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 머리 만들기 - 비즈니스에서 차이를 만드는
히라이 모토유키 지음, 김소영 옮김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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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좋사 카페에 재미있어 보이는 도서가 이벤트 목록에 올라와 있었다. 바로 '비즈니스에서 차이를 만드는 논리 머리 만들기'. KMAC에서 펴냈고, 도쿄대 합격자이자 수험 전략가인 히라이 모토유키씨가 지었다고 하는데, 중학교 1학년 수학 이론으로 논리 사고를 기를 수 있다고 주장(?) 하고 있는 책이었다. 저자는 모든 과목에 있어서 수학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토대로 우리는 언어력과 논리력, 암기력을 기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가 바로 논리 사고의 핵심이고.

2. 먼저 논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바라볼 때 통점과 차이점, 순서를 의식해서 생각하면 좋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귀납법(추상화)과 연역법(구체화)도 익힐 수 있다고 한다. 또 계획이란 순서를 정리하는 것이고, 같은 건 구태여 외울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참고로 이 부분은 나중에 뒤에서 이야기하는 무작정 양만 늘리지 말고, 빠른 단계에 양질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과 연결된다. 다음은 암기력. 한 번에 대량으로 암기하고, 지하철 노선도처럼 외우고, 어원 등을 활용하여 확장해 나가면서 외우는 방법을 제시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미지나 프로세스로 외워보라는 이야기다. 세 번째는 언어력인데, 사실 책에서는 수학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기에 딱히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심플하게 가야 하고, 수학기호와 같이 간편한 이미지로 접근하라는 조언이 인상적이다. 이는 학습법이나 업무 역에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고.

3. 사실 읽다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업무 기획력 기르기 도서라기보다는 학습법과 암기법에 관한 도서라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행여 제목에 이끌려 맥킨지식 논리 도서로 오해하는 일이 없길 바라며) 참고로 이 책의 뒷부분을 보면 - 확실하게 - 학습을 위한 도서임을 밝히고 있다. (전교 1등에 관한 이야기나 노트 정리 법 등)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한 방법을 활용하여 업무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 판단된다. (업무량 조절이나 일정표 정리 등) 저자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수학 공부를 하는 방법이라든지, 도쿄대 합격 비결을 알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수학이란 학문이 어떻게 하면 일상과 업무에서 활용될 수 있는가를 계속해서 던지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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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스페셜 에디션)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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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백꽃이 활짝 피었다. 맨 아래와 위쪽 꽃망울이 지난주부터 붉은빛을 발하더니, 오늘 아침 노오란 꽃 수술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사하고 나서 거실 한편에 화분을 들였을 때만 해도 '이게 과연 잘 자랄 수 있을까'란 걱정도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잘 자라 주었다. 매주 월요일 물을 주고, 한 번씩 골고루 햇볕을 받을 수 있게 화분 위치를 돌려준 것 말고는 딱히 한 게 없는데도 말이다. (아, 며칠 전에 화분용 영양제를 하나 주긴 했다) 예전에도 두세 번 화분을 길렀다가 제대로 키워보지 못해 이번에는 잘 길러보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통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덕분에 약간 싸늘해 보였던 거실이 조금은 포근해진 느낌이다.

2. 아직 남아있는 꽃망울들도 움츠리던 꽃잎을 펼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며칠만 더 지나면 - 화분을 꽉 채운 - 활짝 핀 붉은 동백꽃잎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전을 찾아보니 동백꽃의 개화시기는 1월에서 4월이라고 한다. 지금이 12월임을 감안한다면, 우리 집엔 새해가 조금 일찍 찾아온 셈이다. 이제 새해는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활짝 핀 동백꽃잎들처럼 내년에는 우리 집에도, 그리고 나에게도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3. 어젯밤엔 켄 블랜차드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읽었다. 십오 년 만에 새롭게 단장하고 나온 개정판인데, 하늘빛의 표지와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예쁘게 디자인되어 나왔다. 이미 한번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용은 알 거라 생각한다. 바로 칭찬이 중요하다는 말. 하지만 이 책에서 던진 말을 우린 제대로 실천하고 있을까? 또 책 속에 숨겨진 진짜 조언들을 잊어버린 채로 그냥 칭찬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닐까? 나 역시 그런 질문들 앞에서 쉽게 답할 순 없었고, 그래서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쏟아지는 실적 압박과 부정적인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조직 문화, 그리고 매일 싸움의 연속인 가정을 뒤로한 채 범고래 쇼를 보러 간 웨스는 범고래들의 멋진 공연에 반하고 만다. 그리고 그 다루기 어렵다는 범고래들을 조련한 비밀을 알고자 조련사와 컨설턴트를 만난 뒤에, 그 모든 것이 바로 "칭찬"의 힘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이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더 좋아하고, 그것에 집중할수록 관계가 더 개선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부정적인 결과에만 집중하던 가정과 조직은 모두 높은 언성과 다툼, 불신으로 힘들어했지만, 긍정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고 관심을 보였던 사람들과 모임, 그리고 팀은 화합과 신뢰를 바탕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칭찬하며, 사람을 하나의 판단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귀 기울여 들을 만했다. 또 칭찬을 할 때는 진심으로, 구체적으로, 자신이 느낀 바를 제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도 말이다.

