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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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에 숨어있던 애서가의 기묘한 삶, 위험한 책 


책을 통해 또 다른 책을 찾아 읽었을 때, 그 책이 만족스럽다면 참 기분이 좋아진다.

<위험한 책>은 얼마전 읽은 <페이퍼 엘레지>라는 책에서 접하고 궁금했던 책이었다.

처음에는 몰입하기 힘들었지만, 읽어갈수록 점차 흡입력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책은 어떤 죽음에서부터 시작한다.

1998년 봄, 블루마 레논은 소호의 어느 책방에서 에밀리 디킨슨의 구판본 시집을 사서, 첫 번째 교차로에 이르러 막 두 번째 시를 읽으려는 순간 자동차에 치이고 말았다. (p.5)

화자의 동료이자 교수였던 블루마 레논의 죽음. 블루마의 장례식에서 대학의 로버트 로렐 강사는 "블루마는 문학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그녀의 생을 문학에 바쳤습니다."라는 구절이 포함된 영결사를 낭독했고, 이것으로 인한 논란이 있었다.

한편 그녀와 가까운 사이였던 화자는 그녀 후임이 되고, 얼마 지나지않아 블루마 앞으로 전달된 우루과이 우표가 붙어 있는 소포 한 꾸러미를 받게 된다. 그 안에는 책의 앞표지와 뒤표지에 지저분한 시멘트 부스러기가 묻어 있는 한 권의 책이었다.


화자는 블루마에게 온 책을 통해 그녀와 책에 얽힌 이야기를 상상하고, 나아가 책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된다.

그 생각들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었다.

껄끄럽지만 책을 버리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화자는 이렇게 언급한다.

책 한 권을 버리기가 얻기보다 훨씬 힘겨울 때가 많다. 우리는 궁핍과 망각 때문에 책들과 계약을 맺고, 그것들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지난 삶에 대한 증인처럼 우리와 결속되어 있다. 책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동안 우리는 축적의 환상을 가질 수 있다. (중략) 책을 잃어버리는 걸 달가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차라리 반지나 시계, 우산 따위를 잃는 편이, 다시는 잃지 않더라도 낯익은 제목만으로도 우리가 과거에 누렸던 감정을 일깨워주는 책 한 권을 잃는 것보다 훨씬 낫다. (p.17)

이 즈음부터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책 전반에 등장하는 서가에 대한 이야기들, 또 책에 대한 애정들이 흥미로웠다. 특이한 관점의 내용들이 많았지만, 그런 새로운 관점들에 공감되는 부분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나 자신도 책을 사랑하는 독자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물론 책 속에 등장하는 애서가들 각각의 생각들에 모두 공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화자는 결국 죽은 이에게 온 책을 직접 돌려주기 위해 휴가를 이용해 책을 보내온 곳으로 떠나가게 된다.

여기서부터 뭔가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점차 느껴지기 시작한다.

화자는 책을 보낸 남자, 카를로스 브라우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브라우어 씨와 블루마가 참여했던 회합과 관련된 인물로 대형서점을 운영하는 디날리 씨를 찾아간다. 그 앞에서 책을 꺼내놓자 노려보고 경계한다. 그리고 그는 브라우어 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인물로 델가도 씨를 화자에게 소개한다.

델가도 씨와의 이야기를 통해, 화자는 카를로스 브라우어가 책을 너무나 사랑한 사람이었고 점차 기묘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언급하는 카를로스 브라우어의 모습들은 굉장히 기행적인 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애서가로써의 델가도 씨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특히 이 부분에서 섬칫했던 것은, 블루마 씨의 죽음에 대해 언급했을 때 델가도 씨가 들려준 내용이었다. 화자처럼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어느정도까지 책을 아끼고 사랑하게 되면 그렇게 예상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될까? 아직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그가 한 이야기 중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책을 읽을 때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통로'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내게 내게 아무 페이지나 펼쳐 각 단어들의 간격으로 생겨난 수평이나 수직 방향의 길들을 쫓아가 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과연 내 눈앞에 행과 행들이 만들어내는 긴 통로들이 나타났다. 단락들을 횡단하거나 때로는 끊어지다가, 끊어지면 대각선 방향으로 진로를 터서 종횡으로 또는 자유롭게 낙하하듯이.

