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구조론 - 아름다운 지구를 보는 새로운 눈
김경렬 지음 / 생각의힘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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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안의 구조를 설명해준 이론, 판구조론

 

일단 표지의 지구 이미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색감도 너무 예쁘고, 지구의 아름다움이 잘 느껴지는 이미지였다. 책의 재질도 좋았다. 반들반들하고 약간의 두께감이 느껴지는 종이였고 촉감도 꽤 괜찮았다. 색색깔의 이미지도 흥미를 느끼는데 도움을 주었다. 물론 더 중요한 건 내용이겠지만.

 

제목 그대로, 이 책은 '판구조론'에 관해 다루고 있다.

판구조론은 학창시절 배웠을 이론이다. 마치 바다위를 떠다니는 얼음조각처럼 지구의 겉표면이 그 아래 맨틀의 대류에 따라 이동한다는 '대륙이동설'을 지지하는 이론이다. 여기서 떠다니는 지구의 겉표면을 몇 개로 나누고 그것을 바로 '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며, 현재의 대륙이 모두 모여 있었을 시절의 하나의 대륙을 '판게아'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 '판구조론'과 '대륙이동설'은 당대 굉장히 획기적인 이론이었다고 한다. 당시 지구 내부 구조에 대해 설명한 이론과 상반되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이론을 제창한 베게너가 죽을 때까지 이론을 인정받지 못했다. 예술가들도 그렇지만, 뭔가 큰 변화를 이끌어냈는데도 생전에 인정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것은 시대를 앞서간 천재의 숙명인 것일까? 그의 죽음 이후에야 여러가지 조사를 통해 그의 이론이 맞았음이 증명되었다.

 

학창시절 지구과학을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 중 많은 부분이 기억 저편에서 조금씩 조금씩 떠올랐다. 오랜만에 지구과학에 관한 책을 읽으니까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역시 시간의 흐름은 무시할 수 없다. 중간 중간 잘 모르겠는 부분들을 읽을 때마다 이전에 배웠는데 잊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아예 몰랐던 것인지 헷갈렸다.

예를 들면 지구의 밀도 같은 것. 현재의 기술로는 지구의 가장 겉표면이자 가장 얇은 지각도 뚫지 못한다. 그런데 물리학자들은 지구의 회전 때문에 적도 근처가 부풀어 오르는 '관성모멘트' 현상과 특별한 기구로 잰 지구의 평균 밀도 자료를 토대로 지구의 밀도를 5.25g/㎤로 계산해냈다. 한 사람에 비하면 엄청나게 큰 크기를 가진 지구의 밀도를 계산해낼 수 있었다니, 정말 신기했다. 이렇게 조사한 지구 밀도를 토대로 과학자들은 현대에 잘 알려져 있는 지구 내부 구조에 대한 꽤 정교한 모형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지구 내부 구조를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이 '지진학'이다. 냉전시대와 맞물려 전세계적인 지진망이 구축되면서 지진 연구도 더욱 활기를 띄게 되었던 것이다. 모호로비치불연속면, 레만불연속면 등이 발견되어 현재의 지구 내부 구조 구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이 내용을 이미지들과 함께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특히 지구의 각 부분들에서의 P파와 S파의 속도에 관한 그래프에서 느꼈던 의문을 해소시켜 준 것도 좋았다. 액체상태를 통과할 수 없는 S파가 끊어졌다가 다시 나타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것. 그것은 지진파인 P파와 S파가 각각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변환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로 변환될 수 있는 파동이라니, 신기했다.

한편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 중 또 하나는 저자도 함께했다고 하는 해저 온천 탐사 내용이었다. 학창시절에는 배울 과학적 내용이 많은지라 해저온천에 대해서 그다지 깊이 공부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저자가 참여했던 내용이니만큼 좀더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어서 흥미를 자극했다. '앨빈'이라는 이름의 잠수정이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처럼 책 속에서 판구조론 뿐 아니라 관련된 여러 지구에 관한 발견들을 알 수 있어서 점차 흥미가 확장되어 나갔던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에 있는 추천도서 목록에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책 속에서 일부만 다뤘던 내용을 좀더 집중해서 다루는 책들을 읽으며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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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 서른 살 빈털터리 대학원생을 메이지대 교수로 만든 공부법 25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효진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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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내가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주변의 친구들이 책을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 거절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내 친구도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생각과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기에, 책을 읽을 때 느끼는 것들은 다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꼭 추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이 '독서'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독서습관을 들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 책은 독서습관을 들이고 싶은 사람들 뿐 아니라 이미 독서습관을 들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던 책이기도 했다. 나의 독서습관에 대해 되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 같은 것.

