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도시 - 역사, 예술, 문화, 미식을 넘나드는 인문 기행
김지윤.전은환 지음 / 북다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 우리가 사랑한 도시
작가 : 김지윤
출판사 : 북다
읽은기간 : 2026/05/24 -2026/05/28


제목 그대로 저자가 사랑한 도시이야기..

교토, 피렌체등등 이름만 들어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도시들의 향연이다.

사람들의 눈이 다 거기서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도시는 남들도 좋아한다.

한두번은 방문했던 도시들이 많다보니 책을 읽으며 내가 걸었던 분위가와 비교해보게 된다.

여행은 추억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p19 무솔리니가 정권을 잡고 가장 먼저 감옥에 가둔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과거 세상은 지금 사라지고 있고, 새로운 세상은 아직 형태를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항상 괴물이 등장한다”

p26 피렌체 시민들이 메디치 가문의 편에 서며 파치 가문을 맹비난해서다. 하긴, 피렌체 최고의 미남을 잔혹하게 살해했으니 피렌체 여성들의 공분을 샀을 법하다. 결국 파치 가문은 무자비한 보복을 당했고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p45 르네상스 당대의 미술가이자 메디치가의 행정가였던 조르지오 바사리는 그의 책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에서 “고시코 데 메디치는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 솜씨를 애착하여… 그리소 수난의 모든 과정을 그리도록 위촉하였다”라고 전하며 그의 생애가 진실로 천사라는 이름에 걸맞다고 칭송한다.

p54 794년 간무 천황이 교토로 천도를 감행하며 헤이안 시대가 열렸고, 일본 고유의 문화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틀이 잡혔다. 1185년 가마쿠라 막부가 정권을 잡은 이래 전국 시대를 거치면서 천황가는 점점 상징적인 존재가 됐지만, 일본의 수도라는 권위와 상징은 늘 쿄토만의 것이었다.

p55 금으로 된 누각이 연못 위에 떠 있는 모습은 가히 비현실적이다. 물에 비친 금빛 누각을 바라보며 백일몽에 빠져들었던 기억도 있지만, 이제 금각사에서 그런 시간적 사치를 부리기는 어렵다. 금각사는 오버투어리즘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고 사람들에 떼밀려 사찰 주위를 한 바퀴 돌고는 허검지겁 다음 행선지를 찾아 떠나야 하는 곳이 되었다.

p65 스팀슨은 교토야말로 일본의 문화적 심장이라고 이해하고 있었고, 그런 도시를 파괴한다면 전쟁 이후 미국의 도덕성에 흠집이 생길 거라 여겼다 또한 전후 소련과의 경쟁이 시작될 대 교토 공습은 일본과의 관계 복구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고, 나아가 자칫 일본이 공산주의 진영으로 기울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교토가 폭격 대상에서 빠진 것은 문화적, 정치적 고려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p86 뉴욕의 프릭 컬렉션처럼, 아름다운 주택 공간에 걸작들이 무심히 걸려 있는 풍경은 20세기 초 미국 산업 자본의 위상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p99 1561년 8월, 프랑스에서 남편 프랑수아 2세를 잃고 스코틀랜드로 돌아온 메리 여왕이 풍요로운 프랑스와 달리 가난하고 척박한 고국의 풍경에 놀랐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그때의 심정이 이런 것이었을까 싶다

p106 경제학의 ㄱ은 몰라도 이름은 들어봤을 보이지 않는 손의 애덤 스미스, 증기기관을 개발해 산업혁명을 이끈 제임스 와트, 아이반호의 저자이자 역사 소설의 거장 월터 스콧 모두 스코틀랜드가 배출한 인물들이다.

p110 많은 위스키 이름에 계곡을 뜻하는 글렌이 붙은 것은 과거 세관을 피해 깊은 계곡에 숨어 술을 빚어야 했던 고단한 역사와, 그곳의 맑고 깨끗한 물에 대한 자부심을 함께 품고 있다.

p132 카를 5세는 저지대 지역인 겐트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벨기에의 도시다. 그는 저지대 국가들에 대한 애정이 깊었고, 이 지역의 자치권을 존중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앙집권적 통제는 버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의 아들인 스페인의 펠리페 2세였다. 열렬한 카톨릭 신자였던 그는 종교재판을 강화해 수많은 개신교도를 이단으로 몰아 처형했다.

p158 2010년, 약 6,400만 달러를 들인 대대적인 재건축을 통해 가장 화려했던 1930년대 상하이의 분위기를 되살린 피스 호텔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유적지다.

