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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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의 매력을 느끼다, 배를 엮다


출판사 사람들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사전을 편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뉜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마지메가 처음 사전 편집부에 오게 되고, 겪는 이야기가 전반부라면 이후 10년이 넘은 시간이 흐른 뒤 새롭게 사전 편집부에 추가 인력으로 오게 된 기시베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사전의 완성까지의 이야기가 후반부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사이의 사전이 기획되고 출간되기까지의 여러 우여곡절들이 참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사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요즘은 사전을 따로 구입하기보다는 전자사전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말뜻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면 어렸을 때는 국어대사전도 넘겨보고, 영어 사전이나 옥편의 낱장들을 넘겨가며 찾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렇게 넘겨가다 우연히 발견하는 단어들도 있었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책으로 된 사전의 매력도 분명히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마지메라는 캐릭터가 참 재미있었다. 그는 나이가 든 사전 편집자였던 아라키가 니시오카의 추천을 듣고 가서 데려오게 된 인물이었다. 영업부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던 그의 능력이 사전 편집부에서는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사전과 관련된 일들은 잘해내지만 연애에는 서툰 모습도 재미있었다. 특히 15장에 걸쳐 써내려간 러브레터! 앞부분에서는 그 내용까지 등장하지 않지만 뒷부분에서 일부가 등장하게 되는데, 마지메의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내용이라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마지메의 매력은 그렇게 어떤 일에 몰두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때문에 인간관계가 서툴지만, 그래도 그가 하는 말은 모두 솔직하고, 언제나 성실한 사람. 그렇기 때문에 가구야가 마지메를 좋아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마지메가 합류한 이후 하게 된 회식에서, 아라키는 사전에 대해 이런 언급을 한다.


"사전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야."

아라키는 혼을 토로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사람은 사전이라는 배를 타고 어두운 바다 위에 떠오르는 작은 빛을 모으지. 더 어울리는 말로 누군가에게 정확히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만약 사전이 없었다면 우리는 드넓고 망막한 바다를 앞에 두고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을 거야." (p.36)


바로, 이 부분에서 제목이 나오게 된 것이다. 결국 제목 '배를 엮다'는 '사전을 엮다'를 의미했던 것이었다. 말의 세계를 바다에 비유한 것, 그리고 사전을 그 바다를 건너는 배에 비유한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새로운 사전 출판에 회의적이었다. 결국 출판사도 회사고, 이익을 추구해야하는 집단이니 말이다. 때문에 그들은 사전 출간은 잠시 미뤄두고 개정판을 만든다거나,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관련 사전들을 만들기도 하면서 시간이 흐르게 된다. 그 동안 니시오카는 다른 부서로 가야했고,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진전된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사전을 만들게 된다.


전반부에서 마지메를 중심으로 사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후반부는 사전 편찬 과정에 더 눈길이 갔다. 사전을 기획하고 결국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들을 읽어가면서, 사전에 정말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전 편찬에 그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지 상상도 못했었으니까. 그렇게 읽고나니 사전을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내용부터 외관, 종이재질까지 많은 관심이 들어간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의 결실을 책장에 꽂아두고 싶어졌다.


리뷰에는 다 담을 수 없는 매력이 가득 담긴 책이다. 그러고보니 정말 사전이 필요한 것 같다. 사전을 통해 많은 말들을 알고 사용할 수 있다면 그러한 매력들을 리뷰에 더 잘 담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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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열다 - 당신의 잠재된 운을 끌어올리는 개운법과 인생 솔루션
하늘산 지음 / 힐링스쿨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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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운을 부르는 방법, 운명을 열다​


책의 부제는 '당신의 잠재된 운을 끌어올리는 개운법과 인생 솔루션'. 책 초반에사주, 역학이라는 것이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고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게 흥미로웠다. '학문으로서의 역학'이 어떤 식으로 서술될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조금 아쉽게도 역학, 주역이라는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내용은 아니었다. 부제에 있듯이 '개운법'을 중심으로 운명을 바꾸어나가는 다양한 방법, 좋은 운을 불러들이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좋은 정보를 많이 얻을 수는 있었지만, 역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깊이 알고 싶다면 다른 책들을 더 참고해야할 것 같았다.


