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온 인문학 - 사람과 세상이 담긴 공간, 집을 읽다 푸른들녘 인문교양 2
서윤영 지음 / 들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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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집에 들어온 인문학

저자 : 서윤영
옮긴이 : 
출판사 : 들녁
읽은날 : 2016/04/02 - 2016/04/06

 

제목을 보고 나 혼자 낚인 책.

집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라기보다는 집에 대한 수필정도로 보는게 맞을 듯 하다.

크게 두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집안에 있는 다양한 공간에 대한 해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식 집이라는 양옥은 사실 영국과 프랑스가 동남아에 가지고 있던 식민지 주택의 변형본이라든가, 다세대, 다가구등을 구분하는 방법등은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유익한 내용들이었다.

재미있는 구분은 방과 간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전통주거는 방과 간을 구분합니다. 방은 신발을 벗고 앉아 생활하는 실내 공간이고, 간은 신발을 신은 채 일을 하는 노동 공간이자 실외공간입니다.(48 p)

이런 정의에서 보면 부엌은 부엌간이니 힘들에 일을 하는 곳이고, 사랑방은 안방과 멀리 떨어져있어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역시 여성은 예전에도 집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이었나보다.

2부 집 밖ㅇ로 나가다에서는 건축에 대한 일반론이 펼쳐진다.

과거에 지어진 사찰이나 성당등을 통해 어떻게 세속적인 사람이 종교장소에 들어와서 거룩감과 경외감을 갖게 할 것인지에 대해 건축학적인 장치들을 알게 된다.

모델하우스 역시 피해가지 못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어떻게 집을 더 넓게 보이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내가 생각했던 책의 내용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것을 많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요즘 유행하는 인문학이라는 말을 부쳤으면 그에 걸맞는 통찰이나 옛것과의 연결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좀 약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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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문명과 이스라엘 - 고대근동 3천 년
주원준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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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인류 최초의 문명과 이스라엘
작가 : 주원준
출판사 : 서울대학교 출판 문화원
읽은기간 : 2026/04/11 -2026/04/19


인류 최초의 문명이 발생한 곳 메소포타미아..

세계사를 공부하면 항상 제일 먼저 나오는 곳이다.

그만큼 오래됐고, 역사적으로 꼭 알고 싶은 곳이다.

그런데 유적과 유물, 문자가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인지 세계사책에서는 몇 페이지 흝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이 고대문명과 역사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한국책이 나왔다.

책을 읽다보니 내가 왜 헷갈려했는지 알 수 있었다.

같은 이름의 국가가 BC 3000년대에도, BC 2000년대에도, BC1000년대에도 있다보니 다 그나라가 그나라 같이 느껴졌던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편견과 달리 아시리아는 잔인하긴 하지만 상업의 나라였고, 금방 망한 나라가 아니라 오랫동안 영속했었다는 게 신기했다. 문화적으로 우월감을 가진 바빌로니아도 재미있었다.

수메르와 아카드의 땅이라는 별명도 멋졌다.

한국인이 쓴 책을 보니 정서가 맞아서 그런가 더 재미있었다.

올해의 책 후보다.


p19 고대근동학이 다루는 시대는 기원전 4세기 알렉산드로스 대제의 정복 이전, 곧 헬레니즘화 이전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p22 스스로 더 세련되고 발전되었다고 생각하는 하이집트와 소박하고 전통적인 문화가 강했던 상이집트의 갈등과 협력은 7천년 이집트 역사를 관통한다. 고대 이집트는 하드웨어적인 면이나 소프트웨어적인 면에서 고대근동 세계의 전통적 강국이었다.

p23 태초의 시작은 남부였다. 기원전 3500년경 인류 최초의 수메르 문명이 메소포타미아 남부 우르크를 중심으로 발생했고이들은 당시 북쪽의 아카드나 바빌론과 맞서 전쟁을 치렀다.

p24 다양한 민족과 교류를 맺었기에 북부의 문화는 비교적 개방적이고 세속적이고 지취적인 반면, 남부는 전통적이고 더 종교적이다. 아시리아 제국은 무력과 혁신을 앞세워 세계 최초의 제국주의를 이루었고, 기원전 1천 년기에 300년이나 강성했지만 남부의 바빌로니아는 아시리아의 통치술을 이어받았음에도 88년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하지만 종교적, 문화적 정통성은 언제나 남부가 더 강했다.

