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전혜린 에세이 1
전혜린 지음 / 민서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작가 : 전혜린

번역 : 

출판사 : 두란노

읽은날 : 2018/04/19 - 2018/04/27

분류 : 일반


불꽃같이 세상을 살다간 전혜린의 유고 수필집...
책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아무래도 소설, 수필, 시 이런거 좋아하지 않는 나의 성향탓인듯..
책을 읽으면서 한탄했다. 내가 10대때 또는 20대때 읽었으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감성과 느낌이었을 것 같아서다.
전혜린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이 책을 읽어서 그런가? 치기 어린 사춘기 철부지의 현학적인 말장난 같은 글들이 많이 눈에 보인다. 
우리나라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최상류층에서 살아갔던 부잣집 공주님의 모습도 보이고, 가난한 나라의 유학생으로 독일에서 뼈에 사무치게 박힌 외로움도 보이고, 아이를 출산한 후 엄마로서의 맹목적인 모성애적 사랑의 모습도 보이고...
지금보다는 더 감성적이었을 때 읽었으면 밤을 새서 읽으면서 공감하고 가슴아파하고 웃고 울었을 것 같다. 
좀 더 오래 살아서 원숙한 글솜씨를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너무 불꽃처럼 사그라져서 아쉽다.

p29 물질, 인간, 육체에 대한 경시와 정신관념, 지식에 대한 광적인 숭배 그리고 내 내부에서 그 두 세계의 완전한 분리는 그러니까 거의 영아기부터 내 속에서 싹트고 지금까지 나에게 붙어있는 병인것이다 

p39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을 생활의 서서한 파괴작용과 둘만의 권태에 의해서 죽이느냐 또는 사랑을 지닌 채 죽느냐의 양자 택일밖에는 남겨지지 않는다 

p49 그것은 무엇이라고 정의내릴 수 없는 도특한 맛-슈바빙적이라는 말 속에 총괄되는 자유, 청춘, 모험, 천재, 예술, 사랑, 기지... 등이 합쳐진 맛으로서 옛날의 몽마르트르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전혀 다른 자기의 맛을 가진 정신적 풍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p96 독일은 변증법의 나라-레마르크식으로 말하면 사랑을 할 때와 헤어질 때가 분명하고 뒤끝이 없다. 그러니까 여행할 때와 여행한 후 사이의 선이 깨끗한 절단선이며, 그것을 미리 인식하고 즐기는 하계 휴가요 젊음이요 꿈인 것이다 

p127 헝가리어에 '물랏차'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술마시고 춤추고 재미있게 놀고 사랑하고... 이런 것을 전부 포함하는 한 단어라고 한다. 그 단어에서 낙천적인 말을 빼면 현대 독일의 젊은이가 말하는 생과 가까운 말이 될 것 같다.  

P139 내가 미치도록 그것이 될 것을 원했던 것으로 되는 대신에 자기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가장 의외의 방향으로 어느새 자기가 형성되어 버린 것을 발견한다 

p192 일반적인 사회적인 견지에서 볼 때 애정이 없는 또는 양친이 화목하지 못하고, 조화되지 않은 가정에서 아이속에 있는 애정을 눌러 없애는 방식으로 기르는 교육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P203 순간에 몸을 내맡기고 고독을 페스트보다 무서워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자기의 그 모습을 정시할 수 없고 생과 대면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도피하는 것이 현재 독일 틴에이저의 심리상태인 것이다 

p214 여성이 보다 진정해지고 보다 자기에 충실해질수록 그 상태는 기묘하게도 남성의 반감을 사게 되는 것 같다 

p246 나는 살고 있는 것이지 살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고, 쾌락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라고. 

p248 내 시가 형식에 있어서 뿐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감상적이고 싸구려라면 내 속에도 감상성과 싸구려의 경향이 있다고 틀림없이 볼 수 있는 거야 

p284 나는 미안한 느낌을 사람들에 대해 가진 일이 많았으나 엄중히 말해서 이것은 정화의 감정의 자유에 속한 문제이므로 내가 모권으로 강요할 수는 없었다 

p295 무엇에 열중하는 상태, 특히 자기에게 기쁨을 주는 어떤 일에 몰두하는 상태를 통해서 만족감을 체험하는 그것 자체가 나에게는 중요하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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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4-30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아 , 빨간펜 선생님이 강림하셨군요 ?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