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온 인문학 - 사람과 세상이 담긴 공간, 집을 읽다 푸른들녘 인문교양 2
서윤영 지음 / 들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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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집에 들어온 인문학

저자 : 서윤영
옮긴이 : 
출판사 : 들녁
읽은날 : 2016/04/02 - 2016/04/06

 

제목을 보고 나 혼자 낚인 책.

집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라기보다는 집에 대한 수필정도로 보는게 맞을 듯 하다.

크게 두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집안에 있는 다양한 공간에 대한 해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식 집이라는 양옥은 사실 영국과 프랑스가 동남아에 가지고 있던 식민지 주택의 변형본이라든가, 다세대, 다가구등을 구분하는 방법등은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유익한 내용들이었다.

재미있는 구분은 방과 간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전통주거는 방과 간을 구분합니다. 방은 신발을 벗고 앉아 생활하는 실내 공간이고, 간은 신발을 신은 채 일을 하는 노동 공간이자 실외공간입니다.(48 p)

이런 정의에서 보면 부엌은 부엌간이니 힘들에 일을 하는 곳이고, 사랑방은 안방과 멀리 떨어져있어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역시 여성은 예전에도 집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이었나보다.

2부 집 밖ㅇ로 나가다에서는 건축에 대한 일반론이 펼쳐진다.

과거에 지어진 사찰이나 성당등을 통해 어떻게 세속적인 사람이 종교장소에 들어와서 거룩감과 경외감을 갖게 할 것인지에 대해 건축학적인 장치들을 알게 된다.

모델하우스 역시 피해가지 못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어떻게 집을 더 넓게 보이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내가 생각했던 책의 내용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것을 많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요즘 유행하는 인문학이라는 말을 부쳤으면 그에 걸맞는 통찰이나 옛것과의 연결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좀 약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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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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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그녀들의 도시

 : 곽아름

 : 아트북스

읽은기간 : 2025/11/13 -2025/11/23


연말로 가면서 재미있는 책들을 많이 읽었다. 올해는 운이 좋다. 

곽아름님의 문학 여행기. 

저자는 자신이 읽은 문학의 배경이 되는 곳을 다니며 여행한다. 그곳에서 작품속의 주인공을 만나고, 집을 방문한다. 

스칼렛을 좋아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장을 할애했다. 

내가 좋아하는 빨간머리 앤의 동네도 방문하고, 난 읽어보지 않았지만 여러 문학속 주인공들의 동네를 방문한다. 

역시 섬세한 사람들은 더 많은 걸 보고 느끼는 것 같다.

난 주로 작곡가들의 고향과 일했던 곳을 방문했는데 내가 그 곳을 방문했을 때 느낌이 저자와 비슷할 것 같다. 

저자는 책을 냈고, 난 일기장에 기록했다. 

기록하고 정리하고, 그것을 꺼내보면서 감동을 되새김하는 건 좋은 일이다. 

읽어서 즐거웠다


p9 그가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명은 맨 마지막 장 길이 굽어지면. 친아버지 같은 매슈가 죽자 앤은 진학을 포기하고 교편을 잡기로 결심한다. 마음을 굳힌 앤의 말을 그는 이렇게 번역했다.

p20 내가 퀸학원을 졸업하고 나올 때는, 내 앞에 길이 똑바로 뚫려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어요. 몇마일 앞까지도 뚫어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지금은 굽어진 모퉁이에 온 거예요. 이 길이 굽어지고 나면,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반드시 나는 좋은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p49 그녀는 67세의 4월 어느 날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약물과다복용. 자살로 추정된다. 몽고메리가 자살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나는 그린게이블즈의 앤 박물관에 다녀온 날 밤, 제미이가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후 알려줘서야 알았다.

p64 사랑에는 여러 빛깔이 있다는 것. 아니다 싶을 때는 헤어지는 편이 현명하다는 걸 알지 못했다. 이 모든 건 어릴 적부터 책벌레였기 대문에 생긴 병폐였다. 내가 즐겨 읽었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사랑의 굳건함, 사랑의 영원함, 사랑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p159 부유한 집안에서 호사스럽게 자라 평생 제 손으로 노동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던 스칼렛이 전쟁을 겪고, 가난을 겪고, 굶주림을 체험하면서 자기 손으로 일해 벌어먹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며 강인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장면.

