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 편협 - 우리는 필연적인 편협을 깨야 한다
라뮤나 지음 / 나비소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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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주 방을 정리하고 서재의 책장을 정리하니 집이 더 산뜻해졌다. 안방에는 조각상과 인센스로 포인트를 주었고, 거실은 더 넓어졌고 깔끔해졌다. 서재도 드디어 다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다만 바닥에 쌓인 책들을 정리하고, 최근에 많이 늘어난 문학 전집을 좀 더 깔끔하게 쌓아두어야겠다 싶다. 일단 지금은 건조가 끝난 셔츠를 다리고 나서, 이번 주에 읽은 책 <필연적 편협>에 대한 리뷰를 쓰기로 한다.

저자는 라뮤나라는 필명을 쓰고 있는 블로거라고 하는데 책에 대한 소개 글의 내용에 공감하는 바가 많아 읽어보기로 한 책이다. 또 깔끔하면서도 독특한 도서의 디자인도 눈에 들어왔고.

저자의 다양한 이야기 중에서 특히 나를 둘러싼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짚어볼까 한다. 지금 내가 사는 공간, 지역, 주변 사람들, 회사일 수도 있고 내가 읽고 있는 책과 자주 하는 취미생활도 중요한 환경적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하고 있는 생각과 감정들이 아닐까 하는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바로 그것이며, 실제로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게 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환경이란 결국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떠올린 생각들로 이루어진 무언가이기에,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 역시 비슷한 생각들을 이 책에서 유사한 어조로 각 장에서 이야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데,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의 중요성과 근로소득만큼 중요한 자본소득의 필요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30대를 지나 40대에 접어든 직장인들이라면 이것의 의미를 직간접적으로 부딪히고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아파트를 장만했다거나, 특정 종목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여 일정 수준의 배당 소득을 받은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특히나 40대부터는 남들보다 부유한 부모님으로부터 무언가를 받은 케이스가 아니라면 이런 준비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서서히 커짐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이 책의 제목처럼 자신의 생각한 바, 경험한 한계 안에서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눈에 들어온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서 한쪽은 그 안에서, 또는 그 무리에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교류하되, 다른 한쪽은 반드시 다른 세계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 자신의 본질을 지켜나가면서, 항상 그 안에 갇혀있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거다.

책장을을 덮으면서 저자는 다양한 책들과 정보를 접하고 또 생각해 왔었구나 싶었다. 또, 현재 지금의 시대를 구성하는 다양한 트렌드와 콘텐츠를 가지고 나누는 담론을 이 책을 통해서나마 나눌수 있었겠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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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 데미안 세트 - 전2권 - 영문판 + 한글판
헤르만 헤세 지음 / 반석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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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눈이 내린 모양이다. 자세히 보니 자동차 보닛에 하얀 무언가가 살짝 쌓여있다. 어쩐지 어제부터 바람이 심하고 조금 춥다 했다. 금요일 오전. 나주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롱패딩을 꺼내 입을까 했는데 말이다. 덕분에 내려오는 길에 감기에 걸린 듯하다. 특히나 목이 심하게 부었다. 약을 먹고 나니 조금 낫다. 몸이 조금 가라앉은 느낌인데, 2~3일만 지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새벽에 내린 눈이 좋은 것 같다. 아침 골목길의 공기가 상쾌하다. 하늘에 걸려있던 모든 것들을 깨끗하게 쓸어내린 듯하다. 약간 춥지만 오히려 좋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마저 밝아 보이는 아침이다.

