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산사 - 10년 차 디자이너가 펜으로 지은 숲속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방
윤설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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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엔 산사

 : 윤설희

작가 : 윤설희

 : 아트북스

읽은기간 : 2025/11/22 -2025/11/24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윤설희님이 그동안 방문했던 산사를 그림으로 그리며 만든 에세이집..

그림이 세밀해서 마치 그곳을 직접 보는듯한 느낌이다. 

그림만 보면 엄청 예쁜 디자이너일것 같다.. ^^

그림뿐만 아니라 그림의 모티브인 사진들도 있어서 산사의 정취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방문하기 좋은 계절별로 산사를 표시해놓아서 여행책자로도 좋을 것 같다. 

종교가 다른데도 산사는 참 좋다.. 


p32 전면이 일곱 칸이나 되는 건 한국 절 중에서 유일합니다. 대적광전이 가로로 긴 형태의 건물인 이유는 정유재란 때 불에 탄 건물 여러 채를 통합하여 지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물인데 여러 전각을 통합하여 운영하는 건 굉장히 독특한 시도입니다.

p192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불상 여러 개가 줄지어 앉아 있습니다. 여러 전각을 통합해 지었기 때문에 통 법당에 하나의 주불을 모시는 것과 달리 5위 불상(비로자나불, 아미타불, 약사불, 석가모니불, 노사나불), 6위 보살(대세지보살, 관음보살, 보현보살, 문수보살, 일광보살, 지장보살), 그리고 오백나한을 모시고 있습니다.

p195 주불전. 절의 중심이 되는 부처님을 모신 법당을 주불전이라 부릅니다. 가장 중요한 만큼 절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짓습니다. 주불전에 누구를 모시느냐에 따라 절의 성격이 다릅니다. - 대웅전(대웅보전) : 석가모니불(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 극락전(무량수전) : 아미나불(조계종) - 대광전(대적광전) : 비로자나불(화엄종) - 미륵전 : 미륵불(법상종)

p231 그는 서양 건축이 학문적 지식이라면, 한국 건축은 경험의 지배라고 말합니다. 서양 건축이 자신의 미감을 표현하는 일이라면, 한국 건축은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서양에서 건축은 관찰하고 분석하여 미적,기술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대상인 반면, 한국에서는 지식인일수록 자신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철학, 법도 등의 가치를 건축을 표현하려 했다고 합니다. 건축이란 자연을 느끼는 곳이자 마음을 다스리며 수행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p281 운주사 석상은 전문 예술인이 아닌 스님과 석공들이 만들어서일까요. 제각기 다르면서도 하나같이 파격적이며 개성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탑과 불상의 양식을 모두 벗어나며, 보는 이에게 평면적이고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p334 누군가는 너무 상업적이고 고즉넉함 없이 화려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봉은사는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1월 매화 - 금둔사 남월매, 한국에서 가장 빨리 개화하는 매화로 나비가 날기 전 피어서 매실을 맺기 힘듭니다.

2월 해안 풍경 - 보문사, 보리암, 항일암, 낙산사, 용궁사, 미황사, 백련사 도솔암

3월 매화 - 선암사 선암매, 화엄사 흑매, 통도사 자장매, 백양사 고불매, 갑사 황매화 축제

3월 동백꽃 - 선운사, 백련사, 미황사

4월 벚꽃 - 쌍계산, 개암사, 운문사, 탑사(한국에서 가장 늦게 개화) , 개심사 청벚꽃, 겹벚꽃, 문수사 겹벚꽃, 불국사 격벚꽃

5월 꽃 - 마곡사, 선암사, 갑사 황매화 길

6월 녹차 - 쌍계사, 선암사, 대흥사, 불회사

7월 백일홍 - 백련사, 개암사, 마곡사, 탑사, 문수사, 무량사

7월 수국 - 태종사

8월 전나무 길 - 월정사 내소사, 선암사, 불회사

8월 소나무 길 - 법흥사, 운문사, 개심사, 불영사, 보경사

8월 숲길 - 강천사, 내장사, 불회사, 화암사, 송광사, 법주사

9월 꽃무릇 - 흥국사, 불갑사, 선운사, 용천사

10월 단풍 - 상원사, 월정사, 내장사, 금산사, 무량사

11월 은행나무 - 부석사, 용문사, 영국사, 흥주사, 수종사

11월 단풍 - 송광사, 금산사, 무량사, 내소사, 정암사

11월 갈대밭 - 관룡사, 도갑사, 표충사

12월 설경 - 망경사, 선운사, 운주사, 월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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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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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그녀들의 도시

 : 곽아름

 : 아트북스

읽은기간 : 2025/11/13 -2025/11/23


연말로 가면서 재미있는 책들을 많이 읽었다. 올해는 운이 좋다. 

