좋아 뛰는 맛이 난다. 절반을 뛰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우두교가 더욱 선명하다. 평소보다 기록이 좋다. 나이키 러닝 앱의 평균 페이스가 킬로미터당 5분 초반대에 가까워졌다. 처음 러닝 할 때는 4분 대도 거뜬했는데, 이제야 다시 예전 평균치로 돌아오고 있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쌀을 밥솥에 얹혔다. 카레밥을 간단히 해 먹고, 스크린 골프장으로 향했다. 서서히 자세를 올리는 중이긴 한데, 생각보다 쉽진 않다. 이왕이면 폼을 더 올려보고 싶긴 하다. 허리와 어깨를 더 사용해야 한다. 일단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계속해서 연습하는 것으로.

어제는 의암호에서 춘천 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책을 한 권 읽었다. 바로, 로버트 제누아라는 특허 관련 회사 중역이 지은 <말하는 습관을 바꿔라>인데, 품위 있게 말하고 의연하게 침묵하기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감정을 억제하고, 거친 말을 내뱉지 않도록 조언하는 책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말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잘 실천한다면 삶은 더욱 윤택해지고, 풍요로워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에 부딪힌다고 이야기한다.

말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간단한 산식처럼 논리적으로 풀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다.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성격, 배경지식, 환경 등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내 스타일이 그렇다며 딱딱하고 기계적인 말투와 뭔가 화가 나있는 목소리와 눈빛으로 이야기를 하는 의사라면, 언젠가는 큰 트러블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또, 상담하는 와중에 결혼 유무를 물어보거나, 성차별적 질문을 남발하는 상담가 역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크게 한방 먹게 될지도 모른다. 책에서도 말하지만, 무엇보다도 인간관계까지 망치는 거친 논쟁은 피해야 함을 기억하자! 싸움에선 좋은 결과를 얻었을지 몰라도(이건 순전히 본인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장기적인 인간관계는 파괴되어 버릴지도 모르니.

대화의 진짜 목적을 간파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남보다 몇 발 앞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또, 말에 생기를 더하는 속도와 어조의 변화, 그리고 소리의 높고 낮음에도 적절한 변화를 줘야 한다. 눈치 빠른 사람일수록 눈치 없는 척을 한다는 말처럼, 많이 알고 있다 하더라도 더 경청하고 입을 다물 줄 아는 습관도 갖는 게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살아 있는 사람 중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특정 시점과 공간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말하는 걸 유의하고, 또 남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한 가지 팁을 준다면, 비밀을 잘 지키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고 나면 회사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사실. 평소에 목소리만 크거나, 항상 말이 많고 시끄러운 사람. 또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소문난 사람이라면 이러한 평판 뒤에 가려진 반대의 모습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하고(그냥 피하는 게 아니다. 책에 소개된 나름의 스킬을 잘 따라 하자!), 말다툼에 휘둘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약,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누군가가 당신을 이 싸움에 몰아넣고자 한다면, 정확한 메시지를 보내자! 난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직장인이라면 절대로 회사에서는 화를 내서는 안된다! 또 쉽진 않겠지만, 화를 내도록 유도하는 어떤 XX한테 넘어가 화를 내도 안된다. 저자가 여러 번 강조하지만, 그렇게 화를 내면 참을성이 없는 사람, 직급이 낮다면 싹수가 없는 사람, 직급이 높으면 통제력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끝으로 일본의 우화에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을 덮은 '세 마리 원숭이'가 등장한다. 나쁜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 세 원숭이처럼 바보인 척하라는 이야기를 분명 새겨둘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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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 어게인 - 모르는 것을 아는 힘
애덤 그랜트 지음, 이경식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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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블로그를 보니 그동안 작성한 글이 천오백 개가 넘는다. 전역하고 나서 이것저것 해보기 위해 책좋사 카페에 가입하고, 블로그를 작성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궁금해서 비공개한 글들도 찾아보니 2006년부터 글을 끄적거린 듯하다. 당시 글들을 몇 개 읽어보니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또 옛날 생각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옛 추억들도 떠오르고.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그 사이에 서울과 나주, 춘천과 부산을 오갔으니 참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구나 싶기도 하다.

