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잌병원 돈두댓
IHQ <함잌병원 돈두댓> 제작진.함익병 지음 / 너와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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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어가 특이한 이 책 『함잌병원 돈두댓』은 '병원'이란 글자만 뺀다면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인 줄임말 신조어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그러나 중년의 의사가 집필한 의학 설명서로 봐야 할 정도로 많은 질병이나 증상 등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의학 정보를 전해주는 목적의 책이다. 저자는 표제어에 들어간 함익병이다. 저자는 TV 의학 프로그램은 물론 시사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얼굴이 이미 널리 알려진 피부과 의사이다. 이 책의 공동 저자는 ㈜아이에이치큐(이하 IHQ) 대표 의학 프로그램인 〈함잌병원 돈두댓〉은 ‘하지 마, 먹지 마, 오지 마’를 모토로 2022년 3월 IHQ 유튜브 채널에 런칭했다.

이 책의 서문(foreword)에서 저자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확실히 아는 것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다"고 전제하고, "때문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저서나 방송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이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 주장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면 좋은데, 대개 과학적 진실은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어서 대중에겐 큰 인기를 얻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지나치게 과장을 하거나 근거가 부족한 속설을 들어서 대중의 시선을 끌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생겨나 인터넷이나 일부 언론 매체 등에는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정설처럼 떠도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내가 원하고 내게 꼭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각자의 주관이 필요하고, 그 주관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경계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우리 삶에 함부로 들어와 버린 수많은 의학 정보 중 잘못된 것만을 쏙쏙 골라주기 위해 저자가 책으로 출간했다고 밝힌다.

 


 

이 책은 누적 조회수 757만을 기록한 찐 의학 정보에 오직 소신만으로 진료하는 함익병 의사의 종합 건강 상식, 결론적으로는 생생한 인생을 원할 때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 할 필수 의학 상식을 두루 엮었다. 앞서 언급한 IHQ 의학 정보 프로그램 〈함잌병원 돈두댓〉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책은 미디어 속에 넘쳐나는 왜곡된 정보, 과장된 정보, 상업적인 정보 등으로 인해 만들어진 전 국민의 잘못된 생활 습관과 의학 상식을 개선하기 위해 제작된 어려운 의학 정보를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해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방송국의 기획하에 팩트 폭격 의학 정보 토크쇼를 함익병 의사와 손문선 아나운서가 함께 진행했다. 그중 많은 이의 관심을 받았던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책을 접한 많은 분들이 제대로 된 의학 정보를 바탕으로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시길 기원한다.

이 책은 모두 우리가 가장 알고 싶어하는 의학 정보 중 가장 널리 퍼진 의학 정보를 중심으로 궁금증을 풀어주고, 또 잘못된 정보는 바로 잡는 것이 출간 취지이다. 모두 23개의 장으로 나뉘어 23개의 질병이나 우리를 괴롭히는 가장 흔한 증세에 대해 자세하고 정확한 의학 정보를 바탕으로 친절하고 재미 있게 풀이해 준다. 이 책을 이용하려는 독자들의 궁금증은 아마 자신도 있을지 모르는 질병이나 이미 곤란을 겪고 있는 증세에 적절한 치료 방법이 없어 감내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이 책에서 다루는 질병 혹은 의학 정보에 바탕한 23개의 목차를 먼저 제시한다. 독자들은 자신이 궁금해 하는 정보가 있으면 이 책을 읽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탈모-가능한 꿈, 탈모 탈출」, 「영양제-비타민 C 먹지 마라, 영양제 파헤치기」, 「안티에이징-피부 관리? 호박과 수박 차이」, 「자궁경부암 백신-암을 예방한다, 자궁경부암 백신」, 「건강검진-건강검진 잘못하면 장에 구멍 난다」, 「무좀-참을 수 없는 가려움, 무좀 제대로 알기」, 「성병 1탄-성병, 스킨십으로도 옮는다」, 「성병 2탄-성병, 숨기면 골병든다」, 「다이어트-다이어트, 잘못하면 죽는다!」, 「여드름-짜지 말고 이것만!」, 「정력-'찐' 정력의 비밀」, 「우울증-우울증도 유전된다!」, 「땀악취증-암내? 땀냄새의 모든 것」, 「소화불량-소화불량에 소화제는 그만!」, 「바이러스-바이러스의 습격에서 살아남기」, 「유해성 대결-밸런스 게임, 누가 누가 몸에 더 나쁠까?」, 「치매-자꾸 깜빡하는 나, 혹시 치매?」, 「낙태-합법? 불법? 낙태의 모든 것」, 「마약-마약, 자신에게 저지르는 가장 큰 죄」, 「수액주사-모두가 찾는 수액주사의 진실」, 「화병-속이 답답, 화병의 모든 것」, 「성형 부작용-성형수술의 불편한 진실」, 「유전-들을수록 신기한 유전의 세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장(章, ep)에서는 〈탈모의 유형〉이나 〈탈모약〉, 〈탈모 주사와 시술〉, 〈탈모에 도움이 되는 부가 제품〉들을 다룬다. 이 장에서 탈모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탈모약이나 시술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설명이 따라간다. 그러나 탈모약은 성기능장애를 가져온다는 속설은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일축한다. "탈모약의 원리를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예요. 발기부전은 나중 이야기고, 제일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성욕 감퇴예요. 그러나 부작용이 생길 확률은 탈모약을 오래 먹었다고 가정했을 때 한 2% 정도예요. 그것도 대개 50대 이후에 나타나지요. 여자들의 경우 폐경 증상이 나타나듯이 남성도 50대가 되면 성욕 감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운이 나쁜, 2% 안에 드는 사람 중에 낀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만약 약 때문에 그랬다면 약을 끊어보면 금세 약의 부작용인지 아닌지 확실해지죠."

