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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평점 :
1. 도착지는 나트랑(냐짱) 깜라인 국제공항. 처음으로 어머니와 함께 단둘이서 가는 해외여행이다. 원래 계획은 아버지도 같이 모시고 가는 거였지만, 사정상 어머니만 모시고 가는 것으로 결정. 전날 미리 준비한 짐을 챙겨서, 새벽 일찍 택시를 타고,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그렇게 부지런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찍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조금 서둘러 갔지만, 연휴 시작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수속 절차를 밟고 나서, 식당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곰탕을, 나는 라면 정식을 주문했다. 두 개다 우리가 생각한 맛은 아니었지만, 뭐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나는 여행에 있어서, 공항으로 출발해 비행기에 탑승할 때까지가 항상, 가장 설레었던 순간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일단 출발할 때 기분 좋으면 대부분 마지막까지 그 감정이 이어지는 듯하고.
2.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 책을 꺼내 읽었다. 옆자리에 앉아계신 분도 동양철학 관련 책을 읽고 계셨다. 하필 내 자리는 독서 등이 켜지지 않아, 조금 불편했지만 뭐 그냥 읽기로 했다. 완전 암흑은 아니었기에. 가방에 넣어간 책은 타라 웨스트오버가 지은 <배움의 발견:Educated>과 웬디 우드가 지은 <해빗:HABIT>이었는데, 색도 노오란 파스텔 톤이었고, 여행과 어울리는 제목은 배움의 발견일 것 같아, 이걸 먼저 읽기로 했다.
3. 이 책은 주인공인 타라 웨스트오버는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인 아버지 밑에서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오로지 홈스쿨링(?)으로만 브리검영 대학교와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를 다녔다. 그냥 다니기만 한건 아니다. 브리검영 대학교에서는 최우수 학부상을 받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는 장학금을 받으면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얻었다. 또 하버드 대학교에서 방문 연구원을 지냈고, 작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으로도 뽑히기도 했다.
4. 그녀는 아이다호주의 대자연 속에서 생활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부모님의 가르침(?)과 형제자매들과의 관계(?) 속에서 배우고 성장했던 거다. 그곳에서의 배움을, 그녀는 산의 리듬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표현하는데, 생사를 가를뻔한 사건들과 폭력적인 오빠와 강압적인 아버지, 그리고 의료 혜택을 거부하는 가족 문화 속에서 누구보다도 험난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배우고, 느꼈던 모든 일들. 더 이상 이렇게 지낼 수많은 없다고 느끼고 스스로 박차고 나온 대학교 생활. 돈을 벌고, 새로운 생활을 하기 위해 도전했던 소일거리와 합창단 활동 등은 그녀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남자에게 있어 군대가 가져다주는 교훈 같은 느낌!!)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속된 학대에 가까운 몇몇 일들은 그녀가 심리학 관련 논문을 쓰는데 발판이 되었고, 결국 아버지와 오빠와 등 질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녀는 이런 고투의 과정 속에서 발견한 자아에 변신과 탈바꿈, 허위, 배신(?)이 섞여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를 '교육'이라 부른다고 - 스스로 - 정의하고 있다.
5. 오래 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깊이 있게 들어갔느냐도 - 삶에 있어서 -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아래로 얼마나 들어가서, 고민하고 생각했는지도 말이다. 경험에서 배우는 무언가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 이 책의 주인공 웨스트오버는 살아온 가정 환경 속에서 그것을 오랫동안 실천(?) 해 왔다. 오백 페이지에 가까운 이 책의 두께가 - 어쩌면 짧다고도 할 수 있는 - 그녀의 삼십여 년 인생사 깊이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만의 철학(?)으로 가득 찬 아버지의 거대한(?) 그림자 속에서 서서히 해방(?) 되는 과정과 독특한 가정문화 속에서 다양한 자아를 갖고 있는 어머니, 오빠, 누나들과의 갈등 속에서 그녀는 많은 무언가를 배워왔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앞에서 말한 '교육'의 반복이었고.
6. 한편의 거대한 서사시 같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가지 느낀 바가 많았다. 먼저, 어떤 오해는 억지로 풀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둘 필요도 있다는 사실.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 몸매가 조금이라도 드러나는 옷을 입으면 '창녀'라고 손가락질 받는 환경 속에서 자란 웨스트오버와 전혀 그렇지 않은 그녀의 대학교 사람들과의 사소한 갈등 속에서 그녀는 이것을 깨닫게 된다. 산속에서 자라면서, 죽을 뻔한 사고를 넘기면서 깨달았던 것들처럼 말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학습이란 결국 스스로 배워나가는 과정 속에서 존재한다는 사실. 대도시에서 자란 여느 아이들보다도 그녀는 우수한 성과로 졸업했고, 장학금을 받고, 석사와 박사 학위를 얻었다. 마치 다듬어지지 않은 돌 속에 감춰진 보석과 같다고 말하는 교수님들의 칭찬은 그녀의 삶 자체를 배움의 성과로 인정한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조금 빗나간 이야기지만 한국의 학군 타령과 선행학습, 명문고, 학원과 과외 놀음은 웨스트오버의 사례와 비교될 만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받았던 가정 교육을 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녀가 받았던 가정 교육은 어쩌면 가정 폭력과 학대로 볼 여지도 많았기에...)
7. 생각보다 분량이 많아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마지막 페이지를 접을 수 있었다. 심각했던 주문 난 속에서 받은 맥주 한 캔과 젤리를 안주 삼아 남은 페이지들을 넘겼는데,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그녀의 가족과의 갈등이 삶의 조각들처럼 남아있는 듯했다. 이 책의 제목이 배움의 발견인 것 맞는 것 같다. 아직 배움의 끝으로 가보지 못한, 그 과정 속에 있음을 알리는 뉘앙스의 독백이 남아 있었으므로. 박사 학위를 받은 걸로 그녀의 배움의 과정이 끝은 아닐 터. 혹시라도 나오게 될지 모르는 그 이후의 시간들의 기록들도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