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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책방 문화 탐구 - 책세상 입문 31년차 출판평론가의 유럽 책방 문화 관찰기 책방 탐구 시리즈
한미화 지음 / 혜화1117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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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책방 문화 탐구

 : 한미화

 : 혜화 1119

읽은기간 : 2024/09/28 -2024/10/06


이런 책 너무 좋다.

유럽을 여행하는 데 한가지 주제로 다닐 수 있게 만든다.

우리나라를 여행할 때도 가능하면 그곳의 동네 책방을 들리곤 하는데 유럽에 있는 동네책방을 들러볼 수 있는 가이드라서 더 좋다.

사실 동네책방이라고 하기엔 너무 유명하고 큰 곳이 많다. 그만큼 역사가 있는 곳이라는 뜻이리라. 

유럽도 아마존의 등장이후 동네책방이 쇠락을 겪고 있다. 그래도 잘 버텨주고 있어서 참 좋다.

없어지기 전에 방문해보고 싶은 생각뿐...



p20 긴 역사를 듣고 나면 세실 코트는 어떤 곳일까 기대되지만 막상 가보면 좀 놀란다. 아주 좁고 작은 골목에 자리한 앤티크 상점 거리다.

p43 책 좋아하는 이들이 대책 없이 빠져드는 공통 품목이 있다. 연필, 펜, 노트 등의 문구류다. 하나를 더하면 에코백이다. 정확히는 캔버스 가방이다. 그래서인지 책 관련 상품으로 많이 나온다

p49 울스틴 크로프트는 대형 체인서점 매대는 출판사의 입김으로 만들어지지만 돈트북스는 직원들의 안목과 단골 고객의 리뷰로 꾸며진다며 자부심을 내보였다. 그는 또한 돈트북스의 멤버십 회원들이 쓴 리뷰는 일반 고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도 했다.

p66 구텐베르크 이후 500여 년이 넘는 동안 책방은 값비싼 사치품인 책을 파는 곳이자 귀족이나 부유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엄숙한 지식의 전당이었다.

p82 파리에서는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파리 시청은 정말로 두 곳의 지베르 죈을 매입했다. 미국보다 어쩌면 더한 자본주의 국가가 된 한국에 사는 나로서는 이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p84 작고 개성있는 가게들은 모두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거리를 떠나고, 그 자리에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상점이 들어선다. 정겨운 골목길 풍경은 사라지고 그저 그런 동네가 되고 만다

p90 3개 층을 모두 책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바스와 에든버러에 있는 토핑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볼 만한 멋진 곳이었다. 궁극의 책방을 만난 느낌이었다. 보르헤스의 말을 써먹자면 책방의 천국이 있다면 바로 바스와 에든버러의 토핑이다

p107 프랑스에는 독일처럼 민족도 없고, 영국처럼 구심점이 될 여왕도 없다. 프랑스에는 오직 피를 흘리며 만들어온 공화주의 전통만이 있을 뿐이다. 공화주의 전통의 핵심은 사회 정의다. 프랑스 사람들은 사회 불의보다는 차라리 무질서를 택한다는 말이 있다

p113 자본주의가 탄생한 나라 영국에서 서비스를 결정하는 건 돈이다. 모든 가치를 돈에 따라 정확하게 결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간혹 가격은 싸지만 품질 좋은 물건이나 맛있는 음식을 접할 때가 있다. 영국에서 이런 기대는 접는 편이 좋다. 지불한 돈만큼만 서비스를 받는다.

p126 이때 실비아 비치가 나선다. 책방을 운영하던 그는 겁도 없이 이 원고를 직접 출판하기로 결심한다. 세익스피어앤드컴퍼니와 제임스 조이스는 이렇게 역사에 기록된다

p127 조지는 숙박계 대신 책방에서 하룻밤을 묵으려는 이들에게 각자의 인생에 대한 글을 쓰게 했다. 일종의 창작연습을 시킨 셈이다. 책방을 거친 이들이 쓴 약 3만 편의 글은 2016년 3대 사장인 실비아 휘트먼이 ‘내 마음의 넝마와 뼈의 책방’이라는 회고록으로 출간했다

p139 레 되 마고와 이웃한 카페 드 플로르는 1885년 시작했다 드 풀로르의 단골 명단은 어마어마하다. 생택쥐베리, 앙드로 말로, 피카소, 헤밍웨이, 기호학장인 롤랑 바르트, 대통령이 되기 전 미테랑도 있다. 영화배우 알랭 들롱이나 디자이너 라거펠트도 이곳을 좋아해 무시로 드나들었다.

p155 에든버러의 책방 중에는 조앤 롤링과 관계가 있는 곳은 없을까. 그럴리가! 로열 마일 남쪽의 주택가에 있는 에든버러 북숍에 종종 조앤 롤링이 나타나 책을 산다고 한다. 가디언은 “이런 책방이 바로 우리 동네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이 책방의 진가를 명쾌하게 표현했다.