이번 주말에는 나주로 내려왔다.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집에 온 것 같았고, 동네에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마음은 편안해진 듯했다. 사실 이번에 내려온 이유는 2년 몇 개월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은 하자들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 또 역시나 - 이번에도 하자 처리를 해주지 않았다. 지난 기간 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하자를 제대로 처리해 준 적이 없기에, 한 달 전에도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하자들을 정리해 문자로 보내고, 세움건설 본사로 연락도 여러 번 했지만 말이다. 심지어 이번 주에도 서너 번이나 본사와 전화하여 하자 처리가 잘 될 수 있게 부탁했고, 하자를 수리해 주기로 한 금요일 오전 당일에도 오후 3~4시에 오시기로 이야기되었지만 결국은 오지 않았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긴 했지만, 최대한 화를 억누르고 통화를 해보았다. 답변은 다양했다. 본사 담당자분은 '다른 입주민과의 갈등 때문에 퇴사 처리 되었다는 이전 담당자'가 오늘 오전에 나와 전화로 협의해 내일 저녁에 수리하는 것으로 이야기되어 그런 줄 알고 있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물론 사실이 아니었고, 거짓말이었다. 그 사이에 갑자기 다른 입주민들과의 갈등 때문에 퇴사 처리 되었다는 이전 담당자가 갑자기 전화가 와서 '옆집으로 착각하고 아침에 문을 두드렸지만 계시지 않았다, 전화를 했는데 전화번호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셨다.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본사 담당자가 한말과는 또 다른 이야기였고, 나에게 그 건으로 전화가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제부터 나랑 전화한 적도 없는데, 전화를 완료했다고 본사에 말했다고 했다. 이 역시 건설사 측의 거짓말이었고. 하청업체 분의 말은 더 당황스러웠다. 오늘 수리해 주시기로 한 건은 이미 이전에 퇴사 처리되었다는 분이 작년에 보고 가서 문을 교체해 주겠다고 답변하신 거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문서를 받지 못해서 오늘도 내일도 해결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럼 작년부터 줄기차게 하자 이야기를 드렸고, 수리해 주겠다고 답변한 건 뭐였는지. 이거 장난하는 건지, 아니면 우리는 절대로 하자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인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다시 본사 담당자와 이야기해보니 또 다른 소리를 했다. 오늘 문제는 내부적인 오류로 인해서 어쩔 수 없었다, 월요일에 다시 전화하겠다, 아니 월요일에 다시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장난하는 건가 싶었다. 핑계와 거짓말, 계속 달라지는 말들. 건설사 문제인건지, 주택조합문제인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짜증나는 상황이었다. 이야기를 같이 들었던 민철이 형과 집에서 전화로 상황을 들었던 우리 가족들 모두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에 화도 아니라 웃음까지 나오는 상황. 입주하고 나서부터 최대한 처리해 주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피하기만 한 건설사 측의 하자 처리 때문에 계속 참고 있었지만, 정말 오늘은 폭발해서 화를 낼 뻔한 순간들이었다...

이번 주에는 <오리지널스>와 <기브 앤 테이크>의 저자로 잘 알려진,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애덤 그랜트 교수님이 지은 <싱크 어게인 : THINK AGAIN>이라는 책을 읽었다. 다시 생각하기의 가치를 말하며, 확신의 편안함 대신에 의도적으로 의심의 불편함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개인 차원과 관계 차원, 그리고 집단 차원의 세 가지 카테고리 속에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에게는 인지적 게으름이란 게 있다고 한다. 새로운 걸 붙잡고 어렵게 쩔쩔매기보다는 기존의 의견이나 생각에 안주하는 손쉬운 쪽을 자주 선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갈등과 의견 대립이 발생했을 때 자신의 과거 신념(솔직히 말해서 이때 신념이라고 불러줄 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는 당사자들이 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에 근거하여 저항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과거의 혁신적 세력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꼰대가 되고, 얄팍한 지식이 옳다고 믿는 젊은 꼰대들의 등장이 이 책에서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닌 셈이다.

의심은 때로는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된다. 오만함은 자신의 약점을 바라보지 못하게 눈을 가리지만, 확신에 찬 겸손함은 그 약점을 극복하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과학자나 교수처럼 자신의 말이 틀렸다는 사실에서 느끼는 쾌감까지 우리 같은 일반 직장인들이 공감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감히 생각하나, 지속적인 자기 계발을 위해서, 그리고 일과 함께 인간적인 면모 역시 중요한 회사 생활에서는 새겨두어야 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

공감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업무 갈등 속에서 미쳐버리지 말되 뜨거워져야 한다는 조언도 인상 깊다. 특히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유의하며,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이겼다고 착각할수록 그 반대편의 무언가를 키우고 있을 수도 있음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둥근 돌이냐 모난 돌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매 순간순간 변할 수 있는 탄력 있는 무언가가 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끝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중요하되, 행복만 좇다 보면 진짜 행복은 놓치게 된다는 사실과 더 중요한 건 커다란 행복이 아니라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 내가 믿는 것은 궁극적인 최종 완결체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엠마 골드만)

