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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장강명 지음 / 글항아리 / 2026년 3월
평점 :
제목 :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작가 : 장강명
출판사 : 글항아리
읽은기간 : 2026/06/28 -2026/07/03
장강명님의 책은 소설도 그렇고 논픽션도 그렇고 읽는 맛이 난다
이번 책은 벽돌책 100권 소개하기다.
벽돌책은 보기만큼 어려운 책도 많지만, 생각보다 술술 넘어가는 책들도 많다.
내겐 총균쇠나 사피엔스가 그랬다. 죄와벌같은 소설은 읽다가 포기했다.
이 책에서 다양한 벽돌책을 알게 됐다.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많은걸 보면 작가가 책소개를 잘하고 나를 잘 홀린것 같다..
이런 분들의 책을 보면 분야가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소개해줘서 참고할 내용이 많다.
날잡아서 읽어봐야지..
p46 1816년 여름, 젊은 남녀 네 명이 무서운 이야기 쓰기 내기를 벌입니다. 참여자는 불과 열여덟 살이었던 메리 셀리, 메리와 사실혼 관계였던 시인 퍼시 셸리, 메리를 짝사랑했던 의사이자 작가 존 윌리엄 폴리도리, 그리고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파 시인이자 난봉꾼인 바이런입니다. 이 대단한 내기의 결과로 메리는 최초의 SF로 평가받는 프랑켄슈타인을, 폴리도리는 최초의 흡혈귀 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 뱀파이어를 썼습니다.
p67 이 책은 바로 그 수천 년에 집중하는데, 읽는 동안 저자의 진짜 질문은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가 아니라 문명은 어떻게 발전하는가임을 깨닫게 됩니다. 책은 거대한 시야로 동서양의 역사를 살피며 사회학도 지리적 요소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p85 우리를 묶어준다고만 여겼던 인간적 사회성에는 치명적인 취약점이 있습니다. 깊은 생물학적 본성 때문에, 우리는 사회적 지위를 위해 엄청나게 잔인해질 수 있고, 적을 발명해 인간이 아닌 존재로 기꺼이 깎아내립니다. 인간 사회는 반드시 분열됩니다.
p98 동시에 800쪽짜리 책 한 권을 완독하는 것과 그걸 요약본으로 읽는 것도 완전히 다른 경험입니다. 요약본에는 결론은 있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생각의 과정이 없습니다. 사유의 가치는 결론에만 담겨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개는 설명을 줄이면 왜곡이 생기고, 논증을 생략하면 결론이 공허해집니다.
p109 자폐인 부모의 절망감이나 조현병 환자 가족의 두려움에 대해 읽을 때는 심장이 죄어드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막연히 힘들겠지 하고 짐작하는 수준의 짐이 아니더군요. 우리는, 사회는 뭘 해야 할까요
p121 전문 지식 없이, 순전히 ‘뭐라는 건지 궁금하다. 지적인 재미를 맛보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책을 펼쳐든 교양독자에게는 선물 같은 물건입니다. 전혀 어렵지 않거든요 식사자리에서 화제로 꺼내면 사람들 이목을 모을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빼곡합니다. 저자의 입담은 다소 심심하지만 워낙 소재가 선정적이니 넘어가자고요. 절반 정도는 섹스와 살인, 그리고 권력 다툼 이야기입니다.
p135 요즘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을 자주 떠올리고 있어요. 낡은 것은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가 위기이며, 그때 병적인 징후들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p147 고드윈의 법칙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미국의 변호사이자 작가인 마이크 고드윈이 만들어냈다고 하는 법칙 아닌 법칙입니다. 온라인 논쟁이 길어지면 상대를 나치라고 부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는 내용이에요. 한국의 온라인 환경에서는 나치대신 친일파, 빨갱이, 여형, 일베, 1찍, 2찍같은 단어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p161 두 책이 어렵다고 하는 반응은 실제 내용이 난해해서가 아니라 그 결론에 대한 거부감 때문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기 이론에 대한 두 저자의 강한 확신이나, 간혹 미심쩍어 보이는 비약도 두 책에 모두 들어있네요.