p184 글래드스턴 도서관은 영국에서 유일하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우리도 책방에서 운영하는 북스테이는 여럿 있다. 나 역시 해본 적 있지만, 도서관 스테이는 처음이었다. 방에는 텔레비전이 없고 대신 검박한 침대와 나무 책상이 있다.

p204 파리 사람들은 부키니스트가 없는 파리는 곤돌라가 없는 베네치아와 같다고 여긴다. 그런 프랑스 사람들이니 안전은 명분으로 몇백 년 동안 파리 중심부에 자리잡아온 부키니스트에게 내려진 올림픽 기간 폐쇄 명령을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었다. 르 몽드에 곧장 실린 반박 칼럼의 첫 문장은 알베르 카뮈의 말로 시작한다. “문화를 타락시키는 모든 것은 노예의 길을 앞당긴다”

p223 긴 세월동안 블랙웰스를 사랑한 사람도 많다.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은 블랙웰스에서 외상으로 책을 산 적이 있다. 그는 외상값을 시로 갚았다. 고블린 발이라는 톨킨의 첫 시는 이런 이유로 블랙웰스 출판사에서 발표됐다. 옥스퍼드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나라 이야기를 쓴 톨킨과 루이스를 기념하는 코너가 블랙웰스에 별도로 있다.

p237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척 넓은 메인홀에 입이 벌어진다. 네 벽에 손으로 짝 서가가 높이 서 있다. 서가가 높으면 독자는 책 속에 파묻힌 기분이 든다. 현실과 거리를 둔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공간, 책들의 신전이다.

p251 기차역 말고 마터북스에는 유명한 게 또 있다. keep calm and carry on 이라고 쓴 포스터다. 우리말로는 침착하게 계속 나아가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 문구가 새겨진 머그잔이나 열쇠고리는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 시작이 이곳이다.

p267 서점 일기와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를 읽어보면 손 비델의 위트를 느낄 수 있다. 영국 코미디를 보고 있는 듯하다. 가까운 동네책방 주인 중에 책방의 민낯을 약간은 시니컬하게 드러낸 서점 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도 있었다.

p267 헤이온와이가 성공한 것은 왜일까. 헤이온와이에 가보기 전에는 특색 있는 책방들이 이루어내는 조화 덕분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막상 가보니 책도 책이지만 평온한 자연 환경이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려면 여유가 필요하다. 바쁜 현대인에게 책 읽는 시간은 휴식과 같다. 아름다운 자연 아래 책방을 거니는 시간을 만끽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이유가 아닐까

p288 P&G 웰스에는 못 갔지만, 상상의 나래 덕분에 새로운 제인 오스틴을 만났다. 200여 년 전 빅토리아 시대를 살았던 제인 오스틴의 작가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제인 오스틴이 자신을 작가로 여겼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그도 그럴 것이 제인 오스틴은 여성을 가정의 꽃 정도로 여겼던 빅토리아 시대를 살았고, 여성이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없어 결혼이 필수인 시대를 살았다.

p304 이 책은 1791년 9월에 집필을 시작해 1792년 충분한 퇴고 없이 서둘러 출간되었다. 문법적 오류가 많고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울스턴 크래프트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더 나은 책을 쓸 수 있었겠지만 상업적인 용도로 글을 쓰는 작가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p317 당시 부모들은 어린이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으면 버릇없고 난폭해질 거라며 질색했다. 이 쓸데없는 걱정을 200년도 훨씬 더 지난 요즘 부모도 한다.

p335 정말로 대단한 건 따로 있다. 포터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개발 위험에 처한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땅을 사들이고 이를 모두 내셔널 트러스트에 유증했다. 1943년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때까지 사들인 토지는 농가 15채와 농장 20곳을 포함, 약 1,750만제곱미터, 530만 평이 이른다. 1,75만제곱미터란 얼마나 넓은 땅일까. 경기도 고양 일산 신도시가 1,551만 제곱미터다.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으로 보호되는 지역은 모두 포터의 땅이라고 여겨도 된다. 이토록 넓은 땅을 개발위험으로부터 지켜낸 것이다. 그가 해 낸 일이 이렇게나 크고도 넓다

p339 성당에는 중요한 유물이 여럿 있다. 하나는 1217년 마그나카르타 사본이다. 또 1300년 경 만들어진 세계지도 마파문디도 남아있다. 할딩햄의 리처드라고 불리는 무명의 성직자가 송아지 가죽에 세계 지도를 새겼다. 우리가 지금 보는 세계지도와는 많이 다른, 그래서 중세 기독교인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p357 당시 서적상이 그렇듯 래킹턴 역시 출판을 겸했다. 1818년 래킹턴은 무명 작가 메리 셀리의 소설을 500부 정도 출판했다. 그 소설이 프랑켄슈타인이다. 뮤즈의 신전은 19세기 영국 출판업과 서적 유통업이 정점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p363 1812년 존 머레이 2세는 바이런의 장편 시집 차일드 헤럴드의 순례를 출간해 자신의 책방에 진열했는데, 단 5일만에 매진되었다.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는 바이런의 말이 여기서 나왔다. 바이런은 뭇 여성에게 환호를 받았던 문학계 최초의 아이돌이자 우상이었다.