"언어의 리듬을 구사하지 못하는 작가는 이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작가는 한 문장 안에 네 철자 이상의 단어를 수없이 사용해 언어를 파괴하고, 텍스트의 리듬과 통로를 망쳐버립니다. 그런 책에서 통로를 찾는 일은 쓸데없는 짓이지요. 글자들의 간격이 너무 좁거나 넓게 편집된 조악한 책은 문자들이 은밀하게 이루어내는 형상을 찾으려 하는 독자들의 눈에 폭력을 가하는 셈입니다." (p.62~64)

이런 관점은 처음 접해서 더 흥미로웠고, 다음부터 한국 소설을 읽을 때 이런 부분도 고려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아무래도 원서를 읽지 않는 이상 외국 소설과 번역된 소설의 '통로'는 서로 다를테니까.

글자가 가득한 책을 마치 이미지처럼 읽어가는 듯한 방법인 것 같다고 느꼈다.


한편 화자의 브라우어 씨에 대한 추적은 계속된다. 책을 통해 집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토대로 그는 브라우어 씨가 만든 집이 있다는 곳까지 찾아간다. 그러나 그곳에는 폐허가 된 집터만 남아 있었다. 그 곳 근처에 있던 어부들에게서 그 집에서 살던 브라우어 씨의 최후의 모습을 듣게 된 화자는, 결국 이 모든 이야기를 듣게 했던 그 책을 원래 주인 블루마의 무덤 곁에 가져다 두게 된다.


이 책은 위에서 이미 이야기했듯이 한 애서가의 삶을 찾아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그리로 이끄는 책에 대한 인물들의 반응에서 뭔가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풍겨서 더욱 이야기에 몰입해 읽어가게 된다. 그 애서가가 책을 다루는 방식이 점차 변화하는 것도 기묘하고 흥미롭게 소개되고 있다.

다른 책을 통해 알게 되어 궁금했던 책이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읽었는데, 의외로 소득이 많았다고 생각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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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CEREAL Vol.2 - 영국 감성 매거진 시리얼 CEREAL 2
시리얼 매거진 엮음, 김미란 옮김 / 시공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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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울이 소개되어 더 특별했던, 시리얼 vol.2


시리얼 vol.2의 표지는 살짝 안개낀 어두운 물빛의 바다.

역시 풍경사진이 더 마음에 드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기대감을 안고 보기 시작했다.

시리얼은 읽는다기보다는 본다고 말하는 게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물론 글들도 있지만, 사진과 편집으로 인한 여백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실린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베를린, 소금과 후추, 서울, 펨브로크셔.

그리고 중간에 인터루드로 '에이프릴 룩'과 '디즈 아 씽스'가 소개되어 있었다.


베를린 부분에서는 유대인 박물관, 커리부르스트, R.S.V.P., 바우하우스가 소개되어 있었다.

유대인 박물관의 건축적인 면은 예전에 여행 에세이를 통해 접한 적이 있는데, 사진들을 보니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특별한 소스를 뿌린 소시지로 독일의 국민 간식이라는 커리부르스트는 그 맛이 참 궁금했다.

R.S.V.P.는 상품을 디스플레이한 모습들이 간결하고 단정하게 느껴졌다.

바우하우스는 얼마전 갔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관련 전시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가운 맘으로 읽었다.

사진이 많이 없어서 좀 아쉬웠지만 전시에서 많이 봤으니 다행이다.


이제까지 읽었던 시리얼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음식에 관해 꽤 깊이있게 다룬다는 것이다.

시리얼 vol.2에서는 소금과 후추에 대해 다루고 있다.

소금, 즉 염화나트륨에 대한 부분에서는 다양한 소금을 다양하게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투명한 소금병들, 흰색의 소금 결정들이 참 아름답게 보였다.

관련 글에서는 셰프들이 소금 대신 양파건조분말, 마늘건조분말, 레몬, 라임즙을 사용한다는데 흥미로웠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일지 궁금해진다.

소금을 이용한 절임 사진들도 독특한 매력을 자아냈다. 굵은 소금 결정이 흩뿌려진 모습들이 특히 아름답다.

한국의 전통소금인 죽염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치약으로만 접하다가 실제로 보니 또 새로운 느낌.

후추에 관한 글들도 인상적이었다.

좀더 단 풍미가 있다는 긴후추는 어떨지 궁금하다. 보통 흑후추나 통후추를 많이 접하니까.

요즘 후추를 좋아해서 요리에 후추를 많이 뿌려먹기 때문에 새로운 후추를 접하니 알고 싶어진다.