5. 하지만 부정적인 것만을 강조하고, 심지어 그것을 이용하여 관계를 장악하고 있는 조직, 가정, 모임에서 순식간에 칭찬을 통해서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문화로 바뀌기란 쉽지 않다. 책 속의 웨스가 그랬던 것처럼 비웃음치는 경쟁자들과 반감을 갖고 있던 사람들, 그리고 방관자들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미 불신과 부정적 피드백에 기초한 '뒤통수치기 반응'에 물든 사람들과의 관계 개선은 일단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저자는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조언을 제시한다.

● 신뢰를 쌓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즉시 전환시킨다.

● 잘못이나 문제점을 책망하지 않고 가능한 한 빨리, 명확하게 설명한다.

● 일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못한 점에 책임을 지고, 상대방에 대한 지속적인 신뢰와 확신을 표현한다.

● 잘못된 일이나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한 경우, 즉시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한다.

6. 책을 읽다 보니, 최근에 방영 중인 드라마 <SKY 캐슬>이 떠올랐다. 그리고 독서모임 준비로 읽고 있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떠올랐다. 과정에 집중할 것. 그리고 언제나 한쪽으로 매몰되지 않고, 양쪽을 잘 살펴볼 것. 또 재미있고 즐겁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책의 마지막에서는 웨스의 '고래 반응'에 설득(?)당한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긍정적인 문화를 조성해가는 모습이 인상깊게 그려진다. 그리고 '고래 반응'에 시큰둥하게 대응하며, 심지어 '니가 잘되나 보자'라며 방관하던 사람들에게, 멋지게 실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으로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다. 책의 겉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칭찬이란 우리를 살아 숨쉬게 만드는 가장 소중한 보상이며, 나를 사랑하고, 삶의 의욕과 의미를 만드는 자신감 회복 훈련이라고 말이다.

* 고래 반응 : 사람들이 잘 한 것을 알아낸다.

* 뒤통수치기 반응 : 사람들이 잘못하는 것을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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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Live & Work 6 : 영향력과 설득 How To Live & Work 6
닉 모건 외 지음, 김지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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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을학기 토요 연필 스케치 수업 마지막 날. 오늘은 숲속에 자리한 농가(또는 오래된 별장)를 그려보았다. 종강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사람이 적었다. 뭐, 원래 오전 수업이라 사람이 적긴 하지만. 지난주에 부산에 간다고 한주 쉬어서 그런지 스케치감을 잡는데 좀 애를 먹었다. 구도를 잡으면서 생각해 보니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다음 주는 쉬고, 그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겨울 학기에는 여행지에서의 풍경을 그려보고, 또 기회가 된다면 -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 고체 물감으로 간단하게 채색도 해볼 예정이다. 물론 단계별로 명암 주기와 다양한 스케치 기법을 익히는 연습도 좀 해야 하고.

2. 지난주에는 "영향력과 설득"이라는 책을 읽었다. 21세기 북스에서 출간했는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글 중에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실용적인 조언을 주제별로 편집하여 펴냈다고 한다. 마음 챙김, 공감, 행복, 회복탄력성, 진정성 리더십, 영향력과 설득 이렇게 총 여섯 권이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 마지막 주제를 제일 먼저 접하게 된 셈이다. (어쩌면 내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골랐는지도 모르겠지만)

