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이코노미스트 세계경제대전망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1. 어제, 상생협력부 소속으로 마지막 출장을 다녀왔다. 장소는 서울 구로에 위치한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중소기업 지원 및 동반성장 업무를 전담하는 정부기관인데, 사회적 가치와 상생협력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트렌드와도 맞물려 그 비중이 조금씩 커지고 있는 곳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권이 바뀌더라도 큰 방향은 바뀔 수가 없기 때문에 네이밍은 달라진다 하더라도, 사회적 가치·상생 협력·동반성장· CSV와 같은 업무는 앞으로도 그 중요성이 더 커지리라 판단된다) 출장 목적은 - 동반성장 업무의 결산서라 할 수 있는 - 2019년 동반성장 추진실적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는데, 아직 인쇄소에서 책이 오지 않아, 조금 기다리기로 했다. 네이버 지도 앱을 보니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다. 잠깐 들러, 카페라테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가져온 책을 꺼내든다. 읽을까 하다가, 잠시 생각을 했다. 16년 초 계약팀을 시작으로 약 4년간 동반성장, 열린 혁신, 스타트업 육성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는데, 이제 이 업무를 끝으로 - 뭐, 차장으로 승진해서 가는 거라 업무 성격은 조금 달라지겠지만 - 다시 재무부로 복귀(?) 하게 된다. 재무업무 6년, 상생협력업무 4년. 이렇게 딱 10년을 채운 셈이다. 동반성장 보고서 제출만 벌써 네 번째. 정말 시간이 빠르게 간다 싶다. 책을 보며, 커피를 마시던 중 문자가 왔다. 곧 있으면 퀵이 도착한다고 한다. 키콕스 건물로 자리를 옮겨, 책자를 기다린다. 15분 정도 지나, 책을 받았다. 혹시 몰라 한 번 더 보고서를 훑어본다. 밀린 페이지가 없는지도. 이제 됐다. 제출만 하면 된다.

2.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세계 경제를 예측하고, 정리해 보는 <세계경제 대전망>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경제신문이 독점 계약하여 출간하고 있는데, 꽤나 인지도가 있는 책이라 생각하면 된다. 어떤 사람들은 매년 세계경제 대전망 책 표지에 있는 그림이나 문자열을 가지고, 내년에 발생할 일들을 예측하기도 하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어느 정도 맞았던 부분도 있으므로,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참고로 올해는 트럼프와 브렉시트, 도쿄올림픽, AI, 베토벤 탄생 250주년, 2020비전 등을 제시하고 있다.

3. 수많은 경제 석학과 저널리스트, 그리고 전문가들이 집필한 만큼 그 구성도 알차고, 읽을거리도 많다. 파트 원에는 리더와 비즈니스, 금융과 국제 관계, 과학기술과 문화 현상을 소개하고 있고, 파트 투에는 각 지역별 이슈를 차례대로 소개한다. 미국, 유럽, 영국, 중동, 아프리카, 아메리카(미국 제외), 아시아, 중국 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쉽게도 한국을 위해 특별히 할애한 장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부록에 있는 세계 주요 지표면에 우리나라도 - 아주 작게 - 소개되고 있으니, 아쉬움을 달래도록 하자. (현실적으로 본다면, 세계를 이끄는 엘리트들의 구상에는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4. 서문에서 편집자인 다니엘 프랭클린은 몇 가지 주요 예측을 던지고 있다. 먼저, 마이너스 금리와 싸우는 유럽은행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한다. 또, 지속 가능성이 강력한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한다. 화성으로 향하는 수많은 탐사선이 발사될 것이며, TV 스트리밍 전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스트리밍 전쟁은 디즈니, 넷플릭스, 아마존 등 다양한 업체가 경쟁하게 되는데, 이 모든 채널을 다 보기 위해 수십만 원이나 되는 월 정액을 낼 사람들은 없을 것이므로, 결국 몇 년 안에 몇 개의 회사만이 살아남게 될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는 판단하고 있다) 끝으로 젊은 노인인 욜드의 해가 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사회 문화 업계에 종사하거나, 해당 분야 시장을 분석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공부해야 할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된다)

5.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미중 무역분쟁은 어떻게 될까?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 부분에 많은 장을 할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결국에는 미국이 승리(?) 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나라들이 미국과 중국 중에서 한 편을 선택받기를 강요당할 것이며, 많은 문제(?)와 갈등을 겪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의 부록에도 등장하지만, 앞으로의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더 젊고, 더 활발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기술되어 있는데 이 의미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또,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리 독립운동과 지역주의 운동도 함께 곁들어 분석해봐도 좋을 것 같다.

6. 술을 멀리하는 10대들의 등장(우리나라는 잘 모르겠다!), 젊고 건강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생산성 높은 60대의 출현(앞서 말한 욜드의 시대다!), 마이너스 금리의 확산(우리나라도 최근에 금리 동결 및 소수의견으로 금리 인하가 제시되기도 했다!)도 주목해야 할 이슈들이다. 또, AI와 실내 농업 기술의 발전, 안면인식 시스템과 같은 중국이 추진(?) 하는 감시국가 기술(작년 홍콩 시민들의 시위 과정에서 많이 보도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우리나라도 주목해야 할 이슈들이다. 이 외에도 중동과 아프리카에 대한 전망 자료들도 매우 인상적이다.

7.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될까?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해미시 맥레이는 지역별로 인구통계적 구성이 극명하게 달라진다고 말한다. 아프리카와 동남아는 상대적으로 젊은 지역으로, 유럽과 일본은 고령화되어 보수적 색채를 띠게 된다고 말이다. 또, 중국은 분명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 자리매김하지만 정책 노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으며,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활기차고 매력적이며 부유한 지역으로 남게 된다고 예상한다. 끝으로 수많은 세계 인구가 중산층으로 편입되어 지금보다 더 살기 좋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8. 하지만 아직 두 가지 조커가 있다. 하나는 외계와의 조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 내면에 있는 초자연적 현상과 같은 영성적 요소가 그것인데, 이 두 가지가 어떻게 우리와 사회에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어떻게 관리하고 대응할지는 스스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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