 


 

탈모약 종류가 다양하듯 성분도 여러가지라고 의사 함익병은 말한다. 탈모약 시장은 그리 크지 않아 다른 목적으로 개발된 약을 쓰다가 발모라는 부작용이 나타나 이에 주목해 탈모약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는 것. 대표적인 게 프로페시아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피나스테라드다. 원래는 전립선 치료제였다. 전립선은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프로스카라는 약이 있다. 한 알에 피나스테라이드가 5mg 들어 있는 약을 먹으면 성욕은 뚝 떨어진다. 그 약을 먹은 사람 중에 탈모 환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머리카락이 확 난 것이다. 성욕이 감퇴되고 여성화가 심하게 진행될 수도 있지만 머리카락은 난다. 그런데 탈모라고 해도 누가 그런 부작용을 감수하고 약을 먹겠는가? 그래서 용량을 낮춰 1mg으로 낮췄더니 성욕 감퇴, 발기부전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시중에 판매되고 의사가 처방한 약은 기준에 맞춰 있기에 성기능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2장에서는 요즘 흔하게 접하는 「영양제」를 다루고 있다. 요즘 TV 광고에서도 가장 흔한 게 영양제라고 할 정도로 많은 비타민제와 영양제라는 약이 개발 판매되고 있다. 이에 저자는 이 장에서 〈최근 유행하는 '핫한' 영양제〉, 〈메가도스. 그래서 해? 말아?〉, 〈영양제 없이 건강해지는 법〉, 〈비싼 한약, 효과 있을까?〉, 〈약, 올바르게 먹는 방법〉, 〈영양제, 꼭 하나만 먹어야 한다면?〉 등으로 항목을 세분화해 다루고 있다. '핫한 영양제라고 우리 몸에 들어가면 크게 다르지 않다. 함잌병원 돈두댓 슬로건이 '하지 마, 먹지 마, 오지 마'라고 답변을 대신한다. 또 메가도스란 일정 영양제를 매우 많이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얼마 전 우리 사회에 비타민 1,000mg 이상 섭취,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이상한 이야기가 퍼져 한때 제약회사의 비타민 C가 동이 난 적이 있다. 저자는 비타민 C 하루 필요량이 1,800mg인데 1,000mg짜리 10알 이상씩 먹으면 뭐가 좋겠느냐고 반문한다. 비타민 C 메가도스를 했더니 바이러스 저항력이 높아졌다라 하는 논문은 유명 저널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비타민 메가도스보다 더 확실한 사실은 우리 건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 습관'이라고 강조한다. 건강한 식습관, 생활 습관 없이는 영양제를 아무리 잘 챙겨 먹어도 소용없다는 것. 술, 담배 실컷 하고 영양제 먹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걸릴 병에 안 걸리거나, 더 오래 사는 것엔 무척 미미한 영향을 미칠 뿐이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습관의 개선으로 이어져야지 약에 의지하면 안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더불어 한의학에서 말하는 '보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저자의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자신도 홍삼을 먹고, 먹을 때 에너지가 좀 더 많아지는 느낌이 들긴 하다며 피곤할 때는 안 먹는다고 답변한다. 피곤할 때는 쉬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는 의사로서의 입장을 견지한다는 점이다. 독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비타민의 올바른 섭취 방법이 잘 나와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다이어트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의 관심사다. 예전에는 미용을 위한 여자들의 다이어트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요즘엔 비만 남성들의 다이어트로 중심이 옮겨간 느낌도 든다. 비만은 건강뿐만 아니라 수명에도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서인 것이다. 많은 의학 정보지가 여성들의 다이어트는 날씬한 체형을 원하는 미용상의 이유로 열풍을 일으켰지만 남성들의 다이어트는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어,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심하면 목숨마저 위험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사회의 관심사가 되었다. 이 다이어트 문제는 지금도 사회의 중요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이 책에서도 다이어트를 다룬다. 〈뼈말라족의 유행〉, 〈다이어트 약의 원리 및 성분, 처방 대상〉, 〈다이어트 약의 진실 혹은 거짓〉, 〈추천 다이어트 방법〉으로 세분화해 설명하고 있다. '뼈말라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데서 비롯된다. 저자는 "정말 죽을 수도 있다. 뼈만 남은 앙상한 몸매를 보고 아름답다, 몸매가 좋다고 생각하는 건 자기 신체에 대한 학대"라고 말한다. 이는 뇌 세팅이 잘못된 거라고도 한다. 그런 몸을 유지하려고 사는 건 삶의 삶이 아니고 국가인권위원회라도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일갈한다.