 

취향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지만 몇 년 간 직장 생활을 하며 일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던 그에게 자기계발서는 지금 필요한 생각거리들을 가져다주었다. 일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면서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자 분명 쓸모없는 책이라고 여겼던 자기계발서는 어느 순간 생각보다 매우 유용하고 위로를 주는 책이 되었다. 그는 어떤 책이든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기 때문에 쓸모없는 책이라고 함부로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p.106)

 

자기계발서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그가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자기계발서에도 좋은 책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예전의 '그'는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지금은 자기계발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같은 말을 하는 것 같고, 뻔한 내용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계발서를 읽는다고 해서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적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래서 기피하는 분야였는데,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그런 태도를 반성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읽는 책에는 분명 가치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다만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고보니 어릴 적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다시 읽고 좋아진 책들이 있었다. 자기계발서라는 분야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 독서 습관을 기르다 보면 불안해지는 것 중 하나가 '내가 좋아하는 책만 읽는 것', 즉 편독이다. 예전에는 주로 미스터리, 추리소설 등을 집중해서 읽었다면, 최근에는 에세이를 읽는 빈도가 높아졌다. 문학 작품만 읽는 것이 불안해져서 일부러 다른 분야의 책을 억지로라도 읽으려고 하곤 했다. 그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라앉혀 준 부분도 있었다.

 

간혹 내가 좋아하는 책만 읽으면 독서가 편협해지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기우다. 거꾸로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그들은 신기하다 싶을 만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폭넓은 독서를 한다. 단지 그들이 다방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어서만은 아니다. 나는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한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관심사나 생각할 거리들이 다양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p.121)

 

생각해보면 내 관심 장르가 미스터리에서 에세이로 변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관심 분야를 넓혀가고 있던 것이다. 최근에 과학 분야에 다시 관심이 생기면서 과학 책을 몇 권 읽기도 하는 걸 보면 확실히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어떤 '계기'들에 의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 편독을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분야를 아예 안 읽는 것도 아니니까. 뭔가 독서습관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책 후반부에서는 다시 독서습관을 기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살아있는 독서의 기술 10'을 제시하고 있다. 10가지 제목을 제시하고 그 아래 각각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속독'이다. 속독을 해도 충분히 정독을 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여기서 정독이란 '바를 정'을 쓰는 정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천천히 읽는다고 해서 빨리 읽는 것보다 내용을 더 잘 파악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한다. 글 읽는 속도와는 관계없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읽었느냐'로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책을 천천히 읽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도 있다. 특히 주목하고 싶은 내용은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은 책을 더 빠르게 읽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굉장히 공감하는 바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속독 습관이 형성된 것 같다. 다양한 책을 통해 '책 읽는 노하우'가 길러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처음 독서를 시작한 사람들은 독서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읽다보면 어느새 점점 빠르게, 많은 책을 읽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다독가들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처음부터 책을 많이, 빠르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기 때문도 아니고 유난히 똑똑하고 지능이 좋아서도 아니다. 그저 꾸준히 익는 동안 수많은 지식과 사고력이 쌓였고 나름의 요령까지 생기면서 독서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누군가의 독서량을 마냥 부러워하지만 말고 당신도 지금 도전해보길 바란다. 3년 뒤, 10년 뒤 누군가가 당신을 부러워하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p.146)

 

