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1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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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듄2>가 개봉을 했다. 아직 관람전이긴 하지만 엄청난 대작으로 명성이 자자할 것이 분명하다. 예상컨대, <듄2>에서 폴 무앗딥은 황제와의 결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새로운 제국의 통치자로 우뚝 설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고작 1편의 결말일 뿐, 6부작까지 이어지는 대서사에 비하면 고작해야 '첫발'을 내딛은 것과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런 김에 <듄 신장판 1>에 해당하는 줄거리를 대강이나마 찌끄려보려 한다.

  모래행성으로 알려진 '듄'에는 '스파이스'라는 귀한 자원이 있다. 복잡한 설명은 책속 '부록'에 적혀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라고, 암튼 이 귀한 자원은 '에너지'로 쓸 수도 있으며, 그 자체로 '화폐'의 역할도 하고, 심지어 '먹을 수'도 있는 아주 유용한 자원이다. 그래서 이 '스파이스'를 둘러싼 인간들의 탐욕이 바로 <듄>의 이야기를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누가 '스파이스'를 탐하는가? 그건 바로 '제국의 황제', '하코넨', 그리고 '아트레이데스'라고 불리는 대가문들이다. 물론 '스파이스'를 탐하는 이들은 더 많지만, 1편에서의 줄거리에서 알아볼 대가문들은 이 세 가문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가문 말고도 '스파이스'와 동화되어 살아가는 듄의 원주민 '프레멘'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물 한 방울조차 목숨과 직결될 정도로 소중히 다뤄야 하는 척박한 모래행성에서 살아가는 '프레멘'들은 오랜 세월 스파이스와 더불어 살아간 덕분에 '눈의 색깔'마저 파랗게 스파이스를 닮아 버렸다. 그래서 대가문들이 '스파이스'를 약탈해 갈수록 프레멘들의 삶은 고달파지는 셈이다.

  이런 '프레멘'에게 고달픔을 견디게 해주는 전설이 하나 있다. 퀴사츠 해더락이라 불리는 구세주가 나타나 자신들을 노예와 같은 삶에서 해방시켜줄 것이라고 말이다. 그 구세주는 '무앗딥(사막생쥐)'이라고도 불리며, '우슬', '리산 알 가입'이라고 불린다. 원래는 '베네 게세리트 학교'에서 의도적으로 퍼뜨린 전설인데, 오랫동안 예언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졌다가 '폴 아트레이데스'의 등장으로 드디어 예언이 실현된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영웅의 탄생'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전혀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작 <듄>을 이해하기 힘든 것은 온갖 '음모'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주대서사라는 낯선 이야기에 제대로 몰입도 하기 전부터 '음모'가 펼쳐지고, 그 '음모'속에 '또 다른 음모'가 진행되며 초반부터 스펙타클한 장면들이 연출되는 탓이다. 그래서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알 지 못하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속고 속이는 이야기가 독자와 관객을 혼돈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주 간단하게 '대립하는 세력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하코넨 vs 아트레이데스'다. 둘다 대가문에 속하며 명칭상 하코넨은 '남작가문', 아트레이데스는 '공작가문'으로 소개하고 있으나, '공-후-백-자-남작'이라는 순서로 위계질서가 정립되어 있는 건 아닌 듯 싶다. 그렇다고 '지휘고하'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니, 대강이나마 이름 정도만이라도 기억해두면 <듄>을 이해하는데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암튼, 이 두 가문이 서로 대립하는 이유는 '대가문의 자존심(명예)'라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원래 귀족가문끼리는 서로 '정략결혼'을 통해서 가문의 친밀감을 높이기도 하고, 권력과 영지를 더 높이고 더 넓히는데 유리한 까닭에 서로 적대시하는 가문일지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척하지만, 뒤돌아서서는 서로 죽이지 못해 사족을 못쓰는 '앙숙'인 것이다. 두 가문에 뭣 때문에 서로 사이가 틀어졌는지는 이야기에 심취해가면서 알아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어쨌든 두 가문은 서로 '앙숙'인 상태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앙숙인 두 가문이 서로 싸운다면 누가 이길지 장담을 하지 못할 정도로 '호각지세'다. 그래서 하코넨은 황제의 사다우카(황제의 광전사) 집단을 '용병'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모든 것을 서로 노나먹겠다는 합의(?)를 하고서 '음모'를 펼쳐놓은 것이다. 그래서 하코넨이 다스리던 '아라키스(듄)'를 황제의 명령에 의해 아트레이데스의 영지로 내려주는 척하면서 '우연한 사고'인척 가장한 채 아트레이데스의 '레토 공작'을 암살하고, 아라키스는 다시 '하코넨의 영지'로 삼아, 그곳에서 나는 '스파이스'를 꿀꺽하겠다는 음모를 펼친 것이다. 물론 레토 공작도 멍청이는 아니기 때문에 이런 '하코넨의 꼼수'를 마냥 당하지만은 않았다. 뛰어나고 충직한 신하들의 도움으로 '하코넨의 야욕'을 간파하고 충분히 대비까지 해놓은 상태였다.

  허나 '적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법이다. 하코넨은 아트레이데스의 감시망에 일찌감치 걸려들 것을 알아채고 레토 공작이 신임하는 '충성스런 신하들' 중에 한 명을 포섭해서 레토 공작의 암살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 심복의 배신은 '더 큰 음모'를 품고 있었다. 비록 자신이 '개인적인 사연' 때문에 배신하긴 하지만, 하코넨을 전적으로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토 공작을 이용해서 '하코넨 블라디미르 남작'을 독살하려는 계획을 짜지만, 교활한 악당이 그런 얄팍한 술수에 걸려들지 않고 말았다. 하지만 일련의 '음모와 음모'속에서 레토 공작의 아들인 '폴 아트레이데스'와 그의 부인 '레이디 제시카'는 살아남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사막 한복판에서 '프레멘'과 합류하게 된다.

  한편, 하코넨의 공격으로 대혼란에 빠진 아트레이데스의 군대는 주군인 레토 공작을 잃고, 주군의 아들인 폴 마저 행방불명이 되자 '복수심'에 불타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배신자'에 의해 벌어졌다고 믿어 의심치 않게 된다. 그리고 그 배신자는 엉뚱하게도 '레이디 제시카'라고 결론을 내린 끝에 '하코넨의 부하'가 되고 만다.

  그러거나 말거나 '폴과 제시카'는 사막에서 합류한 프레멘과 점점 동화되어 간다. 애초에 선택받은 영웅이었던 폴은 자신의 영감과 예지력으로 보았던 것이 '프레멘'과 밀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빠르게 적응(?)하면서 폴은 서서히 '퀴사츠 해더락'으로 각성하게 되고, 프레멘들의 구세주가 되어 '하코넨'과 맞서 싸우게 된다. 허나 하코넨은 겉으로 드러난 '음모'에 불과하고, 진정한 음모를 꾸민 악당은 '황제'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황제의 막강한 '사다우카 군대'와 맞서 싸우게 된다. 이후의 이야기는 영화 <듄2>에서 펼쳐질 테니, 영화관람을 즐겁게 마치고서, 이 책 <듄 신장판 1>을 마저 읽어도 좋을 것이다. 허나 잊지 마시길. <듄>의 진정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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