p186 인상파 화가들과 가깝게 지내며 그들을 후원했고 그들을 후원했고 그들의 그림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그중에서도 집중적으로 수집한 일곱 명의 화가, 일명 카유보트 세븐이 존재했다. 클로드 모네, 애드가 드가, 카미유 피사로,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알프레드 시슬레, 에두아르 마네, 폴 세잔이 그들이다.

p190 루브르의 소장 컬렉션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 인물은 나폴레옹이다. 정복 전쟁을 통해 쓸어온 수많은 예술 작품으로 치장한 루브르는 그야말로 황금기를 누렸다.

p198 사람들은 파리에 오면 시시때때로 걸음을 멈추고 쇼윈도 안을 들여다본다. 쇼윈도를 넋놓고 바라보는 도시 산책의 즐거움이 어느새 200년을 훌쩍 넘겼다.

p216 이 공간의 개발 방식을 두고 수십 년간 수많은 논의가 오갔고, 그사이 많은 계획안이 좌절되고 폐기된 기록이 남아 있다.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오래된 건물의 골격을 그대로 살려 이처럼 완성도 높은 공간을 만들어낸 런던 사람들의 참을성이 조금 부럽게 느껴진다.

p228 각 지역구에서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된 하원에서는 의원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부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성이 클라크인 의원을 미스터 클라크나 미세스 클라크라고 부르면 안 된다. 그 의원의 지역구를 붙여 ‘The Honourable Member / Gentleman / Lady for 지역구 이름’과 같이 불러야 한다.

p230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웃음이 나올 법한 관례들이지만, 그 모든 것을 여전히 지켜오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영국의 매력이다. 프랑스에서 대혁명의 불길이 타오르던 시기에 “우리는 저렇게 하지 말자”라고 경고했던 에드먼드 버크의 나라답다. 이 모든 것인 전통이자 역사이며, 영국이 자랑스러워하는 대영제국의 유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처럼 걷고 여행처럼 찍다
김문경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영화처럼 걷고, 여행처럼 찍다

 : 김문경

 : 사유와 공감

읽은기간 : 2025/12/02 -2025/12/08


영화감독이라고 하는데 사실 잘 모른다. 

아마 내가 영화를 잘 보지 않기 때문이리라..

여행지 하나에 영화 1-2편이 엮어있는 영화 촬영지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책 표지가 이쁘고,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온다. 

역시 보기에 좋아야 읽겠다는 마음이 든다. 

나도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고 파리에 가서는 촬영지를 찾아고보곤 했다. 

영화를 많이 보는 건 아니라서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많지는 않았다.

저자는 나는 한번도 보지 않은 영화의 촬영지를 찾아가며 설레는 감성을 책이 많이 표현했다. 

영화를 봤으면 더 설렜을텐데 상상으로만 설레려니 한계가 있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면 더 공감이 될 것 같다. 

맨 마지막 챕터에 홍콩과 중경삼림 영화이야기가 있다. 

홍콩은 좋아하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중경삼림과 엮이니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중경삼림에 나오는 왕페이는 정말 예쁘다.. 문득 홍콩에 가고 싶어졌다. 

이게 영화가 영화촬영지로 이끄는 힘인가 보다.. 


p28 쿠바에서 카리브 해를 만끽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바라데로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것, 다른 하나는 소박하고 한적한 시골마을 플라야 히론에서 쿠바노의 로컬 여행을 경험하는 것.

p74 영화속 명대사인 “때로는 잘못된 기차가 삶의 목적지로 인도한다”가 의미하듯, 영화는 인생이 어긋난 이들의 삶을 바로잡기 위한 여정을 담아낸다. 영화가 끝나면 우리 역시 각자 인생의 지난 흔적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p133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시를 볼 때면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감탄하곤 했는데, 포르투에서 나고 자란 그의 배경을 이해하면 ‘그런 시들이 탄생할 수밖에 없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한 줄 명언이 떠올랐다. ‘인생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와인이다”

p171 앤디는 파리 패션 위크를 기점으로 미란다의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지만, 과감히 패션계와 이별한다. 며칠 뒤, 오랫동안 꿈꿔온 언론사 기자 면접을 보는 엔디. 면접관은 미란다는 업계에서 악랄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그녀가 친히 추천서를 써줬다면, 의외라는 듯 내용을 읊어준다. “앤디는 내게 가장 큰 실망을 안겨준 최악의 비서다. 그리고그녀를 채용하지 않으면 당신은 최악의 멍청이다”

p345 고전적인 우캉맨션의 배경과 마치 무신사 모델들 같은 GenZ들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가 섞인 풍경 같았다. 우린 우캉루의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고, 카페인 수혈을 하며 열심히 그 모습들을 눈에 담았다.