다음은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체계를 세우는 것에 대한 조언이다. 책을 읽으면서 본문 외에 읽는 것이 얼마나 되는가? 책 표지의 제목과 부제, 카피, 저자 소개, 서문, 차례, 책 뒷표지의 소개 글, 색인이나 참고문헌. 이 중에서 내가 읽지 않는 것은 색인이나 참고문헌 뿐이었다. 이렇게 책 속의 본문 외의 것들은 눈여겨보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이 부분들은 책 내용을 요약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좀더 빠르게 내용을 이해하거나, 혹은 책의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어서 세번째 조언은 '모든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였다.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책에서는 독서습관을 들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를 '흥미'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잘 맞지 않는 책이라면 과감히 덮어두고 다른 책을 읽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읽을 수 없는 책을 만났을 때 활용할 만한 독서법 세 가지를 언급한다. 내가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집중적으로 읽는 '취사선택 독서법'. 책을 빠르게 넘겨가면서 내용을 확인하다가 필요한 부분에 표시를 한 뒤 그부분만 다시 자세히 읽느 방식이다. 결론부터 읽는 '역산 독서법'. 소설처럼 차례로 읽어야 하는 내용이 아닌 경우 주장의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 꼼꼼히 읽는 것이다. 전체 분량의 2할만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2할 독서법'. 이 세 독서법은 대체로 문학 작품에는 맞지 않는다. 그러나 보통 끝까지 읽기 어려워하는 책들이 문학 작품이 아닌 경우가 많음을 생각하면 이 독서법들은 독서습관을 키우는데 꽤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해야할 것은 이 독서법을 활용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읽을 부분을 선별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의 의도가 가장 정확하게 드러난 부분을 찾고, 꼼꼼히 읽는 것이 주요하다.

네번째는 일주일에 열권 읽는 방법으로 '독서병행 독서법'을 언급한다. 이 역시 내가 꽤 자주 시도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것이다. 한 책을 읽다가 다른 책을 읽으면 그 내용을 잊어버려서 안 좋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저자도 이야기하지만 읽던 부분의 바로 전 한 페이지 정도만 읽으면 내용이 기억나서 자연스레 독서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의 경우는 이 독서법으로 20권에서 30권을 동시에 읽는다고 말하고 있다.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섯번째는 유용한 조언이라고 생각되었던 부분인데,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고전을 읽는 법'이었다. 스스로 책을 많이 읽는 독자라 생각하지만, 고전을 읽는 것은 언제나 어려워서 잠시 저편으로 밀어두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방법을 읽다보니, 나도 고전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저자는 먼저 고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들을 먼저 읽으라고 말한다. 그런 후, 번역과 해설의 수준이 맞는지 확인하라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반복해서 읽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두번째 조언이 중요한 것 같다. 번역이 어려운 단어투성이라면 확실히 쉽게 읽어나가지 못하고 포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많은 번역서들을 찾아보고 내게 맞는 번역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여섯번째는 종종 시도해보고 싶은 독서법으로, '음독'의 장점을 말하고 있다. '음독은 10번 읽은 효과를 발휘한다'고 하고 있다. 소리내어 읽는 것. 특히 고전을 읽을 때 좋다고 한다. 예전에는 음독이 주를 이루는 독서법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음독의 경우 눈으로도 읽고 말로 하고, 또 그것을 소리로 듣게 되기 때문에 한번에 여러번 반복해서 읽는 효과가 나는 것이다. 책을 음독해서 읽다가 잠이 들었을 때 그 내용을 꿈으로 꾸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음독의 효과는 참 대단하다.

일곱번째는 '최소한의 분량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독서노트'이다. 분량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버리고 자기 방식대로 노트를 쓸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리고 간단한 독서노트 쓰는 방식을 두 가지 소개하고 있다. 하나는 '인용구 베스트3 노트'로 책 읽는 동안 제일 좋았던 문장을 3개 뽑아 적고 왜 그 부분이 좋았는지 혹은 어떤 점을 느꼈는지를 함께 적어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도서 10자평 노트'로 아주 간단하게라도 책 정보와 2~3줄의 간단한 메모를 곁들이는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어쩐지 내가 지금 쓰고 있는 '한줄독서기록'이 생각나는 방식이었다. 이 방법은 자신이 읽은 도서목록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데다가 부담이 없어서 참 좋은 것 같다.

