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온 인문학 - 사람과 세상이 담긴 공간, 집을 읽다 푸른들녘 인문교양 2
서윤영 지음 / 들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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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집에 들어온 인문학

저자 : 서윤영
옮긴이 : 
출판사 : 들녁
읽은날 : 2016/04/02 - 2016/04/06

 

제목을 보고 나 혼자 낚인 책.

집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라기보다는 집에 대한 수필정도로 보는게 맞을 듯 하다.

크게 두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집안에 있는 다양한 공간에 대한 해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식 집이라는 양옥은 사실 영국과 프랑스가 동남아에 가지고 있던 식민지 주택의 변형본이라든가, 다세대, 다가구등을 구분하는 방법등은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유익한 내용들이었다.

재미있는 구분은 방과 간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전통주거는 방과 간을 구분합니다. 방은 신발을 벗고 앉아 생활하는 실내 공간이고, 간은 신발을 신은 채 일을 하는 노동 공간이자 실외공간입니다.(48 p)

이런 정의에서 보면 부엌은 부엌간이니 힘들에 일을 하는 곳이고, 사랑방은 안방과 멀리 떨어져있어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역시 여성은 예전에도 집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이었나보다.

2부 집 밖ㅇ로 나가다에서는 건축에 대한 일반론이 펼쳐진다.

과거에 지어진 사찰이나 성당등을 통해 어떻게 세속적인 사람이 종교장소에 들어와서 거룩감과 경외감을 갖게 할 것인지에 대해 건축학적인 장치들을 알게 된다.

모델하우스 역시 피해가지 못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어떻게 집을 더 넓게 보이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내가 생각했던 책의 내용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것을 많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요즘 유행하는 인문학이라는 말을 부쳤으면 그에 걸맞는 통찰이나 옛것과의 연결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좀 약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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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문
김상욱.심채경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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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과학산문
작가 : 김상욱,심채경
출판사 : 복복서가
읽은기간 : 2026/03/09 -2026/03/20


알쓸신잡으로 유명해진 두 과학자의 아무말 대잔치 편지 주고받기.

꼬리에 꼬리를 물며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그 견해에 의견이 달리며 이야기의 주제가 퍼져나간다.

한 주제에 매달려있지 않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수다를 덜듯이 이야기하다보니 산만하기는 하지만 그게 산문의 읽는 재미이지 않을까?

목적을 가지고 쓴 글은 나름대로 그 맛이 있고, 서간문으로 읽는 글은 또 다른 맛이 있다.

과학자들이지만 학문의 깊이만 있는게 아니라 커뮤니케이터로도 대단한 분들이 아닐까 싶다

재미있게 읽었다.


p11 과학은 오로지 물질적 증거에만 기반하여 결론을 내립니다. 증거가 없을 때는 그냥 모른다고 해야 합니다.

p21 천문학자는 대상을 부수거나 변형할 수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쳐다볼 뿐입니다. 원한다면 마음대로 외부 세계를 바꾸는 물리학자와 달리 천문학자가 내면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요?

p23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문제를 관찰자와 관찰대상으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관찰자가 관찰대상을 측정하면 대상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양자역학의 핵심원리죠

p44 KBS다큐멘터리 인사이트 아시아-누들로드 에 따르면 국수는 중국의 탕 문화와 서역의 빵 문화가 결합하여 탄생한 거랍니다.

p50 수영장 밖에서 그 속을 들여다보면 출렁이는 물결 때문에 바닥의 무늬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것처럼, 별빛은 지구 대기의 요동 때문에 우리 눈에 도달했다가 빗나가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면 우리 눈에는 별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겁니다.

p57 농경이 시작되자 잉여산물이 생겼고 이를 약탈하는 무리도 나타났을 겁니다. 농경과 함께 요새나 성이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겠죠

p61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도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죄르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에 나오는 글입니다.

p65 학문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분야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은 철학사, 경제학은 경제학사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물리학도 과학사나 물리학사로 시작해야 하죠. 왜냐하면 모든 학문은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p76 사실 21세기에 제조된 자동차의 깜빡이 소리는 대개 인위적으로 꾸며진 것입니다. 자동차에 전자제어 장치를 도입하는 등 많은 부분이 전자장치로 대체되어서 그렇습니다.

p81 저는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예술의 창의성과 과학의 창의성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수학, 과학 공부에 되기보다는 삶을 풍성하게 하기에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요

p87 천재는 대부분의 가능성을 미리 탐색해봤다고 했는데, 왜 그랬을까요? 그천재에게는 탐색하는 일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p93 1894년 비숍의 방문으로부터 70여 년 뒤 우리르 ㄹ관찰한 또다른 기록으로 폴 크레인의 Korean Patterns(한국의 방식들)라는 책이 있습니다. 알쓸별잡 촬영차 들렸던 미국 뉴욕의 한 헌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했어요.

