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온 인문학 - 사람과 세상이 담긴 공간, 집을 읽다 푸른들녘 인문교양 2
서윤영 지음 / 들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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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집에 들어온 인문학

저자 : 서윤영
옮긴이 : 
출판사 : 들녁
읽은날 : 2016/04/02 - 2016/04/06

 

제목을 보고 나 혼자 낚인 책.

집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라기보다는 집에 대한 수필정도로 보는게 맞을 듯 하다.

크게 두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집안에 있는 다양한 공간에 대한 해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식 집이라는 양옥은 사실 영국과 프랑스가 동남아에 가지고 있던 식민지 주택의 변형본이라든가, 다세대, 다가구등을 구분하는 방법등은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유익한 내용들이었다.

재미있는 구분은 방과 간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전통주거는 방과 간을 구분합니다. 방은 신발을 벗고 앉아 생활하는 실내 공간이고, 간은 신발을 신은 채 일을 하는 노동 공간이자 실외공간입니다.(48 p)

이런 정의에서 보면 부엌은 부엌간이니 힘들에 일을 하는 곳이고, 사랑방은 안방과 멀리 떨어져있어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역시 여성은 예전에도 집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이었나보다.

2부 집 밖ㅇ로 나가다에서는 건축에 대한 일반론이 펼쳐진다.

과거에 지어진 사찰이나 성당등을 통해 어떻게 세속적인 사람이 종교장소에 들어와서 거룩감과 경외감을 갖게 할 것인지에 대해 건축학적인 장치들을 알게 된다.

모델하우스 역시 피해가지 못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어떻게 집을 더 넓게 보이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내가 생각했던 책의 내용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것을 많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요즘 유행하는 인문학이라는 말을 부쳤으면 그에 걸맞는 통찰이나 옛것과의 연결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좀 약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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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트렌드 모니터 - 대중을 읽고 기획하는 힘
최인수 외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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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트렌드모니터

 : 엠브레인

 : 휴머니스트

읽은기간 : 2024/11/26 -2024/12/05


한동안 유행했던 책이 다음해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이었다. 

과거의 모습을 분석하여 내년도 트렌드를 예상하는 작업은 예전에도 많이 있었다.

이 내용이 빅데이터와 결합하면서 한동안 유행처럼 책이 쏟아졌었다. 

요즘은 이런 모습이 좀 약해지긴 했다.

아무래도 트렌드는 가봐야 안다라는 생각이 강해져서 그런것 같다. 

트렌드 예측이라는 게 점치는 것과 비슷해서 별로 안비슷한 것 같은데 말장난으로 내가 이렇게 예측했는데 그 트렌드가 나타났다고 자화자찬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이런 부분에 피로감을 느껴 더이상 트렌드 책을 읽지는 않았다. 

이 책은 회사에서 받게 되어 읽었다. 

책을 읽다보니 양극화시대에 학습된 무기력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를 보게 됐다. 좀 우울했다. 

한때 우리나라도 현재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 사회가 그만큼 경직되었다는 뜻이리라.. 

아쉽긴 하지만 그런 모습에서 과도한 입시경쟁이나 과열된 경쟁이 좀 약화되었으면 좋겠다. 

책은 재미있었다. 


p9 행복하고 평화롭다고 느끼는 사람도 늘었지만, 우울하다거나 화난다고 응답한 사람들도 동시에 늘어난 것이다. 2024년 대중들이 경험한 이 감정들은 2025 트렌드 모니터에서 분석하고 있는 양극화된 문화와 소비 현상에 담겨 있는 감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p14 이론적으로는 변화의 지속성에 따라 패드(보통 1년 정도의 유행), 패션(2-3년의 유행), 트렌드(4-5년의 유행), 메가 트렌드(10년 이상의 유행), 컬쳐(30년 이상 지속하는 문화현상)로 구분하기도 한다

p34 지금 소비시장은 초고가의 하이엔드 시장과 극강의 가성비가 강조되는 시장으로 나뉘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현재 이 양극단의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집단도 2개의 문화로 양분되고 있었다

p40 흥미로운 지점은 딱 10년 전인 2014년의 조사에서는 ‘타인 관점에서의 가장 높은 경쟁력’ 1순위가 전문성 있는 지식이었다는 점이다. 10년 전에는 그 사람이 얼마나 부자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똑똑한가가 경쟁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던 것이다.