열차 안에서 보던 '데미안'을 마저 읽었다. 반석 출판사에서 펴낸 영한 대역 시리즈의 열세 번째 도서다.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이자, 미국 대학위원회의 권장도서이기도 한 '데미안'은 알을 깨고 나오는 아브락사스로도 유명한 책이다. 널리 알려진 책이니 만큼 그에 따른 해석과 평론도 다양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부지런히 연마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더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점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헤세는 프롤로그에서 내 진정한 자아가 이끄는 대로 조화롭게 살고자 함이 가장 어려운 일이며, 모든 사람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영원하며 신성하다고 말한다. 그의 또 다른 책인 '싯다르타'와 '크놀프'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어쩌면 전적으로 완벽하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그는 평생 고민하고 노력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미안이란 데몬을 나타낸 것일까? 보통 악마를 데빌로 표현하는데, 데몬은 인간이 아닌 정령을 표현하는 의미로 더 가깝다고 한다. 다양한 세계를 넘나들며, 삶의 투쟁 속에서 결국 데미안과 상징적으로 합쳐지는 싱클레어의 모습에서 우리는 데미안을 어떠한 길로 인도하는 수도사이자 선구자(?)로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또 아브락사스는 그리스 영지주의자들의 신비로운 의미를 상징하는 말인데, 그리스 문자로 365일을 표현한다고 한다. 신성과 마성, 선과 악을 모두 갖춘 신비로운 존재인 아브락사스(ΑΒΡΑΣΑΞ)는 수탉의 머리를 하고 뱀 모양 위 발을 가지고 있는데 세계 여러 나라의 고대 신화 속에서 등장하는 성스러운(?) 존재의 모습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문득 헤세는 - 그 당시 기준으로 - 이교도였던 걸까라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선교사로서 기독교 신앙 뿐만 아니라 동양적 정신세계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또 수긍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부단한 노력과 꾸준한 연습, 선과 악을 넘나드는 다양한 경험과 갈등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계속된 투쟁과 열망. 스스로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과의 연대와 결속까지. 헤세는 실로 이러한 많은 가치들을 싱클레어의 젊은 시절의 경험을 빌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스스로 확신하는 힘이 있다면 더이상 끌려가지 않고, 끌어당기기 시작한다는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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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세트 - 전9권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김난주 외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Jc 드브니 각색, PMGL 만화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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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이 신작 <도시와 그 불완전한 벽>과 함께 구매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만화선 세트. 그의 팬이라면 가장 좋아했을 단편들만 모아 펴낸 그래픽 노블이라 봐도 되겠다. 가격이 좀 비싸긴 하지만 그의 작품들을 특별한 방식으로 소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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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11-07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탐나네요^^

얼음장수 2023-12-2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쿄 긴자 식스의 츠타야 서점에서 봤는데 짐 무게 때문에 차마 못 집었어요. 물론, 집어 왔어도 읽을 수 없었겠지만요.
 
꿈이 이루어지는 집 꾸미기
카오리 르블랑 지음 / 책장속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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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를 보고, 부모님 댁으로 돌아가는 길에 알라딘 중고 서점에 들렀다. 새로 들어온 책들이 꽤 있다. 요즘에는 소설 위주로 구매하는 편이다. 오늘은 도리스 레싱의 <다섯 번째 아이>와 릴케의 <말테의 수기>, 그리고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과 처음 들어보는 라틴 문학 한 권을 구매했다.

나주에 있는 작은방 서재는 어느새 책장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랄 정도로 책이 쌓여있다. 여름에는 더워서 에어컨이 있는 큰 방과 거실에서 주로 생활하기에 한동안은 서재의 본연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가끔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서점을 둘러보듯이 구경하는 공간이랄까. 아니면 볕 좋은 낮에 집에 있을 때 한 번씩 환기를 하면서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곳 정도...

어제는 카페에서 어번던스 풍수 전문가인 '카오리 르블랑'이 지은 <꿈이 이루어지는 집 꾸미기>라는 책을 읽었다. 한동안 주택관리사 시험 준비 때문에 집 꾸미기에 관심을 놓은지 오래였기에, 겨울이 오기 전에 리밸런싱 해보고자 선택한 책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노만 빈센트 필의 복음주의 신앙처럼, 가구배치와 정리 정돈과 같은 분야에도 풍수의 개념을 적용시킨 게 특이하면서도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사는 공간에 감사해하며, 신경을 쓰고 가꾸어 나간다면 그 기운을 바탕으로 자신의 재능도 살리고 더 풍요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는데, 당신이 사는 공간이 바로 당신의 꿈을 그리는 캔버스라는 말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다.

가장 먼저 내가 바라는 것, 되고 싶은 것 그리고 나를 기분 좋게 하고 생동감 있게 만드는 무언가를 집에 두도록 하자. 이때 중요한 건 그것을 가장 눈에 잘 띄는데 두어야 한다는 것. 사람도 자주 만나고 생각하면 관계가 좋아지듯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무언가와 시각적으로 계속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조금 세속적으로 말하면, 상가가 많고 아파트 단지에 초등학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집에 사는 자기 삶의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결코 우리의 인생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이다.