p50 기원전 4천 년대와 3천 년대를 다루는 대목에서 줄잡아 50여 개 정도의 지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많은 당시 지명을 안다. 지명이 확인된 곳에서 사람들이 어느 정도 큰 규모로 정착해 도시를 세우고 살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르크 이후에 또는 우르크와 함게 다른 도시들도 출현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p54 최초의 도시 우르크에 이미 인류의 문명을 이루는 기본 요소들이 한번에 모두 출현했다. 그래서 도시의 출현은 사회의 근본적인 재창조라고 할 수 있다.

p58 청금석이 쓰인 물건에는 금과 은이 아낌없이 쓰였다. 그런데 청금석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나지 않고 현대의 아프카니스탄 지역에서 수입된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이 시기에 이미 먼 중앙아시아에서 나는 재료를 가져다 썼다는 말인데 그 수입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p59 에리두는 ‘세상에서 가자 ㅇ오래된 수도’였으며, 우르는 문화적 선진국이고, 아카드는 무력이 강한 도시였으며, 최고신 엘린을 주신으로 모신 닙푸르는 종교적 명성이 높았기 때문에 “수메르의 로마 혹은 메카”로 인식되었다.

p61 사르곤이 등장했다. 기원전 24세기였다. 그는 아카드제국을 세워 뛰어난 무력으로 메소포타미아 전체를 통일했다.

p65 사르곤의 손자 샤르-칼리-샤리가 대를 잇는다. 사르곤이 정복한 땅의 사람들은 사르곤이 죽자 반란을 일으켰다 동서남북의 반란을 잠재우고 아카드 제국을 건사한 임금이 나람-신이다. 나람-신은 할아버지 사르곤처럼 정복왕의 면모가 뚜렷하다

p72 사실상 신바빌로니아어나 신아시리아어는 특정한 지역과 시대에서 사용된 아카드어일 뿐이다. 아카드어를 익히면 후대의 제국인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의 원문에 접근할 수 있으니, 고대근동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카드어 공부는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실제로 아카드어를 공부하지 않고 고대근동학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p73 먼 경계지역에서 적들이 쳐들어와서 제국을 흔들어 놓거나 때로는 제국을무너뜨릴 것이다. 서쪽의 아무르인들, 서북쪽의 히타이트인들, 동쪽의 메대(페르시아)가 그 변방의 침입자 역할을 맡을 것이다.

p79 함무라피 법전이라면 흔히 동태복수법의 원리를 더올리기 마련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이 원칙은 다소 원시적인 것으로서,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면서 점차 돈으로 보상하는 원칙으로 진화했다는 지식이 널리 퍼져있다. 하지만 실제 역사는 이와 다르다. 함무라피 법전보다 더 오래된 신수메르 시대 법전에서는 본디 돈으로 보상하는 원칙이었다.

p80 아카드가 무력을 앞세운 호전적 제국이었다면, 우르 제3왕조는 외교를 중심으로 통치했다는 인상을 준다. 임금이 원정한 기록은 훨씬 적다. 이런 우르 3왕조의 통치술을 확립한 임금은 슐기라고 전한다.

p87 실제로 상,하 이집트의 갈등과 대결은 고대 이집트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나일강 삼각주에 자리잡은 하이집트는 모든 것이 넉넉하다. 반면에 상이집트는 나일강 주변의 도시들에만 사람들이 산다.

p102 고왕국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임금의 역할이 확립되었다. 파라오는 이집트 전체에서 가장 높은 존재였다. 파라오는 수도에 좌정했고, 내치와 외치는 물론 온 백성의 삶을 책임졌다.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가 성립되어 세금을 걷고 교역을 장려했으며 홍수를 측정했다. 그리고 이미 이 시기에 크고 평평한 벽돌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p107 마스타바 건축은 고왕국부터 프톨레마이오스 시대까지 주욱 이어졌지만 고왕국과 중왕국에서 특히 활발했다(신왕국부터는 분묘가 널리 쓰였다) 그러므로 피라미드만 보지 말고 피라미드와 마스타바를 함께 보는 눈이 필요하다.

p118 피라미드 건설사업에 참여한 일꾼들은 봉급도 좋았고 사회적 지위도 낫지 않았다. 때때로 거대한 피라미드 건설사업은 농한기에 경제적 수입을 보장하는 일이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의 거대 피라미드가 노예들의 강제노동의 결과라는 견해는 과거의 것으로 현대 학자들에게 거의 수용되지 않는다. 사실 채찍에 맞고 굶주리는 노예들의 강제노동으로 그렇게 크고 정교한 작품을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p123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수메르-아카드 문명이 탄생했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는 서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기원전 3천 년대에는 직접 충돌하지 않았다. 아나톨리아 반도나 시리아-팔레스티나 지역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기록들이 나오지 않는다.