p164 간혹 이 책을 인간의 행동은 유전과 환경 양쪽으로부터 모두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하는 글을 봅니다. 글쎄요. 이 책, 그렇게 얌전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유전이 진짜 중요하나니까! 제발 아닌 척하지 말자가 더 제대로 된 요약입니다.
p179 20세기의 경험은 유토피아주의가 폭력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대를 떠나 사회 진보를 꿈꾸는 이라면 마음에 새겨야 할 교훈입니다.
p192 대규모 폭력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종교가 가장 훌륭했을 때 수백 년 동안 해온 일”을 해낼 방법을 이 세속의 시대에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p198 책이 그리는 CIA의 종합적인 이미지는 통제받지 않은 채 국가 예산으로 황당한 짓거리를 벌이는 아마추어들입니다. 최고 경영자가 비전이 없고 임원들이 무능할 때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긴 우화처럼 읽히기도 해요.
p214 레이번드 카버. ‘내가 바로 문학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사나이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십대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나이 오십에 죽을 때까지 글쓰기에 매달렸습니다. 알코올중독을 심하게 겪고 두 번 파산하는 동안 주옥같은 단편소설을 쓰고, 마침내 술을 끊고, 주옥같은 작품을 더 쓰고, 명성을 얻고,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쉰에 죽은 뒤 전설이 되었죠.
p261 오크리는 30대 초반에 발표한 이 소설이 부커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습니다. 어린 시절 참혹한 나이지리아 내전과 정치적 혼란을 겪은 그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 이 작품에 대해 “내가 본 현실을 전통적인 문학기법으로 묘사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습니다.
p269 읽는 내내 파토스를 느꼈습니다. 그래, 인간이 이렇지. 우리 다 어리석지. 절박하면 다 이렇게 앞을 제대로 못보게 되지…
p293 특급 작가들의 독서 에세이입니다. 당연히 문학이란 무엇이고 장르란 무엇인가, 여성 작가들의 이름은 어떻게 지워졌나, 나는 왜 소설가가 되었나, 작가와 작품은 분리해야 하는가와 같은 근사한 질문과 답변이 가득합니다.
p296 모파상은 아이러니의 대가입니다. 대단히 효율적으로 아이러니의 앞부분을 쌓아올리고 정확한 호흡으로 주인공과 독자를 낭패감에 빠뜨립니다. 그 낭패감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라 믿었던 생각이 틀려서일 수도 있고, 성실하고 선량하다고 믿어온 특정 인물이 실망스럽게 행동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p302 그럼에도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초점을 맞추는, 목차에 없는 101번째 동물은 역시 인간입니다. 갑자기 큰 힘을 얻는 바람에 오만하고 무책임해진 종, 이제는 지렁이 이상으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종입니다.
p319 촘스키가 강연과 인터뷰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를 한 줄ㄹ 요약하라면 ‘현대 사회가 언론, 교육, 마케팅과 같은 도구를 활용해 어떻게 시민을 세뇌하는가’입니다.
p325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었고 성냥팔이 소녀는 동사했고 장난감 병정은 불 속에서 녹아버렸습니다. 저는 그 동화들이 세상의 불가해한 비극을 좀 온순한 형태로 아이들에게 겪게 해주는, 일종의 정신적 백신 주사였다고 생각합니다.
p336 다소 뜬금없이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문해력의 핵심은 어휘력이 아니라 지적 겸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누리꾼이 사흘이나 금일 심심한 사과같은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들이 있었죠. 제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 것은 그들이 해당 단어의 뜻을 몰랐다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모르는 단어, 혹은 적어도 앞뒤 맥락과 잘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 드는 단어가 나왔을 때 사전을 찾아보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