 


 

이 책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자주 겪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잦은 증상이나 질병 등에 해당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옛말에 병은 널리 알려야 한다는 속담도 있다. 널리 알릴수록 많은 사람이 알고, 그 치료법도 알게 될 가능성이 있기에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의사도 많지 않았고 일반 사람들은 의사를 찾아가기엔 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생활 형편이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웬만한 증상은 인터넷에 병명만 치면 수천~수백 건의 글들있다. 증상을 호소하는 글, 고생을 오래하고 있다는 글, 어떻게 해서 치료했다는 글, 심지어는 그냥 지내면 일정 기간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는 글 등 진위를 가리기 힘들고, 종류도 다양해 적절한 치료법을 찾기가 오히려 어려워진 상태다. "급하면 의사를 찾아가면 돼" 하는 말이 게으른 사람 같지만 정답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급하다고 쉽게 찾을 수 없는 질병이나 증상도 있다. 특히 정신질한으로 분류되는 병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사회적 인식이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그들이 조명되는 일은 큰 사건이 났을 때, 범죄자가 정신질환자로 밝혀졌을 때 등뿐이다. 이들은 정신질환 치료는 병원에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선뜻 갈 수가 없다. 정신질환자로 인정될 때는 사회 생활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고 도움을 구할 수도 없다. 또 병원도 불가피하게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병동에 입원 가능하다. 그런데 폐쇄병동이 대부분이라 정신병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상태가 호전돼 퇴원을 해도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정신질환자를 치료가 됐다고 문제 없이 받아주는 사회의 성숙도가 아직은 안 됐다고 본다. 그러나 우울증 같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은 약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의학 정보를 얻은 이후에 치료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우울증에 대한 저자의 문답에서 몇 마디는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은 문장을 몇 개만 뽑아 열거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필요성을 느낀다면 머뭇거림 없이 책을 집어들고 참고사항으로 읽어 익혀서 혼자만의 힘으로 어렵다면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야 할 경우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변할 수 있다.

"특별한 계기 없이 생기니까 우울증이에요.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면 돼요. 그런데 대개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멀쩡해 보여요. 직장에서 일로 만나잖아? 멀쩡해요. 그런데 집에 가면 우울해요. 그런 사람들의 특징이 뭐냐? 워커홀릭이 많아요. 일을 하면 우울하지 않으니까 일로 회피해요?"(p.183)

"타고난 성향이 강하게 작용해요. 어떤 고난을 겪어도 까짓것 다시 하면 되지 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리스크 테이킹도 잘하지요. 약하다, 강하다 이런 말로 표현하는 순간, 그 말이 우열로 들리죠? 그래서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는 것뿐이에요. 뇌의 그릇이 큰 항아리 같은 사람이 있고 간장 종지 같은 사람이 있어요. 이들은 각각 쓰임새가 다를 뿐이에요."(p.183~184)

 

저자 : 함익병

1961년에 태어났다. 진해남중학교와 마산고등학교를 거쳐 1980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특차 전형으로 입학했다. 피부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자격을 취득했으며, 1994년부터 현재까지 이지함 피부과 공동원장, 제일병원 피부과 과장, 함익병 피부과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여드름 뿌리뽑기》 《얼굴은 작게, 피부는 하얗게》 《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 등이 있으며, 《최신 여드름 치료 기법》 등을 공동 번역했다.

 

저자 : IHQ 함잌병원 돈두댓 제작진

㈜아이에이치큐(이하 IHQ) 대표 의학 프로그램인 <함잌병원 돈두댓>은 ‘하지 마, 먹지 마, 오지 마’를 모토로 2022년 3월 IHQ 유튜브 채널 에 런칭해 유튜브 누적 조회수 757만 1463회로 IHQ를 대표하는 의학 정보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IHQ 자사 OTT 플랫폼 에서도 조회수 상위권을 유지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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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안전가옥 오리지널 24
민지형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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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를 열자마자 튀어나온 망각이란 재앙을 오늘날 되살린다면 그것은 인간에게 재앙이 될까, 쾌락이 될까. 망각에 대한 저자의 깊은 사유를 형상화시킨 데 성공한 이 작품은 SF소설의 지평을 넓혀주는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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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안전가옥 오리지널 24
민지형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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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기억'과 '망각'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면 으레 ‘판도라의 상자’가 떠오른다.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초의 여성으로서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로부터 불을 얻은 인간을 벌하기 위해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진흙을 빚어서 만들게 하였다. 인간으로 태어난 판도라가 온갖 불행을 가두어 둔 상자를 호기심에 못 이겨 여는 바람에 인류의 모든 불행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결과보다는 인류의 불행의 시작이 된 판도라의 상자에서 무엇이 나왔을까. 다 아다시피 판도라가 상자의 뚜껑을 연 순간, 욕심, 시기, 원한, 질투, 복수, 슬픔, 미움 등의 재앙들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왔다. 깜짝 놀란 판도라가 상자 뚜껑을 닫았을 때 그 안에 남은 것은 딱 하나, 희망이었다. 그것을 안 판도라는 희망을 꺼내 주었다. 사람들은 아무리 힘든 일을 겪더라도 희망 덕분에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인구에 회자되어 왔다.