p48 아이들은 부모나 형제들로부터 독립된 자기방이 생기면 너무 행복해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자기 방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한다. 딱히 숨길 것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타인들로부터 방해받고 싶지 않은 자기만의 슈필라움을 지키기 위해서다.

p52 이와 관련해 중국의 한 청년은 백화점 최상층은 영화 보러, 지하 층은 밥 먹으러, 나머지 층은 걸어다니며 소화하는 데 이용한다며 자조적인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p64 이와 같은 흐름은 가성비 뿐만 아니라 시간의 효율적 사용으로 다양한 경험을 누리고자 했던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니즈의 연장선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대중 소비자들은 이미 콘텐츠를 소비함에 있어서도 빨리 감기 배속 시청을 선택하고, 특정 노래의 속도를 빠르게 올린 스페드 업 버전의 음악을 선호하며, 영화나 드라마를 요약본 시청으로 해결하고, 웨이팅을 피하기 위해 예약 앱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p113 실제로 노동계 전문가들은 기존의 좋은 직장이 더 이상 높은 임금과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음에 따라, 젊은 세대가 일한 만큼 보상을 직접적으로 체감하며 성취감을 제공하는 이 분야로 실리적 선택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p116 우리에게 기업의 성공에는 자본이나 기술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최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자사 임직원을 활용한 임플로이언서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사실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p152 많은 직장인들이 조직 내에서 인정받기 위해 주변 동료와의 관계를 형성하려고 시도하고 있었고, 조직 내에서 인정박이 위해 주변 동료들과의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 직장인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이다. 이 경향은 코로나 시기와 직후에 유행하던 조용한 퇴직과는 전혀 상반되는 현상으로 불황이 지속될수록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p154 본질적으로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양과 속도의 기계적 성실함에 기반한 창의성인 것이다

p165 주니어급 애널리스크가 이틀 동안 해야 할 업무를 AI는 단 몇 초 만에 처리할 수 있어, 향후 이들이 AI로 빠르게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p187 특별한 취향을 추구하고 싶은 대중적 니즈는 지속되고, 경제적 여건과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별한 소비를 하려는 경향은 더욱 뾰족해질 가능성이 있따. 이 과정에서 주류가 아닌 그 무엇인가가 특별함과 차별성을 이유로 대안적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p190 AI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일종의 취향 소비 전략으로 선택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동시에 이 흐름에 완벽히 역행하는 반디지털 소비 경향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텍스트 힙 트렌드 현상이다.

p204 최근에는 독서는 멋진 것이란 의미의 텍스트 힙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텍스트 기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p212 반려돌이 대중적으로 크게 인기를 얻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반려돌은 아주 저렴한 방식으로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외로움을 달래주는 동반자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p221 자본을 굴려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체제와 사회시스템을 자본주의라고 한다면, 지금 시대는 현재 대중의 관심을 굴려 키워야 이윤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대중적 관심과 소비를 원하는 거의 모든 경제적 영역에는 팬덤이 근간이 된다. 팬덤이 있어야 대부분의 비즈니스에서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팬덤은 자본이 되는 시대, 근본이 되는 시대, 이른바 팬본주의 시대다. 그리고 이 팬본주의의 동력은 각 분양의 셀럽과 나와 관계맺기가 된다

p244 문해력 연구의 권위자인 한양대학교 조병영 교수 외 다수의 연구자들은 이 문해력을 텍스트를 통해 세상을 읽고 쓰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텍스트는 사람과 세상을 반영하고 이를 표상하면서 동시에 참여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시 텍스트로 유통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문해력은 바로 이 과정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설명된다. 즉, 현대사회의 문해력은 텍스트가 오가는 맥락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p253 한국 사회에서 눈치로 표현되는, 즉 감정 문해력이 높다는 것은 상당한 적응적 가치로 평가받아왔다. 상황을 파악하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감정 문해력은 대인 관계 경험의 양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타인에게 감정의 초점을 맞추고, 주변의 감정적 분위기를 읽는 것에 대한 수고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성찰의 시간을 줄인다.

