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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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란한 멸종

 : 이정모

 : 다산북스

읽은기간 : 2025/04/07 -2025/04/20


언제나 유쾌한 이정모 선생님의 신작, 찬란한 멸종..

멸종이 찬란한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생태계를 보면 멸종이 있어서 새로운 종들이 진화하고 자리를 만들어가게 되니 전 지구적인 모습으로 찬란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게도 인류의 멸종부터 시작해서 원시생물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다. 

인류가 멸종해서 그 소식을 전할 수 없어서인지 AI가 인류의 멸종을 목도하고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리 미래가 아니다. 이미 인류는 멸종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에 2150년 멸종이 아주 이상해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평균 수명이라면 우리 자녀나 손자정도면 멸종을 경험할 수도 있겠다.. 오싹한 일이다. 

우세종들의 멸종이야기를 읽다보면 인류는 참 오만하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된다.

이런 이유로 자연사를 공부해야 하는 것 같다.

책은 과학책이나 내용은 인문학이다...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다. 


2% 그건 너무 인간 중심의 생각 아니냐고요? 아니, 인간이 인간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우리가 들국화, 달팽이, 지렁이, 풍뎅이, 직박구리의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는 없잖아요. 인간 중심의 사고도 필요합니다. 본 것에 대해 생각하고 기억하고 기록할 수 있는 생명체는 우리 모호 사피엔스뿐이니까요

2% 독자 여러분은 이 책에서 인류 대멸종, 화성 테라포밍, 농업의 발명과 가축의 탄생,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경쟁, 빙하시대, 공룡의 등장과 멸종, 나무와 석탁의 탄생, 섹스와 죽음의 출현, 달과 바다로 시작된 생명 시대의 개시까지, 17개 장면을 목격할 것입니다. 지구의 역사 46억 년을 촘촘히 흝지는 않습니다. 지구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 문턱들을 찾아가는 거죠

2% 자연사를 보니 멸종의 원인은 결국 기후변화더군요. 멸종 당시 생명체들은 기후변화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화산이 터지고, 대륙이 움직이고, 운석이 충돌하는 것을 어떻게 막겠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겪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 사건은 매우 다릅니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류 활동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만 변하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잖아요

5%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려면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생태계는 꽉 차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가 생태계에 빈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게 바로 멸종이다. 멸종이란 다음 세대의 생명체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6% 인류는 나중에야 공룡이 아주 괴상하게 생기지 않았으며 자신과 함께 살아간 새들과 외형이 비슷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 번째 오해, 즉 공룡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는 사실까지 밝혀진 것이다. 공룡은 인류가 멸종할 때까지 함께 살았으며 인류가 모두 멸종한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인류는 약 1만 400종의 공룡과 함께 지냈다. 새가 바로 그것이다

7% 직립을 하게 되면서, 즉 똑바로 서서 걷게 되면서 골반은 작아지고 뇌는 커졌다. 침팬지와 인류 최초의 발자국 화석을 남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루시라느 별명으로 불린다)와 마지막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골반과 머리 그리고 태어날 때와 성장한 다음의 뇌 용량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는 430-550밀리리터며, 호모 에렉투스는 1000밀리리터,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는 평균 1400밀리리터 정도인데 태어날 때도 이미 400밀리리터에 가깝다

8% 머리가 똑똑해져서가 아니라 지구의 기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2만 년 전에서 1만 년 전 사이에 지구 평균기온이 한꺼번에 4도 이상 올랐다. 그리고 지구의 평균기온은 15도가 되었다.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11% 화성은 태양에서 너무 멀다. 화성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의 40퍼센트에 불과했다. 또 화성의 먼지는 며칠씩 햇빛을 가리기도 했다

14% 금속 둘레를 금속이 돌면 자기장이 생긴다. 내핵 주변을 외핵이 돌면서 자기장이 만들어졌다. 지구는 거대한 자석이 되었다. 물과 DNA, RNA같은 생명의 분자를 쪼개는 우주 입자인 태양풍을 지구 자기장이 막아주고 있다. 자기장 덕분에 지구에는 생명이 살 수 있는 것이다.

18% 바다에 떠 있는 빙산만 녹으면 해수면은 절대로 높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빙산이 녹는 상황이라면 육지에 있는 얼음도 녹는다. 지구에 있는 대부분의 얼음은 육지에 있다. 남극대륙, 그린란드, 아이슬란드의 거대한 빙하 그리고 러시아와 캐나다 북부의 툰드라, 안데스, 알프스, 로키, 히마라야산맥의 만년설도 녹는다. 육지 얼음이 녹으면 그대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 빙하가 모두 녹을 정도로 기온이 오르면 바닷물 자체도 열팽창을 해서 해수면이 높아진다

23% 냉장고에 보관한 콜라에는 이산화탄소가 잘 녹아 있다. 그 콜라가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높은 체온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지 못하고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이때 사람들은 톡 쏘는 느낌을 받는다. 그 맛에 콜라를 마신다

25% 우리 산호는 약 5억 년 전붜 지구의 바다를 지켜왔다. 아직도 1200종 이상의 산호가 살고 있다. 정말 자랑스럽다. 우리 존재는 지구 대기와 바다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에 의존했다. 우리의 사명은 이산화탄소 제거였는데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아져 우리가 더는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27%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우주는 제 나이가 137억 살인지도 몰랐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 나이가 46억 살이지 몰랐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알려준 것이다.

