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시대, 중세 - 폭력과 아름다움, 문명과 종교가 교차하던 중세 이야기
매슈 게이브리얼.데이비드 M. 페리 지음, 박수철 옮김 / 까치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빛의 시대 중세

 : 매슈 게이브리얼

 : 까치

읽은기간 : 2023/10/10 -2023/10/17


중세라는 시대는 참 이율배반적이다.

여행을 다녀보면 중세는 관광상품으로 최고다. 

중세에 멈춰진 도시, 중세복장으로 서빙하는 식당, 중세기사들의 퍼포몬스 등 중세는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관광의 중심으로 사용된다.

반면 암흑시대라는 말로 대표되는 지식과 과학이 종교에 억압받던 시대라는 이미지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중세는 멈춰있던 시대도, 암흑시대도 아니고 빛의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기독교라는 이름이 메인이긴 하지만 기독교도 여러종류의 기독교가 유럽 전역에 있었고, 당시 사람들도 다이나믹하게 활동하며 살았던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12세기 르네상스라는 말도 있듯이 중세를 하나의 색채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다채롭고 아름다왔다. 

세계사의 큰 줄기에서 한 가지를 들춰보면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중세시대에 궁금증이 점점 더 늘어난다.


p16 빛의 시대는 대성당의 높은 천장을 수놓은 스테인드글라스의 빛과 아름다움,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피와 땀, 기독교의 금빛 유산, 신앙심 깊은 사람들의 자선과 헌신뿐 아니라, 신성함이 개념을 둘러싸고 벌어진 전쟁, 옹졸함과 두려움 탓에 불태워진 이단자들의 살갗도 포함한다.

p33 알라리쿠스 1세가 로마로 진군하면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정반대의 결과, 즉 승리할까 봐 두려워했을 것이다. 알라리쿠스 1세는 굳이 전쟁을 그 특정한 결말로 밀어붙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p43 455년에 로마는 반달족 무리에게 또 약탈을 당했다. 그 다음에는 동고트족이라는 새로운 무리가 이탈리아 반도의 대부분을 장악했고 이들은 490년대 초에는 테오도리쿠스 왕의 치세 아래 통치권을 굳건히 다졌다

p46 역사에 필연적인 것은 없다. 정치적 풍향이 아주 조금만 바뀌어도 우리는 매우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된다.

p56 제국이 연속할 수 있었던 요소들 중의 하나는 타고난 신분을 극복하는 비범한 사람들이었다. 만약 이런 식으로 해석한다면 연약함의 징후는 활력의 징후로 바뀔 것이다.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는 문명에서 퍼져나오는 빛의 징후로 바뀔 것이다. 암흑시대는 좀더 밝아진다.

p62 비화에는 테오도라의 젊은 시절에 관해 알려져 있는 구체적인 내용 대부분이 실려 있다. 프로코피우스는 비화에서 그녀를 매춘부로 불렀고, 그녀가 끊임없이 공공연한 성행위를 즐기고 평생 욕정에 타올랐다고 비난했다.

p71 아라비아 반도는 고대 교역망의 핵심 교차점으로 번성했다.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북쪽의 육로를 이용하면 페르시아를 거쳐 콘스탄티노폴리스에, 남쪽의 육로를 이용하면 안티오키아, 아크레, 또는 카이사레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페르시아를 우회하는 다른 육로를 이용하면 곧장 아라비아 반도를 꿰뚫고 지나가 북아프리카에 이를 수 있었다

p75 비잔티움 제국과 페르시아 제국은 거대한 영토를 자랑했으나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두 제국 모두 통치자들이 무리 없이 다스릴 수 있는 규모보다 훨씬 넓은 영토를 거느리고 있었고, 내부의 투쟁과 상대 제국과의 싸움으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p90 흔히 고대의 기독교를 획일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행히 오늘날 역사가들은 단 하나의 초기 기독교가 아니라 동로마 제국과 서로마 제국 전역에 존재했던 다양한 기독교들을 언급한다.

