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온 인문학 - 사람과 세상이 담긴 공간, 집을 읽다 푸른들녘 인문교양 2
서윤영 지음 / 들녘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 집에 들어온 인문학

저자 : 서윤영
옮긴이 : 
출판사 : 들녁
읽은날 : 2016/04/02 - 2016/04/06

 

제목을 보고 나 혼자 낚인 책.

집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라기보다는 집에 대한 수필정도로 보는게 맞을 듯 하다.

크게 두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집안에 있는 다양한 공간에 대한 해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식 집이라는 양옥은 사실 영국과 프랑스가 동남아에 가지고 있던 식민지 주택의 변형본이라든가, 다세대, 다가구등을 구분하는 방법등은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유익한 내용들이었다.

재미있는 구분은 방과 간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전통주거는 방과 간을 구분합니다. 방은 신발을 벗고 앉아 생활하는 실내 공간이고, 간은 신발을 신은 채 일을 하는 노동 공간이자 실외공간입니다.(48 p)

이런 정의에서 보면 부엌은 부엌간이니 힘들에 일을 하는 곳이고, 사랑방은 안방과 멀리 떨어져있어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역시 여성은 예전에도 집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이었나보다.

2부 집 밖ㅇ로 나가다에서는 건축에 대한 일반론이 펼쳐진다.

과거에 지어진 사찰이나 성당등을 통해 어떻게 세속적인 사람이 종교장소에 들어와서 거룩감과 경외감을 갖게 할 것인지에 대해 건축학적인 장치들을 알게 된다.

모델하우스 역시 피해가지 못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어떻게 집을 더 넓게 보이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내가 생각했던 책의 내용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것을 많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요즘 유행하는 인문학이라는 말을 부쳤으면 그에 걸맞는 통찰이나 옛것과의 연결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좀 약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동사의 멸종 -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 한승태 노동에세이 3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어떤 동사의 멸종

 : 한승태

 : 시대의 창

읽은기간 : 2025/05/06 -2025/05/11


굉장히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우연히 알게됐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저자는 다양한 육체노동의 현장에서 일을 했고, 그 일을 바탕으로 르뽀형식의 글을 썼다. 

노동의 현장은 콜센터, 택배, 부페식당등이다.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작업현장이다. 

실제 현장의 소리를 듣는듯 해서 몰입이 더 잘되고, 공감도 많이 됐다. 

현장의 소리는 날카롭고, 마음을 아리게 하고, 슬펐다. 

그러나 또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노동자의 모습은 아름답고 거룩해 보였다.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한 몇몇 문장은 뜬금없긴 하지만 글을 읽는 재미를 침범하지는 않는다. 

가슴아프지만 유쾌한 책을 읽어서 좋다.. 


p13 그날 내가 목격한 것은 궁지에 몰린 자영업자가 어수룩한 구직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장면이 아니었다. 그것은 근대화 이후로 이어져 온 산업이 회생할 수 없을 정도로 붕괴했다는 증거였다.

p25 10여년 전부터 전 세계의 미래학자들이 쿠데타를 모의하는 군인들처럼 살생부를 작성해 왔다. 그 목록의 가장 맨 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 바로 텔레마케터나 콜센터 간은 전화받는 직업이다.

p37 전화 상담사는 해결사가 아니라 메신저다. 주문과 관련된 최종 처리는 상품이 나가는 매장에서 이루어졌고 우리는 매장에 처리 요청을 보내고 결과를 기다렸다. 실제 문제 해결 능력에 있어서 콜센터 상담사는 인간과 허수아비의 중간 정도에 놓였다.

p49 나는 위로가 필요한 표정으로 선배를 돌아봤다. “그래도 이 아저씨는 점잖네요. 새끼 소리는 안 하잖아요”. 씨발 소리를 들었는데 점잖다니 정말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구나.

p60 남부의 노예 감독 밑에서 일하는 것은 힘들지만 북부의 노예 감독 밑에서 일하는 것은 더욱더 힘들다.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당신이 당신 자신의 노예 감독일 때다

p62 그때도 농장에서 도망칠 궁리만 했었다. 내게는 양돈장과 콜센터를 비교하는 것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다. 전자가 항문으로 똥을 싸는 동물의 뒤처리를 하는 곳이라면 후자는 입으로 똥 싸는 동물들의 뒤처리를 하는 곳이라 할 만했다. 그리고 두 종류의 동물들과 모두 일해본 관점에서 말하건대 양돈장이 단연코 수월하다.

p71 한반도 최초의 전화 개설자는 다름 아닌 고종이었다. 전화 상담사의 조상님이라고 할 전화 교환수의 고객은 말 그대로 왕이었다. 고종은 신하들에게 전화로 어명을 내렸는데 그럴때면 신하는 수화기를 들기전 의복을 갖춰입고 큰 절을 네 번씩 올려야 했다. 슬픈 일이지만 오늘날에도 콜센터의 고객은 왕이다. 군주제의 왕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왕으로 바뀐 것뿐이다.

p81 콜센터를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이렇게 설명한다. 상담사의 일과는 여덟 시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신에게 달린 악풀들을 소리 내서 읽는 거랑 같다고. 상담사의 가장 평범한 하루일지라도 가족들이 함께 통화를 듣게 된다면 펑펑 울며 다른 일을 찾아보자고 하게 될 거다.