27% 인간이 등장하기 전에는 그 어떤 식물과 동물도 이름이 없었다. 모두 호모 사피엔스가 붙여주었다. 다양하고 예쁜 적절한 이름을 주었다. 덕분에 모든 생물이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심지어 인간이 없었다면 그 어떤 꽃도 예쁠 수 없었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와서 “넌 참 곱누가”라고 고백했을 때야 비로소 꽃은 예쁜 존재가 되었다. 나 지구도 마찬가지다. 내가 귀한 존재인지 알려준 것은 바로 호모 사피엔스다

28% 자연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2억 년 동안 고생대 바닷속에 바글댔던 삼엽충은 왜 멸종했는지, 1억 6000만 년 동안 육상을 지배했던 공룡은 왜 멸종했는지를 배워서 현생 생물, 특히 인류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지속 가능할지 따져보기 위해 자연사를 배우는 거다. 결국 자연사란 멸종의 역사다.

30% 서식지 파괴, 오염, 남획, 외래종 유입은 다른 요인들과 상호작용하며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전 세계의 생물 다양성을 급격히 낮추고 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구 생명 역사상 가장 독특한 특징을 보이는 시대가 된 것이다

39% 하이델베르크인이 언젠가 유럽으로 진출했고 45만 년 전쯤 여기서 우리 네안데르탈인이 분기되어 나왔다. 여전히 하이델베르크인은 존재했으며 30만 년 전쯤 다시 호모 사피엔스가 분기되어 나왔다. 그러니까 이때는 하이델베르크인,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가 모두 함께 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아시아에서는 5-6만 년 전까지도 하이델베르크인이 존재했다.

42% 창의력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별난 아이디어가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 이미 있는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새롭게 조합해서 나오는 것이다. 창의력이 생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놀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유년기가 너무 짧다

46% 우리의 멸종은 어처구니없게도 자연계에 미칠 자신의 영향을 간과한 인간 행동의 결과입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과도하게 사냥하고 자연 경관을 변형시키고 또 자연의 섬세한 균형을 깨뜨렸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먹잇감이 먼저 사라졌고 이제 우리 차례가 되었습니다. 과연 이 비극의 종착점이 우리일까요? 인간들은 어떻게 될까요? 인간이 도구를 잘 사용한다고 해도 우리보다 사냥을 더 잘하기는 어려울 텐데 말입니다

50% 우리 엄니는 이빨이다. 그래서 화석으로 온전히 보본된다. 이와 달리 털코뿔소의 뿔은 사람의 손톱이나 털 같은 케라틴 성분이다. 그래서 화석화되어 남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우리와 털코뿔소의 모습을 온전히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구석기인들이 동굴이나 암벽에 그려놓았기 때문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자기네가 존경하는 대상을 그림으로 그린다(라고 우리는 믿는다)

52% 우리는 깨달았다. 이 둥지를 만든 동물이 바로 우리를 조각하고 그림을 그린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도대체 그들은 얼마나 큰걸까? 둥지의 크기를 보건대 동굴사자보다 훨씬 큰 게 분명하다. 혼란스럽다. 발자국은 작은데… 그들이 남기고 간 것을 보면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뼈를 발라낸 모양을 보니 이빨과 발톱과 혀는 엄청나게 강할 것 같다. 그리고 고기를 남겨둔 것으로 보아 굉장히 탐욕스러운 존재다. 필요이상으로 사냥했다는 뜻이니까

53% 어느 인간이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나는 대형 포유류를 대표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행복한 대형 포유류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평화롭게 살지만, 불행한 대형 포유류는 모두 같은 이유로 멸종한다. 바로 인간 때문이다”

63% 공룡의 등장은 단순히 힘의 변화가 아니었다. 그들의 등장은 지속적인 지구 생태 변화의 한 부분이었다. 지배적인 조건에 잘 적응한 생물이 챔피언이다. 모든 시대에는 새로운 챔피언이 등장한다. 이제 그들의 시간이 왔고,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이게 자연의 순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69% 나는 세 번째 대멸종의 목격자로서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히 남긴다.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한다. 또 최고 포식자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생물량이 가장 많았던 생물은 반드시 멸종한다. 보통 두 가지를 겸하는 일은 없다.