p194 이날 낮 서배너의 대표적인 미술관이자 미국 남부 최초의 공공미술관인 텔페어아카데미 투어준 5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 도슨트가 내게 “왜 서배너에 왔느냐”고 물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때문이라고, 스칼렛 엄마 엘런이 서배너 출신이라 여기 꼭 와보고 싶었다고 하자 그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열서너 살 때 그 책을 읽었는데, 도무지 내용이 기억이 안나요. 그런데 당신이 서배너에 온 이유가 너무 재미있네요.” 그의 눈에 비친 나는 우리로 치면 이광수나 염상섭 소설을 속속들이 파고드는 서양인 격였으리라

p204 텔페어미술관처럼 이 집도 오언스가의 상속녀가 자식이 없어서 텔페어미술관에 기증, 텔페어 미술관 소유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메리 펠테어와 일리이저 톰프슨을 비롯해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로 넘쳐나는 도시, 서배너. 심지어 걸스카우트 창시자 줄리엣 고든 로의 생가도 서배나에 있다.

p229 디즈니를 일컬어 여자아이들에게 남성의 구원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공주 이미지를 주입한다도 비판도 있지만, 어디 그 공주들이 나약하기만 했던가. 디즈니가 택한 이야기들은 대개 엄마 품을 벗어나 어엿한 어른이 되는 소녀들이 성장담이고,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자란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어 험한 세상을 버텨낼 힘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p255 그렇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 그것도 중부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호스트는 그제야 우리가 왜 아침부터 짐을 들고 들이닥쳤는지 이해한 모양으로 그때부터 급속도로 친절해져서는 “내일 버스 시간 몇시야? 내가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줄게. 여기 택시는 아주 별로야”라며 호의를 베풀기 시작했다.

p268 1896년 앤 여왕풍으로 지은 건물이라는데 벽지도 가구도 참 우아한다. 감탄하며 숙소안내 브료셔를 보다가 깨달았다. 우리가 묵는 방, 하인들 방이다. 제일 싼 방이 그렇지 뭐. 진짜 우리는 언제쯤 여행 와서 에어비앤비나 친구네나 하인 방 말고 고급 호텔에 턱턱 묵을 수 있을까.

p303 둘의 결혼생활은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활동하던 보그 기자 폴린을 만나면서 파탄난다. 헤밍웨이는 이혼 위자료로 해들리에게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로열티를 주는데 나중에 이 작품이 영화화되면서 해들리는 뒤늦게 바람핀 남편 덕을 보게 된다.

p307 이 집에서 여자는 두 아들을 낳았고 소설가 남편은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쓰며 명성을 얻는다. 그렇지만 그 남편은 에전에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남의 남자인 헤밍위에를 탐내는 여자에게 홀려 여자와 집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새 여자와 함께 쿠바에 정착해 불후의 명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쓴다.

p322 비행기는 처음에는 그저 수평서 너머 한 쌍의 작은 불빛이다. 이윽고 작은 새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점점 해안으로 가까이 오며 몸집을 부풀린다. 헤엄치던 사람들도 일광욕하던 사람들도 일제히 환호한다.

p332 앨런뿐 아니라 같이 크루즈 여행중이라는 그의 여동생과 어머니도 “혼자 여행하는 거냐”며 내게 무척 친절해서 “설마, 나 동정받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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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 - 어느 문외한의 뉴욕 현대 예술계 잠입 취재기
비앙카 보스커 지음, 오윤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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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

 : 비앙카 보스커

 : 알에이치코리아

읽은기간 : 2025/11/10 -2025/11/21


미술에 좀 관심을 가지고 미술관도 가고 미술관련책도 읽고 있다. 

그런데 절대 가보지도 않고 관심도 안두는 영역이 있다. 