게다가 후추 아이스크림 제조법이라니! 아이스크림 메이커를 당장 사고 싶어졌다.

여름이 되기 전에는 구매해봐야할 텐데.


이어지는 인터루드의 첫번째, 에이프릴 룩.

여기서 보타이 매는 법을 보니 신사가 연상이 되고, 얼마전 보고 꽂힌 영화 킹스맨이 또 떠오르고 말았다.

그리고 역시 얼마 전에 본 영화인 하이스쿨뮤지컬3도 떠올랐다.

하이스쿨뮤지컬3의 경우 한 캐릭터의 졸업파티 의상에 보타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타이는 여성이 해도 꽤 매력적이라는 걸 느꼈었다.

디즈 아 씽스는 지도제작자의 이야기였는데, 지도에 관한 인터뷰가 흥미로웠다.


세번째 테마는 서울.

가장 먼저 등장한 이야기는 '한국어'였다.

한글의 놀라운 사실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있었지만 막상 자세히 설명한 걸 읽어가니 또 놀랍기도 하다.

이 부분에서도 사진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사진에는 물건에 한글이 붙어 있었다.

일상적인 말인데 단정하고 단아한 느낌이 참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이어지는 한옥호텔과 카페문화의 사진들도 분위기가 있었다.

고추장. 색감 때문에 사진이 참 좋았다.

마지막은 비원을 소개하고 있다.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역시 아름답다.

비원은 가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분명 가본 곳인데, 왜 그땐 그 아름다움을 몰랐던 걸까?

시리얼에서는 가을에 아름다운 단풍도 함께 볼 수 있어 좋다고 하니 그때 다시 한 번 방문해봐야겠다.


마지막, 펨브로크셔.

시리얼에서는 역시 풍경사진 보는 게 참 좋다.

표지를 장식한 사진은 펨브로크셔의 해안 산책로 웨일스 해안에서 본 바다였다.

적막감과 신비감이 감도는 곳.

특히 마지막의 어두운 물빛에 희미하게 안개낀 바다는 편안함을 준다. 바로 이게 표지였다.

그런데 안에서는 두 페이지에 걸쳐 바다가 펼쳐져 있기 때문에 더욱 탁 트인 느낌을 주어 좋았다.

브린신이라는 빅토리아풍 농장의 사진들도 인테리어적인 면이 매력적이었다.

마지막은 레이버브레드라는 다소 특이한 음식이 등장했다.

김과 비슷한 종류인가본데, 궁금했다. 과연 어떤 맛이고, 어떤 식감일까?


시리얼 vol.2를 보면서 역시 이건 계속 다음 권도 봐야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풍경 사진을 보니 참 편안해지는 것이 좋고, 구성이 전반적으로 취향에 맞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다음 권은 3월에 나오는 게 맞는건가? 아님 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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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닦고
후지타 사유리 글.그림 / 넥서스BOOKS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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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심한 듯 다정한 그녀의 이야기, 눈물을 닦고


4차원 이미지가 강한 방송인 사유리.

그녀에게 그런 밝고 명랑한 모습 뿐 아니라 잔잔한 면도 있다는 것은 이미 한 방송을 통해 접한 적이 있었다.

이 책은 그녀의 그런 면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던 책.

그리고 생각보다 더, 좋았던 책이었다.


그 방송에서 사유리가 그렸던 그림들을 봤었다.

이 책에도 똑같이, 그녀가 그린 일러스트도 간간히 볼 수 있다.

자유로운 선으로, 생각으로 그려진 그 일러스트들은 그녀의 4차원적인 면을 살짝 느끼게 했던 것도 같다.

특색있는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눈물을 닦고>에 별점 5점을 주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일러스트 때문은 아니다.

사유리의 생각이 담겨있던 글이 참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다, 생각하다, 함께하다, 살아가다, 홀로 서다.

이 다섯 가지 주제 아래 써내려간 사유리의 글들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사유리 스스로 겪었던 일들, 그녀의 주변 사람들의 에피소드, 때로는 들었던 에피소드들.

그런 것들에서 그녀가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차분히 쓰고 있었다.

표지에서 이야기하듯이, 무심한 듯 다정하게.

차분한 느낌의 글이었지만 따스함이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그녀가 이야기한 여러 에피소드들 중에 특히 기억에 박힌 것은 이런 내용이었다.