곽아름님의 문학 여행기. 

저자는 자신이 읽은 문학의 배경이 되는 곳을 다니며 여행한다. 그곳에서 작품속의 주인공을 만나고, 집을 방문한다. 

스칼렛을 좋아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장을 할애했다. 

내가 좋아하는 빨간머리 앤의 동네도 방문하고, 난 읽어보지 않았지만 여러 문학속 주인공들의 동네를 방문한다. 

역시 섬세한 사람들은 더 많은 걸 보고 느끼는 것 같다.

난 주로 작곡가들의 고향과 일했던 곳을 방문했는데 내가 그 곳을 방문했을 때 느낌이 저자와 비슷할 것 같다. 

저자는 책을 냈고, 난 일기장에 기록했다. 

기록하고 정리하고, 그것을 꺼내보면서 감동을 되새김하는 건 좋은 일이다. 

읽어서 즐거웠다


p9 그가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명은 맨 마지막 장 길이 굽어지면. 친아버지 같은 매슈가 죽자 앤은 진학을 포기하고 교편을 잡기로 결심한다. 마음을 굳힌 앤의 말을 그는 이렇게 번역했다.

p20 내가 퀸학원을 졸업하고 나올 때는, 내 앞에 길이 똑바로 뚫려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어요. 몇마일 앞까지도 뚫어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지금은 굽어진 모퉁이에 온 거예요. 이 길이 굽어지고 나면,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반드시 나는 좋은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p49 그녀는 67세의 4월 어느 날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약물과다복용. 자살로 추정된다. 몽고메리가 자살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나는 그린게이블즈의 앤 박물관에 다녀온 날 밤, 제미이가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후 알려줘서야 알았다.

p64 사랑에는 여러 빛깔이 있다는 것. 아니다 싶을 때는 헤어지는 편이 현명하다는 걸 알지 못했다. 이 모든 건 어릴 적부터 책벌레였기 대문에 생긴 병폐였다. 내가 즐겨 읽었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사랑의 굳건함, 사랑의 영원함, 사랑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p159 부유한 집안에서 호사스럽게 자라 평생 제 손으로 노동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던 스칼렛이 전쟁을 겪고, 가난을 겪고, 굶주림을 체험하면서 자기 손으로 일해 벌어먹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며 강인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장면.

p194 이날 낮 서배너의 대표적인 미술관이자 미국 남부 최초의 공공미술관인 텔페어아카데미 투어준 5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 도슨트가 내게 “왜 서배너에 왔느냐”고 물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때문이라고, 스칼렛 엄마 엘런이 서배너 출신이라 여기 꼭 와보고 싶었다고 하자 그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열서너 살 때 그 책을 읽었는데, 도무지 내용이 기억이 안나요. 그런데 당신이 서배너에 온 이유가 너무 재미있네요.” 그의 눈에 비친 나는 우리로 치면 이광수나 염상섭 소설을 속속들이 파고드는 서양인 격였으리라

p204 텔페어미술관처럼 이 집도 오언스가의 상속녀가 자식이 없어서 텔페어미술관에 기증, 텔페어 미술관 소유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메리 펠테어와 일리이저 톰프슨을 비롯해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로 넘쳐나는 도시, 서배너. 심지어 걸스카우트 창시자 줄리엣 고든 로의 생가도 서배나에 있다.

p229 디즈니를 일컬어 여자아이들에게 남성의 구원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공주 이미지를 주입한다도 비판도 있지만, 어디 그 공주들이 나약하기만 했던가. 디즈니가 택한 이야기들은 대개 엄마 품을 벗어나 어엿한 어른이 되는 소녀들이 성장담이고,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자란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어 험한 세상을 버텨낼 힘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p255 그렇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 그것도 중부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호스트는 그제야 우리가 왜 아침부터 짐을 들고 들이닥쳤는지 이해한 모양으로 그때부터 급속도로 친절해져서는 “내일 버스 시간 몇시야? 내가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줄게. 여기 택시는 아주 별로야”라며 호의를 베풀기 시작했다.