p124 내가 일터에서 사랑하는 순간들이 이런 것을 발견하게 될 때다. 너무나도 뻔하고 단순해 보이는 현상 속에서 다양한 체계와 규칙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조금의 상상력도 자극하지 않는 보잘것 없던 존재들이 고통을 함께한 사람에게 자신들의 비밀스러운 단면들을 보여주는 순간들.

p148 일당이 센 일용직으로 일하면 일정한 수입은 있으면서 마음만은 일이 없는 사람처럼 홀가분하게 살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그런 맛에 일용직에 계속 남는다.

p174 물류센터에서 내가 가장 놀란 점은 까대기하는 사람 중에 우울해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다. 이것이 내가 일터를 전전하는 동안 경험한 최고의 미스터리였다.

p187 주방에서 일할 때 신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과격한 수업을 통해 깨달았다. 잠수부에게 산소통이 필수적인 만큼 주방 직원에겐 편한 신발이 필수품이다. 나중에 보니 오래 일한 직원들은 모두 21세기의 고무신, 크록스를 신고 있었다.

p189 주방에서 증기를 물로 보면 응급실에 실려 간다. 주방에서 증기는 축축한 불길이다. 온도, 고통 모든 면에서 그렇다.

p223 요리사처럼 자기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도구가 손에 바로바로 잡히지 않으면 당황하고 짜증부터 난다. 그렇게 위치를 바꿔서 얻는 효과가 무엇이든 간에 길게 보면 불필요한 에너지의 낭비가 더 크다.

p233 이런 웍은 일단 바닥이 고르지 않다 보니 일정하게 가열되지 않고 음식이 바닥에 쉽게 눌어붙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웍 안쪽 표면에 말라붙어 아무리 손톱으로 긁어도 떨어지지 않던 검은 따까리가 음식이 끓는 상태에서 떨어져 나갈 때가 있다는 점이다.

p242 나는 손끝에도 이렇게까지 힘을 주면서 일을 한 적은 처음이었다. 냄비 닦을 때 손가락 끝에 잔뜩 힘을 줘서 닦고 긁어내다보니 그렇다. 까대기가 허리나 무릎 같은 관절 부위를 과도하게 사용한다면 주방은 관절부터 손끝까지 구석구석 안 쓰는 데가 없다. 요리라는 일은 육체라는 산 전체에 빠짐없이 길을 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p247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지만, 식당은 작업장으로서는 굉장히 특이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일종의 공연장이다. 가수들이 콘서트장에서 느끼는 희열을 요리사들은 주방에서 느낀다. (공연이 끝난 후의 공허함도..)

p261 지금도 주방을 떠올리면 그 그릇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키친타올이 올려진, 고추장 비빈 밥 한 덩이가 남은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 음식이 넘쳐나는 벽 뒤에서,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남겨둔 주방장의 시뻘건 밥 그릇.

p269 휴게실의 아늑함을 깨뜨리는 유일한 단점은 낮은 천정이었다. 이곳을 설계한 사람은 한국인의 신장이 180을 넘는 일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확신에 차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방으로 된 공간은 바닥이 높았는데 거기에 서 있을 때는 허리를 거의 기역 자로 구부려야 했다. 사람들은 휴게실에서 보내는 시간 대부분을 드러누워 지내는 것으로 건축학의 한계를 극복했다.

p277 놀랍게도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이 금융 엘리트들의 삶은 얼마 전 중성화 수술을 마친 우리 집 고양이의 고환과 비슷한 상태였다. 즉, 텅 비어있었다.

p284 아무리 익숙한 일일지라도 그걸 직업으로 삼으면 기초부터 다시 배워야 할 때가 있다. 이전까지는 기술이라든가 학습이라는 개념과 단 한번도 연관 지어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을 프로스포츠처럼 대해야 한다.

p299 미화팀에 오랜 세원 동안 내려온 금언이 있었으니 사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구역은 너무 더럽지만 않으면 되지만 임원들의 눈에 자주 띄는 곳은 결벽증 환자 수준으로 깨끗해야 한다는 거다.

p331 그는 무슨 일이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난리를 피웠지만 정작 자기 의도를 전달하는 능력은 한참 부족했다. 낙하산이라고 해서 반드시 무능해야만 하는 건 아닐 텐데…

p380 감춰야 마땅했지만 그 비열함 속에 어떤 진실이 담겨 있었다. 노동의 무게 아래서 비틀거리는, 나약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진실이. 그는 자신이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건 오직 자신의 못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때만 가능하다고 믿었다.

p383 출판계 사정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비슷비슷한 모양이다. 태평양 건너에서도 고생고생해서 몇 년 만에 첫 책을 낸 작가의 손에는 보잘것 없는 돈만 쥐어질 뿐이다. 그 초라한 금액에 실망한 나머지 열에 아홉은 데뷔작 인세를 받고는 출판계를 영영 떠난다. 그래서 데뷔작 인세를 굿바이머니라고 부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생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 - 클래식 음악을 시작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안우성 지음 / 유노라이프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일생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

 : 안우성

 : 유노라이프

읽은기간 : 2025/05/02 -2025/05/05


베토벤.. 이름만으로도 나를 압도하는 대단한 양반. 