버스에서 어떤 사람이 말을 더듬거리며 옆에 있는 남자에게 목적지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았다. 옆에 있는 남자는 그의 말을 듣고도 계속 무시했다. 그것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아저씨가 버스 문이 열리자 그 남자의 멱살을 잡고 밀쳤다. 장애가 있는 사람,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는 사람을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버스 밖으로 밀려난 남자가 울면서 더듬더듬 말했다.

"나도 말을 더듬거리니 대답하면 상대가 자신을 흉내 냈다고 생각할 거잖아요. 이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것이고 나는 누구보다 그 고통을 잘 알아요." (p.78~80)

남자의 마지막 말을 읽으며, 가슴이 무거워졌다.

사유리가 이 에피소드를 언급한 후 말했듯이,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가 항상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걸 느꼈다.

그건 결국 자신의 입장에서만 바라본 것이니까.


책에 담긴 사유리의 생각들을 읽어가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그녀의 부모님이 참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사유리가 아름다운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한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큰 것 같았다.

특히 그녀의 어머니에 얽힌 에피소드들은 하나하나 읽어갈 때마다 깊이 생각하게 했다.

말에서, 행동에서 많은 점들을 배우게 되었다.


책에서 적어두고 싶은 부분들이 참 많았는데, 그 중에 길지만 정말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옮겨 적어본다.

사유리가 한국에 왔을 때, 어학당에서 내준 숙제를 할 때 항상 밖에서 했다고 한다.

밖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이 모두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녀가 만난 한국인들이 가르쳐준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식당에서 계산하고 나갈 때 "감사해요."라고 말한 나에게 "제가 감사해요."라고 하셨던 식당 아저씨, 이런 멋있는 한국어를 저에게 가르쳐 주셔서 고마워요. 비가 내리는 날 횡단보도에서 우산이 없는 나에게 자신의 우산을 내밀고 같이 신촌역까지 걸어 주셨던 이름도 모르는 아주머니, 나에게 인간의 깊이를 보여 주셔서 고마워요. 술집에서 내 머리카락 잡아당기며 일본에 돌아가라고 하셨던 옆자리의 술 취한 아저씨, 나에게 인간의 약함을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지하철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자신의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서 준 여학생, 나에게 인간의 희망을 보여 주어서 고마워요. (p.146)


사소한 친절과 행동들.

특히 식당 아저씨, 이름 모르는 아주머니, 여학생의 이야기는 읽으면서 참 따뜻함이 느껴졌다.

또 자신에게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을 이해하는 사유리의 모습도 따뜻했다.

나쁜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이런 따뜻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좋은 생각들을 계속계속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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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상상하면 들린다, 상상 라디오


발상이 참 독특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상상을 통해 들을 수 있는 라디오.

그리고 그 라디오는, 죽은 이들이 들을 수 있는 라디오이기도 하다.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나서도 이런 저런 생각이 자꾸 들었지만...

너무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가서 이 리뷰에 온전히 옮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래도 하나하나, 열심히 정리해봐야겠다.


책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상상 라디오에 대한 소개가 이뤄지고 이어 사연들이 소개되는 제1장 죽은 자의 목소리.

귀에 이상이 생긴 이후 나무 꼭대기에서 라디오 방송을 하는 이야기를 들은 소설가의 이야기인 제2장 귀를 기울이면.

다시 DJ 아크가 진행하는 상상라디오로 돌아와, 새로운 사연들을 말하고 자신의 상황을 깨닫는 제3장 넋을 위로하며.

두 명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야기, 제4장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

상상 라디오의 마지막 방송이 흐르는, 제5장 구원의 노래.

상상 라디오 방송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들이 교차되면서 등장하는 구성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슬프지만 슬프지 않다는 것이다.

소설 속 배경은 후쿠시마 대지진이 일어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고통받았다.

특히 중심 소재인 '상상 라디오'는 죽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상상으로 듣는 방송이다.

때문에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밝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건 DJ 아크의 진행이 활기차기도 하고, 또 그의 방송을 듣는 청취자들도 우울한 상황을 내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언뜻언뜻 보이는 안타까운 내용들이 더 강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과거의 이야기를 한가득 쏟아놓으며 추억하는 그들의 모습이, 조금 아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귀에 이상이 생긴 소설가의 이야기에서는, '상상 라디오'에 대한 논쟁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죽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어야 한다는 입장과, 살아있는 사람을 제일로 하고 그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

둘 모두 일리가 있는 의견들이라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던 것 같다.