p131 팔레스티나 지역이 역사에 등장하지만 고대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구약성경에는 이 시기의 도시국가, 임금의 이름, 그들의 경쟁 역사적 주요 사건 등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구약성경은 이 시기 고대근동의 중요한 사건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구약성경만 읽은 사람들에게 이 시대는 매우 막연하거나낯선 느낌을 줄 것이다.

p138 앗슈르라는 도시의 영역이 끼치는 넓은 지역을 아시리아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학문적 용어는 중요한다. 앗슈르는 도시의 이름이고 아시리아는 영역국가의 이름이다. 학자들이 이때의 아시리아를 고아시리아라고 하고, 그 이전의 아시리아를 초기 아시리아라고 부른다. 샴쉬-아다드 1세가 죽자 세상은 다시 어지러워졌다.

p143 앗슈르의 샴쉬-아다드 1세를 이어 바빌론의 함무라피는 기원전 2천 년대 전반기의 메소포타미아를 평정했다. 사유화가 시작되고 희년이 선포되었다. 바빌론의 안정기에 수메르-아카드 문학은 황금기를 누렸다.

p155 기원전 2천 년대 메소포타미아 문화권의 사람들은 가장 높은 신 엔릴과 그의 명을 받아 실제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하다드를 섬겼을 것이다. 최종결정권은 엔릴에게 있지만 평범한 인간사의 길흉화복은 하다드로 체험되었다. 그가 비와 바람을 통제하는 신이었기 대문이다.

p196 제국이 된 히타이트는 문명을 가르쳐준 상인의 나라에 무역봉쇄로 맞선 것이다. 상인의 나라 아시리아를 상대로 경제재제가 얼마나 유효한 전략인지 히타이트는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 같다.

p203 밋탄과 아시리아는 숙적이었다. 양자 모두 메소포타미아 북부에 위치했기에 밋탄이 강성할 당시에 아시리아는 밋탄에 조공을 바쳐야 했고 아시리아가 흥하면 밋탄은 위축되어야 했다.

p206 히타이트, 밋탄, 이집트가 기원전 2천 년대 후반기를 지배한 3대 강대국이다. 그런데 이 3대국이 교차하는 지역, 곧 시리아-팔레스티나 지역에 자리잡은 소국들이 있다.

p209 지정학적 요충지에 자리 잡은 시리아-팔레스티나 지역의 소국들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곳에서 완충지대의 역할을 했기에 충서을 과장해 환심을 살 필요가 있었으며, 그래서 이 편지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믿으면 안 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외교문서에서 진의를 해독해 내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p227 권력을 휘두른 여성 가운데 으뜸은 핫셉수트다(기원전 1473-1458년경). 그녀는 공주로 태어나 왕비가 되었고 섭저의 대비에 올랐고 결국 파라오가 되었다.

p230 후대의 왕명록에서도 그녀는 삭제된다. 후대의 이집트 지식인들그녀를 너무 예외적 현상으로 이해한 듯하다. 재위 시절 그녀는 성공적인 임금이었다. 내치와 원정을 모두 잘 했고 비범한 통치 이데올로기로 왕권도 안정을 꾀했다. 하지만 신의 딸도 역사의 편견까지는 바로잡을 수는 없었다.

p251 새로 등장하는 아시리아를 견제하고 불안한 왕위르 ㄹ안정화하기 위해 이집트와의 외교에 힘썼다. 그리하여 두 대국은 평화조약을 맺었다. 이를 흔히 카데쉬 조약 또는 이집트-히타이트 평화조약으로 일컫는다.

p262 이 지역에 나라를 세운 이스라엘인들의 건국서사는 이드리미와 비슷하지만 실제 국가 운영에서는 우가릿을 깊이 참조했던 것 같다. 독자적 글자와 언어를 사용하고 경제와 문화의 수준이 높았던 우가릿은 충분히 후대의 모범이 될 만한 나라였다.

p269 기원전 1천 년대는 순서대로 신아시리아-신바빌로니아-페르시아-그리스의 시대였다. 신아시리아는 고대근동 전역을 통일하며 첫 장을 열었다.

p271 경제적 목적을 위해 제국은 상상의 공간을 실현했다. 이미 기원전 2천 년대부터 아시리아인들은 세계를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인식했다. 첫째는 앗슈르 본토, 곧 앗슈르의 땅이고 나머지느 ㄴ앗슈르의 멍에 아래 있는 땅이었다.

p273 이런 기록들과 주변 민족의 기록을 대조해 현대 학자들은 기원전 910년에서 649년에 이르는 기간의 모든 연호와 사건을 알고 있다. 게다가 기원전 763년 6월 15일에 발생한 일식을 기준으로 절대연도를 정확히 환산할 수 있다. 그리하여 기원전 1천 년대의 사건은 예루살렘 할락 사건처럼 해와 달과 날짜마저 정확히 계산될 수 있다.

