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닦고
후지타 사유리 글.그림 / 넥서스BOOKS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무심한 듯 다정한 그녀의 이야기, 눈물을 닦고


4차원 이미지가 강한 방송인 사유리.

그녀에게 그런 밝고 명랑한 모습 뿐 아니라 잔잔한 면도 있다는 것은 이미 한 방송을 통해 접한 적이 있었다.

이 책은 그녀의 그런 면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던 책.

그리고 생각보다 더, 좋았던 책이었다.


그 방송에서 사유리가 그렸던 그림들을 봤었다.

이 책에도 똑같이, 그녀가 그린 일러스트도 간간히 볼 수 있다.

자유로운 선으로, 생각으로 그려진 그 일러스트들은 그녀의 4차원적인 면을 살짝 느끼게 했던 것도 같다.

특색있는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눈물을 닦고>에 별점 5점을 주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일러스트 때문은 아니다.

사유리의 생각이 담겨있던 글이 참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다, 생각하다, 함께하다, 살아가다, 홀로 서다.

이 다섯 가지 주제 아래 써내려간 사유리의 글들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사유리 스스로 겪었던 일들, 그녀의 주변 사람들의 에피소드, 때로는 들었던 에피소드들.

그런 것들에서 그녀가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차분히 쓰고 있었다.

표지에서 이야기하듯이, 무심한 듯 다정하게.

차분한 느낌의 글이었지만 따스함이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그녀가 이야기한 여러 에피소드들 중에 특히 기억에 박힌 것은 이런 내용이었다.

버스에서 어떤 사람이 말을 더듬거리며 옆에 있는 남자에게 목적지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았다. 옆에 있는 남자는 그의 말을 듣고도 계속 무시했다. 그것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아저씨가 버스 문이 열리자 그 남자의 멱살을 잡고 밀쳤다. 장애가 있는 사람,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는 사람을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버스 밖으로 밀려난 남자가 울면서 더듬더듬 말했다.

"나도 말을 더듬거리니 대답하면 상대가 자신을 흉내 냈다고 생각할 거잖아요. 이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것이고 나는 누구보다 그 고통을 잘 알아요." (p.78~80)

남자의 마지막 말을 읽으며, 가슴이 무거워졌다.

사유리가 이 에피소드를 언급한 후 말했듯이,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가 항상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걸 느꼈다.

그건 결국 자신의 입장에서만 바라본 것이니까.


책에 담긴 사유리의 생각들을 읽어가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그녀의 부모님이 참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사유리가 아름다운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한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큰 것 같았다.

특히 그녀의 어머니에 얽힌 에피소드들은 하나하나 읽어갈 때마다 깊이 생각하게 했다.

말에서, 행동에서 많은 점들을 배우게 되었다.


책에서 적어두고 싶은 부분들이 참 많았는데, 그 중에 길지만 정말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옮겨 적어본다.

사유리가 한국에 왔을 때, 어학당에서 내준 숙제를 할 때 항상 밖에서 했다고 한다.

밖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이 모두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녀가 만난 한국인들이 가르쳐준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식당에서 계산하고 나갈 때 "감사해요."라고 말한 나에게 "제가 감사해요."라고 하셨던 식당 아저씨, 이런 멋있는 한국어를 저에게 가르쳐 주셔서 고마워요. 비가 내리는 날 횡단보도에서 우산이 없는 나에게 자신의 우산을 내밀고 같이 신촌역까지 걸어 주셨던 이름도 모르는 아주머니, 나에게 인간의 깊이를 보여 주셔서 고마워요. 술집에서 내 머리카락 잡아당기며 일본에 돌아가라고 하셨던 옆자리의 술 취한 아저씨, 나에게 인간의 약함을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지하철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자신의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서 준 여학생, 나에게 인간의 희망을 보여 주어서 고마워요. (p.146)


사소한 친절과 행동들.

특히 식당 아저씨, 이름 모르는 아주머니, 여학생의 이야기는 읽으면서 참 따뜻함이 느껴졌다.

또 자신에게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을 이해하는 사유리의 모습도 따뜻했다.

나쁜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이런 따뜻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좋은 생각들을 계속계속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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