바로 현대미술이다. 

내 망막에 뭔가가 맺히긴 하는데 내용도 모르고, 해석도 안되고, 의미는 더더욱 모르겠다. 

그런데 엄청나게 비싸다. 이게 무슨 조화일까?

혹시 나를 속여보겠다는 몰래 카메라일까? 물론 그럴리 없겠지. 

그런데 왜 이렇게 이해도 안되는 그림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리는 걸까?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외국에도 있었다. 

저자는 현대미술의 가격과 그 의미를 파헤쳐보기 위해 갤러리스트, 현대미술작가의 어시스턴트, 미술판매상, 그리고 미술관의 경비 역할을 직접 경험한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배운 내용을 책으로 썼다.

저자가 저널리스트라 그런지 내용이 생동감있고 몰입된다. 

결국 저자는 현대미술을 보는 눈을 뜬 것 같다. 나도 현대미술을 알려면 저정도 노력을 해아 하는걸까?

우선 르네상스, 바로크, 인상주의 미술에 전념하고 시간이 되면 현대미술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아직은 예쁜 그림 보는데도 시간이 모자르다. 

그래도 책 내용은 정말 재미있었다.. 올해의 책 후보다. 


p7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는 내가 평범한 기자 생활을 버리고 갤러리에서 미술품을 팔고, 작업실에서 작가들을 돕고,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며 보낸 몇 년에 걸친 이야기다.

p20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겠지만 놀랍게도-나도 놀랐다- 에술이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일부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집단이 있으니, 바로 과학하들이다. 예술은 인간이 가장 일찍부터 만들어 낸 발병품 중 하나이고(인간은 바퀴보다 물감을 먼저 만들었다) 인간의 가장 오래된 소통 수단 중 하나이며(우리는 글자를 쓰기 훨씬, 훨씬, 훨씬 전에 그림을 그렸다)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욕망이다(구석기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거주 환경과 연령대를 불문한 모든 인간이그림을 그린다)

p35 수익은 갤러리와 작가가 50대 50으로 나눠 갖는 게 보통인데, 잭은 아직 갤러리 일만으로 먹고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잭을 비롯해 많은 젋은 갤러리스트가 다른 갤러리에 가서 작품을 설치하거나 사진 촬영을 하는 등 부업을 뛰었다.

p37 그는 내가 못 알아들었을까 봐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글 쓰는 사람 말이에요” 글쟁이는 상종 못할 천민이라고도 했다. 그리고는 농담이라는 듯 손사래를 쳤으나 나는 맨 처음 귀에 들어온 단어가 뇌를 후벼 파는 듯했고 속이 뒤틀렸다. 적이라고. 내가 그것도 최악의…

p47 단 보의 생애와 1970년 전후 덴마크의 이민 정책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삶이 과연 잭처럼 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잭이 예술을 사고하는 깊이와 작품에 감동하는 능력이 부러웠다.

p56 내가 전시의 성공은 가늠하는 방법은 세 가지예요. 첫째는 전시의 모습, 설치. 그러니까 물리적으로 전시가 어떻게 보이는가인데 이건 작가가 전시의 모습에 만족하는지로 확인하고, 오프닝에 가서 일반 대중이 전시를 처음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로 확인해요. 그 다음이 언론 반응이고, 그다음이 판매실적이에요.

p75 이 직군의 필수 업무 중 하나는 뒷이야기였다. 잭에 따르면 “예술계에서는 가십을 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요. 미술계에 속한 사람이라면 미술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미술계를 이야기하려면 의견이라는 게 있어야 하니까요.

p84 난 공중화장실을 쓸 때마다 마이클 블레이크를 떠올려요. 드디어 그가 무게감을 띤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건 일단 게이 남성에 관한 작품이에요. 여기서 공중화장실은 사랑을 찾아낼 수 있는 곳. 로맨킥한 관계를 가질 수 있고, 내가 나 자신일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흠씬 두들겨 맞을 수도 있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장소에요. 누군가는 두 개의 화장실 문을 볼 때 잭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 인간의 행복과 잔인성을 통찰했다

p86 이젠 내가 방향을 완전히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들기 시작했다. 에술은 빅맥 버거가 아니었다. 우리의 혀를 자극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예술은 체스에 가까웠다. 규칙부터 배워야 하는 게임이라는 뜻이다.