p307 밀란 쿤데라는 소설 불멸에서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옳다. 비록 틀렸다고 할지라도, 사랑에 대한 모든 정의에는 언제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삶을 운명으로 바꿔 놓는다는 점 말이다”. 이 구절처럼 이들의 사랑은 그릇되었을지언정, 운명이 바뀌어버린 애달픔과 처연함이 찬란하게 아름답다

p332 그러한 논리적인 이유도 한몫하겠지만 나의 애정은 객관적 사고를 초월한다. 사랑에 빠지는 데, 정확한 이유가 없든, 중경삼림에 대한 나의 사랑을 언어로 규명할 수 없다.

p338 663은 페이가 자신에게 남긴 편지를 보여주며 묻는다. “이런 티켓을 내고도 비행기를 탈 수 있어요?” 페이는 천연덕스럽게 냅킨에 새로운 비행기 티켓을 그려준다. “어디로 가고 싶어요?” 663은 대답한다. “아무 곳이나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요” 영화는 사랑의 시작을 알리듯, 설렘 가득한 음악 몽중인과 함께 막이 내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말엔 산사 - 10년 차 디자이너가 펜으로 지은 숲속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방
윤설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주말엔 산사

 : 윤설희

작가 : 윤설희

 : 아트북스

읽은기간 : 2025/11/22 -2025/11/24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윤설희님이 그동안 방문했던 산사를 그림으로 그리며 만든 에세이집..

그림이 세밀해서 마치 그곳을 직접 보는듯한 느낌이다. 

그림만 보면 엄청 예쁜 디자이너일것 같다.. ^^

그림뿐만 아니라 그림의 모티브인 사진들도 있어서 산사의 정취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방문하기 좋은 계절별로 산사를 표시해놓아서 여행책자로도 좋을 것 같다. 

종교가 다른데도 산사는 참 좋다.. 


p32 전면이 일곱 칸이나 되는 건 한국 절 중에서 유일합니다. 대적광전이 가로로 긴 형태의 건물인 이유는 정유재란 때 불에 탄 건물 여러 채를 통합하여 지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물인데 여러 전각을 통합하여 운영하는 건 굉장히 독특한 시도입니다.

p192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불상 여러 개가 줄지어 앉아 있습니다. 여러 전각을 통합해 지었기 때문에 통 법당에 하나의 주불을 모시는 것과 달리 5위 불상(비로자나불, 아미타불, 약사불, 석가모니불, 노사나불), 6위 보살(대세지보살, 관음보살, 보현보살, 문수보살, 일광보살, 지장보살), 그리고 오백나한을 모시고 있습니다.

p195 주불전. 절의 중심이 되는 부처님을 모신 법당을 주불전이라 부릅니다. 가장 중요한 만큼 절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짓습니다. 주불전에 누구를 모시느냐에 따라 절의 성격이 다릅니다. - 대웅전(대웅보전) : 석가모니불(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 극락전(무량수전) : 아미나불(조계종) - 대광전(대적광전) : 비로자나불(화엄종) - 미륵전 : 미륵불(법상종)

p231 그는 서양 건축이 학문적 지식이라면, 한국 건축은 경험의 지배라고 말합니다. 서양 건축이 자신의 미감을 표현하는 일이라면, 한국 건축은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서양에서 건축은 관찰하고 분석하여 미적,기술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대상인 반면, 한국에서는 지식인일수록 자신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철학, 법도 등의 가치를 건축을 표현하려 했다고 합니다. 건축이란 자연을 느끼는 곳이자 마음을 다스리며 수행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p281 운주사 석상은 전문 예술인이 아닌 스님과 석공들이 만들어서일까요. 제각기 다르면서도 하나같이 파격적이며 개성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탑과 불상의 양식을 모두 벗어나며, 보는 이에게 평면적이고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p334 누군가는 너무 상업적이고 고즉넉함 없이 화려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봉은사는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1월 매화 - 금둔사 남월매, 한국에서 가장 빨리 개화하는 매화로 나비가 날기 전 피어서 매실을 맺기 힘듭니다.