여덟번째는 '더 깊은 통찰을 얻게 하는 질문독서'이다. 독서를 하면서 질문을 던지는 '비판적 독서'를 하라는 것이다. 질문을 던지면서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된다. 그리고 책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면 한 페이지 씩 옮겨 적는 필사를 하라고도 권유하고 있다. 이 방식들은 책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

아홉번째는 '혼자 읽지 말고 함께 읽어라'라는 조언이다. 독서친구를 만들라는 것이다. 같은 책이라도 사람마다 각각 느끼는 바가 다르다. 때문에 서로 느낀 것을 공유하면 책 속에 담긴 내용을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예전에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 각자의 전공에 따라 주목하는 부분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안의 내용을 다양한 학문적 관점으로 해석하게 되었었다. 그러니 책을 읽고 나누는 것 또한 독서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저자는 책을 선물하면서 그 책을 통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정말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는데, 저자는 대학 시절 길에서 친구를 만나 인사를 할 때 '이거 읽어봐, 정말 재미있다니까'라고 말하면서 인사했다고 한다. 그래서 독서에 대한 강연을 하면서도 앞으로는 날씨에 대한 인사를 하지말고 '지난번에 이런 책을 읽었는데 말이죠, 정말 재밌었습니다'라고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그런 식으로 인사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서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책에 대한 관심도 생길 수 있으니 좋지 않은가 싶다.

마지막 이야기는 '책을 읽는 한 좌절하거나 실패할 일은 없다'였다. 어려운 시절 책을 읽으면서 쌓은 것들이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빛을 발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독서를 통해 얻는 것이 눈에 보이거나 증명되지 못하는 것들이지만, 그래도 그것들은 차곡차곡 쌓여 어려울 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하며 마무리를 짓고 있었다.

 

독서를 시작했다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삶의 고비를 넘는 지혜는 책이 줄 것이다. (p.205)

 

적다보니 엄청 길어진 서평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공감하고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나마 이 책의 유일한 흠이 있다면 그건 부제이다. 부제가 '서른 살 빈털터리 대학원생을 메이지대 교수로 만든 공부법25'인데, 내용과 다소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공부법이라기보다는 독서에 대한 내용과 조언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책이다.사실 부제 때문에 읽을까 말까 망설였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로 마음먹어서 참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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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탐구 생활 박람강기 프로젝트 6
엘러리 퀸 지음, 홍지로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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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작가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가득한, 탐정 탐구 생활

 

어떤 설명이 되었든 간에, 바로 거기에 탐정 소설의 정수가 깃들어 있다. 있음 직하지 않은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 말이다. (p.118)

 

누군가 나에게 엘러리 퀸에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느냐 묻는다면 그건 만화 <명탐정 코난> 때문이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명탐정 코난>의 등장인물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핫토리 헤이지'가 좋아하는 작가가 바로 '엘러리 퀸'이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엘러리 퀸 작품을 읽은 적이 있었지만 그다지 큰 인상을 남기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다시 엘러리 퀸 작품을 찾아 읽으려고 마음 먹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엘러리 퀸 초기 작품 시리즈인 국명시리즈가 있음을 알고 그 시리즈를 읽어나가면서, 엘러리 퀸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했고 결국 그 시리즈는 전권 소장했다. 그래도 물론 제일 좋아하는 탐정 캐릭터는 엘러리 퀸이라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엘러리 퀸의 작품들도 하나씩 하나씩 찾아 읽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신간 도서를 둘러보다가 엘러리 퀸의 에세이를 발견하고 바로 읽기로 결정했다. 제목부터가 확 끌린다. <탐정 탐구 생활>이라니. 게다라 저자는 추리 작가! 최근에 읽은 북스피어의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들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도로시 L.세이어스의 글과 윌러드 헌딩턴 라이트의 글과 비슷하게 탐정 소설의 계보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그것은 전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도, 이 책은 정말이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엘러리 퀸이 쓴 총 50편의 글들은 제각기 다른 분량들인데다가, 소소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기대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즐겁고 재미나게 읽었던 책이었다.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탐정소설을 좋아한다면 즐겁게 공감하며 읽어갈 수 있을 법한 내용으로 가득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목에 맞게 모두 '탐정 소설'과 관계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알고보니 이 책의 원제는 <In the Queen's Parlor>이었다. 번역하면 '퀸의 응접실에서' 정도로 할 수 있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그 제목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확실히, 이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하지만, 아직 엘러리 퀸이 대중화되었다고 볼 수 없는 입장에서 그런 제목은 모험이었을 것이라고, 역자도 밝히고 있다. 그점도 어느 정도 공감되는 바였다. 어쨌든 이 <탐정 탐구 생활>이라는 흥미를 끄는 제목 덕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엘러리 퀸도 좋아하고 탐정 소설도 좋아하고 미스터리도 좋아하는 독자이기 때문에 책 속에 실린 50편의 글 모두 다 재미있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으나, 서평에 구구절절 내용을 옮겨놓는 것보다는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기 때문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만 살짝 소개하려 한다.

