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 지적대화를 위한 30분 고전 48 지적대화를 위한 30분 고전 48
이충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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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다 알지만 아무나 읽지 못하는 책을 '고전'이라고 한다. 책 속에 담긴 내용이 어려운 것은 둘째치고, '벽돌책'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두께와 쪽수를 자랑하는 까닭에 좀처럼 읽기 꺼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렵고 난해한 내용을 한 번이라도 접해보는 순간부터 세상이 달라보이는 까닭에 '고전'은 꾸준히 사랑받아 왔고 오래도록 '읽어야 할 책' 목록에서 빠진 적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좋은 '고전'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왜 없겠는가. 지금껏 수많은 선배독자들이 '고전'을 먼저 접하고서 최선을 다해서 이해하기 쉽고 재미나게 풀어내려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말이다. 그러니 쫌만 발품을 팔다보면 <고전책>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중에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선보인 '지적 대화를 위한 30분 고전' 시리즈가 있다.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그 내용이 참으로 '수준급'이고, 빠르게 완독할 수 있도록 분량도 '종이책 100쪽 분량' 안팎이라 누구라도 쉽게 읽고 교양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 내용을 음미하며 읽는 '정독 독서가'라면 30분만에 독파하기는 힘들 것이고, 책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길 좋아하는 '속독 독서가'라면 충분한 시간일 것이다.

 

  참고 삼아, '정독 vs 속독'의 장단점을 비교하자면, 정독은 '기억'에 오래남기는 장점이 있는 반면 완독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강박을 줄 수 있다. 반면에 속독은 '전체 내용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아주 탁월한 방법이자, 원하는 내용만 골라 읽을 수 있는 발췌독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용한 독서법이지만, 책에 대한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으면 '기억'이 금세 휘발되어 사라져버리는 단점도 있다. 이렇게 장단점이 다양한 만큼 '어느 방법'이 더 좋으냐는 물음보다는 '필요에 따라' 어떤 독서법을 선택할 것이냐라는 판단이 더욱 현명할 것이다. 유의할 점은 '독서는 절대 강요해서는 얻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이다. 이는 '독서법'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의 독서법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법이다.

 

  이 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그 유명한 <코스모스>의 '축약본'이라고 해도 좋다. 다른 고전책에 비하면 책 내용이 어렵지 않고 재밌기로 유명한 책인데 유일한 단점은 '두껍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매한 분들'은 많지만 '완독한 분들'은 그닥 많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 쉽고 재밌는 책을 '완독'의 성취감을 줄 수 있는 '포켓북 버전'이라고 소개해도 무방할 것이다. 단지 이 '지대30분고전' 시리즈는 eBook으로만 출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살짝 아쉬울 따름이다. 예쁘고 깜찍한 '문고판' 형식으로 출간이 되었어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부담없이 수준 높은 교양을 쌓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물론 요즘에는 누구나 손에 들고다니는 '스마트폰'이 있으니 전자책으로 나온 것도 시기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긴 '종이책'을 여전히 좋아하는 나조차 요즘에는 부쩍 '전자책'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노안이 찾아와서 '작은 글자'가 잘 뵈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그렇지 않다고 깨톡을 날리는 모양이다.

 

  암튼, 책의 내용은 이렇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를 통해서 우리에게 우주를 친숙하게 만들어주었다. 그가 나사에 몸을 담고서 참여한 프로젝트만 59년 마리너 계획(금성), 69년 아폴로 계획(달), 72년 파이어니어 10호(목성), 73년 파이어니어 11호(토성) 계획, 75년 바이킹 계획(화성), 77년 보이저 계획(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에 직접 참여했으며, 그가 죽은 뒤에도 미국 나사는 그의 뜻을 기리며 꾸준히 우주탐사를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사실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그렇게 우주를 친숙하게 만들어준 그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아서 모든 프로젝트에서 '생명체의 존재'를 찾아 헤매곤 했다. 그래서 <코스모스>를 읽으면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서 지구로 찾아올 외계인에게 "여기에 지구인이 살고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노력 또한 느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보이저 호'에는 혹시 만날지도 모르는 외계인에게 전달하기 위한 '메시지'가 황금 레코드에 실려 지금도 태양계 밖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 보이저 호에는 '한국어' 메시지도 담겨 있어 한국의 7080세대 가운데 '천문학자'를 꿈꾼 이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나도 그중 하나였고 말이다. 안타깝게 성적이 살짝 모자라서 '천문학도'는 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이처럼 <코스모스>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우주의 신비'를 파헤쳐주는 동시에 '어딘가에' 꼭 있을 외계인의 존재를 찾으려는 세이건의 노력이 담뿍 담긴 책이다. 그래서 그 방대한 내용을 탐독하다보면 누구라도 '외계인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현재까지 태양계 안에서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한 바는 없으며, 지금까지 관측한 결과에서도 '외계인의 존재'는커녕 지구 행성 말고 다른 곳에서 생명체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코스모스>는 폐기처분해야 할 책일까?

 

  당연히 그건 아니다. 왜냐면 우주가 너무나도 넓기 때문이다. 77년에 쏘아올린 보이저 호조차 2024년 현재 '태양계'를 벗어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보이저 호가 명왕성의 궤도를 벗어나 더 멀리 날아가긴 했지만, 태양계의 범위 안이라고 할 수 있는 '오르트 구름'에 이제 막 도착했기 때문이다. 이 구름을 벗어나는데만도 지금까지 날아간 거리만큼 더 멀리 나아가야 겨우 '태양계 밖으로' 나가 항성과 항성 사이의 '텅빈 공간'에 접어들게 된단다. 이렇게나 큰 태양계조차 '우리 은하'에 비춰보면 조그만 점에 불과할 뿐이고, 우리 은하를 포함한 '은하단'에 견주면 깨알 같은 점으로도 표시할 수 없는 범주일 뿐이며, 온 우주에 비하면 감히 언급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한 우주인 셈이다. 이렇게나 넓고 넓은 우주에서 오직 '지구 행성'에만 지적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비효율적인 '공간낭비'냔 말이다. 바로 칼 세이건이 한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주를 연구하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왜냐면 그곳에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지적능력은 '지구밖까지' 뻗어나가고 있는데, 우리보다 훨씬 더 지적능력이 뛰어날 것이 틀림없는 '외계인'들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고 '지구 행성'에서만 갇혀 있다면 우리는 지적인 생명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직무유기'를 하는 셈일 테니 말이다. 마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의 한 장면처럼 운명적인 만남을 성사시켜야 할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물론 '숙제검사'를 할 존재는 없다. 그러나 숙제를 꼭 검사받는 맛으로 하는가?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칼 세이건은 생애를 통해서 오직 이것 '숙제'를 하기 위해 온 생애를 바쳤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숙제'를 하다 뜻하지 않은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태양계 개발'을 통해서 인류가 지구를 떠나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멀지 않은 미래에 실현하게 될 것이다. 그 첫 번째는 '달'이 될테고, 그 다음엔 화성, 수성, 그리고 커다란 행성의 위성들에도 정착해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반드시 '외계인'과도 조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광활한 우주도 비로소 '우주마을'로 축소되어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게 될 것이다. 칼 세이건의 꿈이 담긴 <코스모스>에 오롯이 새겨진 것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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