p272 당시의 수저 계급론이 경제적 배경에 따른 기회 불평등의 불만을 강하게 토로하기 위해 제기된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더 이상 비판과 공격의 목적이라기보다 일종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반격과 비판이 아닌 현실적 수용과 체념의 심리가 깔려 있다.

p280 노력이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지나치게 고도화되고 세분화된 모든 분야의 수치화된 환원 가치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자아 존중감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p284 여기서의 성공학은 성공에 대한 높은 수준의 바리케이드, 그 기준이 아니면 나머지는 실패자로 규정하는 기존의 성공학이 아니라 각 개인이 처한 상황에서 현실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마음가짐을 조력하는 나만의 성공학이다. 당신도 하면 된다가 아니라 당신은 이거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성공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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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홀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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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이트홀

 : 카를로 로벨리

 : 쌤엔파커스

읽은기간 : 2024/11/15 -2024/11/1


로벨리 책중에서는 제일 읽기가 편했다.

이유가 뭔가 하고 생각해봤는데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론이라 그런것 같다.

그래서 물리학의 도움보다는 상상력의 도움을 더 많이 받았다. 

물론 양자역학에서 확률함수에 따른 블랙홀과 화이트홀의 전환과정은 잘 모르겠다. 

그 부분이 수학으로 설명되지 않고 말로만 설명되다보니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간의 방향에 구애받지 않는다라는 사실에서 출발해 시간의 방향을 거꾸로 돌려 화이트홀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과학자가 아닌 사람의 눈으로 봐도 흥미로웠다. 

과학은 엄밀할지 모르겠지만 역시 상상력에서부터 출발하는 건 과학도 같은 것 같다. 

어려워서 힘들어하면서도 로벨리 책을 계속 읽는 것을 보면 무언가 끌리는 게 있는것 같다.

다음 책이 기대된다. 화이트홀의 이론이 완성이 되서 나올까?


p16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도 변하지 않아요. 반등을 일으키려면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해들을 함께 결합하기만 하면 돼요.

p21 이 방정식은 아주 힘든 작업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흔적을 일련의 논문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각 논문에 실린 다른 버전의 방정식들은 모두 틀린 것이었습니다. 틀린 것을 발표할 용기가 없다면 아인슈타인이 될 수 없는 것이죠

p31 신비한 휘파람 소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은하중심에 있는 거대한 블랙홀 속으로 빠져 들어가기 전에 격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는 백열 물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었습니다. 그 블랙혹은 지구의 궤도 전체만큼이나 크고 질량은 태양의 400만 배에 달합니다.

p32 이제는 그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비판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이것이 과학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하려는 겁니다.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것은 뭔가를 배운다는 거니까요. 최고의 과학자는 자신의 주장을 자주 철회하는 사람입니다. 아인슈타인처럼 말이죠

p44 이것은 관점에 따른 효과가 아니라, 중력으로 인한 실제 시간 왜곡입니다. 중력이 강한 곳은 중력이 약한 곳보다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시공간이 휘어진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입니다. 실제로 시간은 장소에 따라 서로 다른 속도로 흐릅니다.

p50 갈릴레오의 위대한 저서인 두 우주 체계에 관한 대화에서 대부분의 페이지는 지구가 돈다는 주장을 펴는 데 할애되지 않습니다. 이 책은 지구가 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는 뿌리 깊은 직관을 무너뜨리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p55 자와 시계로 측정되는 공간과 시간의 기하학이 바로 이 중력장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중력장에 대한 방정식은 공간과 시간이 어떻게 휘어지는지 기술합니다. 그래서 중력이란 물체의 영향으로 시간과 공간이 휘어지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공간이 휘어지면 시간도 서로에 대해 느려지는 일이 일어납니다. 앞에서 나온 시간의 왜곡은 바로 이런 식으로 일어났던 것입니다.

p67 깔때기가 좁아질수록 시공간 왜곡이 심해지죠. 이것이 시간과 공간이 양자 현상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인 플랑크 스케일에 도달하면,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위합나흔 양자 현상의 영역에 진입하게 됩니다.