p296 역사의 가정법은 소용없다지만, 만일 요시야의 시도가 성공했다면 남유다는 유배를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요시야는 훗날 신학적으로도 높이 평가받는 임금이다. 여러모로 판단력과 기백이 남다른 임금이었지만 현실을 냉혹했다.

p300 바빌론 문학의 수준은 드높았다. 에누마 엘리쉬, 에라 이야기, 길가메쉬 이야기 그리고 바빌론 신정론 등은 바빌론 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이다. 네 편 모두 장편의 서사를 갖추고 있고 그 짜임새와 표현과 성찰이 인류 문학사의 높은 성취로서 손색이 없다.

p310 페르시아는 가장 혁신적일 뿐 아니라 유연하게 다양성을 보장하는 제국이었다. 고대근동의 가장 큰 영토를 다스린 “페르시아 제국은 다양한 언어, 문화, 경제, 사회조직들을 성공적으로 융화시켰을 뿐 아니라 근동에서 처음으로 백성들 내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국가가 되었다.

p321 이스라엘의 이런 태도는 별다른 것이 아니었다. 이 당시 소국들은 대개 페르시아의 지배자들을 관대하게 모사했다. 이런 면에서도 구약성경은 소국의 인식을 반영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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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맛 - 『도문대작』, 조선 미식선비의 음식 노트
김풍기 지음 / 글항아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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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허균의 맛
작가 : 김풍기
출판사 : 글항아리
읽은기간 : 2026/04/11 -2026/04/18


허균이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릴때는 홍길동전을 지은 서자출신의 개혁가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허균에 대해 점점 많이 알게 되고 그만큼 더 사랑하고 알고 싶게 된다.

난설헌의 동생으로서 요절한 난설헌의 시를 기억하고 있다가 문집을 만들어 난설헌이라는 천재적인 시인을 소개해준 사람이며, 글을 잘 썼던 외교관이기도 했고,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이런 멋진 책을 쓰기도 했다.

이 책은 허균이 기억하고 있는 음식과 재료에 대해 기록한 도문대작의 해설이다.

한자로 쓰여져 있기도 하고, 음식과 재료를 부르는 명칭이 달라지기도 하고, 한자로 쓰여진 단어가 그 음식과 재료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기도 해서 음식과 관련된 내용은 책으로 쓰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허균에 대한 사랑과 과거 경험에서 오는 음식의 향수가 이 책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읽고 싶었던 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올해의 책 후보다.


p18 권필이 이때의 과거 시험을 비판한 한시는 그의 문집에 실리지 않았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되어 전할 뿐 아니라 윤국형의 갑진만록, 고상안의 효빈잡기, 양경우의 제호시화 등에도 두루 전해지는 것을 보면, 이 시에얽힌 사건이 후대에 널리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p20 힘들고 지쳐 있을 때 그리운 고향을 생각하면 그때 먹었던 음식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그는 음식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유배지에서 과거에 맛보았던 음식들을 떠올려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리운 음식들을 먹어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한 권의 책을 저술했다. 바로 도문대작이다.

p49 중국인은 우리가 먹는 만두를 교자라 하고, 밀가루 피를 교자보다 좀더 두껍게 해서 쪄먹는 것을 포자라 한다. 우리는 교자와 포자를 구분하지 않고 일단 피에 소를 넣어서 쪄낸 것 자체를 만두라 한다.

p68 정과는 과일이나 식물의 뿌리 등을 꿀에 재워서 오랫동안 천천히 졸여낸 음식이다. 주로 단맛이 있는 과일을 재료로 삼지만 도라지나 연근, 인삼, 생강 등 뿌리류를 쓰기도 한다.

p73 배나무는 열매도 열매지만 꽃 핀 풍경으로 수많은 제자가인을 감동케 했다. 옛사람들의 시문에 등장하는 배꽃은 봄날 밤의 애상적인 정서를 대변하거나 이별의 정하는 달래는 소재로 쓰였으며, 봄날 운치 있는 풍류를 즐기는 장소로 사랑받았다.

