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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어서 명곡입니다 - 「반짝반짝 작은 별」에서 「엘리제를 위하여」까지, ‘짱언니’가 들려주는 명곡 뒤의 이야기
장금 지음 / 북피움 / 2025년 6월
평점 :
제목 : 이유가 있어서 명곡입니다.
작가 : 장금
출판사 : 북피움
읽은기간 : 2025/10/14 -2025/11/06
음악의 배경과 뒷이야기를 엮어서 음악에 대한 유쾌함을 전해주는 곡.
에피소드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 잘나체할만한 내용이 많고, 음악가들도 천재라기보다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임을 많이 보여준다.
잘 알려진 이야기들도 많지만 나에겐 처음 듣는 이야기들도 꽤 있어서 흥미로웠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되면 친근해지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바흐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계속 나와서 더욱 좋았다.
역시 바흐이야기가 최고다..
다시 읽고싶은 책이다
p88 바로크 시대의 또 다른 용어가 통주저음의 시대일 정도로 통주저음은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규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통주저음은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 주어진 베이스라인 위에 나머지 성부를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관슴을 의미하기도 하고, 베이스라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p101 흔히들 연주여행이라고 하면 초청받은 곳에서 환대 속에 연주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하지만, 둘의 여행은 달랐다.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바이마르였는데 수중에는 돈이 없었다. 그래서 한 역에서 다른 역으로 넘어갈 때마다 경비를 마련해야 했다. 빈 음악원에서 공부한 인재, 천재적인 피아니스트 따위의 스펙이 현실 앞에서 참으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화이었다.
p106 브람스는 레메니에게 받았던 값진 레슨과 무명에 불과했던 자신을 가는 곳마다 열렬히 홍보해주었던 데 대한 고마운 마음을 위대한 헝가리음악으로 차고 넘치게 보답했다.
p122 아르누보의 핵심 모티브 역시 아라베스크였다. 다만 곡선을 바탕으로 하되 기하학적인 느낌이 없다는 점이 아랍 예술과 다르다. 아르누보의 아라베스크는 자유와 해방에 대한 은유였다. 이는 전통 음악과 비평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했던 드뷔시의 간절한 염원과도 일치한다.
p132 이 둘이 추구하는 바는 모두 모호함에 있다. 3:2의 리듬, 2박의 강세, 독립적으로 흐르는 선율 등 드뷔시의 음악적 장치들은 일관되게 모호함을 끌어내는 매개체이다.
p154 녹턴은 형식이 아닌 분위기와 멜로디가 지배하는 장르다. 낭만적 서정이 가득한 밤과 어울리는 차분하고 감성적인 분위기의 곡, 이것이 녹턴을 규정하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p160 쇼팽의 작품에서는 극강의 온화함 속에서도 비통함이 발현된다면서 곱고 예쁘기만 한 필드의 녹턴과 분명한 차별점을 두었다. 그 저의가 무엇이었을까? 이는 두 명의 녹턴 대가가 모두 세상을 떠나고 없는 시점에 자신의 소중한 친구 쇼팽에게 녹턴의 왕자를 주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그랬다면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p200 베토벤 이전까지는 작곡가와 연주자의 경계가 매우 불분명했다. 연주자들을 작곡했으며, 작곡가들은 연주했다. 다시 말해, 작곡된 작품은 작곡가의 손을 통해 연주되는 게 관례였다. 바흐나 모차르트의 건반 음악에 세세한 지시어가 결여된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어차피 작품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작곡가 자신이 연주할 것이기 때문에 악보에 특별한 지시어를 기입하는 것은 불필요했다.
p224 성실한 바흐는 일과 연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완벽한 워라밸을 이뤄냈다. 이들의 연예 행각은 종종 교회 관계자의 눈에 띄어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경건한 신앙인의 표본인 바흐에게도 이렇게 반전 사건이 있었다니. 지나치게 신앙적인 이미지에 가려져 그 역시 피 끓는 청춘이었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던 것 같다
p231 훗날 안나 막달레나는 그녀의 회고록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30년 가까운 결혼 생활 동안 그이는 제 남편이자 연인이었지요. 저는 남편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어요. 나를 그이의 팔로 두르고 푸가를 연주하던 그 저녁과, 라이프치히의 새 집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저를 번쩍 안아 문지방을 넘으면서 여전히 새색시 같다고 말해주던 남편의 모습은 죽는 순간까지 기억에 남을 겁니다 .
p248 환상곡이란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형식의 곡을 말하는데, 베토벤은 이 곡을 환상곡 풍의 소나타로 여겼다. 그래서 형식, 모티브의 구조적 발전보다 분위기 조성에 더 힘을 주었던 것이다 .
p273 그가 생애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냈던 라이프치히 시절 그의 직업이 칸토르였으며, 이때 그가 배출한 수많은 명작들은 칸토르로서 예배 음악을 작곡했던 직무 수행의 결과였다. 바흐가 대규모의 칸타타, 수난곡, 오라토리오 등과 같은 장르를 작곡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루터가 바꿔놓은 예배 형태, 즉 음악을 예배의 중심에 놓는 데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p276 장르를 막론하고 유명 선율들을 차용해 찬송가로 편찬했던 관습은 훗날 독일 찬송가집 편찬 전통에 그대로 남게 되었다. 독일 찬송가는 다시 다른 신교 국가들의 찬송가 탄생의 모차게 되었다. 여러 곳에서 선율을 가져오는 전통마저도 함께 말이다 .
p293 모차르트는 원래 있는 것으로 터키풍의 음악을 묘사했다. 자신과 가장 친한 악기인 피아노, a minor조성, 2/4박자 리듬, 논 레가토 기법 등 모차르트는 활용 가능한 친숙한 것으로 이국적인 정서를 만들어내는 기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p297 레슨 후 눈무범벅이 되어 떠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였다. 특히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쇼팽은 모진 말도 서슴지 않았다. 믿기 힘들겠지만, 레슨 중 화가 나서 의자를 던져서 부서뜨렸다는 일화도 있을 정도로 쇼팽의 분노 게이지는 몹시도 격렬하게 오르락내리락거렸다.
p316 결혼행진곡이 삽입된 로엔그린의 내용은 비극이다. 결혼한 남녀가 곧바로 헤어지고, 급기야 죽음을 맞이하는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 곡을 어떻게 결혼식에 쓸 수 있을까? 이것은 그야말로 난센스다. 신랑 신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이 즐거운 날에 아침에부터 까마귀가 까악까악 울어대는 것과 같은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