이때 나온 온갖 재앙 중에는 '망각'이 있었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마지막 남은 '희망'에 중점을 둔 신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망각은 어떤 것일까? 망각이란 쉬운 사전적 풀이로는 '잊는 것'을 말한다. 망각은 기억을 전제로 한다. 전에 경험 또는 학습한 것을 상기하거나 재생하는 능력이 일시적 또는 영속적으로 감퇴 및 상실되는 일이라고 〈심리학용어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이처럼 망각과 기억은 인간의 심리적인 요인과 관련되어 연구 대상이기도 하고 발전 토대이기도 하다. 망각은 일종의 삭제나 퇴화로 본다면 우리 삶의 불안 요소가 되겠지만, 인생이 좋은 일보다 나쁘고 싫은 일을 극복해가는 차원에서 본다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될 수도 있으리라.

 


 

이 책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은 표제어가 말하는 '망각'에 대한 저자 민지형의 사유를 형상화한 소설 작품이다. 이 소설엔 기억을 업로드하고 체험하게끔 하는 기기(라이프 랜드스케이프)가 나온다. 배경 시점이 현재나 근미래 정도이다. 이 소설은 이로써 SF 소설로써의 조건을 갖추어간다. 입주 가사 도우미 재이는 이 기기를 통해 전혀 다른 표정을 얻은 집주인 내외를 보며 호기심을 키우고, 한 사람의 가장 행복한 기억이 다른 한 사람에게는 가장 끔찍한 기억일 수도 있음 알아낸다. 슬슬 일에 질려가던 어느 날, 재이는 안방에서 난도질된 몸을 발견한다. 낭만적인 기기와 희대의 살인 사건이 맞물리자, ‘라이프 랜드스케이프’의 개발자이자 개발사 호라이즌의 차기 CEO 리사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재이를 찾아온다.

이 소설의 키워드는 등장인물을 제외한다면 단연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다.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는 기억을 사고팔 수 있는 소비재로 만드는 동시에, 그 과거를 전복하여 체험하는 복수 패치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괴로운 기억은 짐이지만, 짐을 인식할 때 이를 짊어질 힘과 의지를 발견하게 되는 법도 있다고, 소설은 양날이 빛나는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를 들어 말한다. 나아가 “가장 돌아가고 싶은/싶지 않은” 작가 본인의 기억에서 출발했다고 밝힌 이 소설은 창작 역시 망각에 대한 대항임을, 그러므로 소설은 단순한 전리품이 아니라 그 대항의 자명한 증거임을 보인다.

 


 

인간은 망각이라는 특권을 지닌 존재다. 다만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속 일부는 특권을 포기할 수 있는 특권조차 살 수 있다. 그리하여 기억하고자 하는 것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즐기며 잠시나마 살아간다. 그러나 개인의 기억이란 진실일지라도 사실이 아니며, 하물며 같은 사건을 복수의 당사자들은 다르게 기억한다. 한 인간의 행복이나 고통, 즉 개인성의 원천인 기억을 가촉적인 것으로 뒤바꾼 연금술로 인해 바야흐로 사실과 망상이 섞인 기억이 파일 형태로 공유되는 시대다. 이를 통해 이야기는 모험으로 나아간다. 재이와 리사 두 여주인공이 사람이 서로 쫓고 쫓기는 모습은 매초 망각되고 유실되는 세계 속에서 기억을 꼬리잡기하는 듯 그려지며 보는 이의 긴장감을 더한다.

이 소설의 서두는 “이것은 과학 기술을 가장 낭만적으로 이용한 사례가 될 것이며, 현대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이 될 것입니다.” 신제품 개발에 대한 TV의 제품 소개로부터 시작된다. 가사 도우미 재이가 쪽잠에서 깨어날 무렵 어렴풋이 들리는 소리다. 재이가 잔 수천만 원짜리 소파에 대한 품평도 자신만의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순간 별안간 누군가가 재이의 몸을 만지기 시작한다. 발목 언저리를 두툼한 손가락으로 더듬기 시작해서 종아리에서부터는 손끝을 세워, 손톱이 살갗을 스치는 느낌이 선뜩하다. 재이는 당황하지 않는다. 고개를 돌려 보니, 이 대저택의 주인, 재이가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60대 중반의 늙은 남자가 소파 끝에 앉아 태연한 얼굴로 TV를 보면서 손으로는 재이의 다리를 지분거리고 있었다.

