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티밋 바 북 - 홈텐딩과 바텐딩을 위한 1000가지 칵테일의 모든 것
미티 헬미히 지음, 양희진 옮김 / 미래지식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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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회사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예전 부서에서 같이 근무했던 후배들인데, 고맙게도 다 같이 와주었다. 미리 집에 와서 바닥도 쓸고 닦고, 너저분하게 놓여있는 책들과 잡동사니들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펜트리도 같이 정리했는데, 문을 닫아놓으면 당연히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다음에 잘 찾을 수 있도록 여유 있게 다시 재배치했다. 후배들은 집 곳곳에 있는 베어브릭과 그림들 그리고 서재가 눈에 띄었던 모양이었다. 덕분에 나도 좀 아는 척 설명해 주면서 간단하게 집 소개(?)도 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데 역시나 마실 거리가 빠질 순 없다. 그날은 봄베이와 짐빔으로 만든 하이볼을 먹었고, 대학교 동아리 사람들을 만날 때는 칵테일이나 위스키를 종종 먹는 듯하다. 막걸리도 좋고, 소맥도 시원하게 먹으면 좋다.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와인도 그렇고. 많이 먹는 건 아니지만, 기분 좋게, 과하지 않게 먹는 건 언제나 몸에도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읽은 책은, 이벤트로 받은 책은 칵테일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하고 있는 <얼티밋 바 북>이라는 책이다. 이 분야 전문가라고 소개된 미티 헬미히라는 분이 지었는데, 확실히 알찬 내용만큼이나 두꺼운 분량을 자랑하고 있다. 책 내용을 다 숙지하지는 못하더라도, 옆에 두고 보면서 같이 이야기하면 되게 좋겠다는 생각을 신청했는데, 그동안 바에 가서 메뉴판을 볼 때 궁금했던 많은 것들이 조금이나마 해소된 기분이었다.

먼저 책의 구성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인사말과 함께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를 먼저 알려준다. 가령 와인 베이스와 브랜디 베이스의 칵테일이 궁금하면 373페이지와 106페이지로 바로 찾아가면 된다. 그러면 우리가 메뉴판에서 흔히 보던 다양한 칵테일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실제로 가게마다 배합 비율이나 넣는 재료들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카테고리에 포함되는지 그리고 맛은 대략 어떠할지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칵테일 제조 도구에 대한 부분이다. 다양한 잔을 시작으로 - 나는 이렇게 글라스 종류가 많은지 처음 알게 되었다!!! - 홈바를 꾸미는데 필요한 술과 재료, 계량 단위들도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얼마든지 각종 자료를 찾을 수 있겠지만,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이것저것 찾을 필요 없이 한 번에 해결되겠다 싶었다.

이어서 믹솔로지와 칵테일파티를 성공적(?)으로 여는 법을 알려준다. 모든 준비가 되었다면 실제로 칵테일을 만들어 손님에게 대접하는 순간까지를 설명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에 가서 즐기는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참고만 해도 좋을 듯하다.

마지막은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칵테일 메뉴들에 대한 소개인데, 거의 400페이지에 걸쳐서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일단 칵테일을 넘어서 주류에 대한 모든 상식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라거와 에일을 시작으로 사케, 코냑 등 모든 종류로 칵테일을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과일 맛나는 조금은 시원한 느낌의 칵테일도 좋아하는 편인데, 내 기호에 맞는 몇 가지를 찾아볼까 했다가 너무나 방대한 종류에 그냥 이런 게 있구나 정도로 넘어갔다. 아마도 칵테일을 정말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보고 신나서 하루 종일 찾아보고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끝으로 이렇게 좋은 책을 독자들에게 선물해 준 출판사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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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절대 트렌드 7
권화순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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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프랜차이즈 카페만 하나 들어와도 참 좋을 텐데 여전히 소식은 없다. 스타벅스도 과분하다. 이디야나 컴포즈 커피만 들어와도 좋겠다 싶다. 세 개 단지만 합쳐도 약 천 세대는 되고, 근처 빌라촌과 나주역, 시청 그리고 관공서 유동인구까지 합하면 수요가 꽤 될 것 같기도 한데 말이다. 부산만 하더라도 아파트 단지만 들어서면 상가에 각종 프랜차이즈가 곧바로 입점하던데, 나주는 아무래도 아직까진 소도시라 입점 속도나 상권이 형성되는 규모에 큰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하긴 조금 떨어진 혁신도시 아파트 상가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실 상태로 남겨진 곳이 많다고 하니 확실히 지방 부동산을 투자 개념으로만 접근하는 건 매우 조심해야 한다.

