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온 인문학 - 사람과 세상이 담긴 공간, 집을 읽다 푸른들녘 인문교양 2
서윤영 지음 / 들녘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 집에 들어온 인문학

저자 : 서윤영
옮긴이 : 
출판사 : 들녁
읽은날 : 2016/04/02 - 2016/04/06

 

제목을 보고 나 혼자 낚인 책.

집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라기보다는 집에 대한 수필정도로 보는게 맞을 듯 하다.

크게 두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집안에 있는 다양한 공간에 대한 해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식 집이라는 양옥은 사실 영국과 프랑스가 동남아에 가지고 있던 식민지 주택의 변형본이라든가, 다세대, 다가구등을 구분하는 방법등은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유익한 내용들이었다.

재미있는 구분은 방과 간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전통주거는 방과 간을 구분합니다. 방은 신발을 벗고 앉아 생활하는 실내 공간이고, 간은 신발을 신은 채 일을 하는 노동 공간이자 실외공간입니다.(48 p)

이런 정의에서 보면 부엌은 부엌간이니 힘들에 일을 하는 곳이고, 사랑방은 안방과 멀리 떨어져있어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역시 여성은 예전에도 집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이었나보다.

2부 집 밖ㅇ로 나가다에서는 건축에 대한 일반론이 펼쳐진다.

과거에 지어진 사찰이나 성당등을 통해 어떻게 세속적인 사람이 종교장소에 들어와서 거룩감과 경외감을 갖게 할 것인지에 대해 건축학적인 장치들을 알게 된다.

모델하우스 역시 피해가지 못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어떻게 집을 더 넓게 보이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내가 생각했던 책의 내용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것을 많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요즘 유행하는 인문학이라는 말을 부쳤으면 그에 걸맞는 통찰이나 옛것과의 연결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좀 약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물에 관한 오해
이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식물에 관한 오해

 : 이소영

 : 위즈덤 하우스

읽은기간 : 2024/08/21 -2024/08/27


믿고보는 이소영님의 식물책.

식물 세밀화를 그리는 분인데 그림이 너무 정교해서 신기한 느낌이 들어 읽기 시작했다.

막상 읽다보니 소영님의 글솜씨가 빼어나서 자꾸 읽게 된다.

글과 세밀화가 어울리면서 식물을 보는 눈이 많이 성장했다.

그림도 좋아하지 않고, 식물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식물을 사랑하게 만들고, 눈여겨보게 한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게 어떻게 식물을 보고 그렇게 잘 구분하지?

이 분의 책을 읽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밀화를 그리기 위해 긴시간동안 관찰하고 그려보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결국 시간과 관심이 식물을 사랑하게 하고 잘 알게 만드는 것 같다.

올해 또 하나의 좋은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


p29 놀랍게도 보리수나무라는 이름에 얽힌 혼돈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내가 손님에게 내놓았던 그 과일은 사실 보리수나무 열매가 아니라, 정확히는 뜰보리수의 열매였다.

p34 춘추벚나무와 장미가 가을에 꽃을 피운 게 이상해 보인 것은 가을에 꽃 피우는 장미와 벚나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를 의심하기 이전에 우선 우리의 무심함부터 돌아볼 일이다.

p77 16세기 네델란드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렌지 가문을 기리는 의도로 네델란드 국민이 주황색 당근 소비를 대폭 늘리면서 주황색 당근 품종 육성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그 후 그것이 미국에 도입되고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면서 지금 우리가 식용하는 주황색 당근이 주를 이루게 됐다.

p85 쪽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이 아닌 재배식물이고, 최근에는 천연염색을 안 하다 보니 자생식물 연구자든 재배식물 연구자든 그 누구도 족에 별로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했다.

p105 그렇기에 식물을 그림으로 그리는 내게 제비꽃은 유난히 다루기 까다로운 식물이다. 식물 세밀화는 종의 특징을 드러내야 하는 그림인데, 제비꽃은 교잡이 잦은 편이라 종을 식별하기 어려운 데다 환경 변이가 무척 다양하여, 종의 특징을 잡아내어 기록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모든 단계가 어렵다. 식물 기록자에게 제비꽃은 쉬이 지나쳐도 되는 식물이 아니라, 더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대상인 셈이다

p123 포플러 아래에 서서 추억에 젖는 감성이 보편적으로 통할 수 있던 것은 포플러가 무성했던 1990년대 한국이기에 가능했을 뿐, 지금은 왕벚나무나 모스테라가 포플러를 대신하고 있고 오히려 나무가 아닌 멋스러운 시설물이 현대인들에게 추억의 매개가 된다.