방이 너저분해 보인다면 지금 당장 정리하도록 하자. 모든 공간은 항상 70퍼센트 정도만 채워두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거실은 언제나 통풍이 원활해야 한다. 또 시각적으로도 뚫려 있으면 더욱 좋고. 현관과 화장실은 언제나 청결해야 한다. 불필요한 물건들은 펜트리나 수납장, 창고에 넣어서 깔끔하게 정리하자. 언제나 좋은 기운이 집안에 가득하도록 말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서재를 다시 한번 꾸며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이제 겨울이 오면 포근한 기운의 공간이 더 필요해질 테고, 거기서 더 좋은 기운과 에너지를 담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어떻게 공간을 꾸밀지 더 그려봐야겠다. 또 인테리어 소품들도 재배치하고, 수납공간도 다시 정리하면서 말이다.

ㅇ 집에 항상 식물을 길러 생기가 넘치도록 하자.

ㅇ 집에는 항상 사랑과 감사의 에너지가 넘치도록 해야 한다.

ㅇ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을 꾸며서 거기에서 일상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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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감수 / 코너스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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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일지도. 모르겠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었다. 소설의 첫 문장은 어머니의 죽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뫼르소의 독백으로 시작하는데, 읽다 보니 문득 프레디 머큐리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떠오른다. 확실치는 않으나, 뫼르소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연결시켜 보면 분명 머큐리는 카뮈의 이방인을 읽었으리라.

알제를 배경으로 한 뫼르소 주변의 사람들과 여름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공간들, 그리고 거기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예전에 읽었던 카뮈의 또 다른 소설 <페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또 소설의 후반부를 차지하는 법원에서 전개되는 얘기들의 얼개는 소설 <전락>속의 부조리함, 사회적 모순이 연상되고.

그러니까 피고인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러서 기소된 것입니까, 아니면 살인을 해서 기소된 것입니까라고 되묻는 변호사의 발언은 사회적 모순, 특히 재판에서의 부조리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미 재단된 결과 앞에서 주인공 뫼르소의 진실과 그 맘속에 있는 무언가는 더 이상 이야기될 수조차 없는 상황이지 않았나 싶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서는 지영이의 억울한 상황이 태희(배두나)의 도움과 출국(?)이 비상구가 되어주지만 소설 <이방인> 속에서는 오로지 본인의 선택(?)에 따른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다.

평론가들은 뫼르소가 결국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인 것은 삶의 부조리에 대한 또 다른 반항, 역설적으로 표현되는 삶에 대한 의지와 찬가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설 속 전개를 통해 우리의 삶이, 사회가 얼마나 모순되고 부조리한지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이다.

모든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가치를 지켜나감과 동시에 숙명적으로 사회에 대적할 만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때로는 - 잘못되어 - 독단과 아집으로 흐를 때도 있고, 마약과 같은 중독이나 폭력적 충동과도 같은 것들로 표출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또 누군가는 그냥 순응하고 살아가는 것으로 부조리함과 모순에 편승하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으나, 이마저도 이런 상황 속에서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한 것이라면 이것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해본다.

오랜만에 리뷰를 쓰고 있다. 요즘 일상은 전보다 더 단조로워졌다. 특별한 일이나, 몸을 못 가눌 정도의 피곤함이 아니라면 매일 6시 전후로 일어나 간단히 집 정리를 하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회사에 가서 운동을 한다. 점심은 가급적 구내식당에서, 저녁 이후의 시간은 영화나 온라인 강의를 듣는 걸로 말이다. 물론 최근에는 얼마 전에 끝난 시험의 보상(?)으로 나름의 여유를 즐기고 있지만.

예전에 어디에서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꾸준하게 계속하는 것만으로도 상위 10% 이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여기에 조금 더 보태어 매일, 그리고 매년 자신의 일상의 루틴을 지켜나갈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방인 속의 뫼르소는, 그리고 카뮈의 또 다른 소설 속 주인공들은 이를 죽음과 자살로 구현하고자 했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적어도 소설 속의 뫼르소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인 무언가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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