p100 갤러리가 문을 닫는다는 잘못된 소문이 퍼져선 안 되었다. 이 업계에선 사업이 될고만 있는 것처럼 연기해야 해요. 내가 맨날 하는 말이 그런 척하다 보면 결국 그렇게 된다잖아요.

p106 맥락이란 작가의 주변 사람들 이름으로 이루어진 뭉게구름이다. 이 판에서 맥락은 예술 작품과 불가분의 관계였다. 내가 작품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던 부차적인 소음들이 사실은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였다. 예일대 방문에서 돌아온 뒤 잭이 말했다. “맥락을 모르면 당신이 눈으로 보고 있는 그것이 대체 뭔지 이해할 수 없어요”

p111 그 날 무슨 작품을 보았는지는 깡그리 잊어버렸다. 작품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작품 곁다리의 다른 것들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바꿔 말하면, 마침내 나에게도 안목이 생기고 있었다.

p122 웃긴 소리 같지만, 예술을 볼 필요가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물론 나는 줄곧 예술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작품에서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줄리가 작업하는 모습은 나에게 예술가처럼 그림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주었다. 나는 더 느린 속도로 작품의 물리적 형태를 면밀히 살피고 작가의 선택을 고찰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은 끝없는 선택의 문제이므로.

p139 나는 이날 잭이 보인 반응을 여러 번 반추했다. 오프닝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려라. 하지만 정말로 오프닝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려선 안된다? 뭘 어떡하란 소리인가?

p179 만약 잘 팔리고 있지 않다면 현 상태를 유지한다. 가격은 아무 때나 마구잡이로 올리는 게 아니라 개인전, 미술관 전시 같은 경력상의 큰 도약과 함께 올린다.(미술관에 입장한다는 건 곧 예술사의 연대기에 등록된다는 뜻이다. “미술관에서 전시한 작품은 가격을 10배 올린다”)

p188 임장 시각뿐만 아니라 입장하는 요일에도 위계가 있었다. 자부심 있는 퍼스트 초이스 VIP들은 목요일 이후에는 마이애미에서 목격되지 않는다. “수요일에 오거나 아예 안 오거나 둘 중 하나죠”

p200 프로이트에 따르면 우리는 성관계를 맺고 싶은 대상을 아름답다고 인식한다. 영문학자인 일레인 스케리에 따르면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리고 찍고 모사하고 싶어한다.

p212 나는 전부터 동시대 미술 작품 앞에서 자주 느끼던 대로 이 작품들 앞에서도 누가 밑에서 다리를 걷어찬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어찌할 줄 모르게 움켜잡는 듯한 그 감각이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았다.

p238 예술이라는 단어는 확장되고 확장되어 이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부터 뒤상의 소변기, 올파이어의 엉덩이 셀카까지 온갖 것을 아우른다. “어떤 사물이 예술 작품인지 아닌지를 이론의 여지 없이 규정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선언한 예술 작품의 모호성이라는 논문은 내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p244 어느날 오후에 어멘다가 그렇게 말했다. “난 더 이상 예술이 뭔지 모르겠어요. 특히 지금 같이 모두가 예술가인 시대에는요. 아이폰을 가진 모든 사람이 예술가잖아요”

p259 솔직히 말해 만약 대학생 시절에 만난 철학과 학생이 내 남편이 된 후 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나의 부모님이 안정적인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아니었다면, 만약 내가 아아비리그 대학을 나오지 않았더라면 나의 라이프 스타일은 완전히 달라졌을 테다.