그러나 곁에 두고 싶지는 않은 사람. 그냥 음악만 듣고 싶은 사람. 

성질머리 안좋고, 괴팍하고, 오만하고, 여자 밝히는(?) 그러나 음악은 기가 막히게 만드는 사람..

내게는 베토벤이 그런 사람이다. 

베토벤의 일생에 대한 책이라고 하기에는 빈약하고, 유명한 음악에 대한 해설이라고 하기에는 밋밋하고, 베토벤의 해석이라고 하기에는 특별한 게 별로 없어보이는 책이다. 

저자의 베토벤 찬가가 이 책을 가장 잘 정의내리는 것 같다. 

챕터마나 베토벤의 유명한 음악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QR코드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줘서 베토벤의 유명한 음악을 게속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도 내게는 어려운 베토벤이다. 집에 베토벤 전집이 있는데 역시 어렵다.. 

베토벤은 빈약한 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높고 힘들다. 그래도 듣는 재미가 있다. 



p26 그럼에도 연주자들은 기꺼이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노력의 시간이 몸에 배어 온몸의 근육이 기억할 때까지, 무의식중에도 자동으로 연주할 수 있는 지점까지 연습한다.

p35 평소보다 잘 돌아가지 않는 손가락 때문에, 고작 잔기침 때문에 무대 뒤 대기실에서 세상이라도 잃은 듯 펑펑 목 놓아 우는 연주자의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p50 1808년 3월 긴 세월이 지나 베노베은 하이든의 76회 생일을 축하하는 갈라 콘서트에 참석했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가 연주되고 난 뒤, 베토벤은 하이든 앞에 무릎을 꿇고 연로한 스승의 손과 이마에 존경을 담아 입을 맞추었다. 이후 베토벤은 하이든을 헨델, 바흐, 글루크, 모차르트와 동등한 반열의 거장으로 존경했고 자신은 그 옆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없는 미천한 존재라 말하며 스스로를 낮췄다.

p69 베토벤의 음악이 항상 아름다운 시점이나 고차원적인 이상을 담고 있을 것만 같지만, 모든 작품이 꼭 고상하지는 않다. 개중엔 유치한 일상을 ㄷㅏㅁ은 작품도 있고 순간의 독특한 발상에서 착안된 위트있는 작품도 있다. 바로 베토벤이 스물 다섯 살에서 스물여덟 살 사이에 작곡한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가 대표적이다.

p103 나를 붙는 것은 예술, 오직 예술뿐이었다. 나의 예술적인 재능을 모두 드러내기 전에는 죽음이 천천히 다가왔으면 좋겠다. 죽음이여, 올테면 와 보라. 나는 용감하게 그대를 맞이할 것이다. 이 유서를 기점으로 베토벤은 사형 선고와도 같았던 난청을 극복하고 불굴의 의지로 다시금 창작열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p111 발트슈타인은 베토벤의 음악 인생에 있어 첫 번째 후원자로 베토벤이 예술에 필요한 기본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격려해 준 인물이다. 또 베토벤이 음악의 메카 빈에서 하이든이라는 거장의 곁에서 체계적인 음악을 배워 훗날 날개를 펼 수 있도록 길을 내어준, 베토벤의 인생과 음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분기점을 만든 인물인 셈이다.

p119 이 시기 탄생한 열정엔 베토벤이 두 여인 사이에서 가졌을 열정과 혼란의 복잡한 마음이 녹아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이를테면 다른 피아노 소나타들에 비해 두드러지게 격정적인 악상이 펼쳐지는 1악장과 3악장은 분명 도도하고 관능미가 넘쳤던 요제피네에 의한 악상일 것이고, 그에 반해 서정적이고 침울한 분위기의 2악장은 차분한 성격의 테레제를 떠올리며 작곡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p141 미친 관객이 미친 프로를 만든다라는 말처럼 자신의 음악을 이해해 줄 라주모프스키 백작과 악보 속 예술을 밖으로 끌어내 훌륭히 연주해 줄 연주자가 있었기에 18세기 전통의 한계를 넘어선 한 단계 진보한 음악이 탄생할 수 있었다.

p152 이 네 음으로 이뤄진 주제는 1악장만이 아니라, 전체 악장에 등장하며 통일성 또한 훌륭히 이뤄내고 있다. 베토벤은 마치 블록을 쌓아 나가듯 경이로운 건축기법과도 같은 작곡 기법으로 30분 길이의 대 교향곡을 완성한 것이다.

p161 정말 재밌는 사실은 두통이 있어 병원을 찾을 때도,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으 ㄹ때도, 의사들의 처방엔 거의 항상, 열 번중 아홉 번은 꼭 산책이 들어가 있었다. 정말 산책에 진심이 나라다.

p163 전능하신 신이시여, 숲속에 나는 행복합니다. 이곳에선 모두 당신의 말을 합니다. 이곳은 얼마나 장업합니까? 그러곤 “나의 귀는 이곳에선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라고 베토벤은 고백한다. 괴팍한 사람이라 낙인찍힌 자의 모멸감, 날개를 꺾인 가장 높이 날던 새의 수치심은 적어도 이 숲속에서만큼은 베토벤을 괴롭히지 못했다.

p181 음악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매료되는 것이다. 사랑과 음악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매료된다는 것이다.

