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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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보다 짐이 많았다. 그 사이에 이것저것 산 게 많았던 모양이다. 이 년 전보다 더, 대략 삼분의 일 이상 박스가 늘어난 것 같다. 미리 박스 테이핑을 하고, 이사 전 날 가벼운 짐들을 한번 실어 나른 게 다행이었다. 미뤄뒀다가 당일 했다면... 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마 손 없는 날 저녁까지 짐만 나르지 않았을까? 지금 이렇게 카페에서 여유롭게 쉬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2. 가급적이면 가전제품과 가구는 저렴한 걸로,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려 했지만 사람 맘이 그렇게 되진 않았다. 상담을 받으러 갈 때마다, 또 가전제품들을 구경하러 백화점과 마트를 갈 때마다 좋은 물건들이 눈앞에 보이는 걸 어떡하나. 어차피 필요한 건 사야 하고, 또 내 머릿속에 있는 십여 년 전 가격 기준으로는 아무것도 살수 없기에 꼭 필요한 것만 하나하나 구매하기로 했다.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그리고 TV까지. 그래도 다행인 건 - 아니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 갈 때마다 매니저분들이 좋은 제품을 착한 가격으로 많이 소개해 줘서, 나름 합리적인 쇼핑을 즐길(?) 수 있었다.

3. 혼자 나와 산지는 꽤 되었지만, 혼자서 살림을 했다고는 할 수 없었기에 가전제품을 구매하고, 아파트 입주하는 과정이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인터넷도 뒤져보고, 주변의 도움도 받았고, 또 고마운 잔소리(?)도 많이 들어가면서 준비한 시간들이 좀 바쁘기도 했지만, 이런 추억(?)도 오래 기억이 남을 듯싶었다. 아직 TV와 로봇청소기가 배송 중이긴 하지만, 어제오늘 청소도 끝내고 간단히 정리 정돈도 마무리되고 나니, 이사 첫날보다는 조금은 더 살만해진 듯하다. 게다가 여긴 햇살이 워낙 좋아서, 저녁에 집에 돌아왔을 때는 항상 러그에 담겨있는 온기를 마주할 수 있다. 아직 해결되야 할 하자도 남아 있고, 책상 등 더 사야 할 게 남아 있지만 블라인드도 설치하고, 팔걸이가 좋은 의자도 하나 더 마련한다면 저녁에 바라보는 영산강과 나주역의 야경도 꽤나 멋질 것 같다.

4. 잠깐의 일상은 뒤로하고, 지난주에는 이다혜 기자님의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글쓰기란 최고의 자기 계발이며, 자신의 인생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고 그것을 남에게 알리는 가장 중요한 셀프 마케팅이라 밝히고 있는 이 책은 글쓰기에 도전해 보고 싶고, 또 글을 잘 쓰고픈 사람들에게 필요한 조언들이 가득 담겨 있다. 유시민 작가는 글쓰기의 삼 원칙으로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하고,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를 들고 있는데, 저자 역시 이와 비슷한 충고를 책 곳곳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5. 일단 자신만의 경험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헤밍웨이 스타일로 글을 쓸 순 없고, 또 그게 절대 정답은 아니기에) 그리고 글쓰기 매체를 잘 활용하고,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트위터에 맞는 글쓰기, 인스타에 맞는 글쓰기가 따로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 일단 많이 쓰고, 많이 읽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를 통해 어휘력도 기르고, 좋은 문장도 익히고, 은유와 스토리텔링 기법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6. 개인적으로는 리뷰 작성에 대한 조언과 퇴고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먼저 리뷰란 가장 쉽게 글쓰기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면서, 실제 창작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목에 서 있는 훈련법인데, 독자들은 이를 통해 앞서 저자가 들려준 조언들을 실제로 연습해 볼 수 있다. 또 리뷰를 다듬어 보면서 퇴고의 절차도 연습해 볼 수 있고. 특히 글을 제대로 마무리하는 - 실제로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이에 대한 조언들도 이 책에 듬뿍 담겨 있다!!)

7. 이 책의 후반부에는 실제 에세이스트가 되는 방법과 출판사에 제안서를 보낼 때 필요한 내용들도 소개되고 있다. 어느 정도 글을 쓰는 훈련을 해왔고, 자기만의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가진 분들이라면 이 부분을 정독해 보는 것도 좋겠다. 나 또한 이 부분에는 여러 개의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다.

8. 리뷰를 쓰다 보니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 가까워졌다. 따사로운 햇살이 걷히면서, 유채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노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카페에서 소란스레 이야기를 나누던 손님들도 어느새 자리를 옮겼다. 머그잔의 남아있는 아메리카노도 차갑게 식어버렸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가져온 한 권의 책을 더 읽어야 하지만 이제 슬 자리를 떠야 할 것 같다. 책을 덮고, 노트북을 끄기 전에 마지막으로  책 속에 담겨있는 인상 깊었던 문구들을 정리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 괜찮아요, 무라카미 씨. 다들 원고료 받아 가면서 차차 좋아집니다.
계속 글 쓰는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말은, 시대와의 부딪힘을 경험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얻는다는 뜻이라고 믿습니다.
잘 쓰는 사람만 보느라 스스로 나아질 기회를 날리지 말았으면 좋았을걸.
최고의 소설 쓰는 비법은 "무조건 매일 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아서 뭐든 쓴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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