p381 구텐베르크는 인쇄술을 발명했지만 가난헤 허덕였다. 푸스트와 쇠퍼는 발명가는 아니지만 수완이 좋았고, 결정적으로 인쇄술 발명으로 생긴 사업 이익을 충분히 얻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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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블루다 - 느릿느릿, 걸음마다 블루가 일렁일렁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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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르투갈은 블루다

 : 조용준

 : 도도

읽은기간 : 2024/09/16 -2024/09/22


포르투갈에 여행을 가려고 도서관에서 책을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보니 언제 다 읽나 이런 생각을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다.

유명한 포르투와 리스본뿐만 아니라 여행책에는 나오지도 않는 작은 지역까지 알려주고 있어서 포르투갈을 자세히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한때는 강대국이었으나 이제는 옛날의 영광의 흔적만 가지고 있는 나라를 아줄레주로 엮어내는 글솜씨가 빼어나다. 

생각지도 못한 동네를 가보고 싶어지고, 거닐고 싶어진다. 

포르투갈의 에스프레소를 마셔보고 싶고,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포르투갈 맥주를 마시고, 포투와인은 들고 석양을 즐기고 싶다. 

여행책이란 자고로 이래야지.. 


p28 유럽 열강들은 세우타를 정복하기 위해 경쟁했지만 포르투갈 아비스 왕종의 넷째왕자 엔히크가 선수를 쳤다. 싸움은 아침에 시작해 환홍 무렵에 싱겁게 끝났다. 포르투갈이 무려 238척의 배에 4만 5,000여 병력을 실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세계사의 흐름을 갈랐다. 바로 이때부터 유럽이 주도하는 대항해시대와 지리상의 발견, 식민지 건설 경쟁이 봇물처럼 터졌다.

p42 이렇게 알코올 도수는 올라갔지만 발효를 도중에 막았기 때문에 포도즙 본래의 과일향이 나는 단맛이 느껴진다. 주로 적포도주가 많고 단맛 때문에 디저트 와인으로 애용된다. 반면 스페인 셰리 와인은 발효를 끝내고 브랜디를 첨가하기 때문에 굉장히 드라이하다. 주로 화이트 와인이고 아페테리프로 애용한다.

p50 도루 관광의 중심지답게 피냥 역은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포르투갈은 거의 모든 역들이 아름다운 아줄레주로 장식하고 있지만 포르투의 상 벤투 역을 제외하면 아마도 피냥역이 포르투갈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으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p70 포르투는 포르투갈에서 제일가는 아줄레주 야외 전시장이다. 리스본의 명품 아줄레주가 잘 드러나지 않은 실내에 숨어 있는 반면, 포르투의 걸작들은 야외에 위풍당당한 풍채를 드러내놓고 있다.

p87이제 히베이라 지역의 대성당으로 가보자. 정식 명칭은 성 클라라 성당이지만, 포르투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서 그냥 대성당으로 불린다. 1387년 주앙 1세가 영국의 공주 랭커스터의 필리파와 결혼하고, 그들의 아들인 항해왕 엔히크 왕자가 세례를 받은 곳으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장소다

p163 리스본 파두가 서민들의 애환과 눈물, 이별의 슬픔 등을 절절하게 노래하고 있다면, 코임브라 것은 대학 도시의 노래답게 철학적이면서도 매우 시적이거나 낭만적인 주류를 형성한다.

p176 당시는 포르투갈이 식민지 확대로 부를 누리던 시절이었다. 그 덕에 도서관에는 탐험가 페드루 알바르스 카브랄이 브라질에서 대량으로 가져온 금이 아낌없이 쓰였다. 아울러 귀중한 자단과 흑단 나무의 섬세한 목공 조각이 곁들어지고 중국풍의 금세공에다 화려한 프레스코 천장화가 입혀졌다. 금과 대리석, 정교한 프레스코 천장화로 휘황찬란하게 꾸민 도서관의 화려함에는 그 누구라도 압도되고 만다.