3. 말수는 적지만 유독 말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침묵하고 있지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회사의 대표인 닉 모건은 영향력이란 지위 권력, 감정, 전문지식, 그리고 비언어적 신호를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행사할 때 발생하는 것이라고 한다. 짬이 되고, 자신감이 결합된 전문적 식견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상호작용에 통달해 있다면, 앞서 말한 영향력의 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저자는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네 가지 요소 중에서 최소한 한가지 이상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4. 영향력에 대한 또 다른 조언도 있다. 바로 친구가 되라는 것이다. 진정한 유사점을 찾아서, 진정한 칭찬을 건넬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것도 없다. 이는 관계 초기에 구축하는 것이 좋은데, 호감을 통해서 상대방을 매료시키고, 무장해제(?) 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또 -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 공개적인 자리에서 약속을 얻어내거나, 전문가의 지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5. 설득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누군가를 행동하게 하려 한다면, 유일무이한 혜택과 독점적인 정보임을 강조해야 하는데 이는 잠재적 이득보다 잠재적 손실을 건드릴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또 신뢰와 네트워크를 쌓는 것도 중요한데, 이는 일상적인 업무 수행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정기적인 회의와 우연한 마주침과 같은 작은 순간마다 신뢰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6. 끝으로 어두운 부분과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밝히는 것도 좋은 설득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읽다 보니 이를 보고서에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간단한 영업은 이성에 의존하고, 복잡한 영업은 직관을 타깃으로 하라는 조언도 새겨둘 만했다. (수많은 무의식적인 행동이 실은 명백한 논리 과정에 의한 산물이라는 사실!!) 책은 무척이나 얇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문구 하나하나가 인상 깊었다. 나를 위해 일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지혜라는 소개 글이 정말 딱 어울리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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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경제위기가 시작됐다 - 위험한 미래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정인호 지음 / 메이트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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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V 등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우리가 예전에 알던 미국 대통령들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돌려 말하는 법도 없고, 이랬다가 저랬다가를 반복한다. 세계 평화의 수호자를 외치던 미국의 지도자들과는 다르게 언제나 '위대한 미국의 부활'이 먼저이고. 북한과의 평화적 공존(?)을 모색하려는 모습 역시 예전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2.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미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 조치는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주기에 충분하며, 중국 시장의 침체와 중국 정부의 통제도 우리나라에 이미 여러 번 악영향을 미친 바 있다.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를 완만하게 조절하면서, 금리도 안정적으로 올려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3.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한마디로 말해 신자유주의를 되돌리고, 미국에 유리한 틀로 세계 경제질서를 다시 짜려는 시도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중의 분노를 외국으로 돌려 강한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마치 세계대전 직전의 독일과 일본을 떠오르게 하지만 (물론 나치나 일제의 폭력성을 닮았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거대한 자본주의 변화의 흐름 속에 바로 트럼프가 위치한다는 사실. 저자는 이를 책의 2부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대공황과 브레턴우즈 체제, 오일쇼크와 신자유주의, 금융위기와 트럼프의 등장을 현대 자본주의 역사와 함께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4. 트럼프의 등장은 필연적이지만, 그는 이전의 정책을 단번에 뒤집은 건 아니라고 한다. 여전히 유대인과 금융자본을 옹호하는 정책을 펴고 있고, 강한 미국을 건설하겠다는 그의 생각은 공화당 주류와 군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호전되는 각종 경제지표가 그의 정책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주고 있고. (물론 이러한 경제지표가 미국이 잘 나가서인지, 다른 국가들이 비실대고 있어서인지는 정확히 알 순 없다.)

5. 트럼프 행정부의 구성과 경제정책, 현대 자본주의의 역사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책을 소개하는 걸로 대신하고, 이제 독자들이 진짜로 궁금한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언제나 그렇듯이 저자가 말한 것이 100% 정답은 아니겠지만, 미래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 남북경협은 분명 긍정적이나,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 현 경제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살벌한 풍광들이 매일매일 펼쳐지는 중남미 국가'가 되거나, '북유럽이나 독일과 같은 제조강국'이 되느냐를 결정하게 된다.
GDP에 집착하지 말고, 보편적인 사회 복지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이라면 강달러와 가계부채를 대비해야 한다.
부동산의 경우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자. 일본의 상당수 신도시들은 붕괴되었고, 도심 근처의 역세권 위주로 개편되고 있다. 특히 도쿄 도심 위주의 고밀도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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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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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보다 짐이 많았다. 그 사이에 이것저것 산 게 많았던 모양이다. 이 년 전보다 더, 대략 삼분의 일 이상 박스가 늘어난 것 같다. 미리 박스 테이핑을 하고, 이사 전 날 가벼운 짐들을 한번 실어 나른 게 다행이었다. 미뤄뒀다가 당일 했다면... 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마 손 없는 날 저녁까지 짐만 나르지 않았을까? 지금 이렇게 카페에서 여유롭게 쉬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2. 가급적이면 가전제품과 가구는 저렴한 걸로,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려 했지만 사람 맘이 그렇게 되진 않았다. 상담을 받으러 갈 때마다, 또 가전제품들을 구경하러 백화점과 마트를 갈 때마다 좋은 물건들이 눈앞에 보이는 걸 어떡하나. 어차피 필요한 건 사야 하고, 또 내 머릿속에 있는 십여 년 전 가격 기준으로는 아무것도 살수 없기에 꼭 필요한 것만 하나하나 구매하기로 했다.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그리고 TV까지. 그래도 다행인 건 - 아니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 갈 때마다 매니저분들이 좋은 제품을 착한 가격으로 많이 소개해 줘서, 나름 합리적인 쇼핑을 즐길(?) 수 있었다.