p268 1896년 앤 여왕풍으로 지은 건물이라는데 벽지도 가구도 참 우아한다. 감탄하며 숙소안내 브료셔를 보다가 깨달았다. 우리가 묵는 방, 하인들 방이다. 제일 싼 방이 그렇지 뭐. 진짜 우리는 언제쯤 여행 와서 에어비앤비나 친구네나 하인 방 말고 고급 호텔에 턱턱 묵을 수 있을까.

p303 둘의 결혼생활은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활동하던 보그 기자 폴린을 만나면서 파탄난다. 헤밍웨이는 이혼 위자료로 해들리에게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로열티를 주는데 나중에 이 작품이 영화화되면서 해들리는 뒤늦게 바람핀 남편 덕을 보게 된다.

p307 이 집에서 여자는 두 아들을 낳았고 소설가 남편은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쓰며 명성을 얻는다. 그렇지만 그 남편은 에전에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남의 남자인 헤밍위에를 탐내는 여자에게 홀려 여자와 집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새 여자와 함께 쿠바에 정착해 불후의 명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쓴다.

p322 비행기는 처음에는 그저 수평서 너머 한 쌍의 작은 불빛이다. 이윽고 작은 새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점점 해안으로 가까이 오며 몸집을 부풀린다. 헤엄치던 사람들도 일광욕하던 사람들도 일제히 환호한다.

p332 앨런뿐 아니라 같이 크루즈 여행중이라는 그의 여동생과 어머니도 “혼자 여행하는 거냐”며 내게 무척 친절해서 “설마, 나 동정받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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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떠나는 수밖에 - 여행가 김남희가 길 위에서 알게 된 것들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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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떠나는 수밖에

 : 김남희

 : 수오서재

읽은기간 : 2025/09/15 -2025/09/20


책의 첫 여행지는 중앙아시아, 마지막은 아프리카다.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니라는 뜻.. 

작가가 20년 이상 여행을 다닌 여행가라서 그런지 편안한 여행이라기보다는 고생을 하는 여행이야기가 많았다. 

더구나 여행의 상당수 내용이 코로나 팬데믹 시절 이야기다 보니 코로나로 격리되는 이야기도 중간중간 계속 나온다. 

고생스런 여행이긴 하지만 그렇게 어려웠기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모습도 많이 보는 것 같다. 

대단한 여행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내 나이로는 이런 여행을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제목처럼 일단 떠나기는 하지만 더 즐거운데로 가고 싶다^^



p8 여행은 온전히 타인의 친절에 기대는 행위였고, 타인과 소통하는 과정이었다.

p23 초원에서는 어린아이도 제 몫을 해야 했다. 갓 태어난 망아지를 돌보거나 해질 무렵 가축을 우리로 몰고 오는 것도 아이들의 일이었다.

p30 타지키스탄은 국토의 93퍼센트가 산이고, 국토 절반 가까이가 고도 3천 미터를 넘는다. 거기에 더해 7천 미터급 봉우리가 네 개. 그냥 세계의 지붕이 된 게 아니었다.

p43 사티 마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냐고. 너희 어린 시절이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 될지 아느냐고,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나는 아이사에게 말할 수 없었다. 소중한 것이라는 내 말에 다시 연필을 돌려준 저 순진함은 나 같은 이가 한명씩 찾아올 때마다 조금씩 더 희미해질 것이기에.

p64 영어에서 사이를 뜻하는 between은 물리적 거리를 말한다. 반면 중국어를 비롯해 한국어와 일본어에도 존재하는 사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 간은 관계를 뜻한다. 불교를 비롯한 동양 사상에서 개인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비로소 사람으로서의 정의를 갖게 된다.