p218 미학적 완결성과 자연스런 형태를 비교하자면 주제파의 것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주제파의 이 그림이야말로 가슴을 드러내놓은 마돈나, 성모 마리아의 가장 완벽한 구현이다. 오비두스 산타 마리아 성당에서도 주제파의 그림을 당연히 볼 수 있다. 성당 제단화가 바로 그녀가 그린 그림들이다. 산타 마리아 성당은 열 살의 왕 아폰수 5세가 여덟 살의 사촌 이사벨과 1444년 결혼식을 올린 유서 깊은 곳이다.

p226 이처럼 유럽 기독교 문명의 상징은 조각상에서부터 술집 간판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매우 광범위하게 일치해서 나타난다. 이게 바로 문화의 힘이다.

p238 켈트족 언어로 달을 뜻하는 신트라는 켈트족들이 달의 여신을 숭배하는 성지였고, 북아프리카 무어인들의 정착지였다. 또한 중세에는 수도사들의 은둔처였으며, 19세기에는 유럽 낭만주의 건축의 실험장소였다.

p243 물의 소중함을 알기에 요란하고 장중한 폭포보다는 소박하고 잔잔한, 고요한 연못을 좋아했다. 분수도 높이 솟구치는 것이 아니라 물줄기가 졸졸졸 흘러내리는, 그야말로 아기자기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폰치 무리스카 황동 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너무 맑고 시원하다. 정말 약수 같다. 주변의 파란 계열 타일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을 준다

p248 포르투갈로 돌아온 그는 신트라 왕궁을 스페인 아줄레주로 장식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그래서 레콩키스타 이후 포르투갈의 첫 아줄레주는 스페인 세비야에서 수입한 타일로 장식됐다. 어떤 백과사전에서 신트라 아줄레주는 포르투갈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타일이라고 잘못 기술해놓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못 알고 있다.

p259 이 장식은 하늘의 별을 형상화한 문양으로 이슬람 장식 가운데 가장 미학적 완성도가 높아서 이슬람 왕궁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요소다. 그런데 그것이 이토록 버젓이 카톨릭 군주가 거의 매일 사용하는 예배실의 제단 뒤 천장 장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니.

p269 페나 궁전은 양파 모양의 돔, 무어식 문, 돌로 만든 뱀, 분홍색과 레몬색의 탑 등 뭔가 전체적으로 잘 조화되지 않아서 기묘하다. 여기저기 독특한 부분만 끌어다 쓰다 보니 라스베가스나 디즈니랜드처럼 놀이공원에 온 것 같고 전체적으로 일관된 특징이 없고 매우 어수선하다. 전체적인 외관도 어떻게 보면 예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유치한 레고 조립물 같아 보인다.

p279 호카 곶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황량한 벌판에 세워진 십자가 탑의 글귀다. 바로 카몽이스의 서사시 우스 루지아다스에서 표현한 ‘여기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구절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p335 대학은 폐쇄 당시로부터 214년이나 지난 1973년 다시 문을 열었지만, 오늘날 에보라의 인구는 중세 때보다도 더 적다.

p339 이 성당에는 안토니우 아센상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신부의 다음과 같은 시문도 내려온다. 여행자여, 어딜 그렇게 급히 가는가. 멈추어라. 더 나아가지 말아라. 지금 네 시선에 보이는 이것보다 네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없다.

p344 프란시스코라는 이름이 주는 청빈함과는 정반대로 이 성당은 한창 잘나가던 시절 포르투갈 해외 팽창의 기념비적인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성당에는 주앙 2세와 마누엘 1세의 문장이 그려져 있다. 벽의 장식도 대항해시대를 찬양하는 항패 관련 모티프들로 채워져서 번영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당시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p365 베자 수녀원의 아줄레주는 포르투갈이 독자적으로 장식 타일을 생산하기 이전의 것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더 있다. 이 타일은 리스본 인근 신트라 궁전의 것과 함께 포르투갈에 남아 있는 15세기 마니세스타일로, 정작 스페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포르투갈이 수입산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만든 타일로 아줄레주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503년께 한 기념비가 시초라고 한다.

p378 포르투갈의 레콩키스타는 1242년 알가르브의 타비라 전투로 마지막 남은 무어인들이 축출되면서 종료되었다. 타비라는 모로코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무어인들의 포르투갈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그러나 무어인들이 쫓겨나자 이번에는 북아프리카로 향하는 원정대의 전초기지가 되었다. 대항해시대에 이 도시는 탐험대의 식료품을 보급하는 병참기지 역할을 담당했다.

p382 엔히크와 포르투갈의 도전이 현실적으로 매우 수익성 높은 무슬림 노예무역에서 확고한 기반을 챙기고, 서아프리카의 금과 상아를 독점하는 무슬림 사하라 카라반과 경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엔히크 원정대의 성적이 이교도와의 전쟁으로 확고하게 규정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엔히크 왕자가 출범시킨 모든 포르투갈 범선의 돛에는 항상 십자가가 크게 그려져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p395 엔히크는 청교도적 삶을 산 인물은 아니었다. 사생아도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열정이 있었다. 권력에의 유혹을 뿌리치고 오로지 부국에의 열망과 종교적 신념에 의한 자신의 목표가 분명히 있었다.