p201 1815년부터 베토벤이 쉰여섯 살의 나이로 사망하기까지 작곡된 음악을 베토벤의 후기 음악으로 분류하는데, 그 서막의 중심이 되는 작품이 바로 함머클라비어다. 흔히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로 비창, 월광, 열정을 꼽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의 완성도나 예술성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p210 1819년 작곡에 착수해 4년 뒤인 1823년에 완성되었다. 이 시긴 베토벤 인생 말년이자 음악적 원숙기로, 베토벤의 심오한 예술성이 고르란히 녹아 있는 곡이다. 그 당시에는 높은 난이도 때문에 잘 연주되지 않다가, 20세기 후반에 관심을 받았고, 지금은 매우 활발히 연주되고 있는 곡이다.

p235 두 번째 편이의 첫머리에 “월요일 저녁 7월 6일”이란 구절이 있는데, 베토벤이 7월 6일이 월요일이었던 해에 여행을 떠났으며 또 동시에 여인들과 교류를 가졌던 해를 단서로 추적한 바, 마침내 1812년이었다는 것을 밝혀 냈다. 이런 단서들의 조합으로 음악학자들은 이 편지의 주인공으로 한 여인을 지목했다. 바로 안토니오 브렌타노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손자병법 - 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
임용한 지음, 손무 원작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손자병법

 : 임용한

 : 교보문고

읽은기간 : 2025/04/20 -2025/04/30


언제나 재미있고 유익한 임용한 선생님의 손자병법을 읽었다. 

아직 손자병법 원서를 읽어본 적이 없다. 이 책도 원서를 주해한 책은 아니고 중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저자의 생각과 해석이 가미되어 있는 책이다.

읽기에는 큰 어려움은 없지만 책은 두꺼웠다. 

손무의 병법은 교과서적인지 않고 상황을 보면서 판단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 아닐까 싶다. 

전쟁하는 곳의 지형을 봐도 그렇고, 선전책을 펼칠 때도 그렇고, 어디든 통용되는 그런 법칙은 없다는 것이다. 지리와 형세, 군대의 훈련상황, 보급 등을 확인하며, 리더는 가장 적절한 판단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씨저나 알렉산드로스 대왕같은 사람이 바로 이런 모습으로 전쟁을 했던 사람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전쟁터라고 불릴 수 있는 경쟁사회에서 어디든 통용되는 방법은 없다. 

꾸준히 사회를 관찰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에서 최선의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 정확성도 필요하지만 속도를 놓치면 안된다는 것.. 

좋은 책을 읽었다. 나중에 올해의 책으로 선정해도 될 듯한데, 아직은 아니다. 


p16 병법이 가르치는 것은 이기는 법이지, 쉬운 길을 찾는 요령이 아니다. 세계 챔피언은 키워낸 어떤 복싱 관장이 이런 말을 했다. 요즘은 맞지 않고 싸우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이 절대 챔피언이 될 수 없다.

p22 지피지기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숫자 의존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전쟁사를 보면 수많은 지휘관을 파멸시킨 운명의 무기가 숫자다. 전쟁사에 등장하는 명장과 역사적인 전투의 리스트를 살펴보면 그중에 숫자로 이길 수 있었던 전쟁은 하나도 없다. 살수대첩,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의 모든 전투, 나폴레옹의 승리와 패배, 역사를 바꾼 전투는 거의 숫자가 제시하는 전황을 역행한 전투다.

p23 손자는 실상을 파악하라고 말하지 않고 실상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 사소해 보이지만 두 말의 의미는 크게 다른다. 실상을 파악하는 것은 오사를 계량화해서 측정, 비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측정은 불가능하다고 앞서 말했다. 리더는 계수화 불가능한 변수, 어쩌면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한 변수까지도 포함해서 전투의 양상과 결과를 예측해야 한다.

p37 인의 개념에는 한가지 단서가 추가된다. 그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만큼의 인이라 개념이다. 신의, 용기, 위엄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땅, 언어와 풍속이 다른 정복지, 낯선 사람들도 지혜, 신뢰, 용기 등의 가치는 공유한다. 하지만 내용과 표현 방법, 양이 다르다.

p58 미드웨이 해전뿐 아니라 태평양전쟁 내내 일본군의 작전은 쓸데없이 복잡했으며, 기만 행동과 양동을 너무 좋아하고, 여기에 많은 체력과 시간을 소모하는 경향을 보였다.

p67 이런 계획은 성공할 리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무모한 계획이 돌발 상황을 최소화하는 계획이다. 어떤 군사 전문가가 이런 말을 했다. “전쟁과 작전은 악보를 들고 시작하지만, 첫 번째 총성이 울리는 순간부터 즉흥곡이다” 낙관적으로 짜인 수많은 전쟁과 작전이 돌발 상황과 부대비용의 덫에 걸려 파산했다.

p84 로마는 여러 번 약탈당했는데, 그중에서도 1527년 신성 로마 제국군의 입성은 재앙적 파괴를 남겼다. 1258년 바그다드에 진입한 몽골군 또한 도시의 화려함에 입이 떡 벌어졌고, 이것은 그들의 약탈 본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p97 동기 유발을 위한 포상은 과감할 정도로 탐구하고 투자해야만 한다. 전차 한 대면 롤스로이스를 포상하는 것보다 큰 보상이다. 대부분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그러나 손자는 전쟁에서 이기려면 해야 한다고 말한다.