70% 고생대 석탄기는 성장과 다양성의 시대다. 지구를 낙원으로 그리고 싶다면 내가 살던 석탄기를 그리면 된다. 실제로 동물과 식물에게는 그런 천국이 따로 없었다. 일단 이산화탄소와 산소 농도가 매우 높았다. 이 독특한 조합은 식물이 번성하고 다양한 동물이 출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만들었다. 지구 역사상 유레없는 무성한 푸른 숲에서 복잡한 생태계가 진화했다

72%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커졌을까? 숲 덕분이다. 숲이 만들어낸 엄청난 산소 공급은 우리 절지동물을 크게 만들었다. 곤충이나 다지류는 체내 산소공급을 거의 확산에 의존하다. 따라서 어느 정도 커지면 산소 공급이 안 되므로 성장의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산소 농도가 높아지자 산소 공급은 덩치를 키우는 데 한계가 되지 않았다. 외골격이 버틸 수 있는 최대 크기로 자랄 수 있었다.

88% 역사가 시작된 날은 바로 그날이었다. 그날도 혐기성 세균 하나가 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호기성 고세균 몇 마리를 꿀꺽 삼켰다. 그런데 웬걸! 호기성 고세균이 소화되지 않았다. 삼킨 호기성 고세균은 혐기성 세균 안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이 사건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었다. 혐기성 세균은 높은 산소 농도 환경에서도 자기 안의 호기성 고세균이 산소를 처리해 주어서 안전했으며 호기성 고세균이 만든 풍부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호기성 세균 역시 생존을 위한 여러 작용은 혐기성 세균에게 떠맡긴 채 자신은 에너지 생산에만 집중하면 되니 이득이었다.

89% 진핵생물이라고 해서 무성생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성생식은 진화적으로 회복탄력성과 다양성이라는 이점을 제공했다. 따라서 진화 과정에서 자연은 유성생식을 하는 개체를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점이 어디 거저 생기겠는가?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

91% 세포 안의 작은 기관인 미토콘드리아는 자연사에서 엄청난 사건을 일으켰다. 최초로 성공적 공생을 이뤄냄으로써 지구에 에너지 효율을 높인 생명체를 등장시켰으며, 세포들이 협력해서 하나의 개체를 이루는 다세포 생명을 발명했고, 개체가 조직과 기관을 갖추게 했으며, 섹스를 발명해 생명의 회복탄력성과 진화의 기회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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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멍 :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큐레이션 「아침 행복이 똑똑」 필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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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물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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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04/01 -2025/04/05


우연히 알게된 너무나 멋진 책.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유물을 사진으로 담고 그 유물에 대해 일반인 또는 학예사들의 단상을 담았다. 

어린 친구들이 국립중앙 박물관을 방문해서 쓴 글과 그림도 실려 있다. 

어린이들의 시각은 창의적이고 다채롭고, 숭고하다. 

나도 어릴 때는 저런 생각을 했었을까? 

한 점 한 점 글과 그림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감탄의 연속이다. 

이런 책은 소장해야 한다.

올해의 책으로 손색이 없다. 


p24 자기가 볼 때는 망친 것 같아 보여도, 일단은 좀 기다려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좋을 수도 있으니까요

p32 먼 옛날, 청자 여인모양 촛대를 만든 중국의 장인은 상상조차 못 했을 겁니다. 자신이 만든 이 여인이 뜨거운 불을 드는 대신 차가운 바닷속에서 수백 년을 지내리라는 것과,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탔지만 한국의 박물관에 정착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p48 거친 붓질 자국이 매력적이지요? 이러한 장식으로 탄생한 자기를 귀얄 분청사기라고 합니다. 무심한 듯한 자유로움과 즉흥적인 붓칠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조선 전기 장인들이 빚어낸 우연한 아름다움을 느껴보세요.

p60 여러 산천을 유람하던 한 선비의 눈앞에 완벽한 절경이 나타납니다. 웅장한 기암괴석과 귀를 때리는 폭포 소리가 느껴지는 신비로운 곳. 그가 그곳을 잊지 않기 위해 물건을 만든다면 이런 모습일까요? 기운 좋게 솟아오른 산세를 역동적으로 담아낸 이 유물에는 산을 바라보는 선비들의 동경과 감탄, 애정이 담겨 있어요

p136 팔뚝에 보이는 까만 글씨는 무엇일까요? 이 인형 팔은 관청의 문서를 재활용한 것입니다. 당시 이곳 사람들은 종이를 무척 귀하게 여겨, 한 번 쓴 종이도 귀중한 물건의 재료로 삼았습니다

p162 고개를 숙여 울음을 삼키고 있는 신라 여인이 있습니다. 얼굴에 천을 덮은 주검 앞에 내려앉은 깊은 슬픔, 말로 다 하지 못하는 마음을 손으로 꾹꾹 눌러 만든 모습이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생동감 넘치는 축제의 장면들처럼 보이는 토우들을 바라보는 동안에는 나도 모르게 그 세상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러나 신라의 피에타라고 이름을 붙인 이 여인 앞에서는 아픈 현실을 깨닫습니다

p178 조선시대 청동 밥그릇은 보통 높이 8-9cm, 입지름 15-17cm 정도인데요. 부피로 환산하면 1,700ml 정도입니다. 현대인의 밥 한 공기가 대략 350ml가 된다고 하니 조상님들은 한 끼에 다섯 그릇을 뚝딱 하신 셈이네요

p190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찾아오는 날엔 무령왕릉 진묘수 사진을 찾아봅니다. 겉모습은 아담하고 귀엽지만 어둠 속 제일 앞에서 왕릉을 지키던 진묘수. 아직은 아니지만 저도 언젠가 세상에 멋지고 늠름한 모습으로 발견될 날을 상상합니다.