p100 필사본에는 제목 페이지가 대개 없고, 보통 incipit(시작)이나 서두의 말, 즉 친애하는 독자여와 같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구술 문화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책은 아직 물건이 아니었던 거죠

p120 점의 크기는 0보다 크지만 무한이 0에 접근하면서 결코 0에 닿지는 않는 그런 크기가 되는 것이니, 훗날 극한이라는 개념이 나온 이후에야 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p124 대부분의 인간은 일상에서 무음의 상태에 놓여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요한 장소에서 귀기울이고 있으면 설명하기 힘든 미세한 소리가 들립니다. 이 미세한 배경음이 백색소음입니다. 우리는 이런 소음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죠. 침묵은 흰색의 소음과 관련 있습니다.

p142 역사적으로 의자는 권력의 상징이었습니다. 왕과 같은 권력자는 남들과 다르게 보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왕관이라는 이상한 모자를 쓰고 화려한 옷을 입고 막대기도 하나 들고 있죠

p145 우리가 관측을 할 때는 하나의 문을, 관측을 하지 않으 ㄹ때는 동시에 두 개의 문을 지난다는 것이 양자역학이 주장하는 바입니다.

p165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바라며 기성정당의 정치인들이 정치적 기반이나 경험이 없지만 오직 인기만 있는 인물과 손을 잡았다가 예상과 달리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 독재의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p166 쓰지는 않았지만 암암리에 지켜져야 하는 규범으로 민주주의는 유지딥니다. 어민무(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민주주의의 핵심이 되는 규범으로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제시합니다

p197 칸트는 청혼을 받고 매우 오랜 고민 끝에 승낙했는데 이미 상대방은 기다리다 포기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해 세 아이를 두었다고 하던가요

p211 김소연 시인은 마음사전에서 손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어여쁜 역할은 누군가를 어루만지는 것이다라고 했는지 모릅니다. 상대를 어루만지면 나의 체온과 감정을 전달할 뿐 아니라 물리적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니까요. 인간은 알 수 없지만 우주는 알 수 있는 흔적을 말이죠

p216 사르트르는 “인생이란 B와 D 사이의C다”라는 멋진 말을 했다고 합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우리는 태어남(Birth)부터 죽음(Death)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택(Choices)을 하며 살아가는데, 어느 것 하나 쉬이 결정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p280 당신이 나를 뭐라 부르든 개의치 않는다. 남이 나를 부르는 방식이 나를 규정하는 건 아니다.

p288 이 세상은 처음부터 의미가 없었고 나중에는 무의미를 향해 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빅뱅의 한 점이나 미래의 무한히 빈 공간이나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니까요

p289 이 지점에서 카뮈는 “철학자가 존경받으려면 마땅히 자신의 주장을 실천으로 보요주어야 한다”라고 전제하고 “삶에 의미가 없다고 굳게 믿는 사상가들 중에 그 삶을 거부할 정도로까지 자신의 논리를 밀고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일갈하죠

p296 아직 자료 분석이 끝나지 않았지만 “분석 결과를 제시한다”라고 선언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초록을 녹색소설이라고 불렀습니다. 아직 소설일지언정, 어쩌면 마지막 순간에 발표를 철회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 하염없이 고여 있지는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일단 신청하는 겁니다.

p310 가을에 시작한 글을 봄에 마무리했습니다. 물리학자가 꿋꿋하고 냉철하게 세상에 가득한 과학 이야기를 하는 동안 천문학자는 매양 과학 밖에서 놀다가 해질녘에야 사부작사부작 과학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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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아즈텍 신화 - 국내 최초 나우아틀어 원전 기반 아즈텍 제국의 신화와 전설 드디어 시리즈 9
카밀라 타운센드 지음, 진정성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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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드디어 만나는 아즈텍신
작가 : 카밀라 타운젠드
출판사 : 현대지성
읽은기간 : 2026/03/14 -2026/03/18


최근 세계사 책을 읽어보면 메조 아메리카 문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어릴 때는 없었던 챕터다. 

그중 빠지지 않고 나오는 문명이 올맥문명이다. 아즈텍 문명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올멕문명은 발달된 문명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서양 침략자들에게 문명이 많이 파괴되고 인신공양등으로 윤색되었지만 수준높은 문명임을 보여주는 많은 유적들이 있다. 

이 책은 아즈텍 언어를 해석하여 기록한 아즈텍 신화이야기다. 아즈텍 신화는 신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중첩되다보니 이야기마다 같은 신이 다른 이름을 가지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신들의 이름이 너무 어렵다. 이름이 길기도 하고 비슷한 이름을 가진 신들이 많다보니 읽다보면 길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대하역사책 읽듯이 옆에 이름을 적어가면서 읽었어야 하는데 그러질 않은게 좀 아쉽다. 