p115 최근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옛날에는 죽실에 밤가루와 곧감가루를 섞어서 밥을 지어 먹는 죽실반이라는 게 있었다. 국어사전에서는 대나무 열매인 죽실의 껍질을 까서 멥쌀과 섞어서 지은 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p133 앵두꽃도 좋은 눈요깃거리였다. 순서에 따라 24종의 봄꽃 소식을 알려주는 바람, 즉 이십사번화신풍을 부르면서 즐겼다. 소한, 대한,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에 이르기까지 각 절기마다 3종의 곷이 피어나기 때문에 24종이 된다. 그중 입춘의 3신이 바로 영춘화, 앵도화, 망춘화다. 입춘 무렵이면 드디어 하얀 꽃을 피워서 우리의 마음을 아름다운 봄으로 인도하곤 한다.

p143 홍도화는 달리 반도와 숭도는 털이 없는 복숭아다. 이전 글에서도 지적한 바 있지만 근대 이전 동식물 관련 기록을 해독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당시의 용어가 지금과 다르고, 기록자가 정확한 명칭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p160 윤대련 집에 있는 마유포도가 가장 맛있다고 했으니, 섬세한 입만의 허균이 인정한 그 포도의 품종이 궁금해진다. 여러 종류의 포도를 맛보았을 허균이 마유포도를 희귀한 것이라고 표현한 점으로 미루어보건대 분명 당도가 높았을 것이다.

p210 새벽 댓바람에 벗이 편지와 함께 보내준 얼린 숭어가 밥상에 오르니 기쁘다는 내용이다. 원문에 동어라고 했으니 아마도 얼린 새끼 숭어일 수 있겠으나, 어떻든 숭어를 회로 먹으면서 술을 곁들였다 하니 오늘날 즐기는 방식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p251 지난 기억으로 구성되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런 탓인지나이가 들수록 모든 사안을 과거의 기억과 연결시키려는 태도는 어느정도 불가항력인 듯하다. 그것을 우리 사회의 꼰대 문화로 치부하고 괄호 처리하려는 시선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p374 오늘날에도 산갓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봄철 식탁을 풍성하게 한다.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장아찌로 만들거나 다른 채소와 함께 무쳐 먹기도 한다. 유득공이 언급한 것처럼 고기를 먹어 속이 더부룩할 때 코를 뻥 뚫어주는 매운 산갓을 먹으면 속이 상쾌해진다.

p388 바닷가 바위에 감태가 붙어 있는 것을 보면 마치 푸른빛 융단을 씌워놓은 것 같다. 파도가 칠 때마다 넘실거리는 모습은 그렇게 아리따울 수가 없다. 감태 역시 파래의 일종인 만큼 조리 방식이 비슷하지만, 파래는 주로 국으로 끓여먹거나 나물처럼 무쳐먹는 반면 감태는 김처럼 얇게 펴 말려서 밥이나 다른 음식을 싸먹는 편이다.

p400 국화는 그 기운을 뚫고 꽃을 피워내기에 오상고절이라 칭송하고 소나무와 측백나무 또는 잣나무를 세한지절이라 우러르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와 같은 필부들은 가을바람에 속절없이 스러지는 풀과 같은 운명인지라, 이즈막이 되면 괜히 쓸쓸해지곤 한다.

p413 역사는 언제나 열심히 사는 사람의 편은 아니어서,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인생을 허비한다면 그 또한 공부하는 군자의 도리가 아니다. 오늘날 허균은 다양한 시각으로 논의되고 넓은 스펙트럼에서 평가되고 있는 인물이지만, 그간 내가 읽어온 허균은 엄청난 독서광이며 정갈한 삶을 살아가려 노력한 선비다.

p441 두견화전만큼 수요가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허균은 봄날의 꽃지짐으로 이화전, 즉 배꽃으로 만든 꽃지짐을 꼽았다. 산등성이를 붉게 물들이면서 봄날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꽃이 진달래꽃이라면 한껏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청초함을 자랑하는 꽃은 단연 배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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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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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국이란 무엇인가
작가 : 김영민
출판사 : 어크로스
읽은기간 : 2026/04/06 -2026/04/11


약간은 비틀어서 글을 쓰는 정치학자 김영민님의 책

비틀었다는 것은 냉소와 야유가 포함되어 있어 읽기에 불편할 수도 있는데 나에게는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읽고 있다.

한국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고 하는데 사실 다 현재처럼 읽힌다.

과거도 지금의 문제처럼 읽히고 미래도 지금의 모습처럼 보인다.