입주 가사 도우미로서 재이의 제1 목표는 언제나 적게 일하고 많이 쉬는 거였다.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많이 엿보는 것.(p.11)

 

 

추천사를 쓴 소설가 전혜진이 소설의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을 언급한다. "마치 SNS의 확장판 같은 발랄한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이 업로드되어 공유되고 재생되는 콘텐츠가 될 때, 경험한 기억과 생생한 망상이 뒤섞이고, 때로는 해상도를 높이거나 낮추며 수정될 때, 기억을 콘텐츠로 만들고 다시 체험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억이 타인의 의지에 따라 삭제되거나 변조될 때, 우리의 '기억'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사람들의 비밀에 관심이 많고 선을 넘나드는 트릭스터 가사 도우미 재이와,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를 만들었지만 정작 자신의 근원을 알지 못한 채 아버지의 억압에 짓눌려 있는 리사, 그리고 재계를 대표하는 그룹 호라이즌의 총수로 냉혹한 신처럼 군림하는 노아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기억'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흔들어 놓는다.

누군가의 끔찍한 기억이 타인의 음습한 욕망의 먹이가 되고, 개인의 기억을 권력을 쥔 자들이 입맛대로 손댈 수 있는 시대, 타인의 업적을, 정치인의 비리를, 기업의 과실을, 대형 참사와 노동자의 죽음을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지우고, 다크웹을 통해 누군가의 악몽 같은 순간들이 “죽이는 파일”의 형태로 돌아다닐 때, 이 강고한 벽에 균열을 내는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잊고 싶지 않은, 혹은 잊어서는 안 될 기억의 힘이다. 누군가는 욕망을 위해 이용하는 타인의 기억에, 누군가는 공감하고 연대하며 복수에 나선다. 시스템에서 그 기억이 지워지더라도, 혹은 그 당사자가 죽는다 해도, 기억을 이어받는다는 행위는 뜻을 이어받는 일이다. 망각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무지가 주는 마음의 평화라면, 고통을 기억하고 의지를 이어 가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미래로 가는 열쇠다. 기억하고 기록하여 과거를 미래로 만들어 가는 이들에게 영광이 있으라."(p.300~301)

 


 

저자 민지형은 「작가의 말」을 통해 창작 동기와 수정-완성 과정에서 단편이 장편으로 전환된 이유 등에 대해 자세히 기술한다. 이 소설의 구상은 어느 날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나는 그 방에서, 그 사람을 찌른다.

실제로 있던 일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피가 흐른다.

그 장면을 떠올릴 때, 나는 사실 그를 찔러 죽이고 싶은 것보다는 그때의 나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느낀다.

하지만 가끔 은밀히 상상해 보는 것이다. 쪽- 아래로 찢어발길 때 흐들흐들해지는 고무 같은 몸과 아무리 후려쳐도 얼굴에 일체형처럼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신비로운 안경, 갈라진 가슴팍에서 꾸룩 뿜어져 나오는 끈적한 액체 같은 것을.

*

이 소설을 쓰고 고치면서,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잊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중략)

이 소설은 원래 단편으로 쓰였다. 자전적인 그를 써야 하는 워크숍이었다. 덕분에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낸 순간들과 그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엇고, 그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나열할 수 있는 소설의 장치로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라는 가상의 기계를 고안했다. (중략)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간직한 이들을 위해 그러니까- 우리들을 위해서, 나는 이 이야기를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p.303~306)

 


 

이 소설이 단편에서 장편으로의 전환, 기억과 망각이라는 개념, 수정과 출간까지 많은 작업을 도왔다는 출판사 이지향 PD의 말은 소설의 내용과 저자 민지형의 주제 의식, 심지어 줄거리도 꿰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 작품은 서로를 싫어하면서도 끌리는 정반대의 두 사람이 서로를 속고 속이며 끝까지 달려가는 속도감 넘치는 스릴러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잡거나 피하려고 계획을 짜고, 그 계획이 성공하거나 실패할 때 두 사람 사이에 피어오르는 증오와 애정에 대해 작가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아무리 심각한 상황에서라도, 심지어 상대가 미울지라도 끌릴 수 있는 게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감정이 절망적인 상황을 견디고 돌파하는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말도 못하게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솔직하게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여자들을 그리고 싶은 저자의 마음에 동의했다.

실제로 작품 속의 두 여자 재이와 리사는 살아온 환경도 생각도 생활도 정반대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평상이라는 결코 마주칠 일 없는 두 사람이 리사가 개발한 기억을 재생하는 기기인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로 얽히게 된다. 매우 지독하게.

'기억'은 이 작품에서 중요한 화두이다. '기억'과 '상상'을 관장하는 부분이 뇌의 같은 영역이라는 사실을 이 작품을 프로듀싱하면서 알게 됐다. 바로 해마라는 뇌속 일부 기관인데 기억을 다루는 기능과 미래를 상상하는 둘 다 해마가 담당한다. 그래서 해마가 손상된 사람은 어제 뭘 먹었는지, 어린 시절 어떤 추억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다음 주에 뭘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고 한다. 즉, "기억하지 않는 자에겐 미래가 없다"는 구호는 상징적ㅇ니 차원에 그치는 말이 아니라 과학적 진실에 가깝다."

