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 - 클래식 무대 뒤, 오케스트라 악보를 둘러싼 세계
김보람 지음 / 사농공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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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
작가 : 김보람
출판사 : 사농공상
읽은기간 : 2026/09/15 -2026/09/24


재미있는 역할을 하는 분의 책을 읽었다.

악보위원..

이런 역할도 있나?

악보를 복사해서 가져다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작곡가가 악보를 여러번 바꾸기도 하고, 사람들의 평가에 따라 악보를 조정하기도 해서 생각보다 원본이라는 것이 어느 것인지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지휘자가 보는 총보와 연주자들이 보는 악보가 align을 시키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라고 한다.

악보를 분석하고 지휘자가 원하는 악보를 찾아 출판사와 협의하고 정리하고 배분하는 일이 모두 악보위원의 일이라고 한다.

사회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될수록 나도 모르는 새로운 업무와 역할이 계속 생기는것 같다.

재미있는 업무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좋았다.


p12 공연 기획회의에서 한 시즌의 프로그램이 결정되는 순간 악보위원은 바빠진다. 전 세계 악보 출판사를 뒤져 알맞은 에디션을 찾아내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지휘자가 어떤 악보를 선호하는지, 최근 많이 연주되는 악보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 악보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조사한다.

p28 악보위원은 리허설과 공연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며 오케스트라와 음악의 흐름을 읽는다. 리허설과 본 공연은 확연히 다르고, 같은 곡도 어제와 오늘의 공연이 서로 다르다.

p69 리허설을 며칠 앞둔 어느날 C.F. 피터스 출판사로부터 선물 하나가 도착했다. 향후 연주에 최신 교정본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프로모션 증정용 총보였다. 오랜 논쟁 끝에 마침내 바로잡힌 안단테-스케르초 버전이었다. 동봉된 편지에는 마에스트로께 전달해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서울시향이 원할 경우 언제든 악보를 준비해주겠다고 적혀 있었다. 한 세기에 걸친 논란을 종결짓는 이 악보에는 수십 년 동안 분투해온 학자들의 노고와 출판사의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p71 학술적으로는 오염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가장 풍성하며, 소리의 성당이라 불리는 브루크너 특유의 건축적 아치 구조가 살아 있다는 평가와 함께 여전히 많은 지휘자들이 사랑하는 판본이 하스판이다. 하스의 뒤를 이은 노바크는 훨씬 엄격했다. “부르크너가 그 시점에 그 악보에 사인을 했다면, 그것이 곧 그 버전의 완성”이라는 원칙으로 간 연도별 판본을 철저히 분리하여 출판했다. 오늘날 부르크너 8번 1890년 판본이라고 하면 십중팔구 노바크 에디션을 가리키는 이유다.

p85 해외 오케스트라가 내한 공연을 하는 경우 서울시향에 한국관객들을 위해 앙코르로 아리랑이나 그리운 금강산 악보를 구할 수 있는지 연락이 온다. 또한 연주하고자 하는 특정 곡의 악보를 급하게 빌릴 수 있는지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이럴 때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도움을 주려고 한다. 이런 게 바로 클래식 업계의 정이다.

p108 악보를 들여다보기만 한다고 해서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음악이 자연스러운 흐름인지 아닌지는 결국 연주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리허설은 그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바로잡는 시간이며, 사전에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 놓아도 지휘자의 해석에 따라 다시 수정되고 변경된다. 원래 리허설을 바로 이런 과정을 위해 준비된 시간이다.

p134 한번은 공연을 처음 보러 온 친구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왜 현악기들은 모두 똑같이 팔을 움직여? 너무 로봇 같아. 무서워!” 이 말에 “야! 나는 똑같이 안 움직이는 게 더 무서워!”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 눈엔 연주자가 똑같이 활을 움직이는 모습이 꽤 신기했던 모양이다.

p148 조악기란 악보에 적힌 음(기보음)과 실제로 들리는 음(실음)이 서로 다른 악기를 말한다. 만약 도레미솔 음표가 적힌 악보를 F조 호른으로 부른다면 완전5도 낮은 파솔라도 음이 연주된다. 오케스트라에서는 다양한 이조악기가 함께 연주되기 때문에 각 악기의 조성과 이조 방식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총보를 읽는 데 혼란을 겪을 수 있다.

p153 연주자들은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지만 호른은 가장 불기 어려운 악기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까다로운 악기다. 긴 관과 좁은 배음 간격 때문에 입술과 호흡이 조금만 흔들려도 의도한 음에서 이탈하기 쉽고, 벨 안의 오른손 위치에 따라 음색과 음정까지 달라지기에 신경쓸 일이 많다. 또 곡 전반에 걸쳐 화음과 색채를 채우기에 많은 연주량을 담당한다. 오죽하면 한 거장 지휘자가 “호른 주자들에게 뭐라고 하지 마라. 그들은 목숨 내놓고 연주하는 중이니”라고 변호했을까

p166 처음엔 테오르보 연주자가 온다는 말을 듣고는 적잖이 당황했다. 테오르보는 별도의 파트보가 없어서 무슨 악보로 대체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연주자는 그냥 총보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해주어 다행이었다. 그렇다면 ‘연주가 매번 즉흥으로 이루어지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러했다.

p173 제본 방식도 연구를 거듭했다. 스테이플러를 사용할 경우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고 다시 원위치로 되돌아오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시중에 파는 돼지본드를 이용해 제본하고 종이테이프로 마무리하는 방식이 최적임을 확인했고, 이것이 훗날 돼지본드 제본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p199 초창기에는 “이게 바로 현대음악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소위 쎈 곡들이 주를 이루었다. 무대 위는 100명에 가까운 연주자와 방대한 타악기들로 꽉 찼지만, 객석은 무대 위 연주자 수만큼만 겨우 채워질 정도로 휑하기 일쑤였다. 텅 빈 객석의 공기와 익숙하지 않은 음악 사이의 괴리는 낯선 풍경이었다. 진은숙 선생님은 관객과 연주자 모두가 조금 더 익숙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조율하기 시작하셨고 이후 점점 매 시즌을 기다리는 마니아층까지 생겨나면서 객석도 서서히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p213 수많은 소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거짓 없이 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결과물이었다. 프로가 프로를 만났을 때 부딪치는 긴장과 높아지는 완성도,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연주곡과 뮤직비디오에 모두 담겨 있었다.