p97 그러나 테오델린다는 중요한 인물이다. 정통파는 아리우스파에 승리를 거두었고, 그레고리우스 같은 성직자들은 테오델린다 같은 여성들에 힘입어서 서유럽에서 지배적인 기독교 종파가 되었다.

p104 그레고리우스는 “그들에게서 모든 외적인 즐거움을 빼앗지 않아야 그들이 내적인 즐거움을 더 쉽게 맛볼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선교사들에게 다신교 신전을 파괴하는 대신 성수로 정화하라고, 또 그곳 주민들의 원래의 종교의식을 고수하도록 장려하라고 당부했다.

p117 앞에서 언급한 더 공식적이고 종교적 색채가 짙은 8세기의 사료들도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영웅적인 행위를 보여주는 남자들, 예를 들면, 늪지대에서 칼이나 찬송가로 괴물들과 싸우는 남자들의 이야기들에서 여자들의 주체성과 권력이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p130 귀족들의 동조(프랑크인들의 왕이 원하는 바)를 이끌어내는 비결은 약탈품에 있었다. 즉, 프랑크인들이 승리를 거둔 후에 전리품으로 분배한 토지와 특권이 바로 그것이었다.

p137 카를루스 마그누스의 제국의 심장부에 있는 아헨의 궁전 예배당이 아마도 이 상호침투적인 이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790년대에 시공되었고 805년에 완공되어 헌정되었으며, 지금은 소실된 모자이크와 대리석판이 가득하고 돔으로 덮인 그 8각형 건물은 유스티니아누스 1세와 테오도라가 찬연히 빛나는 모자이크 속에서 숭배자들을 내려다보는 라벤나의 산 비탈레 성당과 비슷하다.

p147 바이킹은 온갖 일을 저질렀고 그 모든 곳에 있었던 듯싶다. 그들은 카를루스 왕조가 유럽 북부에 남긴 것들을 휩쓸었고, 지중해에 쳐들어갔고, 비잔티움 제국군에 소속되어(혹은 비잔티움 제국군에 맞서) 싸웟고,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이슬람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칼리파를 상대로 거래했다

p181 제르베르가 시력을 회복한 것과 대주교의 군대가 파멸을 맞이한 것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사례에서 요점은 당대인들이 하느님이 여전히 세상사에 개입한다고 확신했다는 사실이다. 확실히 많은 사람들은 하느님이 새로운 선민들을 저버지리 않았다는 점에 안심했다.

p189 이른바 제1차 십자군 원정의 발단에 대해서 여러 학자들의 설명은 단 하나의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1095년 11월 클레르몽 외곽의 들판에서 열린, 전사와 성직자들의 공의회 석상에서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연설을 한 순간이다

p217 빛의 시대동안 다윗의 보석과 같은 물건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와 이븐 시나의 철학과 같은 관념들이 줄기차게 동쪽과 서쪽의 수평선을 향해서 움직였다. 한 페르시아인은 아리스토텔레스를 세상 사람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었다.

p236 그녀는 기주마르를 치료한다. 그를 사랑하기로 선택한다. 남편에게서 벗어난다. 자신을 가둔 두 번째 남자의 구애를 거부한다. 연인을 알아보고, 마침내 그와 함께 일생을 보내기로 한다. 그런 그 모든 행동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름조차 없다

p250 1170년대 무렵, 한때 외부적인 것으로만 보였던 위협이 기독교 세계를 엄습한 듯했던 그 순간에, 유럽의 역사가 방향을 틀기 시작하면서 알리에노르와 힐데가르트가 몰락하는 모습을 지켜보자. 권위는 더 단단히 통제될 필요가 있었고, 그 권위를 나누어줄 수 있는 자들은 더 단단히 통제했다.