이런말 해주는 사람도 있고, 국뽕이 차오르게 만들어주는 사람도 있고, 난 그 둘 사이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한쪽에 많이 치우치지 않고 중도를 걸으며-이렇게 말하지만 줏대없는 소시민으로- 잘 살아가봐야지.


p24 삼국유사를 다시 읽어보면 홍익인간이라는 말의 주어가 사람이 아니라 하늘신 환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홍익인간은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라 하늘신의 목소리다. 주어가 하늘신임을 생각하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다”라는 말은 더 이상 밋밋하게 들리지 않는다. 하늘신이 하늘에 관심을 두지 않고 하필 저 아래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 관심을 둔다니.

p32 단군신환의 진짜 인간관은 웅녀에게 응축되어 있다. 바로 문명화를 위해 고난을 기꺼이 감수하는 인간, 미래의 새로운 자신을 위해 오랫동안 인내할 수 있는 인간, 변화를 위한 자기 통제를 해내는 인간이 바로 그것이다.

p34 올해 안에 무엇을 기어이 끝내겠다는 결심 같은 건 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건 학위 논문을 쓰는 학생들에게나 어울린다. 한편 올해가 아니면 영원히 할 수 없는 일들은 올해 안에 하려할 것이다.

p63 우리에게는 두 개의 존재가 있으며, 따라서 두 번 죽는다. 평소에 입고 먹고 싸고 말하고 숨쉬던 물리적 존재는 수명이 다하면 죽는다. 그러나 도 하나의 존재는 사람들이 기억하고 애도하고 계승하고 보내주지 않는 한 죽지 않는다. 누군가 그를 계승하기를 포기하 ㄹ때, 기억하기를 포기할 때, 애도하기를 포기할 때, 마침내 떠나보낼 때 그는 비로소 죽는다.

p73 정조의 말을 통해 그 많은 사찰은 다 나름대로 국가에 필요한 존재들이었기에 남아 있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아무리 이데올로기적으로 억불을 외쳐도 현실적 필요가 있으면 국가와 종교는 공조한다는 사실을 여기서 새삼 확인할 수 있다.

p92 고독한 답사가를 자처하는 사람이었건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모든 비용을 내가 댈테니 함께 유교랜드에 갑시다. 이 너그러운 제안을 가족도 조교도 모두 거부했다.

p101 서양의 대표적 한국사 연구자였던 제임스 팔레는 1995년 한국적 특수성을 찾아서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주요 논지 중 하나는 노비의 존재야말로 한국사의 특징이라는 것이었다.

p103 한국사에서 노비는 단순히 신분제 때문에 흥미로운 존재가 아니다. 노비는 집단적인 망각과 무시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도 사뭇 흥미롭다. 그토록 많은 노비가 실존했으나 지금은 노비의 자손(을 표방하는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 바로 현대 한국이다.

p118 천황을 숭배하는 조선신궁 앞에서 한국인들은 술판을 벌였고, 제국주의를 찬양하기 위한 박람회에서 한국인 여성 가이드는 한 번에 50전을 받고 볼 뽀뽀를 해주며 돈을 벌었다. 근대적 위생을 선전하기 위해 공중변소를 지어놓았더니 소변기에 올라가 대변을 본 한국인도 있었다.

p137 미셀 푸코에 따르면 법을 어기는 것이 쿠데타가 아니라 법을 초월하는 것이 쿠데타다. 그래서 미셀 푸코는 쿠데타 상황에서 국가이성은 법 자체에 명령한다고 말했다. 법을 어기고 지키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권위 자체에 도전하는 것이 쿠데타의 본질이다.

p142 소년이 온다는 한국현대사가 낳은 구상도이기 때문이다. 구상도란 인간의 시체가 어떻게 부패해가는지를 두 눈 똑똑히 뜨고 보라고 권하는 그림 장르다.

p149 소년이 온다의 마지막 부분, 죽은 동호의 어린 시절을 엄마는 이렇게 회상한다. 여덟살 묵었을 때 네가 그랬는디. 난 여름은 싫지만 여름밤이 좋아.

p179 대학에 온 이상 학생들은 수행서가 아니라 인간의 조건을 또렷이 응시하는 텍스트를 읽을 것이라고, 김윤식은 믿었다. “그 계기란 도처에서 예감처럼 온다. 군이 창공의 별을 응시할 때 온다. 헤겔을 읽을 때 온다. 무진기행을 읽을 때 온다. 릴케를 읽을 때 온다” 그렇게 읽고 읽다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고독한 자신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불안과 공포에 떨게 될 것이다. 김윤식은 단언한다 “이점은 아무도 벗어날 수 없다”

p194 민주화운동이나 시민운동 경력을 발판으로 너도나도 정계에 입문하는 상황에서 김장하는 결국 한자리 해먹기 위해서 선행을 한다는 의혹과 싸워야 했다. 그러한 의혹에 대해 김장하는 애써 대꾸하지 않는다. 그는 끝내 정계의 한자리를 하지 않음으로써 대답을 대신했다.