p151 원예가와 조경가가 이토록 꽃양배추에 진심인 이유는 1년 중 약 4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화단의 주역이 되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p156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이 있는 나무는 프랑스에서 본 마로니에나무와는 열매의 형태가 조금 다른다. 에전에는 진짜 마로니에나무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지금 공원에 심겨 있는 나무는 마로니에나무가 아니라 그와 비슷한 일본 원산의 칠엽수란 식물이다.

p163 막상 우리는 늘 먹는 마늘의 열매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리의 꽃은 언제 피는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것은 우리가 식물을 오로지 식용 대상으로만 본다는 증거 아닐까.

p197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며 나는 수없이 다양한 식물의 냄새를 맡아왔다. 장미의 진득한 꽃 향, 편백나무 숲의 시원한 향, 부추속 식물에게서 풍겨오는 알싸하고 매운 향기. 그중에서도 특히 5월의 제주도 공기에서 나는 달콤한 귤꽃 향과 겨울 잣나무 숲의 상쾌한 바늘잎 향을 좋아한다.

p215 땅에 붙어 나는 작은 풀들은 주변 나무들에 가려져 햇빛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고 생장도 느리다. 그런 풀이 햇빛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또 주변의 큰 나무 그늘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 다른 식물에 기대어 위로 올라가는 덩굴식물이 됐다.

p223 우리나라에서 꽃가루 알레르기 문제를 일으키는 식물들이 우리 산과 도시를 푸르게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빠른 생장 속도로 건축물과 가구, 종이의 재료가 되거나 버섯을 재배하는 재료가 되기도 하는 핵심 식물이다.

p234 정원에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이면 물이 흐르는 소리, 그 곁의 개구리 소리, 바람에 버드나무 가지가 흔들리는 소리, 빨간 열매를 먹으러 온 온갖 새소리가 들린다. 이곳의 식물을 스스로 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소리는 내는 다른 생물을 불러들이고, 또 다른 존재와 마찰해 소리를 낸다

p255 나무는 하천이 범람한 후에도 물이 흐르는 속도를 늦추고 둑이 터질 위험도 줄여준다. 애초에 해가 갈수록 비가 많이 내리고 호우가 잦은 이유는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대기 중 수분이 증가하기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는 열쇠 역시 나무를 심는 것이다.

p267 신선한 상태의 식재료를 서울에 공급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서울에 생활용품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외곽에 농장과 공장을 지어야 했다. 가끔 이곳은 서울을 위해 존재하는 동네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p311 위디언 케이스는 운송의 역할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열대 기후에서 온 식물들은 영국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없었기에 영국인들은 거대한 규모의 워디언 케이스라 할 수 있는 ‘온실’을 만들어 그 안에서 식물을 재배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무심코 읽었다가 쓸데없이 똑똑해지는 책
오후 지음 / 웨일북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오후

 : 웨일북

읽은기간 : 2024/06/13 -2024/07/02


우리 사모님께서 사신 책인데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약간은 시니컬하게, 또 약간은 잡다하게 과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대부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제일 어려워했던 분야는 성에 대한 부분...

남성과 여성외에 다른 제3의 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데, 일단 내가 알고 있는 사전 지식이 너무 적고, 나외에 다른 성에 대해서 이해도나 공감도가 낮다 보니 내용이 어려운 게 아니라 마음에 받아들이는게 쉽지 않았다. 아마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듯 싶다. 

그외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화학, 천문에 대한 내용이나, 기후에 대한 내용은 잡다한 지식을 많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과학에 대한 깊이있는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요즘은 이렇게 가볍게 터치해주는 책도 많아서 과학에 대한 최신 경향을 조금 접할 수 있어서 좋다..

읽을 책은 많고 시간은 없다.. 


p11 무엇이 당신의 인생을 풍료롭게 만드는가? 대부분 과학이나 기술, 예술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 것들은 하찮게 여기며,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정치는 무언가 대단한 것으로 여긴다.

p40 암모니아의 발명(가능성)만으로 이미 스타가 된 하버는 자신의 성공에 취해 있었고, 암모니아 상용화 과정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하버가 최초로 성공했지만, 상용화는 보슈와 바스트 사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다. 하버만큼이나 보슈의 역할이 컸기에, 지금도 이 제작 방식을 하버-보슈 공법이라 부른다.

p46 하버의 독가스는 제1차 세계대전을 뒤흔들었다. 그는 강한 무기가 전쟁을 단축할 것이라 주장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제1차 세계대전은 보병 부대가 참호를 파고 버티는 참호전이 주를 이뤘는데, 밀폐된 참호에서 독가스가 터지자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p73 역사에 크게 언급하진 않지만, 이후 다시 중국을 통이랗게 되는 한나라의 유방도 단위 통합에 큰 역할을 했다. 만약 그가 중국을 통일을 한 다음 유럽의 다른 왕처럼 자신만의 단위를 만들어 다시 보급했다면 단위의 혼란이 계속됐을 것이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유방은 진나라의 도량형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도량형이 뿌리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가끔은 지도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p78 이렇게 고생해서 만든 미터법을 프랑스 시민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과거의 단위는 문제는 많았지만 당시 시민들에게는 훨씬 익숙한 것이었다. 미터법은 몇 년간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과거 단위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10프랑의 벌금을 매기자 상황은 금새 역전됐다. 인류는 그때나 지금이나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참지 못한다.