p255 주교들 연설에서 사용한 표현은 라틴 기독교인이 동쪽으로 진군하며 처음에는 라인란트 지방의 유대인들을 공격하고 나중에는 예루살렘의 거리를 “그리스도의 적들”의 피로 물들였던 이른바 제1차 십자군 원정에서도 사용되어 익숙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약 100년이 흐른 그때, 그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p273 중세의 기독교인이 볼 때, 유대인은 폭력-괴롭힘, 차별, 때로는 폭행과 살인-을 당하는 경험을 통해서 굴종적 지위를 상기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교황이 요구하고 프랑스의 국왕이 지원하고 기독교 성직자들이 참여한 재판의 결과에는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p286 1250년에 이르러 프랑스는 파리 정중앙에 높이 솟아 있는 새로운 대성당과 눈부시게 화려하고 독자적인 예배당 덕분에 더는 파리 북쪽에 있는 생-드니와 그 수도사들의 보호를 받지 않게 되었다. 더는 성모 마리아와 파리 주교의 보호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p294 키즈칸은 초기부터 피정복 민족들-특히 저항 없이 항복한 민족들-이 자신의 군대와 제국에 투항하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데에 유의했다. 그는 해묵은 원한을 최소화하고 패배한 몽골적 집단들을 제국에 편입시키기 위해서 몽골족 전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p312 최근 역병 연구에 일어난 혁명은 흑사병에 대한 새로운 하계 간 접근법에 힘입어 촉발되었다. 그 새로운 역병 연구에 따르면 흑사병은 제2차 페스트 범유행이다.(6세기부터 8세기까지 이어진 유스티니아누스 페스트가 제1차 페스트 범유행이다)

p320 위기는 거의 언제나 전통적으로 소외된 공동체에 가장 극심한 영향을 미친다. 국가 차원이든 아니든 간에, 기존의 폭력 체계는 가장 취약한 부류에 들이닥친다.

p348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몇몇 출판물은 1917년에 앨런비가 예루살렘을 탈환한 사건을 두고, 미완으로 끝난 리처드 1세의 제3차 십자군 원정의 완성이라고 일컬었다. 현대의 식민주의적 야심과 정치적 포부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중세적 과거로 시선을 돌린 방식에 대해서,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들에 비슷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 로마 신화 1 - 강남길의 명화와 함께 후루룩 읽는 강남길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강남길 지음 / DELPHI(델피스튜디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그리스 로마 신화1

 : 강남길

 : 델피스튜디오

읽은기간 : 2023/10/05 -2023/10/16


배우인 강남길씨가 그리스 로마신화에 대한 책을 냈다. 

직접 사진도 찍고, 내용을 정리해서 쓴 책이라고 한다. 

읽기 쉬운 이야기체인데다가 사진도 많아 제목 그대로 술술 넘어간다.

중간중간 요약도 되어 있어 이해하기에도 도움이 됐다..

이 분이 이런 재주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주얼 시대라는게 느껴지는게 사진이 많이 들어가 있으나 읽기에도 수월하고 상상도 잘 된다. 

아프로디테의 사진은 정말 요염하고 자극적이다. 

또한 아르테미스 여신의 모습은 활발하고 멋지다.. 

왜 여신이나 여성 동상에만 눈길이 가고 멋져 보이는지... 역시 나는 남자이고 속물인가 보다..

이정도의 내용과 사진이면 빌려보는 게 아니라 소장하고 봐야 하는 책이다.

책장이 없어서 빌려 보고 있는 내가 불쌍해진다..