 


 

다음 순간, 리사는 미친 듯이 직원 전용 통로를 뛰어서 드넓은 활주로로 나갔다. 아무런 근거는 없지만, 직감이 그를 이끌었다. 상대적으로 날렵한 경비행기가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이 저 멀리서 보였다. 작은 리사의 몸으로는, 아무리 달리고 또 달려도 도저히 거리가 줄어들지 않았다. 활주로라는 것이 이렇게 길고 넓었 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리사가 뛰어오는 것을 알 리가 없는 비행기가 드디어 이륙을 준비하는 듯 천천히 속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리사는 이를 악물고 비행기를 향해 달렸다. 그러나 속도를 내기 시작한 비행기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가속이 붙었다. 턱 끝까지 숨이 차올라, 한계에 다다른 것을 깨달은 리사는 쏟아지는 눈물을 멈추지도 못하고 화풀이라도 하듯 충동적으로 주머니에 들어 있던 권총을 꺼내 들었다.(p.158) - 「리사는 갖고 싶다」 중에서

 

저자 : 민지형

 

1986년생. 서강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신문방송학, 일본학을 공부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대학원에서 극영화 시나리오를 공부했다. 2015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조선공무원: 오희길 전」으로 우수상을 수상했고, 2019년 TV드라마 [레버리지: 사기조작단]의 극본을 썼다. 영화와 드라마 현장에서 작가로 일하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소속 성폭력예방교육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첫사랑은 중학교 3학년, 첫 연애는 대학교 2학년. 이후 연애에 나름 소질(?)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선 열심히 연애하고 이별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에 큰 충격을 받고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것이 우리들의 연애와 사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하며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소설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는 그 경험들에 관한 이야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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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이름 사전 - 누구나 쉽게 이름 짓는 법
소담 지음 / 콜라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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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개명, 작명, 예명, 캐릭터명 쉽게 만들기를 안내하는 작명의 모든 것을 수록했다. 사전이라 이름 붙일 만큼 세세하고 정밀하게 해설도 붙였다. 또 작명 원리 중 발음오행, 자원오행, 수리사격 등 이름 짓기 원하는 기준만 적용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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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이름 사전 - 누구나 쉽게 이름 짓는 법
소담 지음 / 콜라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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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사전'이라는 표제어 때문에 유명 인사들의 이름을 모아놓은 '인명 사전‘과 헷갈릴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작명 사전'이다. 이름을 지을 때 필요한 것을 찾아보는 사전이다. 우리 이름은 대개 한자를 사용해 왔다. 누구나 남녀 구별 없이 한자 이름을 갖고 있을 것이다. 태어나면 갖게 되는 이름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사용하지만 작명 원리에 따라 짓는다고 한다. 특히 우리는 성과 이름을 모두 한자를 사용했다. 최근엔 이름의 경우 순우리말이나 한글 발음으로 듣기 좋은 이름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직 우리 나라 대부분은 한자 성을 그대로 갖고 있고, 이름도 한자로 지어 사용하고 있다. 한자 자체가 뜻글자이니만큼 한 자, 한 자에 각각의 뜻이 있고,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인간이 평생 사용할 것을 고려해 의미가 좋은 한자를 사용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무척 어려운 작명 원리가 있다고 한다. 사회적 인식이 아직은 한자 이름이 더 일반적이어서 한글 이름을 일부러 생각해놓지 않은 경우 대부분 한자 이름을 관례대로 짓고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잘 알지만 한자는 무척 어려운 글자다. 일반 사람이나 특히 한자 교육을 받지 않은 한글 세대인, 지금의 중년까지는 한자 이름을 짓기에는 무척 어렵다. 이 때문에 유명 작명인이나 작명소를 찾아가 이름을 의뢰해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엔 한글로만 된 이름이 이젠 낯설지 않을 정도로 시대가 변했다. 특히 법원에서도 출생 신고 시 이름 옆에 한자를 옆에 병기토록 해 이전 세대는 한자 이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한자로 성과 이름을 짓는 사람들은 대부분 조선시대에 양반이나 일반 백성 중에서도 사회적 인식이 허용된 범위 내에서 가능했기에 한글 이름은 사람의 축에 들지 못하는 천민 계급에 사용하던 불행한 시대의 산물이지만 사회적 의식이 아직은 관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한 현실은 안타깝다.

 


 

조선 후기에 양반과 중인, 일반 백성, 천민 등의 신분 제도가 붕괴되면서 한자 이름을 모두가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 신분 제도가 붕괴된 것은 시대적 흐름도 있겠지만 정치의 잘못으로 양반 신분을 돈으로 사고팔고 하는 바람에 신분 제도의 붕괴가 있었다. 신분을 돈으로 산 일부 사람들은 아예 성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누구나 양반 신분으로 한자 이름을 사용했을 것이다. 일반 백성은 그래도 양반들이 갖고 있는 성씨를 쉽게 살 수 있지만 천민들은 돈도 없는 데다 마땅한 아는 양반도 없을 터이니 잘 쓰지 않는 한자를 몇 개 골라 주었다는 말도 있다. 이른바 '천성(賤性)'이란 말도 생겼다. 여기에 그 성씨를 쓸 수는 없지만 들어본 독자들은 상당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모두 조선 시대 정치력 부재, 타락한 양반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성씨와 이름을 팔았다는 일이 더 수치스럽다.