p415 실브스는 정말 예쁜 곳이다. 왜 아일랜드 사람인 캐서린과 영국 사람이 로제가 이곳에 왔는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날씨 화창하고 살기 좋은 곳이면 이렇듯 기후 조건이 열악한 섬나라 출신 사람들이 모여든다. 프랑스 코트다쥐로 해안의 니스나 칸도 이렇게 영국 사람들의 휴양지로 시작해 지금처럼 커진 도시다.

p434 그 구슬픈 기타하 선율과 목소리를 듣다 보면 포르투갈은 왜 슬플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리스본에 와보면 그 모든게 다 저절로 이해된다. 한때는 영롱한 빛깔로 반짝반짝 빛났을 다채롭고 때깔 좋은 아줄레주로 장식한 거리와 성당과 집들. 그러나 지금은 때가 끼고 금이 가고 이빨이 빠져서 광택을 잃은 처연한 모습으로 벽을 덮고 있을 뿐이다.

p443 알파마를 얘기하면서 처음으로 손꼽아야 하는 것은 단연 파두다. 알파마야말로 파두의 자궁, 탄생지다. 파두의 출생지라서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알파마, 리카르도 히베이루의 파마 드 알파마 등 이곳에 바쳐진 곡들이 많다. 파두는 알파마의 거리, 술집과 사창가에서 처음으로 불려졌다.

p477 정작 스페인에서는 스위스의 미늘창병이 이처럼 예술작품의 대상으로 묘사돼 있는 것을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들을 고용했던 스페인이 아니라 싸움을 벌였던 포르투갈에서 오히려 아름다운 아줄레주로 만났다.

p485 이렇게 공을 들인 성당이니만큼 중세 포르투갈의 역사에 있어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여러모로 성당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포르투에 대성당이 있다면, 리스본에는 상 비센트가 있다. 12세기에 상 빈센트의 주검이 알가르브에서 이곳으로 옮겨졌고, 브라간사 가문의 가족 묘지가 모셔진 신전도 있다

p494 포르투갈도 마찬가지로 어디를 가든지 파케에 서서 비카 한 잔 홀짝 마시고 자리를 뜨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날 수 있다. 그 비카가 시작된 곳, 고향이 바로 카페 브라질레이라다. 그러니 리스본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브라질레이라에서 비카 한 잔쯤은 마셔봐야 한다.

p499 트린다드 맥줏집은 말이 맥줏집이지, 고품격의 레스토랑이면서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첫 번째 맥주 양조장이다. 일단 이 맥줏집의 위치나 건물이 갖고있는 역사부터 장난이 아니다. 1294년에 세 명의 수도승이 세운 산티시마 트린다드 수도원이 대지진 이후 한동안 버려졌다가 1836년 맥주 양조장으로 변했고, 최종적으로 레스토랑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p506 이 혼혈 효모는 와인 저장고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여 새롭고 감칠맛을 가진, 차고 신선한 새로운 맥주를 만들어냈다. 오랜 기간 동안의 상면발효 방식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맥주라고 하면 그 유명한 옥토버페스트와 함께 가장 먼저 이름이 떠오르는 도시인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이야말로 하면발효 방식의 출발지가 되었다

p509 그 옛날에 수백 명의 장인들을 동원해 예배당을 조각조각 만들어 이를 무려 3척의 배에 실어 나른 다음 다시 맞추었으니 가장 많은 돈을 들인 예배당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시 짜맞춘 탓에 성당의 구석구석을 자세히 보면 비례와 구도가 잘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p517 오늘날 설탕과 담배의 글로벌화 역시 출발점이 포르투갈이다. 지금은 두 물품 모두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탄을 받지만, 한때 설탕과 담배가 낭만주의의 발흥에 얼마나 이바지를 했던가. 설탕은 연인과의 달콤한 사랑에, 담배는 지식인의 사색과 낭만적 고뇌에 빠져서는 안 되는 기호 품목이었다

p518 사회적 자본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조했어야 할 재화들이 온통 수도원과 성당 건립, 내부의 치장에 들어가고, 그것마저도 온통 수입품으로 대체했으니 국내 문화에술의 발전은 물론이고 정치 경제 전 분야에서 낙후성을 면치 못했다

p524 시아두 옆 동네 바이후 알투는 저녁 때 가야한다. 바이후 알투는 밤에 빛나는 밤의 거리다. 좁을 골목마다 바와 비스트로가 즐비하고 흥겨운 파티가 끊이지 않는다

