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1 평등주의, 직설적 화법, 단순명료함, 불굴의 투지 등이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의 특성이라는 개념은 상투적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p35 역사의 대부분 동안 이 땅은 페르시아로 알려져 있었다. 이란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35년부터인데 인구의 40퍼센트 가량을 차지하는 비페르시아계 소수 민족을 고려해서였다.
p36 쿠르드족이나 아제리족처럼 비교적 큰 집단에 존재하는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이나라 역대 통치자들은 늘 강력한 중앙 집권과 억압적인 통치를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p39 페르시아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4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해온 부족들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민족적으로 뿌리가 비슷한 메디아 사람들의 왕국과 멀지 않은 자그로스 산맥 주변에 자리 잡았다. 평지에서 산으로 올라가 공격하는 것보다 산 아래로 내려와 공격하는 게 훨씬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기원전 550년에 페르시아 통치자인 키루스 2세는 메디아 왕국을 점령해 페르시아 제국에 합병했다. 이는 세계 무대에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 제국의 탄생이 선포된 순간이었다
p43 호메이니는 일찍이 이란인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1964년에 그는 “샤가 이란 국민들을 미국의 개보다 못한 수준으로 끌어내렸다”라고 격렬하게 비판했다. 이후 그는 문제적 인물로 낙인찍혀 이라크로 추방되었다가 당시엔 프랑스에 머물고 있었다
p46 1997년 상대적으로 온건한 종교학자인 모하마드 하타미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자 강경파들은 충격에 빠졌다. 하타미의 재임 동안 성직자들은 제출된 법안의 3분의 1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 법안들의 대다수는 하타미와 그 지지자들이 도입하기로 공약한 자유주의 성향의 정책들이었다
p54 해외 언론은 자신들이 찾아내는 반체제 젊은이들 말고도 혁명수비대와 관련된 기업들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나 각본가로 일하고 있거나 그곳에서 영상 편집 및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교육받은 청년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사실 또한 지적해야 한다
p59 석유는 이 나라에 엄청난 부를 안겨주었고, 이 부는 이슬람 원리주의라는 극단적인 브랜드와 폭력적인 해석을 수출하는 이 나라를 석유에 목말라하는 권력구조 사이에서 살아남게 해주고 있다
p65 이븐 사우드야말로 진정으로 독자적인 아랍 지도자가 되었다. 그의 지위를 넘볼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영국과의 협약이 그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면서 사우드 가문이 아라비아 반도 대부분에 대한 지배권을 공고히 할 수 있게 해주었다
p74 애초에 왕세자는 개혁가의 면모를 부각시켰는데 이 사건으로 그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여러 나라가 그와 개별적으로 관계 맺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평소처럼 비즈니스가 진행되었다
p79 국가 자본주의라는 중국 모델에 대다수 아랍 지도자들은 매료됐습니다. 정치적 자유주의와 별개로 경제적 자유주의는 대다수 이 지역 정부들이 추구하는 것이어서 지난 20여년 간 중국은 성공한 모델로 칭송받고 잇지요
p84 1707년쯤 한층 가난해진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가 개척해 놓은 해외 시장에 괜찮은 조건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프랑스 인구가 자국의 두 배는 되는 것을 알고 있는 잉글랜드로서도 스코틀랜드가 올드 동맹을 연장해서 프랑스에 기대지 않게 할 확실한 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와 후속 협정을 맺으면서 그들이 빚을 갚을 수 잇게 재정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p84 역사책으로만 보면 영국은 승자 편에 서 있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패자였다
p84 로마인들이 떠난 뒤 영국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을 꼽으라면 바로 이 침공을 들 수 있다
p84 잉글랜드는 유럽에서 패권국이 출현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늘 힘의 균형을 추구해 왔다. 요컨대 그와 같은 가능성이 대두하면 그 반대편에 서는 식이다. 이른바 역외균형 전략(강대한 세력이 아닌 세력을 지원하여 두 세력 간의 긴장을 키워 반대편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은 섬 전체를 확실하게 통제하겠다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p108 오늘날 이 바다들은 그리스가 유럽 못지않게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말해 주고 있다
p110 그리스에는 아테네보다 더 크거나(시라쿠사), 더 부유하거나(코린트), 또는 더 강한(스파르타) 곳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아테네는 이전에도 또 이후에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하지 못했던 일, 즉 소크라테스부터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는 현저하게 뛰어난 인물들을 배출해 냈다. 아테네인들은 다른 곳으로 모험을 떠나기 좋아했고, 다른 문화로부터 기꺼이 배우기를 즐겼다