p243 악보위원으로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악보를 대하는 그의 태도였다. 그는 서울시향의 한 인터뷰에서 “가장 소중한 것도 악보, 제일 잃어버리기 싫은 것도 악보”라고 말하며, “잃어버리면 다시 살 수는 있지만, 정성이 담긴 가치가 좋다”라고 이야기했다.

p249 서울시향 협연에 있어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단연 바이롤리니스트 정경화 선생님과 함께한 무대다. 정명훈 감독님과 정경화 선생님이 리허설을 하던 중 의견이 엇갈렸는지 한참 대화를 나누시더니, 갑자기 정명훈 감독님의 등짝을 탁 하고 내리치는 게 아닌가

p253 한번은 경회루 야간음악회 때 힘차게 부는 바람에 악보가 하늘로 날아가 버린 적이 있다. 멋진 클라이맥스 구간에 날아가서 보긴 좋았다. 음악과 어울리는 명장면이었지만 한 사람은 웃을 수 없다. 그게 나다. 악보가 경회루 앞 호수에 빠진 것이다.

p272 나는 무대를 준비하는 시간, 빈 무대에 혼자 덩그러니 있는 순간을 즐긴다. 조용하고 고요한 그 순간이 마치 마음을 정리해주는 시간처럼 편안하다. 악보를 자리에 놓고 단원들이 들어오긴 전까지의 이 고요함을 지금도 좋아한다.

p306 클래식은 처음엔 소음처럼 들린다는 말이 있다. 그건 감수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 뇌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거대한 정보량을 감당하지 못해 내리는 일종의 항복선언이라고 한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서서히 리듬과 멜로디가 들리고, 어느 순간 화음과 음색까지 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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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흥미로운 클래식 - 처음 만나는 클래식, 끝까지 빠져드는 이야기
송현석 지음 / 링크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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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토록 흥미로운 클래식
작가 : 송현석
출판사 : 링크북스
읽은기간 : 2026/08/01 -2026/08/05


클래식 관련 책은 언제나 즐겁다.

개론류의 책들은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기 때문에 반복학습이 된다.

아직 내 수준으로는 개론을 벗어나면 힘들다.

그런다보니 비슷한 내용을 여러번 읽는듯한 느낌이다.

반복학습이 지겹다기보다는 다시 리마인드되는 느낌이라 즐겁다.

역시 좋아하는 분야는 여러번 보아도 즐거운 것 같다.

언젠가 좀 더 심화학습도 할 기회가 되겠지..


p17 바로크 양식의 대표적인 곡이 말년의 걸작 푸가의 기법입니다. 하나의 짧은 주제가 여러 성부에 의해 변형되고 중첩되어 쌓아 올려져, 정교한 건축물과도 같은 곡입니다. 바흐는 칸타타 200여 곡과 오라토리오, 모테트, 4성부 코랄, 오르간 작품, 클라비어곡집, 실내악, 오케스트라 작품, 심지어 류트곡까지 1,000곡이 넘는 작품을 남겼습니다. 방대한 작품으로 끊임없이 신을 찬양했던 바흐의 숭고한 노력은 신실한 신앙과 책임감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p37 포르포라, 툰 백장, 모르친 백작,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후원이 없었다면, 하이든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이든은 자신을 군주에게 고용된 하인으로 규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30년 넘게 시골 궁정에 갇혀 생활하면서도, 오히려 고립으로 인해 음악이 독창적일 수 있었다며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p101 마왕은 짧은 가곡이지만 완전한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슈베르트는 마왕에서 놀라운 극적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슈베르트가 가곡을 단순한 노래에서 예술적 장르로 끌어올린 증거가 되는 작품이지요.

p114 비록 내게 모국어는 어렵지만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나의 영혼은 헝가리인이다. 헝가리 사람들은 자신들을 마자르라고 부릅니다. 리스트는 음악적 영감을 거칠고 자유로운 마자르족에서 찾았습니다. 언어는 서툴렀을지 몰라도 음악만큼은 누구보다 헝가리적이었지요.

p121 쇼팽은 단순한 연애라고 생각하고 열쇠를 내주었지요. 나중에야 연애 상대가 친구 카미유의 아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쇼팽은 큰 충격을 받습니다. 자기 방이 불륜 장소가 되었다는 불쾌감, 마리 플레옐에 대한 배신감과 리스트의 부도덕함에 분노한 쇼팽은 리스트와 절교하고 맙니다.

p162 베르디 오페라를 부르는 성악가는 성량보다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더 요구됩니다.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와 세계적인 스타 안나 네트렙코는 대표적인 베르디 소프라노입니다. 테너 역시 서정적인 음색과 강한 목소리 힘을 동시에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3대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가 베르디 테너의 전통을 이어갔습니다.

p182 프로코피예프 음악에서는 공장 엔진 소리, 전쟁의 포성,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장 박동이 그대로 울렸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소리다”라고 했으며, 프로코피예프 음악 안에서 강렬한 카라스시스를 느꼈습니다.

p216 푸치니가 살았던 19세기 말 유럽의 도시인들은 겉으로는 예의와 전통을 중시했지만, 속으로는 뜨겁고 자유로운 사랑을 열망했습니다. 푸치니는 이런 시대적 욕망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 사람이었습니다. 평생 수많은 여성과 불같은 사랑을 나누었고, 친구들은 푸치니를 사랑의 사냥꾼이라 불렀지요.

p233 그리그의 음악은자신이 본 풍경을 세상과 부지런히 나누려는 듯 친근하고 따뜻합니다. 반면 시벨리우스 음악은 거대한 자연과 고독이 담긴 울림처럼 묵직하고 깊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북유럽 정서를 가장 아름다운 선율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결국 같은 자리에 서 있습니다.

p268 쇼스타코비치는 대사 없는 화면 뒤에서 음악의 또 다른 힘을 발견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코미디 장면에 일부러 슬픈 음악을 붙이거나, 비극적인 순간에 경쾌한 왈츠를 연주하여 음악이 상황을 풍자하고 비틀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습니다.

p292 거슈윈의 음악이 지친 영혼을 달래는 따뜻한 차 한 잔이라면, 바일의 음악은 잠들어 있는 정신을 번쩍 깨우는 진한 에스프레소와도 같습니다. 담장을 넘어온 두 음악가 덕분에 우리는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고도 즐거울 수 있는 법을, 그리고 즐거우면서도 현실을 잊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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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만 - 이것은 음악평론이 아니다
배순탁 지음 / 김영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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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음악의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만
작가 : 배순탁
출판사 : 김영사
읽은기간 : 2026/06/16 -2026/06/21


배순탁님은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작가다.