2권도 조만간 읽어야지.


p58 화려한 옷을 입은 9명의 뮤즈여신들이 에헤라디여 노래와 춤을 시작한다. 이때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은근슬쩍 꼽사리를 낀다. 바로 불화의 여신이다. 술이 과하면 불화가 있는 법. 불화의 여신은 이렇게 소리 없는 불청객으로 보이지 않게 찾아온다.

p70 제우스는 자신의 운명을 알아내기 위해, 그를 만년 동안 위협하고 협박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게 끝까지 굴복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오늘날엔 부당한 억압과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는 투쟁자로 표현되기도 한다

p90 제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대개 강인하면서, 엄숙한 신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로마신화에서는 차츰 그 성격이 변질되어, 대표적인 바람둥이요, 난봉꾼인 카사노바, 플레이보이로 등장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캐릭터 또한 조금씩 변했다고나 할까

p119 그의 성격은 차갑고, 도도하고, 냉철하며, 복수심 강하고, 주관이나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타입이다. 반면에 이성을 앞세운 지적이며, 예술적 감각을 지닌 소유자다. 이러한 면에서 차도남, 엄친아, 꽃미남, 훈남, 얼음왕자의 대명사가 바로 아폴론이다.

p158 칼리스토 이야기는 르네상스 시대에 수많은 화가들이 즐겨 다루었던 매우 인기있는 주제였다. 그들은 엄격한 중세 시대에 신화를 주제로, 아니 신화를 빙자하여 누드화를 마음껏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p176 그녀는 남자를 상당히 밝히는 성격으로, 바람둥이 제우스가 여성 편력의 소유자라면 아프로디테는 남성 편력의 상징이다. 그녀의 극과 극의 캐릭터는 바로 2명의 처녀 여신, 아르테미스와 아테나다

p207 계절의 신에 관한 재미있는 그림이 있다. 바로 주세페 아르침볼도가 그린 베르툼누스 모습을 한 루돌프 2세란 그림인데, 이 그림은 곡물과 꽃 등을 조합해 그린 인물화다

p211 헬리오스가 태양신이란 직함을 아폴론에게 뺏긴 것처럼, 셀레네 역시 달의 여신이라 직함을 아르테미스에게 양보, 아니 뺏긴 것이다.

p247 피라모스와 티스베가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가 뽕나무다.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의 많은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뽕나무는 시원한 그늘과 함께 붉은 열매를 맺어, 연인들이 찾는 단골 테이트 장소였다.

p256 헤르마프로디테는 단어 자체가 그리스어로 자웅동체, 즉 반음약, 반남반녀란 뜻이다. 의학 용어론 인터섹스라 하며, 순수 우리말로는 남녀추니, 어지자지라고 부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다 클래식 - 만화로 읽는 45가지 클래식 이야기
지이.태복 지음, 최은규 감수 / 더퀘스트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어쩌다 클래식

 : 지이

 : 더퀘스트

읽은기간 : 2023/10/04 -2023/10/04


재미있을 것 같아 읽었는데 만화책이었다. 

친근감있게 다가서기 위해 장난같은 문구들이 많은데 늙은 나에게는 잘 안맞았다.

젊은 친구들용인것 같다. 



p28 푸르벵글러는 특히 시작할 때 애매한 동작을 취하기로 유명했는데, 베를린 필에서는 단원들끼리 이렇게 약속했다고 한다. 푸르트벵글러의 오른손이 32회 좌우로 떨면서 내려와, 조끼의 세 번째 단추를 지날 때 시작

p186 유대교에는 속죄의 날이라는 게 있는데, 이날 저녁 예배에 부르는 성가의 멜로디를 바탕으로 첼로와 관혁악용 곡으로 만든 것이 바로 콜 니드라이야

p217 음반에 담길 내용은 위원회에서 선정하였는데, 선정 위원장이었던 칼 세이건의 한말씀. “역시 우주로 가는 곡의 연주가로는 가장 외계인스러운 글렌 굴드가 제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화로 읽는 러시아 로마노프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4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명화로 읽는 로마노프 역사

 : 나카노 교쿄

 : 한경arte

읽은기간 : 2023/09/30 -2023/10/03


일본인 작가 책을 잘 안읽는데 이 책은 꾸준하게 읽고 있다. 