이번 주에는 틈틈이 부동산 도서 한 권을 읽었다. 도서명은 <2024-2025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절대 트렌드 7>. 책 제목이 조금 길긴 하다. 지난주와는 달리 롯데 경기력이 말이 아니어서 야구를 보다가 다시 책을 읽기를 반복했다. 원래 이렇게 끊었다가 다시 읽기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소설책이 아닌지라 읽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저자인 권화순 님은 경제신문사 기자로 S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약 18년간 금융과 부동산 분야에서 전문성을 넓혀왔다고 한다.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오를만한 곳을 추천하는 식의 내용이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금리 방향, 그리고 부동산 세제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 부동산에 대해 안목이 있거나, 부동산 투자를 앞두고 있는 초짜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책이라 보인다.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첫 번째 장에서는 재건축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안전진단 통과 없이도 조합 설립이 가능한 재건축 패스트트랙과 재초환, 현금 청산 등과 같은 포인트가 눈에 들어온다. 다음은 대출 규제와 청약 제도인데 이 부분은 무주택자인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LTV, DSR과 같은 대출 한도를 사전에 미리 공부하고 나서 청약이나 주택 매수에 뛰어드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어 관계없는 부분이긴 했지만 금리 변동에 따른 대출이자의 변동, 최신 기준 청약 제도에 대한 내용은 한 번 더 체크해 두었다.

네 번째 장은 부동산 세금이다. 신규 투자자보다는 이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투자자나 다주택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나도 여기서 몇 가지 포인트를 잡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된 부분이다. 보유 주택이 세 채라 하더라도 공시가격이 3억 원 이하인 지방 주택은 전체 주택수에서 제외된다거나, 6월 1일 전에는 다주택자 매물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와 같은 정보는 눈여겨볼만했다. 또 향후 부동산 규제가 보유 주택 숫자에서 보유 주택 시가총액으로 바뀔 예정이므로 과거의 똘똘한 한 채 전략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도.

다섯 번째 장은 전세제도. 특히 임대차 3법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인상적인데, 향후 2법에 대한 추가 조치가 있을 예정이니 임대인이라면 관심을 갖고 읽어보고, 또 관련 보도자료를 검토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계약 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상한 등의 조치는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불합리해 보일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새로운 부동산 관련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잘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여섯 번째 장과 마지막 장은 앞으로의 부동산 향방과 함께 이슈가 될 포인트 다섯 가지를 짚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금리에 따른 향방과 1인 가구의 증가, GTX 이슈가 눈에 들어왔는데 이 책을 읽을 예정인 독자들이라면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겠다 싶다.

끝으로 부동산에 관련된 인사이트 하나를 소개하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부동산은 불멸의 자산으로 계속 가치가 상승한다. 부동산은 안전성에 기반해 거의 유일한 파괴할 수 없는 안정성을 가진다. (러셀 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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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데미언 허스트 - 현대미술계 악동과의 대면 인터뷰
김성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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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언 허스트는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 번쯤 들어본 작가의 이름이라 확신한다. 영국의 현대 미술가로 난해하면서도 다소 충격적인 작품을 많이 선보인 작가이기에, 미술관에 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뉴스나 매거진,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지식 공유형 버라이어티 쇼에서 그의 작품들을 접해보았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중학생 미술 선생님 덕분에 그림과 예술 분야에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우연히 지나치면서 '데미언 허스트'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들을 서서히 알아가게 된 것 같다.

몇 년 전에 아파트를 하나 장만하고 나서, 내 집을 꾸밀 수 있는 그림과 같은 인테리어 소품들을 찾다가 유명 화가들의 작품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오리지널 작품은 아니고, 판화와 같은 한정판 에디션들이지만 그래도 가격이 상당했다. 나도 그때 처음으로 프랑스 화가 알랭 토마의 에디션을 낙찰받아 구매하고, 또 우리나라 현대 미술작가인 권수현 님의 오리지널 작품도 구매했던 터라 더 유심히 그의 작품들을 찾아본 기억이 난다.