모르는 나라의 신화를 읽으며 고대인들의 생각을 사알짝 들쳐본 것 같아 흥미로웠다.

언제 가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유카탄 반도를 가기 전에 꼭 다시 읽어봐야지.. 

재미있었다. 


p21 올메카 문명 인근, 멕시코 분지에 형성된 여러 문명과 도시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곳은 지금까지도 놀라운 유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국가, 테오티우아칸입니다.

p24 이후 메쉬카는 지역 최강의 집단으로 발돋움했고, 테스코코와 틀라코판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지요. 메쉬카의 테노츠티틀란과 이웃도시인 테스코코, 틀라코판이 맺은 동맹을 가리쳐 삼각동맹이라고 합니다. 삼각동맹은 오늘날 아즈텍 제국이라고 알려진 하나의 거대 연합체로 이어졌지요

p45 아즈텍 제국에는 인신 공양 풍습이나 해골 걸이 촘판틀리 등 오늘날의 관점에서 잔혹하고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문화와 풍습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이 이 다채로운 문명을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피로 물든 잔인한 사회로만 인식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p51 시우포우알리(365일)와 토날포우알리(260일)가 겹치는 주기는 52년마다 다시 반복되므로, 아즈텍은 52년을 한시대의 주기, 즉 세기로 묶어 기록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100년을 한 세기로 여기고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지요. 아즈텍 달력은 복잡한 셈법을 따랐기에 현대인인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제국을 다스리던 지배자와 제관이 엄격한 규율에 따르며 날짜 계산을 신성시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p59 아즈텍 종교는 본질적으로 서구의 종교와 달리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고, 서로 뒤섞인 무언가로 보았습니다. 그들의 관점에서 신성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다양한 존재로 가장해 인간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지요.

p80 다른 이야기에서는 케찰코아틀이라는 존재가 좀 더 호전적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케찰코아틀은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창조적인 힘을 지닌 존재로 묘사되었지만 간혹 죽음과 파괴를 불러일으키는 신으로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p85 그들은 불화와 다툼, 모질고 고된 운명을 극복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폭력을 미화하지도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폭력의 원인을 이해하고, 갈등을 다각도에서 바라보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길 바랐던 것입니다.

p87 이야기꾼과 시인들은 입을 모아 청중에게 인생의 아름다움과 영광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사람의 시간은 쏜살같이 빠르게 지나가지만, 그게 전부인 만큼 한껏 누려야 했지요. 아즈텍인은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 영원한 우주로부터 빌려온 것이라고 생각했기 대문에 더 귀하고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p109 메쉬카는 이곳저곳을 방랑하면서도 언제나 홀로 길을 떠났습니다. 그들은 방랑길에서도 꿀과 풀케, 화살과 무시무시한 무기 아틀라틀(투창기)을 얻었습니다. 기나긴 방랑 끝에 그들은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만을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p130 초기 테노츠티틀란은 소박하고 아름다운 도시였지요. 사람들은 물 한가운데 있는 선인장의 곡장, 독수리가 활공하고 뱀이 머무르며 물고기가 헤엄치는 곳을 찾아왔습니다. 메쉬카는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섬 위에 도시를 건설했습니다.

p151 아즈텍 설화는 12세기 초부터 16세기 초까지 메쉬카가 겪은 고난과 역경, 영광을 모두 보여줍니다. 설화와 전설이 모두 역사적으로 정확한 사실은 아니지만, 이 이야기들은 아즈텍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상황과 사건들에 대한 중요한 진실의 실마리가 되어주었습니다.

p158 메쉬카는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고, 혼인을 통해 정치적 동맹을 맺었습니다.

p175 1487년에 있었던 우이칠로포츠틀리 신전 개막식을 묘사한 그림문자 사료를 보면 메쉬카는 무한을 표현하기 위해 상징적인 숫자를 사용했습니다. 그들의 숫자 체계는 요즘 개념으로 따지면 20진법이었습니다.

p206 메쉬카 연합체가 등장하기 전 오래전 설화에서는 흰 얼굴을 한 케찰코아틀이 동쪽으로 떠났다가 수호신이 되어 돌아온다는 전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나우아틀어 원전이나 아즈텍 기록에 있었던 내용이 아니라, 스페인 탐험대의 아즈텍 정복 이후에 기록되 내용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백인인 유럽인들이 아즈텍 정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p210 제가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 전달하고 싶은 것도 그런 관점과 태도입니다. 아즈텍인들은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무자비하고 냉혹한 전사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축제를 즐겼고, 희생양을 기렸으며,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낸, 우리와 다를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p219 간혹 몇천에서 몇만 명의 제물을 바쳤다는 스페인의 기록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아즈텍 문명을 악마화하려는 시도였다고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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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송라이터스 - 유재하부터 아이유까지, 노래로 기록된 사랑의 언어들
김영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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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송라이터스

 : 김영대 

 :  문학동네 

읽은기간 : 2026/03/10 -2026/03/13


이런 책 너무 좋다. 