3. 혼자 나와 산지는 꽤 되었지만, 혼자서 살림을 했다고는 할 수 없었기에 가전제품을 구매하고, 아파트 입주하는 과정이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인터넷도 뒤져보고, 주변의 도움도 받았고, 또 고마운 잔소리(?)도 많이 들어가면서 준비한 시간들이 좀 바쁘기도 했지만, 이런 추억(?)도 오래 기억이 남을 듯싶었다. 아직 TV와 로봇청소기가 배송 중이긴 하지만, 어제오늘 청소도 끝내고 간단히 정리 정돈도 마무리되고 나니, 이사 첫날보다는 조금은 더 살만해진 듯하다. 게다가 여긴 햇살이 워낙 좋아서, 저녁에 집에 돌아왔을 때는 항상 러그에 담겨있는 온기를 마주할 수 있다. 아직 해결되야 할 하자도 남아 있고, 책상 등 더 사야 할 게 남아 있지만 블라인드도 설치하고, 팔걸이가 좋은 의자도 하나 더 마련한다면 저녁에 바라보는 영산강과 나주역의 야경도 꽤나 멋질 것 같다.

4. 잠깐의 일상은 뒤로하고, 지난주에는 이다혜 기자님의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글쓰기란 최고의 자기 계발이며, 자신의 인생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고 그것을 남에게 알리는 가장 중요한 셀프 마케팅이라 밝히고 있는 이 책은 글쓰기에 도전해 보고 싶고, 또 글을 잘 쓰고픈 사람들에게 필요한 조언들이 가득 담겨 있다. 유시민 작가는 글쓰기의 삼 원칙으로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하고,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를 들고 있는데, 저자 역시 이와 비슷한 충고를 책 곳곳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5. 일단 자신만의 경험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헤밍웨이 스타일로 글을 쓸 순 없고, 또 그게 절대 정답은 아니기에) 그리고 글쓰기 매체를 잘 활용하고,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트위터에 맞는 글쓰기, 인스타에 맞는 글쓰기가 따로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 일단 많이 쓰고, 많이 읽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를 통해 어휘력도 기르고, 좋은 문장도 익히고, 은유와 스토리텔링 기법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6. 개인적으로는 리뷰 작성에 대한 조언과 퇴고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먼저 리뷰란 가장 쉽게 글쓰기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면서, 실제 창작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목에 서 있는 훈련법인데, 독자들은 이를 통해 앞서 저자가 들려준 조언들을 실제로 연습해 볼 수 있다. 또 리뷰를 다듬어 보면서 퇴고의 절차도 연습해 볼 수 있고. 특히 글을 제대로 마무리하는 - 실제로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이에 대한 조언들도 이 책에 듬뿍 담겨 있다!!)

7. 이 책의 후반부에는 실제 에세이스트가 되는 방법과 출판사에 제안서를 보낼 때 필요한 내용들도 소개되고 있다. 어느 정도 글을 쓰는 훈련을 해왔고, 자기만의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가진 분들이라면 이 부분을 정독해 보는 것도 좋겠다. 나 또한 이 부분에는 여러 개의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다.

8. 리뷰를 쓰다 보니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 가까워졌다. 따사로운 햇살이 걷히면서, 유채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노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카페에서 소란스레 이야기를 나누던 손님들도 어느새 자리를 옮겼다. 머그잔의 남아있는 아메리카노도 차갑게 식어버렸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가져온 한 권의 책을 더 읽어야 하지만 이제 슬 자리를 떠야 할 것 같다. 책을 덮고, 노트북을 끄기 전에 마지막으로  책 속에 담겨있는 인상 깊었던 문구들을 정리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 괜찮아요, 무라카미 씨. 다들 원고료 받아 가면서 차차 좋아집니다.
계속 글 쓰는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말은, 시대와의 부딪힘을 경험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얻는다는 뜻이라고 믿습니다.
잘 쓰는 사람만 보느라 스스로 나아질 기회를 날리지 말았으면 좋았을걸.
최고의 소설 쓰는 비법은 "무조건 매일 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아서 뭐든 쓴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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