p89 달은 지구를 일정한 힘으로 끌어당기는 데 딱딱한 육지보다 물로 된 바다가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로 발생하는 마찰력이 지구의 회전 에너지를 조금씩 갉아먹으면서 자전이 조금씩 느려진다. 물론 이 변화 속도는 매우 느려서 현재 시간을 측정하는 데 굳이 고려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만약 인류가 아주 오랫동안 살아 남는다면(약 2억 1000만년 후) 하루를 25시간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p93 처음 별자리를 측정한 이후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 현재 하늘과는 한 달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점을 보는 사람은 이런 과학적인 사실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혹은 모르거나). 만약 조금 더 과학적으로 별자리 점을 보고 싶다면, 자신이 해당하는 별자리의 앞 별자리를 보면 된다. 예를 들면 쌍둥이자리인 사람은 황소자리 운세를 보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본다고 해서 별자리 점이 과학적인 것이 되지는 않는다.

p113 한국에는 에스페란토 사용자가 많지 않아 직접 만나는 경우는 드물지만, 상표 중에 에스페란토가 종종 있다. 가령 네이버의 AI 번역기 파파고는 에스페란토로 앵무새란 뜻이고, 버블티 체인점 아마스빈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란 뜻이다.

p126 영감을 받은 그는 나이트로셀룰로스와 장뇌를 혼합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물질에 셀룰로이드라는 이름을 붙여 1869년 특허를 낸다. 최초의 플라스틱이 탄생한 것이다.

p131 파크스가 최초의 플라스틱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가 만든 파크신은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반면 하야트는 셀룰로이드를 판매 가능한 상품으로 만들었고, 대박을 터트렸다. 하야트가 만든 건 단순히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이 아니다. 플라스틱이 현대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발명한 셈이다.

p135 단지 엎어졌을 뿐인데 플라스틱 개발에 결정적 공헌을 하게 된 콜로디온은 프랑스에 다시 한번 엎어져 의복 혁명을 이끌었다.

p143 같은 재료를 섞어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더라도 분자 개수와 결합 형태에 다라 성질이 전혀 달라진다. 그러니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면 플라스틱의 종류는 무한대다.

p161 자본주의는 반성하지 않는다. 물이 더러워지면 생수를 팔고, 공기가 더러워지면 공기 청정기를 팔면 그만이다.

p228 1917년 러시아에 혁명이 일어나고 공산주의를 이념으로 소비에트연방이 세워진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았던 레닌은 61세의 평민 출신 과학자 치올콥스키를 인민의 영웅으로 치켜세운다. 독학한 평민 출신 과학자라니, 공산주의 구미에 당길 만하지 않은가?

p234 1959년 소련은 달을 향한 인류의 첫 번째 로켓 루나 1호를 발사하지만 실패한다. 하지만 곧바로 9월에 루나 2호를 쏘아 올려 달에 보낸다. 루나 3호는 달을 선회하면서 달의 뒷면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한다.

p250 미국 최초의 재활용 가능 비행체인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는 1981년에야 등장했으니, 소련은 상당히 빠른 시점에 재활용을 선택했다. 열악한 재정이 기술 개발을 촉발한 것이다. 미국에서 우주왕복선 개념이 등장한 것도 우주 경쟁에서 완전히 우위를 차지했다고 생각한 미국정부가 NASA의 예산을 줄였기 때문이다. 늘 돈이 문제다

p252 1970년대 후반이 되면서 소련은 활기를 되찾는다. 살류트 6호에 승선한 유리 로마넨코와 게으리기 그레츠코는 우주에서 96일간 체류해 미국기록을 뛰어넘는다. 이후 소련은 러시아를 거치는 동안 단 한 번도 우주 장기 체류기록을 다른 나라에 넘겨주지 않는다.