발라드라는 장르에 대한 설명도 좋았고, 발라드에 해당하는 노래들에 대한 해석과 설명도 맘에 들었다. 

아쉬운 건 더이상 이 좋은 해석을 볼 수 없다는 것...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11 FM라디오는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모두가 즐기지는 않았던 힙스터 아닌 힙스터 문화였다.

p18 곡을 쓴다라는 행위에는 선율을 작곡하는 일뿐 아니라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작사의 영역도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p29 한국과 일본을 넘나든, 그야말로 초국가성을 정체성으로 삼아 태어난 한국형 팝발라드의 원조 슬픈 인연. 이 노래는 최초의 리메이크 메가히트곡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p34 동시대 뮤지션들, 그중에서도 화성과 코드 진행에 가장 민감한 악기인 건반을 연주하는 송라이터들이 가졌던 비슷한 문제의식과 지향점의 결과이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재미있는 사실은 보통 이런 문제에 대해서 뮤지션들은 늘 비슷한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가령 ‘사실 우린 그게 그렇게 특별한 건지 잘 몰랐어’ ‘평소 많이 듣던 팝의 영향을 받은 거지’라고 말하는 식이다. 어쨋든 그렇게 1985년은 한국형 팝발라드의 원년이 되

p50 이 곡을 통해 한국 록음악은 재능 있는 헤비메탈 보컬리스트 한 명을 잃었는지 모르지만, 가요계는 역대급 보컬리스트를 새롭게 얻었다. 시나위와 아시아나 등 당대 최고의 그룹을 거친 괴물 보컬 임재범은 이 밤이 지나면이 가져다준 엄청난 성공과 함께 주목을 받았지만 언더 vs 오버의 이분법, 그리고 음악의 완성도가 아니라 로커의 변절만을 문제삼던 당시 분위기와 맞물려 긴 슬럼프에 빠진다.

p56 발라드가 하나의 장르로 묶이기 어려운 것처럼, 시티팝 역시 자세히 파고들수록 그 경계가 흐릿하다. 그러나 이 장르 아닌 장르들은 한국 대중음악에서 뚜렷한 교차점을 굥유한다. 그것은 바로 현대성과 낭만성, 두 단어로 요약될 수 있는 모던한 감정의 풍경이다.

p72 이문세-이영훈의 발라드가 어필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음악정 특징은 예쁨이었다.

p80 송라이터 윤종신은 그 옛날 광화문 네거리 속 이영훈이 그러했듯 그리움의 대상이 떠나간 공간 속 추억과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쓰곤 하는데(동네 한바퀴, 모처럼, 거리에서)는 그 추억을 과거 속 박제된 추억이 아니라 매번 되살아나는 현재로 묘사한다는점에서 독특하다.

p102 문제는 그 모든 태도가 적어도 음악과 우리의 관계에서는 미덕으로 포장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랑노래의 서사가 가진 특수성이자 아이러니라 말할 수 있다. 현실이었다면 옆에서 쥐어박고 싶을 인물이지만, 노래 안에서는 오히려 그의 선량함에 감정이입하고, 그의 마음을 몰라주는 그녀에게 원망을 느낀다.

p116 사랑의 위대함은 끝을 알면서도 시작한다는 데 있고, 사랑의 함정은 매번 이번만은 다를 거라며 믿고 다짐한다는 데 있다.

p145 다른 이를 사랑하지 말라며 울부짖는 화자의 목소리에는 당연히 전자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와닿는다. 그런데 그 의미를 후자로 바꾸어도 노래가 말하고자 하는 영원히 한 사람만을 향하는,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충분히 어울린다.

p156 정석원의 친형이기도 한 015B의 멤버 장호일이 SNS를 통해 밝힌 바에 의하면, 이 노래의 가사는 만화 총몽의 스토리에 영감을 받아 쓴 것이다. 총몽에서 주인공 알리티는 그리워하던 이도를 만나지만 그게 자신을 속이기 위해 연출된 꿈인 것을 깨닫고 헤어짐의 슬픈 운명을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p160 대단히 파워풀한 목소리임에도 그것을 철저히 미성으로 숨겼는데, 이는 곡이 가진 나이를 훨씬 낮추는 동시에 신인가수(그것도 얼굴 없는 가수)의 신비로움과도 완벽히 들어맞았다.

