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불멸의 역사 - 연금술사에서 사이보그까지, 인류는 어떻게 불멸에 도전하는가 한빛비즈 교양툰 19
브누아 시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홍성욱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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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인간은 영생을 꿈꾸는가? 먼 옛날부터 인류는 '불로장생'을 꿈꿨다고 하고,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길 바라며 '노화'하고, '고통'받으며, '죽음'에 이르는 걸 극도로 싫어한 것은 같다. 하지만 정말로 인간이라면 모두가 '불멸의 존재'가 되길 바라는 걸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의아스런 대목이다. 반백살이 다 되어가는 나는 벌써 '사는 것'이 지겹기 때문이다. 물론, 노화로 인해 몸의 이곳저곳이 삐그덕거리기 시작하니 드는 생각일 수도 있다. 만약, 내 건강이 아직도 20대만큼이나 팔팔하고 고통을 모르는 혈기왕성한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더라면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는 것'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점점 재미없어진다는 사실이다. 늘 같은 일을 하고 비슷한 일상을 보내며 만나는 사람마다 '살기 힘들다'는 얘기만 듣다보면 어느새 '사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기보다 하루하루가 힘에 부치고 버겁다는 느낌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과연 인간은 영생을 누리길 바라는 걸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불멸의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자꾸 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냉동인간' 기술은 '젊음'을 유지한 상태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하며, '인공지능' 기술은 모든 '기억'을 컴퓨터에 저장해두어 육체만 업그레이드(?)하면서 영생을 누릴 수 있다고도 말한다. 아니, 어쩌면 '노화'를 멈추거나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유전공학적 기술'이 첨단으로 발달한 미래에는 '늙음'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과학자들도 있을 정도다. 물론 과거에는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일축해버렸을 법한 말이지만, 현대과학기술은 '가능성'을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불멸의 존재'가 가능해진다면, 인간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 것으로 예상하며 일부 소수의 '부유한 계층만의 특권'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인류의 역사가 늘 그랬듯이 초기에는 '소수의 특권'이었다가도 머지 않아 '대중화'가 이루어지면서 '선택의 문제'로 떠오르기 마련이었으므로 '불멸' 또한, 선택의 문제가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더구나 '인간사회'는 언제나 무리와 집단을 이루며 '다수의 구성원'으로 살아갔지 '선별된 소수 집단'만이 생존하는 사회는 얼마가지 않아 소멸하고 만다는 섭리를 굳이 따르고 싶지 않다면, 결국엔 '불멸' 또한, 선택의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불멸을 택할 사람이 많아질 것인가?

 

  적어도 나는 '필멸'로 남고 싶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인간은 '육체'와 '정신'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병들고 다친 '신체'를 일부 '기계'로 대신하거나 '이식'을 통해서 생명을 연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신체 일부'일 뿐이고, 우리 몸의 전부를 '기계'로 대체하거나 '컴퓨터 정보'로 대체되어 살아간다면...그건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말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책에서 말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은 미래인간의 모습을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로 그려낼 뿐, 현존하는 인류의 모습 그대로 '영생'을 누리는 과학기술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로 대체되고, 정보로 대체되고, 그저 '0'과 '1'이라는 이진수로 표현되는 나노급 '데이타'로 쪼개졌다 다시 뭉뚱그려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 그려내고 있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과 다를 것이 무엇이냔 말이다. 심지어 '인공지능의 능력'이 인간을 뛰어넘게 된다면, 그런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남은 '미래인간'은 무어란 말인가?

 

  이를 테면, 미래에는 무한할 정도로 광활한 우주여행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예언하고 있다. 필멸의 육체를 벗어던지고 '트랜스휴머니즘'으로 인간의 지능을 탑재한 신인류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합니다. 마치 유체이탈을 한 인간의 영혼이 '육체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과연 인공지능처럼 변모한 '트랜스휴먼'이 새로운 인간이 될 수 있는걸까?

 

  사실, 이런 발상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한 종파인 '그노시스파'에서 불완전한 육체와 성스러운 영혼을 분리함으로써 불멸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물론 널리 인정받지 못하고 '이단'으로 박해를 받고 말았다. 하지만 '불멸의 전설'은 이뿐만이 아니고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전설'이나 고대 중국 '진시황의 불로장생', 고대 인도의 '영생을 약속한 음료, 소마' 등과 같이 다양한 버전으로 전해져오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전설은 '연금술사'에 의해 더욱 갈고 닦여져서 '현자의 돌'로 재탄생되었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기계장치'로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구현하면서, 드디어 신만이 창조할 수 있었던 '생명의 비밀'을 인간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믿음은 소설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표현되었고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처럼 신이 아닌 인간이 창조한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과학자들은 '인간의 몸'이 한낱 '기계장치'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고, 인간의 경우 좀더 '복잡하다'는 것만 빼면 인간도 얼마든지 신과 같은 '생명창조'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유전자의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동물복제'에 성공사례가 점점 늘었으며, 인간의 두뇌를 대신할 '스스로 생각하는 기계장치', 즉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인공지능'도 더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로써 인간은 못할 것이 없는 존재로 거듭나게 되었다. 신의 영역이라고만 여겼던 '생명창조'까지 과학으로 해결하게 되니 말이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되는 것이 '과학의 종교화'다. 이제까지 '과학의 영역'으로 불렸던 분야들이 종교에서 말하는 '신념'과 맞물리면서 과학이면서 동시에 종교가 되어 '종교집단의 맹목적인 신앙'으로 변질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들은 전세계의 부유한 셀럽들과 연결되면서 점점 공신력을 갖게 되었고, 더 많은 추종자들이 생기면서 거대한 트랜드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구글과 애플을 비롯한 '실리콘벨리'의 거대기업들이 앞장서 후원하기에 이르렀고, 일론 머스크나 마크 주크버거 들도 '트랜스휴머니즘'에 거액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처럼 평범한 자선사업에만 후원하는 부자들도 많지만 말이다.

 

  암튼, 이제는 '트랜스휴머니즘'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미래첨단과학을 이끄는지경에 이르렀다. 일찍이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공지능은 위험하다'면서 강력한 경고를 했다. 핵전쟁보다 더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을 거라면서 말이다. 심지어 '인류의 멸종'은 인공지능 때문에 일어나게 될 거라고도 했다. 하긴 멸종이라는 것이 자연적인 도태 뿐만 아니라 인간 스스로 육체를 버리고 '기계의 몸'으로 갈아입는 것으로도 이룰 수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때가 도래한 뒤에도 '인간적'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새로운 인류'의 등장에 대해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중립을 지켰다. 그래서 읽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서 호의적으로도 읽히고, 비판적으로도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난 '암울하게' 읽었다.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난 '그 길'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 길로 들어선 순간부터 더는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없으리라는 판단이 섰다. 내 몸안에 '딸깍'이는 소리를 내는 기계장치가 들어간다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데, 온몸을 기계로 대체하거나 컴퓨터 '네트워크' 속을 헤매는 신세가 되거나 나의 후손이 '시험관'속에서 배양되어 완벽한 유전자만을 가진 채 태어나게 된다면...고통없이 영생을 누리게 되더라도 그다지 기쁠 것 같지가 않다. 어찌보면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있기에 '삶'이라는 밝은 빛이 더욱 돋보이는 법인데, 부정적인 것을 싹 제거한 채 온갖 좋은 것만 '탑재'하고 살아가는 삶이 좋을 턱이 있을까?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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