p208 고등학교 1학년 때, 박물관에 와서 이 그림을 실물로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기대와 달리, 손바닥 두 개만 한 작은 그림이라 헛웃을 짓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 작은 화면 속에 이토록 큰 세계가 담겨 있다니요.

p212 이 그림에는 따뜻한 정감과 서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림을 보다가 눈을 감으면 뺨을 간질이는 바람이 부는 듯하고, 햇빛 한 줄기 그려져 있지 않은데도 얼굴에 햇살이 닿는 것처럼 훈훈함이 느껴집니다.

p226 추성, 가을바람 소리에서 무엇을 느끼시나요? 1805년, 가난과 병으로 고생하던 예순하나의 김홍도에게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섭리가 떠올랐나 봅니다. 화가는 아픈 몸을 일으켜 종이 두 장을 이은 큰 화면에 가을바람에 관한 소회를 노래한 추성부를 표현한 추성부도를 묵묵히 그려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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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래식 - 눈과 귀로 느끼는 음악가들의 이야기
김호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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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클래식

 : 김호정

 : 중앙Books

읽은기간 : 2025/03/28 -2025/03/31


나처럼 막귀는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좋은 연주자와 평범한 연주자를 구분하지 못한다. 

음정대로 치면 잘치는 연주자일뿐..

평론가들이 연주자들을 평할 때도 들으면서 그런갑다 하는거지 실제로 그런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는 평론가들이 말하는 그 잘하는 포인트를 알려준다. 

임윤찬의 연주가 왜 좋은지, 백건우의 연주는 왜 깊이가 있는지, 손열음의 연주는 다른 연주자와 무엇인 다른지를 비교해서 알려주니 더 잘 캐치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내 귀가 열려서 훌륭한 연주자를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단지 음정에 맞게 힘차게 연주하는 연주자만 대단한 연주자가 아님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한국 연주자들에 대해서 설명하다 보니 더 애정이 간다. 내가 좋아하는 손열음님이나 백건우님 뿐만 아니라 외국의 유명한 연주자도 설명해주니 책읽는 재미가 있었다.

한번 잡으면 계속 읽게 된다. 

올해의 책으로 충분히 꼽을만한 책이다. 

좋았다. 


p5 음악가들이 인간의 감정과 신념을 음악으로 코딩한다면, 저는 디코딩하는 작업을 해본 겁니다. 예를 들어 ‘이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왜 이렇게 좋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궁금해 본 사람들과 이렇게 소통할 수 있으리라 희망했습니다.

p16 이 차이가 오직 속도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고, 바로 무게 때문입니다. 백건우의 프레스토는 단지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건반의 바닥까지 긁어내려 갈 정도로 묵직하면서 빠릅니다. 근육질의 전력질주죠.

p22 나는 미국으로 가기 전에는 음악이 뭔지, 피아노가 뭔지 모르고 그냥 쳤어. 한마디로 엉터리지. 어려운 곡을 쳤다 해서 최연소다, 최초다 했는데 아무 의미가 없었어요. 그리고 미국으로 가서 이제 가서 이제 공부 시작해야 하는데 한국에서의 경험이 너무 안 좋아서 오히려 피아노하고 거리를 두게 되더라고. 음악은 끌리는데 악기가 두려운 거라.

p28 손열음의 연주 영상을 보면 입으로 뭔가를 중얼중얼거립니다. 주문 거는 거 아니고요. 손으로 치고 있는 음의 계이름을 입으로 부르는 겁니다.

p35 초등학교 시험 때 ‘이것만 맞았으면 네가 1등인데 아쉽지도 않니?’하는 엄마에게 (1등 한) 그 아이는 원래 공부 무지 잘하는 애야. 나랑은 달라라며 도리어 엄마에게 무안을 주었으며, 콩쿠르에서 나보다 총점이 1점 낮게 발표된 친구와 공동 1등이 되었는데오 친한 친구와 상을 나누었다며 오히려 좋아해서 주변 사람들을 김빠지게 만들었던 나였다.

p44 사실 음악은 음악가 자신의 바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피아니스트의 재능을 가장 잘 알아보는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의 말을 참고할 만합니다. 수많은 제자를 길러본 후 그가 하는 말. “생기 대로 친다”는 명언입니다. 음악가가 가진 성격, 사고 방식, 말투가 음악에 어떻게든 묻어나옵니다.