p174 몇 년이 지나 그렇게 보고 싶던 그 사람이 한층 더 아름답게 나이든 모습을 보며 안도하고, 지금 내곁에는 나를 믿고 있는(내가 사랑하는이라 쓰지 않은 박주연의 선택에 소름이 돋는다) 한 여자가 있다. 화자는 아내가 알 리 없는 오래전 그 추억이 담긴 노래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모두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데, 왜 마음 한구석이 저릿한 걸까. 그래서 추억은 미련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p183 곡의 모든 구절은 그 길이, 발음, 운율에 맞추어 재치 있게 결합되어 있다. 박주연은 프리코러스 파트에서 “또” “음” “늘”이라는 별 뜻 없는 단음절 단어들로 멜로디의 리듬감을 살려가는데, 솜씨 좋은 작가들이 보여줄 수 있는 송라이팅의 노하우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p188 너무 촘촘하지도 그렇다고 성기지도 않은 외로움의 곁을 가만가만 풀어놓기 시작하는 장필순의 목소리도 관조적이다. 그가 말해주듯 식어가는 감정을 마치 꺼져가는 장작불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으로 가만히 응시한다.

p211 1990년대 말 이후 케이팝의 풍경을 그대로 증언하는 미디엄템포의 R&B발라드 장르 위에 촌스러움이 배제된 미려한 선율은 가요계에 새로운 감각을 가진 송라이터가 등장했음을 직감하게 해주었다.

p216 두 버전의 가장 큰 차이는 일본어 가사에서 느껴지는 사랑은 꿈을 포갠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조금 더 아련하고 조심스러운 느낌이 있는데 반해 한국어 가사 버전은 그 사랑의 희망과 의지의 자세가 더 적극적인 느낌을 준다

p226 김동률 특유의 비브라토와 멜팅이 더해지면 그의 음악에서는 마치 지중해 바람을 맞으며 칸초네를 듣는 것 같은 이국적 낭만성이 흘러나온다. 그 낭만성과 외로움의 정서를 클래식음악에 비유하자면 브람스의 섬세하고 쓸쓸한 서정이 연상된달까. 독보적인 남성적 낭만은 바로 이 노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의 핵심적 매력이기도 하다

p231 생각지도 못한 전화 한 통을 받고 그는 기회일지 또다른 상처일지 모를 재회의 장소로 향한다. 그의 말처럼 이젠 없을 것 같았던 길을 뛰는 것에 감동하며, 무슨 전화였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이 만남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지 아직은 알지 못하지만 그저 무심한 인사였어도 좋다는 한결같은 마음은 그런 것들을 개의치않는다.

p235 나와 술잔이 함께 울었다라는 표현은 마치 한시의 구절같이 고풍스러우며, 나는 너를 잊음으로 용서한다는 표현은 체념 속에서 다 버리지 못한 회환과 미련의 조각에 대한 너무도 정직한 다짐이다.

p253 발라드, 혹은 느린 사랑노래라는 개념은 분명 실체가 있긴 하지만 특정한 악곡 구조나 편곡 스타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그래서 음악보다는 문학적 정서에 더 가깝게 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p276 어려운 원곡의 하이라이트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이들은 또래들 사이에서 예외 없이 영웅으로 군림했다. 대부분은 삑사리로 귀결되었지만 친구들의 우와 하는 존경의 눈빛을 기대하며 다들 한 번쯤은 도전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p280 신해철의 음악을 꿰뚫는 가장 중요한 테마는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일까에 대한 질문이다. 사람들이 정해 놓은 길을 마다하고 굳이 다른 길을 걷기로 한, 그리고 어쩌면 비현실적인 이상을 꿈꾸는 자신이 느끼는 버거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불안함과 의구심에 대한 이야기다

p291 본토 출신이지만 엄연히 한국인인 김조한의 목소리는 R&B가 인종의 영역이 아닐 수 있음을 처음 깨닫게 만든 계기였다. 수많은 이가 그의 목소리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R&B의 한국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p304 역사적인 히트곡 꿈에를 기점으로 R&B 본연의 색채는 다소 옅어지긴 했지만, 커리어 초반 박정현은 소울풀한 감성과 독창적인 밴딩, 그리고 화려한 애드리브를 구사하는 보기 드문 블랙뮤직 기반의 보컬리스트로서 이름이 높았다.