p119 그리스 쪽에서 보면 그들의 국토방위는 본토 방어와 에게해의 지배권에 집중돼 있다. 해상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본토로 가는 보급로는 단절되고 적의 침공에 훤히 노출될 것이 뻔하다
p128 오늘날 터키는 그리스, 불가리아,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8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들은 일찍이 오스만이 제국 건설을 착수했을 때 만났던 이웃이다
p150 사헬은 아프리카 대륙을 동서로 가로질러 홍해와 대서양까지 연결되는 장장 6천킬로미터에 달하는 경로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는 낭만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팀북투(말리의 중부에 위치한 도시)나 카르툼(수단의 수도) 같은 큰 도시도 볼 수 있지만, 세계 시장으로 팔려가는 광물에 생계를 의지하는 작고 지저분하고 후미지고 파리가 들끓는 동네도 만날 수 있다
p153 당시 탐험대는 군인과 짐꾼에 포로들까지 섞어 3천 명을 헤아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보급품을 얻기가 힘들어졌다. 그러자 그들은 마을을 닥치는 대로 약탈하고 주민들을 강간하거나 살해했다
p161 타크피리는 수니파 이외의 무슬림은 진정한 이슬람 교리를 믿는 자들이 아니기 대문에 그들은 더 이상 무슬림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지하디스트 관점에서 보면 이 논리는 다른 무슬림들은 죽여도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각은 중동의 수니파 무슬림들 사이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p167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0퍼센트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해외에서 계속 희토류를 사들이는 중이다. 중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은 희토류 가공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에 희토류를 이용한 생산품을 팔고 있다. 반면 가공시설이 충분치 않은 미국은 중국의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
p169 우리는 러시아가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시리아의 혼란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보아왔다. 요컨대 푸틴 대통령이 유럽의 소심함과 미국의 무관심을 이용하는 것을 말이다. 사헬 같은 유동적인 지역이야말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걸프 국가들은 여전히 주머니가 넉넉해 자금 부족을 채워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군대는 홍해를 건너와서 프랑스와 미국의 화력을 대체할 만한 입장은 아니다
p173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고산지대, 열대 밀림, 불타는 듯 뜨거운 사막, 단단한 암석을 깎아 만든 1천 년 된 교회를 포함한 9곳의 세계 문화유산, 그리고 숨을 멎게 하는 웅장한 폭포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위해 해마다 1백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나라를 찾아온다
p174 시리아에서 시작해서 남쪽인 모잠비크까지 장장 6천4백 킬로미터나 뻗어 있는 이 지구대는 에티오피아 중심부를 지나면서 이 나라의 고지대를 양쪽으로 갈라놓는다
p178 가장 세력이 강했던 악숨 제국 시대(100-940년)에 에티오피아의 영토는 이집트 남쪽부터 홍해를 거쳐 예멘까지 이르렀다. 이 나라는 해상 교역로를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해군과 육군을 보유했고 이 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의 뿔을 호령했다
p195 스페인의 주요 다섯 개 강 중 네 개가 대서양으로 흐르고 에브로강만 지중해로 흘러든다. 대다수 강들은 배를 띄우기 어려워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지름길로 이용하지 못하다보니 물자를 실어 나르거나 전쟁 중 군대를 이동시키는 데도 별반 쓸모가 없다
p197 마르텔이 패했다면 샤를마뉴(마르텔의 손자) 대제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현재 카탈루나 일부인 피레네 산맥 남쪽에 완충지대를 만들었다. 이곳은 훗날 이베리아 레콩키스타 프로젝트의 동쪽 측면을 차지할 만큼 커진다. 투르전투 이후 무슬림들은 점점 밀려나기 시작하더니 756년부터 1031년까지 이베리아 반도의 3분의 2 정도만을 차지한 채 안달루시아 우마야드 왕국을 세우고 머물렀다.
p217 모두가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밀어붙이는 것을 두고 러시아 항공우주국 국장인 드미트리 로고진은 “달을 또 다른 아프카니스탄이나 이라크로 만들 수 있다”라고 비유한다. 이 말은 한 번 겨뤄보자는 뜻이다
p221 머스크는 이 분야에서 민간기업이 정부보다 앞서가면서 NASA와도 협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본보기다. 사실 상업적인 조직과 국가가 연결된 사례는 꽤 오래전에도 있었다. 우선 떠오르는 것이 16세기부터 줄곧 대영제국과 교역 이익을 함께해 온 동인도회사다. 이 회사는 영국이 통치하는 일부 지역에서 마치 정부기관처럼 행세하기도 했다
p231 파이오니어 금속판을 처음 고아한 사람은 위대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과 프랭크 드레이크였다. 그들은 다음을 전제로 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 즉 외계의 지적생명체에 성대나 귀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과학을 지배하는 본연의 원리는 같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금속판에는 각자 다른 에너지 상태를 가진 수소원자 2개가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