p76 집에 너무 많은 것을 두고 가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쓸 도구가 부족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가면 새로운 이해의 길을 찾지 못합니다. 비결 같은 건 없습니다. 시행착오만 있을뿐.

p88 사실 그것은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또 다른 해가 아닙니다. 블랙홀을 기술하는 것과 동일한 해이지만, 시간 변수의 부호를 반대로 쓴 것입니다. 동일한 해를, 시간을 거꾸로 돌려서 본 셈이죠. 화이트홀은 블랙홀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거꾸로 재생할 때 나타날 모습인 것입니다.

p100 공간이 한 구성에서 다른 구성으로 양자도약하는 현상입니다.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은 이러한 종류의 양자도약, 즉 공간의 한 구성에서 다른 구성으로 점프하는 것을 기술합니다.

p106 수학적으로 처리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은, 지평선이 블랙홀에서 화이트홀로 양자도약하는 B영역입니다. 이 전이에 대한 계산은 현재 진행중입니다. 이 계산은 공변 또는 더 화려하게 스핀 거품이라고 불리는 루프 이론의 한 버전을 기반으로 합니다.

p117 우리는 시공간의 기하학을 정확하게 기술하는 방정식을 작성해야 했습니다. 그 방정식이 양자도약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만족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죠. 또한 양자도약의 확률 계산에 착수해야 했습니다.

p127 1974년 스티븐 호킹은 뜻밖의 발견을 합니다. 블랙홀이 열을 방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 역시 양자 터널 효과이지만 플랑크 별의 반등보다 더 단순합니다.

p132 오래된 블랙홀은 증발이 많이 되어서 에너지가 별로 없습니다. 호킹 복사 때문에 에너지를 잃었기 때문이죠. 이런 블랙혹도 여전히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을까요? 이것이 바로 논쟁거리입니다.

p138 지평선에 들어간 정보는 신비한 마법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간달프처럼 하얗게 변한 후에야 지평선 밖으로 나옵니다. 스티븐 호킹은 말년에 인생의 블랙홀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조만간 빠져나오게 될 테니까요. 화이트홀을 통과해 나오는 것이죠

p142 플랑크별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랙홀은 호킹 복사를 방출하면서 에너지를 잃고 작아지며, 별이 다시 화이트홀로 튕겨져 나와도 화이트홀은 처음의 블랙홀 크기만큼 돌아가지 않고 작은 상태로 머뭅니다.

p148 몽블랑의 이탈리아 쪽에서 보면 위쪽은 북쪽이고, 몽블랑의 프랑스 쪽에서는 남쪽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도 마찬가지로 사물이 배열되는 방식을 반영합니다.

p156 과거의 초기 불균형이 현재에 과거의 흔적이 있는 이유입니다. 흔적의 형성은 모두 평형을 향한 중간 단계일 뿐입니다. 따라서 현재에 과거의 흔적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과거의 불균형 때문인 것입니다. 우리가 미래를 기억하지 않고 과거를 기억하는 까닭은 오로지 초기 불균형 때문입니다.

p169 이제 마침내, 시간에 방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에 대한 답을 얻었습니다. 우리의 사고 자체가 시간의 방향성의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초기 불균형의 산물 중 하나인 것입니다.

p180 털과는 달리 전하가 없기 때문에 빛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보이지 않습니다. 아주 약한 중력만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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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관한 오해
이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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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에 관한 오해

 : 이소영

 : 위즈덤 하우스

읽은기간 : 2024/08/21 -2024/08/27


믿고보는 이소영님의 식물책.

식물 세밀화를 그리는 분인데 그림이 너무 정교해서 신기한 느낌이 들어 읽기 시작했다.

막상 읽다보니 소영님의 글솜씨가 빼어나서 자꾸 읽게 된다.

글과 세밀화가 어울리면서 식물을 보는 눈이 많이 성장했다.

그림도 좋아하지 않고, 식물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식물을 사랑하게 만들고, 눈여겨보게 한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게 어떻게 식물을 보고 그렇게 잘 구분하지?

이 분의 책을 읽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밀화를 그리기 위해 긴시간동안 관찰하고 그려보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결국 시간과 관심이 식물을 사랑하게 하고 잘 알게 만드는 것 같다.