p50 중요한 점은 재미입니다. 낯선 곡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임윤찬 돌풍의 진원지는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듣는 아름다움, 감상하는 기쁨을 넘어서 특별한 재미가 있다는 것 말입니다.

p56 임윤찬의 화음은 균형이 다릅니다. 한 음만 깨끗하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음도 목소리를 냅니다. 그러다가 내성이라고 부르는, 화음 안쪽의 음표들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보통은 잘 들리지 않던 것들입니다.

p73 위험 감수자인 임윤찬이 만약 절대 틀리지 말자고 마음먹었다면 안전하게 그렇게 칠 수 있었을 겁니다. 가장 먼 지점의 음이 약간씩 늦게 나오도록 조절하면 됩니다. 새끼손가락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고, 그때 건반을 누르면 되죠. 뭐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임윤찬의 음악이 아니겠죠.

p79 제대로 된 음악가라면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매일매일 산을 넘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물 살의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요즘 그가 넘는 산은 쇼팽의 연습곡 전곡(27곡)입니다.

p83 임윤찬이 7번 연습곡을 설명해 주기 위해 악보를 펼쳤습니다. 거기에는 손가락 번호 같은 기술적인 것은 거의 적혀 있지 않습니다. 악보는 깨끗한 편이었죠. 대신 마치 시의 한 구절 같은 글귀들이 악보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꿈속에서 사랑했던 여인이 사라지는 것, 슬픔을 체념하고 얼어붙은 마음, 왈칵 쏟아지는 눈물, 점을 하나 딱 찍는 느낌

p91 한 주 전 레슨 때 선생님이 ‘이런 이미지인 것 같다’라고 그러셨어요. 그래서 제가 적고서 다음 레슨 때 그렇게 쳤더니 선생님께서 막 웃으시더라구요. 그건 지난주의 생각인데 왜 그거를 그렇게 연습하냐고.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요. 상상력은 매번 다른 거죠. 그럼에도 전체적인 에튀드마다 이미지는 있는 것 같아요.

p97 항상 20세기 초중반 피아니스들의 에튀드를 더 좋아하더군요. 녹음 기술이 막 시작했을 때의 연주자들이죠. 그때의 피아니스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넣고, 되게 자유로웠다고 생각해요. 깎아놓은 듯한 완벽한 음악에는 매력을 못느껴요? AI가 만든 자연을 보고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p107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러 나왔는데 난데없이 피아노 조율이라도 하듯 뚱땅거리며 건반의 소리를 내본 장면입니다. 이래도 되나 싶은데요. 말씀드렸듯 지금보다 자유로웠던 그 시대에 종종 있던 일이었습니다.

p118 다음 음악에는 정경화만이 구사하는 독특한 리듬이 나오는데요. 브람스의 협주곡 3악장입니다. 정경화는 시작 부분 첫마디의 16분음표 3개를 한 덩어리처럼 몰아붙여 연주하곤 합니다. 젊은 시절에도 그랬고 최근 연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같이 타오르고 물러서지 않는 정경화식 독특한 리듬입니다.

p140 진은숙의 작품은 왜 인기가 많을까요? 어떤 점이 그 음악의 매력이며, 왜 베를린, 뉴욕, LA,런던 같은 곳에서 그에게 새 작품을 위촉하고, 자꾸만 연주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처음 들어보는 소리 때문입니다. 진은숙은 독자적 판타지를 위해 수없이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같은 악기에서 새로운 소리가 납니다.

p157 고음을 부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고음에서 어떤 색깔을 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조수미는 뭐니뭐니 해도 플루트입니다. 가벼운 금빛의 이 악기와 똑 닮은 소리를 냅니다.

p162 로마로 온 지 4개월 만에 편지로 이별 통보를 받은 조수미는 독한 마음으로 음악을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조수미는 자신의 책을 비롯해 곳곳에서 K군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한다. ‘그와 사랑하면서 나는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폭발적이고 섬세한지 배웠고, 그와 이별하면서 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그와의 사랑은 내 인생의 스승이었다’

p172 연주자 변경이야 흔한 일이지만, 이번엔 경우가 좀 달랐다. 메켈레와 유자 왕은 공인된 연인 사이였는데 최근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제 시절, 이들은 각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진을 올렸다.

p178 음악 재능은 음 높이에 대한 정확한 감각 같은 것과 연관되곤 하죠. 하지만 진짜 재능은 애정, 또 몰입하는 힘일 것입니다. 김정아의 스승인 첼리스트 이강호 또한 음악에 대한 관심이 재능이다라고 했습니다.

p183 엄마가 바깥에서 방문을 잠그고 아들,딸의 연습을 시키던 시대는 지나갔다. 잘파(Z+알파) 세대 음악 영재들은 공부도 잘하고, 축구 팀에서도 활약한다.