p317 듀엣 대신 컬래버 혹은 피처링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그때문일 것이다. 21세기 대중음악에서 듀엣은 절절한 사랑의 대서사시가 아니라 머뭇거리면서 키워가는 사랑인지 우정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풋풋한 호감, 같은 목표와 지향을 꿈꾸는 이들의 동료의식이나 협업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p326 이영훈, 유재하와는 또다른 맥락에서, 동물원의 김창기는 포크음악과 팝발라드 사이에서 한국식 서정주의의 한 지점을 들려줬던 인물이다. 김창기의 가사는 어려운 말로 거창하게 꾸미지 않고, 일상적 언어를 통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진심어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p330 떠남과 돌아옴, 본질과 허상, 집착과 초월의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는 이 노랫말은 오즈의 마법사, 위대한 개츠비, 백년의 고독, 그리고 연금술사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반복되어온 주제의식, 그러니까 소중한 것으로의 귀환과 자각에 대한 스토리의 원형을 지극이 평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언어로 탐구하고 있다.

p338 원한다면 얼마든지 파워를 올릴 수 있겠지만, 이미 그 정도로도 충분히 풍성하고 짜릿하게 올린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마치 모든 노래를 80퍼센트 정도 출력으로 부르는 듯한 이 여유로운 감각은 당대는 물론 현재의 디바급 가수들에서도 쉽게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다.

p367 그때와 지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곡들에 담긴 송라이터들의 생각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 쌓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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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
김태완 지음 / 현자의마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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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문 

 : 김태완 

 :  현자의마을

읽은기간 : 2026/02/22 -2026/03/08


조선시대 과거시험에 책문이 있다. 

왕이 시대에 해결해야할 과제를 문제로 제시하면, 과거시험을 보는 사람들은 과거의 역사를 통해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시험이다. 

요즘으로 보면 심층 면접시험정도 될까?

과거 역사에 대해서도 해박하게 알고 있어야 하지만, 질문을 자신의 관점으로 바꾸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기에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다. 

이 책은 책문에 나왔던 시제와 급제자들의 답변을 모은 책이다. 

세종과 같이 학문에 뛰어난 왕의 시제도 있고, 연산군을 몰아내고 왕으로 등극한 중종의 시제도 있고, 임진왜란 이후 어려움이 극심하던 조선을 해결할 방법을 물었던 광해군의 시제도 있다. 

급제자들의 글솜씨는 매우 빼어났지만 성리학의 나라답게 임금이 덕을 쌓고 군자를 가까이하고, 어질어야 된다는 도덕교과서같은 답변들이 많아 이런 답변이 정말 효과를 발휘할까 싶기도 하다. 

그중에는 광해군이 잘못해서 나라가 이모양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했던 급제자의 책문도 있다. 광해군이 합격을 취소시키려고 했을 만큼 강한 글을 썼는데 또 그를 장원급제 시키겠다고 하는 대신들도 있는 걸 보면, 조선은 왕의 나라긴 하지만 신하의 힘도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 

프랑스는 대학수능에서 이런 식의 논술시험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어렵겠지? 

조선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p10 세월호가 침몰한 사건은 세월호라는 배가 바다로 빠져 들어간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이었다. 방송이 배의 침몰을 생중계하는 동안 나라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가?

p22 성삼문은 마음이 정치의 근본이고 법은 정치의 도구라고 전제하고서, 군주가 먼저 마음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신숙주는 적합한 인재를 얻어서 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석형은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널리 듣고 채택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같은 문제에 제출한 대책이 복수로 남아 있는 사례는 뜻밖에도 그리 많지 않다.

p28 이들 제왕은 마음을 보존하는 것을 정치의 근본으로 삼았기에, 법을 제정하더라도 오래 지나서야 폐단이 생겼고, 폐단이 생기더라도 구제하기 쉬웠습니다.

p52 후한의 실책은 무과시험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권력이 내부에 집중되었던 폐단 때문입니다. 송의 위기는 번진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군사의 대비가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은 마침내 환관으로 인한 내분을 피할 수 없었고, 송은 두 황제가 사로잡혀간 치욕을 면할 수 없었습니다.

p64 설화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역사는 사실을 해석한다. 그러니 윤씨 부인의 자결이건, 숙주나물의 유래건, 사육신의 갖가지 야담이건, 그것들은 모두 나름대로 민중이 생각하고 바라는 삶의 진실을 드러내준다.

p67 예기 곡례 상에는 세 가지 꼭 물어야 할 삼문이 기록되어 있다. 나라에 들어가면 법과 제도로 금하는 것을 묻고, 성내에 들어가면 풍속을 묻고, 집에 들어가면 주인의 선조의 이름을 물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묻는 것을 삼문이라고 한다. 이 세가지는 모두 방문하는 나라와 주인을 공경하기 위한 몸가집이다.

