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4 : 화산섬의 호모 에렉투스 - 어린이를 위한 호모 사피엔스 뇌과학 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정재승.차유진 지음, 김현민 그림, 백두성 감수 / 아울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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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권에 이어 이번에도 '호모 에렉투스'에 대한 내용이었다. 3권에 등장한 에렉투스는 추운지방에 살던 '북경원인'이다. 반면 4권에 등장하는 호모 에렉투스는 더운지방에 살던 '자바원인'이다. 이 둘의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뇌용량은 북경원인이 1000cc이고, 자바원인은 900cc라고 한다. 반면에 신체적인 조건은 북경원인보다 자바원인의 키와 덩치가 더 컸다고 한다. 이런 차이점이 나타난 까닭은 무엇일까? 여기서부터 여러 가지 '해석'이 필요하다. 명백이 드러난 두 가지 차이점을 두고서 '어떤 이유'로 둘 사이에 차이점이 나타나게 되었는지 논리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대면서 '과학적 가설'을 세우고, 그에 딱 맞는 증거들을 더 찾아내게 되면 '정설'로 인정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정설이었다하더라도 연구를 거듭하게 되면 새로운 정설이 정립되는 법이다. 이렇게 학문은 끝없이 발전하게 된다. 그러니 공부는 지치지 않는 열정이 있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추운지방에 '적응'한 북경원인은 체구는 작지만 눈 덮힌 산속에서도 체온을 덜 빼앗기도록 진화를 거듭했을 것이다. 더운지방에 적응한 자바원인은 찌는 듯한 더위에 열을 더 잘 발산할 수 있도록 체구를 키웠던 셈이다. 또한 이 둘은 주위 환경이 제공하는 '먹을거리'에도 차이가 있었기에 섭취하는 영양분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테면, 신선한 채소를 섭취하기 힘든 얼음땅에서 생존한 '이누이트'들은 주식인 바다표범에서 우리몸이 필요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그렇다면 북경원인과 자바원인도 주어진 자연환경에 훌륭히 적응하면서 제한된 먹거리를 통해서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도록 진화했을 것이 틀림없다.

 

  이처럼 '인류의 진화'는 주어진 환경에 완벽히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인류는 '어떻게' 환경변화에 적응하게 될 것일까? 인류세라고도 불릴 정도로 엄청 빠른 변화를 보여주어 '기후위기'로 불릴 지경인 지구는 멀지 않은 미래에 인류가 살기 힘든 환경으로 바뀔 것이 분명해졌다. 이제는 '탄소중립'이나 '탄소제로' 같은 느슨한 대책으론 '기후위기'가 초래할 인류대멸종의 시나리오를 막을 수 없다고 많은 과학자들이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끔찍한 시나리오가 시작될 시기는 멀게는 2050년, 가깝게는 2035년을 점치고 있다. 불과 10여년 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런 증거들은 전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온난한 기후의 영향으로 북극의 빙하가 현저히 줄어들자 북극의 냉기를 가둬두던 '제트기류'가 느슨해졌고, 그로 인해 '북극한파'로 중위도지역까지 하강하는 바람에 북미대륙과 북유럽을 영하 40도 이하로 떨어지는 맹추위를 겪고 말았다. 이에 반해 남유럽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때아닌 홍수와 태풍으로 물난리를 겪고 있고, 해변가에 형성된 저지대 도시들이 엄청난 해일과 침수피해를 받아 재산피해가 극심하고, 인명피해까지 벌어지는 끔찍한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거기다 대규모 화산폭발과 지각변동으로 인한 지진피해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현상을 앞으로는 더욱 자주 겪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라고 안전지대가 아님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이러한 극심한 환경변화에 얼마나 충실히 대비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당하고 나서야 엄청난 자연재해의 위력을 실감하는 건 너무 무능할 뿐이다. 그렇다고 '위기대응'을 잘 한다고해서 극심한 환경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를 잘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적응력'이다. 과연 현생인류는 인류의 먼 조상과 같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적어도 도시에 살고 있는 인류는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멸종 시나리오에서 많이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 무엇보다 도시의 자연환경이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먹여 살릴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콘크리트 건축물만 잔뜩 확장하는데 열중한다면, 그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말이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지 않은가? 도시, 근처에 도시사람들을 먹여 살리고도 남을 숲과 자연환경 그대로인 생태계를 조성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 적어도 도시 유지시스템이 망가진다고 하더라도 '자연의 품속에서' 근근히 버티며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느냔 말이다. 물론 진화속의 '적응'이라는 것이 백만 년 단위의 긴 시일이 걸리는 일이고, 기후위기로 파괴되는 것이 도시뿐만 아니라 '자연환경, 그 자체'일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섯 번째 대멸종'은 지구의 모든 것을 바꿔놓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적응'해낼 인류가 남기를 희망할 뿐이다. 나약하기 그지없는 몇몇 부자와 권력자 들만 살아남는 최악의 시나리오 말고 말이다. 인류 진화는 건강한 신체와 밝고 맑은 정신의 소유자의 몫이어야만 할 것이다. 점점 이 책을 통해 발휘하는 상상력이 흥미로워진다. 아직 이야기의 흐름은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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