p192 호로비츠의 조용한 노래가 더욱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 그의 시그니처는 아무래도 콘서트홀의 지붕을 날려버릴 것 같은 충격적인 사운드와 꽉 찬 화음 같은 것이겠지만요. 사실 호로비츠의 진짜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순간은 이런 조용한 노래들에서 나오고는 합니다. 이후의 모든 피아니스트에게 호로비츠만큼 못할 것이라는 공포증을 남긴, 슈만의 어린이 정경중 트로이메라이는 꼭 들어봐야 합니다.

p202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해설이 그의 인기를 한층 높였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땅에서 태어나고 교육받고 훈련받은 젊은 지휘자의 첫 무대를 경험했습니다” 미국의 자존심을 우뚝 세워준 음악인인 거죠.

p209 벨리 셀즈는 번스타인이 치욕적인 전향서를 쓰고 무대에 다시 설수 있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또 정치 상황이 바뀌어도 늘 존재했던 위협때문에 번스타인이 작곡가로서 재능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봤다.

p213 사람들은 칼라스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여성을 수집하는 남자에게 기꺼이 수집당했던 디바. 그리고 열일곱 살 많은 오나시스에 대해서는 이렇게 수군댑니다. 칼라스의 명성과 젊을 모두 빨아들이고 떠난, 삐뚤어진 율리시즈라고요.

p235 그는 자신의 장례식이 밝은 분위기에서 치러지길 원했다. 식이 시작될 때 이탈리아 모데나의 휘장을 들고 들어온 이들은 그가 가장 좋아했던 축구팀 유벤투스의 선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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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잡사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에 담긴 은밀하고 사적인 15가지 스캔들
김태진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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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03/21 -2025/03/27


미술을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보는 걸 좋아하게 됐다.

표지에 있는 그림은 내가 인상깊게 본 그림이라 더욱 책을 보고 싶었다. 

제인 그레이의 처형.. 너무나 예쁘고 반듯했던, 그러나 시대를 잘못만나 사형에 처해진 아름다운 소녀, 제인 그레이...

그림과 역사는 결국 같이 갈 수 밖에 없다. 

그림은 그 역사를 왜곡하기도, 때로는 더욱 강렬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그림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있어서 좋다. 이런 책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교양이 쌓이는것 같다.

좋았다.. 


p33 헨리 8세는 종교개혁이 왜 거세게 확산되는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종교개혁은 돈이 없어 쩔쩔매던 영주들에게 엄청난 돈을 안겨 주는 대박 사업이었던 것이다. 세상만사가 그렇다. 대유행을 하거나 모두가 몰려가는 곳에는 다 돈이 숨어 있다.

p47 이 작품을 선물로 준 어떤 여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하는데, 그 비밀스러운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대사들 발치에 그려진 어딘가 눌린 듯한 타원형 물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p61 모든 가문은 바티칸의 정치판에 목숨을 걸었다. 종교적으로 얼마나 존경을 받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추기경을 매수했느냐가 교황 선출을 좌우했는데, 그러다 보니 이 시기를 세속 교황의 시대라 일컫는다.

p74 존 더들리는 분노해 욕을 퍼부었고 제인 그레이는 다시 부모와 대치했다. 정확한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그녀가 받았을 엄청난 협박과 회유, 강압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결국 제인 그레이는 다시 굴복했다. 오랜 진통이 있었지만 여왕의 지위를 수락한다며 고개를 끄덕인 뒤 스스로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1553년 7월 10일, 그녀가 16세이던 해의 일이었다.

p101 정확히 30년 동안 벌어졌는데, 그 시작과 동시에 나라를 빼앗긴 이들은 결국 이 기나긴 전쟁이 끝나고서야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그 감격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프리드리히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전쟁터를 누비다 전염병으로 갑자기 사망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겨우 36세였다.

p127 자신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단 한 번도 세상에 기를 펴고 살아 보지 못했던 헨드리케였다. 죽은 뒤에라도 이렇게 자신감 넘치고 위엄이 있는 모습으로 남아야 한다고 렘브란트는 생각했다

p165 1769년 8월 25일, 역사적인 순간이 왔다. 프리드리히 2세와 요제프는 나이세 주교궁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었고 그 분위기가 무척이나 화기애애했다고 전해진다. 프리드리히 2세는 요제프와 단둘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낮에는 프로이센 군의 훈련 과정도 함께 둘러보았고, 저녁에는 오페라 극장에서 흥겨운 코미디도 함께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p174 그녀의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어머니인 마리아 테레지아로서는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절부절못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베르사유 궁정 내에 마음을 붙이고 사람들과도 두루두루 잘 지내야 할 텐데, 저렇게 바깥으로만 도는 왕세자비를 누가 좋게 보겠는가? 무시당한다고 여기는 이들은 자발적인 적이 된다.