2월 해안 풍경 - 보문사, 보리암, 항일암, 낙산사, 용궁사, 미황사, 백련사 도솔암

3월 매화 - 선암사 선암매, 화엄사 흑매, 통도사 자장매, 백양사 고불매, 갑사 황매화 축제

3월 동백꽃 - 선운사, 백련사, 미황사

4월 벚꽃 - 쌍계산, 개암사, 운문사, 탑사(한국에서 가장 늦게 개화) , 개심사 청벚꽃, 겹벚꽃, 문수사 겹벚꽃, 불국사 격벚꽃

5월 꽃 - 마곡사, 선암사, 갑사 황매화 길

6월 녹차 - 쌍계사, 선암사, 대흥사, 불회사

7월 백일홍 - 백련사, 개암사, 마곡사, 탑사, 문수사, 무량사

7월 수국 - 태종사

8월 전나무 길 - 월정사 내소사, 선암사, 불회사

8월 소나무 길 - 법흥사, 운문사, 개심사, 불영사, 보경사

8월 숲길 - 강천사, 내장사, 불회사, 화암사, 송광사, 법주사

9월 꽃무릇 - 흥국사, 불갑사, 선운사, 용천사

10월 단풍 - 상원사, 월정사, 내장사, 금산사, 무량사

11월 은행나무 - 부석사, 용문사, 영국사, 흥주사, 수종사

11월 단풍 - 송광사, 금산사, 무량사, 내소사, 정암사

11월 갈대밭 - 관룡사, 도갑사, 표충사

12월 설경 - 망경사, 선운사, 운주사, 월정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나와 그녀들의 도시

 : 곽아름

 : 아트북스

읽은기간 : 2025/11/13 -2025/11/23


연말로 가면서 재미있는 책들을 많이 읽었다. 올해는 운이 좋다. 

곽아름님의 문학 여행기. 

저자는 자신이 읽은 문학의 배경이 되는 곳을 다니며 여행한다. 그곳에서 작품속의 주인공을 만나고, 집을 방문한다. 

스칼렛을 좋아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장을 할애했다. 

내가 좋아하는 빨간머리 앤의 동네도 방문하고, 난 읽어보지 않았지만 여러 문학속 주인공들의 동네를 방문한다. 

역시 섬세한 사람들은 더 많은 걸 보고 느끼는 것 같다.

난 주로 작곡가들의 고향과 일했던 곳을 방문했는데 내가 그 곳을 방문했을 때 느낌이 저자와 비슷할 것 같다. 

저자는 책을 냈고, 난 일기장에 기록했다. 

기록하고 정리하고, 그것을 꺼내보면서 감동을 되새김하는 건 좋은 일이다. 

읽어서 즐거웠다


p9 그가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명은 맨 마지막 장 길이 굽어지면. 친아버지 같은 매슈가 죽자 앤은 진학을 포기하고 교편을 잡기로 결심한다. 마음을 굳힌 앤의 말을 그는 이렇게 번역했다.

p20 내가 퀸학원을 졸업하고 나올 때는, 내 앞에 길이 똑바로 뚫려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어요. 몇마일 앞까지도 뚫어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지금은 굽어진 모퉁이에 온 거예요. 이 길이 굽어지고 나면,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반드시 나는 좋은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p49 그녀는 67세의 4월 어느 날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약물과다복용. 자살로 추정된다. 몽고메리가 자살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나는 그린게이블즈의 앤 박물관에 다녀온 날 밤, 제미이가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후 알려줘서야 알았다.

p64 사랑에는 여러 빛깔이 있다는 것. 아니다 싶을 때는 헤어지는 편이 현명하다는 걸 알지 못했다. 이 모든 건 어릴 적부터 책벌레였기 대문에 생긴 병폐였다. 내가 즐겨 읽었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사랑의 굳건함, 사랑의 영원함, 사랑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p159 부유한 집안에서 호사스럽게 자라 평생 제 손으로 노동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던 스칼렛이 전쟁을 겪고, 가난을 겪고, 굶주림을 체험하면서 자기 손으로 일해 벌어먹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며 강인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장면.