p119 벅 중위와 생존한 부하들은 다섯 개의 십자수 훈장을 받았다. 한 소대에 십자수 훈장이 다섯 개나 수여된 것은 최다 기록이었다. 벅 소대의 분전은 칭찬할 만한 것이지만, 이 훈장의 진짜 공로자는 무모한 정면 공격을 반복한 독일군 지휘관이었다. 직접 접근과 간접 접근의 차이는 이처럼 크고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다.

p127 요한 기사단도 위조 편지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 같은데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명예를 지키면서 성을 포기할 구실로 삼은 듯하다. 바이바르스는 요한 기사단을 안전하게 후송하고 성을 보존하기로 약속했다. 요한 기사단은 현대의 적십자와 같은 조직으로 유럽인과 이슬람을 가리지 않고 치료와 구호사업에 전념했기에 이슬람 쪽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그 덕분에 이 성은 현재까지 완전하게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심자군의 유적이 되었다.

p138 실패한 작전, 실패한 사업의 실무자를 만나 원인을 물어보면, 현장을 잘 모르는 상사의 부당한 간섭 때문이라는 답변을 곧잘 듣는다. 그런데 성공한 리더에게 성공 비결을 들어보면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라 아랫사람에게 철저하게 맡겨놓고 간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오히려 반대로 아랫사람들이 반대하고, 두려워하는 일을 리더가 신념을 갖고 추진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말한다.

p148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논리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며, 가장 위험한 사람은 대책없는 강경론자다. 전쟁은 그 특성상 강경론이 득세한다. 특히 작은 승리라도 거둔 직후라면 더 분위기를 타서, 신중론을 펴는 사람은 비겁자로 몰리기 십상이다.

p151 유스티니아누스는 이 임무에 아주 적합한 인재를 얻을 수 있었다. 벨리사리우스였다. 평민 출신으로 입지전적인 승진을 거듭한 벨리사리우스는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쟁사 전문가, 군사 탐독자들에게는 높은 평가를 받는 장군이다. 모든 종류의 전쟁과 전술에 능통했던 벨리사리우스는 북아프리카를 탈환하고 대망의 이탈리아로 진군했다. 그러나 벨리사리우스가 북아프리카에서 승리를 거두자 유스티니아누스는 이상한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병력을 빼앗아버리고, 말도 안 되게 적은 군대를 주기도 하고, 지원병을 보내는 데 늑장을 부렸다.

p193 조직이건 개인이건 자신의 독자적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보편적 욕구다. 영국과 미국 공군도 간간이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러나 그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절대 불리한 요건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면 혹은 능력 이상의 욕심을 부린다면, 손자의 경고처럼 모두가 찬탄하는 승리, 과시적인 승리를 추구하다 쉬운 승리를 포기하는 것이 된다.

p215 조선군의 최대 주력은 기병이었다. 우수한 무사가 기병이 되며, 기병은 사격전, 기동전, 충격전을 모두 잘했다. 반면 일반 농민을 징병하는 보병은 전투력이 떨어졌다.

p218 패튼이 신뢰하던 부했던 워커 장군은 패튼의 교훈을 잊지 않았다. 1950년 낙동강 방어선은 촉 위기 상황이었다. 병력 부족으로 인해 방어망이 종잇장처럼 얇고 엉성하게 편성되었다. 그럼에도 워커는 얼마 안되는 예비자원을 방어선의 구멍에 투입하기보다는 정예부대를 예비대로 편성하고 방어선이 위태로운 결정적인 순간에 투입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덕분에 매일매일 도박 같은 선택을 해야 했지만 그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인민군의 공세는 실패했다. 워커의 예비대 운용술은 전술사에서 중요한 교범이 되어있다.

p255 전쟁사를 보면 모든 방어 대책과 진지는 자기 전술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적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거나 새로운 장비와 기술을 도입해서 에전과 다른 기동을 할 수 있게 되어도 이전의 경험, 자기 시나리오에 집착한다. 준비된 대책 덕분에 심리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다. “적이 이곳으로 올 것이다”가 아니라 “적이 이곳으로 와야 한다”는 태도가 문제다

p263 중공군은 야간 전투를 좋아했다. 야간이면 수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달밤에 중공군은 흰 위장포를 쓰고 눈밭에 엎드려 있다가 공격 신호가 울리면 일제히 일어나 돌격을 감행했다. 그들이 일어나면서 하얀 눈밭에 검은 그림자가 생겼다. 그들이 일어나는 순간 테이블보를 뒤집듯이 눈앞의 온 산하가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휙 뒤집혔다. 장진호 전투의 생존자인 어느 해병은 온 산하가 벌떡 일어나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 같았다고 회상한다.

p269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도 전지전능한 사람은 없다. 조직 구성원은 대부분 한두 가지 재능만 갖고 있다. 진정으로 창의적이고 무한한 응형은 이 개인들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각자의 장점을 찾아낼 기회를 주는 것이다.

p276 손자는 군쟁이 적과 대치해서 진영을 펼칠 자리를 정하고, 그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고 했다. 어렵다는 말은 이 자리 잡기가 승부를 좌우하는 요소라는 의미다.