p99 두 번째 조지아 여행은 운이 나빴지만, 이런 사람들과 함께여서 운이 좋기도 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코비드 시대의 여행은 고달팠다. 불편함을 통과해야만 다다를 수 있는 어떤 시간과 장소가 있고, 그럴 때만 느낄 수 있는 어떤 결의 감정과 사유가 있다. 그런 면에서 여행의 끝말은 언제나 같았다. “떠나길 잘했다”

p117 세상에 맞추려 너와 싸우지 말고 너에 맞추려 세상과 싸워봐.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실컷 제대로 싸워보기나 하자

p139 전시에 등장한 또 다른 여성은 작곡가 알마 말러 베르펠.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그 시절 빈의 꽃으로 불렸던 그녀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건축가 발터 프로피우스, 시인 프란츠 베르펠과 세 번 결혼했다. 화가 오스카 코코슈가의 연인이자 집착의 대상이기도 했다.

p166 전날 갔던 텍스타일 공방도 그렇고, 이곳도 이탈리아의 힘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힘들고 귀찮고 돈이 되지 않아도 묵묵히 가업을 잇고, 그 전통을 외부인과 공유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부자의 고귀한 사명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p174 누나가 무슨 태조 이성계야, 몽테뉴야? 근데 몽테뉴도 낙마했어? 몽테뉴는 낙마 후 수상록에 육체와 의식의 분리 및 통합에 대한 사유를 남겨 후대 데카르트의 코기토에 철학적 영향을 주었다는데, 우리 누님은 얼마나 더 정치하고 웅혼한 철학적 논고를 남겨 세계 승마계와 생태학계, 의료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지 기대되네.

p195 체력이 인성이다. 체력이 떨어지는 만큼 정신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무엇이든 다 감당할 수 있다 믿었던 마음의 대양도 말라가기 시작한다.

p198 유럽인으로 산다는 일은 다른 세계에 빚진 자로 산다는 거라느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났다. 그녀들의 이런 태도는 아마도 여행을 통해 키워진 게 아닐까. 여행이란 결국 낯선 세계속 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편협한 세계를 부수는 행위이자 타인의 존재를 내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p246 코스타리카의 야생은 그 어느 곳과도 다르다. 인간의 손길이 채 미치지 못해 막막할 정도로 광대한 자연의 힘을 깨닫게 되는 파타고니아와도 다르고, 일체의 생명이 멸절한 후의 지구를 상상하게 만드는 아이슬란드와도 다르다. 코스타리카는 인간과 동물이 경계나 구분 없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곳 같았다.

p262 그날 오후에 마르몰라다의 빙하가 높이 25미터 폭 80미터 크기로 무너져 내려 아래쪽에서 트레킹을 하던 열한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난 탓이었다. 마르몰라다 봉우리는 그날 관측 사상 최고 온도를 찍었다고 한다.

p280 내 꿈은 소박했다. 인류의 시원이 된 아프리카 대륙의 신생국 나미비아, 독일의 식민지였다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점령다했다가 1990년에야 독립한 이 나라를 내 발로 둘러보고 싶었을 뿐, 거기에 더해 이 땅에 깃든 야생동물과 함께 해 뜨고지는 풍경을 누리며 감사히 하루를 마감하는 것. 그 정도가 그렇게 대단한 욕심이었을 줄이야!

p289 온수 샤워는 입구에서만 가능하고, 캠프사이트에는 수도도, 전기도 없다. 인터넷은 당연히 안터진다. 경이로운 주변 환경은 그 모든 불편함을 사소하게 만들었다. 캠프사이트 사이의 거리는 인간이 그리워질 만큼 아득히 멀었다.

p329 루마니아에서의 마지막 여정은 부코비나, 마라루레슈가 목죠 교회로 유명하다면 이곳은 채색 수도원으로 이름난 곳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채색 교회보다 더 내 마음을 끈 곳읁 안젤리카와 시미온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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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 꿈의지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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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 유상현

 : 복있는 사람

읽은기간 : 2025/07/31 -2025/08/05


독일여행을 간다고 하면 가면 뭐 볼게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꽤 있다. 

독일을 몇 군데 다녀봤지만 독일의 소도시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다. 

큰도시보다 작은 도시걷기를 좋아하는 나에겐 독일같은 여행지가 참 좋다. 

물론 다녀와서 뭘 봤냐고 이야기하면 딱히 이야기할게 없는게 독일여행의 매력이다. 

이 책은 독일의 많은 소도시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책읽는 느낌은 독일여행 가이드북인데 각 도시에 대한 설명이 좀 많은정도다. 