역학, 사주풀이 같은 것이 '운명'을 개척하는 방법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개운법, 인생을 좀더 낫게 변화시키는 방법으로만 한 권이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다양한 방법이 응축되어 있는 책이라서, 두고두고 조금씩 읽으며 소개된 개운법들을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역학, 주역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 수동적으로 주어진 운명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공부하고 그래서 더 좋은 운들이 다가와 좋은 운명이 되도록 만들고 싶어졌다.


소개된 개운법들 중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영화 '라쇼몽'과 관련지어 이야기했던 '라쇼몽 효과'. 일곱가지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삶에서 여러 힘든 일을 겪다보면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그래서 더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라쇼몽 효과를 통해 힘든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으로는 마음의 번뇌를 다스리는 방법이었는데, 여섯가지 순서를 읽어보니 종이 위에 적고 해결책도 적어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머릿속에 떠다닐 때보다 글씨로 확연히 눈에 들어올 때 더 문제의 크기가 확실히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짐하는 부분도,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세번째는 기도법으로, 기도를 시작하는 방법과 기도문이 실려있어서 신기했다.


뒷부분에서는 개운법의 비결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총 네 가지였다.


개운법의 첫 번째는 기도, 반성, 감사이다.

개운법의 두 번째는 귀인을 만나는 것이다. 귀인은 때와 장소에 따라서 바뀐다.

개운법의 세 번째는 봉사하고 베푸는 것이다. 불평하지 않아야 효과가 크다.

개운법의 네 번째는 열심히 배우고 공부하는 것이다. (p.199)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이미 들어본 이야기도 있었고 해서, 의외로 사주 역학이라는 것이 '점'이라는 다소 미신적인 느낌보다는 생활에 뿌리내린 긍정적인 행동들과 연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다는, 현재에 충실해 미래를 더 좋게 바꿔가도록 노력하면 정말 좋은 미래가 온다는 생각들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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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철학하다 -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에드윈 헤스코트 지음, 박근재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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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집을 철학하다


집이라는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들을 파고드는 내용의 책이었다. 분량이 많은 편이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깊이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예상보다 읽는 데 시간이 걸렸다.
책에서 제시하는 집의 구성요소는 총 스물 일곱가지. 창문, 책, 다이닝 룸, 부엌, 계단, 지하실과 다락, 침실, 옷장, 욕실, 서재, 베란다, 현관문, 홀, 거실, 벽난로, 문 손잡이, 문, 오두막, 수영장, 지붕, 울타리, 거울, 조명, 바닥, 벽 복도, 천장이다. 아무래도 저자가 서양인인 만큼 홀, 벽난로와 같이 우리 나라에서 대중화된 요소가 아닌 것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집의 요소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었다.

각각의 구성요소들이 하나의 챕터를 형성하여 품어온 의미와 변화해온 과정들을 풀어놓고 있는 구성이다. 심리학적인 측면과 영화 등 미디어 매체에서 다뤄진 방식들, 때로는 미술이나 문학 작품과 같이 예술적 측면에서 바라본 부분도 추가되어 있었다. 특히 심리학적 측면에서는 프로이트의 사상과 관련된 내용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성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내용이 많은 편인데, 때문에 이런 측면들은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모습과 많이 연계되어 소개되고 있었다.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지만,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집의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은 아무래도 창문에 이어 두번째로 소개된 '책'이었다. 책이 집을 구성하는 요소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일단 그 발상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내용에서 책이 없는 집이 무언가 미완성인 듯한 느낌이 든다는 부분을 읽으며 정말 책이 한 권도 없는 집이란 거의 찾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일종의 인테리어로써 책이 활용되는 경우도 생각해보면 꽤 존재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서재와 서가를 통해 그 집 거주자가 어떤 사람인지 읽을 수 있다. 가구나 음식보다 책장에 놓인 것이 집주인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책은 (혹은 책의 부재는) 한 사람의 관심사와 개성을 바라보는 거의 완벽한 거울이라 할 수 있다. (p.34)