p258 미국인이 우주에서 수동으로 무언가를 했다면, 미국에서는 영화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우주인들은 이를 용돈벌이 정도로 여겼다. 이런 기괴한 상황 속에서 러시아의 우주인과 엔지니어의 실력은 강제로 향상됐다

p265 냉전 종식 이후 투자가 줄어든 미국도 우주인을 보낼 때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고 러시아 우주선을 이용한다. 그 때문에 많은 우주인이 러시아어를 배운다. 우주에서는 러시아어가 공용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p277 이 작품은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단지 단어를 나열했을 뿐이지만, 원작을 읽어서는 알 수 없는 인물과 작품의 이면, 그리고 사회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p281 한국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국가 정책으로 인터넷 인프라를 전국에 보급했다. 덕분에 자타가 공인하는 IT 강국인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ICT는 미국보다 2년 정도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국가가 발전하는 동안 한국이 정체된 건 그놈의 공인인증서부터 언어까지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전문가들은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은 것도 그중 하나로 꼽는다.

p288 오바마가 당선된 그날, 백인 극우 사이트인 스톰프런트(미국 일베)의 가입자가 평소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사람들은 구글에 First Black President를 검색하는 만큼 Nigger President를 검색했고, 4개주에서는 후자를 더 많이 검색했다

p290 사람의 말이 아니라 드러난 행동을 믿는 것, 그것이 빅데이터의 교훈이다

p291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남자와 그들의 파트너가 조루로 고민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p300 이 사례에서 눈여겨볼 점은 위성 사진은 경제 성장을 확인하기 위해 촬영한 자료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위성 사진은 다른 용도로 이미 촬영되어 데이터는 남아 있었고, 연구자들이 숨겨진 경제 성장을 알아내기 위해 이 자료를 찾아내 활용한 것이다

p304 훨씬 더 중요한 일에 데이터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답을 내놓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시간이 충분하다면 당연히 인과 관계를 밝히려고 노력해야겠지만, 허리케인처럼 당장에 닥칠 재난의 상황이라면 데이터가 내놓는 엉뚱한 답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할까?

p306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편집장이자 경제 전문 기자인 저스틴 폭수는 21세기 자본을 다룬 기사에서 “이제 더는 누구도 불평등의 증가가 경제 성장의 부산물이라거나, 자본이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전개할 수 없을 것이다.

p313 천 년을 수련했으면 이세돌이 아무리 천재라도 알파고가 이기는 것은 당연하고, 심지어 정의로운 일이기도 하다. 사실 일반 사람들은 평범함의 입장에서 알파고를 응원했어야 한다. 물론 알파고는 평범하진 않지만, 아무튼 천 년을 고생했으면 몇십 년 고생한 걸 이기는 것이 정당하지 않은가

p317 이게 단순히 내 운빨은 아니었다. 올빼미 버스 정류장 500m 내에 서울 시민 50%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서울 시민 2명 중에 한 명은 올빼미 버스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셈이다.

p318 지속적인 불황에서 사회 정책은 점점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빅데이터가 도입된 이후 이런 경향은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약자는 배제된다. 효율적인 빅데이터는 소수자를 배제하고 다수의 이익에 부합한다. 문제는 이 사실을 안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과연 효율을 무시한 채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펼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p321 사전 배송으로 아마존은 경쟁자들보다 빠른 배송을 하고, 그 덕에 점유율이 더 올라가고 그럴수록 사전 배송은 정확해지고 피해도 적어진다.

p332 모든 국가는 다른 나라의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모르는 나라는 없다. 미국이 염팜을 했ㄱ 때문이 아니라, 염탐을 자신들보다 훨씬 잘했기 때문이다.

p352 연합군 기상관 제임스 스태그는 날씨를 제대로 예측한 공로로 미국과 영국 두 나라에서 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만 보고 독일군 기상관이 연합군 기상관보다 무능했다고 판단할 순 없다. 당시 독일군 관측 자료 자체가 부족했다. 물론 가장 부족한건 운이었겠지만.

p356 이 굵직한 사건들이 오직 바뀐 기후 때문에 일어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요인들과 상호 작용해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소빙하기는 유럽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맹위를 떨쳤고 정치 격변을 불러왔다.

p368 기상 위성들은 자국을 중심으로 관측하지만, 주변 지역 정보도 모두 수집한다. 12대의 기상 위성은 지구의 하늘을 24시간 빈틈없이 감시하고 있고, 그 자료는 전 세계가 함께 사용한다.

p390 인공강우를 영어로 cloud seed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은유적 표현이 아니다. 씨가 될 물질을 비행기에 싣고 투하하거나 미사일로 쏘아올리면 비가 내린다

p391 우박이 생길 수 있는 구름을 사전에 파악한 다음 씨앗을 뿌려, 우박이 생기기 전에 비를 쏟아내게 하는 것이다. 이미 우박이 만들어졌다면 로켓을 발사해 구름 속에서 우박을 폭파하기도 한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무식한 게 언제나 가장 효과적이다.

p404 한국은 식량자급을 하고 싶어도 물이 부족해서 할 수가 없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는 데는 엄청나게 많은 물이 들어간다. 해외에서 식량을 사 오기 때문에 우리가 물을 펑펑 쓰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p416 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반대자들을 설득하거나 감화시키지 않는다. 그보다는 반대자들이 다 죽고 나서 새로운 진리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가 나타날 때 비로소 승리한다

p419 과학자도 자신만의 사고관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가 밝혀내는 과학적 사실은 분명 객관적인 것이겠지만, 그가 그 과정에 이르는 데는 그의 방향성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철학자는 새로운 발견에 대해 해석을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욕에 살고 있습니다 - 유튜버 하루데이가 기록한 낭만적인 도시 풍경
하루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뉴욕에 살고 있습니다. 