이번편은 러시아 역사다. 러시아의 군주는 황제라고 부른다. 

광대한 토지와 국민을 갖고 있지만 유럽역사에서는 언제나 변방이었던 러시아.

그 러시아를 서구화하고 근대화했던 표트르 대제가 있는 왕족이 로마노프다. 

그 로만노프 왕종의 시작부터 끝까지 명화와 역사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사실 러시아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보니 읽는게 수월하지는 않았다. 

이름도 어렵고 중간에 망명, 살인들도 많다보니 왕조를 잘 알 수는 없었다. 

그래도 주마간산이라도 한번 흝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 

이런 주제의 역사책 참 좋다. 재미있었다. 



p24 미하일은 가짜 드미트리나 바실리 4세의 전철을 밟게 될까 두려웠고, 애초에 야심도 없었다. 앞으로 300년이나 이어질 모라노프 왕조의 차르 자리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마음 약한 젋은이였다니, 이 무슨 역사의 아이러니란 말인가

p66 하늘을 찌를 듯한 큰 키에 늘 힘자랑을 하고, 압도적 카리스마와 뛰어난 정치력을 지닌 표트르 대제는 타인에게 용서 없는 잔혹한 성품도 겸비해 아무렇지 않게 자기 손으로 직접 고문과 처형을 하곤 했다.

p70 흥미롭게도 가장 먼저 세워진 건물은 스웨덴과 싸우기 위한 용도의 빈약한 목조 요새였다. 이곳이 훗날 거대한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로 발전해 아들 알렉세이를 수감하는 장소가 된다. 영국의 런던탑과 마찬가지로 정치범을 수용하는 감옥으로 악명을 떨치며, 예카테리나 2세시대의 타라카노바를 비롯해 도스토옙스키와 레닌도 그곳에 갇히게 된다

p76 폴란트어 억양이 강한 러시아어로 말하는 신교도 마르타에게 표트르는 예의 모노마흐의 모자를 씌우고 대관식을 거행한 후, 예카테리나라는 이름을 내리고 개종시켜 정비로 삼았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출세인데 그녀는 훗날 러시아 최초의 여제가 된다. 운명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최고의 선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p93 러시아에서 국가 최고 권력자가 어느 날 갑자기 실각하는 패턴은 이미 오랫동안 계속돼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소련 시절의 유머집에는 새벽에 난폭하게 문 두드리는 소리에 죽을 만큼 두려워하다 체포당하는 것이 자신이 아니라 이웃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인생 최고의 행복을 느꼈다”라는 식의 블랙 유머가 셀 수 없이 많았다

p101 엘리자베타를 향해 다음 대 차르였던 예카테리나 대제가 “자신을 치장하는 것 말고는 달리 흥미가 없었다”고 독설을 퍼부었던 까닭에 과소평가되기 쉽지만 실제로 엘리자베타는 표트르 대제의 딸답게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p107 1777년 페테르부르크를 덮친 기록적 대홍수로 목숨을 잃은 다수의 사망자 중에 타라카노바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그림은 그러한 전설을 회화로 남긴 것이다.

p121 18세기 러시아는 여제의 시대였으며, 예카테리나 2세는 로마노프 왕조의 최후이자 최고로 위대한 여제였다. 그녀는 표트르 대체의 친딸 엘리자베타보다 훨씬 표트를 닮은 절대군주였다.

p124 비제 르브룅은 서민 계급 출신이지만 베르사유에 출입한 이후로 고위 귀족 여성들, 특히 앙투아네트가 구현한 아름다움의 이상에 심취해 있었다. 가늘고 호리호리한 스타일, 우아한 몸가짐, 뛰어난 패션감각에 익숙한 그녀의 눈에 예카테리나는 조금 뒤떨어져 보였던 것이다.