p76 성삼문에게 어이없이 자기의 아이디어를 빼앗겨서 장원의 자리를 놓쳐버렸으면서도, 그것을 웃어넘길 수 있는 이석형의 풍도도 넉넉하다. 아이디어가 최대의 무기가 된 오늘날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도저히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옛 사람의 사귐이 불현듯이 그립다.

p95 원래 마음 그 자체는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를 알지 못하면 사랑하는 마음이 없고, 군주를 보지 못하면 공경하는 마음이 없으며, 재물을 만나지 않으면 탐욕스러운 마음이 없다. 정치가 문화를 숭상하면 학문을 높이고, 정치가 무력을 숭상하면 무용을 귀하게 여긴다. 이를 근거로 따져보면, 인재는 근본이 정치에 달려 있을 따름이다.

p102 이런 경우에 사람들은 자기 재능을 숨기고 펴지 못하며, 선비는 지혜를 품고서도 다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예, 예 하며 순종하고, 속으로 비난하며 남의 일인 양 구경만 합니다. 또 안으로는 세상을 개탄하는 마음을 품고도 밖으로는 굽실거리며 공손한 모습을 보입니다.

p105 재능 있는 사람만 찾아서는 안 됩니다. 장점을 취하면 누구라도 쓸 수 있습니다. 아주 어리석은 사람을 완전히 뜯어고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단점만 보완하면 누구라도 쓸 수 있습니다.

p110 어린아이에게는 바른 몸가짐과 예절, 기본적인 생활기술을 익히게 하고, 자라서 성인이 되면 학문적인 이론과 지식을 가르친다.

p115 신분을 상징하는 갓끈을 씻느냐, 더러운 발을 씻느냐 하는 것은 물이 깨끗한가, 흐린가에 달려 있으니 오로지 물이 불러들인 결과라고 한다. 그러면서 사람이 모욕을 당하고, 집안이 무너지며, 나라가 망하는 것은 그 원인이 일차적으로는 자기에게 달려 있다는 말을 덧붙인다. 좋은 인재가 주위에 많기를 바란다면 인재가 저절로 찾아들도록 먼저 자기 몸을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p127 인심은 사사로운 것을 생각하기는 쉬워도 공공을 생각하기는 어렵고, 도심은 밝히기는 어려워도 어두워지기는 쉽습니다. 순과 우 임금은 위대한 성인입니다. 이런 성인들도 이처럼 간곡하고 자세하게 훈계하고 깨우쳤으니, 어찌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p135 선생님은 불천위로 후손들이 대대로 제사를 지내주시는데 왜, 그렇게 말라 계시니껴? 그랬더니 퇴계 선생이 이렇게 대답했다. “아이고, 말도 말게. 후손들이 나를 얼마나 뜯어먹는지” 일본에 거주하는 윤학준이라는 이의 나의 양반문화 탐방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p139 권벌과 이언적 두 분은 평소 행실을 반듯하게 하는 데는 권벌이 이언적을 따르지 못했으나, 재앙을 당하여서 꿋꿋하게 절개를 지키는 데는 이언적이 권벌에게 양보해야 할 것이다.

p140 권벌은 마음을 보존하여서 근본을 세우고, 도를 응용하여서 정치에 이용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그러고는 마음을 끝까지 한결같이 유지하여서 위대한 제왕들의 선례를 본받고 실패한 왕들을 거울삼아 정치의 결실을 거두어야 한다고 했다.

p156 그런데도 아직 기강이 서지 않고 법도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그것이 어찌 임금님의 정성이 부족한 탓이겠습니까? 아마도 그것은 정치의 근본을 아직 터득하지 못했기 대문일 것입니다. 근본이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바로 도의 실현을 정치의 목표로 삼고 마음을 정치의 근본으로 삼아 성실하게 도를 행하는 것입니다.

p163 조광조는 아버지를 따라갔다가 이웃 고을 희천에 김굉필이 귀양 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에게 가서 배웠다. 김굉필은 정몽주, 길재, 김숙자, 김종직으로 이어지는 조선유학의 정통을 이은 성리학의 학자였다. 무오사화가 일어나자 김종직의 문이이라 하여 귀양을 갔다가 갑자사화가 일어나서 극형을 받았다.

p185 술은 제사를 지내고 겨레를 화합하게 하는 데 쓰이며, 온갖 예의를 갖추고 군주와 신하가 잔치를 베푸는 데 쓰입니다. 따라서 없앨 수도 없고, 쓰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p188 상이라는 잔에 술을 채우는 것은 술로 상할까 봐 경계한 것이고, 치라는 잔으로 술을 뜨는 것은 술로 위태로워질까 봐 경계한 것입니다.

p230 재능은 평상시라면 쓸 수 있지만 비상시에는 쓸 수 없습니다. 그러나 덕은 비상시나 평상시나 일관되게 쓸 수 있습니다.