p260 우리는 사람을 가루가 될 때까지 갈아요. 로브가 나에게 말했다. “아무도 월급을 못 받으니까요. 월급을 안 받아도 되는 사람은 원래 돈이 있는 사람이고요”

p296 이제 작업실은 재치 있는 손님이 잔뜩 참석한 떠들석한 파티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 그랬다는 뜻이고 줄리에겐 아직 완성하지 못한 그림들 때문에 작업실이 중환자실 같다고 했다. “마치 다들 도와주세요 나 위독해요 도움이 필요하다고요 라고 소리치는 것 같아요

p307 줄리의 작업실로 돌아와서 나는 첨탑과 출입문 위로 철망을 덮은 독특한 나무 대성당 조각을 보고 감탄했다. “누구 작품인가요?” 줄리는 의심쩍은 눈빛으로 내가 농담을 하는 게 아닌지 확인했다. “아, 그건 쥐덫이에요” 그는 어딘가에서 그 쥐덫을 주웠고 마르센 뒤상의 전통에 따라 쥐덫의 용도를 조각으로 바꾸었다고 했다.

p314 신선한 경험은 새로운 취향을 이어질 수 있고 그럴 때 삶이 더 기나길게 느껴진다고 줄리는 말했다.

p320 전문가는 작품의 양식에 집중하는 반면 문외한은 작품의 내용에 집중한다. 전문가는 맥락에 주목하는 반면 문외한은 자신의 감각에 집중한다.

p332 마침내 난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우리가 에상 여과기를 치우기만 하면 세상은 어지러운 정보의 도가니가 돼요. 리베카는 그렇게 말했다. 바로 그 일이 여기서 벌어지고 있었다. 색채의 지저분한 향연과 저 문을 바라보는 긴긴 응시 끝에, 줄리는 지금 자신의 에상 여과기를 치우고 저 회색에 담긴 광채을 온전히 포착하는 중이었다.

p360 바허만스는 예술가가 극히 익숙한 환경에 생소한 경험을 들여온다고 썼는데, 이 내용은 수많은 갤러리 보도 자료가 이 작가는 익숙한 것을 생소한 것으로 바꾼다고 강조하는 지점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p373 애초에 내가 그의 작업실을 찾아갔던 이유는 예술을 다르게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나는 예술만이 아니라 아니라 모든 것을 조금씩 다르게 보게 되었다.

p402 예일대의 필수 수강 과목이 되었고, 다른 많은 의학 교육 기관에서도 채택한 이 강의에서 브레이버맨은 학생들에게 J.M.W. 터너의 도르트레히트 항구의 범선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을 15분씩 들여다보게 한 뒤 그림에서 본 것을 설명하게 했다. (브레이버맨에 따르면 이 활동의 목표는 관찰의 문턱을 낮추어 정상적인 것을 비정상적인 것만큼 중요하게 만드는 것이었으니, 익숙했던 것을 생소하게 만드는 것으로 바꿔 표현해도 무방하겠다)

p415 컬렉터로서 로브의 철학은 한마디로 사람들이 현재 눈여겨보는 작품을 사고 싶다였고, 에릭의 철학은 사람들이 장차 눈여겨볼 작품을 사고싶다였다.

p436 알아채라. 가장 눈에 띄는 것을 알아채고, 가장 의외의 것을 알아채고,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는 것을 알아채라. 거기 있을 법한 것을 보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라.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라.

p445 그는 어떤 물건이 눈물방울 형태고 그 주변은 물결치는 부분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안에는 두 개의 타원이 가로로 뾰족하게 놓여 있다고 묘사했다(이것의 정체는 사자 머리 모양의 작은 브로치였다)

p447 내가 아는 수많은 작가가 아름다움이라는 부르주아적 개념에 치를 떨었지만 나는 줄리와 함께 지내면서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름다움은 틀에 박힌 우리의 정신을 자유롭게 하고 의식의 감압 밸브를 활짝 열어 주는 경험들을 가리키는 이름일 뿐이라고. 동굴에 그린 멧돼지 그림이 그러한 경험을 가능케 하고 동시대 사람들에겐 더더욱 강렬한 경험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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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반짝일 너에게 - 오늘은 크리에이터 내일은 배우, 서툴지만 분명하게 빛나는 청춘의 기록들
김규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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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어코 반짝일 너에게

 : 김규남

 : 21세기북스

읽은기간 : 2025/11/06 -2025/11/10


예쁘고 운이 좋아서 인기를 빨리 얻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은 꿈을 꾸지만 그런 기회를 잡기가 어렵다. 