올해 또 하나의 좋은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


p29 놀랍게도 보리수나무라는 이름에 얽힌 혼돈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내가 손님에게 내놓았던 그 과일은 사실 보리수나무 열매가 아니라, 정확히는 뜰보리수의 열매였다.

p34 춘추벚나무와 장미가 가을에 꽃을 피운 게 이상해 보인 것은 가을에 꽃 피우는 장미와 벚나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를 의심하기 이전에 우선 우리의 무심함부터 돌아볼 일이다.

p77 16세기 네델란드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렌지 가문을 기리는 의도로 네델란드 국민이 주황색 당근 소비를 대폭 늘리면서 주황색 당근 품종 육성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그 후 그것이 미국에 도입되고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면서 지금 우리가 식용하는 주황색 당근이 주를 이루게 됐다.

p85 쪽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이 아닌 재배식물이고, 최근에는 천연염색을 안 하다 보니 자생식물 연구자든 재배식물 연구자든 그 누구도 족에 별로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했다.

p105 그렇기에 식물을 그림으로 그리는 내게 제비꽃은 유난히 다루기 까다로운 식물이다. 식물 세밀화는 종의 특징을 드러내야 하는 그림인데, 제비꽃은 교잡이 잦은 편이라 종을 식별하기 어려운 데다 환경 변이가 무척 다양하여, 종의 특징을 잡아내어 기록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모든 단계가 어렵다. 식물 기록자에게 제비꽃은 쉬이 지나쳐도 되는 식물이 아니라, 더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대상인 셈이다

p123 포플러 아래에 서서 추억에 젖는 감성이 보편적으로 통할 수 있던 것은 포플러가 무성했던 1990년대 한국이기에 가능했을 뿐, 지금은 왕벚나무나 모스테라가 포플러를 대신하고 있고 오히려 나무가 아닌 멋스러운 시설물이 현대인들에게 추억의 매개가 된다.

p151 원예가와 조경가가 이토록 꽃양배추에 진심인 이유는 1년 중 약 4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화단의 주역이 되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p156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이 있는 나무는 프랑스에서 본 마로니에나무와는 열매의 형태가 조금 다른다. 에전에는 진짜 마로니에나무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지금 공원에 심겨 있는 나무는 마로니에나무가 아니라 그와 비슷한 일본 원산의 칠엽수란 식물이다.

p163 막상 우리는 늘 먹는 마늘의 열매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리의 꽃은 언제 피는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것은 우리가 식물을 오로지 식용 대상으로만 본다는 증거 아닐까.

p197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며 나는 수없이 다양한 식물의 냄새를 맡아왔다. 장미의 진득한 꽃 향, 편백나무 숲의 시원한 향, 부추속 식물에게서 풍겨오는 알싸하고 매운 향기. 그중에서도 특히 5월의 제주도 공기에서 나는 달콤한 귤꽃 향과 겨울 잣나무 숲의 상쾌한 바늘잎 향을 좋아한다.

p215 땅에 붙어 나는 작은 풀들은 주변 나무들에 가려져 햇빛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고 생장도 느리다. 그런 풀이 햇빛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또 주변의 큰 나무 그늘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 다른 식물에 기대어 위로 올라가는 덩굴식물이 됐다.

p223 우리나라에서 꽃가루 알레르기 문제를 일으키는 식물들이 우리 산과 도시를 푸르게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빠른 생장 속도로 건축물과 가구, 종이의 재료가 되거나 버섯을 재배하는 재료가 되기도 하는 핵심 식물이다.

p234 정원에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이면 물이 흐르는 소리, 그 곁의 개구리 소리, 바람에 버드나무 가지가 흔들리는 소리, 빨간 열매를 먹으러 온 온갖 새소리가 들린다. 이곳의 식물을 스스로 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소리는 내는 다른 생물을 불러들이고, 또 다른 존재와 마찰해 소리를 낸다

p255 나무는 하천이 범람한 후에도 물이 흐르는 속도를 늦추고 둑이 터질 위험도 줄여준다. 애초에 해가 갈수록 비가 많이 내리고 호우가 잦은 이유는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대기 중 수분이 증가하기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는 열쇠 역시 나무를 심는 것이다.