여행가이드로 느낄만큼 많은 도시가 소개되어 있다. 

첫 페이지에 책에 나온 독일도시들의 지도가 있는데 처음 읽을때는 눈에 잘 안들어왔다. 도시 이름도 낯설고, 그 위치도 낯설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보니 좀 편안했다.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가? 그새 책읽으면서 도시이름이 눈에 들어왔다고 편안하게 지도를 보는 내 모습이 신기했다. 

작은 동네여행을 좋아한다면 사서 읽으면 좋다.

읽다가 생각한건데 뮌헨이나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가 소도시인지는 모르겠다.. ^^



p5 중요한 것은 이 많은 나라마다 권력을 가진 군주가 있고, 그 본거지인 수도가 있었다는 점이다. 작은 나라라 해도 수도에는 권력자의 궁전이 있고, 부유한 귀족이나 상인의 저택이 있고, 종교 국가 성격이 강한 신성로마제국 특성상 교회 또는 성당이 있었으며, 이들이 모여 형성된 광장과 거리 등 시가지가 펼쳐졌다.

p23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성의 내부에서 권력자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은 힘을 과시하기 위한 궁전이 아니라 철저히 외부와 고립되어 숨기 위한 은신처였으니 당연하다.

p33 그렇게 쇠락한 로텐부르크는 이후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 일이 없는 작은 마을에 불과했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화마를 피했다. 온전한 성곽, 그 안에 보존된 중세 마을,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이 모든 동화 같은 풍경이 400년 전의 잔혹동화까지 연결되는 것이니,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로텐부르크다.

p58 독일 서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프라이부르크 이야기다. 이 도시는 1975년 원전 계획을 철회시킨 이후 세계가 주목하는 친환경의 성지가 되었다. 태양광을 비롯한 녹색 에너지만으로 도시를 운영해 친환경을 배우려는 사람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꼭 가보아야 할 곳이 된 것이다.

p86 맥주 순수령은 맥주를 양조할 때 물, 호프, 맥아, 효모 외에 다른 원료를 일체 첨가할 수 없도록 만든 법으로, 독일 맥주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똑같은 원료를 가지고 차별화된 맥주를 만들기 위해 저마다 치열하게 연구하여 우수한 맥주가 생산될 수 있었고, 그 전통은 고유의 양조법이 되어 지금도 전수되고 있다.

p97 간혹 규칙을 어기다 적발된 학생들에게는 감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학생감옥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감옥과는 달랐다. 외출도 가능했고, 술도 반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감옥행이 일종의 훈장처럼 여겨졌고, 일부러 규칙을 어겨 학생감옥 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p107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회자되는 이야기 가운데 유럽에서 유명하지만 막상 가보면 실망하는 세 곳이 있다고 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인어공주 동상, 벨기에 브뤼셀에 있느 ㄴ오줌 싸는 아이 동상,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로렐라이 언덕이란다.

p130 산 정상에는 란트그라프성이 있다. 그러니까 산 아래부터 구시가지를 지나 천천히 언덕을 오르면 마지막에는 탁 트인 전망의 성에 도착하게 된다. 다시 내려오는 길에는 덤불이 가득한 돌담기를 따라 내려올 수 있다. 고즈넉한 여행 겸 산책 코스로 그만이다.

p151 쾰른의 자랑인 쾰른 대성당이 그것을 뒷받침해 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등록된 쾰른 대성당은 공사만 600년이 걸린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고딕 성당이다. 아기 예수를 영접했던 동방박사 3인의 유골함이 보관되어 있으며, 엄청난 가치의 조각과 예술품, 스테인드글라스를 보유하고 있는 세기의 걸작이다.

p170 당시 음유시인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사람이 바로 바르트성에 대대로 거주했던 튀링엔 공국의 영주들이다. 이들은 전국의 음유시인을 성으로 불러 모아 경연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렇게 쌓인 서사시는 민족주의를 고취하였고, 훗날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이를 집대성하여 탄호이저 등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 오늘날의 게르만 민족주의의 완성을 보여주게 된다.

p178 바이마르 공화국의 수도가 바이마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훨씬 나중 일이다. 바이마르 헌법이 탄생한 곳이 바이마르였던 것은 맞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 일부러 조용한 소도시 마이마르를 택해 일시적으로 의회가 열렸던 것일 뿐이다.