대신 유튜브를 통해서 다른 방법으로 인기를 얻는 경우가 있다. 

김규남님은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역시 외모가 중요하긴 하다. 귀엽거나 예쁘지 않았다면 이런 관심을 빨리 이끌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귀여운 생명체에 대해서 궁금해서 책을 읽었고,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하고 이해하게 되면 좀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의 행보를 더 응원합니다. 


p31 나의 뜬금없는 친절이, 나조차도 기억나지 않는 사소한 배려가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작은 발판이 될 수 있기를

p71 너무 부끄러웠고 나 때문에 모든 걸 망칠 뻔했던 아찔한 상황이 계속 떠올랐다. 이런 순간마다 나는 늘 대학 시절 교수님이 해주신 말을 먼저 떠올린다. “말에는 가슴이 담긴다”

p147 혹자는 꿈을 명사가 아닌 동사로 생각하라고 했다. 내가 되고 싶은 게 배우라는 명사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내 연기 보여주기라는 동사가 되면 어떤 플랫폼에서든 연기할 수 있다.

p151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는 게 맞는 건가 싶어 따로 연기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 부지런하게 연습하지만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못하는 연기는 무의미하다.

p168 엄마는 항상 인생이 소풍이라고 했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소풍 온 아이처럼 행복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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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어서 명곡입니다 - 「반짝반짝 작은 별」에서 「엘리제를 위하여」까지, ‘짱언니’가 들려주는 명곡 뒤의 이야기
장금 지음 / 북피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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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유가 있어서 명곡입니다. 

 : 장금

 : 북피움

읽은기간 : 2025/10/14 -2025/11/06


음악의 배경과 뒷이야기를 엮어서 음악에 대한 유쾌함을 전해주는 곡.

에피소드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 잘나체할만한 내용이 많고, 음악가들도 천재라기보다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임을 많이 보여준다. 

잘 알려진 이야기들도 많지만 나에겐 처음 듣는 이야기들도 꽤 있어서 흥미로웠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되면 친근해지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바흐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계속 나와서 더욱 좋았다.

역시 바흐이야기가 최고다.. 

다시 읽고싶은 책이다 


p88 바로크 시대의 또 다른 용어가 통주저음의 시대일 정도로 통주저음은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규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통주저음은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 주어진 베이스라인 위에 나머지 성부를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관슴을 의미하기도 하고, 베이스라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p101 흔히들 연주여행이라고 하면 초청받은 곳에서 환대 속에 연주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하지만, 둘의 여행은 달랐다.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바이마르였는데 수중에는 돈이 없었다. 그래서 한 역에서 다른 역으로 넘어갈 때마다 경비를 마련해야 했다. 빈 음악원에서 공부한 인재, 천재적인 피아니스트 따위의 스펙이 현실 앞에서 참으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화이었다.

p106 브람스는 레메니에게 받았던 값진 레슨과 무명에 불과했던 자신을 가는 곳마다 열렬히 홍보해주었던 데 대한 고마운 마음을 위대한 헝가리음악으로 차고 넘치게 보답했다.

p122 아르누보의 핵심 모티브 역시 아라베스크였다. 다만 곡선을 바탕으로 하되 기하학적인 느낌이 없다는 점이 아랍 예술과 다르다. 아르누보의 아라베스크는 자유와 해방에 대한 은유였다. 이는 전통 음악과 비평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했던 드뷔시의 간절한 염원과도 일치한다.

p132 이 둘이 추구하는 바는 모두 모호함에 있다. 3:2의 리듬, 2박의 강세, 독립적으로 흐르는 선율 등 드뷔시의 음악적 장치들은 일관되게 모호함을 끌어내는 매개체이다.