2장에서 정말 신기하다 싶은 이론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탐정학의 계보로 본 셜록, 네로, 르콕, 프로제'의 공통점이라고. 렉스 스타우트가 창조한 탐정 네로 울프Nero Wolfe가 위대한 탐정 셜록 홈즈Sherlock Holmes와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모음의 종류와 위치. 셜록의 모음 e-o가 홈즈에서는 o-e의 순서로 뒤바뀌어 나오는 것처럼, 네로 울프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르콕Lecoq도 있고, 심농의 프로제Froget도 있다. 그리고 이것의 기원은 결국 포Poe라는 것이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정말 매력적인 이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저자가 추리소설 작가이니만큼 친구들인 추리 작가들 사이에서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에피소드도 있고, 비슷한 아이디어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경우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작가의 필명에 얽힌 에피소드들도 참 재미있었다. 물론 최고의 탐정 소설을 꼽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어가면서는 읽어보고 싶어진 소설들이 많아져서 즐거운 고민으로 쌓이기도 했다. 책을 수집하는 내용에서는 굳이 추리소설 작가가 아니라도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공감할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채워져 있었다.

 

탐정소설에 대한 아이디어는 모든 곳에 널려 있다. 문자 그대로, 우리 주변 사방에 있다. 따라서 질문에 대한 답은 무언가를 숨길 때 가장 숨길 법하지 않은 곳에 숨긴다는 포의 구상을 따라 질문 자체에 담겨 있다. 세상에 도대체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으세요? 물론 세상에서죠. (p.62)

탐정 소설에 관한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읽어가면서 너무너무 즐거웠다. 기본적으로 이 장르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엘러리 퀸과 추리작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장르에 대한 호감을 더욱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이 책은 양장본이라 좀 무거울 수 있다는 점만 감안한다면 비교적 짧은 내용들이 섞여있는 50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들고다니면서 조금씩 읽을 수도 있으니 그게 또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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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 검은 고양이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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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묘한 전염성, 에드거 앨런 포 소설전집2 공포편

 

위험 따위는 두렵지 않아. 그 뒤에 남은 공포가 두려운 것이지. (p.33)

 

총 5권으로 구성된 에드거 앨런 포 전집에서 공포편이 2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네번째로 읽은 것은 공포소설과는 잘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특히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충격은 긴긴 밤 동안 떠나가지 않고 머릿속에서 나를 괴롭혔었다. 그런데 하나도 아닌 여러 공포 이야기를 읽어야한다니,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뒤로 계속 미룰 수만은 없었다. 마무리로 공포 소설을 읽는 것도 내키지 않았기에 결국 네번째에 와서야 공포편을 읽게 되었다.

공포 편에는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 중 '공포소설'로 분류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을 검은 고양이를 비롯해, 어셔가의 몰락, 리지아, 적사병 가면, M.발데마르 사건의 진실, 윌리엄 윌슨,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다, 아몬틸라도 술통, 함정과 진자, 직사각형 상자, 생매장, 모렐라, 절름발이 개구리, 메첸거슈타인, 베레니스, 밀회, 심술 요정의 순서로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의외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꽤 읽은 모양인지, 이번에도 예전에 읽었던 이야기가 몇 개 있었다. 대표작 '검은 고양이'는 위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어렸을 적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받아서 약간은 안 좋은 기억과 함께 기억되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도 많이 접해왔던 작품이라 그런지 처음에 느꼈던 그 두려움이 완화된 느낌이었다. '어셔가의 몰락'도 대충  훑어봤던 기억이 났다. 그 음산하면서 불안한 분위기가 신경을 정말 예민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아몬틸라도 술통'도 이미 읽었던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의 경우는 예전에 수사 드라마인 CSI를 보다가 나왔던 대사에서 알게 된 이야기였다. 벽 안에 매장된 시체에 관한 말에서 '아몬틸라도의 술통'이냐고 말했던 것이다. 궁금증에 검색해보니 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였고, 그것이 비유하는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읽으면서 특히 눈길이 갔던 이야기는 '윌리엄 윌슨'과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다'였다.