음악캠프의 작가답게 음악에 조예가 깊고 다양한 음악을 소개한다.

팝송이 많다보니 팝송을 즐겨듣지 않는 나에게는 상당한 허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가요는 쉬운가? 가요도 해석의 깊이가 있어서 '이것이 정말 그런가?'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가벼운 책을 주로 읽다가 해석도 어렵고, 생각도 많이 해야 하는 책을 읽으니 책은 두껍지 않았지만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나에겐 어려운 책을 읽었다는 안도감을 갖는다


p12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문명의 증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부러졌다가 붙은 흔적이 있는 뼈라고 답했다. 그 뼈는 그 사람이 치유될 때가지 옆에서 지켜줬다는 증거이고, 누군가 곤경에 처했을 때 돕는 것이야말로 문명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p31 해외 평론을 봐도 역사상 가장 오해받는 노래 중 하나. 강박적인 스토커에 대한 곡이지만 러브 송으로 널리 받아들여졌다.라는 기록이 널려 있음을 알 수 있다.

p75 음악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순간이나 홀로 듣더라도 잊을 수 없는 공간에서 울려 퍼질 때 한층 특별해진다. 나에게는 벚꽃 아래에서 들은 야상곡이 그랬다.

p112 기실 음악가에게 요구되는 태도는 완벽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명확한 방향성이야말로 뮤지션이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다. 배철수는 자신이 하고 싶은 바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예술에 완성은 없어요. 어느 순간 그냥 손을 떼는 거죠.

p158 그는 이 앨범에서도 거창한 이데올로기가 아닌 일상의 묘사에 충실했다. 이와 관련된 롤링 스톤의 평가가 재밌다. 폴 매카트니가 닭과 양을 노래하면 그것은 진짜 닭과 양을 뜻하는 것이다. 무슨 비유 같은게 아니다.

p162 고전에는 시제가 없다. 진정한 고전은 과거와 당대, 미래를 모두 아우르면서 의미를 획득한다.

p196 이런 글을 마주치면 몸시 설렌다. 단언적이기 때문이다. 시나 소설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단정적 표현들 때문이다. 삶의 무게에 주눅든 개인들은 감히 할 수 없는 통찰적 선언들을 작가들은앞뒤 안가리고 과감하게 내던진다.

p211 정리하면 록은 사운드이기 이전에 스타일이다. 스타일인 동시에 삶과 세상을 대하는 어떤 태도를 세상은 록이라고 부른다.

p223 포크 입장에서 비틀스의 로큰롤은 애들이나 하는 상업적인 음악이었다. 반면 포크는 음악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와 진보를 이끌어내는 순수한 음악이었다. 예전 클래식 음악가 중에는 대중음악의 전기로 증폭한 사운드가 음악의 순수성을 해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p272 괜히 흉내내고 싶어지는 리엄 갤러거의 막가파 보컬은 또 어떤가. 그는 섹스 피스톨스의 프런트 맨 조니 로튼의 유일무이한 직계다. 그렇게 허리를 굽혀서 생목으로만 질러대면 성대 나가지 않겠냐고 묻지 마라.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챙긴다. 평범한 인간은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살지만 로큰롤 스타는 다르다. 로큰롤 스타는 오직 오늘만 산다.

p278 신해철이 인터뷰를 통해 여러 번 강조했던 자신의 개짬뽕 계보를 이 앨범만큼 탁월하게 반영한 사레는 없는 까닭이다. 음반에서 넥스트는 장르를 종횡무진하면서 음악적 성취를 일궈내는 동시에 히트도 기록했다. 싱글로는 파워발라드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가 인기를 누렸고 국악을 접목한 Komerican Blues와 물질 만능주의를 비판한 Money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p283 무심함과 툭은 장기하의 음악 세계를 설명하는 데 아주 중요한 키워드다.

p298 밴드 추다혜차지스의 2집 소수민족은 장르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앨범이다. 한국 전통 무가를 바탕에 두되 여러 서양 장르를 해체하고, 뒤섞고, 재창조한 까닭이다.

p308 1990년대는 보통 취향의 시대로 정의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런 경향을 주도한 작가였다. 그는 자신의 취향을 음악을 통해 꽤 직접적인 각인으로 새겨 넣는다. 기사단장 죽이기도 예외는 아니다.

p325 이렇게 주 단위, 하루 단위, 이제는 시간 단위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라디오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2000년대 이후의 라디오는 속도 경쟁 사회에서 일종의 안티태제로 작용했다. 괜히 라디오 청취자들이 사연을 보내면서, 휴식, 위로, 명곡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게 아니다.

p384 오케스트라 리코딩을 할 때 수많은 연주자가 같은 음을 연주하지만 미세한 수치로 조금씩 다르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코러스 효과에요. 그런데 모든 연주가 완벽하게 똑같다면? 아마 음악은 끔찍했을 겁니다.

p414 415 우리는 세속적 조건을 달성해야 비로소 탈세속적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최소한의 화페없이는 자존심도 내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을 살다 보면 돈으로는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걸 저절로 알게 된다. 경험에 의하면 이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요소는 딱 두 개다. 사람과 예술. 나는 이 둘을 진짜 내가 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주는 것들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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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클래식 - 모든 길에는 음악이 흐른다
진회숙 지음 / 상상스퀘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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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길 위의 클래식
작가 : 진회숙
출판사 : 상상스퀘어
읽은기간 : 2026/04/08 -2026/04/26


음악평론가 진회숙님이 유럽을 여행하면서 쓴 산문집..

여행지마다 그 지역에 대한 소개에 더하여 잘 어울리는 음악들을 소개해 준다.

덕분에 다녀온 지역은 추억과 함께 들어보고 싶은 음악리스트가 만들어졌고, 가보지 못한 곳은 그리움과 상상력이 더해져 더 가고 싶게 만든다.

글을 잘 쓰시는 분이라 재미있게 읽었고, 사진도 풍성해서 여행산문집으로 더할나위 없이 좋다.

