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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콘크리트
마치다 요우 글.그림 / 조은세상(북두)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다소 낯선 만화책, 밤과 콘크리트
사실 이 책을 받기 전까지 소설인 줄 알고 있었는데, 막상 열어보니 만화였다.
왜 만화라는 걸 몰랐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지만... 일단 읽기 시작!
이 책은 마치다 요우의 단편 4편이 포함된 단편집이다.
밤과 콘크리트, 여름방학의 마을, 푸른 사이다, 발포주로 구성되어 있다.
네 개의 단편의 분량은 다 다르다. 푸른 사이다가 가장 길고, 발포주는 아주 짧은 편.
그러나 네 편 모두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먼저 표제작 밤과 콘크리트.
잠 못드는 건축가는 어느 날 동료와 술을 마신 남자를 집에 들이게 된다.
그런데 그는 건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남자였다.
그는 건축가에게 모든 건물들이 말을 해 시끄럽지만, 건물들이 자는 시간에는 조용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건축가는, 그후 잠을 잘 수 있었다.
뭔가 감성적인 느낌이 풍긴다.
사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했는데, 생각 끝에 이해할 수 있었다.
중간에 한 컷이 삽입되어 있는데, 의사가 그가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 심리적인 이유라도 진단하는 것이다.
이 단편의 주인공은 '혼자'라는 것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며 잠들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자신은 아니라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차가운 존재라고 생각했던 건물도 잠드는 시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치 따뜻한 존재에 감싸여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누군가의 품 안에서 잠들듯이 잠들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다음 이야기는 반전이 있는 이야기였던 여름방학의 마을.
여름방학에 간 마을. 그곳에서 친구들과 지내던 주인공은 어느날 전투기를 발견했고, 또 수상한 박사를 만난다.
그로부터 어느 '발광체'에 갇혀버린 친구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주인공과 친구들은 그 박사가 친구를 구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로 하고...
마침내 박사와 함께 그의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된 주인공은 놀라운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 이상은 스포가 되므로 생략!
사실 네 가지 단편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현실 속에서 벗어나 완벽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그런 생각에서 시작된 단편이 아닌가 생각했다.
일상 속에서 남몰래 품는 그런 상상들.
그리고 세번째 푸른 사이다는 상상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단편은 가장 긴 내용을 담고 있는데, 선이 굉장히 직선적이라서 독특하게 느껴졌다.
물론 다른 단편들도 그러하지만 이 단편이 유독 직선적인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점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인물의 앞모습을 보면 직선들이 모여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인상적인 이미지에 비해, 내용은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않았다.
주인공 소녀와, 그녀의 상상속 친구인 섬, 어쩐지 미스터리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다만, 푸른 사이다의 의미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떤 의미일까?
마지막 단편 발포주.
젊은 시절 꿈이 있었던 두 친구.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건 희미해졌다.
그러나 남자는 생각한다. 적어도 그때 만큼은 서로 진심이었다고...
마지막으로 실린 작품답게, 묘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간결한 이야기였지만, 제목과 연결지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다량의 탄산을 함유하고 있는 술. 보리의 함유량이 낮은 술.
거품 같았던 한 순간... 그러나 그 거품들도 술의 일부분이다.
아무튼 짧은 단편이다보니 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재미를 바탕으로 만화책들을 읽어왔었는데데, 다소 신선하게 다가왔던 만화책이었다.
책 소개글에 있었던, "평범한 일상 속,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에 조금 공감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