과거야 어쨌든 지금은 한글 전용 시대이고 가능한 한 한글을 쓰도록 사회 인식이 바뀌고 있어 이름도 곱고 발음이 좋은 한글을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법원에서도 한글이름을 인정하고 출생신고에도 한자 병기 의무 사항을 삭제한 것으로 들은 적이 있다.

개명이 필요한 경우 한자로 사용하는 것보다 아예 한글 이름이나 발음상 한글처럼 들리는 이름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이들의 이름을 보면 우리말에 아름답고 듣기 좋은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자만 사용하던 조선시대가 나라말도 잃어버린 셈이라는 생각에 아쉽다. 또 예명이나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속 인물의 이름이 필요할 때 쓰는 캐릭터명도 한글로 바뀌어가는 추세여서 반가운 일이다. 작명 사전인 이 책 『만능 이름 사전』은 작명 원리를 알아두는 것도 유사시 필요할 것이란 생각에 예비 지식으로 구입을 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란 예상을 해본다.

 

 

특히 삶이 잘 안 풀리거나, 발음상 듣기 거북한 이름, 뜻이 이름으로 쓰기에 맞지 않은 한자 이름도 아직 많이 있다고 해 저으기 놀랍다. 개명도 예전보다 쉬워졌고, 한글 이름도 가능한 시대 작명 사전이 웬말?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우리 이름은 너무도 소중하기에 꼭 이런 사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온전히 한글로 성과 이름을 쓰는 날로 바뀌기 전까지는 말이다. 독자들도 한 번쯤 '내 이름, 괜찮은 걸까?’라는 의문을 떠올려 봤을 것이다.

독자는 경험이 있다. 내 스스로 이름이 안 좋은 건가? 하는 의문을 떠올린 것은 아니다. 학교 다닐 때 부모 말씀을 제대로 안 듣고 빗나간 행동만 한다는 질책과 함께 어느 날 이름을 바꿔 부르기로 했단다. 한자를 쓰는 것은 그대로지만 서울의 유명한 작명가에게 적잖은 돈을 주고 받아왔단다. 호적상 이름을 바꾸는 것은 어렵고 귀찮은 일이니, 호적상은 그대로 두고 살면서 불리는 이름을, 말하자면 사온 것이다. 그래서 대학 다닐 때는 상당수 클라스 메이트들이 바뀐 이름을 불렀다. 심지어 졸업 당시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주는 상패에도 바뀐 이름으로 적혀 집에 아직 그대로 있다.

이 책 『만능 이름 사전』은 이름에 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동시에, 누구나 쉽게 이름을 짓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개명, 작명, 예명, 캐릭터명까지 가이드만 따라가면 원하는 이름을 완성하도록 구성했다. 무제한 사용 가능한 이 책을 언제든지 꺼내서 ‘내 이름이 나와 잘 맞는지’ 분석하며 개명할 이름 후보도 꼽아 보고, SNS에서 사용할 예명도 지어본다면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또 언젠가 태어날 아기 이름도 좋고, 작가라면 내 작품 속 캐릭터 이름을 지으며 그들의 운명을 결정해도 좋을 것 같다. 한자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사주를 해석할 줄 몰라도 작명이 가능하도록 구성된 이 책의 안내와 우선순위 추천 글자, 필요한 팁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이 책을 구성했다. 따라 하기만 하면 이름이 완성되는 샘플까지 충실히 담겨 있어 전문가의 코칭을 받는 느낌으로 즐겁고 편하게 이름 짓기에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더불어 ‘개명으로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 ‘작명소에서 당하지 않으려면?’ ‘예명만 사용해도 운이 달라지는 효과가 있을까?’ 등 궁금했던 질문에 관한 대답까지 함께 들을 수 있어, 이 책 한 권으로 이름 짓기라는 세계가 내 일상으로 들어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책에 ‘만능 이름 사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작명, 개명, 예명, 그리고 창작자를 위한 캐릭터명까지 원하는 모든 이름을 짓는 방법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또 내 이름이 정말 괜찮은지, 혹시 나와 잘 맞지 않은 이름은 아닌지 분석도 가능하고, 다양한 개명 후보들과 SNS에서 사용할 예명도 무제한으로 지어볼 것을 권유한다. 언젠가 태어날 아기 이름을 여러 가지로 지어보면서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떠올려 보기도 하고, 귀요미 조카 이름을 지어서 추천하거나 예비부부 선물용으로도 좋다고 덧붙인다. 앞서 언급한 대로 글을 쓰는 작가라면 작품 속 캐릭터 이름을 만들어 보며 그들의 운명을 결정해줄 수도 있다.

이 책 『만능 이름 사전』은 한마디로 ‘누구나 쉽게 이름을 지을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이 책이 목표하는 바는 적어도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의 이름을 누구나 지을 수 있도록 쉽게 이름 짓기를 소개하는 것이라고 출판사 측은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기존 주류 성명학 기준을 토대로 하되, 여러 갈래가 있을 경우 그 기원을 꼼꼼하게 따져서 더 타당하다고 보는 쪽을 기준으로 삼았고 이때 기준으로 삼은 근거와 함께 다른 의견은 참고로 실어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을 따라가기만 하면 보통 이상의 작명소에 가서 이름 짓는 정도는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출판사 측의 주장이다.