'진회숙님이 썼고, 이정도의 내용이라면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몰라보고 안 읽었을리가 없는데..' 라는 생각을 했느데 출판사를 보고 바로 알았다.

내가 이 책을 왜 안 읽었는지...

출판사는 독서모임 같은 걸 만들어서 사람들을 모집한 후 자기네 책을 읽고 홍보글을 쓰게한다고 해서 악명이 자자하다는 소문을 들은 곳이었다.

사실이건 아니건 내가 꺼리는 출판사다 보니 이런 좋은 책도 나중에 읽게 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안좋다고 소문난 출판사 책을 홍보하거나 옹호할 생각이 없다.

진회숙님이 다음번에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내시면 그때 별 많이 드리는 것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p21 노예 출신의 자유민 즉, 벼락부자들이 부상하면서 윤리의식도 무너졌다. 이는 폼페이의 건출물을 장식한 그림이나 모자이크, 조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주 에로틱한, 지그 ㅁ보아도낯 뜨거운 것들이 많다. 베티의 집 역시 이런 벼락부자의 몰취미를 보여준다. 이 집에는 여자를 성적인 대상으로 취급한 그림, 심지어는 성폭행의 대상으로 묘사한 그림도 있다. 반면에 옷을 벗고 남근을 드러낸 남성을 풍요와 번영의 상징이자 집안의 수호자로 묘사한 것이 눈에 띈다

p25 폼페이 발굴 초기에는 너무 음란하고 선정적이어서 일반 사람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에로틱한 벽화의 대부분은 지금 나폴리 고고학 박물관의 비밀의 방에서 전시되고 있다. 고대 성인 스포츠의 다양한 자세를 학구적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들은 참고하시라

p33 실낙원의 저자 존 밀턴을 비롯해서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레오파르디, 독일의 문호 괴테, 영국의 시인 바이런, 셸리, 키츠, 스콧, 프랑스 작가 라마르틴, 뮈세, 미국 시인 롱펠로우 등 걸출한 문학의 거장들이 모두 이곳에 머물렀다. 미국의 소설가 제임스 페니코어 쿠퍼는 이 호텔에 머물며 소설 물의 마녀를 완성했고, 스토 부인은 소렌토의 아그네스의 영감을 얻었으며, 노르웨이의 극작가 입센은 이곳에 6개월간 머물며 유령을 썼다.

p43 카루소가 묵었던 소렌토의 호텔에는 카루소 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카루소를 작곡했던 루치오 달라 룸도 있고, 마가렛 공주가 특히 사랑했다는 마가렛 룸도 있으며, 특히 루치아 달라가 작곡한 카루소를 세상 누구보다 잘 불렀던 파바로티 룸도 있다고 한다. 호텔이 아니라 말 그대로 노래의 전당인 셈이다.

p63 거대한 기마상을 제작하는 작업에 착수하자마자 갑자기 자동 대포발사기가 떠올라 하던 일을 멈추고 설계에 들어갔다가, 얼마 못 가 수직 이동이 가능한 헬리곱터에 꽂혀 대포발사기를 제쳐두는 식이었다. 다빈치가 오래 살았는데도 완성작이 별로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p71 단테를 존경했던 귀도 다 노벨로 플렌타는 자신의 고모뻘인 프란체스카가 시인의 역작에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자기 가문 출신의 프란체스카를 비난하지 않고, 사랑에 희생된 가여운 여인으로 묘사한 데 고마움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p76 지은 지 1000년이 넘은 산 프란체스코 성당 역시 오랜 세월 동안 서서히 가라앉았고, 그러면서 지하실에 물이 차게 되었다. 그 바람에 제단 밑의 연못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이 생겼다.

p93 라파엘로는 이렇게 서로 만날 일이 없는 대학자들을 한데 모아 전무후무한 장면을 연출했다. 비록 상상화지만 세상에 이처럼 지적 에너지가 충만한 그림이 또 있을까 싶다.

p100 돌 위에 파인 사람의 발자국이 실제 베드로의 발자국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성 체칠리아의 손가락과 마찬가지로 베드로의 발자국 역시 믿음의 영역인 것을.

p113 양쪽에 발코니가 있는 산 마르코 대성당의 내부를 둘러보면서 나는 몬테베르디가 이 구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했을지 상상해보았다. 그는 발코니 곳곳에 성가대와 연주자를 배치해 사방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는 스테레오 효과를 구사했다. 그렇게 드라마틱한 발상과 색채적인 표현력으로 산 마르코 대성당을 아름답고 화려한 천상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p127 그레고리오 성가는 무미건조한 음악이다.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예술적 감동을 추구하지 않는다. 감각적인 것을 거부함으로써 이것이 인간의 음악이 아닌 신의 음악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이렇게 과도한 장식을 지양하고, 모든 것을 가능한 한 단순하게 표현하려고 하는 노력은 결과적으로 그 안에 깃든 정신적 내용이 더욱 풍부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p146 정원일에 열정적이었던 모네는 그림을 그리면서 터득한 색의 조화와 화면 구성에 대한 지식을 정원을 만드는 데 십분 활용했다. 한쪽 꽃밭에는 온갖 종류의 꽃들을 심은 반면 다른 쪽에는 같은 종류, 같은 색깔의 꽃을 심었다. 마치 한 사람의 화가가 한 가지 물감을 칠해놓은 듯 말이다.

p148 모네의 그림을 음악으로 옮기면 바로 드뷔시의 음악이 된다. 모네의 그림은 눈으로 듣는 음악이고, 드뷔시의 음악은 귀로 보는 그림이다.