'윌리엄 윌슨'의 경우 처음에는 일종의 도플갱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마지막의 강렬한 반전은 이 글을 단순히 공포소설로만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일종의 교훈 비슷한 것이 느껴지게 했다.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다'는 기괴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나름 현실적인 스타일의 공포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자연의 엄청난 능력에 의해 재난을 당하는 내용인데, 거기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중간에 약간의 과학적 이론이 등장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것들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이 비록 미스터리, 공포, 환상, 풍자, 모험 이렇게 다섯 가지로 구분을 해두긴 했지만 결국 모두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이라는 점을 일깨웠다.

 

공포편에 담긴 이야기들에서 특이했던 것은 제목이 유달리 '사람이름'으로 되어 있는 것이 많았다는 점이다. '어셔'가의 몰락, '리지아', 'M.발데마르' 사건의 진실, '윌리엄 윌슨', '모렐라', '절름발이 개구리', '메첸거슈타인', '베레니스'가 제목에 주요 인물의 이름 내지는 별명이 들어간 경우였다. 비유적인 제목이 아니라 직접적인 이름이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 더 공포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효과를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또 에드거 앨런 포가 쓴 공포 편 이야기에서 꽤 많이 반복되고 있는 소재가 '생매장'이다. 죽은 이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공포스러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산채로 매장하는 것 또한 잔혹한 일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꽤 많이 반복되는 것을 보니 당대에 '생매장'이라는 것이 큰 문제로 작용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것을 제목으로 하여 생매장의 사례에 대해 언급하는 글도 실려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한편 다양한 공포 이야기를 통해 공포를 불러오는 요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공포를 불러오는 것이 괴기스러운 것 외에도 있다는 점이었다. 음산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라, 자연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고, 지속적인 괴롭힘 때문에 생겨나는 공포도 있다. 공포를 불러오는 요소의 공통점은 그것들의 '집요함'이라는 특성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장르 문학의 효시라고 평가받고 있는 에드거 앨런 포 답게, 공포 문학 면에서도 아주 인상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것은, 이 책을 읽은 후에 있었던 약간의 공포스러운 경험이다.

이 책을 읽은 것은 버스 안이었다. 환한 대낮이었기 때문에 공포 소설을 읽어도 두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책을 읽고 나서 생겼다. 갑작스레 불안감이 생겼던 것이다. 버스의 흔들거리는 것이 불안했다. 떨어지지는 않을까, 갑자기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불안감이 자꾸만 증폭되고, 머리가 미칠듯이 아파왔다. 신경은 있는대로 곤두섰다. 그렇게 공포의 긴긴 시간이 흐르고, 버스는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흔들림이 잦아들고 불안감도 가라앉았다.

그렇게 되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예전에 느꼈던 두려움이 잠재되어 있다가 에드거 앨런 포 스타일의 책을 읽으면서 점차 불안감을 키워냈던 것일까. 아니면 이 책 자체가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 걸까. 이 안의 공포가 전염된 것인가. 어쩌면 단순히 햇빛을 많이 쬐서 생긴 현기증 탓일지도 모른다. 혹은 멀미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원래 멀미를 하지 않았는데 하필 오늘 하게 되었다면 그것도 뭔가 기묘하다.

아, 역시 공포 소설은 나랑은 맞지 않는 것 같다.

 

공포는 잠들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파괴될 것이다.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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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 풍자 편 - 사기술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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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읽은 책, 에드거 앨런 포 소설전집4 풍자편

 

이 책을 읽으면서, 에드거 앨런 포 소설전집도 이제 반 이상을 읽은 셈이다.

'풍자'라는 단어의 의미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소설이라는 형태로 구현되었을 때 그 풍자적 내용을 어떻게 발견해야할지 잘 모르겠을 때가 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이야기 속의 어떤 인물을 풍자대상으로 보고 있는지 잘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각 이야기는 흥미로운 요소들이 존재했고, 그래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환상편보다는 재미있게 읽었던 편이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의 분량은 제각각이다. 엄청나게 짧은 이야기가 있는 반면 꽤 분량을 차지하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 이야기들은 서로 연계되어 있기도 하다. '풍자편'에 실린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은 다음과 같다.

