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스페셜 에디션)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1. 동백꽃이 활짝 피었다. 맨 아래와 위쪽 꽃망울이 지난주부터 붉은빛을 발하더니, 오늘 아침 노오란 꽃 수술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사하고 나서 거실 한편에 화분을 들였을 때만 해도 '이게 과연 잘 자랄 수 있을까'란 걱정도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잘 자라 주었다. 매주 월요일 물을 주고, 한 번씩 골고루 햇볕을 받을 수 있게 화분 위치를 돌려준 것 말고는 딱히 한 게 없는데도 말이다. (아, 며칠 전에 화분용 영양제를 하나 주긴 했다) 예전에도 두세 번 화분을 길렀다가 제대로 키워보지 못해 이번에는 잘 길러보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통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덕분에 약간 싸늘해 보였던 거실이 조금은 포근해진 느낌이다.

2. 아직 남아있는 꽃망울들도 움츠리던 꽃잎을 펼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며칠만 더 지나면 - 화분을 꽉 채운 - 활짝 핀 붉은 동백꽃잎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전을 찾아보니 동백꽃의 개화시기는 1월에서 4월이라고 한다. 지금이 12월임을 감안한다면, 우리 집엔 새해가 조금 일찍 찾아온 셈이다. 이제 새해는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활짝 핀 동백꽃잎들처럼 내년에는 우리 집에도, 그리고 나에게도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3. 어젯밤엔 켄 블랜차드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읽었다. 십오 년 만에 새롭게 단장하고 나온 개정판인데, 하늘빛의 표지와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예쁘게 디자인되어 나왔다. 이미 한번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용은 알 거라 생각한다. 바로 칭찬이 중요하다는 말. 하지만 이 책에서 던진 말을 우린 제대로 실천하고 있을까? 또 책 속에 숨겨진 진짜 조언들을 잊어버린 채로 그냥 칭찬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닐까? 나 역시 그런 질문들 앞에서 쉽게 답할 순 없었고, 그래서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쏟아지는 실적 압박과 부정적인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조직 문화, 그리고 매일 싸움의 연속인 가정을 뒤로한 채 범고래 쇼를 보러 간 웨스는 범고래들의 멋진 공연에 반하고 만다. 그리고 그 다루기 어렵다는 범고래들을 조련한 비밀을 알고자 조련사와 컨설턴트를 만난 뒤에, 그 모든 것이 바로 "칭찬"의 힘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이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더 좋아하고, 그것에 집중할수록 관계가 더 개선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부정적인 결과에만 집중하던 가정과 조직은 모두 높은 언성과 다툼, 불신으로 힘들어했지만, 긍정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고 관심을 보였던 사람들과 모임, 그리고 팀은 화합과 신뢰를 바탕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칭찬하며, 사람을 하나의 판단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귀 기울여 들을 만했다. 또 칭찬을 할 때는 진심으로, 구체적으로, 자신이 느낀 바를 제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도 말이다.

5. 하지만 부정적인 것만을 강조하고, 심지어 그것을 이용하여 관계를 장악하고 있는 조직, 가정, 모임에서 순식간에 칭찬을 통해서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문화로 바뀌기란 쉽지 않다. 책 속의 웨스가 그랬던 것처럼 비웃음치는 경쟁자들과 반감을 갖고 있던 사람들, 그리고 방관자들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미 불신과 부정적 피드백에 기초한 '뒤통수치기 반응'에 물든 사람들과의 관계 개선은 일단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저자는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조언을 제시한다.

● 신뢰를 쌓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즉시 전환시킨다.

● 잘못이나 문제점을 책망하지 않고 가능한 한 빨리, 명확하게 설명한다.

● 일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못한 점에 책임을 지고, 상대방에 대한 지속적인 신뢰와 확신을 표현한다.

● 잘못된 일이나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한 경우, 즉시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한다.

6. 책을 읽다 보니, 최근에 방영 중인 드라마 <SKY 캐슬>이 떠올랐다. 그리고 독서모임 준비로 읽고 있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떠올랐다. 과정에 집중할 것. 그리고 언제나 한쪽으로 매몰되지 않고, 양쪽을 잘 살펴볼 것. 또 재미있고 즐겁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책의 마지막에서는 웨스의 '고래 반응'에 설득(?)당한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긍정적인 문화를 조성해가는 모습이 인상깊게 그려진다. 그리고 '고래 반응'에 시큰둥하게 대응하며, 심지어 '니가 잘되나 보자'라며 방관하던 사람들에게, 멋지게 실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으로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다. 책의 겉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칭찬이란 우리를 살아 숨쉬게 만드는 가장 소중한 보상이며, 나를 사랑하고, 삶의 의욕과 의미를 만드는 자신감 회복 훈련이라고 말이다.

* 고래 반응 : 사람들이 잘 한 것을 알아낸다.

* 뒤통수치기 반응 : 사람들이 잘못하는 것을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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