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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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과남자의 과학공부

 : 유시민

 : 돌베개

읽은기간 : 2023/09/23 -2023/09/27


유시민 작가님이 과학교양서를 냈다.

본인은 문과라서 이과내용은 잘 모른다고 하면서 그동안 읽었던 과학교양서와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책을 냈다..

그런데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읽기가 쉽지는 않다. 그럭저럭 읽으려면 읽을 수는 있는데 참고도서정도는 읽어봤어야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과학을 모르는 인문학자들이 엉뚱한 이야기로 서로 싸우고만 있다는게 작가의 시각이다. 

나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과학의 새로운 발견들이 많은데 그런 내용을 모르고 산다는 건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유시민 작가님을 포함한 훌륭한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많이 나와서 과학을 이해할 수 있게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다만 과학은 설명을 하는 도구지, 나를 이끄는 도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과학이 모든 걸 알 수 있고, 모든 걸 해결하는 듯한 분위기는 좀 맘에 들지 않는다. 

재미있게 잘 읽었다. 


p9 과학공부를 하고 싶은 독자는 훌륭한 과학교양서를 읽으시기 바란다. 코스모스, 원더플 사이언스, 엔드 오브 타임, 이기적 유전자,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원소의 왕국, E=mc2,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김상욱의 양자공부, 과학콘서트 같은 책이다. 저자들은 대부분 이과지만 인간의 언어로 과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p22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참고서의 모든 문제를 반복해서 풀면서 문제 유형과 풀이 과정을 암기했다. 그렇게 하면 아는 스타일 문제는 어지간히 다 풀 수 있다. 나는 시간을 무한정 투입해 처음 보는 유형의 문제를 만날 확률을 낮추는 물량전을 폈다.

p28 어느 하나 쉬운 질문이 아니었지만 인문학자들은 모른다고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대답하려고 했다. 그게 과학자와 다른 점이다. 과학자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하게 나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 말하고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한다.

p37 과학이 더 발전해도 인문학은 인문학의 길을 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형식과 내용 그대로는 아니다.

p38 우리의 뇌는 생존에 필요한 것은 밝게 비춰 보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객관적 진리보다는 신화와 자기기만과 부족의 정체성처럼 적응의 이익이 있는 것을 열광적으로 받아들였다.

p47 나는 무엇인가? 이것은 과학의 질문이다. 묻고 대답하는 사유의 주체를 철학적 자아라고 하자. 철학적 자아는 물질이 아니다. 그러나 물질인 몸에 깃들어 있다. 나를 알려면 몸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일반 명제로 확장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과학의 질문은 인문학의 질문에 선행한다. 인문학은 과학의 토대를 갖추어야 온전해진다.

p68 과학자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만 철학자는 모른다는 말도 무언가 아는 것처럼 한다. 과학자와 인문학자는 무엇보다 그런 면이 다르다. 나는 그게 인문학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으로 증명한 사실만 책에 담아야 한다면 국립중앙도서관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p74 태양이 내뿜은 빛의 에너지는 지구에서 공기를 만나 열에너지로 바뀐다. 우리가 햇빛이 따스하다고 느끼는 것은 빛 자체가 따뜻해서가 아니라 빛이 공기를 데우고 우리가 따뜻해진 공기와 접촉하기 때문이다.

p85 아직 아는 게 많지 않아도 몇 가지는 확실하다. 거울신경세포는 대뇌피질을 비롯한 뇌의 여러 부위에 분포해 있으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는 행위를 조장하거나 억제하는 등 여러가지 일을 한다. 또한 공감과 도덕적 동기 유발의 기초를 제공하며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염려하고 덜어주는 행위를 장려한다.

p87 맹자는 사람한테 타인의 불행과 고통을 함께 느끼면서 남을 도우려 하는 생물학적 본성이 있다고 봤다. 그것을 측은지심이라 했고 거기에서 인이라는 가장 중요한 미덕이 나온다고 판단했다. 오로지 관찰과 추론으로 구축한 이론이었다.

p91 나는 김지하 시인이 젊은 시절 썼던 시와 산문을 여전히 좋아한다. 그때 그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소중히 여긴다. 인생의 한 굽이에서 그런 감정을 느낄 기회를 준 시인에게 지금도 감사한다.

p99 내 자아는 날마다 어리석어지는 중이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덜 어리석어지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내 뇌의 뉴런이 순조롭게 다양한 연결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책을 읽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세상과 연대하며 낯선 곳을 여행한다. 내가 할 수 잇는 일은 뇌에 새로운 데이터를 공급하는 것뿐이다.

p119 다윈은 염색체,DNA,유전자 같은 것을 몰랐다. 그런데도 완벽하게 옳은 결론을 내렸으니 관찰과 추론의 힘은 얼마나 대단한가.

p127 우리의 삶에 주어진 의미느 ㄴ없다.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찾지 못한다. 남한테 찾아 달라고 할 수도 없다. 삶의 의미는 각자 만들어야 한다. 내 인생에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어떤 의미로 내 삶을 채울까?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은 질문이다.