여기서 흥미로웠던 것이 벽돌과 책의 유사성을 짚은 부분이었는데, 올해 초 읽었던 한 책이 떠올라서 더욱 흥미로웠다. 그 책에서는 책을 벽돌로 사용해 집을 지은 인물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물론 <집을 철학하다>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책을 배열하는 것이 벽돌을 배열하는 것과 비슷하기에, 독서가들이 일종의 건축가가 될 기회,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할 기회를 얻는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 부분을 읽어나가니, 확실히 책이라는 것이 집주인의 성향을 나타내는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 분량에 비해 다양한 요소에 관해 이야기하는 만큼 각 부분의 내요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분량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품은 다양한 의미들 덕분에, 천천히 그리고 깊이 읽어가게 되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각 부분들을 따로 떨어트려 생각함으로써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의미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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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타 돈코츠 라멘즈
키사키 치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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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채로운 캐릭터의 매력, 하카타 돈코츠 라멘즈


처음엔, 제목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쩐지 일본 음식 라멘이 떠오르게 하는 제목. 이점을 의식했는지 뒷표지 가장 아래에는 '요리소설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기도 하다. 사실, 내용 속에서도 라멘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물론 등장 인물 중 하나가 돈코츠 라멘을 먹긴 한다. 어쩌면 그가 주인공이라는 암시일까? 어쨌든 킬러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그전까지 킬러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읽었던 것 같은데, 그들이 주인공인 책은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꽤 재미나게 읽었다. 킬러들이 주역이 되는 미스터리인 만큼 다양한 죽음이 등장하지만, 영상으로 보는게 아니라 그런건지 아니면 이런 분야에 익숙치 않아 상상하지 않기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비유하자면 킹스맨에서 액션씬을 보는 느낌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킬러들이 일하지 않을 때의 모습은 비교적 평범한데, 그런 것에서 괴리감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개인적으로 미스터리를 읽을 때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를 더 중시하는 편인데, 그래서 이 책에 대한 평점이 꽤 높은 편이다. 사실 스토리만 보면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는 소설이다. 반전이 존재하지만, 놀랍다는 생각보다는 그 반전으로 인해 문제들이 너무 쉽게 해결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꽤 많은데다가 분량도 보통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한군데서 깊이 진행되지 않고 여기에서, 저기에서 조금씩 진행되곤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리저리 등장인물들이 엮이게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뭐랄까 흡입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대신 빠른 진행이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그 아쉬움을 상쇄하는 것이 다채로운 캐릭터의 매력이다. 책장을 펼치면 등장인물이 컬러풀한 이미지로 등장하는데, 각각의 캐릭터가 비슷하지 않고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연민을 자극하는 캐릭터인 사이토가 마음에 들었다. 면접에서 틀에 박히지 않은 대답을 했다가 회사에 잘못 들어가서 고생하는 불쌍한 인물... '내 인생은 어디서 부터 틀어져 버린걸까?'라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다. 이 인물이 일련의 사건에 얽히게 되면서 새롭게 사귀게 된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가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는 사립탐정 반바 겐지도 매력적이다. 뭐랄까 어딘가 부족한 듯 보이는 인물인데 사실은 완벽한, 반전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정보꾼 에노키다도 재미있는 면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화려한 옷차림으로 다니는, 멋을 신경쓰는 스타일.
어쩌면 킬러들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다지 거부감이 없었던 것은 등장인물들이 올바른 일을 위해 싸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개인적 복수도 얽혀있지만, 결국은 그것이 정의실현으로 연결되었으니 말이다.
이야기를 야구에 비유해서 1회초에서 9회말, 그리고 연장까지 이어진다. 거기에 '주역 인터뷰'라는 제목을 달아둔 에필로그까지. 흥미로웠다. 게다가 '야구'는 제목과 연관이 있는데, 제목 '하카타 돈코츠 라멘즈'는 사회인 야구단 이름으로, 주요 등장인물들이 속해있는 야구단이다. 빠져있던 인물들 또한 마지막에 합류하게 된다. 그래서 마지막 이미지컷은 야구단의 모습인데, 각각 따로 있던 등장인물들이 결국 한 팀이 된 모습이 뭔가 인상적이었다.