* 의견 불일치에는 전쟁이 아니라 춤을 추듯이 접근해라 (애덤 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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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시라이 사토시 지음, 오시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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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반. 오랜만에 뒤척이지 않고 눈을 떴다. 원래는 알람이 울리면 바로 일어나는 체질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몸을 뒤척이게 된다. 그래도 요즘에는 매일 아침 운동을 시작해서인지 훨씬 낫다. 공복에 아직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강변을 뛰는 게 쉽진 않지만, 여러모로 몸과 맘에 플러스가 됨을 느낀다. 아무튼, 덕분에, 오늘 아침은 벌떡 일어나 나주로 내려갈 짐을 챙겼다. 서재에 갖다 둘 책들과 안 입는 옷, 그리고 지금 지내는 사택에는 구태여 필요가 없는 물건들을 안 쓰는 보스턴백에 담았다. 아직 선배가 씻고 있는 듯했다. 간단히 푸시업을 한 세트 했다. 잽싸게 샤워를 마무리하고, 스킨과 크림을 발랐다. 가볍게 옷을 걸치고 차로 향했다. 내비를 찍어보니 소요시간은 대략 5시간 20분 정도. 밀리는 시간과 휴게소에서 점심 먹을 시간을 감안하면 여섯 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되겠다. 거리는 멀지만,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주변 경치를 보다 보면 그래도 금방 갈 것 같다. 일단 라디오 대신에 바이브 앱을 켰다. 출발이다.

지난주에는 풍광 좋은 강변에 위치한 와플 맛집에서 멋진 책을 한 권 읽었다. 일본의 신예 사상가이자 인문학과 교수인 시라이 사토시가 지은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이라는 책이다. 오랜만에 - 감히 별점을 준다면 만점을 주고 싶은 - 정말 맘에 쏙 드는, 그리고 맘에 와닿는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라는 어려운 이야기를 우리의 실생활과 연관 지어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었다. 저자는 자본론이 비단 국제 경제나 글로벌 자본주의와 같은 스케일이 큰 무언가만 다루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상사가 짜증을 내는 이유나 오늘 우리가 무언가를 사려고 할 때의 갈등과도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 경제란 단순하지 않아서, 모든 게 연결되어 있고, 단순히 논리라는 포장으로 쌓여있는 이론만이 아니라 복잡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됨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자본론 총 세 권은 모두 다 마르크스가 지은 건 아니라고 한다. 1권만 마르크스가 직접 출간했으며, 나머지 2,3권은 엥겔스가 마르크스의 사후 원고를 다듬어서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저자는 "자본론 1권, 자본론 : 정치경제학 비판"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가지고 독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일단 상품의 개념이 중요하다. 여기서 상품은 회계에서의 상품, 시장에서 실제로 접하는 물건으로 한정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때 '부'와 '상품'의 개념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한데, '부'란 인류가 있었을 때부터 존재한 것이며, '상품'이란 매매 대상이 되는 자본제 사회의 핵심 구성요소다. 더 쉽게 설명하면 과거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는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과학기술(이 역시 자본제 사회에서는 상품이다!)로 인해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지고, 우수한 유전자를 따로 추출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제는 좋은 유전자나 유전자를 좋게 하는 모든 게 '상품'이 되었다는 사실.

문제는 이 모든 게 상품화가 되어버리면서다. 공동체의 파괴 역시 상품화와 연계되어 있고, 인간의 사고와 감성까지 집어삼키는 신자유주의 역시 이 상품화와 그 맥을 같이한다. 자본은 증식을 목적으로 하기에 여기에서 노동의 착취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절대적 잉여가치가 노동시간을 연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상대적 잉여가치는 필요 노동시간을 줄여서 얻을 수 있는 잉여가치, 즉 생산력 증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인데, 자본은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을 추구하면서 스스로를 증식해 나간다고 보면 되겠다.

생산력의 상승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생산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가치가 저하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건값은 그대로이고, 기업의 이윤마저 그대로거나 또 오른다면 당연히 노동자 몫은 줄어든다. 요즘에는 스타트업, 플랫폼 비즈니스 등 혁신과 첨단으로 무장했지만, 실은 고정적인 수수료를 걷는 사업구조가 확산되면서 이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듯하다. 이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즉각 예금금리를 낮추고, 대출금리는 각종 명목으로 올려 언제나 안정적인 예대마진을 가져가는 금융업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자본론의 끝에는 항상 계급투쟁이 있다. 사실 이 부분은 민감한 부분이라,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 저자 역시 마지막 부분에서 가서는 조심스러워하는 게 느껴진다. 다만 영국의 요리가 왜 맛이 없는가란 사례를 들며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내용을 아래와 같다. 영국 역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멋진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산업 혁명과 함께 인클로저가 진행되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땅에서 무언가를 수확하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반면 부자들은 이제 농사를 짓지 않고, 요리사를 고용하거나 외국의 맛집에서 무언가를 사다 먹기 시작하게 된다. 여기에다가 마을 고유의 공동체 문화마저 사라지면서, 영국 민중의 식문화는 단절되고 말았다는 것.

끝으로 저자의 말 하나를 소개하면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혁명을 일으킬 생각은 추후도 없지만 어딘가 이상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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