p194 이날 낮 서배너의 대표적인 미술관이자 미국 남부 최초의 공공미술관인 텔페어아카데미 투어준 5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 도슨트가 내게 “왜 서배너에 왔느냐”고 물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때문이라고, 스칼렛 엄마 엘런이 서배너 출신이라 여기 꼭 와보고 싶었다고 하자 그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열서너 살 때 그 책을 읽었는데, 도무지 내용이 기억이 안나요. 그런데 당신이 서배너에 온 이유가 너무 재미있네요.” 그의 눈에 비친 나는 우리로 치면 이광수나 염상섭 소설을 속속들이 파고드는 서양인 격였으리라

p204 텔페어미술관처럼 이 집도 오언스가의 상속녀가 자식이 없어서 텔페어미술관에 기증, 텔페어 미술관 소유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메리 펠테어와 일리이저 톰프슨을 비롯해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로 넘쳐나는 도시, 서배너. 심지어 걸스카우트 창시자 줄리엣 고든 로의 생가도 서배나에 있다.

p229 디즈니를 일컬어 여자아이들에게 남성의 구원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공주 이미지를 주입한다도 비판도 있지만, 어디 그 공주들이 나약하기만 했던가. 디즈니가 택한 이야기들은 대개 엄마 품을 벗어나 어엿한 어른이 되는 소녀들이 성장담이고,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자란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어 험한 세상을 버텨낼 힘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p255 그렇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 그것도 중부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호스트는 그제야 우리가 왜 아침부터 짐을 들고 들이닥쳤는지 이해한 모양으로 그때부터 급속도로 친절해져서는 “내일 버스 시간 몇시야? 내가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줄게. 여기 택시는 아주 별로야”라며 호의를 베풀기 시작했다.

p268 1896년 앤 여왕풍으로 지은 건물이라는데 벽지도 가구도 참 우아한다. 감탄하며 숙소안내 브료셔를 보다가 깨달았다. 우리가 묵는 방, 하인들 방이다. 제일 싼 방이 그렇지 뭐. 진짜 우리는 언제쯤 여행 와서 에어비앤비나 친구네나 하인 방 말고 고급 호텔에 턱턱 묵을 수 있을까.

p303 둘의 결혼생활은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활동하던 보그 기자 폴린을 만나면서 파탄난다. 헤밍웨이는 이혼 위자료로 해들리에게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로열티를 주는데 나중에 이 작품이 영화화되면서 해들리는 뒤늦게 바람핀 남편 덕을 보게 된다.

p307 이 집에서 여자는 두 아들을 낳았고 소설가 남편은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쓰며 명성을 얻는다. 그렇지만 그 남편은 에전에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남의 남자인 헤밍위에를 탐내는 여자에게 홀려 여자와 집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새 여자와 함께 쿠바에 정착해 불후의 명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쓴다.

p322 비행기는 처음에는 그저 수평서 너머 한 쌍의 작은 불빛이다. 이윽고 작은 새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점점 해안으로 가까이 오며 몸집을 부풀린다. 헤엄치던 사람들도 일광욕하던 사람들도 일제히 환호한다.

p332 앨런뿐 아니라 같이 크루즈 여행중이라는 그의 여동생과 어머니도 “혼자 여행하는 거냐”며 내게 무척 친절해서 “설마, 나 동정받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단 떠나는 수밖에 - 여행가 김남희가 길 위에서 알게 된 것들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일단 떠나는 수밖에

 : 김남희

 : 수오서재

읽은기간 : 2025/09/15 -2025/09/20


책의 첫 여행지는 중앙아시아, 마지막은 아프리카다.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니라는 뜻.. 

작가가 20년 이상 여행을 다닌 여행가라서 그런지 편안한 여행이라기보다는 고생을 하는 여행이야기가 많았다. 

더구나 여행의 상당수 내용이 코로나 팬데믹 시절 이야기다 보니 코로나로 격리되는 이야기도 중간중간 계속 나온다. 

고생스런 여행이긴 하지만 그렇게 어려웠기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모습도 많이 보는 것 같다. 

대단한 여행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내 나이로는 이런 여행을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제목처럼 일단 떠나기는 하지만 더 즐거운데로 가고 싶다^^



p8 여행은 온전히 타인의 친절에 기대는 행위였고, 타인과 소통하는 과정이었다.

p23 초원에서는 어린아이도 제 몫을 해야 했다. 갓 태어난 망아지를 돌보거나 해질 무렵 가축을 우리로 몰고 오는 것도 아이들의 일이었다.

p30 타지키스탄은 국토의 93퍼센트가 산이고, 국토 절반 가까이가 고도 3천 미터를 넘는다. 거기에 더해 7천 미터급 봉우리가 네 개. 그냥 세계의 지붕이 된 게 아니었다.