반바가 말했던 킬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라는 수수께끼의 답은, 아마도 동료 아니었을까. 킬러는 고독한 직업이지만, 혼자서 완벽하게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다는 것, 결국 누구에게나 믿을만한 친구가, 동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결국 그게 정답이었고 말이다.

책을 만족스럽게 읽고나서, 책 안에 들어있던 초판 한정 특전 책갈피를 보았는데, 사이토가 포함된 A세트가 왔다. 그런데 반바가 있는 B세트도 갖고 싶은데 랜덤이라니! 한 권 더 살까 싶다가도 똑같은 것이 혹시 나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에 고민좀 해봐야겠다.

"너, 킬러에게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
"엥?"
킬러에게 필요한 것? 뻔하잖아.
"그거야 당연히 `힘`이지."
"틀렸어."
반바가 어깨를 으쓱한다.
"힌트, 야구에도 필요한 건데."
"헛소리하고 앉아 있네."
린이 그렇게 툭 쏘고는 등을 돌린다. 수수께끼는 딱 질색이다.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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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일반인을 위한 정신분석학 살림지식총서 470
김용신 지음 / 살림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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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을 위한 정신분석학, 나는 누구인가


외투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책이라서, 쉽게 가지고 다니며 읽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실제로 주머니에 넣고 나가서 읽기도 했었다.

살림지식총서 책들을 몇 권 읽었는데, 어떤 책들은 꽤 좋은 정보들이 많다 싶기도 했고 어떤 책에서는 부족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이번에 읽은 <나는 누구인가>는 전자에 속했다. 아무래도 '정신분석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정보량이 적기 때문인지, 모르는 내용이 많아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뒷부분은 꽤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개념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책의 부제인 '일반인들을 위한 정신분석학'이 딱 맞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차를 보면 정신분석학의 흐름, 무의식의 본질, 무의식의 형성과 심리구조, 정서발달 방향의 본질과 한국적 경향, 정신병의 핵심, 성격장애의 특징, 심리적 방어와 불안정 그리고 소망, 인간의 불만족과 심리 치유의 본질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부분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어려운 용어들이 나와서 다소 읽어나가기 힘든 부분들도 있었다. 그래서 정신분석학은 아직 접하기 힘든 분야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대중적으로 알려진 부분들도 등장하고,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체계적으로 용어와 개념들을 정리해두어서 잘 읽어갈 수 있었다. 특히 정신병을 유형에 따라 분류한 것, 성격 장애 유형을 분류한 것, 심리적 방어기제의 유형을 분류한 것이 굉장히 깔끔했다. 성격 장애 유형의 경우 익숙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최근 드라마에서 다뤄 인상적이었던 다중인격장애에 관한 부분도 좀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심리적 방어기제의 경우는 얼마전 다른 책을 통해 접했던 인지왜곡과 연관이 있는듯한 느낌도 있었다.


이렇게 다루는 부분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조각난 자아에 대한 언급이었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아도 여러 개로 쪼개지는 현상이 생기는데, 이를 현대 정신분석적 사회이론의 대가인 글라스(James M. Glass)는 그의 유명한 저서 『조각난 자아들:후기근대사회에 있어서 다중성격(Shattered Selves:Multiple Personality in a Postmodern Society)』에서 '조각난 자아(Shattered Self)'로 부르고 있다. 즉 다양한 가치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부에도 다양한 가치를 공존시켜야 한다는 방어적 입장에서 현대인의 자아는 하나의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여러 개로 쪼개지는 형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p.77)


그러면서 글라스가 조각난 자아를 다중성격과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굉장히 흥미로운 측면의 주장이라고 생각해서 더 알고 싶어졌다. 확실히 현대에 다양한 정보와 가치들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긴 했지만, 그것이 자아가 다양한 정체성으로 나눠지는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끔 자신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다양한 가치에 따라 다른 정체성으로 반응하게 되기 때문일까? 다소 혼란스러운 개념이지만 궁금하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얇은 책인만큼 깊이 다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던 부분들에 대한 흥미도 자극했다고 할 수 있겠다. 요근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가면서 점차 지식욕만 커져가서 큰일인 것 같지만, 신체적인, 과학적인 측면의 '나' 뿐 아니라 비과학적이고 정신적인 측면인 '나'에 대해 좀더 알고, 파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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