 : 하루

 : 한경 arte

읽은기간 : 2024/05/07 -2024/05/08


뉴욕은 여행이나 한달살기 정도 할 곳이지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지하철도 맘에 안들고, 집값은 미친듯이 비싸고, 집의 내구시설은 너무 안좋고, 거기에 엄청난 물가와 팁문화까지..

나같은 사람이 살기엔 너무나 버겁다.

그러나 센트럴파크와 같이 아름다운 공원이 있고, 박물관이 컨텐츠가 좋고, 뮤지컬이 나를 부르니 안갈 수는 없을듯...

멋진 도시이자 살기에 너무 힘든 뉴욕을 잘 소개해주고 있다..

이런 곳에 사시는 분 정말 존경스럽다. 


p18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건물에는 집 안에 세탁기가 없다. 부동산 직원이 이 아파트는 건물 안에 공용 세탁소가 있으니 안심하라며 대단한 장점처럼 홍보하는데,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p39 센트럴파크를 중간에 두고 오른쪽에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 왼쪽에는 어퍼 웨스트 사이드라는 뉴욕 최고의 부촌이 형성되어 있다. 비록 우린 부촌이 아닌 그 아래 어두운 그림자 속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센트럴파크 근처에 산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

p87 그저 평화로워 보이는 독립서점의 이면에는 서점의 쇠락을 막기 위한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다. 단지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행사를 열어 동네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고자 했고, 서점의 역사를 내세운 기념품을 팔며 관광객들의 성지가 된 곳도 있었다.

p119 그저 낯설기만 하던 뉴욕이란 도시가 익숙한 동네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이 소중한 경험 덕분에 고양이가 그랬어 행복은 빈 상자 속에 있다고라는 책까지 낼 수 있었으니, 델리와 델리에 사는 야옹님들은 나의 뉴욕살이에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다

p140 일본에서는 라멘과 돈지루가 그랬고, 싱가포르에서는 락사와 바쿠테가, 그리고 뉴욕에선 앞서 말한 파스트라미 샌드위치와 베이글 그리고 뉴욕 피자가 추가되었다.

p156 나도 세 시간 간격의 수유와 서툴던 화장실 처리에 적응해 가며 냥초보에서 정식 집사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야옹님들을 지켜보는 건 그야말로 기쁨 그 자체였다.

p169 이런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나름대로 장점은 있다. 예전보다 훨씬 건강에 신경 쓰게 되었다는 것. 열심히 운동하고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며 병원에 가는 일을 최소화하도록, 거의 집착 수준으로 건강관리를 하게 됐다. 비록 시작은 돈이었지만 결국 건강도 얻게 되었으니 나름 일석이조의 효과라며 필사적으로 웃어본다.

p199 공짜라면 사족은 못쓰는 짠순이 심보와 한번 빠지면 답도 없는 덕질 근성이 합쳐져 자발적으로 구렁텅이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뉴욕 문화생활의 구렁텅이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리커버 에디션)
성수영 지음 / 한경arte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 성수영

 : 한경 arte

읽은기간 : 2024/04/27 -2024/05/05


미술을 좋아하지 않던 내가 화가의 삶과 작품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진다.

여전히 그림을 못 그리지만, 보는 것은 즐거워졌다. 

자주 보고, 작품에 대해 알게되니 궁금한 점은 늘어가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책을 자꾸 읽게 된다. 좋은 선순환이다.

이 책은 작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림을 보니 눈에 익숙한 작품이 많은데 작가의 이름은 낯선 사람이 꽤 있다.. 

작가의 삶을 읽어보니 눈물없이 못 읽을 삶도 있고, 부자였다가 가난해진 사람, 끝까지 평탄하게 살던 사람 등 다양한 삶을 알 수 있었다.

상당수의 작가들은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이 가난하게 살다 갔다.

왜 작가가 죽고 나서야 그 진가를 알아보게 되는 것일까?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집에 두고 읽어야 작가들의 이름에 익숙해질 수 있을듯하다. 다만, 이렇게 책을 사모으다 보면 책장이 남아나지 않는다. 