사기술, 비즈니스맨,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 안경, 작은 프랑스인은 왜 팔에 붕대를 감았나, 일주일에 세 번 있는 일요일, 소모된 남자, 싱검 밥 명인의 문학인생, 블랙우드식 기사 작성법, 곤경, X투성이 글, 떠받들기, 멜론타 타우타, 미라와 나눈 대화, 스핑크스, 봉봉, 기괴천사, 악마에게 머리를 걸지 마라, 오믈렛 공작, 현혹, 예루살렘 이야기.

 

이 이야기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연계된 이야기였던 '블랙우드식 기사 작성법'과 '곤경'이었다. '블랙우드식 기사 작성법'에서는 주인공인 화자가 블랙우드 편집장을 찾아가서 글을 작성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있고, 그 배운 것을 접목해 작성한 글이 바로 '곤경'이다.

블랙우드 편집장이 말하는 글 작성법은 말도 안되게 특이한데, 외국 고전 작품의 말들을 따와서 자신의 글 속에 많이 인용하는 것이다. 그 글이 고전적인 말과 100퍼센트 어울리지 않더라도, 끼워맞추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고전에 대한 글쓴이의 지식과 교양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스타일의 블랙우드식 기사 작성법은 이 글의 바로 앞에 있었던 '싱검 밥 명인의 문학인생'에서 주인공이 사용했던 방법과 다소 유사한 면을 보인다. 결국 글의 내용보다는 문체나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글에 있어서의 일종의 허례허식인 셈이다.

그런데 이 '블랙우드식 기사 작성법'을 배운 여인이 쓴 글인 '곤경'은 더하다. 그녀는 조언을 얻었던 고전 글귀들을 모조리 잘못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의미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지 옮겨 쓰고만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쓴 내용 자체는 터무니 없는 내용이긴 하지만 꽤 특이해서 나름 흥미롭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그 외에 특히 재미를 느꼈던 이야기는 '비즈니스맨'과 '안경', '소모된 남자', '싱검 밥 명인의 문학인생'이었다.

'비즈니스맨'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비즈니스'라고 생각치 않을 일들을 비즈니스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거쳐온 직업들을 자랑스럽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안경'은 마지막 반전이 놀라웠다. 처음에 길게 길게 성을 말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했는데, 뒷부분에서 그 필요성을 알 수 있었다. '소모된 남자' 역시 마지막 반전이 놀라웠던 이야기였는데, 중간에 자꾸만 궁금증을 자아내는 구성이 마지막 반전을 더 놀랍게 했다. 또한 묘하게 반복적인 사람들의 말을 통해, '소모된 남자'에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싱검 밥 명인의 문학인생'에서는 화자의 글 쓰는 방법의 독특함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책에서 단어를 잘라 그것을 뿌려 글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내용보다는 문체나 구성을 중시하는 것을 풍자했다고 할 수 있는데, 솔직히 종종 서평 쓰기를 어렵게 느끼는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는 그 방법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었다. 한편 이 글에서는 잡지사에서 내는 글들 사이의 유사성도 볼 수 있는데, 앞부분이 거의 동일한 내용도 읽을 수 있었다. 작가가 그런 것에서 비롯되는 문제들도 비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 소개한 이야기들 외의 다른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이나 일주일에 세 번 있는 일요일', '스핑크스'라는 것도 읽어볼만 했다. 다른 글들도 세계관을 비틀어 보고 있거나, 혹은 다소 기괴한 내용이 들어있어서 흥미로웠다. 풍자편이 아니라 환상편에 넣어도 괜찮았겠다 싶은 것들이 있었다.

어쨌든 에드거 앨런 포 소설전집 중 미스터리편을 읽으며 느꼈던 호감이 환상편을 읽으면서 조금 떨어졌었는데, 풍자편을 읽으면서 다시 조금 늘게 된 것 같다. 다음으로는 2권인 공포편을 읽어볼 계획이다. 그 책은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해 또 어떤 인식을 갖게 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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