에디션으로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꽤 있다고 하는 '약국 시리즈'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다이아몬드 해골'과 '포름알데히드 작품 시리즈'. 특히나 수조 안의 상어는 꽤나 충격적인 발상인데, 이 책의 인터뷰나 다른 매거진을 통해 소개된 그의 작품관을 들어보면서 작품을 감상해야 그 놀라움의 간격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듯하다.

반면에 약국 시리즈처럼 반복된 표현이 인상적인 작품 <로우>나, 나비와 같은 곤충을 소재로 한 <마지막 왕국>과도 같은 작품들은 그래도 조금은 익숙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 컬렉터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벚꽃> 시리즈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베니스 전시전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가상과 현실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소재들을 바탕으로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강하게 주는 조각상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과 허구를 식별하기 힘든 스토리 전개까지도 말이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데미언 허스트와 뱅크시 모두 브리스틀 출생이라고 한다. 물론 태어난 시기는 다르고 실제로 성장한 곳도 다르지만 뭐 아무튼 현대 미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을 배출한 도시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허스트는 그 후 리즈에서 성장했는데,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 채로 힘들게 살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따스한 세상보다는 차가운 피와 같은 세상의 다른 면에서 예술적 영감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는 그가 이 책의 지은이에게 그의 미공개 작품을 보여주면서, 그의 어머니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미디어에 소개된 - 조금은 - 괴짜 이미지와는 다른 그의 인간적인 모습도 엿볼 수 있다. 현대 미술계의 아이콘 중 한 분인 '데미언 허스트'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좋은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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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내 생각이 맞다고 설득하는 기술 메이트북스 클래식 16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강현규 엮음, 김현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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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내 생각이 맞다고 설득하는 기술이라니. 토론과 논쟁은 진실을 규명하고, 더 나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의 과정이 아니던가.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논리적으로 말하고 잘못된 논거는 배제하면서, 옳고 더 나은 해답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워왔을 터.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근본적인 속성을 건드리면서, 애초에 진실과는 관계없이 내 말이 맞다고 우기는 타고난 허영심이 우리들의 사악한 본성 속에 숨어있다고 말한다. 논쟁이란 결국에는 말로 하는 기싸움이며, 이는 기본적으로 승부를 겨루는 전투와 닮아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동의하는 부분인데, 결국에는 힘이 안되니 다른 무언가로 싸우는 것이며, 이것이 말과 같은 무기를 가지고 서로가 겨루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말로는 이길 수 없으니 - 무식하게(?) - 힘이나 목소리로 이겨보려는 것일 수도 있는데, 여기서 우리가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인류 역사상 단순하게 힘만 세다고, 또 언변에만 능통하다고 해서 전쟁의 승자가 되거나 역사의 주인공이 된 경우는 거의 없다 - 물론 잠깐은 있을 수 있겠으나 - 는 것. 한 시대를 장식하거나, 어떤 사건이나 전쟁에 있어서의 승자들의 면모를 떠올려보면 항상 힘과 함께 - 그것이 나만의 것이든, 아니면 조력자의 도움을 포함한 것이든지 간에 - 유창한 언변술 또한 같이 가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뭐 아무튼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히 말해서 바로 말싸움에서 이기는 법이다. 서문에서 말하듯이 부정적인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 모순되거나 무너지지 않고 상대방의 주장을 직접 공격할 방법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① 먼저 상대방의 주장을 확대시키고, 나의 주장은 축소할 것. ② 또 미묘한 의미 차이를 발생시키는 동음동형이의어를 잘 사용하면 좋다. 특히 이 부분은 상대방의 궤변에 대응할 때 유용한 방법이다. ③ 실제로 토론할 때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전제들을 개별적으로 분산시켜 큰 그림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게 좋다고 한다. ④ 상대방을 화나게 하거나, 빠른 질문 공세를 퍼붓는 방법도 있다. ⑤ 또 항상 상대방의 말에 반대를 하거나 나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때는 미리 예측해서 상대방을 혼란케하라는 조언도 눈에 들어온다. 참고로 이는 실제로 자기주장이 맞다고 잘 우기는 사람들을 대할 때 유용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⑥ 주장에 유리한 비유적 표현을 먼저 선점하고, 상대방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 무언가를 선택하도록 고민하게 만드는 법도 좋다. ⑦ 뻔뻔함, 상대방의 모든 것을 말싸움에 활용하기, 궤변에는 궤변으로 대응하기와 같은 방법도 있다. ⑧ 조금 더 나아가 억지 부리기, 거짓 추론과 왜곡으로 억지 결론 유도하기, 상대방의 시인을 결론으로 마무리 짓기와 같은 방법도 있고. ⑨ 청중과 같은 제3자의 반응을 고려하고, 때로는 권위마저 논쟁에 이용할 수도 있다. ⑩ 상황에 맞춰 화제를 전환하고, 인신공격을 하거나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도 있다... (뭐 책을 잘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래도 되나 싶을 수도 있는데, 공격이 아닌 방어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끝으로 책에서는 이렇게 총 38가지의 요령법을 알려주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토피카>를 자주 언급하는데 시간이 된다면 같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 듯하다. 참고로 아리스토텔레스는 가급적 논쟁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조언을 남겼다고 하니 그게 어떤 의미인지를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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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 2024년 제4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조경란 외 지음 / 문학사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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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이다. 처음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접한 건 - 좀 많이 거슬러 올라가서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는데,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 일이니, 시간도 참 빨리 지나간 듯싶다. 그 이후로는 가끔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생각나서 구매했거나, 이렇게 책좋사 카페 이벤트를 통해서 간간이 접해왔던 것 같다.

