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어벤저스 1 : 전염병, 응급 센터를 폐쇄하라! - 어린이 의학 동화 의사 어벤저스 1
고희정 지음, 조승연 그림, 류정민 감수 / 가나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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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이 되자 논술공부방을 접어야만 했다. 급작스럽게 대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해 아이들과 '대면수업'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임시휴업'과 '수업재계'를 반복하다가 이듬해에 공부방을 잠시 닫고 병원에 취직을 했다. 그렇게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에 나는 병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돈은 벌어야 했기에 말이다. 물론 '전문의료진'으로 일을 했던 것은 아니다. '비의료진'이고 '비정규직'이었을 뿐이다. 대한민국 남성 가운데 마흔을 훌쩍 넘기면 '정규직 채용'이 가능한 곳이 거의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 99% 노동자가 겪는 슬픈 현실이다. 비정규직은 언제든 쉽게 '해고 가능'한 것이 기업활동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동인권' 같은 배려는 눈을 뜨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다. 그저 쉽게 채용해 쓰다가 편리하게 해고해 버릴 뿐이다. 암튼, 큰 병원에서도 '비정규직' 근무자가 많다는 사실만 알아두면 병원을 조금 더 유용하게 이용하실 수 있을 것이다. 잠시 후에 다시 말해보자.

 

  이 책, <의사 어벤저스>는 '어린이책'이지만, 어렵고 복잡한 '의료지식'과 더불어서 '병원근무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에 대해서도 빠삭하게 알려주는 훌륭한 책이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크게 '전문의료진'과 의료진들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비의료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의료진은 의료현장에서 마주치는 '의사', '간호사'와 병원의 업무를 총괄적으로 전담하는 '상급부서'에서 일을 하는 분들이다. 이들은 진료와 의료활동에 대한 지식을 갖춘 '전문인'이기 때문에 이들의 빠른 진료와 치료로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료진들만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의 업무를 보조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간호사'인 것처럼, 간호사의 업무를 도와주고, 병실의 청결 및 관리를 위해서 일하는 필수인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로 '비의료진'들인데, 우리는 이들을 흔히 '조무원', '미화원', '경호원', '수납원', '관리원' 등등이라 부른다. 다시 말해서, 병원업무는 의사와 간호사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비의료진'들의 감춰진 헌신에 의해서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병원의 일상을 살짝 들여다보자. 수술실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를 살리기 위해 헌신을 다하는 현장을 상상해보라. '의학드라마'를 재미나게 보셨을테니 상상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환자가 입원을 하고 병실을 배정받고 수술일정과 예약, 그리고 수납까지 수많은 병원업무는 '누가' 할까? 병실에 입원한 환자를 수술실까지 옮기는 일은 '누가'할까? 수술실에 정전이 되지 않게 하려면 '누가' 철저히 준비해야 할까? 수술실에 있는 수많은 기기들이 고장이라도 나면 '누가' 고칠까? 수술이 끝나고 난 뒤에 다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99.9% 무균을 유지하기 위해 '누가' 깨끗하게 청소할까? 수술실 밖에서 보호자들이 애타게 기다리다 분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난동이라도 부리게 되면 '누가' 이들을 진정시키고 상황을 통제할까? 이런 수만 가지 '잡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바로 'ㅇㅇ원'으로 끝나는 비정규직들의 숨겨진 노고 덕분이다. 물론 작은병원에서는 '의료진'들이 이 모든 일들을 다하지만, 대학병원 같은 '대형병원'은 너무 크기 때문에 '의료진'만으론 병원업무를 모두 다 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대형병원에서 조금이라도 불만이 생기면 의료진들에게 직접 대면해서 하소연할 수가 없다. 이들은 칭찬받을 때에만 잠시 얼굴을 보여줄 뿐, 비난 받거나 불만을 토로하면 가장 먼저 뒤로 빠진다. 그리고 '비의료진들'에게 떠넘겨지면서 온갖 쓴소리를 다 듣게 만든다. 그렇게 대형병원에 방문하게 되면 가장 먼저 '비의료진들'과 대면을 하게 된단 말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온갖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담당자, 불러와~!"라고 언성을 높이면 높일수록 더욱더 '비의료진들'만 만나게 된다. 그래서 원만하게 해결이 되지 않으면, 병원은 그 책임을 가장 먼저 '비의료진'에게 물으며 '해고통보'를 한다. 왜냐면 가장 쉽게 자를 수 있고 '다시 뽑아 쓰면' 되기 때문이다.

