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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변화의 시대,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26년 6월
평점 :
제목 :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작가 : 김상욱
출판사 : 동아시아
읽은기간 : 2026/08/22 -2026/08/29
글잘쓰는 김상욱 교수가 시사인등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서 낸 책이다.
유명하고 공부를 많이 한 분이기에 글 청탁도 많았던 것 같고, 그렇게 쓴 글들이 한번 읽고 버려지기엔 아까우니 이렇게 책으로 재편집되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책들의 단점은 책의 주제가 별로 없다라는 것..
읽기는 하지만 주제가 있는게 아니다 보니 머리속에 정리가 된다기 보다는 나열식으로 죽 내용이 펼쳐저 파편적으로만 기억이 남는다.
과학자의 글이라고 하기엔 감상적이고 당위론적인 내용도 많다.
그래도 세상에 애정을 가진 과학자다보니 인간적인 모습도 볼 수 있고, 인공지능이나 게엄같은 현시대를 바라보는 시각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가볍게 읽으면 되는 책이다.
p12 예술과 기초과학을 가르쳐야 합니다. 지금 고등학교에서는 프로그램을, 대학에서는 CAD를 가르치는데, 이건 미친짓입니다. 읽기, 쓰기, 생각하기, 예술, 연극, 악기를 배우고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역사를 배워야 합니다. 기본이 항상 최고입니다.
p18 진화심리학에서 문화는 유전자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지, 유전자에 영향을 주는 ㄱ원인이 아니다. 현대 인간의 문화는 인간의 본성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p21 만약 탐험대원 가운데 한 사람이 이누이트족에게 구출되어 오랜 시간 함께 산다면, 그 대원도 북극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할 것이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지능보다 문화와 그것을 학습하는 능력이다.
p42 이렇게 모르는 사람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우리는 태연히 스마트폰을 보거나 심지어 잠까지 잔다. 더구나 낯선 이가 가까이 다가와도 곧바로 그를 쫓아내거나 공격하지 않는다. 다른 사회성 동물의 눈에는 기적같은 일로 보일 것이다.
p73 영국 정보부는 에니그마라는 기계식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봄브라는 기계를 만든다. 눈에는 눈, 기계에는 기계다. 봄브는 수학자 엘런 튜링의 아이디어를 구현한 것으로, 현대 컴퓨터의 조상뻘이라 할 만하다.
p99 서양에서 신기술 철도는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되어 많은 이들이 그것이 가져온 번영을 공유했지만, 식민지에서 철도는 주로 지배와 착취의 수단으로 쓰였다. 1940년대 인도의 뱅골 대기근 시기에 영국 당국은 철도를 식량 수송에 이용하지 않았고 수백만 명의 인도인이 목숨을 잃었다.
p102 미국의 주요기업들은 1970년대 중반 이래로 이어져 온 기업의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가 디스토피아가 아니리라는 보장이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이로울 지 해로울 지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통제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p114 5세가 되면 뇌는 완전한 크기의 90%에 이르기 때문에, 청소년기의 성장은 생물학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주로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p122 도파민은 만족의 호르몬이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보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호르몬이다. “계속해. 계속! 만족이 바로 저 앞에 있어”라고 외치며 끝없이 다음 포르노 동영상을 클릭하게 한다는 뜻이다.
p145 종교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고통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대개의 종교는 신이 존재함에도 악과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 신정론을 가지고 있다.
p151 미국 도덕철학자 해리 프랭크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에 따르면, 거짓말은 의도적으로 진실을 왜곡하지만, 개소리는 무엇이 진실인지에 아예 관심이 없다. 헬기로 투입된 군 병력이 창문을 깨고 국회에 난입했으나 국회 기능을 마비시킬 의도는 없었다는 12.3 게엄에 대한 윤석열의 담화가 그 예다. 개소리는 그냥 둘러대며 내뱉는 말이라 틀리지조차 못한다.
p167 김홍도도 그림자를 보았겠지만 그려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림자를 그리려면 빛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그림자는 빛이 직진하기에 일어나는 현상인데, 직진하는 빛이 물체에 부딪히면 흡수되거나 반사되어 빛이 진행하지 못하는 영역이 생기기 때문이다.
p170 카라바조는 연습을 위한 스케치 드로잉을 거의 남기지 않았고, 그의 그림에는 밑그림도 없으며 불과 하루이틀 만에 그림을 완성했다고 한다. 카라바조가 광학기구를 사용했다면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 다만, 호크니의 이런 흥미로운 주장이 학계의 정설은 아니다.