p211 현장 사진가의 소명은 대상을 핍진하게 보여주면서 그 대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 한국 관련 전시의 소명은 눈앞의 한국을 보여주되, 전형적인 한국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 왜 그래야 하냐고? 애증의 나라, 한국의 현실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나 “케이팝의 나라”와 같은 상투어로 요약될 수 없을 만큼 뒤틀려 있으니까.

p247 한국 사회의 대표적 특징들, 이를테면 저출산, 부동산 투기, 입시 과열, 수도권 집중이 걱정인가? 그것들 역시 사람들이 잘못하거나 무지몽매해서 생긴 현상이 아니라 사람들의 (나름) 합리적 행동이 낳은 현상이다.

p273 월트는 유지 보수의 달인이다. 자기집과 이웃집을 가리지 않고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치고 수선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게 한다. 우리 몸에 완전한 컨디션이 없고 우리 집에 고장 없는 날이 드물듯이, 이 세상은 늘 어딘가 낡아가고 삐걱거린다. 보수 우익은 파괴하거나 새로 짓는 사람이 아니라 쉼 없이 수선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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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 - 한순구의 게임이론으로 읽는 역사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 1
한순구 지음 / 삼성글로벌리서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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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
작가 : 한순구
출판사 : 삼성글로벌리서치
읽은기간 : 2026/03/29 -2026/04/05


책제목이 매우 흥미로웠다. 승자가 왜 성공했는지에 대해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패자가 왜 실패했는지도 알아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게임이론을 전공했다고 하며 패자의 모습을 게임이론에 입각하여 분석했다고 이야기한다.

게임이론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경영학의 이론이 다 그렇듯이 결과를 보고 해석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게임이론에 맞춰 행동하면 다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걸까?

그렇지 않은 반례가 많다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이론이 있어야 내용을 정리하고 설명하기 좋으니 이런 프레임은 좋은 분석도구로 보인다.

이런 이론이 있는데 이 이론을 잘 따랐던 사람이 이런 사람인데 성공했고, 이 이론을 따르지 못한 사람은 실패했다라고 정리가 되면 비교도 되고, 이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실패자에 대한 분석책은 드물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나중에 2권도 읽어봐야겠다.


p27 결국 인간은 자기 자신을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마을이나 국가, 그리고 친족, 심지어는 가족마저 자기 자신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p30 외부의 적과 싸우는 것은 당신을 영웅으로 만들어줄 수 있지만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은 당신의 생명을 지켜주는 일이므로 내부 단속이 훨씬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홈그라운드를 완벽히 장악하기 전에 외부 정복에 나서는 것은 게임이론의 견지에서는 절대로 해선 안되는 행동이다.

p33 항우는 진나라를 멸망시킨 후 식민지 상태에서 자신이 해방해준 6국 사람들에게 곧바로 나라를 돌려주지 말았어야 했다. 비협조저 게임 이론의 논리에 따르면 사람들은 과거의 은혜는 쉽게 잊지만 미래의 이익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므로 너무 쉽게, 너무 빨리 은혜를 베풀면 안 된다.

p44 현재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윤 배분이 코어 방식이나 새폴리 벨류 개념에서 내놓는 기준에 잘 맞는지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만일 현재의 배분이 코어나 새플리 밸류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면 그 조직은 가까운 미래에 주요 구성원의 이탈로 와해나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p49 카르타고가 멸망하고 65년이 지난 때인 기원전 91년, 마침내 로마의 동맹시들이 로마에 선전포고를 한다. 바로 동맹시전쟁이다. 여전히 로마의 동맹시를 자처한 도시국가도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도시국가가 동맹을 파기하고 로마를 공격했으며, 이때 이들 도시국가들은 스스로를 이탈리아라고 불렀다.

p67 백워드인덕션이란 만일 내가 이 일을 했을 때 그 결과로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예상해 그 미래의 일들까지 고려하면서 현재 어떤 행동을 취할지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p77 한신은 결코 고분고분한 부하는 아니었던 것이다. 당연히 유방은 한신의 태도에 매우 화가 났지만, 이런 마음을 숨기고 한신을 승진시키으로써 한신을 감동시켜 계속해서 충성하도록 유도했다.

p100 경제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가리켜 홀드업 문제라고 부른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홀드업 문제는 중소기업이 인질로 잡히는 것이 아니라 인질로 잡힐까 두려워 대기업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p127 짐작하건대 당시 신라는 귀족 세력의 힘이 강해 아무리 왕이라 하더라도 귀족들의 협의체인 화백회의에서 지지를 받아야 국정을 처리할 수 있었다. 김춘추의 할아버지인 진지왕이 생전에 왕위를 포기했다는 것은 화백회의에서 귀족들이 진지왕을 탄핵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p136 홀름스트림 교수의 해법과 유전자들의 해법에서 전하는 공통적 메시지는 단 한 사람의 구성원이라도 꾀를 부리고 맡은바 임무를 게을리하면 전체 조직이 멸망하게 된다는 절실함이 있어야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p150 레퓨테이션 게임 전략은 제대로 구사하면 큰 이득을 얻지만, 레퓨테이션 환상이 깨지면 그 순간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이 전략을 구사하고자 할 때는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해야 한다.