올해의 대상은 바로 조경란 작가님의 <일러두기>다. 참고로 일러두기란 책의 첫머리에 그 책의 내용이나 쓰는 방법 따위에 관한 참고사항을 기재한 글을 말하는데, 가이드나 사전 설명과 같은 친절한 안내를 떠올리면 되겠다. 혹자는 이런 장치가 독자의 읽는 상상력을 저해한다고도 하는데, 때론 적절한 일러두기가 오히려 올바른 사고의 확장이나 깊은 사고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알아둘 필요도 있겠다. 또 효율성과 성과를 강조하는 요즘의 트렌드에도 부합할 수 있을까도 싶고. 다만, 후자에 대해서 나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는 아니다.

뭐 아무튼 그래서 '일러두기'가 이 소설에서 의미하는 바가 뭐냐고 다시 물어볼 수도 있는데, 이 책의 마지막에서 그리고 심사위원과 작가, 동료 소설가의 글 속에서 그 역할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거나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의 '일러두기'는 분명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인생이라는 서사에서는, 성공만큼 실패마저도 인생의 커다란 스토리를 쌓아 올린다는 가정 하에서 과연 '일러두기'가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만은 아닐 터. 작품 속 주인공의 말에서도 그 뉘앙스를 느낄 수 있듯이 '일러두기'의 아쉬움 정도로만 표현되어 있음을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그래도 인생을 돌이켜보면서 각 시점에 나만을 위한 '일러두기'가 한 번쯤은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충분히 해볼 수 있겠다란 생각도 든다.

단편 소설이라 구태여 줄거리를 소개할 건 없겠지만 - 사실 인터넷 기사를 조금만 뒤져봐도 금방 찾을 수 있다 - 중년이 된, 서로를 잘 몰랐던 남녀가 우연한 기회로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는 글 정도로 요약하면 어떨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흔적을 남기고 - 순수하게 - 그들의 삶을 궁금해했으며, 어설픈 위로 따위가 아니라 그냥 같이 있어주면서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과거의 실수라면 실수라고 말할 수 있는 기억들과 일상의 사고들을 담담하게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를 읽으면서, 내 삶의 무언가가 달라졌다고 한다. 이제 모든 일에 무리하게 덤벼들진 않지만, 반복적으로 그리고 단순하게 일상을 영위해 나아간다고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채워져간 것들이 생활이 되어간다고 <일러두기>는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큰 스승님일지도 모를 조경란 작가님 앞에서 신인의 패기로, 어쩌면 약간의 망상일지도 모를 아직 가다듬어지지 않은 생각들과 큰 목소리의 조합으로 이야기했다던 정한아 님의 재미난 에피소드도 꼭 읽어보기를 권하면서 - 개인적으로 소설만큼 재미있게 읽은 글이다 -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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