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 플라스틱 먹는 애벌레부터 별을 사랑한 쇠똥구리 까지 우리가 몰랐던 곤충의 모든 것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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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지난 주 4일간 경평 워크숍을 다녀왔다. 16년부터 동반성장 업무를 맡게 되면서, 자연스레 경영 평가 보고서 작성에도 투입되었는데, 19년도에는 일자리 창출 부분 담당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 파트는 워크숍 첫날에 중간 점검을 받았는데, 다른 파트에 비해 진도도 빠르고, 체계도 어느 정도 잡혀있다고 평가받았다. 나는 경영 평가 보고서 이외에도, 다음 주에 제출해야 하는 동반성장 보고서가 더 시급했기 때문에, 여기에 투입할 시간이 더 생겨 좋았다. 다른 분들은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수정하느라 끙끙대고 있을 때, 나는 동반성장 보고서 엑셀 제출 파일과 오탈자 수정, 그리고 문구 개선(사실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계속 보다 보면 오히려 괜찮은 표현이 이상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에 시간을 보냈다.

2. 워크숍 장소는 목포였는데, 유달산 일등바위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마지막 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유달산에 다녀왔다. 높이가 20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산이었지만, 그 산세가 꽤나 좋았다. 전라도 산들은 천오백 미터 이상 되는 태백산맥의 봉우리들보다 높이는 낮지만, 그 경관과 산줄기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물론 내 생각이지만, 산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과 이야기해 보면, 이런 나의 주장에 동의하시는 분들도 꽤 많다) 는데 있다. 유달산도 높이는 낮았지만, 산등성이와 봉우리가 꽤나 근사했다. 등산로를 잘 꾸며 놓아서, 지역 분들이 반나절 가볍게 산책하기에는 딱이겠구나 싶었다.

3. 산 정상에서 우연히 '너구리' 한 마리를 보았다. 물론 너구리인지, 오소리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일단 너구리라 부르기로 한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친절하게도 고개를 뒤로 돌려 포즈를 취해 주었다. 추운지 조금 떨고 있는 듯했다. 과자라도 있었으면 주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주머니 속엔 차 키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먹이를 찾아 여기까지 내려온 모양인 듯했다. 나는 산을 가면 꼭 이렇게 쉽게 보기 힘든 곤충이나 산짐승을 보곤 하는데, 이번엔 너구리였던 모양이다.

4. 지난 주말 동안 안네 스베르드루프 - 튀게손이 지은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라는 책을 읽었다. 원래 계획은 월출산에 한번 다녀오는 거였는데, 날도 좋지 않았고, 미세먼지도 심하다고 해서 가지 않았다. 물론 늦잠도 한 원인이지만... 참고로 이 책은 얼마 전 모 신문사의 추천 도서로 기사에 실렸던 책이기도 하다. 부제인 '플라스틱 먹는 애벌레부터 별을 사랑한 쇠똥구리까지 우리가 몰랐던 곤충의 모든 것'이라는 글처럼, 곤충을 주제로 한 저자의 따스한 자연과학 에세이라고 보면 되겠다. 꼭 곤충이나 자연과학 분야 도서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 가볍게 -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다는 건 결코 아니다 - 읽어보기에는 딱 좋은 책인 듯하다.

5. 현재 지구상에는 인구 한 명당 2억 마리가 넘는 곤충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결코 인간에게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는 수많은 곤충들이 멸종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인간의 눈에 어떤 종이 귀엽거나, 또는 유용하다고 하여, 그렇지 않은 생명체를 - 근시안적 판단으로 - 가벼이 여길 권리는 없다고 말한다. 강아지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다른 수많은 생명체들도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 자연이란 당혹스러울 정도로 복잡한 시스템이고, 우리 인간은 그 수백만 종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9페이지) 그리고 저자가 오늘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곤충은 이 독창적인 시스템 속의 중요한 일부분이고.

6. 책은 서문을 제외하고, 총 아홉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곤충 해부학 특강을 시작으로, 곤충들의 짝짓기, 먹이사슬, 곤충과 식물의 관계, 곤충과 식량, 윤회 과정 속의 곤충, 그리고 곤충 산업과 곤충과 관련된 노벨상 수상자들, 마지막으로 곤충과 인간과 미래의 모습까지. 저자의 부모님은 자연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게 호기심을 가지라고 가르쳤다고 하는데, 특히 어머님은 그녀의 다양한 생각들을 듣고, 지켜보고, 격려해 주셨다고 한다. 이 책을 읽게 될 다른 분들도 곧 느끼겠지만, 책 속에는 자연에 대한 감사함과 경이로움, 그리고 곤충에 대한 따스한 시선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7. 개인적으로는 첫 장의 내용이 재미있었다. 마치 중학교 때 생물 수업 시간으로 돌아간 느낌. 곤충과 거미와 지네는 서로 다르다는 점과 곤충은 허파가 없어서 몸에 난 구멍(기문)으로 숨을 쉰다는 사실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라틴식 이름인 학명으로 생명체를 부를 때, 곤충은 동물계 - 절지동물문 - 곤충강에 속한다는 사실도 그랬고. 참고로 계 - 문 - 강 다음은 목 - 과 - 속 - 종으로 나열되는데, 보통 학명은 속과 종으로 나타내며, 이탤릭 체로 쓴다는 사실도 알아두면 좋을 듯했다. 또, 곤충은 지구상 최대의 먹잇감인데, 참고로 전 세계 거미는 1년간 인류가 소비하는 식량(어류 및 육류)을 초과하는 약 4,000 ~ 8,000억 톤의 곤충을 먹어치운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이 외에도 새, 물고기, 수많은 포유류도 곤충을 주식으로 하고 있고.

8. 미래에는 언젠가는 - 설국열차와 같은 그림은 아니겠지만 - 우리 인간들도 곤충을 요리하게 될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저자 역시, 곤충들이 사람을 먹게 되는 일은 없겠지만, 곤충이 얼마나 좋은 음식인지 사람들이 알게 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니 앞에서는 분명 곤충을 사랑하고, 돌보자라고 얘기했었다... 그런데...) 또, 의료계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에서 곤충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항생제로 활용될 수도 있고, 친환경 폐기물 처리로도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살충제로 인한 문제와 일부 종의 멸종 문제, 그리고 앞으로 곤충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등장한다. 이 부분은 곤충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 할 내용이라 생각되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를 살아갈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요소일지도 모르므로.

9. 저자는 지식과 긍정적인 말, 그리고 열정을 믿는다고 한다. 또, 꽃을 찾는 방문객들을 위한 뒤뜰을 꾸며보자고 말한다. 경이로움은 반드시 여행을 통해서만 얻는 건 아니다.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장르의 책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자연이 주는 놀라운 경이를, 지적 유희와 함께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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