p158 집단에는 양심이 없다. 개인들이 인종적, 경제적, 국가적 집단으로 뭉치면 힘이 허용하는 일은 무엇이든 한다. 집단은 크면 클수록 더 이기적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p166 화학자들 화학을 사랑하지 앟아서가 아니라 너무 바빠서 교양서를 쓸 시간이 없고 또 굳이 그래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앟아서 그런 듯하다. 아는 사람은 안다. 화학이 돈 되는 과학이란 걸. 화학의 이미지가 나빠도 사람들은 화학제품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

p170 더 작게 나누면 고유의 성질을 잃는다는 의미에서 물질의 기본 성분인 원소는 원자와 같고 또 다르다. 물리학 책에는 주로 원자가 나오고 화학 책에는 원소와 원자가 뒤섞여 나온다.

p189 원자핵과 전자가 비교적 가까이 있어서 잘 깨지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어떤 경우에도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것은 아니다. 모든 면에서 어중간하다. 바로 그런 성격 덕분에 탄소는 생명 탄생의 주역이 되었다.

p192 조문을 가려고 검정 넥타이를 맬 때 탄소를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나는 과학의 사실에서 별 근거 없는 감상을 함부로 끌어내는 습관이 있다. 과학 공부를 해도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나는 문과다

p197 인간의 어떤 행위도 물리법칙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지 원리적으로 불가능한지, 나는 판단하지 못하겠다.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물리법칙으로 남김없이 설명할 수 있는 날이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할 근거는 없으니까

p205 사회과학자들은 부족 충성심에 쉽게 속박당하고 이론의 창시자에게 구속된다. 사회과학이 인간 조건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바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네 이야기를 생물학과 심리학의 물리적 실재에 단 한 번도 끼워 넣어 보지 않았고 심리학과 생물학의 발견을 무시했다. 그래서 공산주의를 과대평가하고 인종주의를 과소평가했다.

p211 그 의시ㅁ은 오해에서 나왔다. 불확정성 원리는 인간 인식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다. 거꾸로 말해야 맞다.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시세계의 운동법칙까지 우리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내 주장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그렇다고 한다.

p215 전자의 위치를 알려고 빛 입자를 전자에 충돌시키면 전자의 운동량이 달라진다.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파장이 짧은 빛을 써야 하는데 파장이 짧을수록 빛 입자의 운동량은 크다. 따라서 위치가 정확해지면 운동량이 불확실해지고, 운동량이 확실해지면 위치가 부정확해진다. 전자현미경을 써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론은 분명하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자의 운동은 확률로 기술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불확정성 원리의 요체다.

p224 빛보다 빠른 속도를 생각할 수는 있지만, 절대온도 0도보다 낮은 온도가 그런 것처럼, 물리적 의미는 없다. 절대온도 0도는 모든 입자의 운동이 멈추는 온도로 섭씨 -273.15도에 해당한다. 그보다 낮은 온도는 물리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빛보다 빠른 속도 역시 그렇다

p232 우주 구름이 뭉쳐 태양이 될 때 떨어져 나간 물질 가운데 수소, 헬륨, 메탄, 암모니아처럼 가벼운 것은 멀리서 모여 가스형 행성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되었다. 철, 니켈, 알루미늄처럼 무거운 원소들은 태양 가까운 곳에서 바위형 행성인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을 만들었다.

p244 인문학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산물임을 다시 확인한다. 인문학의 과제는 객관적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큼 그럴법한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다.

p249 도시의 질서는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에너지를 투입해서 만들었다.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기 때문에 무질서한, 고엔트로피 상태인 것은 사람의 눈길을 끌어당긴다.

p264 하찮은 수학이 선도 행하고 악도 행하는 것과 달리 진정한 수학은 인간의 일상에서 떨어져 있다. 정수론이나 상대성이론이 전쟁 목적에 쓰인 경우는 없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p274 가우스를 비롯한 신계의 수학자들은 평행선 공리를 위반하면서도 모순이 없는 비유클리드기하학을 찾아냄으로써 공간에 대한 관념을 바꾸었다

p280 그는 산술에만 능했던 게 아니라 높은 수준의 수학적 직관과 사유능력도 지니고 있었다. 열두 살에 유클리드 원론의 문제점을 감지했고, 열다섯 살에 평행선 공리를 위배해도 모순이 없는 기하학이 성립한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며, 열아홉 살에는 자와 컴퍼스만으로 정십칠각형을 작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2,00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임의의 n각형 작도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았다

p290 과학교양서는 이 순서를 지킨다. 양자역학에서 출발해 화학과 생물학을 거쳐 뇌과학으로 나아간다. 과학 전문작가 나탈리 앤지어의 원더플 사이언스가 그렇다. 내친김에 생물학을 거쳐 인문학까지 나아가는 경우도 있다. 대표 사례로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 오브 타임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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