p236 민중들 사이에서는 중국을 대국으로 섬겨야 하는 약소국의 비애와 조공은 물론 중국 사신의 공공연한 수탈과 내정간섭에 저항하는 이야기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왔다.

p251 학문의 길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보다 앞서는 것이 없고, 정치의 길은 군자와 소인을 구분하는 것보다 앞서는 것이 없다.

p257 신사무옥의 계기를 만든 이 송사련의 아들이 바로 예 성혼, 율곡 이이, 송강 정철과 교분을 쌓으며, 동인들로부터 서인의 브레인이라는 평을 받은 구봉 송익필이다.

p260 연산군에서 명종 초까지 사화가 거듭되자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정계에서 물러나 학문을 닦고 은인자중하면서 후일을 기약했다. 그러나 아예 처음부터 현실에서 벗어나 자기의 지조와 양심을 지키려고 한 사람들도 있었다.

p262 그는 사직을 청하며 올린 상소에서 국정을 시정하라고 충고하면서, 문정왕후는 궁중에 있는 일개 과부이며, 명종은 선왕의 어린 아들일 뿐이어서 현실을 바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나라가 잘못되고 백성들이 병드는 원인을 자세히 살펴서 과감하게 폐단을 고치지 않으면 정치가 잘못되고 민심이 병드는 것을 수습하기 어렵다고 드러내놓고 비판했다.

p264 칸트는 에술작품의 미를 평가할 때는 작품 이외의 어떤 측면도 고려해선 안 된다는 뜻에서 관심 없는 만족을 미가 지닌 본질의 하나로 거론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글이든 글씨든 그 사람의 인품이 보잘것 없으면 아무리 조형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라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p284 조광조가 지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서 정식 문과 시험을 거치지 않고 천거에 의해 유능하고 뛰어난 인재를 특별 채용하는 방법인 현량과를 실시했고 율곡 이이가 기회 있을 때마다 과거 이외의 방법으로 인재를 등용하려고 노력한 것도 기존 훈구세력의 기반을 무너뜨리기 위한 목적의 하나로 볼 수 있다.

p311 황윤길과 김성일의 보고를 듣고 난 뒤에 보인 조정 관료들의 견해차이는 시급하게 전개되는 국제정세마저도 당쟁의 소재로 삼았던 당시 관료들의 어이없는 당파의식과 동서붕당의 양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해프닝이었다.

p330 반드시 정벌할 만한 힘이 있어야 정벌하고, 화친할 만한 형세가 되어야 화친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정벌해도 목적을 이룰 수 있고, 화친해도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어서 영원히 쇠퇴하거나 어지러워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p375 전하께서 부드럽고 듣기 좋은 말과 마음에 드는 말만 듣고자 하신다면 좌우에서 뜻을 받들고 잘 따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굳이 여러 선비들을 대궐 뜰에 모아 놓고 낮추어서 궁벽한 시골의 무지몽매한 사람의 건방진 말을 물으시겠습니까?

p389 무엇보다도 동의보감이 지닌 불멸의 가치는 대다수 민중의 마음을 헤아렸다는 점이다. 정식 처방과 값비싼 중국 약재를 접할 수 없었던 민중들은 약이라도 써보고 죽었으면 한이 없겠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는데, 이를 헤아려 향약과 단방요법을 정리하여 수록한 책이 바로 동의보감이었다.

p396 광해군은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양국의 명분을 적절히 세우면서 이른바 윈-윈 게임을 했던 것이다. 국제관계에서는 은원은 은원이고, 외교는 외교인 것이다.

p421 공납을 개선하는 까닭은 백성을 편하게하려는 것이니 토지의 주된 생산물로 세제를 정한다는 원칙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

p439 시험을 주관하는 시관인 우의정 심희수가 장원으로 급제시키려 했으나 다른 사관들이 반대하여 병과로 합격했다. 광해군은 그의 대책을 읽고 자기의 실정을 극렬하게 비판하는 데 진노하여 그의 이름을 삭제할 것을 명하는 삭과 파동이 일어났다.

p443 광해군은 일본에 대한 대비, 명에 대한 보은, 후금에 대한 경계라는 세 줄기 격량 속을 돛대도 없이 부러진 노로 저어가는 배와 같은 조선의 키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p447 궁궐 안의 기강을 바로잡아 청탁을 물리치고, 소인배들의 발호를 막을 것, 언로를 열어 군주와 신하가 허심탄회하게 정치를 논하고 간언을 받아들일 것, 외척 세력의 발호를 막고 공평한 도리를 행할 것, 정치의 기강을 바로잡고 직무에 힘써서 국력을 신장시킬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개혁에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군주가 자기수양을 해나가면서 자만하지 말고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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