p190 피터 티친의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에 따르면 국가가 무너지는 데는 전형적인 패턴이 있다. 간단히 말해, 대중의 궁핍화와 엘리트의 과잉생산이 주된 이유다
p196 역사 동역학의 예측이 얼마나 맞을 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우리가 세계사적으로 중대한 격동의 시기로 들어서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그렇다면 빈부 격차 해소와 청년 일자리 문제는 복지의 차원보다는 국가 존망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p105 유발 하라리는 넥서스에서 민주주의가 강력한 자정 장치를 갖춘 분산된 정보 네트워크라고 말한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분산되어 서로를 감시한다. 삼권분립은 독재를 막을 신의 한 수다. 나아가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정보를 공개하며, 사법부는 법의 해석으로 권력을 견제한다. 견제하고 자정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때 민주주의는 유지된다.
p222 19세기 서양에서 시작된 공교육의 주된 목표 중 하나는 학생들이 복종의 자세를 갖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혹독한 체벌은 일상이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교사가 학생을 때려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을 정도다.
p225 진화심리학은 현대인의 머릿속에 석기시대 수렵채집인의 마음이 들어 있다고 가정한다. 옷을 멋지게 차려입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커피를 마시며 예술 작품을 운운하지만, 현대인의 무의식에는 들판을 뛰어다니며 동물을 사냥하고 이웃 부족을 약탈하던 선사시대 인간의 마음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진화 심리학은 비판도 많이 받지만, 종종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주기도 한다.
p232 말을 유창하게 하는 사람도 쉴 새 없이 말실수를 하지만, 소통에 큰 문제는 없다. 뇌가 말의 덩어리를 만드는 중간 과정의 시간을 비워두지 않고 적당히 채우기 때문이다.
p244 뉴턴의 물리학은 자연을 숫자로 기술한다. 이 방법은 믿기 어려울 만큼 너무나 효율적이어서 이후 인류의 문명을 송두리째 뒤바꾸었다. 하지만 숫자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인간의 일을 인간의 방식이 아닌 숫자로만 해결하려고 할 때 인간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잃을 수 있다.
p255 존 로의 명목화폐 덕분에 1710년대 프랑스는 경제 위기를 벗어나 대호황을 맞이한다. 하지만 존 로는 미시시피회사 주식 거품 사태를 일으켜 프랑스 경제를 거의 붕괴시킨다. 이는 프랑스대혁명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될 정도로 중대한 금융사기 사건이었다.
p264 자유의지가 허구일지는 몰라도 인간에게는 자유가 필요하다. 근대 시민혁명의 목표는 자유와 평등이었다. 1859년 출간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자유가 왜 중요한지, 언제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지 말해준다.
p272 쓴맛은 몸에 나쁠 것 같은 물질의 맛이다. 쓴맛은 다양하지도 섬세하지도 않다. 그냥 먹지 말라는 신호일 뿐이다. 신생아 때는 입안에 쓴맛 수용체가 많이 못 먹는 음식이 많다. 신생아는 위험한 물질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p275 향이 식물의 화학무기다. 담배의 니코틴이나 커피의 카페인도 원래 식물의 방어용 독성물질이다. 담배나 커피가 몸에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희한하게도 인간이는 동물이 이를 즐기는 것뿐이다.
p290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는 인간이 순환하는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과 맞닿아 있다. 자연은 인간에게 조건 없이 선물을 주어 인간이 생존할 수 있게 해 준다. 인간은 자연의 선물에 감사하고 (자연이 요구하지 않은) 선물로 보답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선의로 선물을 주는 것이지 보답을 전제로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다.
p301 감정은 당신의 뇌작 신체감각 데이터를 해석하고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우리는 감각 입력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입력에 변형을 가하는 능동적 참여자다. 즉, 감각 입력이 자동으로 감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입력 정보를 해석한 결과물이 감정이다. 화가 나서 숨을 거칠게 내쉬는 것이 아니라, 숨을 거칠게 내쉬는 행동을 뇌에서 화라고 해석한다는 뜻이다.
p305 19세기 중반 유럽의 대도시에는 엄청난 수의 하인과 하녀가 있었다. 보통의 부르주아 가정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여러 명의 인간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기계에 의해 대체되었다. 물을 길어 오고 끓이고 내다 버리는 일은 상하수도가, 시장에서 닭을 사서 털을 뽑고 불을 피워 굽는 일은 공장식 가축 사육 및 도축 시스템, 유통망, 냉장고, 인덕션 레이지 혹은 가스레인지가 대신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기계에 의한 인간의 일자리 상실은 환영할일인지도 모르겠다.
p314 이렇게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진실을 알게 되면 제대로 된 대응 방법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