p178 현재 왕비의 극장은 베르사유 궁전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하지만 베르사유 궁전을 다녀 간 사람 중에 이 극장을 보았다는 사람은 드물다. 대개는 이런 극장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근처에 있는 프티 트리아농이나 그랑 트리아농만 보고 가기 때문이다

p179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그녀는 의연히 최후를 맞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폭도들 앞에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왕비로 품위 있게 죽는 것, 그리하여 왕족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는 것, 아마 그녀가 자신이 속한 계급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p200 루소의 오페라 마을의 점쟁이와 로시니가 오페라로 만든 볼테르의 비극 세미라미스 사이에는 프랑스어로 쓰였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전혀 없다. 루소가 소박한 민중의 삶을 그린 새로운 오페라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을 때에도 볼테르는 귀족 취향의 고전 비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p205 시내에 들어오니 거리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볼테르의 동상이 보였다. 동상 밑에 페르네의 대부라는 명패와 함께, 그가 페르네를 위해 교회와 학교, 병원을 세우고, 분수와 우물을 만들고, 숲을 조성하고 , 늪지대를 메우고, 황무지를 개간하고, 도로와 저수지, 인공 수로를 건설하는 등의 일을 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보고 볼테르가 페르네라는 도시의 부흥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p210 서재를 가득 메웠던 7000여 권의 장서 역시 다른 사람에 팔렸다. 당시 이 방대한 장서를 사 간 인물은 계몽주의 신봉자로, 볼테르를 존경했던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였다. 수십 대의 마차에 책을 싣고 가는 장면이 장관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프랑스에서 러시아로 건너간 볼테르의 장서들은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있다가 지금은 러시아 국립 박물관의 볼테르 룸으로 옮겨진 상태다.

p233 생전에 프리드리히 대왕은 감자왕으로 불렸는데, 이는 감자를 통해 기근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지금 상 수시에 있는 그의 무덤에 가면 참배객들이 놓고 간 감자를 볼 수 있다.

p280 전설에 나오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성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용성 같은 건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았다. 왕은 순전히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그저 재미로, 어린 시절의 판타지를 실현하기 위해 성을 지었다.

p282 왕조의 홀은 비잔틴 양식 특유의 화려한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특히 짙은 푸른색과 보라색 기둥 그리고 나긋나긋한 아르누보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식물과 동물 모양의 바닥 모자이크가 아름답다

p289 린더호프 궁전에는 깜짝 놀랄 만한 곳이 있다. 산에 굴을 파서 만든 거대한 인공 동굴이다.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에 나오는 비너스 동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데, 보는 순간 미쳤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p297 내용이 형식을 지배하고, 형식은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옛 귀족문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바이에른 국립극장의 화려한 위용과, 그 계단에 길게 깔린 레드 카펫, 그리고 한껏 잘 차려입고 그 위를 밟는 오페라 관객들의 모습은 어찌 보면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형식에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풍성한 문화적 전통의 내용을 보았다.

p301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눈치작전이 필요하겠지만 여하튼 티켓을 사지 못한 사람은 매트와 담요 그리고 와인만 준비해 막스 요제프 광장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게 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와인을 마시고 웃고 떠들며 적당히 축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으니까.

p309 건물보다 높이 자란 가로수가 길게 늘어선 슈바빙 거리를 걷는 동안 내 나이 또래의 한국인 관광객을 여럿 만났다. 전혜린이 말한 회색빛 나의 거리를 보러 온 사람들이리라. 그러나 그날의 슈바빙 거리에 회색빛 우울은 없었다. 날씨가 화창했기 대문일까. 우울은 커녕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에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p318 카이저라는 작곡가오 함께 음악이 있는 희극을 구상하기도 했는데, 이때 우연히 바이마르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를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카이저와 함께 구상했던 희극의 모든 것이 모차르트의 오페라에 그대로, 아니,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더 차원 높은 형태로 구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괴테는 모차르트 오페라의 숭배자가 되었다.

p332 자유를 빼앗긴 사람은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안다. 실러는 도피 생활을 하던 1785년에 그 유명한 환희의 송가를 썼다. 그런데 본래이 작품의 제목은 자유의 송가였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군주제가 굳건하던 곳에서 자유라는 말을 쓰면 검열에 걸릴 듯해 자유를 환희로 바꾸었다.

p340 이거 왜 이렇게 멀어? 투덜거리는 남편을 내가 점잖게 타일렀다. “21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저 멀리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로 이동하는 거잖아. 그 시공간의 간극을 건너뛰러면 이 정도 수고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어?”

p348 리틀 스파르타는 야생의 자연과 인간의 이야기가 만나는 특별한 공간이다. 이 공간을 이해하려면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에 정치, 철학, 사상, 문학, 신화, 전설, 음악, 미술, 예술 등 인류 문명의 모든 것을 담고 있으니 세상에 이렇게 유식한 정원이 또 있을까

p358 그대 어머니 마리 드 기즈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프랑스 궁전에서 자란 메리는 어머니인 마리 드 기즈와 마찬가지로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다. 그러나 당시 스코틀랜드에서는 이미 개신교가 권력을 장악한 상태였다. 메리는 실질적인 개신교 국가에 유일한 카톨릭 신자로 왕위에 올랐다. 이것이 비극의 씨앗이었다. 메리는 개신교 지도자 존 녹스의 배려로 스코틀랜드에서 유일하게 카톨릭 미사에 참여할 특권을 갖게 되었지만, 개신교 신자들 눈에 곱게 보일리 만무했다.

p374 음탕하기 그지없는 앤 불린의 딸! 사생아에 불과한 주제에 감히 내 앞에서 도덕을 논해? 천박하고 음탕한 창녀 같으니! 내 저주가 네 머리 위에 떨ㄹ어질 것이다! 너같이 천한 사생아 때문에 잉글랜드 당이 더렵혀졌어! 뭐, 이정도면 그냥 날 죽여달라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경악을 금치 못한 신하들이 “저 여자 미쳤나 봐”를 합창하는 가운데, 엘리자베스 역시 메리의 죽음을 예고하는 격정적인 아리아를 미친듯이 쏟아낸다.

p380 이 대목을 해설하는 오디오 가이드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마치 연극대사를 읊는 것처럼 실감 나게 상황을 묘사한다. 중간에 비명을 지르는 효과음까지 들어가니 내가 마치 그 살해의 현장에 있는 듯 등골이 오싹했다. 당시 메리는 임신중이었다. 임신한 몸으로 총애하던 시종이 눈앞에서 무참히 살해당하는 광경을 보았으니 그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p394 소년의 유령은 자넷 더글러스의 회색빛 유령, 악마와 카드놀이를 하는 비어드 백작의 유령과 함게 글래미스 성에서 가장 자주 목격되는 유령으로 꼽힌다.