p182 수감되어 있던 라모트가 뇌물을 써서 감옥을 탈출한 뒤 런던으로 도망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곳에서 초호화 생활을 하던 라모트는 허영심에 들떠 회고록을 여러 차례 썼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왕비를 모함하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자기는 하수인일뿐 모든 일을 왕비가 시켰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프랑스 왕실에 결정적 타격이 되었다.

p220 법적 분쟁에 휘말린 휘슬러는 멀리 칠레로 도피성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오랜 일정이다 보니 그는 자신의 작품 판매권을 포함해 일체의 재산권을 히퍼넌에게 넘겨주었다. 그만큼 그는 히퍼넌을 신뢰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배에 오르는 그의 곁에는 새로 사귄 애인이 있었다.

p237 형을 설득하지 못한 막시밀리안은 빈손으로돌아왔다. 그 뒤로 그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형이 손을 써서 그의 모든 권한을 빼앗았던 것이다. 그가 추진했던 다양한 사업들도 에산 지원이 끊기면서 모두 무산되고 말았다. 막시밀리안으로 인해 그나마 안정을 찾아가던 이 지역의 민심은 완전히 돌아섰다.

p249 역사적으로 이 사건은 아주 간단하게 요약된다. 순진한 황족의 어리석은 욕망이 낳은 비극이라고. 하지만 이 사건이 남기는 여운은 길다. 막시밀리안은 선한 사람이었다. 사람을 믿었고 정성의 가치를 믿었다. 하지만 그는 정치와 권력의 속성을 몰랐다. 그 추악한 세계에서 한 사람의 선의와 정성이라는 건 너무나 쉽게 짓밟힌다. 그 세계에서 순진함은 자신은 물론이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

p282 태어날 때 성이 쉰들러였던 알마는 오스트리아에서 매우 유명한 여인이었다. 그수타프 말러라는 대 작곡가의 아내이기도 했지만, 그녀 스스로가 작곡가였고 화가이자 작가였으며 사교계의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그녀를 최고의 유명 인사로 만든 건 이런 배경과 다재다능함이 아니었다. 그녀는 많은 남자와 염문을 뿌린 희대의 팜 파탈이었다.

p287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그리고 말러와의 결혼 생활에서 자신이 일방적인 피해자였다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해 그녀는 말러의 편지를 수정하기도 했고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말러 연구자들은 알마가 손을 댄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그 진위를 의심해야 하는 어려움을 느낀다. 이를 일컬어 알마 문제라고 한다.

p306 실레는 생각이 달랐다. 발리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며 살고 있었지만 그녀와 결혼할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부유한 아내를 맞아 안정된 삶을 살길 원했다. 발리와 함게 지낸 지 3년이 지난 1914년 12월, 그는 작업실에서 가까운 곳에 살던 두 자매 아델레와 에디트 하름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들의 가정은 아주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중산층이었다.

p313 신은 그가 이 성공을 누릴 시간을 길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해 가을, 스페인 독감이 대유행하면서 당시 임신 6개월이었던 에디트는 고열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녀를 간호하며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열심히 스케치했던 실레도 아내가 죽은 뒤 3일 만에 같은 증세로 사망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28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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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의 역사 - 아주 작은 것들에 담긴 가장 거대한 드라마
데이비드 카이저 지음, 조은영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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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자역학의 역사

 : 데이비드 카이저

 : 동아시아

읽은기간 : 2025/03/14 -2025/03/19


양자역학의 역사라기보다는 양자역학의 큰 변화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과학에 문외한이라서 내용은 어려웠지만 흥미롭게 읽었다. 

양자역학이라고 해서 원자폭탄 이런 이야기만 있는건 아니고 최근에 양작역학에서 관심가지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도 나와 있어 더 재미있었다.

신의입자라고 불리는 힉스라든가, 끈이론 등 읽거나 들어도 이해가 잘 안가는 영역의 이야기도 있지만 이런 연구를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구경이라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과학책도 자꾸 읽다보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노력하는 자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p22 나는 유산을 생산하는 큰 원동력 가운데 하나로서 과학자들이 집필한 교과서에도 특히 관심이 깊은데, 교과서가 과학자들이 어렵게 밝힌 기술과 통찰을 미래로 유출하기 위해 제작된 물건이기에 그렇다.

p37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양자 전기역학으로 계산한 이론적 예측 값은 실험 결괏값과 소수점 11자리까지 일치한다. 오늘날 이론적 계산 값과 실험 데이터에서의 오차는 고작 1조분의 1에 불과하다.

p45 슈레딩거가 활약하던 시절,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그 고양이처럼 이도 저도 아닌 상태야말로 자연의 근본적인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아인슈타인과 같은 이들은 자연이 살았든지 죽었든지 둘 중 하나이지, 둘 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p56 이들은 중성미자 진동, 즉 한 중성미자가 다른 중성미자로 바뀌는 희한한 성질이 있어서 공간을 가로지르는 동안에도 하나의 정체성을 버리고 다른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이 사실이 발견되면서 입자의 행동에 대한 표준적인 이론이 크게 확장되었다.