p285 이런 요소를 먼저 체크하고 기만 전술을 구상해야 한다. 적을 속이기 전에 적이 스스로 속게 만드는 것이 최고의 기술이다.

p295 우리가 내는 소리는 앞으로 가고, 상대의 응원가는 우리를 향해 온다. 상대의 응원이 더 크게 들릴 수밖에 없다. 손자는 이런 원리를 알고 있었다. 아군이 병력이 적더라도 깃발을 힘껏 휘두르고 함성을 지르면 적의 병사에게는 아군의 기세가 훨씬 사납게 느껴진다.

p327 패튼 전차 군단의 질주는 영락없이 돈키호테의 질주처럼 보였지만, 아주 정밀하고 주도면밀한 게산을 깔고 하는 행동이었다. 화를 잘 내고 참을성이 없는 탓에 패튼은 아군 지휘관들과 기자들에게 많은 모멸을 당했지만, 적에게만은 우롱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캐릭터를 활용해 적과 아군까지 우롱할 줄 아는 영악한 지휘관이었다.

p342 스털링의 구상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들은 통신시설, 공항, 전투기, 급유시설을 공격해 파괴하고 사막으로 도주했다. 추격하던 독일군들은 차마 사막으로 뛰어들 수가 없었다. 이들을 찾아내는 유일한 방법은 항공 수색인데, 사막의 위장술에 뛰어난 스털링의 부대는 탐색을 교묘하게 피했다.

p359 미군과 영국군도 개마고원과 버마에서 동양 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형의 한계를 극복했다. 미 해병대는 공중 지원이 없었다면 보급이 끊겨 개마고원에서 살아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수송뿐만 아니라 전투기의 공중 공격도 지상의 지형에 구애받지 않았다. 손자의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기술의 발달이 지형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p385 구지의 분류에는 자국 영토와 적국 영토라는 입지적인 의미와 지형이라는 기준이 중첩되어 있다. 손자는 예리하고 분석적인 사고력을 지닌 인물이지만 이상하게 지형이나 기타 개념을 나누어 제시할 때는 중첩되는 기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교훈적인 내용도 표면적 교훈과 내면적 교훈이 항상 중첩되어 있다.

p395 손자가 열거한 분열을 형태론적으로 분류하면 내면적,심리적 분열과 부대 간의 단절 같은 물리적 분열로 나눌 수 있다. 어떤 유형의 분열이든 그것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심리전, 선전술, 유언비어, 물리적 차단과 분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전쟁터란 기본적으로 분열을 일으키기 쉬운 곳이다. 공포와 충격, 극단적 이기심이 지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p397 용병의 정수는 속도라는 이 통찰은 손자병법에 영원한 생명을 불어넣었다. 서양에서도 나폴레옹 시대 이전에 이미 손자병법을 번역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현대까지도 동서양 장군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고대의 병서임에도 현대전에서까지 존중받은 결정적 요인은 손자가 병서 곳곳에서 속도를 이용한 전술 원리를 전파했기 때문이다.

p429 화마는 공장과 주택가, 여성과 어린이까지 가리지 않고 삼켰다. 기나긴 인류의 전쟁사에서 민간인 희생자는 항상 발생했지만, 폭격기에 의한 공습처럼 조직적이고 지속적이며, 파괴적인 경우는 인류 역사상 처음이었다.

p453 반간이 최고의 스파이라고 한 말의 진정한 의미는 적의 인재를 소중히 하라는 교훈이다. 동시에 평소 휘하의 인재를 존중하고 잘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언제라도 빼앗길 수 있는 것이 인재다. 특히 리더는 조직 내부에 있는 시대를 앞서가는 건방진 인재를 발굴하고 잘 보호해야 한다. 로멜은 그와 함께 있는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비범한 능력 때문에 주변 사람 상당수가 싫어했다. 로멜의 능력을 존중하고 퀴워준 사람은 의외로 군부 인맥과 거리가 멀었던 히틀러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찬란한 멸종

 : 이정모

 : 다산북스

읽은기간 : 2025/04/07 -2025/04/20


언제나 유쾌한 이정모 선생님의 신작, 찬란한 멸종..

멸종이 찬란한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생태계를 보면 멸종이 있어서 새로운 종들이 진화하고 자리를 만들어가게 되니 전 지구적인 모습으로 찬란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게도 인류의 멸종부터 시작해서 원시생물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다. 

인류가 멸종해서 그 소식을 전할 수 없어서인지 AI가 인류의 멸종을 목도하고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리 미래가 아니다. 이미 인류는 멸종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에 2150년 멸종이 아주 이상해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평균 수명이라면 우리 자녀나 손자정도면 멸종을 경험할 수도 있겠다.. 오싹한 일이다. 

우세종들의 멸종이야기를 읽다보면 인류는 참 오만하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된다.

이런 이유로 자연사를 공부해야 하는 것 같다.

책은 과학책이나 내용은 인문학이다...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다. 