p528 운 좋으면 이곳에서도 제대로 된 파두를 들을 수 있지만, 격이 떨어지는 파투 공연을 볼 확률이 훨씬 높다. 그래서 파투 공연장을 찾기 전에 적당한 알코올 섭취를 권장한다. 취기가 좀 오르면 감정에 취해 싸구려 파두도 싸구려로 들리지 않을 테니까

p538 정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아주 안락한 소파를 갖다 놓은 사실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집주인이 평소 사는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그곳에서 차한잔 마시며 오후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편안하게 졸고 싶었다. 이곳의 이름을 포른테이라 궁전이다. 이 궁전, 엄격하게 얘기해서 사냥을 위한 별장은 17세기 리스본 근교에 지은 궁전 가운데 당시의 모습으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건축물이다.

p549 그렇게 10여 년 동안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본 경험으로 볼 때, 포르투갈을 다섯 가지 오브제로 정리된다. 파두, 정어리, 포트와인, 블루 아줄레주 그리고 아프리카다. 이 다섯 오브제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이 다섯 가지를 알면 포르투갈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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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에서의 한 달
히샴 마타르 지음, 신해경 옮김 / 열화당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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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4/07/07 -2024/07/09


제목이 매력적이라서 책을 빌렸다. 

제주에서의 한 달 살기도 아니고 무려 중세도시 시에나에서의 한 달 살기라니...

낭만적이다.

그런데 책 내용은 낭만적이지 않았다. 

저자는 리비아에서 살다가 반체제인사였던 아버지로 인해 영국에서 살게 된다.

아버지는 행방불명되는데, 이로 인해 저자는 아버지의 생사를 모르고 살아가는데 대해서 죄책감 같은걸 느낀다. 

그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봤던 시에나의 그림을 보고 홀리듯 시에나에서 한 달을 머물게 된다. 

그리고 그는 몇몇 그림을 보며 시에나에서 생활을 한다. 

저자의 상황에 내가 녹아들이 못하니 그가 왜 시에나에서 홀리듯 한 달을 살아가는지가 공감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시에나를 구석구석 돌아다니지도 않는다. 같은 그림을 계속 보고 있는 저자를 보면 왜 시에나에 가고 싶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좋은 장소, 좋은 소재가 있어도 너와 나를 공감시킬 수 있는 스토리로 엮지 않으면 생각보다 책이 재미가 없다는 것을 배운다.. 


p11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하는 일이니 죽는 건 상관없지만 아직은 준비가 안 됐다고, 지금껏 사는 법을 배우느라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였는데 지금 죽는 건 아깝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p25 시민 통치를 선호했다는 점에서 시에나는 독특하다. 1125년에 탄생해 사백 년간 이어진 시에나 공화국은 시에나 화파의 전성기를 목격했다. 이 도시는 활기찬 경제적 상품 교환의 현장이었다.

p38 진짜 즐거움은 과녁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과녁을 겨냥하는 데에 있으니 말이다.

p69 나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도시가 깨어나 분주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몇 사람을 멀찍이서 따라다녀 보기도 했다. 이 이상하고 남부끄러운 행동을 나는 현지인들이 시에는 누비는 방법을 알아보고 그들의 일상을 일별하려는 거라고, 말하자면 현지인들을 따라 살아 보려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설명했다.

p76 눈 아래로 드럽은 묘역들이 펼쳐졌다. 일개 대대 수준의 묘석들이 층층이 이어졌다. 규묘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한 무덤을 깊이 생각하는 것과 끝을 모르는 죽음의 식욕을 일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망자들의 숫자가 산 자들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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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역사를 품은 여행 - 경주 문화유적 답사 기행의 길잡이
심상섭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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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역사를 품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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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3/12/20 -2023/12/23


경주는 여러번 갔었는데 남산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이 책의 글과 사진을 보니 후회됐다.

경주 남산을 가지 않으면 경주를 다녀왔다고 이야기하면 안될 것 같다.

사진찍기 좋은 시간대도 알려주고, 또 경주에서 왜 이런 유적이 의미있는지도 배웠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나는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돌아다녀야겠다. 

대충 아는 건 좀 있는데 제대로 아는것, 또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모른다..

반성한다. 