p267 신선한 상태의 식재료를 서울에 공급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서울에 생활용품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외곽에 농장과 공장을 지어야 했다. 가끔 이곳은 서울을 위해 존재하는 동네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p311 위디언 케이스는 운송의 역할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열대 기후에서 온 식물들은 영국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없었기에 영국인들은 거대한 규모의 워디언 케이스라 할 수 있는 ‘온실’을 만들어 그 안에서 식물을 재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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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무심코 읽었다가 쓸데없이 똑똑해지는 책
오후 지음 / 웨일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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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오후

 : 웨일북

읽은기간 : 2024/06/13 -2024/07/02


우리 사모님께서 사신 책인데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약간은 시니컬하게, 또 약간은 잡다하게 과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대부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제일 어려워했던 분야는 성에 대한 부분...

남성과 여성외에 다른 제3의 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데, 일단 내가 알고 있는 사전 지식이 너무 적고, 나외에 다른 성에 대해서 이해도나 공감도가 낮다 보니 내용이 어려운 게 아니라 마음에 받아들이는게 쉽지 않았다. 아마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듯 싶다. 

그외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화학, 천문에 대한 내용이나, 기후에 대한 내용은 잡다한 지식을 많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과학에 대한 깊이있는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요즘은 이렇게 가볍게 터치해주는 책도 많아서 과학에 대한 최신 경향을 조금 접할 수 있어서 좋다..

읽을 책은 많고 시간은 없다.. 


p11 무엇이 당신의 인생을 풍료롭게 만드는가? 대부분 과학이나 기술, 예술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 것들은 하찮게 여기며,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정치는 무언가 대단한 것으로 여긴다.

p40 암모니아의 발명(가능성)만으로 이미 스타가 된 하버는 자신의 성공에 취해 있었고, 암모니아 상용화 과정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하버가 최초로 성공했지만, 상용화는 보슈와 바스트 사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다. 하버만큼이나 보슈의 역할이 컸기에, 지금도 이 제작 방식을 하버-보슈 공법이라 부른다.

p46 하버의 독가스는 제1차 세계대전을 뒤흔들었다. 그는 강한 무기가 전쟁을 단축할 것이라 주장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제1차 세계대전은 보병 부대가 참호를 파고 버티는 참호전이 주를 이뤘는데, 밀폐된 참호에서 독가스가 터지자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p73 역사에 크게 언급하진 않지만, 이후 다시 중국을 통이랗게 되는 한나라의 유방도 단위 통합에 큰 역할을 했다. 만약 그가 중국을 통일을 한 다음 유럽의 다른 왕처럼 자신만의 단위를 만들어 다시 보급했다면 단위의 혼란이 계속됐을 것이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유방은 진나라의 도량형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도량형이 뿌리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가끔은 지도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p78 이렇게 고생해서 만든 미터법을 프랑스 시민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과거의 단위는 문제는 많았지만 당시 시민들에게는 훨씬 익숙한 것이었다. 미터법은 몇 년간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과거 단위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10프랑의 벌금을 매기자 상황은 금새 역전됐다. 인류는 그때나 지금이나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참지 못한다.

p89 달은 지구를 일정한 힘으로 끌어당기는 데 딱딱한 육지보다 물로 된 바다가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로 발생하는 마찰력이 지구의 회전 에너지를 조금씩 갉아먹으면서 자전이 조금씩 느려진다. 물론 이 변화 속도는 매우 느려서 현재 시간을 측정하는 데 굳이 고려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만약 인류가 아주 오랫동안 살아 남는다면(약 2억 1000만년 후) 하루를 25시간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p93 처음 별자리를 측정한 이후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 현재 하늘과는 한 달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점을 보는 사람은 이런 과학적인 사실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혹은 모르거나). 만약 조금 더 과학적으로 별자리 점을 보고 싶다면, 자신이 해당하는 별자리의 앞 별자리를 보면 된다. 예를 들면 쌍둥이자리인 사람은 황소자리 운세를 보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본다고 해서 별자리 점이 과학적인 것이 되지는 않는다.