책을 사야할 지 갈등이 들게 하는 책이다. 


p8 이 책은 그림을 작가의 삶과 연관 지어 설명합니다. 그림의 주재료인 작가의 관점, 그리고 그 관점의 원료인 삶을 알게 되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p21 1960년대부터 레이턴의 작품 세계에 대한 재평가 바람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레이턴은 빅토리아 시대의 위대한 영국 화가로, 프레이밍 준은 남반구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세기의 명작으로 대접받게 됐습니다. 레이턴의 연인이자 배우였던 딘에 대한 관심도 커졌지요. 이에 따라 둘의 사랑이야기도 재조명받게 됐습니다.

p27 러시아에서 샤갈에게 미술을 가르쳤던 선생님(레온 박스트)은 파리에서 샤갈의 그림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자네의 그림 속 색들이 제각기 노래를 부르는 것 같군”

p38 캐슬린이 당시로서는 불치병이었던 폐결핵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1882년 캐슬린은 불과 스물여덟의 나이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둘이 함께한 시간은 고작 6년. 세상 사람들에게 버림받더라도 반드시 지키고 싶었던 단 하나의 사랑이 그렇게 허무하게 티소를 떠나갔습니다.

p58 모네는 꺾이지 않고 자신의 직감을 끝까지 밀고 나갔습니다. 훗날 모네는 회고했습니다. “나는 위대한 화가가 아니다. 단지 내가 느낀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그 과정에서 세상의 그림 그리는 규칙들을 자주 잊어버렸을 뿐이다”

p63 10대 시절부터 늘 사이가 좋았던 둘. 하지만 1914년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모네의 아들은 당시 레옹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레옹의 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공장에서 사용하던 화학물질의 독성 때문에 모네의 아들과 레옹의 딸이 연달아 병에 걸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화학물질의 유독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일로 형제는 서로의 탓을 하며 크게 다퉜고, 다시는 만나지 않았습니다.

p80 그림을 지나치게 자세히 그리는 남편에게 “다 그릴 필요 없다”고 조언한 게 대표적입니다. “해부학 그림 같아. 그런 종류의 화가가 되고 싶다면 그렇게 해. 하지만 나는 그런 그림은 재미없더라. 카드를 다 보여주지 말고 숨겨” 앤드루는 곧바로 조언을 받아들였고, 덕분에 그의 그림은 더욱 신비로워졌습니다.

p84 헬가 사건은 곧바로 미국 문화계의 최대 스캔들로 떠올랐습니다. 앤드루가 그린 헬가의 그림은 1986년 8월 18일 자 타임과 뉴스위크의 표지를 동시에 장식했습니다. 피카소도 이루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이 작품들은 1987년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공개돼 전시됐고, 미국 전역의 다른 주요 박물관 여섯 곳을 순회하며 총 백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어모았습니다.

p95 당시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결혼하면 예술은 종 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구스타브 쿠르베는 유부남은 예술에서 반동이다라고 했으며, 외젠 들라크루아는 당신이 사랑을 한다면 그건 안 좋은 일이야. 상대방이 예쁘다면 최악이지. 예술에 대한 열정이 완전히 죽어버리거든. 예술가는 다른 모든 걸 버리고 작품에만 열정을 가져야 해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p112 유언에 따라 그의 인상파컬렉션은 루브르박물관에 기부됐습니다. 관련 업무는 유언에 따라 친구였던 르누아르가 도맡았습니다. 인상파를 극도로 싫어하던 당시 미술계 주류와 박물관 위원회는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만 결국 조건부로 기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지금 루브르 박물관을 대표하는 소장품이 됐습니다.

p118 40대에 들어 그는 본격적으로 빛과 색채의 실험을 시작합니다. 프랑스에서 인상주의의 창시자 클로드 모네가 태어나기 수십 년도 전에 인상주의와 추상화로 발을 내디딘 겁니다. 하지만 너무 일렀던 걸까요. 그림에는 병에 걸려서 앞을 제대로 못보는 노인이 본 장면 같다. 무미건조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혹평이 쏟아졌습니다.

p134 전 세계 언론들이 수백 개에 달하는 부고 기사를 썼고, 그 내용 대부분은 위인전에 가까운 칭찬이었습니다. 당시 기사들을 읽다보면 “이렇게 착하고 친절하고 헌신적인 사람이 어디 있어? 세상을 떠났다고 너무 칭찬만 한 것 가니야?”라는 생각이 잠깐 들 정도지만, 어던 편지나 기록에서도 그의 인품에 대한 기록은 오직 칭찬뿐입니다. (조지 프레더릭 와츠)

p140 초현실주의에 대한 사랑조차도 아내에 대한 사랑에는 못미쳤습니다. 초현실주의자 모임의 대표 격인 앙드로 브르통이 모임에서 조르제트의 십자가 목걸이에 대해 “낡은 질서와 부르주아의 상징이니 당장 치워달라”고 모욕적인 말투로 요구하자 마그리트는 조르제트의 손을 잡고 나와버렸고, 초현실주의자 모임에서도 탈퇴했습니다. 마그리트는 말했습니다.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배반하는 남자는 얼마나 행복한다”