p173 17세부터 숱한 전투를 거듭하며 온갖 위기를 극복했고 일본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던 오다 노부나가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던 심복 부하의 배신으로 49세에 사망하고 만다. 더구나 후계자로 지명된 오다 노부나가의 큰아들도 함께 교토에 머물고 있어 습격을 피하지 못했다.

p181 게임이론에서 담합은 중요한 주제이다. 기업들이 담합을 하면 순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담합은 대부분의 경우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조만간 깨지게 마련이다. 철수나 영수 중 한 명이 결국 배신을 하고 가격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이론에서는 어떤 경우에 담합이 붕괴되는지를 연구한다. 재미있게도, 담합이 가장 많이 붕괴되는 상황은 경기가 안 좋아서 구두가 잘 안 팔리는 때가 아니라 경기가 좋아 구두가 잘 팔니느 때다.

p208 세키가하라 전투에 참여한 다이묘들도 그 절반 이상은 서군과 동군에 모두 참여하겠다고 약속하며 양다리를 걸쳤다. 그러고는 끝가지 어느 쪽에도 참여하지 ㅇ낳았다.

p230 이런 측면에서 보면 넓은 영토를 다스리는 영주라는 지위 대신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나다 유키무라의 선택도 최고의 선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당시 사나다 유키무라보다 더 많은 전투 경험을 가지고 더 많은 공을 세웠던 일본의 장수가 많았으나 그들 대다수는 현재 그 이름이 기억되지 못한다. 반면 거의 모든 일본 사람이 장렬하게 죽어간 사나다 유키무라의 이름은 안다

p237 사나다 유키무라와 주신구라의 47인은 비록 패자가 되거나 죽임을 당했으나 역사와 일본인들의 기억 속에서는 영웅이 되었다. 반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현실에서는 도박에 성공했을지 몰라도 역사적으로는 존경받지 못하는 인물로 남았다. 과연 누가 성공하고 누가 실패한 건지 판가름하기가 어렵다

p247 병자호란은 조선의 군사들이 게으르거나 전투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라 조선의 국왕과 최고 지휘관들이 청나라 군대의 작전을 간파하지 못해 전략 측면에서 청나라에 완패를 당한 전쟁이었던 것이다.

p249 경제학의 게임이론에서는 권투 선수의 이런 행동을 혼합전략이라 부른다. 오른손 또는 왼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써서 상대방이 어느 쪽을 막아야 할지 혼란스럽게 만드는 전략이다. 그런데 혼합전략을 쓸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내게 유리한 쪽을 생각하기보다는 상대가 예상하지 못하는 쪽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p266 상관의 눈에는 경험 없는 부하 직원들이 어설퍼 보이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듯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조직의 책임자라면 부하들이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이끌어야 하며 그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이를 위해서는 업무 측면에서 약간의 비효율이 발생하더라도 부하 직원들에게 일정 정도 권한을 이양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p273 미래에는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소수의 인간이 인공지능 기게를 이용하여 생산 작업을 하고 전투에 임하는 시스템을 더 빨리 받아들이는 국가가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갑옷을 입은 소수의 기사들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될 수 도 있다는 의미이다. 인류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또 한 번의 대격동을 겪게 될 것인가

p280 남북전쟁에서 남부의 목표는 미국 연방 탈퇴다. 북군이 남부로 내려오는 것을 방어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반면 북군은 남부의 탈퇴를 막는 것이 목표다. 그러려면 남부의 마지막 마을까지 모두 공격하여 승리를 거두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전쟁의 주요 양상은 북군이 남군을 향해 처들어가면 남군이 요새 뒤에서 방어하는 형태였고, 그러다 보니 북군에서 사상자가 더 나올 수 밖에 없었다.

p326 근대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는 “어떤 사람이 내일 새끼손가락을 잃어야 한다면 오늘밤 그는 잠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1억 명의 사람들이 파멸한다 하더라도 그가 직접 본 것이 아니라면, 그는 깊이 안도하며 코를 골며 잘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요컨대, 인간이란 1억 명의 파멸보다 자기 손가락 잘리는 것을 먼저 염려하는 존재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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