p113 한국에는 에스페란토 사용자가 많지 않아 직접 만나는 경우는 드물지만, 상표 중에 에스페란토가 종종 있다. 가령 네이버의 AI 번역기 파파고는 에스페란토로 앵무새란 뜻이고, 버블티 체인점 아마스빈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란 뜻이다.

p126 영감을 받은 그는 나이트로셀룰로스와 장뇌를 혼합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물질에 셀룰로이드라는 이름을 붙여 1869년 특허를 낸다. 최초의 플라스틱이 탄생한 것이다.

p131 파크스가 최초의 플라스틱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가 만든 파크신은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반면 하야트는 셀룰로이드를 판매 가능한 상품으로 만들었고, 대박을 터트렸다. 하야트가 만든 건 단순히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이 아니다. 플라스틱이 현대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발명한 셈이다.

p135 단지 엎어졌을 뿐인데 플라스틱 개발에 결정적 공헌을 하게 된 콜로디온은 프랑스에 다시 한번 엎어져 의복 혁명을 이끌었다.

p143 같은 재료를 섞어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더라도 분자 개수와 결합 형태에 다라 성질이 전혀 달라진다. 그러니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면 플라스틱의 종류는 무한대다.

p161 자본주의는 반성하지 않는다. 물이 더러워지면 생수를 팔고, 공기가 더러워지면 공기 청정기를 팔면 그만이다.

p228 1917년 러시아에 혁명이 일어나고 공산주의를 이념으로 소비에트연방이 세워진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았던 레닌은 61세의 평민 출신 과학자 치올콥스키를 인민의 영웅으로 치켜세운다. 독학한 평민 출신 과학자라니, 공산주의 구미에 당길 만하지 않은가?

p234 1959년 소련은 달을 향한 인류의 첫 번째 로켓 루나 1호를 발사하지만 실패한다. 하지만 곧바로 9월에 루나 2호를 쏘아 올려 달에 보낸다. 루나 3호는 달을 선회하면서 달의 뒷면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한다.

p250 미국 최초의 재활용 가능 비행체인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는 1981년에야 등장했으니, 소련은 상당히 빠른 시점에 재활용을 선택했다. 열악한 재정이 기술 개발을 촉발한 것이다. 미국에서 우주왕복선 개념이 등장한 것도 우주 경쟁에서 완전히 우위를 차지했다고 생각한 미국정부가 NASA의 예산을 줄였기 때문이다. 늘 돈이 문제다

p252 1970년대 후반이 되면서 소련은 활기를 되찾는다. 살류트 6호에 승선한 유리 로마넨코와 게으리기 그레츠코는 우주에서 96일간 체류해 미국기록을 뛰어넘는다. 이후 소련은 러시아를 거치는 동안 단 한 번도 우주 장기 체류기록을 다른 나라에 넘겨주지 않는다.

p258 미국인이 우주에서 수동으로 무언가를 했다면, 미국에서는 영화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우주인들은 이를 용돈벌이 정도로 여겼다. 이런 기괴한 상황 속에서 러시아의 우주인과 엔지니어의 실력은 강제로 향상됐다

p265 냉전 종식 이후 투자가 줄어든 미국도 우주인을 보낼 때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고 러시아 우주선을 이용한다. 그 때문에 많은 우주인이 러시아어를 배운다. 우주에서는 러시아어가 공용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p277 이 작품은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단지 단어를 나열했을 뿐이지만, 원작을 읽어서는 알 수 없는 인물과 작품의 이면, 그리고 사회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p281 한국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국가 정책으로 인터넷 인프라를 전국에 보급했다. 덕분에 자타가 공인하는 IT 강국인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ICT는 미국보다 2년 정도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국가가 발전하는 동안 한국이 정체된 건 그놈의 공인인증서부터 언어까지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전문가들은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은 것도 그중 하나로 꼽는다.

