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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데미언 허스트 (무선) - 현대미술계 악동과의 대면 인터뷰
김성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5월
평점 :
데미언 허스트는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 번쯤 들어본 작가의 이름이라 확신한다. 영국의 현대 미술가로 난해하면서도 다소 충격적인 작품을 많이 선보인 작가이기에, 미술관에 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뉴스나 매거진,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지식 공유형 버라이어티 쇼에서 그의 작품들을 접해보았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중학생 미술 선생님 덕분에 그림과 예술 분야에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우연히 지나치면서 '데미언 허스트'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들을 서서히 알아가게 된 것 같다.
몇 년 전에 아파트를 하나 장만하고 나서, 내 집을 꾸밀 수 있는 그림과 같은 인테리어 소품들을 찾다가 유명 화가들의 작품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오리지널 작품은 아니고, 판화와 같은 한정판 에디션들이지만 그래도 가격이 상당했다. 나도 그때 처음으로 프랑스 화가 알랭 토마의 에디션을 낙찰받아 구매하고, 또 우리나라 현대 미술작가인 권수현 님의 오리지널 작품도 구매했던 터라 더 유심히 그의 작품들을 찾아본 기억이 난다.
에디션으로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꽤 있다고 하는 '약국 시리즈'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다이아몬드 해골'과 '포름알데히드 작품 시리즈'. 특히나 수조 안의 상어는 꽤나 충격적인 발상인데, 이 책의 인터뷰나 다른 매거진을 통해 소개된 그의 작품관을 들어보면서 작품을 감상해야 그 놀라움의 간격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듯하다.
반면에 약국 시리즈처럼 반복된 표현이 인상적인 작품 <로우>나, 나비와 같은 곤충을 소재로 한 <마지막 왕국>과도 같은 작품들은 그래도 조금은 익숙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 컬렉터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벚꽃> 시리즈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베니스 전시전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가상과 현실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소재들을 바탕으로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강하게 주는 조각상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과 허구를 식별하기 힘든 스토리 전개까지도 말이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데미언 허스트와 뱅크시 모두 브리스틀 출생이라고 한다. 물론 태어난 시기는 다르고 실제로 성장한 곳도 다르지만 뭐 아무튼 현대 미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을 배출한 도시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허스트는 그 후 리즈에서 성장했는데,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 채로 힘들게 살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따스한 세상보다는 차가운 피와 같은 세상의 다른 면에서 예술적 영감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는 그가 이 책의 지은이에게 그의 미공개 작품을 보여주면서, 그의 어머니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미디어에 소개된 - 조금은 - 괴짜 이미지와는 다른 그의 인간적인 모습도 엿볼 수 있다. 현대 미술계의 아이콘 중 한 분인 '데미언 허스트'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좋은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