p136 전자는 처녀왕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궁정 바깥으로는 새어 나가지 않게 교묘히 숨겨왔지만 실제로는 많은 애인이 있었고 만년까지 젊은 남성을 차례차례 침대로 끌어들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p187 니콜라이 1세는 30년간의 통치 후반에 크림 전쟁을 일으켰다. 정교도 보호를 구실로 튀르키예를 공격해 들어간 것까지는 좋았지만, 영국, 프랑스, 샤르데냐가 튀르키예의 편을 든 시점에서 패배는 정해져 있었다

p193 알렉산드로 2세의 죽음은 결국 암살이었다. 몇 번이나 위험한 고비를 피해온 황제였지만 1881년 마차에 폭탄이 날아들어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p203 이콘을 그리는 것 자체가 신앙 행위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성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바꾸는 행위다.

p224 과거 러시아의 문영국 진입의 상징으로서 강대국의 왕녀를 황비로 맞고 싶어 했던 이반뇌제는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구혼하기도 하고 그녀의 조카를 원하기도 했으나 영국은 상대해주지 않았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그 꿈이 300년이 지나 겨우 절반 정도는 이루어진 셈이다

p242 라스푸틴의 신기한 힘은 근대과학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기에 아무래도 수상쩍은 괴승의 이미지만 강조되지만, 치유 능력이 탁월했던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p246 시신이 떠오른 것은 다음 날이었다. 얼굴은 피투성이였고 몸에는 총상의 흔적이 있었으며, 위에서는 독극물이 검출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루의 끈이 안에서 풀려 있었고 폐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즉 강에 던져졌을 때 그는 여전히 살아 있었고, 자루를 열어 탈출하려 했던 것이다

p250 훗날 제1차 세계대전으로 명명된 이 국가 총력전은 합스부르크, 로마노프, 호엔촐레른, 오스만 등 네 왕조의 막을 내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문과남자의 과학공부

 : 유시민

 : 돌베개

읽은기간 : 2023/09/23 -2023/09/27


유시민 작가님이 과학교양서를 냈다.

본인은 문과라서 이과내용은 잘 모른다고 하면서 그동안 읽었던 과학교양서와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책을 냈다..

그런데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읽기가 쉽지는 않다. 그럭저럭 읽으려면 읽을 수는 있는데 참고도서정도는 읽어봤어야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과학을 모르는 인문학자들이 엉뚱한 이야기로 서로 싸우고만 있다는게 작가의 시각이다. 

나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과학의 새로운 발견들이 많은데 그런 내용을 모르고 산다는 건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유시민 작가님을 포함한 훌륭한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많이 나와서 과학을 이해할 수 있게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다만 과학은 설명을 하는 도구지, 나를 이끄는 도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과학이 모든 걸 알 수 있고, 모든 걸 해결하는 듯한 분위기는 좀 맘에 들지 않는다. 

재미있게 잘 읽었다. 


p9 과학공부를 하고 싶은 독자는 훌륭한 과학교양서를 읽으시기 바란다. 코스모스, 원더플 사이언스, 엔드 오브 타임, 이기적 유전자,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원소의 왕국, E=mc2,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김상욱의 양자공부, 과학콘서트 같은 책이다. 저자들은 대부분 이과지만 인간의 언어로 과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p22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참고서의 모든 문제를 반복해서 풀면서 문제 유형과 풀이 과정을 암기했다. 그렇게 하면 아는 스타일 문제는 어지간히 다 풀 수 있다. 나는 시간을 무한정 투입해 처음 보는 유형의 문제를 만날 확률을 낮추는 물량전을 폈다.

p28 어느 하나 쉬운 질문이 아니었지만 인문학자들은 모른다고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대답하려고 했다. 그게 과학자와 다른 점이다. 과학자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하게 나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 말하고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한다.

p37 과학이 더 발전해도 인문학은 인문학의 길을 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형식과 내용 그대로는 아니다.