저자는 그 중, 죽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어야 한다는 입장에 좀더 비중을 싣고 있다.

이후 4장에서 두 명의 대화로 시작했던 이야기는, 제목을 읽지 않았다면 전혀 짐작하지 못했을 것 같다.

평범한 연인의 대화일 것 같았는데, 알고보니 생사의 경계에 놓여있던 것이었다.

죽은 이와의 소통을 실제로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상상 라디오' DJ 아크와 연결되어 간다.


책 뒤편의 소개에서 책 속의 '후쿠시마 대지진'과 비슷한 내용으로 '세월호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3장을 읽으면서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잠자던 공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남자, 어두컴컴한 물에 갇혀 있는 여자.

그들은 그래도 '상상 라디오'를 통해 연결되었다. 다행이다.

그런 상황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차가운 바닷속에서도 상상 라디오가 흐르고 있을까? 그럴 것이다. 상상한다면.


DJ 아크는 마지막 방송을 하며 이야기한다.

자신은 방송을 그만두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서 방송을 이어갈 것이라고.

그러니까 계속해서 들어달라고.

죽은 이들의 슬픔을 듣고, 서로 위로하고, 결국 치유할 수 있는 것.

소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벗어나 이뤄지는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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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까지 따듯해지는 북유럽 스타일 손뜨개 소품 마음까지 따듯해지는 북유럽 스타일 시리즈
Applemints 지음, 김수정 옮김, 송영예 감수 / 참돌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가지각색 실로 만들어 더 예쁜, 마음까지 따듯해지는 북유럽 스타일 손뜨개 소품


어느새 2월의 마지막 주도 반이 지나간다.

2월이 지나가버리면, 겨울도 지나간 느낌이 들 것만 같다.
결국 이번 겨울도 뜨개질은 못하고 지나가게 되려나.
뜨개질 책들을 이것 저것 보면서 꼭 만들어야지 생각했는데, 정신없이 시간은 흘러버렸다.
이 책에 실린 소품들 중에도 해보고 싶은 게 꽤 있었는데, 결국 만들지 못해 아쉽다.

이 책에서 소개된 작품들은 총 23가지.
모자, 장갑, 머플러처럼 뜨개질 소품으로 자주 봤던 것에서부터, 가방, 각양각색 워머들을 비롯해 볼레로, 뜨개칼라까지.
그 안에서 꽤 다양한 종류의 소품들이 있었다.

특히 마음에 든 것은 색감이었다.
소개된 작품들이 모두 색이 너무 예뻐서, 절로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잔잔한 색감의 작품들도 매력적이었지만, 특히 눈길이 갔던 것은 아홉번째, 열번째에 있었던 스톨.
이 책을 통해 스톨이라는 용어를 처음 알았다.
스톨은 여성의 어깨에 걸치는 긴 숄, 장식 또는 방한의 목적으로 두르는 것이라고 한다.
분홍색과 민트색 두 가지 스타일의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둘다 너무 매력적이었다.
이 스톨은 두꺼운 머플러가 아니기 때문에, 봄에도 하고 다닐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색감도 봄에 어울리는 것 같아서, 역시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고민중이다.

또 눈을 사로잡았던 작품은 일곱번째로 소개되었던 오프화이트 뜨개칼라.

색감이 약간 크림색처럼 보여서 더 끌린 것도 같다.

이 뜨개칼라는 옷을 입을 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만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뜨개질 초보도 잘 만들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 외에 핸드워머는 항상 만들어보고 싶었던 소품이라 눈길이 갔다.

나뭇잎 무늬, 아란 무늬, 체크, 작은 새 무늬 같이 가지각색의 스타일이 있어서 끌리는 것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핸드 워머는 손가락 부분을 뜨지 않아도 되니까 장갑보다 좀더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했다.


작품사진과 도안들 외에, 다른 유용한 정보들도 실려있다.

가장 앞부분에 있었던 뜨개방법 포인트 레슨은 초보자에게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유용했던 것이 이 책에서 사용한 실이 소개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색감에 끌렸기 때문에 그 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은 그 느낌을 그대로 살릴 수 있으니 좋을 것 같다.

다만, 그 실들을 국내에서 구하기 쉬울지 걱정되기는 한다.

그외에 코바늘뜨기 기초, 대바늘뜨기 기초도 부록처럼 소개되어 있었다.


꽤 얇은 책인데도 작품도 나름 다양했고 뜨개질에 관한 소개도 잘 되어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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