p185 크베들린부르크는 동프랑크 왕국의 수도였다. 동프랑크 왕국은 신성로마제국의 전신으로서, 신성로마제국 최초의 황제 오토 1세의 아버지 하인리히 1세가 크베들린부르크를 동프랑크 왕국의 수도로 정하고 크베들린부르크성을 지었다. 하인리히 1세가 즉위한 것인 912년이므로 이미 1,000년이 훌쩍 넘은 고성이다.

p190 크베들린부르크는 이처럼 도시의 나이테를 보여준다. 10세기의 술로스베르크를 시작으로 점차 도시가 커지고 커질수록 다음 세기의 건축에 충실한 시가지가 펼쳐진다. 급기아 20세기의 건축까지 가장 외곽에 자리 잡으면서, 이 나이테는 무려 10세기에 걸친 방대한 세월을 오롯이 담아낸다.

p203 18세기 초 작센 공국은 강한 권력을 과시하며 화려함의 극치를 달린 강건왕 아우구스트가 통치했다. 그에게 있어서 도자기는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고급문화였다. 그는 요한 뵈트거에게 도자기 제조를 강요했다. 마이센의 알브레히트성을 통째로 내어주고 사실상 감금한 채 공방을 만들게 했다.

p226 이러한 옛 유적들은 하나같이 힘이 넘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브란덴부르크 문은 전쟁에 나가거나 돌아올 때 군대가 지나간 곳이고, 전승 기념탑은 강대국과의 전쟁에서 차례로 승리한 뒤 이를 자축하며 세운 국력의 상징이다. 그런 막강한 힘을 뽐낸 이들이 바로 프로이센이다.

p268 첼레는 동화 같은 마을이지만, 동화는 없다. 하프팀버가 가득한 첼레의 구시가는 동화의 배경이 될 만도 한데, 첼레를 배경으로 한 동화는 없다. 첼레의 동화 같은 마을은 그저 현지인들의 생활 터전이다. 전통을 보여주기 위해 가공된 민속촌이 아니라 여전히 전통가옥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현지인들의 삶의 공간이다.

p279 황제의 별장 카이저팔츠도 축제가 점령했다. 서울에 비유하면 경복궁 같은 기념비적인 유적이지만, 사람들은 그 앞마당에서 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아무리 유서 깊은 장소라고 해도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의 일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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줍는 순간 - 안희연의 여행 2005~2025
안희연 지음 / 난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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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줍는순간

 : 안희연

 : 난다

읽은기간 : 2025/07/06 -2025/07/10


안희연님은 알쓸신잡에서 처음 봤다. 

시란 사람들에게 고통을 일깨우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깊었다.

그래서 그 친구의 책을 골라서 읽었다. 시집이 아니라 기행문이라는 게 함정..

본인의 20년 여행를 모아 쓴 책이라고 한다. 

시인이 보는 여행장소와 느낌은 일반인이 내가 보고 느끼는 것과 확실히 달랐다. 

직접 찍었다는 사진의 뷰도 내가 찍었던 사진과 달랐다. 

그 다름을 표현하기에는 내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양이 너무나 적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느낄 수 밖에.. 

느낌은 찰나에 지나가고 다시 복귀할 수 없어서 서글프다. 

느낌을 저장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풍성한 삶일텐데.. 

어쩌면 저장할 수 없어서 더 찬란하고 아름다울지도 모르겠다.

반면 시인은 그 느낌과 찰나의 감정을 시어로 담는다. 그래서 시를 읽나보다.

시인의 여행을 훔쳐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도 이런 기행문 좀 써야 할텐데...


p20 과거의 장면을 읽고 쓰면서 우리는 남은 날들을 채워갑니다. 때론 과거의 문장 한가운데에 취소 선을 긋고 새 문장을 적어넣으며 시간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실패했다가도 돌아오고 멀어졌다가도 가까워지는 과정을 여행이라 부르면서요

p36 모든 이별에는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이 있다. 나는 언제나 내가 남겨지고 버려지는 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의 등은 떠나는 사람이 얼마나 이를 악물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었다.

p42 그는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 선물이라고 했다. 나는 깜짝 놀라 값을 치르겠다고 했지만 그는 한사코 만류하며 “여행자의 행운!”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여행자의 행운… 곱씹을수록 달콤해지는 말이었다.