p38 우리의 뇌는 생존에 필요한 것은 밝게 비춰 보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객관적 진리보다는 신화와 자기기만과 부족의 정체성처럼 적응의 이익이 있는 것을 열광적으로 받아들였다.

p47 나는 무엇인가? 이것은 과학의 질문이다. 묻고 대답하는 사유의 주체를 철학적 자아라고 하자. 철학적 자아는 물질이 아니다. 그러나 물질인 몸에 깃들어 있다. 나를 알려면 몸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일반 명제로 확장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과학의 질문은 인문학의 질문에 선행한다. 인문학은 과학의 토대를 갖추어야 온전해진다.

p68 과학자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만 철학자는 모른다는 말도 무언가 아는 것처럼 한다. 과학자와 인문학자는 무엇보다 그런 면이 다르다. 나는 그게 인문학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으로 증명한 사실만 책에 담아야 한다면 국립중앙도서관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p74 태양이 내뿜은 빛의 에너지는 지구에서 공기를 만나 열에너지로 바뀐다. 우리가 햇빛이 따스하다고 느끼는 것은 빛 자체가 따뜻해서가 아니라 빛이 공기를 데우고 우리가 따뜻해진 공기와 접촉하기 때문이다.

p85 아직 아는 게 많지 않아도 몇 가지는 확실하다. 거울신경세포는 대뇌피질을 비롯한 뇌의 여러 부위에 분포해 있으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는 행위를 조장하거나 억제하는 등 여러가지 일을 한다. 또한 공감과 도덕적 동기 유발의 기초를 제공하며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염려하고 덜어주는 행위를 장려한다.

p87 맹자는 사람한테 타인의 불행과 고통을 함께 느끼면서 남을 도우려 하는 생물학적 본성이 있다고 봤다. 그것을 측은지심이라 했고 거기에서 인이라는 가장 중요한 미덕이 나온다고 판단했다. 오로지 관찰과 추론으로 구축한 이론이었다.

p91 나는 김지하 시인이 젊은 시절 썼던 시와 산문을 여전히 좋아한다. 그때 그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소중히 여긴다. 인생의 한 굽이에서 그런 감정을 느낄 기회를 준 시인에게 지금도 감사한다.

p99 내 자아는 날마다 어리석어지는 중이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덜 어리석어지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내 뇌의 뉴런이 순조롭게 다양한 연결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책을 읽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세상과 연대하며 낯선 곳을 여행한다. 내가 할 수 잇는 일은 뇌에 새로운 데이터를 공급하는 것뿐이다.

p119 다윈은 염색체,DNA,유전자 같은 것을 몰랐다. 그런데도 완벽하게 옳은 결론을 내렸으니 관찰과 추론의 힘은 얼마나 대단한가.

p127 우리의 삶에 주어진 의미느 ㄴ없다.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찾지 못한다. 남한테 찾아 달라고 할 수도 없다. 삶의 의미는 각자 만들어야 한다. 내 인생에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어떤 의미로 내 삶을 채울까?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은 질문이다.

p158 집단에는 양심이 없다. 개인들이 인종적, 경제적, 국가적 집단으로 뭉치면 힘이 허용하는 일은 무엇이든 한다. 집단은 크면 클수록 더 이기적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p166 화학자들 화학을 사랑하지 앟아서가 아니라 너무 바빠서 교양서를 쓸 시간이 없고 또 굳이 그래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앟아서 그런 듯하다. 아는 사람은 안다. 화학이 돈 되는 과학이란 걸. 화학의 이미지가 나빠도 사람들은 화학제품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

p170 더 작게 나누면 고유의 성질을 잃는다는 의미에서 물질의 기본 성분인 원소는 원자와 같고 또 다르다. 물리학 책에는 주로 원자가 나오고 화학 책에는 원소와 원자가 뒤섞여 나온다.

p189 원자핵과 전자가 비교적 가까이 있어서 잘 깨지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어떤 경우에도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것은 아니다. 모든 면에서 어중간하다. 바로 그런 성격 덕분에 탄소는 생명 탄생의 주역이 되었다.