내 생각을 바꾸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은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좋은 책이다. 


p5 삼국유사에는 경주 남산을 두고 사사성장 탑탑안행이라고 표현했는데, ‘절 집의 불빛은 별빛처럼 빛나고, 탑들은 기러기처럼 줄지어 서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사찰과 탑이 많다는 이야기다

p22 아들 출산과 관련해서 이 불상의 뒷면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이 불상은 뒤에서 보면 남근석을 연상케 한다. 우리 옛 여인들은 아들 낳기를 소원하면서 남근석에서 기도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불상은 아들 출산을 도와주는 부처인 안산불이라고도 한다.

p37 저녁이 되면 이요당과 못가에 조명이 들어온다. 이때 연못에 비친 이요당의 반영은 더 이상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그래서 요즘은 야경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p44 경주 남산에는 147곳의 절터에 불상 129구, 석탑 99기, 석등 22기 등 무수히 많은 유물들이 산재해 있다. 그중에서 국가지정문화재로는 국보 1점과 보물 16점 그리고 사적 15개소가 있다. 남산에 있는 수많은 문화재 중에서 유일한 국보가 바로 칠불암 마애불상군이다.

p54 사실 이 보살상은 수십 길 낭떠러지 위에 있는 바위 면에 새겨져 있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발아래의 구름무늬와 잘 어우러져 마치 보살이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듯한 모습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p56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에는 일출 때 사진 촬영을 많이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일출 사진뿐만 아니라 색다른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겨울철 오후에 해가 넘어가면 보살상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그때 보살상에 부분적으로 빛이 들어오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었다.

p75 문무왕때 선덕여왕릉 아래에 사천왕사가 건립되면서 그 예언이 맞아떨어졌다. 불교에서 사천왕이 다스리는 사천왕천 위가 도리천이기 때문이다.

p85 결국 이런 경쟁이 두 가문 사이의 싸움으로 번지게 되자, 1730년 경주부윤이었던 김시형이 나서서 박씨 가문과 타협하게 되었다. 그 결과 경주 남산에 있는 왕릉급 무덤 중에서 동남산 지역은 모두 김씨 왕릉으로, 오릉과 서남산 지역은 박씨 왕릉으로 비정하게 되었다.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편의적으로 무덤의 주인을 지정한 셈이다. 이처럼 확실한 근거없이 주변 상황과 비교해서 지정하는 것을 비정이라고 한다.

p97 석가모니불은 현생의 중생들을 고통 속에서 구제하고자 하는 부처님이며, 아미타불은 중생이 죽었을 때 극락으로 인도하는 부처님이시다. 따라서 선각육존불은 현생과 내세가 연결되고 있음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p110 금오신화는 주로 남녀 ㄴ의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단편소설을 묶은 일종의 소설집이다.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으로 5편이지만, 처음에는 이보다 더 많은 소설이 실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p123 사실 신라에 불교가 들어오기 전에는 큰바위 자체가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큰 바위가 숭배의 대상이었던 상태에서 마애불이 새겨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부처를 새겨 놓은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바위 속에 있던 부처를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고 찾아낸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p135 왕은 살짝 비꼬듯이 “스님은 어디 가서 왕과 같이 제사를 지냈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스님은 “폐하도 다른 사람에게 진신석가를 봤다고 말하지 마시오” 하면서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그때 12살 어린 효소왕이 깜짝 놀라 신하들을 시켜 스님을 찾아가게 했다. 스님이 사라진 곳으로 따라가 보니, 비파바위 위에 지팡이와 발우만 놓고 바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p146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은 온화하면서도 부드럽고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는 아름다움 때문에 신라를 대표하는 불상으로 손꼽힌다. 중앙의 본존불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으며, 손 모양은 시무외인과 여원인을 취하고 있다. 또 발은 귀엽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p194 진평왕은 재위 기간이 54년으로 신라 왕 중에서 박혁거세 다음으로 왕위에 오래 머물렀던 왕이다. 진평왕의 큰 딸은 선덕여왕이며, 둘째 달 천명공주는 무열왕의 어머니이다. 그리고 셋째 딸은 백제 무왕과 결혼한 선화공주이다.

p200 이 탑은 국보로 지정될 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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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의 도시 - 4가지 키워드로 읽는 유럽의 36개 도시
이주희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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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사랑한 유럽의 도시

 : 이주희

 : 믹스커피

읽은기간 : 2023/12/14 -2023/12/16


출장을 오고가면서 다 읽었다. 유럽이라는 곳은 언제 봐도 즐겁다..

나도 이런 책 쓰고 싶다.. 


p23 1991년 크로티아가 유고슬라비아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세르비아를 주축으로 한 유고연방군은 무력을 앞세워 무차별적인 공격을 자행한다. 20세기 가장 참혹한 전쟁으로 기록된 유고슬라비아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p31 암스테르담은 다름을 받아들이고 새로움을 수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마약을 팔고, 운하를 따라 홍등가가 합법적으로 운영되며, 동성 간의 결혼과 안락사를 허용한다.