p99 바람이 분다. 살라야겠다는 시구로 단박에 나를 사로잡았던 시인. 그때것 그의 시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지만, 어쩐지 저 구절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110 그녀는 1965년 1월 10일에 죽었고 나는 지금 그 겨울로부터 한참 멀리 떨어진 여름에 도착해 있지만 우리가 다른 장소에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p121 내게 페소아는 다른 존재가 되는 일에 열심인 사람이었고 자유분방하고 천진난만한 심성을 지닌 작가였다.

p129 이 이상한 느낌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녀의 작품을 흝어가던 중에 사쿤탈라를 만났다. 로뎅과 자신의 사랑을 조각한 것이라던 사쿤탈라 앞에 서는 순간 정수리 위로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듯했다. 무릎이 꺾이는 느낌이었다

p144 그후로도 나는 수 년간 보들레를 원망해야 했으나(아내 내가 파리까지 가서 간청했건만 또 나를 떨어뜨렸단 말이냐!) 이제는 안다. 그가 나를 단련시켰던 것임을. 그에게 편지를 건네고 꼬박 육 년 뒤, 나는 정말 시인이 되었다. 그 후로 나는 언어의 주술적인 힘을 믿는다.

p155 최승자 시인은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삼십세)고 했던가. 그렇게 참담한 기분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무쪼록 마음이 이상했다.

p170 그대 거기가 아닌 지금 여기 생생하게 다가오는 가슴 저린 역사의 현장에서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무기력함을 느꼈다.

p193 여주인공 머리가 바람에 흩날리기라도 하면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치고 갑자기 스크린 앞으로 달려나가 춤을 췄다. 주인공들이 노래라도 부르기 시작하면 무려 떼창, 그렇다. 떼창을 하는 것이다.

p211 절의 예법을 하나도 알지 못하는 내게 “그간 여행하며 절집에 많이 다녔다면서 겉만 보고 다녔습니까. 그 안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구하는지를 봐야히죠” 하셨고, 옷을 얇게 입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보시곤 “그러게 왜 옷을 얇게 입습니까. 몸이 아프면 잘 돌봐주고, 옷도 입혀주고, 때 되면 밥도 먹여주고, 약도 먹여주셔야지요. 자동차를 잘 굴려야 길을 가지 않겠습니까, 애기 보살” 하셨다.

p241 사랑이 한 사람을 두 눈 속에 담는 일이라면 페와는 내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사랑을 한 사람이었다. 그의 사랑은 만년설이었고 그에겐 눈꺼풀이 없으므로 눈을 감을 수조차 없었다.

p266 그렇게 나는 두번째 삶을 시작했다. 단순하고 순진했던 믿음을 깨부수고 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믿음을 받아안았다. 달라질 게 없는 이곳에서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없이 시를 쓰고 삼시 세끼 밥을 먹는다. 이 삶의 성공 여부 역시 알 수 없다. 오히려 더 허무하고 무기력할까봐 두렵다. 그렇지만 이런 건 어떨까. 믿음이 거세된 믿음, 무가치한 것을 쌓아 만든 견고한 성벽

p269 글 쓰는 거 힘들지? 원래 생각의 초입에서 흘러나오는 문장들은 대개 거칠고 성길 때가 많아. 그렇더라도 쓰는 행위 자체에 제동을 걸어선 안돼. 일단 한두 방울쯤 그냥 흘려보내는 마음으로 쓰는 거야. 그러다보면 필요한 문장들이 도착하는 순간도 오겠지.

p280 우리는 왜 예술을 하는 걸까. 세상 모든 창작물은 고정불변의 무엇이 아니라 일종의 가건물, 조립식 컨테이너, 철거 비계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부수고 쌓는 전 과정이 노래이고 춤이다. 그러니 미래를 가진 사람들이여, 무엇이 되지 않으면 어떠한가. 의미는 그다음 문제다. 일단 노래하라, 계수나무 바람에 흔들리듯이.

p315 시간이 흘러 이제 그런 여행은 예전만큼 즐겁지도 가능하지도 않게 되었다. 너무 많은 아름다움을 경험한 탓에 웬만한 장면에는 감동을 느끼기가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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