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착각 - 몸과 마음에 대한 통념을 부수는 에이징 심리학
베카 레비 지음, 김효정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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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노화'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경로석'을 따로 마련해서 노인을 공경하는 문화가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경로석은 '노약자석'으로 이름을 바꾸고 노인을 비롯한 약자까지 배려(?)하는 좌석으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그런데 그 '노약자석'에 누가 앉아 있는가? 대부분 '먼저 탄 사람'이 앉아 있곤 한다. 물론 여전히 노인이 승차를 하면 굳이 '노약자석'이 아니라도 젊은 사람들이 자리를 비켜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표정까지 아름답진 않다. 마지 못해 자리를 비켜주는 듯 벌레 씹은 표정을 애써 감춘 '무표정'을 지으려 노력하지만 말이다. 왜 '무표정'인가? 우리 사회발전을 위해 일찍이 공헌을 한 노인분들을 공경하는 마음에서 기꺼이 자리를 내어준 예절바른 행동을 몸소 실천했는데 말이다. 칭찬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오히려 먼저 자리를 내어주지 못해 죄송스럽고 더 편한 자리를 마련해주려는 치열한(?) 예절경쟁이 벌어져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경쟁(?)은 벌어지지 않는다. '노화'에 대한 인식이 이미 달라졌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이 '젊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듯 싶다.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는 '한 살'이라도 더 많게 나이를 속여 어른대접을 받고 싶어했는데 반해, 근래에는 '한 살'이라도 어리게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나다 못해 '어려 보인다'는 말이 어느새 칭찬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30대는 40대를 측은하게 바라보고, 20대는 30대를 불쌍히 여긴다. 심지어 10대는 20대가 되길 '거부'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른이 되기 싫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고 싶다는 듯이 말이다. 이런 경향은 비단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만이 아니라 굉장히 복합적인 사회적 원인이 작용한 탓이 크겠지만, 여기서는 '노화'에 관한 원인만 따져보려 한다. 이 책의 제목이 <나이가 든다는 착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제는 다름 아닌 '긍정적인 연령 인식이 주는 굉장한 긍정 효과'다. 간단히 말해서, 노화(늙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만 바꿔도 '노인성 치매' 등과 같은 노년 질병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아울러 '100세 시대 장수 비결'의 으뜸으로 꼽고 있다. 우리식으로 표현한다면 '나이를 잊고 살기'라고 표현할 수 있겠는데, 실제로 나이를 잊을 정도로 활동적인 어르신들이 '무병 장수'를 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팩트가 바로 이 책의 핵심이다. 심지어 '알츠하이머 유발 인자'라고 불리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도 '연령 인식'을 나이가 들수록 지혜롭다, 경험이 많을수록 능력자다 등과 같이 긍정적으로 가지는 것만으로도 질병에 걸릴 확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고, 질병에 걸리거나 다쳤을지라도 '회복'이 훨씬 빠르다는 근거를 글쓴이는 강조하면서 '긍정적 연령 인식'이 가져오는 건강한 삶을 주장했다.

 

  과연 '생각(인식)'만 바꾸는 것으로 그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을까? 예를 들어보자. 동물원에서 쇼를 공연하는 두 마리의 물개를 훈련시키고 있는데, 한 물개에겐 무조건 '긍정적 표현(칭찬)'만 하고, 다른 물개에겐 무조건 '부정적 표현(꾸중)'만 한다고 치자. 어느 물개가 공연에서 훌륭한 묘기를 펼칠 수 있을까? 당연히 '칭찬'만 들은 물개가 훨씬 잘 할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물개를 대신해서 '자녀'라고 대입을 해보면 어떨까? 더 길게 기간을 잡아 '청년'때까지 계속 칭찬과 꾸중만을 계속 대입했더라면 어땠을까? 그 청년들이 늙어서 '노인'이 된 뒤에도 주위에선 끊임없이 '긍정과 부정의 표현'을 편향적으로 계속 이어나갔다면 두 노인 가운데 누가 더 장수할 가능성이 크겠냔 말이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노인'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인식을 바꿔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거의 대부분 '무병장수하는 마을'로 거듭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은가.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에선 '노인' 한 명이 죽으면 온 부족원들이 크게 슬퍼한다고 한다. 까닭인 즉슨,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 것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란다. 부족원들은 '문자기록'보다는 '구술기록'에 익숙한 탓에 매일 저녁마다 모닥불 앞에 모여 가장 나이가 많은 연장자의 '경험담'을 모든 부족원들이 듣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60년 이상의 인생경험을 갖고 있는 부족원을 잃어 다시는 그 '경험담'을 들을 수 없다고 하니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경로사상'을 다시금 불러 일으켜야만 할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대접'받고, 나이가 많을수록 '할일'이 더 많은 사회가 진정 건강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른답지 않은 어른'이 너무나도 많은 지금의 우리 사회의 모습에선 상상하기도 싫은 일일 수도 있다. 자칭 '애국보수'라는 이름을 내걸고 성조기를 흔들고, '엄마부대'란 이름으로 일장기를 휘날리며 이 땅의 젊은이들이 미국과 일본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외치며, 수구꼴통과 사이비종교가, 거기에 삿된 무당들과 낡은 풍수가들까지 끌어들이는 못난 정치인들이 판을 치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존경해 마지않을 노인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그런 분들이 눈에 띈다면 주저말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우리의 아버지 같고, 어머니 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나이 먹고도 철없는 노인분들은 빼고 말이다.

 

  그리고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스스로 부정적인 생각일랑 하덜 말자. 특히 '스트레스'를 가장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기 때문이고, 스트레스만 쌓였을 뿐인데도 우리 몸에 '염증수치'를 높여 나을 병도 낫지 않게 만든다고 한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점점 많아지겠지만, 그럼에도 스트레스 따위 훌훌 털어내버릴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하잔 말이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긍정적 연령 인식'이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미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노인이 주변에 계시다면 위로부터 건내기 전에 '칭찬'부터 시작해보자. 잘 생겼다, 참 예쁘다, 중후하다, 고우시다는 말도 아끼지 말고, '경험담'을 자랑삼아 이야기할 수 있게 기꺼이 말벗이 되어주고 옛이야기도 부탁해보자. 그리고 노인이어도 '활동적인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운동과 여행, 그리고 취미생활도 즐길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없다지만 이젠 달라져야만 한다. 아니 예전처럼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런데 늙으면 늙을수록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까? 구박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까? 아니 늙으면 아예 '제거'해버려야 속시원한 사회를 만들고도 두렵지 않은가 말이다. 걸핏하면 '100세 시대'라고 부르면서 어찌하여 점점 늙은이를 폄훼하는 시대를 살아가느냔 말이다. 그렇게 노인을 증오하며 80세 이상을 제거해버리면, 다음엔 70세 이상을 제거하려 들 것이고, 머지 않아 60세, 50세로 점점 각박해지고 말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연령 인식'을 달리하게 되면 60세가 넘어서도 총기가 넘치고 활력이 넘치는 노인이 될 것이라 이 책이 호언장담하고 있다. 70세가 넘어서도 젊은이 못지 않은 모습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도 말한다. 설령 질병에 걸렸다하더라도 금세 회복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고 여러 증거자료를 내놓으며 확신하고 있다. 심지어 '치매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수명이 다할 때까지 발병하지 않고 건강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긍정적인 연령 인식'만 갖고 있으면 말이다. 자, 지금 당장 '나이가 든다는 착각'은 떨쳐버리고 '나이'를 잊고 살길 바란다. 그럼 '무병장수'도 절로 따라온다고 한다. 어차피 '믿으면 본전' 아니겠는가.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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