2% 그건 너무 인간 중심의 생각 아니냐고요? 아니, 인간이 인간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우리가 들국화, 달팽이, 지렁이, 풍뎅이, 직박구리의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는 없잖아요. 인간 중심의 사고도 필요합니다. 본 것에 대해 생각하고 기억하고 기록할 수 있는 생명체는 우리 모호 사피엔스뿐이니까요

2% 독자 여러분은 이 책에서 인류 대멸종, 화성 테라포밍, 농업의 발명과 가축의 탄생,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경쟁, 빙하시대, 공룡의 등장과 멸종, 나무와 석탁의 탄생, 섹스와 죽음의 출현, 달과 바다로 시작된 생명 시대의 개시까지, 17개 장면을 목격할 것입니다. 지구의 역사 46억 년을 촘촘히 흝지는 않습니다. 지구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 문턱들을 찾아가는 거죠

2% 자연사를 보니 멸종의 원인은 결국 기후변화더군요. 멸종 당시 생명체들은 기후변화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화산이 터지고, 대륙이 움직이고, 운석이 충돌하는 것을 어떻게 막겠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겪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 사건은 매우 다릅니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류 활동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만 변하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잖아요

5%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려면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생태계는 꽉 차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가 생태계에 빈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게 바로 멸종이다. 멸종이란 다음 세대의 생명체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6% 인류는 나중에야 공룡이 아주 괴상하게 생기지 않았으며 자신과 함께 살아간 새들과 외형이 비슷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 번째 오해, 즉 공룡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는 사실까지 밝혀진 것이다. 공룡은 인류가 멸종할 때까지 함께 살았으며 인류가 모두 멸종한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인류는 약 1만 400종의 공룡과 함께 지냈다. 새가 바로 그것이다

7% 직립을 하게 되면서, 즉 똑바로 서서 걷게 되면서 골반은 작아지고 뇌는 커졌다. 침팬지와 인류 최초의 발자국 화석을 남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루시라느 별명으로 불린다)와 마지막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골반과 머리 그리고 태어날 때와 성장한 다음의 뇌 용량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는 430-550밀리리터며, 호모 에렉투스는 1000밀리리터,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는 평균 1400밀리리터 정도인데 태어날 때도 이미 400밀리리터에 가깝다

8% 머리가 똑똑해져서가 아니라 지구의 기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2만 년 전에서 1만 년 전 사이에 지구 평균기온이 한꺼번에 4도 이상 올랐다. 그리고 지구의 평균기온은 15도가 되었다.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11% 화성은 태양에서 너무 멀다. 화성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의 40퍼센트에 불과했다. 또 화성의 먼지는 며칠씩 햇빛을 가리기도 했다

14% 금속 둘레를 금속이 돌면 자기장이 생긴다. 내핵 주변을 외핵이 돌면서 자기장이 만들어졌다. 지구는 거대한 자석이 되었다. 물과 DNA, RNA같은 생명의 분자를 쪼개는 우주 입자인 태양풍을 지구 자기장이 막아주고 있다. 자기장 덕분에 지구에는 생명이 살 수 있는 것이다.

18% 바다에 떠 있는 빙산만 녹으면 해수면은 절대로 높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빙산이 녹는 상황이라면 육지에 있는 얼음도 녹는다. 지구에 있는 대부분의 얼음은 육지에 있다. 남극대륙, 그린란드, 아이슬란드의 거대한 빙하 그리고 러시아와 캐나다 북부의 툰드라, 안데스, 알프스, 로키, 히마라야산맥의 만년설도 녹는다. 육지 얼음이 녹으면 그대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 빙하가 모두 녹을 정도로 기온이 오르면 바닷물 자체도 열팽창을 해서 해수면이 높아진다

23% 냉장고에 보관한 콜라에는 이산화탄소가 잘 녹아 있다. 그 콜라가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높은 체온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지 못하고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이때 사람들은 톡 쏘는 느낌을 받는다. 그 맛에 콜라를 마신다

25% 우리 산호는 약 5억 년 전붜 지구의 바다를 지켜왔다. 아직도 1200종 이상의 산호가 살고 있다. 정말 자랑스럽다. 우리 존재는 지구 대기와 바다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에 의존했다. 우리의 사명은 이산화탄소 제거였는데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아져 우리가 더는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27%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우주는 제 나이가 137억 살인지도 몰랐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 나이가 46억 살이지 몰랐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알려준 것이다.

27% 인간이 등장하기 전에는 그 어떤 식물과 동물도 이름이 없었다. 모두 호모 사피엔스가 붙여주었다. 다양하고 예쁜 적절한 이름을 주었다. 덕분에 모든 생물이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심지어 인간이 없었다면 그 어떤 꽃도 예쁠 수 없었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와서 “넌 참 곱누가”라고 고백했을 때야 비로소 꽃은 예쁜 존재가 되었다. 나 지구도 마찬가지다. 내가 귀한 존재인지 알려준 것은 바로 호모 사피엔스다

28% 자연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2억 년 동안 고생대 바닷속에 바글댔던 삼엽충은 왜 멸종했는지, 1억 6000만 년 동안 육상을 지배했던 공룡은 왜 멸종했는지를 배워서 현생 생물, 특히 인류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지속 가능할지 따져보기 위해 자연사를 배우는 거다. 결국 자연사란 멸종의 역사다.

30% 서식지 파괴, 오염, 남획, 외래종 유입은 다른 요인들과 상호작용하며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전 세계의 생물 다양성을 급격히 낮추고 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구 생명 역사상 가장 독특한 특징을 보이는 시대가 된 것이다

39% 하이델베르크인이 언젠가 유럽으로 진출했고 45만 년 전쯤 여기서 우리 네안데르탈인이 분기되어 나왔다. 여전히 하이델베르크인은 존재했으며 30만 년 전쯤 다시 호모 사피엔스가 분기되어 나왔다. 그러니까 이때는 하이델베르크인,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가 모두 함께 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아시아에서는 5-6만 년 전까지도 하이델베르크인이 존재했다.