p396 맥베스 부인은 남편의 마음이 약해질까 걱정한다. 그래서 자기의 사악하고 강한 정신을 남편의 귓속에 퍼부어주겠다고, 황금의 왕관을 방해하는 그 모든 것들을 혀의 힘으로 쫓아버리겠다고 다짐한다. 여기서 소프라노가 구사하는 거친 목소리와 고집스럽게 상승하는 오케스트라 반주는 권력을 향한 맥메스 부인의 강렬한 의지를 상징한다.

p404 본격적인 식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로버트 번스가 지은 설커크 기도문을 낭독한다. 어떤 사람은 고기를 먹을 수 없고, 어떤 사람에게는 고기가 없다. 그러나 우리에겐 고기가 있고, 그것을 먹을 수 있으니 주여!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p409 해리포터의 촬영이 끝난 후 조개집은 철거되었지만 도비의 무덤은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도비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다. 평범한 바닷가였던 프레시워터 웨스트가 해리 포터 팬들의 성지가 된 것이다. 지금 무덤에는 방문객들이 갖다 놓은 자갈이 쌓여있다.

p419 최초의 이스테드보드는 1176년에 열였다. 웨일스 귀족과 리스 경이 카디건에 있는 자신의 성에서 웨일스 각지에서 온 시인과 음악가들의 실력을 겨루는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최고의 실력을 지닌 시인과 음악가에게는 리스 경의 의자를 상으로 수여했는데, 상으로 의자를 주는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p424 포트메리온에 있는 건물 중에는 마을을 조성하며 새로 지은 것도 있지만 옛날 건물을 옮겨 와 복원한 것도 있다. 애초에 엘리스 경이 내세운 슬로건이 과거를 보존하고 현재르 ㄹ꾸미며 미래를 건설한다였는데 이처럼 과거를 보존한 건물 중에 브리스톨 기둥이 있다.

p426 이번 영국 여행의 성과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웨일스의 발견이 아닐까 싶다. 웨일스가 이렇게 좋은지 미처 몰랐다. 그래서 일정을 사흘밖에 잡지 않은 것이 너무나 후회가 된다. 언제 기회가 되면 펨브로크셔 국립 해양공원 둘레길 전 구간을 걷고 싶다. 나중에 보니 웨일스 해안 먹거리 영상을 올린 그 아저씨가 투어도 한단다. 그 팀에 합류해 웨일스 해얀에 널려 있는 안주들을 초고추장, 소주와 함께 섭렵할 날을 기대해본다.

p443 증상이 나타난 지 1년이 지난 어느 날, 슈만은 또다시 천사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천사의 소리가 아니었다. 죽음을 부르는 소리, 뭉크의 그림처럼 기괴하고 섬뜩한 소리였다. 슈만은 한 해 전에 썼던 바이올린 협주곡의 주제를 가지고 변주곡을 작곡했다. 환청을 배경으로 작곡한 그 곡이 바로 유령 변주곡이다.

p445 이보다 더 압권인 것이 있다. 바로 절규 케이크다. 토핑으로 올린 초콜렛에 비명을 지르는 남자의 얼굴이 새겨진 케이크인데, 뭉크 미술관의 카페에서 이 케이크를 팔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에 있는 뭉크의 절규 앞에서 그림 속 남자돠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은 다음 카페에 와서 절규 케이크를 먹는다.

p454 그 산을 넘는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 앞에 또 다른 산이 있었다. 그렇게 ‘이 산이 아닌가벼’를 반복하며 오르락내리락 하기를 세 번, 드디어 비교적 평지에 가까운 고원지대에 이르렀다. 호모 사피엔스로서 평지에서 직립 보행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그때야 비로소 깨달았다.

p458 쉐락볼튼도 그렇고 프레이케스톨렌도 그렇고, 노르웨이의 자연은 우선 그 거대한 사이즈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송 오브 노르웨이를 통해 노르웨이의 자연을 보기는 했지만 직접 모면 영화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이 밀려온다. 고요한 피오르의 푸른 물 밑에 엄청난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는 듯 보였다.

p464 이 코스를 돌면서 폭포는 원도 한도 없이 본 것같다. 송 오브 노르웨이에도 나오는 쌍동이 폭포 라테 폭포를 비롯해서 노르웨이에서 제일 유명한 폭포인 뵈링 폭포와 스타인달스 폭포, 그리고 우리나라 같으면 분명히 관광 명소가 되고도 남을 법한 수많은 듣보잡 폭포를 보았다.

p472 콘서트가 끝나고 음악당 뒤로 난 길을 걸었다. 그리그가 생전에 걸었을 법한 길을 걷다 보니 호수가 보이는 바위 언덕이 나타났다. 거기에 그리그의 무덤이 있었다. 황혼 무렵에 친구와 낚시를 하던 그리그가 바위에 낙조가 비치는 장면을 보고, 죽으면 그 바위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말대로 그리그와 그의 아내 나나는 지금 이 바위 밑에 묻혀 있다.

p490 음향이 좋기로 소문난 암석 교회에서는 수시로 음악회가 열린다. 음악회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 독창회, 피아노 독주회, 실내악 연주회, 함창 공연 등 다양한데, 이 중에서 나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를 가장 보고 싶었다. 파이프 오르간은 암석 교회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일핏 보면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데, 파이프가 무려 3001개라고 한다. 3001개의 파이프에서 나온소리가 천연 암석에 반사되어 울리는 소리가 어떨지 궁금했다.

p492 핀란디아는 핀란드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일종의 민족송가다. 나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세상에 이렇게 국뽕에 충만한 음악이 또 있을까 생각하곤 한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가슴이 웅장해지고, 뭉클해진다. 핀란드 사람도 아닌 내가 이 정도니 핀란드 사람들은 어떨까. 음악을 들을 때마다 가슴 벅찬 애국심을 느낄 것이다.

p498 예배당이라고 하지만 종교의식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따라서 일요일에도 예배가 없다. 결혼식 같은 사적인 행사도 가질 수 없다. 오로지 개인적인 평화와 고요함을 위한 공간인 것이다.

p504 핀란드 헬싱키에서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갈 때는 바이킹 라인이라는 페리를 이용했다. 저녁에 헬싱키를 출발해 아침에 스톡홀롬에 도착하는 심야 페리였는데, 이렇게 잠을 자면서 이동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밤바다 위에서의 낭만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508 구스타프 6세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은 사람이다. 일제 강점기였던 1926년, 경주에 있는 서봉총의 발굴 작업에 직접 참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왕자 신분으로 일본을 국빈방문 중이었던 구스타프 6세는 일제의 요청으로 경주 고분 발굴 작업에 참여했다. 그 고분 이름이 서봉총인데, 여기서 서는 스웨덴을 가리키는 한자어다

p518 밀레의 피조물들은 모두 움직이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신의 손가락 위에 서 있는 인간은 금방이라도 땅으로 떨어질 듯 아슬아슬한 자세를 하고 있었고, 앞으로 팔을 힘껏 벋은 인간은 날개 달리 말 페가수스와 함께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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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토벤인가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에포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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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왜 베토벤인가

작가 : 노먼 레브레이트

출판사 :  에포크

읽은기간 : 2026/02/18 -2026/03/04


작가는 베토벤의 작품을 100곡을 뽑아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연주자들도 소개한다. 