p154 녹턴은 형식이 아닌 분위기와 멜로디가 지배하는 장르다. 낭만적 서정이 가득한 밤과 어울리는 차분하고 감성적인 분위기의 곡, 이것이 녹턴을 규정하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p160 쇼팽의 작품에서는 극강의 온화함 속에서도 비통함이 발현된다면서 곱고 예쁘기만 한 필드의 녹턴과 분명한 차별점을 두었다. 그 저의가 무엇이었을까? 이는 두 명의 녹턴 대가가 모두 세상을 떠나고 없는 시점에 자신의 소중한 친구 쇼팽에게 녹턴의 왕자를 주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그랬다면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p200 베토벤 이전까지는 작곡가와 연주자의 경계가 매우 불분명했다. 연주자들을 작곡했으며, 작곡가들은 연주했다. 다시 말해, 작곡된 작품은 작곡가의 손을 통해 연주되는 게 관례였다. 바흐나 모차르트의 건반 음악에 세세한 지시어가 결여된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어차피 작품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작곡가 자신이 연주할 것이기 때문에 악보에 특별한 지시어를 기입하는 것은 불필요했다.

p224 성실한 바흐는 일과 연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완벽한 워라밸을 이뤄냈다. 이들의 연예 행각은 종종 교회 관계자의 눈에 띄어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경건한 신앙인의 표본인 바흐에게도 이렇게 반전 사건이 있었다니. 지나치게 신앙적인 이미지에 가려져 그 역시 피 끓는 청춘이었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던 것 같다

p231 훗날 안나 막달레나는 그녀의 회고록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30년 가까운 결혼 생활 동안 그이는 제 남편이자 연인이었지요. 저는 남편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어요. 나를 그이의 팔로 두르고 푸가를 연주하던 그 저녁과, 라이프치히의 새 집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저를 번쩍 안아 문지방을 넘으면서 여전히 새색시 같다고 말해주던 남편의 모습은 죽는 순간까지 기억에 남을 겁니다 .

p248 환상곡이란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형식의 곡을 말하는데, 베토벤은 이 곡을 환상곡 풍의 소나타로 여겼다. 그래서 형식, 모티브의 구조적 발전보다 분위기 조성에 더 힘을 주었던 것이다 .

p273 그가 생애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냈던 라이프치히 시절 그의 직업이 칸토르였으며, 이때 그가 배출한 수많은 명작들은 칸토르로서 예배 음악을 작곡했던 직무 수행의 결과였다. 바흐가 대규모의 칸타타, 수난곡, 오라토리오 등과 같은 장르를 작곡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루터가 바꿔놓은 예배 형태, 즉 음악을 예배의 중심에 놓는 데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p276 장르를 막론하고 유명 선율들을 차용해 찬송가로 편찬했던 관습은 훗날 독일 찬송가집 편찬 전통에 그대로 남게 되었다. 독일 찬송가는 다시 다른 신교 국가들의 찬송가 탄생의 모차게 되었다. 여러 곳에서 선율을 가져오는 전통마저도 함께 말이다 .

p293 모차르트는 원래 있는 것으로 터키풍의 음악을 묘사했다. 자신과 가장 친한 악기인 피아노, a minor조성, 2/4박자 리듬, 논 레가토 기법 등 모차르트는 활용 가능한 친숙한 것으로 이국적인 정서를 만들어내는 기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p297 레슨 후 눈무범벅이 되어 떠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였다. 특히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쇼팽은 모진 말도 서슴지 않았다. 믿기 힘들겠지만, 레슨 중 화가 나서 의자를 던져서 부서뜨렸다는 일화도 있을 정도로 쇼팽의 분노 게이지는 몹시도 격렬하게 오르락내리락거렸다.

p316 결혼행진곡이 삽입된 로엔그린의 내용은 비극이다. 결혼한 남녀가 곧바로 헤어지고, 급기야 죽음을 맞이하는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 곡을 어떻게 결혼식에 쓸 수 있을까? 이것은 그야말로 난센스다. 신랑 신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이 즐거운 날에 아침에부터 까마귀가 까악까악 울어대는 것과 같은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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