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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철학하다 -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에드윈 헤스코트 지음, 박근재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집을 철학하다
집이라는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들을 파고드는 내용의 책이었다. 분량이 많은 편이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깊이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예상보다 읽는 데 시간이 걸렸다.
책에서 제시하는 집의 구성요소는 총 스물 일곱가지. 창문, 책, 다이닝 룸, 부엌, 계단, 지하실과 다락, 침실, 옷장, 욕실, 서재, 베란다, 현관문, 홀, 거실, 벽난로, 문 손잡이, 문, 오두막, 수영장, 지붕, 울타리, 거울, 조명, 바닥, 벽 복도, 천장이다. 아무래도 저자가 서양인인 만큼 홀, 벽난로와 같이 우리 나라에서 대중화된 요소가 아닌 것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집의 요소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었다.
각각의 구성요소들이 하나의 챕터를 형성하여 품어온 의미와 변화해온 과정들을 풀어놓고 있는 구성이다. 심리학적인 측면과 영화 등 미디어 매체에서 다뤄진 방식들, 때로는 미술이나 문학 작품과 같이 예술적 측면에서 바라본 부분도 추가되어 있었다. 특히 심리학적 측면에서는 프로이트의 사상과 관련된 내용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성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내용이 많은 편인데, 때문에 이런 측면들은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모습과 많이 연계되어 소개되고 있었다.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지만,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집의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은 아무래도 창문에 이어 두번째로 소개된 '책'이었다. 책이 집을 구성하는 요소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일단 그 발상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내용에서 책이 없는 집이 무언가 미완성인 듯한 느낌이 든다는 부분을 읽으며 정말 책이 한 권도 없는 집이란 거의 찾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일종의 인테리어로써 책이 활용되는 경우도 생각해보면 꽤 존재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서재와 서가를 통해 그 집 거주자가 어떤 사람인지 읽을 수 있다. 가구나 음식보다 책장에 놓인 것이 집주인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책은 (혹은 책의 부재는) 한 사람의 관심사와 개성을 바라보는 거의 완벽한 거울이라 할 수 있다. (p.34)
여기서 흥미로웠던 것이 벽돌과 책의 유사성을 짚은 부분이었는데, 올해 초 읽었던 한 책이 떠올라서 더욱 흥미로웠다. 그 책에서는 책을 벽돌로 사용해 집을 지은 인물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물론 <집을 철학하다>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책을 배열하는 것이 벽돌을 배열하는 것과 비슷하기에, 독서가들이 일종의 건축가가 될 기회,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할 기회를 얻는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 부분을 읽어나가니, 확실히 책이라는 것이 집주인의 성향을 나타내는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 분량에 비해 다양한 요소에 관해 이야기하는 만큼 각 부분의 내요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분량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품은 다양한 의미들 덕분에, 천천히 그리고 깊이 읽어가게 되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각 부분들을 따로 떨어트려 생각함으로써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의미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