연주곡들은 자기가 들어보고 선택했는데, 잘한 작품은 아낌없는 칭찬을, 맘에 들지 않은 작품은 가차없는 비판을 쏟아낸다.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많은 연주자들이 작가의 칭찬 또는 비판의 화살을 맞았다. 

이렇게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저자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또라이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베토벤의 위대함을 크게 쓰다보니 모차르트나 하이든은 좀 폄하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글을 쓰면 적들도 많을 것 같은데 나름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니, 그정도의 불편함은 가볍게 넘기는 사람인가보다. 

음악을 들으며 뭐가 좋은지, 왜 좋은지 잘 모르는 막귀는 그저 틀리지 않고 멋지게 연주하면 다 좋다. 

그정도의 음악성만으로도 난 만족한다. 죽을때까지 많이 듣자. 


p34 리히노프스키는 돈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그의 가족과 친밀하게 지냈던 한 지인이 “냉소적인 타락자, 파렴치한 겁쟁이”라고 말한 데서 보듯 리히노프스키의 성적 취향은 방탕하게 노는 빈의 엘리트들이 보기에도 특이한 축에 속했다.

p54 하이든은 유감을 품지않고 제자의 첫 피아노 3중주 세 곡의 악보를 살펴보더니 세번째 곡이 청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곡이라고 경고했다. 리히노프스키 집에서 3중주가 초연되었을때 하이든은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는 베토벤을 데리고 나가 핫초콜릿을 사주고 돈도 빌려주었다. 베토벤은 배은망덕하게도 친구들에게 말하기를 하이든으로부터 “배운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p77 나는 어째서 8번에 끌릴까? 현혹시키기 때문이다. 이곡은 교향곡 아류나 영화 추억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부른 노래가 아니다. 베토벤은 8번을 같은 조성으로 된 전원 교향곡과 연관지어 F단조로 된 나의 작은 교향곡이라 부른다.

p80 독일인들은 예술이 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현대사는 정반대 양상을 보여주지만 말이다. 독일인들은 괴테가 베토벤과 더 닮은 모습이기를 원한다.

p90 모차르트는 자기 시대의 관습 내에서 작곡한 반면, 베토벤은 관습에서 한 발 벗어났다. 모차르트가 지금 여기에 관심이 있다면, 베토벤은 그 너머를 바라본다. 모차르트의 환상은 무궁무진하다. 베토벤에서 매혹적인 것은 그가 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려는 방향이다.

p121 비평가의 일은 큰 그림을 전하는 것이다. 작곡가는 음악을 만들고, 연주자는 연주하고, 비평가는 현장에 있거나 있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연주를 맥락 내에서 해석한다.

p134 무엇보다 그는 산자락의 개울처럼 자유롭게 흐르는 음악이라는 예술을 가둬놓고 포장해서 상품으로 만들고, 제대로 주목하지도 적절하게 옷을 차려입지도 않은 사람들이 이러니저러니 비교할 수 있다는 착각을 자신이 조장했다는 것을 깨닫고 몸서리를 쳤다.

p151 베토벤은 모차르트의 음란함을 혐오했고, 다음의 이유를 들어 <돈 조반니> 공연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 “예술은 성스러운 것이니 그토록 불미스러운 주제를 변명하는 구실로 전락해서는 결코 안되네” 그는 노트에다가 이렇게 적었다. “영혼의 합일이 없는 감각적인 만족은 짐승이나 다를 바 없네. 고귀한 감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후회의 감정만 남지”

p166 슈베르트는 같은 시를 가져다가 우리의 마음을 두 동강 내지만, 베토벤은 페이소스를 피자에 얹어 준다.

p188 여기서 대화를 나눌 때 자주 거론되는 기악곡이 세 곡 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엘리제를 위하여, 이곳 사람들이 8세기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에 나오는 달빛 이미지와 연관시키는 월광 소나타, 그리고 많은 중국인이 아는 또 한 곡이 있으니 고별이라는 제목의 소나타 26번이다. 베토벤은 고별, 부재, 재회의 세 악장으로 곡을 구성한다.

p226 그들은 거친 소리를 내는 스튜디오의 한계를 테크닉으로 돌파하는 방법을 찾았다. 1950년대 러시아에서 나오느 모든 피아노 음반은 형편없는 기계를 의지로 넘어선 위업이다.

p233 레닌의 베토벤 인용-계속해서 듣다가는 혁명을 완수하지 못할 겁니다라는 코다까지 종종 곁들여서-은 소비에트 문화 정책의 기초가 되었다. 예술은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정신을 고양시키기 위해 존재하지만, 그로 인해 세상을 정화하는 혁명의 폭력에 제동이 걸려서는 안 된다. 문화는 인류애와 같은 것이 결코 아니다. 공산주의에서 문화는 계급 투쟁의 유용한 무기다.

p255 이 곡을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보여준 것은 짧은 바지를 입은 아이였다. 펠릭스 멘델스존이 유대교 성인식을 한 달 앞둔 요제프 요아힘을 런던으로 데리고 갔을 때 그는 베토벤 협주곡을 연주하겠다고 하여 스승을 놀라게 했다. 1844년 5월 27일 광란의 박수가 그의 연주에 쏟아졌고 오케스트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환호를했다.

p258 도이치 그라모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베토벤 협주곡은 1979년 10대의 아네조피 무터가 카라얀과 내놓은 음반과 10대 아이돌이던 다비트 가레트의 2011년 음반이다. 무터는 단정한 모범생 소녀, 가레트는 찢어진 청부지의 불량소년이다. 영국의 나이첼 케네디가 악동 이미지로 가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p270 베토벤이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었는데 브리지타워가 아픈 곳을 찔렀을 수도 있다. 2020년 BBC 다큐멘터리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리처드 토그네티가 한 말이다.