 

  암튼, <의사 어벤저스> 1권에서 다루는 내용이 '코호트 격리'에 이르게 된 '어린이 전문 응급센터'다. 다시 말해, 전염병으로 인한 '환자 확산'을 막기 위해서 병원 폐쇄라는 강력한 조치가 취해졌다는 말이다. 우리 나라도 '메르스',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격리 조치'가 전국적으로 취해진 경험을 직접 겪었으므로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이 2021년이라 '코로나19'의 변종인 '코로나알파바이러스'에 따른 병원 폐쇄를 주요 내용으로 다루었다. 그런데 가뜩이나 병원 수가 적은 '어린이병원(소아전문응급병원)'이 코로나알파 감염으로 인해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 펼쳐지니 매우 급박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린이 의사'인 강훈, 장하나, 이로운, 구해조, 4면의 어벤저스가 활약한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실제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사실적'으로 펼쳐져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의학지식'만 다룬 것이 아니라 감염병으로 인해서 벌어질 수 있는 '병원업무'부터해서 '언론', '매스컴'을 비롯한 '병원홍보'까지 다루고 있어 웬만한 '의학드라마'를 초월하는 생생한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놓았다. 심지어 20세 이하의 어린이의사들인데도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적인 일이다보니 어른들이나 겪을 법한 '직장내 스트레스'까지 다루고 있어서 놀라울 정도였다. 그래서 어린이책에 걸맞지 않은 안타까운 '노동현실'을 리뷰에 담아본 것이다. 책에서는 다루지 않는 '감춰진 일들'이지만 말이다.

 

  다행히 응급으로 방문한 환자는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고,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위급한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한 의료진 덕분에 일상으로 빠르게 되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해피엔딩'이 가능했던 까닭도 바로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아낌없는 협조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현장 메뉴얼'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국가적인 위기상황에 처하게 되면 바로 이 세 가지가 모두 절실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언제나 '의도치 않은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일일이 '진위파악'이나 하고 있고, '책임자 추궁' 따위만 일삼고 있으면, 사고는 일파만파로 퍼지고 더 많은 희생자만 만들 뿐이다. 또한, 사고 해결을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들을 응원해주지는 못할망정 비도덕적으로 조롱하고, 비상식적으로 악담하며, 비이성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데 열을 올리는 또라이들도 있다. 거기에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할 정부관계자가 '일이 되게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기는커녕, 사고 해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현장방문 사진찍기', '브리핑 준비' 따위로 경호인력과 언론인들을 몰고 다니고, 이들을 '접대(?)'하기 위해 현장관리자들이 하릴없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 따위는 정말이지 대가리에 총 맞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짓이다.

 

  한편, 병원에서 '고마운 일'을 겪었을 때에는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었으면 한다. 병원이라는 곳이 기쁜일보다 마음 아픈일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장소다. 더구나 '대형병원'에서는 여전히 '마스크의무착용'이라는 것도 기억해두자. 팬데믹은 종식을 선언했다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코로나', '독감' 등과 같은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선 더욱이 '감염에 취약한 환자'가 더 많은 법이다. 그러니 잠시동안 불편을 감수하고 '마스크'만이라도 꼭 착용해주길 바란다. 병원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여전히 온종일, 그리고 일년 365일, '마스크착용중'이다. 그래서 환하게 웃는 표정조차 지을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병원근로자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야말로 활력소가 될 수밖에 없다. 99분이 따뜻한 위로를 전해도 딱 한 명의 '진상짓'을 하는 내원객 덕분에 마음에 상처를 받으며 수명을 깎아먹기 일쑤다. 그러니 제발 '같은 노동자 처지'까리 서로 마음을 다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고마운 일을 겪게 되면 조금 귀찮더라도 '칭찬카드'라도 써주면, 쉽게 잘리는 '비정규직'일지라도 조그만 혜택을 주니, 정말 고마운 일을 겪게 되면 아낌없이 칭찬해주시길 바란다. 그게 '고용불안'으로 걱정이 많은 비정규직들에게 가장 큰 보탬이 되는 일이니 말이다. 물론 헌신을 다해 생명을 살리는 '의료진들'의 노고에도 박수 쳐주시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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