p43 사티 마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냐고. 너희 어린 시절이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 될지 아느냐고,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나는 아이사에게 말할 수 없었다. 소중한 것이라는 내 말에 다시 연필을 돌려준 저 순진함은 나 같은 이가 한명씩 찾아올 때마다 조금씩 더 희미해질 것이기에.

p64 영어에서 사이를 뜻하는 between은 물리적 거리를 말한다. 반면 중국어를 비롯해 한국어와 일본어에도 존재하는 사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 간은 관계를 뜻한다. 불교를 비롯한 동양 사상에서 개인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비로소 사람으로서의 정의를 갖게 된다.

p99 두 번째 조지아 여행은 운이 나빴지만, 이런 사람들과 함께여서 운이 좋기도 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코비드 시대의 여행은 고달팠다. 불편함을 통과해야만 다다를 수 있는 어떤 시간과 장소가 있고, 그럴 때만 느낄 수 있는 어떤 결의 감정과 사유가 있다. 그런 면에서 여행의 끝말은 언제나 같았다. “떠나길 잘했다”

p117 세상에 맞추려 너와 싸우지 말고 너에 맞추려 세상과 싸워봐.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실컷 제대로 싸워보기나 하자

p139 전시에 등장한 또 다른 여성은 작곡가 알마 말러 베르펠.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그 시절 빈의 꽃으로 불렸던 그녀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건축가 발터 프로피우스, 시인 프란츠 베르펠과 세 번 결혼했다. 화가 오스카 코코슈가의 연인이자 집착의 대상이기도 했다.

p166 전날 갔던 텍스타일 공방도 그렇고, 이곳도 이탈리아의 힘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힘들고 귀찮고 돈이 되지 않아도 묵묵히 가업을 잇고, 그 전통을 외부인과 공유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부자의 고귀한 사명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p174 누나가 무슨 태조 이성계야, 몽테뉴야? 근데 몽테뉴도 낙마했어? 몽테뉴는 낙마 후 수상록에 육체와 의식의 분리 및 통합에 대한 사유를 남겨 후대 데카르트의 코기토에 철학적 영향을 주었다는데, 우리 누님은 얼마나 더 정치하고 웅혼한 철학적 논고를 남겨 세계 승마계와 생태학계, 의료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지 기대되네.

p195 체력이 인성이다. 체력이 떨어지는 만큼 정신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무엇이든 다 감당할 수 있다 믿었던 마음의 대양도 말라가기 시작한다.

p198 유럽인으로 산다는 일은 다른 세계에 빚진 자로 산다는 거라느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났다. 그녀들의 이런 태도는 아마도 여행을 통해 키워진 게 아닐까. 여행이란 결국 낯선 세계속 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편협한 세계를 부수는 행위이자 타인의 존재를 내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p246 코스타리카의 야생은 그 어느 곳과도 다르다. 인간의 손길이 채 미치지 못해 막막할 정도로 광대한 자연의 힘을 깨닫게 되는 파타고니아와도 다르고, 일체의 생명이 멸절한 후의 지구를 상상하게 만드는 아이슬란드와도 다르다. 코스타리카는 인간과 동물이 경계나 구분 없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곳 같았다.

p262 그날 오후에 마르몰라다의 빙하가 높이 25미터 폭 80미터 크기로 무너져 내려 아래쪽에서 트레킹을 하던 열한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난 탓이었다. 마르몰라다 봉우리는 그날 관측 사상 최고 온도를 찍었다고 한다.

p280 내 꿈은 소박했다. 인류의 시원이 된 아프리카 대륙의 신생국 나미비아, 독일의 식민지였다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점령다했다가 1990년에야 독립한 이 나라를 내 발로 둘러보고 싶었을 뿐, 거기에 더해 이 땅에 깃든 야생동물과 함께 해 뜨고지는 풍경을 누리며 감사히 하루를 마감하는 것. 그 정도가 그렇게 대단한 욕심이었을 줄이야!

p289 온수 샤워는 입구에서만 가능하고, 캠프사이트에는 수도도, 전기도 없다. 인터넷은 당연히 안터진다. 경이로운 주변 환경은 그 모든 불편함을 사소하게 만들었다. 캠프사이트 사이의 거리는 인간이 그리워질 만큼 아득히 멀었다.

p329 루마니아에서의 마지막 여정은 부코비나, 마라루레슈가 목죠 교회로 유명하다면 이곳은 채색 수도원으로 이름난 곳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채색 교회보다 더 내 마음을 끈 곳읁 안젤리카와 시미온의 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