p142 마그리트의 유명한 작품 이미지의 배반에는 담배 파이프가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밑에 쓰여 있는 문장은 이렇습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파이프가 아니라, 파이프를 그린 그림일 뿐이다. 이런 뜻입니다. 단순한 말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숨겨진 뜻은 좀 더 심오합니다. 파이프를 아무리 잘 그려도 그건 파이르 그림일 뿐, 파이프 자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말은 말이고 그림은 그림일 뿐, 아무리 잘 쓰고 그려봤자 대상의 본질 자체가 될 수는 없다는 겁니다.

p152 마네는 끊임없이 살롱의 문을 두드리며 정면 돌파를 고집했습니다. 좋은 집안 출신이라는 배경, 사회 주류의 인정을 갈구하는 성격 때문이었지요. 안타깝게도 이런 시도는 마네가 필요 이상으로 미술계의 집중적인 조롱과 비난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p158 남들은 전설이라고 추켜세우지만, 아내 수잔과 아들 레옹에게 마네는 그저 형편없는 가장일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레옹은 마네의 성을 이어받지 않고 사생아 시절 성을 고수했거든요. 마네의 아내와 아들은 마네가 남긴 그림을 정리하고 기록을 남겼지만, 이는 그저 작품을 현금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p159 은퇴 뒤 그는 노르망디에서 말년을 보냈고, 1927년 자식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떻게 보면 레옹의 이런 평범하고 소박한 은둔자 같은 삶은, 화려하게 살다 죽어서 전설이 된 아버지와 정확히 반대입니다.

p166 하지만 묀스테드는 그러지 못했씁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오늘날 예술 작품이라기보다는 장인이 만들어낸 공예품에 가까운 취급을 받습니다.

p169 이런 맥락에서 묀스테드의 작품에는 다른 위대한 명화들에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자연은 아름답고 나는 그걸 잘 그려놨잖아. 어때, 멋지지?”하는 듯한 친근함과 편안함이 있습니다.

p175 그의 작품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의 움직임은 다소 가장돼 있고 원근법과 단축법도 독특하지만, 그래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빛을 비추는 실험을 직접하며 공부해서 그런지 명암 대비는 다소 불안정한 느낌을 주지만, 강렬하고 신비롭습니다.

p176 티치아노는 서른 살이나 어린 틴토레토가 뭐가 그리 맘에 안 들었는지 틈만 나면 틴토레토의 욕을 하고 뒤로 손을 써서 일감 수주를 방해했습니다. 틴토레토가 티치아노에 대해 항상 좋은 말만 했던 걸 감안하면 졸렬하지요.

p181 그들은 틴토레토가 그린 천국과 성서 속 장면들을 올려다봤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지요. ‘지금 삶이 힘들지만, 착하고 성실하게 살면 언젠가 나도 복을 받을 거야’ 끊임없는 견제와 배척을 견디며 화가가 그토록 열심히 살았던 건 바로 이런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틴토레토라는 이름은 그렇게 전설이 됐습니다.

p184 대자연이야말로 세상의 섭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평범한 사물에서도 우주의 원리와 신의 존재를 떠올리던 그에게는 풍경화야말로 진정한 예술이었습니다. 프리드리히는 여기서 한 걸을 더 나아갔습니다. 자신의 마음속 여러 풍경을 섞어 재구성한 겁니다. 대자연이 품고 있는 위대함과 무한성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지요. 안개와 어둠, 빛에 대한 특유의 섬세한 묘사는 이런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p191 그의 삶에는 수많은 고난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느루아르는 집요할 정도로 행복한 그림만을 그렸고, 행복의 화가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르누아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p193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르누아르는 1866년 일곱 살 연하의 그림 모델인 리즈 트레오와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사랑이 담겨서였을까요. 르누아르가 그녀를 모델로 그린 작품들은 르누아르의 젊은 시절 그림 중에서도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p201 밥을 굶을 때도, 세상이 그의 작품에 돌을 던질 때도, 딸과 생이별했을 때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입거나 자신의 곁을 떠날 때도, 격심한 고통에 시달릴 때도 오직 행복만을 그렸습니다. 르누아르의 손이 붓을 건드리는 모든 순간마다 어김없이 캔버스에는 화사한 행복이 피어났습니다.