p51 순교한 지 500주년이 되는 1915년, 구시가지 광장에 청동 기념비가 들어서며 후스의 불길이 되살아난다. 중세 종교개혁자는 20세기로 넘어와 저항과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

p63 석호에 나무 말뚝을 박고 그 위에 모래를 쌓아 벽돌을 올려누른다. 그리고 돌을 깔아 바닥을 만들고 나서 건물을 안정적으로 올린다. 섬과 섬은 다리로 연결했고 수많은 운하가 도시를 이어주는 길이 되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바다 위에 인공 섬들이 세워진 것이다.

p87 우리가 지금 건축사라는 칭호를 천재에게 주는 것인지, 아니면 미친놈에게 주는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가우디가 건축학교를 졸업할 때 학장으로부터 건네받은 문장이다.

p113 대리석과 화강암이 지탱하는 건물에 거대한 유리가 얹혀진 오페라하우스는 노르웨이의 대자연을 한껏 머금고 있다. 피오르가 보이는 항만의 중심에 자리하다 보니, 멀리서 보면 해안가에 떠 있는 빙하를 땅에 얹힌 듯 디자인되었다.

p120 어쩌면 그림은 절망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신만의 위로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보이는 걸 그리는 게 아니라 본 걸 그린다”라는 뭉크를 알 것도 같다. 뭉크는 본 것, 즉 기억을 그렸다.

p123 운명을 뜻하는 파두는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듯한 창법과 기타 반주, 그리고 숙명론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노랫말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가족을 향한 깊은 애정, 고단한 운명이 진득하게 배어있다. 그래서 파두를 듣고 있노라면 그토록 애잔하고 구슬플 수가 없다.

p135 이슬람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과거의 모습은 잊히지 않고 언덕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알함브라 궁전이 가장 아름답다. 해 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드는 알람브라 궁전의 아름다움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고개를 돌리면 빛조차 없는 동굴마을 사크로몬테가 더 을씨년스럽게 다가온다.

p142 자물쇠 수리공이었던 피터 헨라인이 태엽을 이용한 휴대용 시계를 발명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가 세상에 나왔고, 꼭 달걀과 비슷해 뉘른베르크의 달걀이라 불렸다.

p150 책의 화형식이 있던 그날의 역사를 매장도서관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매장도서관은 이유도 없이 잿더미가 되어야만 했던 책들의 무덤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 무덤 옆에는 기념비가 책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단지 서막에 불과하다. 책을 태우는 건 시작일 뿐이다. 결국에는 사람도 불태울 것이다”

p160 괴테는 56년의 긴 세월을 행정가로서, 문학가로서, 그리고 재상으로서 바이마르와 함께 했다. 무엇보다 괴테는 바이마르의 품격을 한껏 드높였다. 그의 명성에 힘입어 수많은 지식인이 바이마르로 돌려들었고, 독일 고전주의의 꽃을 찬란하게 피웠다. 그 중심에는 괴테가 35년간 관장으로 재직한 안나 아말리아 대공비 도서관이 있었다.

p174 안타깝게도,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아드몬트 수도원 도서관에도 뜻하지 않은 시련이 찾아왔다.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면서 수도사들을 추방하고, 수도원의 귀중한 자료들을 정치범 수용소로 옮겨버렸다. 아드몬트 역시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가지 못했던 것. 그렇게 지식의 보고는 폐허로 남겨진다.

p180 책읽는 공간에서의 소음이 자칫 거슬릴 수도 있지만, 그 누구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유리창 한쪽 벽면에 주차된 유모차들의 귀여운 행렬에 미소를 짓는 것처럼. 오디는 모두를 반겼고,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되어줬다.

p184 아기자기한 램스 콘딧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온통 회색빛으로 물든 서점이 나온다. 잊힌 여성 작가들의 책을 모아 놓은 페르세포네 북스가 바로 그곳. 그리스 신화에서 창조적인 여성으로 그려진 페르세포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지어졌다.

p194 이 도시는 무의미한 경쟁 대신 협동과 연대를 선택했다. 마트 농산물, 건축, 택시 노동자 등 다양한 영역의 협동조합이 도시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지역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연대의 가지를 촘촘히 뻗어 나간 것이다.

p205 라파엘레는 고민 끝에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특별한 피자를 만들어 올린다. 빨간색의 토마토와 흰색의 모짜렐라, 초록색의 바질을 얹어 이탈리아 국기를 표현한 피자를 바쳤고, 마르게리타 왕비는 크게 기뻐한다. 그 후 왕비의 이름을 따 부르게 된 피자가 바로 나폴리를 대표하는 마르게리타 피자다

p220 로마의 교황 우르바누스 6세에게 최종 허가를 받아내며, 1386년 대학교가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교회 대분열로 인해, 하이델베르크는 독일 최초의 대학교가 들어서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p241 여행은 고생, 고통을 뜻하는 고대 프랑스어 travail에서 기원한다. 예나 지금이나 집나가면 고생이란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니었나보다. 고생은 여러모로 복합적이지만, 그만큼 달콤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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