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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마지막 투자처 도시재생
양팔석.윤석환 지음 / 라온북 / 2020년 1월
평점 :
1. 어제는 일이 빨리 끝나, 집에 일찍 들어왔다. 식사하기에는 이른 시간. 차를 한잔 마시고, 지난주 부산에서 가져온 책 박스를 정리하기로 했다. 작은방 서재는 이제 책들로 거의 다 채워졌지만, 책장 구석구석과 위에다가 잘만 놓으면 남은 책들도 모두 집어넣을 수 있겠다 싶었다. 박스를 뜯고, 책을 복도에 쌓아두었다. 뜯다 보니 박스가 예전에 사용했던 우체국 택배 상자였다. 네임펜으로 PC와 전자제품이라 써져 있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회사가 서울에 있을 때, 도곡동에서 이사하면서 사용했던 박스다.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었던 걸 보니, 꽤나 튼튼했던 모양이다. 여러 번 테이프로 붙였다가 떼서 그런지, 박스 강도가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이젠 버려야 할 듯. 재활용품을 버릴 때 사용하기로 하고, 현관 옆 펜트리에다가 정리해 두었다. 이제 남은 책들을 정리하기로.
2. 도곡동 5년, 빛가람동 4년, 그리고 송월동에서 1년 하고도 약 4개월째. 이젠 서울에서 살았던 시간보다, 나주에서 지낸 시간이 더 많아졌다. (문득, 다시 든 생각이지만, 정말 시간은 갈수록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여기도 빨리 변해가는 건 마찬가지. 시베리아 벌판 같았던 빛가람동도 아파트와 상가들로 많이 채워졌고, 송월동도 나주역 신축 공사와 주변 개발로 전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주말에 식사할 밥집을 찾지 못해 고생했던 걸 떠올려 본다면, 정말 많이 변했고, 또 나아졌다.
3. 어젯밤에는 <대한민국 마지막 투자처 도시재생>이라는 책을 읽었다.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서의 '도시 재생'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수년간의 실무 경험과 다양한 강의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는데,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 방향과 도시 재생 투자 분야별 제도 소개와 수익 분석을 심도 있게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도시재생일까? 일단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무분별한 마구잡이식의 뉴타운 개발을 현 정부는 지양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는 고강도의 대출 규제와 조세 개편으로 단기간에 급등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게다가 최근에는 역전세난과 거래 절벽, 경기 침체와 같은 뉴스의 헤드라인 속에서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중이라, 전문가들 역시 시장 전망에 조심스러운 상황이고. 저자는 이런 때일수록, 신축급 대단지 아파트들이 시장을 이끌게 되며, 앞으로는 입지 좋은 우량 물건이 더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뭐, 간단히 말하자면 부동산 시장에도 양극화 바람이 분다는 얘기!) 또, 서울 및 구도심의 도시재생이 진행됨과 동시에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 거리가 먼 신도시부터 붕괴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도심 핵심지에 초고가의 소형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고, 한때는 거주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용산과 청량리, 영등포가 뜨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고.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투자를 한다면 - 아직 -소규모 주택정비 사업이나 가로주택정비 사업과 같은 도시재생 투자가 남아있다고 - 저자는 - 말한다.
4. 도시재생은 낙후된 도시를 되살리는 것인데, 낡은 구도심을 물리적으로 정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낙후된 환경을 포괄적으로 개선하는 걸 의미한다. 건축물의 리모델링, 도로와 공원의 정비, 역사적 문화유산과 환경보전, 첨단업무 단지 조성, 복합 개발 등이 모두 도시재생에 포함되는 것이다. 도시재생은 특히 해외에서 더욱 활발하다. 일본은 롯폰기힐스와 같은 '도심의 고밀도 근접 개발', 즉 콤팩트 도시를 지향하는데, 지방 도시의 쇠퇴와 구도심의 낙후를 방지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단핵 콤팩트형 개발과 다핵 네트워크형 개발의 두 가지 방식으로 도시 재생을 추진하고 있다. 전자는 공동화된 중심 시가지에 상업시설과 업무시설을 집중시키는 것이고, 후자는 철도역과 터미널 인근에 거주, 상업, 업무, 문화 시설을 개발 육성하고, 철도와 도로 교통망을 통해 주변의 거점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후자의 방식이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효율성도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유럽의 경우에는 문화적 유산을 관리하고, 역사적 환경을 보존하는 도시 재생 방식이 많은데, 도시의 미관을 개선하고, 관광 수입도 얻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5. 그렇다면 도시재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정부가 주도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있다. 참고로 도시재생뉴딜사업은 주거환경 정비를 목적으로 하는 우리 동네 살리기와 주거지 지원 형 사업, 그리고 혁신거점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근린형, 중심시가지형, 경제 기반형 사업 이렇게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또 신규 대단지를 조성하는 뉴타운 사업, 달동네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주거환경개선사업도 있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재개발사업, 재건축 사업, 리모델링 역시 도시재생의 한 분야다. 끝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가로주택정비 사업과 자율 주택정비 사업, 소규모 재건축 사업과 지주공동사업도 있다. 특히 이들은 적은 규모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는데, 저자는 이를 단계별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해당 분야별로 정독하면 좋을 듯하다.
6. 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추천 지역이나, 향후 전망에 관해서 간단히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서울의 도심권, 즉 중구와 종로구, 용산구, 그리고 사대문 안은 대체가 어려운 상징적이며 독보적 가치를 갖고 있다. 또 서울역 북부 역세권 복합 개발과 2020 다시 세운 프로젝트, 광화문 복합 역 개발 등 호재도 많다. 다음은 직주근접 지역인 CBD, YBD, KBD(GBD)와 판교, 강남에서 고덕으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벨트도 눈여겨보라고 말한다. 세 번째는 역세권인데, 특히 신분당선 지역(강남을 지나 용산까지 이어지는 연장 구간과 앞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서북부 연장까지)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논현, 반포, 한남, 용산이 그곳이다. (근데, 사실 이 지역은 말 안 해도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듯하다. 너무 비싸 우리 같은 일반 직장인들이 들어가기 어려워서 그렇지...)
7. 지방의 도시재생은 어떨까?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일단 여기서 말하는 지방은 서울이 아닌 지역(부산, 대구 등)을 말한다. 중소도시와 군 단위 지역은 관심 밖이라는 거다! 현실을 받아들이자. 심지어, 책 전체 중에서 부산과 같은 지방을 언급한 분량마저 열 페이지도 안 된다. 광역시급 이하의 도시들을 위해 구태여 언급하자면, 저자는 행정 거점과 산업기반이 튼튼한 곳, 그리고 앞서 말한 일본의 다핵 콤팩트형 도시 재생을 중심으로 찾아보라고 말한다.
8. 입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시간은 계속 흘러가며 건물은 노화된다. 저자는 이를 두고, 도시 재생의 운명을 맞이할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는데, 이를 투자와 연계해보면, 같은 가격이라면 잘못된 위치의 그럴듯한 물건보다도 좋은 위치의 허름한 물건이 더 낫다는 말로 귀결된다. 또 다산 정약용은 - 정말 실리적인 분이셨던 걸까라는 생각이 든 대목이다 - 자녀들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사대문 밖으로 이사 가지 말고 버텨라. 멀리 서울을 벗어나는 순간 기회는 사라지며 사회적으로 재기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는데, 과거부터 지금까지도 부동산에 관해서는 누구나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씁쓸하지만, 정말 현실적인 조언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