p202 르누아르의 사후 유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식들은 아버지에게 숨겨둔 딸이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고인의 뜻과 명예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를 비밀에 부치기로 했습니다. 르누아르의 아들 장이 1958년 출판한 아버지의 전기에도 이 사실을 빠져 있습니다. 르누아르가 리즈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는 사실은 2002년 한 편지가 발견되면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p214 지금도 앙소르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것들은 1880~1895년, 한창 어려웠던 20대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작품입니다. 이 시기 이후 앙소르의 작품 대부분은 초기 작품의 재탕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p237 부모님의 불화,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조금 뒤틀린 애정, 신체적인 장애, 그 속에서도 빛나는 눈과 섬세한 손, 비운의 천재 화가를 만들 재료는 이렇게 모두 갖춰졌습니다.

p243 그녀와 친했던 로트레크는 그 모습을 담은 그림과 포스터를 여러 장 그렸습니다. 하지만 결코 예쁘게 그려주지는 않았습니다. 완성된 그림에 충격을 받은 길베르가 애원한 적도 있었습니다. “제발 그렇게 못생긴 모습으로 그리지 말아주세요. 제발요. 당신이 보내준 스케치를 보고 많은 사람이 비명을 질렀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든 뒤 길베르는 자서전을 통해 로트레크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습니다.

p259 형은 확실히 같이 살기 쉽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본 빈센트의 재능과 예술적인 감성, 독창성은 독보적이었습니다. ‘역시 내 생각이 옳았어. 형은 천재야’ 그는 여동생에게 이런 편지를 썼습니다. “형은 정말 똑똑한 사람이야. 몇 년만 더 있으면 형은 틀림없이 유명한 사람이 될 거야”

p274 페이메이르의 그림에 나오는 집들은 모두 완벽하게 정리돼 있고, 조용합니다. 그림을 사 갈만한 부유한 고객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어지러운 마음을 고용한 그림으로 승화한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p280 평범한 일상 속에도 위대함은 숨어 있다. 생업과 열 명 넘는 아이들의 육아, 집안일 등이 뒤섞인 번잡한 일과 속에서 생활인 페이메이르는 이런 깨달음을 얻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위대함의 본질을 포착해 자신의 그림에 완벽하게 담아냈습니다. 그리고는 일상의 위대함을 역설하는 영원불멸의 거장이 되었습니다.

p284 초상화를 그리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앙투아네트와 르 브룅은 동갑내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말도 잘 통했습니다. 둘은 신분의 차이를 넘어 금새 가족처럼 친한 사이가 됐습니다. 르 브룅이 바닥에 실로 떨어뜨린 붓을 앙투아네트가 몸소 주워주는 일도 있었고 초상화를 그리다 쉬는 시간에 둘이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니까요

p299 아마도 루소의 이런 거짓말은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비참한 현실을 견디기 위한 수단이었을 겁니다. 자신이 지어낸 말을 스스로 믿는 어린아이처럼 루소 역시 자신의 거짓말을 믿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건 루소가 그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붓을 놓치 않았다는 겁니다.

p302 이를 통해 루소의 삶과 작품을 접한 예술가들은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그림은 처음 본다. 단순하다. 이국적이다. 어린아이 같다. 아무튼 이상하다. 그리고 매력적이다.” 이들은 그 이상한 매력의 비밀을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p305 이 대책 없는 알코올중독자의 이름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그의 삶은 술과 마약에 찌들어 있었고, 방탕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흥청망청 사는 게 미덕처럼 여겨졌던 20세기초 프랑스 파리에서도 그는 방종한 생활로 악명이 높은 인물이었습니다.

p317 정작 그림을 그린 화가 자신은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 그림은 농민을 그린 거야. 매일매일 땀 흘려 일하는, 초라하지만 위대한 사람들 말이야. 정치 싸움에 낄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하지만 그의 말을 귀담아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마다 자기 멋대로 내린 결론에 그림을 꿰맞출 뿐이었죠. 1857년의 프랑스는 그렇게 좌우로 갈라져 사생결단으로 싸우는 곳이었습니다.

p327 밀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인 봄만 봐도 밀레의 매력을 알 수 있습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환한 빛과 무지개. 이를 통해 밀레는 “비 오는 날을 견디로 나면 언젠가 인생의 봄날이 온다”는 위로를 전하려 했던 게 아닐까요

p333 인상주의 작품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좋지 않아 그림은 거의 팔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슬레가 할 줄 아는 것은 이때까지 그려온 풍경화를 계속 그리는 것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고 최승자 시인은 썼습니다. 당시 서른 즈음이었던 시슬레의 상황도 그러했습니다.

p337 세상을 떠난 뒤에는 대접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동료 화가들보다는 명성이 뒤떨어지고 연구도 많지 않은 편입니다. 강렬한 색채 대신 옅은 색을 쓴 화풍, 극적인 장관 대신 소박한 시골과 마을 풍경을 그렸다는 점 때문에 임팩트가 덜하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