p192 조문을 가려고 검정 넥타이를 맬 때 탄소를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나는 과학의 사실에서 별 근거 없는 감상을 함부로 끌어내는 습관이 있다. 과학 공부를 해도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나는 문과다

p197 인간의 어떤 행위도 물리법칙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지 원리적으로 불가능한지, 나는 판단하지 못하겠다.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물리법칙으로 남김없이 설명할 수 있는 날이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할 근거는 없으니까

p205 사회과학자들은 부족 충성심에 쉽게 속박당하고 이론의 창시자에게 구속된다. 사회과학이 인간 조건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바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네 이야기를 생물학과 심리학의 물리적 실재에 단 한 번도 끼워 넣어 보지 않았고 심리학과 생물학의 발견을 무시했다. 그래서 공산주의를 과대평가하고 인종주의를 과소평가했다.

p211 그 의시ㅁ은 오해에서 나왔다. 불확정성 원리는 인간 인식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다. 거꾸로 말해야 맞다.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시세계의 운동법칙까지 우리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내 주장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그렇다고 한다.

p215 전자의 위치를 알려고 빛 입자를 전자에 충돌시키면 전자의 운동량이 달라진다.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파장이 짧은 빛을 써야 하는데 파장이 짧을수록 빛 입자의 운동량은 크다. 따라서 위치가 정확해지면 운동량이 불확실해지고, 운동량이 확실해지면 위치가 부정확해진다. 전자현미경을 써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론은 분명하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자의 운동은 확률로 기술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불확정성 원리의 요체다.

p224 빛보다 빠른 속도를 생각할 수는 있지만, 절대온도 0도보다 낮은 온도가 그런 것처럼, 물리적 의미는 없다. 절대온도 0도는 모든 입자의 운동이 멈추는 온도로 섭씨 -273.15도에 해당한다. 그보다 낮은 온도는 물리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빛보다 빠른 속도 역시 그렇다

p232 우주 구름이 뭉쳐 태양이 될 때 떨어져 나간 물질 가운데 수소, 헬륨, 메탄, 암모니아처럼 가벼운 것은 멀리서 모여 가스형 행성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되었다. 철, 니켈, 알루미늄처럼 무거운 원소들은 태양 가까운 곳에서 바위형 행성인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을 만들었다.

p244 인문학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산물임을 다시 확인한다. 인문학의 과제는 객관적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큼 그럴법한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다.

p249 도시의 질서는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에너지를 투입해서 만들었다.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기 때문에 무질서한, 고엔트로피 상태인 것은 사람의 눈길을 끌어당긴다.

p264 하찮은 수학이 선도 행하고 악도 행하는 것과 달리 진정한 수학은 인간의 일상에서 떨어져 있다. 정수론이나 상대성이론이 전쟁 목적에 쓰인 경우는 없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p274 가우스를 비롯한 신계의 수학자들은 평행선 공리를 위반하면서도 모순이 없는 비유클리드기하학을 찾아냄으로써 공간에 대한 관념을 바꾸었다

p280 그는 산술에만 능했던 게 아니라 높은 수준의 수학적 직관과 사유능력도 지니고 있었다. 열두 살에 유클리드 원론의 문제점을 감지했고, 열다섯 살에 평행선 공리를 위배해도 모순이 없는 기하학이 성립한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며, 열아홉 살에는 자와 컴퍼스만으로 정십칠각형을 작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2,00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임의의 n각형 작도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았다

p290 과학교양서는 이 순서를 지킨다. 양자역학에서 출발해 화학과 생물학을 거쳐 뇌과학으로 나아간다. 과학 전문작가 나탈리 앤지어의 원더플 사이언스가 그렇다. 내친김에 생물학을 거쳐 인문학까지 나아가는 경우도 있다. 대표 사례로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 오브 타임을 들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