p288 오바마가 당선된 그날, 백인 극우 사이트인 스톰프런트(미국 일베)의 가입자가 평소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사람들은 구글에 First Black President를 검색하는 만큼 Nigger President를 검색했고, 4개주에서는 후자를 더 많이 검색했다

p290 사람의 말이 아니라 드러난 행동을 믿는 것, 그것이 빅데이터의 교훈이다

p291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남자와 그들의 파트너가 조루로 고민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p300 이 사례에서 눈여겨볼 점은 위성 사진은 경제 성장을 확인하기 위해 촬영한 자료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위성 사진은 다른 용도로 이미 촬영되어 데이터는 남아 있었고, 연구자들이 숨겨진 경제 성장을 알아내기 위해 이 자료를 찾아내 활용한 것이다

p304 훨씬 더 중요한 일에 데이터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답을 내놓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시간이 충분하다면 당연히 인과 관계를 밝히려고 노력해야겠지만, 허리케인처럼 당장에 닥칠 재난의 상황이라면 데이터가 내놓는 엉뚱한 답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할까?

p306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편집장이자 경제 전문 기자인 저스틴 폭수는 21세기 자본을 다룬 기사에서 “이제 더는 누구도 불평등의 증가가 경제 성장의 부산물이라거나, 자본이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전개할 수 없을 것이다.

p313 천 년을 수련했으면 이세돌이 아무리 천재라도 알파고가 이기는 것은 당연하고, 심지어 정의로운 일이기도 하다. 사실 일반 사람들은 평범함의 입장에서 알파고를 응원했어야 한다. 물론 알파고는 평범하진 않지만, 아무튼 천 년을 고생했으면 몇십 년 고생한 걸 이기는 것이 정당하지 않은가

p317 이게 단순히 내 운빨은 아니었다. 올빼미 버스 정류장 500m 내에 서울 시민 50%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서울 시민 2명 중에 한 명은 올빼미 버스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셈이다.

p318 지속적인 불황에서 사회 정책은 점점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빅데이터가 도입된 이후 이런 경향은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약자는 배제된다. 효율적인 빅데이터는 소수자를 배제하고 다수의 이익에 부합한다. 문제는 이 사실을 안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과연 효율을 무시한 채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펼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p321 사전 배송으로 아마존은 경쟁자들보다 빠른 배송을 하고, 그 덕에 점유율이 더 올라가고 그럴수록 사전 배송은 정확해지고 피해도 적어진다.

p332 모든 국가는 다른 나라의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모르는 나라는 없다. 미국이 염팜을 했ㄱ 때문이 아니라, 염탐을 자신들보다 훨씬 잘했기 때문이다.

p352 연합군 기상관 제임스 스태그는 날씨를 제대로 예측한 공로로 미국과 영국 두 나라에서 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만 보고 독일군 기상관이 연합군 기상관보다 무능했다고 판단할 순 없다. 당시 독일군 관측 자료 자체가 부족했다. 물론 가장 부족한건 운이었겠지만.

p356 이 굵직한 사건들이 오직 바뀐 기후 때문에 일어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요인들과 상호 작용해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소빙하기는 유럽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맹위를 떨쳤고 정치 격변을 불러왔다.

p368 기상 위성들은 자국을 중심으로 관측하지만, 주변 지역 정보도 모두 수집한다. 12대의 기상 위성은 지구의 하늘을 24시간 빈틈없이 감시하고 있고, 그 자료는 전 세계가 함께 사용한다.

p390 인공강우를 영어로 cloud seed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은유적 표현이 아니다. 씨가 될 물질을 비행기에 싣고 투하하거나 미사일로 쏘아올리면 비가 내린다

p391 우박이 생길 수 있는 구름을 사전에 파악한 다음 씨앗을 뿌려, 우박이 생기기 전에 비를 쏟아내게 하는 것이다. 이미 우박이 만들어졌다면 로켓을 발사해 구름 속에서 우박을 폭파하기도 한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무식한 게 언제나 가장 효과적이다.

p404 한국은 식량자급을 하고 싶어도 물이 부족해서 할 수가 없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는 데는 엄청나게 많은 물이 들어간다. 해외에서 식량을 사 오기 때문에 우리가 물을 펑펑 쓰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p416 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반대자들을 설득하거나 감화시키지 않는다. 그보다는 반대자들이 다 죽고 나서 새로운 진리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가 나타날 때 비로소 승리한다

p419 과학자도 자신만의 사고관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가 밝혀내는 과학적 사실은 분명 객관적인 것이겠지만, 그가 그 과정에 이르는 데는 그의 방향성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철학자는 새로운 발견에 대해 해석을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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