42% 창의력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별난 아이디어가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 이미 있는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새롭게 조합해서 나오는 것이다. 창의력이 생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놀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유년기가 너무 짧다

46% 우리의 멸종은 어처구니없게도 자연계에 미칠 자신의 영향을 간과한 인간 행동의 결과입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과도하게 사냥하고 자연 경관을 변형시키고 또 자연의 섬세한 균형을 깨뜨렸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먹잇감이 먼저 사라졌고 이제 우리 차례가 되었습니다. 과연 이 비극의 종착점이 우리일까요? 인간들은 어떻게 될까요? 인간이 도구를 잘 사용한다고 해도 우리보다 사냥을 더 잘하기는 어려울 텐데 말입니다

50% 우리 엄니는 이빨이다. 그래서 화석으로 온전히 보본된다. 이와 달리 털코뿔소의 뿔은 사람의 손톱이나 털 같은 케라틴 성분이다. 그래서 화석화되어 남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우리와 털코뿔소의 모습을 온전히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구석기인들이 동굴이나 암벽에 그려놓았기 때문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자기네가 존경하는 대상을 그림으로 그린다(라고 우리는 믿는다)

52% 우리는 깨달았다. 이 둥지를 만든 동물이 바로 우리를 조각하고 그림을 그린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도대체 그들은 얼마나 큰걸까? 둥지의 크기를 보건대 동굴사자보다 훨씬 큰 게 분명하다. 혼란스럽다. 발자국은 작은데… 그들이 남기고 간 것을 보면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뼈를 발라낸 모양을 보니 이빨과 발톱과 혀는 엄청나게 강할 것 같다. 그리고 고기를 남겨둔 것으로 보아 굉장히 탐욕스러운 존재다. 필요이상으로 사냥했다는 뜻이니까

53% 어느 인간이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나는 대형 포유류를 대표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행복한 대형 포유류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평화롭게 살지만, 불행한 대형 포유류는 모두 같은 이유로 멸종한다. 바로 인간 때문이다”

63% 공룡의 등장은 단순히 힘의 변화가 아니었다. 그들의 등장은 지속적인 지구 생태 변화의 한 부분이었다. 지배적인 조건에 잘 적응한 생물이 챔피언이다. 모든 시대에는 새로운 챔피언이 등장한다. 이제 그들의 시간이 왔고,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이게 자연의 순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69% 나는 세 번째 대멸종의 목격자로서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히 남긴다.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한다. 또 최고 포식자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생물량이 가장 많았던 생물은 반드시 멸종한다. 보통 두 가지를 겸하는 일은 없다.

70% 고생대 석탄기는 성장과 다양성의 시대다. 지구를 낙원으로 그리고 싶다면 내가 살던 석탄기를 그리면 된다. 실제로 동물과 식물에게는 그런 천국이 따로 없었다. 일단 이산화탄소와 산소 농도가 매우 높았다. 이 독특한 조합은 식물이 번성하고 다양한 동물이 출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만들었다. 지구 역사상 유레없는 무성한 푸른 숲에서 복잡한 생태계가 진화했다

72%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커졌을까? 숲 덕분이다. 숲이 만들어낸 엄청난 산소 공급은 우리 절지동물을 크게 만들었다. 곤충이나 다지류는 체내 산소공급을 거의 확산에 의존하다. 따라서 어느 정도 커지면 산소 공급이 안 되므로 성장의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산소 농도가 높아지자 산소 공급은 덩치를 키우는 데 한계가 되지 않았다. 외골격이 버틸 수 있는 최대 크기로 자랄 수 있었다.

88% 역사가 시작된 날은 바로 그날이었다. 그날도 혐기성 세균 하나가 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호기성 고세균 몇 마리를 꿀꺽 삼켰다. 그런데 웬걸! 호기성 고세균이 소화되지 않았다. 삼킨 호기성 고세균은 혐기성 세균 안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이 사건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었다. 혐기성 세균은 높은 산소 농도 환경에서도 자기 안의 호기성 고세균이 산소를 처리해 주어서 안전했으며 호기성 고세균이 만든 풍부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호기성 세균 역시 생존을 위한 여러 작용은 혐기성 세균에게 떠맡긴 채 자신은 에너지 생산에만 집중하면 되니 이득이었다.

89% 진핵생물이라고 해서 무성생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성생식은 진화적으로 회복탄력성과 다양성이라는 이점을 제공했다. 따라서 진화 과정에서 자연은 유성생식을 하는 개체를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점이 어디 거저 생기겠는가?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

91% 세포 안의 작은 기관인 미토콘드리아는 자연사에서 엄청난 사건을 일으켰다. 최초로 성공적 공생을 이뤄냄으로써 지구에 에너지 효율을 높인 생명체를 등장시켰으며, 세포들이 협력해서 하나의 개체를 이루는 다세포 생명을 발명했고, 개체가 조직과 기관을 갖추게 했으며, 섹스를 발명해 생명의 회복탄력성과 진화의 기회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