p280 언젠가 그가 텔레비전으로 아이스댄서 토빌과 딘의 무대를 보고 있었다. “그들로부터도 뭔가를 배울 수 있어요” 그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남들은 손가락을 떨고 기억력 저하로 고생하는 나이에 밀스타인은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경쾌하게 흔들며 무결점의 연주력을 선보였고, 한 명이라도 박수를 치면 앙코르를 하러 나왔다.

p331 (대공) 3중주는 가장 붙임성 좋은 베토벤의 곡 중 하나다. 앞부분에서 힘차게 긋는 첼로 패시지를피아노가 찻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반주한다. 베토벤은 3주만에 이 곡을 작곡했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해변의 카프카에서 이 곡을 자유의 알레고리로 삼았다.

p367 교향곡은 그녀에게 뮌헨에서 보낸 어린시절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주었다. 뮌헨은 음악감독 브루노 발터가 최고 수준의 클래식 공연을 선보인 문화의 중심지였다. 누군가 브루노 발터라는 이름을 언급할 때마다 의붓어머니의 표정이 경건해졌다. 그녀는 발터의 전원 교향곡 음반을 질릴 줄 모르고 들었다. 그녀가 목가적인 추억에 기분 좋게 젖어 있을 때 전화를 걸어 방해하는 자는 화를 면치 못했다.

p370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쇼스타코비치 교향곡들은 존슨에게 안도감을 안겨주었다.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 시대를 살면서 누구도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것을 음악으로 표현함으로써 피난처를 찾았다. 어머니가 마침내 정신병원으로 실려 가자 존슨은 마치 자신의 스탈린이 죽은 것만 같았다. 그의 아내가 말했다”당신어머니와 사는 게 이 교향곡과 같았겠구나”

p380 1845년 베토벤 축제에서 치욕을 당한 본은 1870년 베토벤 탄생 100주년 행사를 열며 리스트를 초대 명단에서 제외했다. 베토벤 조각상을 제외하고 1845년 행사의 성과라면 마지막 음악회에서 여러 아리아와 협주곡과 함께 연주된 곡이 유일한데 그 곡이 바로 베토벤이 1810년 괴테의 희곡 에그몬트에 붙인 서곡이다.

p395 빈 필하모닉 역사를 통들어 가장 자주 연주된 베토벤 곡이 이름이 붙지도 않고 세상을 떠들석하게 하지도 않았던 교향곡, 리하르트 바그너가 춤곡에 불과하다며 무시했던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카르글 박사 덕분에 나는 382회 공연된 교향곡 7번이 제법 큰 차이로 빈 필이 가장 자주 연주한 베토벤 곡이라고 말할 수 있다.

p397 교향곡 두 곡(5번과 7번)이 정상을 놓고 다툰다.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곡 2번, 4번은 목록에서 빠졌다. 교향곡 9번은 공연에서 보기가 어려운데 당연하게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뉴욕은 빈만큼 전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대신 열정에 열광한다. 교향곡 7번은 평균적으로 매년 두 차례는 무대에 오른다.

p401 이것은 연륜있는 거장의 의견을 임의로 취한 것이지만, 교향곡 7번이 그 자체로 인기가 있다기보다 다른 요인들, 가령 비용이나 편의성 때문에 자주 연주된다는 데 다들 동의하는 것 같다.

p414 그는 신뢰할만한 중립적인 목격자가 아니었다. 베토벤은 요하나를 미워했고, 카를 카스파르는 온갖 결점에도 그녀를 사랑했다. 그들의 아들 카를도 마찬가지였다.

p425 그는 베토벤에게 9년에 걸쳐 총 179곡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했다. 베토벤은 흥정하기를 좋아했지만 톰슨의 턱없는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p443 토스카는 자유를 얻고자 섹스를 제안한다. 피델리오는 자유를 말하고 섹스는 완전히 억압하는 오페라다. 토스카는 추파를 던지거나 아니면 싸움을 건다. 피델리오는 오로지 도망칠 뿐이다. 잠재력을 그냥 묻어두는 등장인물은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며 청중은 이런 플롯에서 만족스러운 도덕적 판단이나 지적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자료를 보지 못한다.

p446 피델리오는 우리가 익히 아는 의미의 오페라가 아니며 베토벤은 극장의 음악가가 아니다. 오페라에는 긴장과 충격, 흥분, 그리고 멋진 아리아가 필요하다.

p467 바가텐은 테이블에서 막대기와 공을 가지고 노는 게임이다. 비오는 날 상류층 지주들이 실내에 모여 즐겼다. 프랑스 작곡가 프랑수아 쿠프랭은 1717년 이 용어를 악곡에 처음으로 사용했다. 베토벤은 작은 것이라는 의미로 썼다.

p472 그는 이른 아침에 사람을 보내 나를 부르더니 예의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나의 4중주곡을 연주해줘야겠소” 그렇게 해서 정해졌다. 반대나 의심은 있을 수가 없었다. 베토벤이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행해져야 했으므로 내가 까다로운 과제를 떠맡았다.

p477 베토벤의 4중주곡들은 다른 어떤 곡들보다 청자가 아닌 연주자를 위해 존재한다. 대부분의 실내악곡은, 예컨대 모차르트곡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말한다. 자신의 방식으로 밝게 말한다. 베토벤은 연주자가 숨겨진 모호함을 밝게 비춰야 한다. 연주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청중을 이해시킬 수가 없다.

p511 페이드아웃으로 끝나는 피날레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번을 참고한 것이다. 현대 조성 관계에 관한 교본을 썼던 아르놀트 쇤베르크는 화성의 관점에서 (디아벨리 변주곡은) 베토벤의 가장 모범적인 곡으로 불릴 자격이 있다고 했다.

p513 아르투어 슈나벨은 부유한 자들의 화를 돋우려고 리사이틀에서 이 곡을 연주했다. “여기서 즐기는 사람은 나밖에 없소. 돈을 받거든.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고 고통을 느끼는 거요”

p526 베토벤은 고전주의, 낭만주의 작곡가 중에서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시대에서 우리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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