 


 

이 책 『만능 이름 사전』 한 권에는 이름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내 손 안에 잡히게 해줄 내용이 알차게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름 짓기의 방대한 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가이드로 만들어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쉬운 방식을 제시하였고, 작명 과정의 핵심을 이해하여 나에게 필요한 경우에만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필요한 경우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책으로 기능하도록 사전식 배열이나 구성을 따른 독창적 이름 사전임을 강조한다. 이 밖에 다양한 예시로 작명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줌으로써 실제로 이름 짓기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성명학에 지식 없이도 누구나 자유자재로 손쉽게 원하는 이름을 지을 수 있게 되리라 출판사와 저자는 확신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7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만능 사전 사용법」-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기본 스텝과 가이드, 2부 「개념 한 스푼」-한눈에 알기 쉬운 개념 원리, 3부 「만능 글자 사전」-이름 짓기의 하이라이트, 좋은 글자 고르기, 4부 「주의할 글자」-주의하여 사용해야 할 글자와 그 이유, 5부 「실전 사례」-작명, 개명, 예명, 캐릭터명 실전 엿보기, 6부 「Q&A 상담소」-이름 짓기에 관한 궁금한 질문들, 7부 「수리사격 해설집」-수리사격81의 자세한 해설집 등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책은 독창적 특징으로 독자들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실제 작명해볼 수 있도록 관련된 모든 것을 실었다. 출판사가 내세운 여덟 가지 독창적 특징을 독자가 임의로 번호를 붙여 여기에 명기한다. 독자들이 이 책의 성격을 알고 읽는다면 더 빠른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① 국내 최초 다양한 목적에 딱 맞춘 이름 짓기 툴 : 그동안 좋은 이름 찾으려고 얼마나 헤매나? 가이드를 따라 하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이름을 지을 수 있는 『만능 이름 사전』 하나로 작명, 개명, 예명, 캐릭터명까지 명쾌하게 해결된다. ② 사주에서 이름 관련된 핵심 내용만 알기 쉽게 총정리 : 이름을 지으려면 사주를 알아야 한다고? 이름 짓기 전 사주와 관련해 체크할 포인트는 바로 오행의 분포다. 사주의 부족한 기운을 이름으로 채워 보완하는 방법을 모두 공개한다. ③ 글자에 담긴 뜻과 자원오행, 획수 정보가 한눈에 : 이름의 재료가 되는 한문 글자, 그 글자에 담긴 의미와 자원오행, 획수 정보까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주를 확인한 다음, 나에게 부족한 기운의 마음에 드는 글자를 찾아보는 재미에 푹 빠질 수 있다.

 


 

④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은 내가 직접 판단해 걸러내도록 : 여자 이름에 사용하지 않은 글자, 너무 뜻이 강해서 인생의 굴곡이 생길 수 있는 글자 등. 이러한 글자는 따로 분리해 주의해야 하는 이유를 알고 나서, 필요에 따라 유의해 사용하도록 하였다. ⑤ 발음오행? 자원오행? 내가 원하는 기준이면 적용 : 모든 조건에 딱 맞는 이름을 찾기 어려울 때를 대비해 성명학 주류 개념인 발음오행, 자원오행, 수리사격을 스스로 이해한 다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우선순위를 두어 적용하도록 하였다. ⑥ 찾았다! 나와 비슷한 사례 : 우선순위가 헷갈리거나 뭐가 더 좋을지 고민될 때는 이름 짓기 사례를 통해 남들은 어떻게 판단해서 이름을 짓는지, 어떤 기준이 중요한지 참고하며 내가 진짜 원하는 이름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⑦ 친절한 팁으로 옆에서 코칭받는 느낌 가득 : 궁금해할 만한 부분에 친절한 팁을 달아 옆에서 함께 있어 주는 느낌으로 이름이라는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⑧ 이름이 나쁘다고? 작명가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 가능 : 이제 내 이름이 안 좋을까 괜히 불안해하거나 찜찜할 필요 없다. 오히려 작명소를 가더라도 전반적인 체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이름을 지어올 수 있다.

 

저자 : 소담

 

“본 바탕이 희고 그 맛이 슴슴하다는 것은 항상 변함이 없음을 의미합니다. 제가 닮고 싶은 성질을 호로 지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름 짓기를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낸 책이 없어서 주변 분들이 늘 막막해하는 것을 보고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료를 모으며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관점에서 체계화하여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이름 짓기 책을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따라 하기만 하면 이름을 지을 수 있는 실용성과 더불어 성명학의 핵심 개념과 쟁점까지 다루어 이름 짓기를 내 손에 잡히는 일상의 영역으로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만능 이름 사전》과 함께면 어려운 용어나 개념에 발목 잡히지 않고 자신에게 가장 맞고 필요로 하는 이름을 지을 수 있습니다. 이 책과 함께 이름이라는 세계를 탐험하는 과정에서 이름 짓기에 대한 두려움이 기대와 즐거움으로 바뀌길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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