p66 진동의 존재는 당시의 지배적인 이론이 예측한 바대로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 질량의 기원과 성격은 물리학에서 여전히 탐구 중인 주요 과제다.

p71 양자역학에서 가장 기이한 것은 슈뢰딩거가 얽힘이라고 이름 붙인 현상이다. 양자역학의 방정식은 특정한 상황에서 한 아원자 입자의 행동이 말 그대로 다른 아원자 입자의 행동에 완전히 얽매여 있음을 함축한다. 얽혀 있는 두 입자가 서로 방의 반대편에 있든 지구 반대편에 있든, 아니면 지구와 안드로메다은하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든 상관없다.

p100 핵무기가 물리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물리학자들에게는 그런 폭탄을 만드는 원자의 비밀에 접근할 특별 권한이 주어지므로 이 집단의 충성도는 누구보다 엄중히 따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p110 폰 노이만은 1930년대에 튜링이 근처 프린스턴대학교에서 학위 논문을 쓰는 동안 고등연구소에서 일하면서 튜링과 교류했으며, 전쟁 중에는 직접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 가서 에니악에 대해 상의한 적도 있다. 사실 에니악의 원래 임무는 육군 탄도 실험에 필요한 포병의 사표를 계산하는 것이었지만, 폰 노이만은 로스앨러모스에서 핵무기 설계에 필요한 계산을 수행하도록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

p120 오펜하이머와같은 전설적인 강사들이 적은 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려운 개념을 풀어나가는 도전을 즐겼다면, 전쟁 후의 강사들은 학생들을 빼곡히 채운 강의실에서 양자 역학을 원자 세계의 숙련된 계산기로서 가르치는 것으로 목표가 점차 바뀌었다

p124 1940년대 후반까지 스탠퍼드와 버클리, 시카고와 펜실베이니아, 컬럼비아, MIT등의 박사학위 자격시험에서 흔히 광범위하게 논술형으로 출제되면 해석의 문제는 1950년대 중반에 이르러 표준적인 계산 문제로 대체되었다.

p143 새로운 시도에서 가능성을 본 카프라는 출판사에 문을 두드렸다. 12번의 거절 끝에 런던에 있는 한 작은 출판사가 도박에 나섰고, 비록 얼마 안 되지만 그가 오랜 시간 그토록 갈구한 선인세를 받고 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p145 기막힌 타이밍도 한몫했다. 뉴에이지가 만개한 1970년대 중반은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과 같은 책이 등장하기 위한 조건이 제대로 무르익은 상태였다. 카프라의 책은 세속의 인간사를 초월하는 우주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널리 공유된 열망을 잘 활용했다.

p178 힉스 보손은 신의 입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나는 왜 힉스 입자를 두고 다른 물질보다 더 신성하다는 듯이 말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수십 년 동안 입자 가속기의 규모를 점점 더 키우는 데 주요한 구실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는 10억 달러짜리 보손이라는 기술적인 별명이 더 어울릴 듯 하다.

p188 입자우주론은 최근 크게 번창하고 있다. 이 분야는 우주에서 가장 작은 단위의 물질들과 그 물질들이 우주 전체의 모양과 운명을 결정하는 역할을 연구한다.

p197 두 개념이 하위 분야에서 모두 저명한 논문이 되었음에도, 1970년대 이전에는 누구도 브랜스-디키의 장과 힉스의 장이 물리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하거나, 심지어 두 논문을 나란히 놓고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p226 아인슈타인이 설명하기로 시간과 공간은 트램펄린처럼 출렁거린다. 물질과 에너지 분포에 반응해 구부러지나 늘어지며, 그 뒤틀림은 다시 물체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어 좁은 직선 경로에서 벗어나게 한다.

p241 그가 연속으로 발표한 간결한 논문들에서, 프리드만은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이 미세한 점 하나에서 초대형 은하의 규모로 확장해 간 우주의 진화까지 설명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프리드만이 보여주기로는, 우주는 어느 순간 확장을 멈추고 자기 자신 안에서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다.

p251 끈 이론은 알려진 입자들 사이에서 초대칭이라는 아직 탐지된 적 없는 대칭을 요구한다. 게다가 이 이론은 우리가 살고 있든 듯한 4차원(길이, 너비, 높이의 3차원 공간에 1차원 시간)이 아닌 10차원의 시공간에서만 정식화된다. 적어도 어떤 비평가들에 따르면, 최악은 끈 이론이(적어도 아직은) 서로 구분할 방법이 없는 수없이 많은 우주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사실상 끈 이로은 모든 것의 이론에서 아무것이나의 이론이 되어버렸다.

p257 서스킨드의 큰 풍경에 흩어져 있는 섬 우주들과 아주 비슷하게, 오늘날의 창조설자들 역시 자신들만의 평행 우주를 개척해 왔다. 이들의 책 대부분은 아마존에서의 순위가 내 책보다 훨씬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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